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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것은 별들이 아니리라

 

먼저 세상을 떠난 우리의 사랑하는 이들이

 

우리를 내려다보면서

 

자신들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우리에게 빛을 내려보내는

 

천국의 입구이리라

 

 

 

- 이누이트 족 전설

 

('아마르' 라는 이름을 발견했던 시집을 다시 뒤적이는데 이 구절이 내안으로 들어왔다.)

 

 

 

 

아마르 고마워!

 

하고많은 사람 중에 우리에게 찾아와

 

수많은 기쁨을 선사했지

 

네가 아니었으면 결코 몰랐을 감정들이야

 

 

원래 너는 우리 소유물이 아니었다

 

그저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나타났다가

 

왔을 때처럼 홀연히 떠나가버린

 

 

7년 동안의 사랑

 

 

신의 선물이었다

 

 

세상 사람에게는

 

말도 아낌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었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너를 기억하면서

 

영원한 사랑을 잊지 않을 거야

 

 

잘가라 아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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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르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 보름 되던 날 다른 곳에서 지내던 태풍이가 돌아왔다.

 

 

 

 

 태풍이가  한강에 돌아오던 날 자기가 타고 있던 트레일러가 한강클럽 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길고 높은 말울음 소리를 연거푸 질러댔다고 한다. 태풍이는 과거에 자기가 살던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시각 나는 칸타를 실내마장에 풀어놓고서 태풍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할 시각이 다 되어가는데 칸타가 괜히 꼬리를 치켜들고는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기쁜 감정의 표현이었다. 나중에서야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태풍이 울음소리를 듣고서 기뻐했다는 것을 알았다.

 

 

 

 

실내마장에서 몇년 만에 다시 만난 태풍이와 칸타는 서로 머리를 목에 기대고 인사를 나눈 후 함께 걸어다니며 놀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마주들이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태풍이는 나에게 특별한 말이다. 나의 첫 애마 바람이와 기꺼이 즐겁게 놀아주었으며, 칸타와도 아마르와도 제각각의 방식으로 절친이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태풍이가 아마르도 떠나고 헛헛한 이때에 건강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와 칸타 곁에 서있으니 참으로 든든하다.

 

 

 

 

 든든한 태풍이가 있으니 칸타 걱정일랑 내려놓았다. 덕분에 요즘 나는 마음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태풍이가 건강하기를 …

 

 

 

 

 칸타가 건강하기를……

 

 

 

 

건강한 말들을 보면서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상 모든 말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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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르가 유월 초하루에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월요일 오전에 마방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아마르를 발견하고

 

  수의사에게  연락하니 장이 꼬인 상황으로 보인다며 긴급하게 달려왔습니다.

 

그 사이 병원으로 이송할 상황에 대비  말 트레일러도 요청하였습니다.

 

 마장에 부랴부랴 가니 아마르는 여전히 앞발로 땅을 긁으며 고통을 호소하였습니다.

 

마장에 도착한  수의사가 직장검사 후에  위세척을 실시하여 고통을 경감시키고

 

아마르는 이천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병원에 도착 후 다시 아마르의 상태를 확인하고 개복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마르가 수술실에 들어갈 때까지 제가 곁에서 지켜주었고 수술은 5시 30분 무렵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후로 남편과 한강클럽 원장님 내외분이 속속 동물병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수술진이 최선을 다했으나 아마르는 저녁 8시 무렵  이 세상과의 인연을 놓고 말았습니다.

 

사인은 산통 중에서 소장이 꼬인 소장폐색이었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저희 부부는 지난 7년 동안 극진한 사랑으로 키워온

 

아마르와 갑작스런 이별을 하게 되어 깊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아마르는 우리에게 찾아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기쁨을 안겨주었고

 

 많은 분들로부터 분에 넘친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 세상으로 가는 날에도 여러 사람이 최선을 다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떠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

 

밤새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오열한 우리 부부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절없이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

 

녀석이 건너갈 무지개다리가 뜨기에 좋아보이는 하늘이었습니다

 

크고 푸르른 나무 아래 땅을 깊이 파고 아마르를 묻어주었습니다.

 

 들꽃묶음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물건을 함께 넣어주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남아있는 아마르의 어미 칸타빌레에게  못다한 사랑을 이어가며 슬픔을 이겨낼 것입니다.

 

 

 

 

 

J&C동물병원 의료진과 말 트레일러 조사장님의 노고와 성의, 한강클럽 원장님 내외분의 위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아마르를 가까이서 지켜보아주신 클럽가족과 회원님들, 박 장제사님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아마르를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께 거듭  감사드리며

 

아마르의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아마르 마방)

 

 

 

 

 

                                                 

                                                   ( 한강클럽 사모님께서 마방에 놓아주신 화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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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어제 승마장에 가니 새로 만든 의자그네가 설치되어 있었다. 포도넝쿨이 매달려 의지하던 쇠봉에 그네를 달았다.


그네에 앉으니 야외마장에서 운동하는 모습도 구경하기 좋았고 옆으로 보면 방목장에서 말이 노는 상황도 잘 보였다.

해가 점점 옅어지고 부드러워지는 늦은 오후에 그네에 몸을 실으니 햇살마저 흔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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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이라도 나타났는가? 나와 조코치가 사진 찍느라 바쁘고 아마르와 칸타도 시선집중이다.

 

 아이들 방목시켜놓고 쉬는데 레이가 나타났다. 꽁무니에 마차를 달고 위풍당당하게 말이다. 마차는 원장님의 DIY 작품이다. 리어커를 개조하여 만들었고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레이도 마차끌기 적응훈련 중이다. 관리사가 모는 마차가 지나가길래 손을 들어 세우고 태워달라 했다. 그래서 마부 옆자리에 올라타게 됐다. 눈앞에 레이의 귀여운 엉덩이가 씰룩쌜룩, 들썩들썩 하는 모양이 보이고 레이가 옆눈질로 힐끔거리는 것도 보였다. 큰 마차도 타보았지만 훨씬 재미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말이 있으며 옆으로 뛰어내려도 될 것 같은 아담한 좌석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아는 말이 끄는 마차에 탔다는 점이 재미를 더했다.

 

 칸타는 왠지 살짝 경직된 표정이다. 왜일까?

 

 

마차도는 트랙이 옥수수,고추,감자,보리 등을 심어놓은 밭 옆이라 그런지 자꾸 시골에서 달구지나 경운기에 올라타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생각이 났다. 폼은 전혀 안 나지만 털털털 하는 게 재미있어 어린이들이 타면 꽤 즐거워할 것 같다. 말산업에서 이야기하는 농촌형 승마체험장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현재 레이 마차 면허증(?) 소지자는 원장,관리사,코치 단 3인이다. 마차말도 출발과 정지,이행,방향전환,속도조절에 능란해야 한다. 그러려면 레이가 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숙달되기까지 레이에게 마차끄는 일이 기분좋은 경험으로 각인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마차제작자 원장님의 마차 드라이브. 마차를 모는 동안 아주 행복해 보이셨다. 이 순간만큼은 승마장 운영의 모든 시름을 잊으신 듯 ㅋㅋ~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레이.

 

 레이를 마차에서 풀어주고

 

 마차는 차고지(?)로 들어갔다. 너희는 누구세요?

 

 마차 돌아다닐 때는 몰랐는데 사진을 보니 칸타 얼굴에 걱정이 서려있다. 요상한 (?) 물체에 탄 엄마가 걱정일까? 아니면 '레이 아가에게 대체 무슨 짓을 시키는 거야?' 하고 레이 걱정을 하는 걸까? 아니면 '혹시 나에게도 저런 거 시키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라도 ㅎㅎ ~

 

 

 

​아마르는  호기심천국이다. 저건 뭥미???

 

 

​한바탕 태워주고 부렸던 마부에게 칭찬듣는 레이.

"야 ~ 너 잘하는구나!"

 

로마 전차부대 소속 말 못지않게 당당하고 기개가 넘치는 레이의 자태.​

​힘이 얼마나 넘치는지 마구 달리려고 할 때는 여자힘으론 감당이 안된단다. 그래서 당분간 여자마부 사절 방침이 내려졌다. 아무렴 나는 마부가 몰아주는 마차 타는 일이 더 좋다. 문학에서만 보던 안타 카레리나나 마담 보바리 부인처럼 마차 타고 어딘가로 가는  상상을 해볼 수 있지 않은가.

 

​'아빠가 좋다고 타고 가네!'

 

​아빠 왈 "아니 이렇게 편하고 재밌는데 마차 타지 말은 왜 타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칸타가 이러지 않았을까. "진심이야 아빠? 내일부터 안 태워줘도 돼?" ㅋㅋ ~

 

앗! 대단민국 국방부에서도 레이 마차훈련을 시찰하고 감독하라고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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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르 마방굴레에 연결된 줄이 쇠사슬이다. 보통 나일론이나 면 등의 소재를 쓰는데 아마르가 매어 있는 동안 껌씹듯 씹어 끊어놓는 통에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씹지 못하도록  전용줄을 만든건데  굴레에 연결되는 부분은 쇠사슬로 하고 벽에 고정되는 부분은 일반 나일론으로 그리고 고리와 쇠사슬은 플라스틱 소재의 고정 끈으로 연결해서 결국  끊어지는 기능에 합당하도록 만들었다. )

 

 

아마르는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두 귓구멍 입구를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면 갑자기 온몸의 맥이 풀리는지 사르르 녹아내려 머리가 점점 내려간다. 녀석의 그런 반응이 참 재미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다가도 아마르가 머리를 내밀고 있으면 괜히 만지곤 한다.

 

 

(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승마장 말들은 모두 마방 복도 가운데 서서 양쪽으로 줄을 달고 하염없이 잘 머문다. )

 

 ​목욕을 끝내고 몸이 거의 마를 무렵 마방 앞에서 마무리 몸단장을 한다. 헝클어진 갈기를 단정하게 빗고, 구절 주위의 물기를 수건으로 문질러 닦고 발굽에 제유를 바르는 일 등이다.  할방님이 브러시로 아마르 귀 주면을 긁어주니 아마르가 눈을 지긋이 감고 입술이 부드러워지다 못해 아랫입술은 축 쳐져내린다. 머리는 무겁다는 듯이 점점 아래로 내려온다.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

 

 

 

​세계 3대 행복론으로 꼽힌다는 <알랭의 행복론>의 프롤로그에 '행복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진 세로토닌은 두뇌화학 물질 중의 하나입니다.' 라는 말이 나온다. 현대인에게 '행복의 추구'는 중요한 화두이기에 세로토닌 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엄마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때도 세로토닌 호르몬이 나온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 그 호르몬이 중요한 까닭은 기르는 동물을 쓰다듬어줄 때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쓰다듬어주는 사람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다. 김정운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라는 책 p. 71에는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피부접촉을 통한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 스킨십이 박탈된 상태에서 자란 원숭이는 면역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불안증세를 보이다 일찍 죽는다. 새끼 쥐를 둘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는 물을 묻힌 붓으로 피부를 계속 자극해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그저 먹을 것만 제공했다. 물 묻힌 붓은 어미 쥐가 혀로 핥아주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보였다. 먹을 것만 제공받은 쥐는 불과 몇 주를 못 버티고 죽은 반면, 붓으로 계속 자극해준 쥐는 건강하게 살아남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만져주며 위로해주는 중환자실의 생존율은 다른 중환자실의 생존율에 비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지난 십여 년 말 세계에서 지내는 동안, 나의 반려마를 비롯하여 다른 자마,클럽마들이 다치거나 병난 사례를 자주 접했다. 참 신기하게도 아무리 심각하게 말이 다치거나 아파도 주인이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는 말은 대부분 회복이 되었다. 그러나 무관심 속에 방치된 말은 상태가 점점 악화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모습이 많았다. 그런 현상을 내 나름으로 해석하자면 사랑받는 말은 '주인이 저렇게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니 어떻게든 살아봐야겠다.' 하는 삶의 의욕이 솟으면서 회복에 필요한 신체적 물질이 잘 분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방치된 말은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는데 살아서 뭐하나, 이 참에 더 망가져서 그냥 죽어야겠다.' 이런 자포자기에 빠지니 면역시스템도 가동되지 않는 것 같다.

 ​

 

 

 

어린 시절에 할머니나 엄마는 아기가 아프면 '할머니(엄마) 손은 약손 ~' 하고 운율있는 멜로디를 들려주며 아픈 머리나 배를 손으로 살살 문질러주셨다. 그 기분좋은  경험을 많은 사람이 해보았으리라 .

말 그루밍 하는 일은 무척 기분좋은 일이다. 물론 바쁘거나 피곤할 때는 '이거 참 시중들기 힘들어서 원, 몸종이 따로 없네' 싶은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여태 말 그루밍 좋아하는 것은 그 과정이 나와 말에게 행복한 감정을 선사하기 때문이다.아! 아까 김정운 교수의 저서를 잠깐 인용했는데 그 내용의 맥락을 좀 소개한다.  현대인은 서로 만지고 만져지는 자극이 결핍되어 문제라는 거다. 만지는 행위는 상호작용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이를 바탕으로 정서공유가 이루어지며 나아가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갓난아기 이후로 접촉이 부재한 단절의 상태로 대부분 지내기 때문에 '피부자극결핍증후군'으로 인한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가 범람한다는 분석이다.

우리 사회도 점점 나홀로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가족과 단절되어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개인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토록 외로운 세상에서 체온을 나눌 수 있는 반려동물의 존재는 소중하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타적 사랑, 자비의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지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알랭의 행복론

저자
알랭 지음
출판사
빅북 | 2010-09-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2010년 문화 및 지식인들이 선택한 문화 키워드 '행복'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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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저자
김정운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5-04-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의무’만 있고 ‘재미’는 잃어버린 이 시대 모든 남자들을 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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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날씨가 너무도 좋았다. 밖에 나와 아이들 풀어놓고 앉아 온몸으로 날씨를 음미했다. 그러자  그동안 내가 용서치 못했던 모든 일을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화창한 날씨 아래서는 익숙한 사물도 다르게 보인다. 현재 마분간 파티션으로 쓰이는 분홍색 큐브의 축조 모양이 꼭 읍성의 성곽 같다. 고창읍성,해미읍성 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는 봉성읍성이라고 하면 맞겠다.

 

 

 

 

​봉성산의 자태다. 평소 한강 제방도로를 따라오다가 봉성삼거리에서 좌로 꺽어지면 승마장 초입이다. 삼거리에 다다를 무렵 봉성산이 떡 하니 버티고 선 모습이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 산은 저리도 못생겼을까. 아무리 뜯어봐도 참 못생긴 산이야'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원형방목장이 생긴 후로 산의 남쪽에서 바라보니 점점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늘은 눈에 콩깍지라도 씐 것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명산처럼 보였다. 그동안 못났다고 초라한 동네 뒷산취급하던 나의 태도가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아마르에게 묻고 싶다. '같은 티모시라도 밖에서 먹으면 맛이 틀리니?'

 

 

 

 

​칸타는 티모시보다는 심각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아마 초록 보리밭을 바라보며 보리이삭에 대한 상념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어느 순간 아마르가 똥을 누었는데 칸타가 얼른 다가가서 똥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마치 똥모양이 예쁜지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살피려는 엄마 같았다. 마찬가지로 칸타가 똥을 싸니 아마르도 똑같이 했다. 친한 말사이끼리는 서로의 똥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가보다.

 

 

 

똥조사가 끝나고 칸타는 제자리로 복귀.

엄마 뭐 있어? (아마르)

 

 

 

 

 

​칸타의 자세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달밤에 큰칼 옆에 차고 시름에 잠긴 이순신 장군의 기개라도 보는 것 같다. 그런 느낌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는 이상한 망상이 마구마구 자라나 '잭과 콩나무' 이야기에 나오는 콩나무처럼 커져만 갔다. 그 망상은 무엇일까?

 

 

 

​킁킁...

 

 

 

                           .

 ​

봉성산과 마찬가지로 못난이 아카시아 나무도 점점 예뻐져간다. 훗날 방목장의 랜드마크로 우뚝 설 것 같다.

 

 

 

 

​아까부터 물댄 논을 걸어다니는 백로(?)가 우리 일행을 유심히 관찰하며 돌아다녔다. 호기심이 많아 보인다.

걸을 때마다 허공을 쪼는 것처럼 목을 늘렸다 움츠렸다 했는데 리듬감이 있고 동작이 우아했다.

​주변은 아카시아꽃이 만발해서 초록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었다. 백로도 구름 한 점 찍어다 논에다 풍경으로  보탠 것만 같다.

 

 

 

 

​하늘을 보니 점점이 떠가는 구름이 많았다. 선명한 창공을 배경으로 떠서 느리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그 중에 우리 머리 위로 떠가는 거대한 구름이 있었다. 그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니 하얀 형체가 서서히 땅으로 내려앉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럴 때 과거에 보았던 영화 한장면이 상상력에 영향력을 미친다. 어디선가 나타난 ufo가 내앞에 내려앉고 있다.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 걸까? 혹시 납치라도???

