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이라 더워서 아마르는 털도 짧고, 머리도 땋아내렸는데 장제사들은 긴옷 차림이다.  발굽을 삭제해주는데 아마르는 왜 눈을 질끈 감고 혀를 메롱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루를 건너뛰고 승마장에 나가 보았더니 칸타와 아마르의 발굽이 깔끔했다. 지난 삭제일로부터 55일이 지난 싯점이다. 삭제 전날 내일은 안 나올 것이니 아이들 발굽을 단단히 관리해두자 싶었다. 삭제한 지가 오래 되어 아이들 발굽에서 제차 경계선 부위가 거뭇하고 꼬리꼬리한 냄새가 풍겼던 거다. 꼼꼼하게 긁고 털어낸 후에 포비돈을 스프레이로 칙 뿌려놓았다. 그랬던 발굽이 다시 와서 보니 도자기처럼 매끄럽고 깨끗했다.

 

 

 

 

                                      박건영 장제사팀 .  아마르는 선풍기바람 맞으며 시원하겠다.

안장이 보이는 공간에 지금은 안장실이 지어져서  '그때 그 시절' 추억의 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사진들은 작년에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관하다가 연말에 단체로(?) pc에 이주시킨 사진 중 일부다. 매달 보는 장제 풍경은 승마를 하며 접하게 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다. 발굽은 가장 낮은 곳에서 말과 사람의 체중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니 가장 고단한 말 신체 부위일 것이다. 그런 발굽이 편안하도록 돌보는 작업이 바로 장제다. 

 

 발굽을 위하여 장제사는 허리를 굽히고 발굽을 소중하게 감싸쥔 채 목공예라도 하듯 섬세하게 깍아야 한다. 장제사가 발굽에 몰입하는 동안 허리를 굽힌 작업자세에서는 겸손함을, 발굽을 매만지는 손길에서는 타자(他者)에 대한 존중감을 느끼게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사뭇 경건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아름답다고 느끼지 아니할 수 없다.

 

여름날에도 장제사는  긴팔에 긴바지 장제용 가죽 챕까지 두르고 작업해야 한다. 말 한 마리를  장제하고 나면  땀범벅이 되고야만다. 그런  장제사 모습에서 요즘에 주변에서 찾아보기 귀한  노동의 고단함과 신성함을 느낄 수 있다. 장제를 하는 공간은 그곳이 어디건 간에 그 노동의 신성함과 생명을 보살피는 노동의 의미로 인하여 성소(聖巢)로 변한다. 쇠를 달구는 불꽃, 달구어진 쇠에 발굽이 닿을 때 피어오르는 연기, 비일상적인 발굽 타는 냄새, 일하는 사람의 경건하고 침착한 자세가 성소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날마다 발굽 들여다보는 일은 나의 일과다. 칸타나 아마르도 하루에 한,두 차례는 발굽을 들어 바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그렇게 알고 있다. 말을 타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타는 말의 발을 손으로 들어보아야 한다