 

 

 

그러나 두려움은 일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또 하나의 망상은 칸타가 우주선의 용감한 여선장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팬스 아래에 움츠리듯 쪼그리고 바라보니 원형 방목장이 거대한 우주선이고 투명한 유리 너머에 끝도 없는 우주가 펼쳐진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 뜬 ufo에서 인간에게 포착되지 않은 주파수를 보내어 여선장 칸타님과 교신했을 것 같다. 

음 대략 이런 소릴 했다고 치자!

 

 

은하연합 S333 세라판 호의 메시지입니다. 나는 사령관 사만다입니다. 여러분의 차원에서 이해하도록 미래에서 이 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은하연합은 오랜 시간 지구별에 관여해왔습니다. 연합에서는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많은 정보를 전해왔습니다. 그 상당수는 여러분의 개념으로 인코딩한 것입니다. 나 사만다는 지금, 여기, 시간과 공간에 있으며 성취해야할 연합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하여, 지시된 명령에 따라 마지막 임무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이 메시지는 여러분이 속한 지구별 문명을 분석한 보고서의 일부입니다. !@#$%

우리들이 지구라는 혹성에 관여하고 난 후, 지구의 여러 가지 구조를 나름대로 조사하며 인류가 왜 이런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나름대로 분석을 해왔습니다.여러분은 우리가 볼 때 매우 저급한 3차원의 세계를 살고 있습니다. 3차원의 세계는 여러분이 만들어낸 세계입니다. 물질계가 3차원의 특징입니다. 3차원에서는 제한된 육체에 갇혀 살며 ,능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로 비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을 하며 살아갑니다.은하연합은 기본적으로 4차원 이상의 상태입니다. 여러분이 진화를 거듭하여 4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

 

 

 

ufo에서 이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보내오자 칸타 여선장은 마찬가지 수준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은하연합 H666의 메시지입니다. 나는 사령관 칸타빌레입니다. 지구별 진화를 돕는 임무를 수행하려고 인류가 말이라 부르는 종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은하연합 대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인류의 각성은 더디게 나아져서 아직도 지구별에 전쟁과 분쟁이 많아 유감입니다. 하지만 희망의 에너지와 파장은 강합니다.!@#$%

본디 지구별은 생명체에게 부족할 것 없이 에너지가 완벽하게 제공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에너지가 지구별로 전달되면 생명에너지가 활성화되어 그 모든 것을 취하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 원래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이 식물이라 부르는 생명은 인류에게 정말로 필요하면서 맞춤한 에너지를 제공합니다.처음엔 인류도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고 살았습니다.그러다 어느 순간 인류가 지닌 여러 에너지 중에서 유독 욕망의 에너지만을 과도하게 활성화하여 그 결과 지구와 인류 모두 균형을 잃고 병들게 된 것입니다. 현재 동물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은하연합 대원들이 인류의 삶에 파고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세라판호의 건투를 빕니다! @#$%^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말은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차원이 높은 존재가 아닐까? 사람이 못듣는 주파수대의 소리를 감청하는 것과 같은 뛰어난 감각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능력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화에 말이 고귀한 존재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의문에 대하여 당장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불만은 없다. 늘 보았던 사물이나 말에 대하여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은 새삶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신선하지 않은가? 

 아무튼 사람이 평소 사고시스템에 자발적 오류를 내어 얼토당토 않은 망상에 빠지는 일은 정신건강에 매우 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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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에 당근씨를 뿌렸으니 50일이 지났다. 당근은 잎을 제외하고서 크기가 어른 손가락 2개 길이 정도 된다. 30일이 지날 무렵부터 촘촘하게 몸을 부비며 올라오는 당근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그 무렵 당근 크기는 이쑤시개만 했다.  어린 놈부터 솎기 시작하여 한 뿌리당 간격 10센티 정도를 목표로 계속 뽑아내고 한편으로 풀 뽑아주기도 병행했다. 그러니 앞으로 팔뚝만하게 자라날 당근은 수많은 형제 당근과 풀의 생명을 보태어 길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건초뭉치에 올려놓은 당근 한 뿌리)

 

솎아낸 당근을 본 회원들이 모두 신기해하며 한 번씩은 시식해보는데 그 진한 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환상적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어떤 분은 집에 가져가 샐러드를 만들어 드셨다고 한다. 말이 먹었을 때도 그 환상적인 맛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근 바구니를 들고 우리 아이들 방으로 가려는데 말 머리 둘이 나와 있다. 당근 향기가 진동하여 향기의 진원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편의상 1번방, 2번방 말 친구라 부르겠다. 우리 아이들은 3,4번 방이다.

 

 

 

 

​아이들 간식을 들고 지나가는데 이렇게 고개를 내민 말과 눈을 마주치면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좀 덜어서 주고가야 한다. 그럴 땐 꼭 통행세를 내는 기분이다. 1번방 친구는 제 주인에게 금지옥엽처럼 사랑을 받아선지 얼굴을 내미는 경우가 별로 없고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방관자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2번방 친구는 제 주인이 찾아오는 일이 드물어서 통행세 받는 일에 적극적이다.주로 얼굴을 있는 대로 내밀고 눈으로 간절한 레이저빔 쏘아대기 수법을 쓴다. 그 전에는 좀 신사적이지 못한 방법을 썼다. 편자쇠로 바닥을 쾅쾅 치면서 시위하듯 조르는 거였다. 그럴 때 시끄럽다고 얼른 먹을 거 갖다주면 버릇이 더 나빠지게 된다.

 

내 나름의 '말 버릇없는 행동 퇴치방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내 개인용 수레(사진에서 2번방 말입 아래에 보임) 에는 각종 스프레이가 있다. 포비돈,목초액 등등이다. 어떤 말이 쾅쾅 소리를 내며 버릇없이 소란을 떨면 얼른 목초액 스프레이를 들어서 정면으로 바라본다. 정면으로 말을 보는 것만으로 압박효과가 있다. 그때 말이 부적절한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스프레이를 분사한다. 쏘는 거리가 최소 1미터는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말은 스프레이를 무서워해서 너무 가까이서 쏘면 급하게 물러나다가 다칠 수 있어서다. 보안관이 총 쏘는 것처럼 말을 겨냥하여 스프레이를 두 세번 분사하면 - 이때 총소리는 '피식' 피식' 난다 - 말도 영화에서 익숙하게 본 장면처럼 총 맞은 듯이 뒤로 움찔움찔하며 물러선다. 스프레이 효과는 정말 대단하다.(맹물 스프레이도 좋아요)  아무리 극성을 피워도 스프레이 몇 번만 쏘아주면 얌전해진다. 그때 먹을 것을 갖다준다. 나중엔 손가락으로 시늉만 해도 갑자기 바른생활 어린이처럼 단정하게 선다.

 

 

 

이 마사동에는 12번 방까지 있다. 이곳에 사는 말을 나만의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주인이 자주 찾아주는 말과 가끔 찾아주는 말, 뜸하게 찾아주는 말로 나눌 수 있다. 그래서 무슨 간식을 나누어줄 때 우리 아이들을 가장 많이 주고, 그 다음으로는 주인의 발길이 뜸한 말에게 많이 주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배분한다. 주인이 잘 오지 않는 말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2번방 친구처럼 주인이 잘 오지 않는 10번방 친구가 있다. 둘을 비교하면 말도 성격이 다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10번방 친구는 간식 나눠주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말들이 난리를 피워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이 뒤돌아서서 침묵을 지킨다. 그렇지만 어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겠는가. 그저 티 안나도록 하는 것 뿐이다. 10번방 친구가 '나 졸고 있어요'하는 척할 때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툭툭 건드리며 이름을 부른다. 한참 그러면 마지못해 그러는 것처럼 천천히 몸을 돌리고 주는 간식을 송구스러워 하는 것처럼 겸손하게 받아먹는다. 참 신사적인 예절이 몸에 배었다. 그러나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서있는 말은 아무래도 덜 얻어먹기 마련이다. 다른 회원들이 간식을 한바탕 돌리고 나서 '어 누구 모르고 안줬네'하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그래서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생겼나보다.

 

아무튼 2번방 친구는 방 하나는 자리를 잘 잡았다. 우연한 일이지만 2번방 친구는 아마르가 태어났던 옛날 다니던 승마장에서 살다 왔다. 한밤중에 둘이서 '꼬마야. 너 거기 생각 나냐? 백사슴 알아? 이러면 '내 친구였는데…   ' 이러면서 대화를 나눴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얼마나 마방 이웃으로 지내게 될지 모르지만 2번방 친구는 어디 가서 살아도 굶어죽지는 않겠다고 안심이 된다.

 

오늘은 당근 솎는 얘기로 시작하여 참 두서없는 내용을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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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오후에 할방님이 아마르를 찾아갔더니 퍼질러 앉아 졸고 있었다. 할방님은 저 입구에서부터 내는 자신의 휘파람소리에 아마르가 고개를 쏘옥 내밀고 맞아주길 기대했다. 그리곤 녀석에서 뽀뽀를 요구하며 쪽쪽거렸을 게다. 하지만 아마르는 뽀뽀는 커녕 눈은 게슴츠레 비몽사몽이었다.

 

그 모습을 본 할방님 , 손주녀석에 대해 한없이 사랑스러운 기분에 사로잡혀 '어구우우우~ ' 하며 부드럽게 어르는 소리를 낸다. 그 뒤에 이어지는 침묵 ……그 다음엔 '오늘은 졸려서 안되겠구나. 그냥 푹 쉬거라' 하는 멘트가 이어질 것 같다. 그러나 목소리톤까지 살짝 변하며 반전 멘트가 나온다. '근데 … 이 시간이 자는 시간이냐? 시간이 어정쩡한데 ...' 좀 짓궂고 악당스러운 분위기도 묻어난다. 아마르는 얼른 일어나야 하나 개기고 앉아있어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다.

 

할방님이 찾아왔을 때 아마르 마음은 반반일 것 같다. '오늘은 무슨 재미난 일이 있을까'와 '오늘은 날 어디로 끌고다니며 무슨 일을 하자고 할까' 어떤 날은 아마르가 할방님을 보고는 '허걱' 하고 놀라기도 한다.  혹시 동네 논바닥을 돌아다니며 개고생을 하려나 ,아니면 아무도 없는 초보마장가서 혼자 공부를 하게 될런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할방님이 그날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때로는 날씨와 전후사정에 따라 아마르 하루의 일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후로 할방님이 굴레를 들고 아마르 마방에 찾아갔을 때 녀석이 보이는 행동이 하나의 패턴으로 형성됐다. 일단 제 방에 들어온 할방님을 확인하고 황급히 돌아서서 자동급수기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신다. 마치 시간을 끌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염없이 마신다. 어느 날에는 아마르가 물먹기를 기다리다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와 할방님이 동시에 웃어버린 적도 있다.

 

일단 아마르는 밖에 나갈 조짐이 보이면 서둘러서 오줌을 눈다거나 똥을 떨군다든가 한다. 만일 바닥에 건초가 좀 남아있다면 부리나케 먹어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말도 밖에 나가서 활동하다가 겪을 일에 대하여 걱정도 하고 대비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일 밖에서 풀을 뜯기기라도 하면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된다는 것을 알아 입놀림이 분주하고  들어가자고 채근이라도 하면 한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입이 미어진다.

 

아마르의 반응으로 보아 어떤 훈련을 받게 되든지간에 심리적 부담을 가진다고 생각되어 하루 강도높게 기승훈련이나 내츄럴훈련을 한다든가 하면 다음 날은 그저 노닥노닥 놀게 하여 심신을 회복하고 균형을 잡도록 배려한다. 그렇다고 훈련내용이 강압적이지 않은데도 공부는 공부라서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아마르가 밖에 나와 기승운동이나 훈련을 할 때 무척 진지하고 열심히 한다. 매일 반복되는 활동을 지루하고도 힘들게 하는 말이라면 매사에 성의도 없고 자발성도 없을 것이다. 말의 성격과 마음을 많이 알고 있어서 잘 조절해주면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쉽다.

 

아무튼 아마르가 마방에서 나가기 전 하는 행동을 관찰하면 정말 유쾌해져서 안 웃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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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1 - 타르코프스키 영화처럼 카메라를 고정시킨 채 찍은 화면은 느리고 지루하게 흘러갑니다. '말들의 시간, 화창한 5월 평화로움' 을 느끼시길... )

 

 

 

어린이날에 칸타와 아마르에게 이벤트를 해줬다. 그 이벤트란 <칸타 & 아마르 사랑해!> 하고 승마장 건물 외벽에 대형현수막을 건다거나 논바닥에 글자를 만드는 등의 일과는 무관하다. 우리 아이들이 선물받은 이벤트는 바로 '야외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다. 도시락 싸가지고 소풍을 간 셈이다. 풍경은 소풍지로 그럴싸하다. 산 아래로 얕은 개울물이 돌돌돌 흘러가고, 보리밭에선 대형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양팔을 들어 흔들며 떼창을 부르듯이 보리물결이 넘실거린다. 그 순간 지나가던 바람이 우우우~ 하고 노래를 한다.

 

흘러가는 개울물이란 사실 모내기 하려고 논에다 물을 댔는데 일부만 보이다보니 마치 하염없이 흐르는 실개천처럼 보인다. 왠지 말들이 밥먹은 후에 안장을 얹고서 물길을 따라 외승이라도 떠날 것만 같다.

 

나는 아직 승마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낮 12시가  말들의 점심시간이다. 할방님은 혼자 어린이들(?) 내다놓고 건초를 날라다 밥그릇 하나에 담아주었다. 밥그릇 두 개를 갖다놓기엔 번거로웠던 모양이다. 친한 말끼리는 한 밥그릇에 함께 머리를 들이밀고 서로 얼굴 비벼가며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물도 길어다 부어주었다. 

 

화면에 보이는 말과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느릿느릿 행동하면서 뭔가 계속 움직인다. 말은 건초 한입 물고 머리를 들어 주변도 살피고 또 물을 먹으러 갔다가 다시 건초를 먹으러 오고 하면서 아마르와 칸타의 위치는 시간에 따라 변한다. 할방님은 말보다 더 분주해보인다. 아마르 훈련시킬 때도 그래 보였는데 아무튼 일관성 있어 보인다. 그는 돌 치우랴 똥 치우랴 흘린 사료 주워 담으랴 끊임없이 움직인다. 움직이며 몰두하는 모습에서 평화로운 여유가 느껴진다. 이런 종류의 분주함은 생활전선에서 겪어야하는 분주함과 차원이 다르다. 이런 일을 좀 재미나게 표현하자면 일하느라 자칫 과로하면 병원에 돈 갖다줄 일이 많아지겠지만 말들과 함께 보내면 반대로 병원비가 줄어든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정신이 건강하면 몸도 아플 일 없는 것 같다.

 

할방님은 몇시간이나 말 돌보기에서 즐거움을 누리느라 정작 본인의 위장이 텅 비어간다는 사실을 대비하지 못했다. 동영상 후반에 할방님이 전화기 만지작거리며 보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나에게 먹을 걸 갖다달라 sos 치는 모습이다. 나는 부랴부랴 가는 길에 초밥집에 들렀다가 승마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방목장 앞에 있는 할방님에게 도시락을 건넸다. 그 무렵은 아이들이 지들 건초를 다 먹고 봉다리(?)를 들고 나타난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뭔가를 부시럭거리며 꺼내어 맛나게 먹는 할방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와 저거 뭔데 저렇게 맛나게 먹지? 나도 먹고싶당' 하는 부러움이 새겨져 있었다. 나중엔 참다못해 고개를 끄덕거리며 저희들에게도 달라 요구했다. 말이 생선을 달라니 참 웃겨 죽겠네 하고서 풀이나 한줌 뜯어 먹였다. 말 먹을 때는 사람이 지켜보고 사람 먹을 때는 말이 지켜보았다.

 

할방님의 소원은 풀밭에 말 풀어놓고 그 옆에다 텐트치고 캠핑하는 것이다. 영화 <브로크백마운틴>에 보면 남자 둘이 그러는 장면이 나온다. 어쩌면 조만간 할방님이 보리밭에다 텐트치고 아마르와 칸타에게 "얘들아! 오늘밤은 밖에서 잘까?" 하면 뭐라 할까 궁금해진다.분명 칸타는 어이없고 황당할 게 뻔한데 ,아마르는 혹 …좋아하려나? ㅋ

 

 

 

 

오후에 칸타와 아마르는 각각 기승운동을 했다. 칸타는 아주 좋은 컨디션으로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아가니 기승감이 좋았다. 아마르도 잘했다고 한다. 결과가 좋은 것을 보니 이날의 이벤트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모양이다.

 

 

 

                                   (방목이 끝나고 칸타는 먼저 들어갔다. 홀로 남은 아마르)

 

 

 

 

 

 

 

 

(보리밭의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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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는 발굽쿠키가 나온다.  빵집에서 파는 쿠키 이야기를 꺼내려는 것이 아니다. 이 쿠키는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니다. 그렇지만 누구라도 보면 아이 손바닥 크기의 쿠키라고 생각할 것이다. 만일 이 쿠키를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서 홍차와 함께 내놓는다면 성미 급한 손님이 집어서 덥석 베어물지도 모른다. 물론 덥석과 동시에 '에페페'하고 뱉어내겠지만 말이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발굽쿠키는 이름 그대로 말의 발굽이 찍어낸 것이다. 말발굽 바닥은 오목하다. 식당에 갔을 때 나오는 개인용 나눔접시 정도의 깊이랄까? 그렇게 오목하다 보니 마방 바닥에 깔았던 톱밥이 발굽 안에 갇혀서 단단하게 다져진다. 서로 뭉친 채 답답한 어둠의 세월을 보내다가 말이 마방 밖으로 나왔을 때 발굽의 탄력에 의해 톱밥은 광복을 맞이하여 환한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

 

발굽쿠키란 이름으로!

 

물론 나만의 명명이고 세상 사람들이 이 사물에 대하여 주의깊은 눈길을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발굽쿠키를 발견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발견한 갯수만큼 더 많은 행운이 나에게 찾아올 것 같은 주술에 사로잡힌다.

 

화요일에는 발굽쿠키가 나온다. 왜 화요일이야? 누가 묻는다. 승용마가 마방에서 지내다가 운동이라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발굽을 파낸다. 발굽에 낀 톱밥을 제거하지 않고 내보내서 운동이나 방목을 했을 때 습기를 머금은 톱밥은 서로 뭉쳐서 '공구리'라도 친 것처럼 단단해진다. 그러면 발굽이 불편해져서 기능에 제약을 받을 것이다.

 

보통 말이 하루에 한 번은 밖에 나오므로 발굽청소를 하게 되어 평상시에는 바닥에 가루나 조금 떨어질 정도다. 그러나 화요일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을 꼬박 지내고 화요일까지 말이 마방에 머물렀기 때문에 발굽바닥엔 톱밥이 잔뜩 껴서 다져지고 또 다져진다. 쿠키반죽의 숙성시간 정도라고 할까. 그러다 짜잔~ 밖으로 나오면 발굽 톱밥의 대부분은 으스러져서 뭉개지지만 용케 형체를 갖춘 채 형상을 남기면 발굽쿠키가 된다.

 

가끔 어떤  쿠키는 두툼하니 모양도 참으로 예쁘다. 그런 쿠키를 보면 들어서 앞뒤로 살펴보며 감탄을 하기도 한다. '음 정말 잘 생겼군!' 그 쿠키가 그렇게 특별한 까닭은 쿠키틀이 너무 소중한 존재라서 그럴 것이다. 말에게 발굽이란 생명이다. 말을 하나의 아이콘으로 나타낸다면 발굽일 것이다.

 

오래 만나지 못한 지인에게 슬픈 이야기를 들었다. 준수하게 생기고 앞날이 창창한 젊은 말이 있었는데 그만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이었다. 사람이 끌고 어딜 가다가 난데없이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놀라 말이 화들짝 놀랐는데 운이 없었는지 발목을 접질러 부위의 뼈가 산산조각 났다고 했다.  지인이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한 대목은 그 다음 상황이다. 수의사의 진단 후에 말이 앞으로 승용마로서 살아갈 수 없는 지경이라면 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겠다. 관계자들은 무슨 결정이 그리 어려웠는지 일주일 이상 말을 방치했다. 그러는 동안 말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극심했고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지인의 심정도 참담했다고 한다. 관계자가 말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생각해보았다면 차마 그러지는 않았으리라.

 

(못난이 발굽쿠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어린말들이 다치거나 부상으로 죽음에 이르는 일은 흔한 모양이다. 뿐만 아니라 산통으로 세상을 하직하는 말의 소식도 여전히 들려온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말이 살아가는 세상이 힘들기 때문에 마방복도에서 만나는 발굽쿠키가 '오늘도 무탈하군요. 좋은 하루!' 하고 사인을 보내오는 것 같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말이 그 증표로 발굽쿠키를 보여줌으로써, 마찬가지로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내라며 행운의 부적을 보내주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있는데 커피맛도 좋을 뿐더러 사이드메뉴로 당근쿠키를 맛볼 수 있다. 그날 바로 구워낸 쿠키인데 한입 베어물고 커피를 홀짝거리면 말생각도 나면서 금세 기분이 달달해진다. 만일 내가 카페 주인장이 될 날이 온다면 꼭 발굽쿠키를 구워서 팔 것이다. 아몬드를 채썰어 넣고 통밀을 거칠게 빻아 반죽해서 구워내면 오리지날 발굽쿠키 느낌이 날 것 같다. 발굽쿠키를 먹으면 행운이 찾아온대요! 하고 메뉴판에 써붙이면 날개 돋힌 듯 팔리지 않을까? 아 ~ 오늘도 나의 상상은 날개를 달고 구만리를 날아간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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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말이 되자 보리에 이삭이 났다. 이삭이 일제히 돋아나자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줄기의 녹색과 이삭의 연두색이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받아 반짝이고 바람에 넘실거릴 때 바라보고 있으면 무아지경에 빠질 것만 같았다.

 

 

 

보리밭이 이렇게 목가적 낭만의 분위기를 선사할 줄은 몰랐다. 보리밭에서 만난 원장님이 ,보리 심어놓으니까 아주 멋지네요, 하신다.

 

 

 

작년에도 보리를 심기는 했다. 그런데 이삭이 달리기 전에 베어서 말에게 먹였으므로 이런 장관을 감상하지는 못했다.

 

 

 

 

이 보리는 지난 겨울이 오기 전에 심은 것이니 추운 겨울을 견디고 살아서 자란 보리다.

 

 

 

 

한겨울 동안 보리밭은 풀이 누렇게 말라죽은 형상이었다. 누가봐도 추위에 다 얼어죽었구나 했다. 그거라도 아쉬워서 우리 칸타랑 아마르는 종종 누렇게 동사한 보리싹을 뜯어먹곤 했다.

 

 

 

 

그러다 기적이 일어났다. 이런 일에도 기적이란 말을 써도 된다면. 대지가 따뜻해지면서 땅이 꿈틀거리는 듯하더니 초록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보리가 부활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쯤 모습이다. 난 아직도 두꺼운 옷을 껴입었다. 칸타가 엄마가 어서 보리싹 갖다주기를 기다리며 바라본다.

 

 

 

 

칸타가 얻어먹는 녹색잎은 그야말로 어린싹 수준이다. 이런 사이즈 풀은 뜯어다주기도 애매하다. 손에 잘 잡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저 밭에 말을 데리고 가서 뜯기는 것이 좋은데 두 마리를 한꺼번에 풀뜯길 수 없어 아쉽지만 좀 뜯어다주는 것으로 만족하라고 했다.

 

 

 

 

 

                                   칸타의 풀에 대한 갈망은 채워지지 않았다. 엄마 더 줘!

 

 

 

 

                                  에구~ 엄마 힘들단다

 

 

 

 

                                   더 먹었으면 좋겠는데…

 

 

 

 

칸타는 채워지지 못한 헛헛함을 끙끙이로 달래고 아마르는 잇몸의 빈곳에 혀를 밀어넣어 채우는 행동을 하니 ,말의 심리적 공허함이 그렇게 나타나는가 싶어 웃게 된다.

 

 

 

 

내가 보기에도 좀 그렇다. 보리밭이 보이는 곳에 말을 세워놓고 못가게 하니 말이다. 맛난 것을 눈앞에 두고 보고만 있으라니 아쉬운 마음은 나도 말 못지않다.

 

 

 

 

그러다가 이런 날이 왔다. 보리의 키가 내 하반신을 가릴 정도로 풍성하게 자랐다.

 

 

 

 

                   칸타,아마르가 곧 보리만찬을 한다고 기대와 설레임으로 흥분해서 들썩들썩 한다.

 

 

 

 

           맛난 것 앞에서는 어미고 자식이고 다 소용없다.  둘 사이에 신경전이 팽팽하다.

 

 

 

 

새치기 명수 아마르가 보리이삭을 제자리에 놓기도 전에 한입 콱 베어물었다.동작 한 번 참 빠르다.

 

 

 

 

그 정도에 지는 칸타가 아니다. 더 놀라운 필살기가 있다. 양동이를 자기쪽으로 확 쓰러뜨려서 유리한 상황을 만든 후 머리로 방어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혀를 내두르게 된다.

 

 

 

 

                                   아무래도 아마르가 칸타보다 공간점유력에서 밀려 보인다.

 

 

 

 

다른 말 같으면 칸타가 국물도 안 떨궈줬겠지만 그래도 제 속으로 낳은 자식이 아닌가. 결국 아마르가 맘껏 먹도록 하니 어느덧 사이좋게 만찬을 즐긴다.

 

 

 

 

 나는 아이들 뱃속으로 보리이삭이 꾸역구역 들어가는 것을 보며 내 배가 불러오는 듯 흐뭇하다. 넘실거리는 보리의 물결을 바라보며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상태가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랬다. 나이 먹을수록 문화생활과 여행이 인생의 기쁨인 것 같다고.  그랬더니 상대는, 거기다가 맛난 것 먹으러 다니는 것도 추가해요,라고 말했다.

 

 

 

 

 말도 그런 것 같다. 말은 문화생활 대신에 운동 잘하고, 여행은 못가더라도 산이나 들판 등 자연을 원없이 바라보고, 사료나 건초 외에 특별한 먹거리를 맛보는 것이 삶의 낙이 될 것 같다.

 

 

 

 

                                  둘은 오늘 그런 날을 맞았다.

 

 

 

 

보리는 조금만 베면 한 양동이 가득이다. 이날 아이들은 각각 한 양동이씩을 먹었다. 이삭에 곡물이 함유된 먹거리이므로 말에게 줄 때는 많이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또한 입맛이 원하는대로 무한정 먹을 수 없는 다이어트 현대인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칸타야 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그악스럽게 먹어? 좀 예쁘게 먹으면 안되니?

 

 

 

 

 

                                           이렇게요?    그래 참 얌전하구나.

 

 

 

 

                                   아마르는 원래 얌전하게 먹어요,그쵸 할머니?

 

 

 

 

                                                    그래,얌전하면서도 엄청 빠르지

 

 

 

 

보리밭과 말이 나를 힐링하게 한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지난 겨울 얼어죽었다고 생각했던 보리가 부활하듯 살아나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존재감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혹시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

 

그저 지나가버린 것들, 실패했다고 끝나버렸다고 생각한 채 사라져버린 무수한 사건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 중에 어떤 것들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 잠자고 있는 상태로 머물러 있다가 미래의 어느 날에 보리처럼 찬란히 살아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맛나게 먹는 동안에 이 주변에서는 할방님이 잔돌들을 수거한다.

 

 

 

 

                         아이들 밟고 다니는 길에서 하나라도 돌을 치워주려는 마음이다.

 

 

 

 

 

 

 

 

 

 

                                  돌들의  이산가족 상봉의 현장. 다시는 흩어지지 마세요!

 

 

 

 

열린 문으로 마방이 보인다. 요즘 문 근처 마방에서 지내는 말들이 밖을 내다보느라 넋이 나간 모습을 자주 본다. 시선으로나마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모심기 전의 논.

 

 

 

 

아파트 베란다에도 화초를 가꾸며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처럼 승마장에도 식물이 자라는 공간이 있으니 휴식과 즐길거리가 되어 좋다.

 

 

 

 

기승운동 끝나고 마주님과 함께 산책나온 말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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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옆으로 원형마장이 생긴 후 방목장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이곳저곳 마장이 붐벼도 운동공간으로부터 열외지역인 이곳이 칸타와 아마르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아이들도 이곳을 좋아한다.

 

 

 

 

 

새로 조성한 마장엔 아직 잔돌들이 많다.  아마도 당분간은 잔돌 뿐만 아니라 주먹만한 돌들도  밑에서 자꾸 올라올 것이다. 할방님은 아이들 방목시켜놓고 뙤약볕 아래서 돌들을 하염없이 골라낸다. 내친 김에 주변 트랙을 한바퀴 돌며 눈에 띄는 돌들을 또 주워담는다. 그래도 아직은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은 아니어서 아이들을 풀어놓고 어슬렁거리며 돌을 골라내는 모습이 그리 고되 보이지는 않는다. 

 

얼마후면 풀씨들이 날아와 여기는 풀천지가 될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을 타고 산책을 자주 할 터인데 그 전에 밑에 숨어있는 날카로운 돌이나 잔돌들을 골라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한바퀴를 다 돌아 온 할방님이 한숨을 쉬며 혼자 중얼거리듯 말한다 " 짱돌 골라내는 것도 내츄럴호스맨쉽이여~~ " 

 

 

 

 

 

 

 

얼마전에 이곳서 큰돌을 좀 골라냈는데 운이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그만 칸타가 앞발로 돌을 콱 밟았던 모양이다. 지난 수요일 아침 마방청소를 하기 위해 누가 들어갔다가 칸타더러 저리 비켜서라 아무리 지시해도 비키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방에서 데리고 나와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발굽바닥의 타박상으로 원인이 판명되었다. 마침 그날  장제사가 와있어서 길다란 집게처럼 생긴 도구로 발굽을 집어본 결과 어느 부위를 매우 아파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거기가 돌 밟은 자리다.

 

 

 

 

 

내 눈앞에서 칸타의 상태를 확인해 준 장제사는 한 이틀 쉬면 괜찮을거예요,라고 했다. 그말을 듣고 일단 안도한 후에 '그래 잘됐다.이참에 너도 쉬고 나도 쉬자'하고 마음먹었다. 칸타를 다시 마방으로 데려가려면 칸타가 360도 돌아야 했다. 그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칸타는 한걸음 한걸음을 곧 쓰러질 것처럼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엄마, 내가 얼마나 아픈지 몰라잉' 이렇게 응석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원장님이 "쟤는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아까보담 더 못걸어."  아프면 말이고 사람이고 다 아기처럼 구는 것 같다. 이러는 것도  환자의 특권이겠지 뭘.

  

다다음날, 칸타는 건초를 먹고 있었는데 앞발 양쪽으로 번갈아가며 편안하게 무게중심을 옮기길래 많이 나았네 했다. 그러나 실내마장에 데리고 가서 걸어보라 했더니 기운이 없고 다리를 몹시 아껴서 조심스레 디뎠다. 아마르가 장난치자고 덤비자 뒤돌아서서 엉덩이로 막고 ' 나 그런 상태 아니거든!' 하고 거절했다. 다리가 불편해서인지 칸타는  모래목욕도 시도하지 않았다.

 

 

 

 

 

또 하루가 지났다. 실내마장에서 걸어다니는 모양이 한결 나아졌다. 모래목욕도 했다. 시원하게 뒹굴고나서 일어났을 때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였다. 칸타가 나를 바라보며 온몸을 부르르 떨며 모래를 털어냈다. 온몸으로 우쭐하며 눈으로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엄마, 나 아주 많이 좋아졌어.'

 

 

 

 

 

다음날이 되었다. 마방에서 꺼낸 칸타를 원형마장에 방목하러 데리고 나가는데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속에서 용암이 끓는 느낌? 이미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느낌이라 최대한 화산이 터지지 않도록 달래며 데리고나가 원형마장에 풀어놓았다. 그랬더니 웬걸! 부우웅 ~ 슈웅~ 날아오르며 펄쩍거리는데 다리가 멀쩡했다. 그 모습을 보자 다 낫자마자 또 세게 돌 밟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그 후로 이동하는 활화산을 한 시간 가량 지켜보다가 야외마장이 비어서 할방님에게 칸타 조마삭을 부탁했다. 할방님이 조마도구를 가지러 간 사이 칸타가 원형에서는 돌이 많아 구르지 못한 몸을 누이더니 모래목욕을 했다. 그리고 나서 일어나려는데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칸타가 뉘였던 몸을 일단 앉았다가 일어나는 찰라에 사지가 해머인 양 땅을 빵~ 내리치더니 슈웅~! 하고 날듯이 달음박질치며 앞으로 돌진했다. 그 상태로 작은 원을 그리더니 내앞에서 보란듯이 머리를 흔들었다.'나 괜찮아. 멀쩡하다구' 하며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만천하에 선포하는 것 같았다. 칸타가 그러는 모습이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영화에서 마징가제트가 악당을 물리치려고 막강병기가 되어 포효하며 등장할 때 딱 그 광경이었다.

 

 

 

 

 

 

칸타에게 또 '그분'이 오셨다. 칸타의 '그분'은 여러 분이다. 머리에 꽃 꽂은 소녀부터 발레리나, 체조선수, 육상선수, 얼음의 여왕 ,마징가제트 등등. 그중에 마징가제트는 언제 오시는가? 칸타가 운동하지 않고 1주일쯤 쉬면 오신다. 그러니까 조금만 운동을 안 하면 막강한 성능의 엔진을 달고 나타난다는 얘기다. 칸타가 조마삭을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흥분하면서 땅이 흔들릴 정도로 뛰는데 보는 내가 다 어지러웠다. 할방님은 계속 말의 추진의지를 무마시켜서 속도를 늦추려고 하는데 마치 칸타는 자신이 뛰는 능력의 한계치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렴, 아파서 절룩거리는 것보담은 훨 낫지 암 ,그렇구 말구.

 

그 다음에 연이어지며 떠오르는 생각은 이렇다.

'어휴, 다음 주에 저 힘을 조율하려면 고생깨나 하겠는걸!'

 

어느덧 눈앞에서 휙휙 날아다니는 마징가제트의 머리꼭대기 조종석에 도킹하여 한치의 실수 없이 작동시키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려면 홍삼이니 고기니 할 것 없이 기운나는 것들을 잔뜩 섭취해야겠군. 그렇지 맞아. 내가 채식주의자를 할 수 없는 이유는 마징가제트 때문이라구. @#$%^^ ~~~

 

나도 가끔은 칸타 때문에 원더우먼쯤은 돼줘야 한다. 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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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이 바람에 사르르르 날리며 꽃비가 내린지 한 주일이나 지났을까. 꽃비의 축제가 끝나는 것을 신호로 계절은 완연한 봄으로 바뀌었다. 세상은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겨울에서 봄 사이, 승마를 하기에 참으로 어려운 시기이다. 말은 겨우내 시달린 추위와 운동부족으로 근육이 뻣뻣하여 긴장되어 있고, 대기엔 옷깃을 여미게 하는 미세먼지 섞인 바람이 자주 몰아쳤다.

 

2월에서 4월 사이 부는 바람은 땅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흔들리게 한다. 그 중에서도 존재감이 가장 두드러지는 사물이 바로 비닐이다. 심하게 바람이 부는 날, 비닐들이 사방에서 펄럭거리면 '음 세상엔 비닐이 참 많아.' 하고 의식하게 된다. 그렇다. 세상은 비닐 없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듯이 비닐 천지다. 한 주일을 생활하고 나서 모아놓은 분리수거 쓰레기 중에서 부피 탓이긴 하지만 비닐의 양이 가장 많이 나온다. 대부분 상품의 포장지이다. 모든 것이 상품화되어 있는 요즘 세상에는 널린 게 비닐이다. 그런데 왜 자꾸 비닐 타령을 하는 것일까 하고 승마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하겠다. 승마를 조금 해본 사람이라면 비닐에 대한 언급이 빙그레 웃음을 자아내게 할 것이다. 그것은 말이 비닐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말을 타고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난데없는 비닐 펄럭이는 소리나 광경에 말이 펄쩍 놀라기라도 하면 기분좋은 경험은 못된다. 비닐 때문에 놀라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사람도 긴장되어서 운동 내내 또 어디서 비닐이 펄럭이려나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그리되면 말도 사람의 감정에 전염되어 더 긴장하고 악순환으로 빠져든다. 승마를 하기에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내가 다니는 승마장은 김포평야 한가운데 자리잡았기 때문에 농경문화와 함께 숨쉬며 생활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농사를 지으려면 비닐 없이는 못한다. 비닐하우스가 대표적이고,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일정 기간 밭에 비닐을 덮어두는 일, 가을에 추수하고 볏짚을 돌돌 말아 마지막에 비닐로 칭칭 감아 갈무리 하는 일이 그렇다. 요즘 승마장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비닐하우스 천지다. 승마장 또한 시설의 일부분이 비닐로 되어 있다. 날이 따뜻해지기 전까지 초보마장의 한쪽 벽면을 비닐로 막아두었는데 바람에 부르르 떨며 기괴한 굉음을 내면 마님들이 그 옆을 지나가며 온몸의 털이 쭈삣 서는 것처럼 긴장하곤 했었다. 

 

비닐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는 둔감화 훈련을 여러 번 받은 아마르는 그놈이 무서운 놈은 아니라는 것까지는 인식을 한 것 같은데 끝내 그놈은 어쩔 수 없이 기분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할방님의 내츄럴 훈련의 둔감화 프로그램 외에 나는 나대로 방목할 때마다 아이들 보는 앞에서 비닐을 막대기로 반복해서 두들겨주며 적응시키는 놀이를 자주 했다. 덕분에 바람부는 날에도 그닥 긴장하지 않고 밖에서 순조롭게 말을 탈 수 있었다.

 

말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려면 비닐이 날아다니고 펄럭거려도 심장이 놀라지 말아야 한다. 그리 되도록 가르치고 도와주는 일은 순전히 사람 몫이다.

 

 

 

오른쪽 벽이 비닐인 겨울의 초보마장 상태. 겨울에 아마르 훈련장소로 요긴하게 활용됐다. 이날 막대에 비닐을 매달아 민감화훈련을 하는 도중 아마르가 돌발적으로 깜짝 놀라 할방님도 퍼뜩 놀란다. 아마르는 놀란 자기 자신에 대하여 당황했을 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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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뒷걸음질로 이동하는 기술은 매우 유용하다. 주로 트레일러에서 뒤로 내릴 때 요긴하다. 아마르는 아직 트레일러 타고 다닐 일이 없지만 마방복도에서 틈틈이 연습하다 보니 지금은 제법 잘한다. 아마르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뒤로 스윽 미끄러지듯 들어갈 때 말의 시야가 후방까지도 다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내츄럴호스맨십 훈련에서 말의 후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의 부조를  따르는 말의 순종성을 볼 수 있는 중요한 훈련이기도 하다

 

 

 

 

 

 

 

  동영상 촬영 즈음은 내가 칸타 뒷마무리를 마치고 마방에 들여보내려 할 때였다. 할방님이 아마르 후진 연습을 시키기 위해 마방문을 열었는데, 아마르가 때마침 열려있는 바로 옆 칸타 마방으로 미꾸라지처럼 쏙 들어가버린다.

 

   아마르가 그러는 까닭은 궁금함을 못 참아서이다. 운동 끝나고 마방에 돌아와보면 밥그릇에 맛난 간식이 놓여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험으로 보아 말이 입방을 끝낸 후 간식을 갖다주는 것이 좋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가끔은 미리 간식을 놓아두는 경우가 있다. 그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는 아마르는 혹시 할머니가 자기 몰래(?) 엄마인 칸타방 밥그릇에 무슨 대단히 맛난 거라도 놓아두렸으려나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아마르가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리자 나와 함께 제 방에 못들어가고 선 칸타의 반응도 재미나다.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는 '크르를륵' 하는 콧소리를 낸다. 이런 경우 말의 감탄사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오 마이 갓! '  '헐~'  '이런~'  '어머나! '

그러니까 예기치않은 상황에 대한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나타내는 표현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의미의 표현 외에 '푸풋' '크크' '호오' 하는 웃음의 뉘앙스도 있다. 아마르의 돌발행동 때문에 나와 칸타는 어이가 없다.

 

  할방님에게 붙들려나온 아마르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음, 할아버지가 나에게 뭘 시키려는 거지.' 하며 집중한다. 할방님이 양손을 앞뒤로 흔드는 신호에 따라 아마르가 '이건 식은죽 먹기야' 하듯이 뒤로 쭉 들어간다. 아마도 칸타 밥그릇에 당근이라도 몇조각 있었더라면 할아버지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칸타 밥그릇쪽으로 다시 쪼르르 달려갔을 것이다.

 

  아마르가 후진 연습을 몇 번 반복하는 동안 뒤에서 구경하는 말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머리를 쏙 내민 말은 왼편부터 브릿지와 스탠이다. 두 말은 아마르의 행동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유심히 관찰한다. 마치 몸은 자기 마방에 갇혀 있지만 마음만은 아마르와 함께 하는 것 같은 눈치다.

 

  마방복도도 내츄럴 공부하는 아마르에게는 교실이다. 아마르가 복도에서 이런저런 공부를 할 때 관심을 가지는 말과 가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참 재미있게도 평생 '공부'만 해온 가방끈(?) 긴 말들이 관심이 많았다. 브릿지와 스탠도 평생 마장마술 공부만 해왔다. 둘 중에선 브릿지가 연륜이 더 높다. 늘 뭔가를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몸으로 습득하며 살아온 탓인지, 아마르의 행동을 보며 '어? 저거 뭐지? 난 저런 거는 안해봤는데, 음... 마장에서 뒤로 여섯 걸음 가서 정확히 서는 것쯤은 해봤지만 말이지. '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마장마술 기능을 보유한 말들은 어떤 상황을 집중력 있게 관찰하고 저 나름대로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릿지와 스탠이 아마르가 동작하는 동안에 입맛을 쩝쩝 다신다. 보통 입맛을 다시는 행동이 말 긴장이 해소되었을 때 나타나는 건데 마방에 있는 말들이 뭔 긴장을 해소할 게 있단 말인가.  마지막에 아마르가 마방에 쑤욱 들어갔을 때 브릿지와 스탠이 입을 더욱 크게 벌리고 하품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사람이 '와우!' 하고 감탄을 나타내는 입모양과 닮아서 재미있다. 그 순간 브릿지와 스탠도 '와우, 잘했어 꼬마!  제법인데!' 하고 박수쳐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저 내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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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에 출연하는 말 : 아마르 (좌) , 칸타빌레 (우)

 

 

 

 

  기승하기 전 대략 30분 정도 방목을 시켜놓았다. 여건상 시간도 없고해서  아이들의 찌뿌둥한 몸이나 스트레칭 하라고 풀어놓았다.  곧이어 어디선가  할방님이 긴 채찍을 들고 들어선다. 아이들 자유조마라도 시키려는 셈인거 같은데 뭔가 순조롭지가 않고 군데군데 쿡쿡 웃음이 난다. 왜일까?

 

 아마르는 할방님으로부터 평소 내츄럴홀스맨십 훈련을 꽤 깐깐하게 받는다. 그래서 훈련장에 가면 사람의 행동을 다 읽고 미리미리 제가 알아서 먼저 움직일 정도다. 그에 비해 칸타는 정식 내츄럴교육은 받지 않았다.

 

  동영상에 나타난 말의 행동을 보면 칸타가 좀더 지시에 따르는 편이고 아마르는 덜 협조적이다. 엄마인 칸타가 열심히 돌 때 한 곳에서 쉬고 서있거나 코너에서 '아마르 없다'하는 식으로 투명 말처럼 군다. 할방님이 쫒아와 보내면 대각선을 전속력 질주하며 뒷발도 힘차게 뿌리고 도망간다. 그 뒤를 두 발로 허겁지겁 쫒아가는 할방님의 발걸음이 말에 비해 심하게 느릿느릿하다. 그 대비에서도 웃음이 난다.

 

  아마르는 지금 놀아라 하고 풀어놨으면서 놀지도 못하게 이래라조래라 시키는 게 뭐냐고 ,규칙을 어긴 것은 할방님 아니냐고 반쯤은 항의하는 거다. 그래도 반쯤은 교육이 몸에 배어있어 지시하면 따라야 하는 상황을 영 무시는 못하고 있다. 갈등하는 말의 마음이 갈팡질팡,종횡무진 하는 동선으로 나타나니 웃음이 나는 거다.

 

  칸타는 암말들이 좀 그렇듯이 규칙을 잘 지켜서 일단 따르고 보는데 말을 잘 듣다보니 뭔가 못마땅하여 신경질이 난다. 그래서 틈을 보아 툭 하면 어디선가 급정거를 하며 그만 돌았으면 하는 의사표현을 보인다. 칸타는 이상하게도 사람이 타면 무척 바지런하게 구는데 등이 허전하면 한없이 게으르다. (보통은 짐을 지면 무게 때문에 동작이 느려지게 마련인데???)

 

  아마르가 코너에서 대각선으로 질주하는 장면이 이 상황의 백미다. 마치 새가 먹이를 채려고 지면을 스치며 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럴 때 기다란 꼬리가 새꼬리처럼 보인다. 아마르가 눈깜짝할 새에 대각선 코너로 사라진 후 이어지는 할방님의 추격은 본인의 표현을 좀 빌지면 '두 발 달린 짐승의 비애'라고 할까.

 

  그렇다고 칸타와 아마르가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마음 한편에서는 함께 도망놀이하는 것처럼 달리고, 코너에 숨고, 쫒아다니는 할방님과 밀당하는 일에 엄청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그 탓에 가끔은 꼬리를 치켜올려 희열을 나타내기도 하고 사람이 지시와 자극을 안주고 쉬고 있으면 맛난 것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개처럼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며 기대하고 서있다.

 

  할방님이 처음에는 호기있게 말을 쫓아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몸이 풀려 발걸음이 여유있게 부드럽고 가벼워져만 지는데 할방님의 발걸음은 점차 느려지더니 나중에는 걷다시피 기진맥진해 보이는 것이 재미있다 

 

  동영상의 '방목 중 자유조마'는 일반적인 권장상황은 아니다. 보기에는 내용적으로 말과 사람이 대책없이 뛰어다니며 난장판을 벌이는 것 같지만 사실 7년 이상 지내며  호흡을 맞춰 온 놀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마방에 갇혀 지내던 말을 느닷없이 꺼내 장채찍으로 몬다면 말은 두려움으로 자신의 몸 다치는 것도 잊은 채 뛰다가 다치기 쉬워진다. 이런 말은 조마용 굴레와 롤라에 사이드레인을 채워 정식으로 조마삭을 시키는 편이 안전하다.

 

우리 아이들도 호흡이 잘 맞고 적응이 잘된 말이긴 하나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꼭 다리보호대를 채우며 조심스럽게 조마를 시킨다. 영상에 담긴 상황은 말과 사람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코믹한 관계도 재미있고, 평소 잘 알 수 없는 말의 심리도 엿볼 수 있어서 올렸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아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동영상의 엔딩에 다다르면 할방님이 기운이 쑥 빠져버렸지만 겉으로는 짐짓 씩씩하게 걸어와 팬스 밖으로 퇴장한다. 그걸로 끝인가 싶지만 조금 기다려보면 칸타와 아마르가 어슬렁거리며 출입구 쪽으로 나타난다. 아이들은 할방님이 사라진 쪽을 뭔가 아쉬운 듯 바라본다. 둘이서 이런 대화를 나눴을 것 같다.

 

"어 ~ 할아버지 진짜루 갔어 엄마. "

"그러게 ~ 좀 더 놀아주지 벌써 갔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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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어느 봄날, 뚝딱뚝딱 원형마장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원형마장의 쇠파이프 팬스 뒷편 밭에는 당근씨가 비닐 이불을 덥고 무럭무럭 자란다. 원형마장이나 당근이나 모두 말을 위한 것이다.

 

 

 

 

원형마장은 왜 새로 짓는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에 다들 동의하기 때문이다. 강의실에서도 책상 배치를 둥그렇게 하느냐 앞에서 뒤로 줄세우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연구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얼굴을 못보고 교수님만 바라보는 경우와 학생 서로가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경우,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경험은 많이들 해보셨을 줄 안다.

 

 

 

 

승마도 마찬가지다. 기승운동을 할 때 대부분 마장에서 초보자는 원형,중급자 이상은 사각마장에서 한다. 원형은 넓지 않아 말이 걸음이 커지거나 빨리 뛰어 위험할 염려도 적고 ,둥그런 팬스를 따라 말이 저절로 보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각마장은 마장마술에서 필수다. 코너를 활용한 다양한 기술, 대각선의 운용 등 사각이 아니라면 마장마술 훈련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곳 승마장에서는 초보마장으로 불리우는 비교적 규모가 적은 사각마장에 고깔로 원형모양을 만들어 초보자를 위한 공간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 지어지는 원형마장의 필요성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내츄럴홀스맨십의 기본훈련에 들어갈 때 자유조마를 말에게 가르치는 경우 원형마장이 꼭 필요하다. 특히 방향전환을 시킬 때 한쪽을 거부하는 말의 행동을 교정하려면 원형의 공간이 있어야 훈련이 가능하다.

 

 

승마장 여건으로 보아 원형마장은 조마장 외에 방목장으로도 쓰임새가 많을 것이다. 칸타나 아마르도 원형마장 안에 풀어놓았더니 사방으로 '뷰'가 시원하여 편안한 자세로 구경하며 놀았다. 아직 돌이 많아서 구르면서 모래목욕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눈치를 챈 칸타는 뒹굴지 않았고 아마르는 한 번 누웠다가 돌에 배겨서 얼른 일어났다.

 

 

 

 

 

공사는 남자들 몫이 되었고 말 타러 왔던 아낙네들이 쑥 뜯고 보리 뜯느라 삼매경이다.(나도 있음) 나중에 쑥은  사람 입으로, 보리싹은 말 입으로 들어갔다. 이 순간이야말로 힐링의 시간이다.

 

 

 

 

원형마장이 지어지는  동안 칸타가 사람들이 저기서 뭐하느라 수런거리나 관심을 보였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려나 기대하는 것처럼 응시한다.

 

 

 

 

 

                       딴청 부리고 있는 것 같아도 사람의 일거수일투족 동향을 항상 신경쓰고 있다.

 

 

 

 

 

도심지형 승마장에서는 말의 활동공간이 제한되어 있어 그나마 승마장 안의 여러 공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말을 지루하지 않게 하고 운동을 흥미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만일 어제 실내마장에서 운동했다면 오늘은 야외마장에서 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다. 또 방목도 어느 날은 야외마장에서 어느 날엔 원형마장에서 하는 식으로 옮겨다니면 그런대로 재미난 활동이 된다. 그렇게 컨디션을 조절해주면 말의 기분이 좋아져서 발걸음도 더욱 가벼워진다.

 

 

 

 

 

                                                   칸타와 아마르가 좋아하는 상황이 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팬스 밖에서 다가와 바라보고 말 걸어줄 때, 사각마장 안에서 함께 운동하는 말 동료나 사람들 틈에 섞여 누비고 다니는 것, 이런 것을 좋아한다.  그럴 때 칸타나 아마르가 그 옛날 프랑스나 러시아 궁정 무도회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커플 춤을 추면서 사교를 하던 그런 분위기로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그래서 내게는 승마가 늘 축제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추카추카

 

원형마장 짓느라 애쓰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과 채워갈 행복한 시간들에 마음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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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르는 승마장에 찾아오는 사람을 무척 좋아합니다. 사람을 발견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바라보고 다가갑니다. 아마르가 종종 이유없이 기분이 좋을 때 할머니에게 커다란 눈망울에 하트를 담아 뿅뿅 쏘아대기도 합니다. 엄마 칸타빌레랑 밖에 나와 놀던 이 순간도 무척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혀가 신기하게도 하트 모양입니다. 저는 이 순간을 아마르가 세상 모든 말을 대신하여  사람들에게  사랑의 선물을 보내는 거라고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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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방목의 기록입니다.

 

 

 

 

 암말 칸타빌레. 보통은 칸타라고 부르죠.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지만요.

 

 

 

 

혼자서 굴요 연습하는 거니???

 

 

 

 

모래목욕 하시게? (우리 관리사 말투임)

 

 

 

 

칸타 얼굴은 심각. 팬스 너머에서 자라는 파들이 갤러리가 되어 구경한다.

 

 

 

 

어휴 ~ 저 저 저 배를 어떡흐니? (지 아빠 말투)

 

 

 

 

잔근육이 일렁이는 것을 보니 비벼대느라 몸을 섬세하게 쓰고있음을 짐작케 한다.

 

 

 

완전한 수직자세.

만일 말이 기도를 한다면 이런 자세일 것 같다.

오 하느님~  하늘에서 당근을 비처럼 내려주세요 ~

호홋 …

 

 

 

 

칸타는 이편에서 저편으로 몸을 넘길 때 반동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모래목욕의 달마.

 

 

 

 

얼굴이 편안해 보이십니다 ~

 

 

 

 

칸타의 가슴이 근육이 잘 발달한 남자처럼 보인다.

 

 

 

 

아이고~ 저 뱃살을 어이 하나 ~ (지 엄마 말투)

 

 

 

 

다시 반대로

 

 

 

 

배가 쏙 들어갔네

 

 

 

 

 이쯤 해서

 

 

 

모래목욕을  마무리 할 것 같지만

 

 

 

                           요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아까가 워밍업 수준이었다면

 

 

 

                  지금이 본게임이다

 

 

 

                 이럴 땐 통닭인지, 캥거루인지 도무지 말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제

 

 

 

 

                               일어나겠지 했는데

 

 

 

                                                                                도로

 

 

 

 

                                                                             누워버렸다

 

 

 

 

 

 

 

                                    아무 때나 모래목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할 때 실컷 해둬야 한다

 

 

 

                                                                          일어나기 동작

 

 

 

                                                           다 일어나자마자 연속동작으로

 

 

 

                                            뒷발을 땅에서 떼지 않고 축을 삼아 핑그르르 돌아서

 

 

 

 

                                                              그대로 도약하며 세레모니를 한다

 

 

 

                                                                자랑하듯이 머리도 흔든다

 

 

 

나 전생에 발레리나였나봐

 

 

 

 

                                                                그 다음 순서는 도약과 질주의 향연이다

 

 

 

 

 

 

 

 

 

 

 

 

 

 

 

 

 

 

 

 

 

 

 

 

 

 

 

 

 

 

 

 

 

 

 

 

 

 

 

 

 

 

 

 

 

  도약과 질주를 하며 몸이 풀리고 나니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어 목을 늘리고 머리를 떨군다

 

 

이럴 때 곧잘 푸르르륵~ 소리를 세차게 낸다

 

 

 

이렇게 칸타가 잘 놀아서 몸이 잘 풀어진 날에는 기승운동할 때 워밍업 시간이 단축되고 말 입도 부드러워서 기승감이 좋다

 

 

 

 

이런 날에는 바람이 불고 주변이 어수선해도 잘 놀라지 않고 집중도 잘된다.

 

 

 

 

 

 

 

 

 

 

 

 

 

 

 

 

 

 

 

 

 

 

 

 

 

 

 

 

 

 

 

 

                                                   보아하니 대충 놀거 다 놀았다는 눈치다.

 

 

 

 

                                                        또다시 굴요연습 삼매경에 빠져들고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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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르는 얼굴의 앞면만 마스크 쓴 것처럼 남기고 몸 전체에 난 털을 시원하게 밀어냈다.

 

 

​칸타는 얼굴 앞면과 다리를 남긴 채 털을 밀어냈다. 워낙 예민한지라 진정제 주사를 맞고 삭모했는데도 얼굴과 다리까지는 건드리기 힘들어서다. 자칫 무리하게 하려다간 삭모기 날에 피부를 다칠 수도 있으므로 애써 다 밀려고 할 것까지는 없겠다. 다리털을 밀지 않으니 롱부츠라도 신은 것 같아 나름 보기에 좋다.

 

 

 

​아마르는 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이고, 칸타는 처음 삭모를 하는 것이다. 내 소신으로 말하자면 '자연 그대로가 좋은 것이여~' 이기 때문에 해마다 조금씩 빠져나오는 털을 솔로 제거해주는 일을 재미삼아 누려왔다. 십여년 전 처음 말을 탔을 때 봄날 사쿠라(왠지 벚꽃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찐한 느낌이 온다) 꽃잎이 난분분 흩날릴 때 ,내가 타고 있는 말의 털이 훌훌 날려서 꽃잎과 섞이고 바람에 실려가던 광경이 낭만적인 추억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인가 말털을 기계로 순식간에 낙화처럼 바닥에 뚝뚝 떨구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다.

 

 

                                   (​클럽말 조이, 삭모하는 중)

 

 

 

​그런 내가 올해부터는 매년 이맘때 삭모를 시켜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에서고, 말 입장에서도 훨씬 좋을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삭모 후 '클로르헥시딘클루콘산염액' 이라는 성분이 든 약용샴푸를

                         물에 희석한 것을 몸에 잔뜩 바르고 그 상태로 10분 기다리는 중인 아마르)

 

 

                                  ​(샴푸목욕 도구들) 

 

 

 

(약용샴푸 목욕이 끝나고 몸을 말리며 간식을 먹는 칸타, 복대가 지나가는 아랫배에 하얀 점이 '윤선'이란 피부병이 발생한 자리다. 비늘딱지처럼 생겼는데 항균연고를 잔뜩 발라놔서 하얗게 보인다.)

 

1. 피부병의 조기발견과 빠른 치료를 위하여

작년에 아마르가 태어나 처음 삭모를 하게 된 계기가 피부병 때문이었다. 퍼질러 앉아있기를 좋아하다보니 아랫배 피부가 습기와 오염물질에 노출되어 그만 피부병이 생긴 것이다. 빨리 낫게 하려면 피부를 청결하게 하고 소독해주어야 하는데 웃자란 더부룩한 털이 뒤덮인 상태에서는 곤란했다. 그래서 부리나케 삭모를 시켰더니 병소에 감염된 부위가 어디까지이고 어느 정도 심한지 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주일에 두 번 약용샴푸로 목욕시키고 덜 마른 상태에서 포비돈 원액으로 소독했다. (덜 마르면 피부에 물기가 있어서 포비돈을 희석할 필요가 없다.) 그 후 1주일 정도 매일 포비돈 희석액으로 소독했더니 곧 완치되었다.

 

올해는 칸타에게서 피부병이 보였다. 복대가 닿는 자리여서 복대 채울 때마다 말이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얼른 치료에 들어가자 싶어 치료의 준비단계로 삭모를 실시했다. 삭모를 하고 나니 내가 미처 모르던 피부병 병소 부위가 몇 군데 더 발견됐다. '어 생각보다 심각하네' 싶어서 삭모를 안 했으면 모르고 지나가서 피부병을 더 키웠겠구나 싶었다.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다른 말에게서도 피부병이 더러 발견됐다. 나의 경험으로도 해마다 4월이면 말에게 발생한 크고작은 피부병 치료하던 일, 전염을 막기 위해서 그루밍도구를 각별히 따로 관리하던 일이 기억난다. 전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대부분의 승마장에서는 말 목욕이 중단된다. 온수를 공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온수가 나오더라도 잘 말리는 일이 무척 어렵다. 말은 목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하고 땀 흘리고, 땀을 닦아준다고 해도 마의를 입고 지내기 때문에 통풍도 잘 안되니 피부병 발생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그러다 봄이 오면 기온이 높아지면서 세균이나 곰팡이균이 증식하면서 말에게 괴로움을 주는 피부병이 나타나게 된다.

 

2. 목욕시간의 단축

 

3월부터는 낮기온이 영상 10도에서 20도 사이로 올라가는 날이 꽤 여러 날이다. 그런 날은 말 목욕을 시키게 된다. 말 목욕은 물을 끼얹어 씻겨내리는 일보다 사후에 말려주는 일에 방점이 찍힌다고 보아야 한다. 훑개로 물을 제거하고 수건으로 닦아주어도 몸에 물기가 다 마르기까지는 최소한 1시간은 걸린다. 물기는 말 몸의 높은 곳부터 마르기 시작하여 점차 아래로 내려가는데 가장 늦게 마르는 곳이 구절 아랫부분이다. 말의 뒷발목은 오목한 홈까지 파여 물기가 고여있기 딱 좋은데 그냥 내버려두면 다 말랐다 생각했어도 축축하여 피부병이 쉽게 발생한다. 발굽부위의 피부병은 몸통에서 발생한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삭모를 하면 목욕하고 말리는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몸통은 순식간에 마르고 발목부위만 수건으로 잘 문지르면 된다. 말의 몸이 잘 마르지 않은 채 마방에 들어가면 간지러워서 바로 뒹굴어 목욕을 도로아미타불로 만드는 수도 있고, 습기로 인해 피부병도 발생한다. 그래서 말 몸을 잘 말려주어야 하는데 말 입장에서는 밖에 서서 오래 말리는 일이 괴롭다. 보통 운동 끝나고 목욕하는 것이니 장안시간부터 계산하면 두 시간 이상 마방에 못 들어가서 목 마르고,배고프고 무엇보다 소변 마려운 일이 괴롭다. 얼른 몸을 말려서 마방으로 돌려보내야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고 말이 편안할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밥주고,마방 치우는 일 외에 말 관리를 직접하기 때문에 목욕시켜서 말리느라 오래 기다리게 되면 개인시간을 너무 지체하게 된다. 물론 그 시간에 아이들 곁에서 대화도 하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지만 거의 매일 그리 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선 아이들 삭모시켜 놓으니 얼른 씻기고 말려서 관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3. 저체온증 방지와 청결유지

강한 정도의 운동을 하면 말은 온몸이 땀범벅이 된다. 때로 낮기온이 높은 날에는 설렁설렁 운동했는데도 말몸에 땀이 많이 난다. 그럴 때 말의 털이 길다면 그 축축한 습기로 인하여 말의 체온이 내려갈 것이다. 사람도 땀배출이 되지 않는 옷을 껴입은 채 땀을 흠뻑 흘렸을 때 몸이 얼마나 추워지고 그 느낌이 좋지 않은지 알 것이다. 등산과 같은 상황에서는 하산시 등산객의 체온급강하가 위급상황을 불러올 수 있음도 잘 알려져 있다. 말도 그렇다. 촘촘한 털이 땀에 적셔져 자연건조 되라고 그냥 방치한다면 불편하기도 하고 다른 질병에 노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땀을 잘 닦아주고 담요를 덮어주어야 한다. 가장 최악의 상태는 땀을 흠뻑 흘린 말을 위한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태에서 두꺼운 마의를 훌러덩 덮어씌우는 것이다. 그러면 말은 가려워서 어쩔 줄 몰라 마방벽에 몸을 비비고 축축한 상태에서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삭모를 한 상태라면 가볍게 닦아내고 마의를 입히면 말이 한결 쾌적하겠다.

 

4. 말과 사람의 호흡기 건강

 

말 그루밍해주는 일은 말과 사람 모두에게 정신적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 느낌이 좋아서 그루밍타임을 좋아하는데 그러는 동안 나와 말 주변으로 먼지와 말털이 그득하다. 다 말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이다. 털이 짧을 때는 괜찮지만 털이 빠지는 시기에는 방진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콜록거리는 기침이 나오는 것이 호흡기에 부담이 가는구나 느껴진다. 사실 말이 사는 환경에는 먼지가 많다. 톱밥이나 건초, 마장에서 말발굽에 묻어 바닥에 흔적이 남겨진 흙 등이 먼지제공처다. 그래서 말과 지내며 이런저런 건강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지만 호흡기 건강은 살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언젠가부터 들었다. 기왕이면 그루밍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려 하지만 잊을 때도 많다. 아이들 삭모를 하고 나니 공기에 날리는 것들이 없어 호흡기 건강에 대한 우려를 많이 덜게 되었다.

 

5. 미용

 

남자도 아무리 말끔하게 차려입고 머리도 손질했지만 결정적으로 면도를 하지 않았다면 다른 부분까지도 빛이 바래고 만다. 그것처럼 말도 털이 자라 여러 방향으로 웨이브지고,길이와 색깔도 조금씩 차이가 지면 말의 미모가 다 살아나지는 않는다. 말의 털을 밀어주고 나니 피부털이 균일한 톤을 띄게 되고, 근육의 형상이 드러나서 말의 매력이 한결 돋보이게 되었다.

 

이상이 ,왜 우리 아이들 삭모를 시켰는지에 대한 이유라 하겠습니다.

 

 

 

(클럽말 조이 삭모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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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다가 턱 밑에 늘어진 로프를 밟고 펄쩍 일어설까봐

 로프는 귀 뒤로 넘겨 올려놓았다.

 

가끔 칸타가 귀여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이럴 때 그렇게 느껴진다.

 

 

 

 

 

 

 

​기승운동이 끝나고 보리밭에 갔다.

보리밭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와 칸타 뿐이었다.

요즘엔 보리밭에 우리만 있을지라도 칸타가 느긋하기 때문에 이날도 그럴 줄 알았다.

 10여분이나 지났을까, 칸타가 머리를 높이 들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럴 때 내 눈높이에서 올려다보는 칸타의 얼굴은 까마득하게 멀다.

 

 칸타가 입에는 보리싹을 문 채로 얼음이 되었길래 대체 뭘보나 시선을 따라가니

멀리 떨어진 논에서 사람 너덧 명이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칸타로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해독되지 않는 행위를 하고 있으니 바짝 긴장한 것이다.

로프를 흔들고 서있는 자세를 바꿔주어도 긴장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각 마장에서는 토요일이라 많은 사람이 말타고 있었다.

만일 칸타가 긴장을 못 이기고 뛰어들어간다면 갑작스런 상황에 다른 말이 놀랄 수도 있었다.

 

칸타에게 마지막으로 "풀 먹을래? 들어갈래?" 물으니 들어간다고 마방쪽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그럼 그러자꾸나." 나는 순순히 칸타의 바람을 존중했고,

우리는 좀 서두르는 걸음이긴 했지만 마사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가자 입구쪽으로 막 운동을 하려는 말,운동 마치고 들어온 말이 섞여 북새통을 이루었다.

일찌감치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마르와 할방님도 만났다. " 어 벌써 들어오네." 하는 말을 말을 남기고 둘은 보리밭으로 총총 사라졌다.

 

 

 

 

 

 

​칸타는 잔칫집에 갔다가 막 상에 앉아 먹으려는 찰라 갑자기 일어나 나와서 집에 오게된 격이다.

 칸타가 아쉽겠다 싶어 볏짚을 좀 갖다주고 먹으라 했다.

그날 따라 볏짚은 질기고 뻣뻣해서 맛이 없어 보였다.

칸타도 구미에 당기지는 않았지만 달리 할일도 없어서 의욕없이 그저 우물우물 씹어댈 뿐이었다.

한참 칸타를 바라보니 그 얼굴엔 생각이 많아보였다.

'내가 왜 일찍 방에 들어온 걸까? 아마르는 지금쯤 배터지게 보리싹 뜯어먹을 텐데 ……'

 

 

 

 

 

 

 

​다음날 다시 칸타를 데리고 보리밭에 갔다. 운동 끝나자마자 곧바로 직행했다.

같은 상황이라도 몸에 마구가 채워져 있을 때 말은 더 안심하고 순응한다.

어제처럼 농사짓는 사람이 언뜻언뜻 보여도 칸타가 긴장하지 않도록 운동하던 행색 그대로 데리고 온 것이다.

칸타는 어제보다 더욱 편안했다.

보리밭 가장자리쪽으로는 웬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일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아저씨가 "나도 옛날에 소 키웠는데 …" 하고 말을 걸어와서 알게된 사연인즉,

서울 사는데 김포에 땅을 사두는 바람에 종종 들러 그 땅에 묘목 심어놓고 관리하는 거라고 했다.  그분이 바로 지주였다.

 

사람 태우던 말을 데리고 나와 풀 뜯기는 모습도 흔한 풍경은 아닌지라

지주는 처음에 우리를 힐끔힐끔 보다가 나중엔 아예 다가와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가까이에서 말 구경도 하게 되었다.

아주머니도 화장실 드나드느라 지나가면서 우리에게 한마디씩 살가운  얘기를 건네기도 했다.

그 뒤로 칸타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전까지는 승마장 쪽으로 가까운 보리밭 언저리에서만 맴돌았는데

아저씨,아주머니랑 대화를 주고받은 후엔 활동반경이 넓어져서 그분들이 일하는 경계선까지 진출했다.

칸타의 심리는 이렇다.

1. 엄마랑 말 섞는 걸 보니까 믿어도 되겠다.

2. 저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고 있어. 나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 거야.

 

 

 

 

 

 

 

 

​그분들이 하던  작업의 내용은 이것이다.

 작년에 사다가 심은 감나무가 잘 자라도록 훗날 풀을 뽑아주어야 할 텐데 자주 못오니

어린 나무들이 자라는 땅에 전체적으로 검은 비닐을 씌우는 거다.

그러면 햇빛을 받지 못한 풀이 자라지 못하는 이치다.

 

 

 제초제를 확 뿌리는 방법도 있지만 옆에서 말 키우는데 해가 될까봐 차마 그럴 순 없노라고 했다.

마음씀씀이가 참 고마운 분들이다.

 

 

 

 

 

 

 

 

 

 

​그런데 말들은 검정비닐을 무척 두려워한다.

색깔 때문에 그렇다.

얼마 전 승마장 안의 세마장 바닥에 검정 고무판을 깔아뒀는데 처음 들어가는 말마다 놀라서 덜덜 떨고 난리가 났다.

 칸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칸타가 검정비닐 옆에서 천연덕스럽게 보리싹을 뜯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서산에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있어서 오늘 안에 집에 돌아가야 하는 그분들의 마음이 바빠졌다.

그러다 보니 검정비닐을 '펄러덕 '소리가 나게 공중에 들쳐서 판판하게 깔았다.

그 소리와 광경이 꽤 자극적이었는데도 겁쟁이 칸타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아마르도 운동 끝나고는  목욕을 시원하게 하고 밭으로 나왔다.

아마르는 아까 낮에 검정 비닐 옆에서 둔감화훈련도 하며 적응하도록 했었다.

그런데도 옆에서 비닐이 펄럭 하는 기미가 보이자 움찔하며 '이크' 피하는 시늉을 했다.

할방님이 아마르를 데리고 비닐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섰고 ,칸타도 그쪽에 있지 말고 오라고 불렀다.

그러나 칸타는 검정비닐 옆에 오래 머물고 싶어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제와 너무 다른 칸타의 변신에 웃음이 나왔다.

 

 할방님과 그 소감을 주고받기를 ,

아무래도 칸타가 엄마의 신뢰를 얻으려고 자기가 얼마나 용감한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중인 것 같다,

어제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서는 후회를 엄청 많이 했나보다, 뭐 이런 얘기 등등을 했다.

 

                                             (이날 낮에 승마장 주변으로 산책나갔던 아마르 모습

 

 

 

아마르도 예민하게 굴다가도

동네 한바퀴 돌고 오면 눈이 초롱초롱 해져서 어지간한 자극에 휘둘리지 않고 편안히 운동한다.

 

 

 

 

 

 

 

밖에서 좀 센 환경적 자극을 받아들이고 오면

승마장 안에서는 경계도,긴장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칸타도 요즘 자주 보리밭에 나가 놀다 들어오니 야외 운동장에서 운동할 때

바람이 불고 비닐이 좀 펄럭거려도 긴장하지 않아서  훨씬 수월하고 내 마음도 평안하다.​

 

 

 

 

 

 

아무튼 겁쟁이 우리 칸타가 요즘 '또 언제 보리밭 가나!' 하고

기대하고 얼른 따라나서는 모습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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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에 마주들이 모여 당근씨를 뿌렸다.

날씨는 화창하고 따뜻했다.

작년 가을에 밭에서 싱싱한 당근을 뽑아다 말 아이들에게 먹이던 좋은 기억이 남아있어

다들 대충 말 타다가 부랴부랴 내려서 밭으로 달려갔다.

 

 

​1봉지를 그릇에 쏟아보니 새 모이만큼 나왔다.

당근씨는 커서 당근이 될 거라고 주황색이고 크기가 참깨알보다 조금 컸다.

 

 

​밭은 미리 잘 갈아엎어 길다란 고랑으로 블럭이 나누어져 있었다.

우리(칸타네)는 크리스네랑 한 고랑을 공동 경작하기로 했다.

씨를 뿌리려면 먼저 씨 뿌릴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대략 15 센티 간격으로 홈을 팠다.

 

 

브릿지 마주님이 당근씨 심을 자리를 차근차근 만들고 있는 두번째 줄이 칸타와 크리스네 밭이다.

 

 

브릿지 맘 :   ​'요런 자세로 씨를 솔솔 뿌리면 될 것 같아요'

 

 

 

​한편 마장에서는 그 시각 마장마술 말 훈련 시키느라 활력이 넘쳤다.

"더 액티브하게 보내세요! " 하는 외침이 들리고 ,말이 펄펄 날아다니는가 하면

게걸음치듯 옆으로 신속하게 나아가기도 했다.

 

말들의 활력과 생동감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 분위기와 하모니를 이루는 듯했다.

이곳에 뿌린 당근씨들은 날마다 말발굽이 땅을 울리는 소리를 듣고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원장님 말씀으로는 한 고랑에 씨 두 봉지가 적당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하려면 거의 한 개씩 집어서 간격을 맞춰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날의 농부들이 누구인가?

다들  경험없는 초짜 농부 홀스맘인지라 다 뿌리고 보니 한 고랑에 4봉지가 들어가고 말았다.

콩나물처럼 빼곡하게 올라오는 당근 솎아내려면 쉽지 않겠네~

그래도 다들 농부로 첫 발을 내디뎠다는 자부심은 크다.

 

 

​씨를 다 뿌렸으면 바람에 날아가지 않고 양분을 잘 빨아들이도록

이불 덮듯 흙을 살살 잘 덮어주어야 한다.

흙에는 마분이나 톱밥이 보인다.

말이 먹고 뒤로 내놓은 것을 흙이 품어서 당근을 쑥쑥 자라게 한다.

그 당근을 말님들이 냠냠 먹는다. 자연의 순환이다.

 

 

​엄마 따라 나들이 나온 크리스 동생 슈나우저 예지란다.

 

 

 

​원래 요 자리에서 갤러리 하랬는데 예지가 얼떨결에 자꾸 마장 안으로 들어가서 밭 옆으로 옮겨주었다.

입고있는 퀼팅조끼가 승마패션스럽다. 부츠만 신겨주면 완벽?

 

 

한강에서는 너무 익숙한 풍경이지요 하하 ~

 

당근농사가 풍년이 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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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이라 더워서 아마르는 털도 짧고, 머리도 땋아내렸는데 장제사들은 긴옷 차림이다.  발굽을 삭제해주는데 아마르는 왜 눈을 질끈 감고 혀를 메롱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루를 건너뛰고 승마장에 나가 보았더니 칸타와 아마르의 발굽이 깔끔했다. 지난 삭제일로부터 55일이 지난 싯점이다. 삭제 전날 내일은 안 나올 것이니 아이들 발굽을 단단히 관리해두자 싶었다. 삭제한 지가 오래 되어 아이들 발굽에서 제차 경계선 부위가 거뭇하고 꼬리꼬리한 냄새가 풍겼던 거다. 꼼꼼하게 긁고 털어낸 후에 포비돈을 스프레이로 칙 뿌려놓았다. 그랬던 발굽이 다시 와서 보니 도자기처럼 매끄럽고 깨끗했다.

 

 

 

 

                                      박건영 장제사팀 .  아마르는 선풍기바람 맞으며 시원하겠다.

안장이 보이는 공간에 지금은 안장실이 지어져서  '그때 그 시절' 추억의 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사진들은 작년에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관하다가 연말에 단체로(?) pc에 이주시킨 사진 중 일부다. 매달 보는 장제 풍경은 승마를 하며 접하게 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다. 발굽은 가장 낮은 곳에서 말과 사람의 체중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니 가장 고단한 말 신체 부위일 것이다. 그런 발굽이 편안하도록 돌보는 작업이 바로 장제다. 

 

 발굽을 위하여 장제사는 허리를 굽히고 발굽을 소중하게 감싸쥔 채 목공예라도 하듯 섬세하게 깍아야 한다. 장제사가 발굽에 몰입하는 동안 허리를 굽힌 작업자세에서는 겸손함을, 발굽을 매만지는 손길에서는 타자(他者)에 대한 존중감을 느끼게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사뭇 경건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아름답다고 느끼지 아니할 수 없다.

 

여름날에도 장제사는  긴팔에 긴바지 장제용 가죽 챕까지 두르고 작업해야 한다. 말 한 마리를  장제하고 나면  땀범벅이 되고야만다. 그런  장제사 모습에서 요즘에 주변에서 찾아보기 귀한  노동의 고단함과 신성함을 느낄 수 있다. 장제를 하는 공간은 그곳이 어디건 간에 그 노동의 신성함과 생명을 보살피는 노동의 의미로 인하여 성소(聖巢)로 변한다. 쇠를 달구는 불꽃, 달구어진 쇠에 발굽이 닿을 때 피어오르는 연기, 비일상적인 발굽 타는 냄새, 일하는 사람의 경건하고 침착한 자세가 성소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날마다 발굽 들여다보는 일은 나의 일과다. 칸타나 아마르도 하루에 한,두 차례는 발굽을 들어 바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그렇게 알고 있다. 말을 타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타는 말의 발을 손으로 들어보아야 한다.

 

말마다 다리가 균일한 상태가 아니므로 쉽게 드는 발과 어렵게 주는 발, 아예 안 주려는 발도 있다. 또 사람이 잡고 있어도 오래 유지하는 발과 얼른 내리고 싶어하는 발이 있기 마련이다. 보통 얼른 내리고 싶은 다리의 반대편 쪽이 불편한 다리다. 두 다리로 부담하던 체중을 아픈 쪽으로 다 부담하려니 힘들어서 그렇겠지.

 

그런 상태를 느끼면 말 다리가 어디가 튼튼한지 약한지를 체크할 수 있어서 기승했을 때 어떤 운동의 모습을 보일지 읽을 수 있다. 만일 평소 잘 주던 다린데 잘 안 준다면 탈이 난 게 분명하다. 이러한 과정을 발굽과 대화하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아마르 발굽은 편자를 신기지 않는 자연발굽으로 매우 건강하다.

 

아마르의 발굽을 파줄 적에 재미있는 점이 있다. 앞다리는 교육을 받아서 '풋!' 하고 외치면 들어준다. 뒷다리는 내가 직접 들어주는 것을 싫어한다. 비절 근처를 만지면 저 스스로 다리를 들어서 들고있으려고 한다. 처음 들어올려서는 허공에 헛발질처럼 잠시 허우적거리다가 균형을 유지하며 들고 있는 거다. 한 마디로 '혼자서도 잘 들어요!' 하고 의지를 보이는 거다. 할머니 팔 아플까봐 그런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 내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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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에 2명의 수의사가 방문하여 4필의 말에 대한 치과진료를 하였다. 그 중에 우리 아이들 칸타와 아마르도 껴있다. 지난 겨울부터 칸타가 운동 중에 재갈을 불편해하면서 입을 벌리는 일이 잦고 간혹 머리를 흔들기도 해서 칸타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러 원인을 생각해보다가 칸타가 언제 정치를 받았나 진료기록노트를 찾아보니 아뿔사 2년이 훨씬 지나 있었다. 부랴부랴 마치의 전문 수의사에게 연락했고 덩달아 아마르까지 말끔한 진료를 받았다. 이후 아이들이 운동할 때 입안이 편안하니까 집중력이 높아져서 좋아진 기승감각을 체험하고 있다.

 

 

 

 

​서양의 동화 중에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가 많다. 그 중에 꼭 칸타공주님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곳에 공주가 찾아왔다. 그러나 진짜 공주인지 인증되지 않았다. 그 공주가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잠자리 침대 바닥에 콩알을 놓고 매트리스를 열 장쯤 쌓았다. 그곳에서 자고난 공주님이 등이 배겨 불편했노라고 하소연했다. 그래서 진짜 공주임이 판명났다. 얼마나 예민하면 열 장 매트리스 위에서 자고도 등이 배길까. 그 공주에 버금갈 정도로 예민한 공주를 말 중에서 찾는다면 칸타쯤 될 것 같다.

 

개그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쩍 벌린 칸타의 입안을 위로 올려다 보았다. 어금니들이 일렬종대로 볼살과 맞대고 길게 나 있었다. 수의사가 장갑낀 손으로 볼살을 들쳐올려 이의 상태를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어금니가 사람처럼 가지런하게 둥글둥글 옥수수알처럼 보이지  않았다. 관리받은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어금니의 단면은 바깥으로는 볼살과 이웃하고 안쪽으로는 혀의 측면과 기대었는데 그 부분들이 울퉁불퉁을 넘어서 뾰족하기까지 했다. 그 모양과 유사한 이미지라면 이런 게 떠오른다.

 

요즘은 통조림 뚜껑이 원터치캔이지만 옛날 클래식한 통조림들은 따개를 이용하여 찌걱찌걱 굴려서 뚜껑을 땄다. 따고나면 동그란 뚜껑의 절단면은 뾰족뾰족하여 손이라도 댔다간 베이기 십상이다. 꼭 불규칙하게 마모된 어금니 단면끝이 잘라낸 통조림 뚜껑 절단면처럼 보였다. 처음에 마모될 때는 빨래판의 굴곡 같았다가 더 시간이 흐르면서 뾰족해졌을 것이다. 볼에는 상처가 났다가 아문 흔적도 보였다. 이 지경이었으니 예민한 공주님 칸타가 얼마나 신경쓰이고 불편했을까 싶다.

 

 

 

 

​     아마르의 입안도 사정은 칸타랑 비슷했다. 다만 성격이 무던하니까 별 티를 안냈던 뿐이다.

 

 

 

 

​아마르는 낭치도 하나 뽑았다. 사람의 사랑니처럼 불필요하면서 ,말의 어금니 맨 앞줄에 콩알만하게 나서 재갈을 건드리는 놈이다. 마취주사를 맞고 핀셋으로 낭치를 뽑아냈다. 말에 따라서는 뿌리가 깊어 뽑기 힘든 낭치도 있다고 한다. 아마르의 입안에서 존재감 없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승용마의 전도양양한 앞날을 위하여 그만 치워지고 만 셈이다. 아마르가 진료 받을 때는 태연한 얼굴이었는데 다 끝나고 나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 주루룩 떨어졌다. 나름 힘들었나보다.

 

 

 

 

​아마르를 처치하는 동안 이미 끝난 칸타는 진정제 효과가 남아있어 회복하라고 그냥 세워뒀는데 어느 순간 깊고도 긴 '푸우우우'하는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그 와중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거다.

 

(다른 사례)

 

말 3.

8살이 되도록 한 번도 관리받지 못했다. 어금니의 단면은 통조림 절단면을 넘어 톱날처럼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어금니 맨 앞엣니가 혼자만 마모되지 못해서 갈고리 모양을 형성하고 있었다. 운동할 때 늘 머리를 흔들던 이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진료과정을 보지 못한 마주는 나중에 수의사에게 결과 보고를 듣고는 애마가 그동안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며 마음 깊이 아파했다고 한다.

말 4.

 

18살 정도고 그동안 규칙적인 관리를 받았다. 문제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충치가 있었다. 말 어금니 중에서 충치가 잘 생기는 전형적인 자리라고 한다. 그 자리 충치가 더 진행되면 염증이 상악골로 유입되어 코에서 악취가 심한 콧물이 흐르게 된다고 한다.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겠고 충치가 심해지면 뽑아내야 한다.

 

 

 

 

 

​말의 치아관리를 잘 하면 말이 기승운동을 더 잘하게 되므로 타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말이 기승운동 중에 보이는 많은 문제점이 입안의 치아문제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제 봄이 앞다투어 오고  좋은 날들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그 좋은 날에 말과 더불어 즐기기 위해 말의 치아관리는 필수다. 입안에 통조림날이나 톱날을 문 말에게 무엇을 요구하여 말에게  고문이 되기를 원하는 승마인은 결코 없을 것이다.

 

 

 

​<승마 교감의 예술>(케이트 박 ,저)에 보면 이 문제가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소개한다. (페이지 280 - 281.)

 

이가 탈이 났을 시  운동할 때의 증상들

 

재갈 받기를 싫어한다.

코끈을 매거나 볼을 만지는 것을 꺼린다.

얼굴이 붓는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든다.

구보를 시작하거나 답보변환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거나 한쪽으로 돌리는 것을 어려워한다.

수축운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버킹을 한다.

재갈을 제 위치에 물려 커뮤니케이션 하기가 어렵다.

입을 벌린다.

 

말의 편안함과 안전하고 쾌적한 기승을 위하여 1년에 1회 정도 '묻지마 치과진료'를 무조건 받는다면 좋을 것이다.

 

 

                                           ​어제 낮에 점심 먹는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우물우물 편안하게 잘 먹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마방에서 건초 씹는 모습이 힘들어보이고 , 건초를 겔겔 흘리거나 하는 말 친구도 치아상황이 안 좋을 수 있겠다. 기승전후에 콧잔등 주변에  뽀뽀하고 싶은데 입냄새가  심한 말도 치아로 인한 염증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참고>

아이들 정치는 그린벨 이콰인 동물병원에서 수고해주셨습니다.

http://cafe.naver.com/equine/232

 

 

 

 


승마: 교감의 예술

저자
케이트 박 지음
출판사
느린걸음 | 2010-02-10 출간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책소개
승마레슨, 장구, 말관리 등 승마의 모든 것을 담은 승마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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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겨울 .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레이의 모습.

 

 

 

                             

                          ​전용 하우스(원래 송아지 방)가 딸린 전용 패덕에서 방목 중인 레이.

 

 

 

                

                                      ​반으로 접힌 무릅담요 마의가 롱스커트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그만큼 레이는 앙증맞게 작았다.

 

 

 

 

                    ​

                                             지금은 떠나고 없는 친구 마티.

                                    마티는 강원도 어느 목장에서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레이는 2014년 내내 먹고,자고,놀았다.

 

 

 

                                                     

  그러다 문득 지난 겨울에 보니 몸통이 엄청 커져 있었다.

 

 

 

 

2015년 3월 1일 삼일절이다. 

 

 

 

 

레이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클럽회원으로 평소 말 훈련을 매우 좋아하고 잘하는 분이다.

 

 

 

 

레이!  사진발이 참 좋다. 흰색과 밤색의 조화가 오묘하고도 아름답다.

 

 

 

 

조가비같이 앙증맞은 발굽 청소도 하고. 

 

 

 

 

작은 말 전용 서부안장도 맸다. 

이 멋진 말을 탈 카우보이는 어디로 갔는가?

 

 

 

처음 안장을 사왔을 때는 복대가 남아돌아갔는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배가 커져서

 복대가 말 아랫배만을 겨우 가리고 있다. 

 

 

 

 

레이 공부의 목표는 30kg 아래로  체중이 나가는 기승자( 어린이) 를 태우는 것이다.

 

 

 

 

 기승자 체중을 부담하면서 균형을 잡는 법, 지시에 따라 속도조절, 방향전환 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 목표를 위하여 레이는 모래주머니를 안장 양쪽에 매달고 걸어간다.

 꼭 히말라야의 소금 팔러 가는 말을 연상케 한다.

 

 

 

 

수상한 행색을 하고 어딘가로 가는 레이를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칸타. 

 

 

 

 

실내에서 바깥으로 나와 걷는 동안 잠시 환경적응을 하고. 

 

 

 

 

가는 길에 낯선 물체를 익히기도 하고 

 

 

 

 

본격적인 공부를 할 차례. 오늘은 두 줄 고삐 훈련 3일 째다. 

솜씨 좋은 선생님이 어디서 구했는지 레이에게 맞는 재갈과 굴레도 뚝딱 만들어 착용했다.

 

 

 

 

말이 사람의 체중 부담 없이 재갈과 연결된 고삐의 감각을 익히고

사람의 부조에 맞춰 전진, 방향전환, 정지 등을 익히는 훈련법이다.

아마르도 소싯적에 이 훈련을 여러 번 받으며 자란 기억이 난다

 

 

 

 

훈련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안정적인 이 모습에 이르기까지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작년 봄, 내츄럴 훈련을 받을 기회가 생겨

처음 끌기를 시킬 때만 해도 이리 튀고,저리 튀고 종잡을 수가 없었다.  

 

 

미니마장에서 조마훈련을 시키는데 걸핏하면 개구멍(?)으로 도망쳐나와 마방으로 달음박질치는 레이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학교에 보내놨더니 그게 무슨 처사인지 몰라 무조건 도망치는 격이었다. 

 

 

 

 

그러다 점차 사람이 저에게 뭘 요구하는 것에 악의가 없고,

주변 말들이 다 하고 있는 본분임을 자각하게 되서 조금씩 따르기 시작한 것일게다.

또한 훈련분위기가 늘 웃음이 터져나오는 유쾌한 상태였으므로

감정 전염성이 강한 말 입장에서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이 활동이 재미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처음으로  재갈을 무는거라 느낌이 낯설고 불편한 모양이다. 

 

 

 

 

그래도 어둑하고 무료한 마방에 있는 것보다는 

온갖 곳을  다니며 사람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레이는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앞으로는 어쩌면 선생님 오시는 주말만 마방에서 손꼽아 기다릴 지도 ...

 

 

 

 

이 포스팅을 위하여 본인의 이미지가 담긴 사진공개를 허락해주신

레이선생님 김석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애쓰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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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르가  땅조사를 한다.

이곳으로 누가 얼마나 이전 시간에 다녀갔나 알아보는 것 같다.

이를테면 '아무개가 점심 먹기 전에 지나갔고, 누구는 아침 해뜨고 바로 다녀갔군.'

 

 

 

 

 이럴 때 머릿속은 온통 무엇에 골똘하느라

다리는 그저 수동적으로 따라오는 느낌이다.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살필 때도 역시 느릿느릿 평보다. 

 

말과 사람이 함께 친밀감을 느끼는 데에는 평보가 최고다.

말의 마방굴레에 로프를 달아서 잡고 나란히 걸어갈 때에 기분좋은 느낌이 있다.

말 뒷다리가 내 눈에 보일리 없으므로 마치 말도 두 다리로 걸어가는 것만 같다.

그럴 때 말도 보폭을 나에게 맞추고 제 눈의 높이를 나의 눈높이 정도에 두므로

친구랑 다정하게 걸어가는 느낌?

로프를 느슨하게 늘어뜨려 잡으면 말이 주변도 살펴가며 나도 쳐다보니

우리 사이에 끈끈한 친밀감이 있구나 싶어진다.

 

 

 

 평보 걸음걸이 사진은 아마르가 자유롭게 놀고 있을 때 모습이다.

 아래에 나오는 속보나 구보 걸음걸이는 자유조마를 실시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유심히 보면 아마르가 꽤 절도있게 나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조마는 긴 로프를 말과 사람 사이에 연결시키지 않고

사람의 손짓이나 입소리 신호에 따라 말을 훈련시키는 방법이다.

로프라는 물리적 연결이 없다보니 정신적인 연결이 튼튼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마르가 지금도 완벽한 수준이랄 수는 없지만 처음 실시할 때 순조롭지 않았다.

좁은 훈련장에서는 비교적 잘 했지만 넓은 공간에 나오니

 '자유로운 영혼' 아마르는 훈련가인 할아버지의 지시를 따르기보다

호기심천국 운동장 돌아다니기가 더 좋았을 테니까.

 

 

 그러는 동안 나는 배꼽잡는 쇼를 꽤 구경할 수 있었다.

아마르가 할아버지를 따르고 말을 잘 듣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 "더는 못 참아! 안 해!" 하고

어느 코너에서 대각선으로 전력질주하여 (그럴 때 만화에서처럼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가장 먼 곳에 멈춰서서  먼 산을 바라본다.

할아버지가 요놈을 혼내고 다시 바로 잡으려고 헐레벌떡 뛰어갈 적에

순간이동에 가까운 아마르의 질주에 비해

앞으로 고꾸라질듯 맨땅에서 질퍽거리는 사람의 걸음은

얼마나 힘겨워 보이는지 웃지 않을 수 없었던 거다.

하룻동안 이 장면을 비디오 반복해서 돌리듯 여러 번 보고 나는 실종된 배꼽을 찾아야했고

 아마르 할아버지는 진빠지고 삐치고 만다.

 

 

아마르가 눈치가 훤하고 생각이 말짱해서

자유조마를 할 때 늘 훈련하는 사람의 관심권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한편으로는 제 자신의 자유로움에 대한 의지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할 줄 알았다.

도망간 아마르에게 다가가면 제가 잘못한 줄을 알고 떳떳하지 못한 심정이 되어

눈치를 힐끔힐끔 본다고 한다.

 

 

 

 

찬바람 부는 겨울에도 아마르 훈련은 중지하지 않았다.

 아마르가 제 할아버지가 그 옛날 사거리에서 교통지도 하던 사람이 수신호 보내듯

팔을 쭉 뻗어 방향을 지시하고

입술을 다물었다가 터뜨리며 '쁘' 하는 소리를 내서 지시를 분명하게 하니

 '예써-ㄹ' 하듯 탄력있는 걸음걸이로 팬스를 따라 돌았다.

 아래 사진들은 운동장 한 바퀴를 돌았던 상황의 리포트가 될 것이다.

 

 

 

아마르의 모습을 보며  

말과 사람은 '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연결되어 있다.' 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연결되어 있다.'

 

 

 

 

그건 도망갔다가도 다시 다가와 눈을 맞출 수 있는 관계로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로프로 너와 나를 연결하여 걸어갈 적에 주위를 탐색하지만

다시 내 눈을 바라보는 말의 모습도 본질은 그것이 아닐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영화를 다시 보았다.

cgv 홈페이지에서 로그인하여 조회하니 이 영화를 2004년에 부천에서 본 것으로 나왔다.

'뭐? 진짜?' 이런 심정이었다.

영화를 봤다는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언제,어디서,누구랑 봤는지는 깜깜했다.

한데 이렇게 기록이 나오니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났다.

 

 

어쨌든 영화를 다시 봤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영화의 내용은 파편적 이미지와 줄거리일 뿐

그것도 전체 내용의 10%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

 

책도 10년 전에 봤던 책을 다시 보면 완전히 새로운 책 그 자체인데

영화도 그렇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말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고 작품이 아닌가 한다.

그만큼 좋은 요소가 많이 들어있는 영화다.

이 자리에서는 치히로와 하쿠의 깊은 인연과 사랑에 대해서만 좀 쓰려고 한다.

 

 

 

 신들이 쉬러 오는 온천장이란 낯선 세계에 들어온 치히로는 하쿠라는 소년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하쿠는 치히로에게 너의 이름을 절대 잃어버리지 말라 하고 꼭 다시 돌아가게 될 거라고 말한다.

치히로는 낯선 세계에서 센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하쿠도 원래 이름은 고하쿠였다.  

정작 자신은 이름을 잊었는데 치히로가 기억해내어 말해준다.

하쿠는 용이다. 백룡.

백마가 상서로운 동물이듯 용도 황룡이나 흑룡이 아닌 백룡은

 뭔가 성스럽고 신비로운 영적 존재로 느껴지게 한다.

사람인 치히로와 백룡인 하쿠는 오래전 맺은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치히로가 강에 빠져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때 그 강에 살던 하쿠가 구해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둘 사이에 어떤 사랑이 오갔고 그 후로 둘은 각자의 삶을 살았다.

 

 

 

둘이 다시 만났을 때 치히로가 하쿠의 생명을 구하게 된다.

그러면서 둘은 서로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아

'나를 찾아나가는 길'에 온전히 들어서도록 돕는다.

 

 

치히로가 하쿠를 타고 창공을 날아간다.

백룡이 소녀를 태우고 창공을 비상하는 장면은 심해를 헤엄치며 떠가는 물고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영화에서는 하쿠가 용으로, 할멈이 까마귀로 넘나드는 변신을 한다.

동양적인 상상력에서는 이런 넘나듦이 자연스럽다.

 

치히로와 하쿠는 다시 헤어진다.

치히로는 자신의 본질을 잊은 채 돼지로 살아가던  부모님을 구하고

 다시 인간세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둘은 헤어지면서 언젠가 또 다시 만날 것임을 확신한다.

 

하쿠는 신들의 세계에서 치히로는 현실의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겠지만

둘 사이엔 투명한 은빛 실타래 같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백룡을 타고 날으는 소녀' 이미지에 그런 상징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말이 사람을 태우고 하나가 되는 이미지에도 같은 본질이 깃든 것이 아닌가.

낯선 세계에 속한 낯선 존재가 서로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 사이에 어떤 소중한 연결이 지어져있음을 확인하는 것!

 

 

 

잠시 영화라는 다른 세계에 머물다 오니

아마르는 여전히 속보로  나아가고 있다

 

 

 

 

말이 나아가는 걸음걸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네 개의 다리가 이루어내는 변화와 질서의 하모니에서 어떤 놀라움을 발견할 때가 있다.

어떻게 네 개의 다리를 헷갈리지 않고 순차적으로 다양한 보법에 맞게끔 사용하는지 말이다.

 특히나 보법을 바꿀 때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에 따르는 것이므로 혼란스럽지 않나? 우려해보지만

말은 '그런 건 이미 내 속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구요!'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기만 하다.

 

 

 

 

기왕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를 언급했으니 

팔이 여러 개 달린 가마 할아범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가마 할아범은 온천장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보일러실 총책임자다.

 그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오차없이 기계조작을 해야만 하는데

여러 개의 팔이 기차의 하부를 연상케 한다.

 

 

 

 

 영화에서 여러 번 나오는 가마 할아범이 일하는 팔동작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손색없다.

 

 

 

만일 가마 할아범을 인터뷰한다면

이런 말을 들려주지 않으려나 혼자 상상해 본다.

 

"저는 작업내용에 따라 팔 운용법을 달리합니다.

한쪽 팔을 교대로 순차적으로 쓰는 법, 대각선으로 쓰는 법, 지그재그로 쓰는 법이죠.

 글쎄 상상이 안 가시죠? 그럼 말의 걸음을 떠올려 보세요.

다리 여섯 개 달린 말이 다양하게 걷거나 달리는 모습을 말입니다."

 

 

이런 상상을 혼자 해보고 재미있어 하는 까닭은

 나는  팔과 다리의 기능이 분명하게 분리되어 있는데,

말이나 가마할아범은 구분 없이 현란하게 사용한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한다.

 

 

 

  

 

     

                                                                                  

 

 

 

 

 

 

구보로 이행한다.

 

 

                                             

                                            

 

 

 

 

 

 

 

 

 

장애물도 없는데 괜히 혼자서 하는 점핑

 

 

운동장을 돌다보니 저절로 신바람이 나는 모양이다

'끼야호~~'쯤에 해당되려나..

 

 

 

사람이 어떤 의도로 훈련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나름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말이 예기치 않은 행동을 보여줄 때 ,

말과 사람에게 모두 활력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순간 말과 운동장에서 함께 노는 것이 타는 것 못지 않게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점프를 하고 난 탄력으로 앞으로 거침없이 질주한다.

 

 

 

 

 

 

 

 

거침없는 질주 후에 '끼이익!' 하는 느낌으로

후구를 낮추어 뒷발로는 미끄럼을 타며 제동을 걸고 앞발로는 깡총 제자리뛰기를 하며

제동을 안정시키는 동작을 한다.

이 동작에서 아마르는 희열을 느끼는 모양이다. 자주 하는 것을 보면 .

 

 

 

흐트러진 동작을 정돈하여 단정하게 선 후에

 

 

 

 

인사라도 하려는지 돌아서서 바라본다.

아마르는 이렇게 묻고 있는 걸까?

 

"나 잘했나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15)

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9.4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히이라기 루미, 이리노 미유, 나츠키 마리, 나이토 타카시, 사와구치 야스코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어드벤처 | 일본 | 126 분 | 2015-02-05

 

 

 

 

(날이 풀리면 카메라를 들고 논으로 나가볼까 합니다. 돌이할방님과 아마르가 틈틈이 하는 내츄럴 훈련의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서입니다. 작년부터 실시한 아마르 훈련의 단계별 진행을 기록해두어야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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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이 지나고도 겨울은 기세등등하다.

 지난 11월부터 세마장에서 물로 씻어내리지 못한 말의 몸은 꼬질하기 이를데 없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어디가 가려운 느낌이 드는데 말은 오죽하겠나.

 

그래서인지 겨울이 길게 흘러갈수록 말 아이들이 밖에 나와 모래목욕 할 때 

그들의 감각을 총동원하여 즐긴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모래목욕을 하기 전에 자리를 잘 골라야 한다. 뾰족한 돌멩이라도 있을지 모르니까.

또한 신중하게 킁킁거리는 모습에서

혹시라도 방금 다녀간 맹수의 냄새라도 남아있지 않은지 안전을 도모하는 느낌도 받는다.

혹시라도 근처에 맹수가 매복하고 있다면

모래목욕 한 번 하려다 목숨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는 사람이 잘 관리하고 통제하는 곳이어서 맹수 따위가 나타날 리 없다.

 뒹굴기 전에 늘 자리를 고르는 말의 행동에서 조심성이 많은 존재라는 것을 확인한다.

 

 

 

 

자리를 선택한 후 괜히 핑그르르 제자리 돌기를 한 바퀴 하기도 한다.

그 후엔 들고 있던 보따리를 손에서 놓았을 때

땅으로 꺼지며 풀썩 널부러지는 듯한 순서를 밟는다.

 

 

 

 

 아마르는 지금 세배하려는 게 아니고요.

육중한 몸통을 땅에 내려놓으려는 목적을 위하여 먼저 앞다리를 꿇은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고 몸통을 옆으로 쿵 쓰러뜨린다면 충격이 와서 아플 것 같다.

 

 

 

 

 무사히 무거운 몸을 땅에 부려 놓았다.

 

 

 

 

이제 본격적인 모래목욕 시작이다.

하는 요령은 굴곡이 있는 신체 부위의 표면을 최대한 모래에 비벼대는 것이다.

 

 

 

 

잠시 뒤집어진 말의 몸을 좀 관찰해보자면 배 아래에 검은 구멍이 보인다.

혹여 배꼽이 아닌가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위인 (아마르가 절대 만지도록 허락하지 않음) '고추'가 들어있는 케이스 입구다.

 

안경은 안경집에, 연필은 필통에, 칼은 칼집에 담는 것처럼

손상이 우려되는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는 이치에 해당되지 않을까 한다.

필요한 경우에 이토록이나 완벽하게 숨길 수 있다니 얼마나 효율적인 구조란 말인가.

팬티라는 거추장스러운 의복을 입지 않아도

'보호'와 '가림'이라는 기능에 저토록 충실할 수 있다니 놀랍다.

 

한여름에 말이 더위에 지쳐 고추를 있는 대로 늘어뜨렸을 때

얼마나 '기럭지'(기럭지란 말을 이런 데서도 쓰다니) 가 긴지 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 거대한 기럭지가 사진속의 납작한 배 안에 감쪽같이 들어가 있다고 상상하면 신기할 뿐이다.

 

 

 

 

암말의 경우엔 수말의 검은 구멍 위치 양편에 젖꼭지 두 개가 돌출되어 있다.

암말은 중요한 부분을 평소 꼬리로 잘 가리고 다닌다.

 

 

 

 

말이 모래에서 뒹구는 목적으로 목욕 말고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세탁이다.

 

말은 털이 옷이다.

봄에 지난 겨울의 묵은 털을 모두 벗어버리고 새털이 자라나는데

여름에 길이가 가장 짧아서 마치 그냥 피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면 털이 점점 자라나서 겨울엔 두툼한 코트가 된다.

 이 코트에는 마방에서 묻은 오물, 제 몸에서 떨어져나온 각질 등으로 더럽혀지기 마련인데

모래목욕 할 때 모래와 마찰하면서 떨어져나간다.

 

말이 몸통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는 모습과

내집 세탁기가 이리 빙글 저리 빙글 하는 모습은 뭔가 비슷하다. 

그렇다면 아마르는 모래에서 드럼세탁기 놀이를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방목을 시키지 않아 모래목욕을 하지 못하고 생활하는 다른 말을 관찰하니

몸에 엉겨붙은 각질이 많았다.

 

 

 

 

 

볼일이 끝났으면 잘 일어날 일만 남았다.

이 순간을 유심히 살펴보면

말이 몸 일으키는 동작에서

아픈 다리는 힘주어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프지 않더라도 더 강한 다리를 사용하여 일으키기를 한다.

 

말은 다리가 네 개이므로 상황에 따라 불편한 다리는 아끼면서

 나머지 다리를 좀 더 사용하여 효율성을 도모하려고 한다.

 

아마르는 왼쪽 앞발을 지팡이처럼 땅에 짚는 첫동작을 시도했다.

 오른쪽 앞발은 최근에 염좌를 앓았던 터라

 나름 아끼는 모양이다.

 

 

 

 

 

 마방에서 처음 꺼낸 말이 다리가 아프지는 않은가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만져 열이 나는 부위가 있나 확인하고 ,

 끌고 나가면서 걸음걸이가 자연스러운가를 보고 ,

그때 바닥에 차례로 디뎌지는 발자국 소리가 규칙적인가 들어본다.

 

 

 

 

 앞다리 한쌍을 지지대로 세운 후에

 

 

 

 

끙! 하고 힘주어야 하는 후구 일으키기

 

 

 

 

 

 

다 일어난 후에 동상자세로 마무리하면 모래목욕 끝!

보통의 매뉴얼에서는 몸을 부르르 떨어서 모래를 터는 깔끔함을 과시하는데 이날은 생략하고 넘어갔다.

 

 

 

   

 

 

다음은 기쁨의 세레모니를 할 차례.

 

공중으로 붕 떠오르고

머리를 흔들고

 

 

 

 

 

허공에 하이파이브를 하고

 

 

 

 

 점프도 하고

 

 

 

깡총거린다.

 

 

 

아마르는 기분이 좋아진 채로 엄마인 칸타가 뭘 하는지 궁금해졌는지

 자석처럼 끌리듯 다가갔다.

 

 

 

아마르를 보면서 어린 아이와 말과 강아지 사이에 어떤 공통점을 떠올려 보았다.

 

 

 

물론 어른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

 

1. 사안의 중요성으로 보아 천천히 걸어가도 되는데  달려간다.

 

2. 가만 서있다가 걸음을 옮길 때 괜히 확 출발한다.

 

3. 걸핏하면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동작을 한다.

 

4. 시시때때로 이유없이 신바람이 난다.

 

5. 작은 구멍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마방의 벽을 이루는 나무 판자에 틈이 생기면  '너 잘 만났다' 하고

 하루 종일 물어뜯어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쿠션에 작은 틈이라도 벌어지면 강아지는 기어코 물어뜯어서

쿠션의 내장이 밖으로 다 나오는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다.

 

 어린 아이는 어떤 사물에서 풀려나온 끄트머리가 있으면

기필코 잡아뜯어 해체하는 재주를 발휘한다.

 

어른이라면 이 모든 경우에 어떻게 하면 메꾸어서 원상대로 돌려놓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오늘도 아마르는 괜히 혼자서 바쁘게 뛰어다니고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목욕 습성, 세탁 습성이 있다구요!

 

 

 

 

아마르가 우리를 보고 다가오는 순간에

 

 

 

 

 

어디선가 홀연히 불어온 바람이 아마르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빗겨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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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살아 있어!

 

 

 

 진짜 살아 있다구 ~ ~ ~

 

 

 

 

화창한 주말에 칸타와 아마르가 밖에 나왔다. 1주일 전 큰 비가 내린 이후에 운동장이 질퍽거려 나와 놀 수가 없었다. 이날 운동장은 보송보송, 햇빛은 쨍쨍하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였다.

 

 밖에 나온 아이들이 처음엔 눈이 부신지 몇 번 깜박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떨구고 킁킁 땅조사를 시작한다.

 

 

                                     

 

 뒹굴 자리를 고르는 것이다. 그런 후 둘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벌러덩 눕더니 힘차게 등을 땅에 비벼댔다. 그 모양은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바닥에 던져졌을 때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격렬함과도 흡사했다.

 

 

 

 대여섯 번 정도인가. 가려운 곳이 시원해졌는지 드러누운 자세에서 엉덩이로 앉았다가 뒷다리 힘으로 벌떡 일어나는 순서로 몸을 세우더니 꼬리마저도 세웠다. 기분이 붕 떠서 매우 좋아진 거다. 그 다음은 기쁨의 세레모니를 할 차례. 이때 나타나는 발걸음이나 몸의 동작은 승마할 때에 나타나지 않는 자유롭고도 현란한 몸짓이다. 네 다리는 제멋대로 차고,뿌리고 난리가 난다. 우리도 한때는 그랬다. 어렸을 적에 기쁨에 사로잡혔을 때 '오도방정'을 떨며 마음껏 기분을 발산했다.

 

 

 

 

 

 요즈음, 아이들이 마방에서 나와 노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몸짓에서 새로운 언어를 발견한다.

 

 

                 '어? 우리 살아 있네. 살아 있는 거 맞네. 그치그치?'

 

 

  이런 정서적 반응은 어디서 조난을 당하여 구조를 기다리다가 막 구조되었을 때, 혹은 체력을 넘어서는 산행을 하고났을 때 그 상황이 해소되면서 찾아올 법하다. 그런데 칸타와 아마르는 그저 실내공간에 있다가 야외로 나왔다는 일상적인 변화에도 그토록이나 희열에 찼다.

 

 동물들이 대부분 그러한 것 같다. 오래 전에 집에서 키우던 말티즈 종 꼭지는  해가 떠서 식구들이 잠을 깨고 자기와 눈이 마주쳤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아침마다 난리법석을 피웠다.

 

 

 문득 생각해보았다.

매일매일 삶의 의미가 뭔가 하고 골똘히 생각만 하는 나보다는 그저 단순하게 사는 칸타와 아마르가 더 행복한 건 아닐까?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더 행복할 줄을 아는 건 아닐까?'

 

 

 

 행복할 줄 아는 능력에서 더 열등한 나는 아이들의 환희에 찬 몸뚱이와 나 사이에 연결된 투명한 대롱으로 그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흡입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르가 말을 할 줄 안다면

 

"할머니는 말야.내가 행복할 줄 아는 법을 그렇게나 가르쳐줬는데 만날 고민을 싸짊어지고 살아?" 이럴 것 같다.

 

 

 나에게 오래 된 책 한 권이 있다.

조셉 캠벨과 빌 모이어스의 대담집을 엮은 <신화의 힘>이란 책인데 1993년에 구입하여 여지껏 소장한 책이다. 최근에 다시 꺼내어 펼쳐보니 군데군데 밑줄과 메모가 많았다.

 

옛 사진집을 들춰보는 기분으로 좀 읽어보니 그 책이 그간 살아온 내 인생에 길잡이가 되어줬구나 싶었다.세계적인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세상을 떠난 후 그를 기리기 위하여 기획된 책인데 대담집이니만큼 조셉 캠벨의 육성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했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어서 좀 옮겨볼까 한다.

 

사람들은

우리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

삶의 의미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나는 우리가 진실로 찾고 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살아 있음의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순수하게 육체적인 차원에서의 우리 삶의 경험은

우리의 내적인 존재와 현실 안에서 공명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실제로 살아 있음의 황홀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예전에 나는 어느 글에선가 우리가 말과 만나고 승마를 하는 것은 '싱싱해지기 위해서' 라고 쓴 적이 있다. 조셉 캠벨이 말한다.

 '이 신화라는 것에서 우리로서는 도저히 손에서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전통의 느낌,깊고,풍부하고,삶을 싱싱하게 하는 정보가 솟아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는 책의 다른 부분에서 말하길 신화를 '도로표지' 나 '본'이라는 언어에 빗대어 표현한다. 만일 도로에 도로표지가 없다면 차들이 엉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현대인이라면 잘 알 것이다. '본'은 원형이란 언어에 가까울 것 같다.

 

 오래 전에 내가 퀼트조끼를 만드느라 지인이 갖고 있던 옷본책을 본 적이 있다. 셔츠,바지,스커트,원피스 등등 이런 옷들의 원형들이 모여있는 종잇장을 넘기며 신기했다. 길만 나서면 어딜 가나 즐비하게 늘어선 옷가게에 넘쳐나는 수많은 옷들, 그 옷들의 원단,색깔,무늬, 디자인은 모두 달라도 바지면 바지,셔츠면 셔츠일 수밖에 없는 원형이 있다. 그 옷을 만들려면 아무리 유행에 따라 변화를 주더라도 '본'에서 응용되어 파생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천차만별의 인생이 있지만 각각의 안에 깃든 공통점,바로 '본'이 어딘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본'을 조셉 캠벨 같은 신화학자는 신화가 그 '본'이라고 말한 것이다.

 

 

 

 

 다시 말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말은 우리 삶을 싱싱하게 만든다.

신화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에게서 어떤 '본'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의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의문에 따라오는 꼬리처럼 또다른 의문도 떠올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순간 요즘 예매율 1위라는 <빅히어로>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주인공 히로가 아이디어가 꽉 막히는 순간에 확 뚫어주던 방법은 바로 '다르게 보기'였다. 익숙한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았을 때 여지껏 보이지 않던 뭔가가 확 보이기 시작했던 거다.

 

 

 

 

말을 다르게 본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조셉 캠벨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한다.

 

인디언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그대>라고 불렀어요.

들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나무,돌,같은 것도 그렇게 불렀지요.

사실 이 세상 만물을 다 <그대>라고 부를 수 있어요.

이렇게 부르면 우리의 마음 자체가 달라지는 걸 실감할 수 있지요.

 

 

 

 

나는 말에 관해서라면 그 이야기를 이렇게 해석한다.

다른 존재를 <그대>로 바라보면 그 존재가 가진 신성을 깨닫게 되고 그 신성에서 흘러나오는 생명력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만일 존재를  <그대>가 아니라 <그것>으로 바라보게 되면 비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메리카 신대륙 개척자들이 들소의 가죽을 벗기기 위하여 수십만 마리를 초원에서 학살한 사실이 있다. 들소가 <그것>들이었기 때문에 저지를 수 있는 만행이었을 것이다.

 

말도 그저 하등한 동물로서 '탈 것'으로 바라본다면 '탈 것'에 불과한 <그것>에서는 샘솟는 생명력 따위가 있을 수 없다.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마음의 귀로 들어야 할 소리가 있다. 말이 내쉬는 푸우푸우 하는 숨소리다. 칸타와 아마르가 환희에 차서 꼬리가 올라갔을 때 그 꼬리의 춤사위에 가락을 맞추는 소리가 확장된 콧구멍으로 울려퍼지는 숨소리.

 

 

 

그 숨소리에서 엄청난 원초적 기운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 뿐일까?

수많은 말 영화에서 말이 등장했을 때 코로 내뿜는 말 숨소리를 음향으로 크게 울리도록 효과를 집어넣는 것에서 거기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보편적 요소가 있지 않나 생각해보았다.

 

 

 

 

위에서 어쩌다 길게 주절주절 늘어놓은 장황한 이야기를 한데 그러모아 집약한다면 조셉 캠벨의 바로, 이 말이다.

 

삶의 황홀!

 

모이어스 씨, 당신이라는 분의 의미는 그저 거기 있다는 것뿐입니다.

너무 외적 가치를 지닌 목적에만 집착해서 움직이는 바람에,

우리는 그만 가장 중요한 내적 가치,

즉 살아 있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삶의 황홀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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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7일 밖에 나온 칸타네 가족. 날은 화창하여 햇빛이 따뜻하게 말 몸을 감싸주었다. 아이들은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칸타와 아마르가 다리가 아팠던 탓에 거의 한 달 동안 밖에 나오지 못했다. 아픈 후 일주일 지날 무렵 ,실내마장에는 내보내주었지만 바깥 넓은 공간에 나왔을 때 지나치게 뛰다가 다시 아플까 싶어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아픈 동안 아마르의 모습은 어땠을까? 점점 끓어오르는 압력밥솥의 상태를 상상하면 된다. 곁인대염 진단 받은 후 닷새 마방에서 안정 취할 것, 수의사의 권고에 따라 아마르는 차분히 면벽하는 수도승이 되어야 했다. 천하의 장난꾸러기 아마르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조치였다. 처음 얼마동안 아마르는 제 할아버지에게 뿔이 나서 귀를 뒤집고,눈을 부라리고,앞발로 바닥을 긁고,머리를 흔들면서 화를 냈다. 그 다음에는 할머니에게도 분통을 터뜨리며 제 억울한 신세를 항의했다. 급기야 마필관리사가 똥 치우러 들어왔을 때도 신경질을 냈다고 한다. 이 녀석의 속이 점차 부글거리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예정된 기한 닷새가 지나고 실내마장에서 평보부터 서서히 시켜야 하는데 해방감에 앞발을 들고 난리를 피우려해서 겨우겨우 진정시켜야 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발병 후 처음 칸타,아마르를 함께 실내마장에 풀어놓으니 광복이 되어 환호의 물결에 휩쓸리듯 좋아서 난리가 났다.

 

 

햇빛과 바람, 넓은 공간이 선사하는 기쁨을 느끼며 세레모니를 한 후 건초를 먹다가 다른 말 하나가 미니마장으로 들어가니 '동료가 하나 나왔구나' 하고 무리를 만난 흥분으로 기척이 들리는 곳으로 다가가 염탐(?)을 하는 칸타와 아마르.

사진에 아마르 얼굴과 그림자에 비친 모습,그림자가 삼각형 구도를 이루며 마치 무리를 이룬 듯 보여 재미있다.

 

 

염탐질을 한참 하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할아버지가 "아마르 이리온 ,손님 오셨다!" 하고 불렀다. 아마르가 바로

 

 "아니 저쪽에도 좋은 일이?"

 

하고서 방향을 바꾸더니 빠른 속보로 달려갔다.

 

 

부름을 받은 아마르가 달려올 때 정면에서 바라보면 허겁지겁 바삐 부지런히 오는 모습이어서 볼 때마다 언제나 웃게 된다.

 

 

"어? 우릴 부르네. 가봐야지." 하는 찰라.

 

 

 

"예써얼~ ! 갑니다 가요~" 우다다다

 

(칸타는 '뭘 그리 빨리 가누' 부르니까 마지못해 가주겠다는 분위기로 꾸물떡~ )

 

 

 

부르셨어요?

 

뭔데요, 뭐?

 

(칸타도 더 재고 있다간 아마르가 맛난 거 혼자 다 먹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후다닥 달려온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먹을 것만 바라고 달려오는 것은 아니다. 방목이 끝나고 마방에 가자고 로프를 들고 흔들어도 온다. 아마르는 적극적으로 아무나 앞에 있으면 맑은 눈으로 바라보며 걸어온다. 혹시 마장에서 아마르가 뚜벅뚜벅 걸어온다면 당황하지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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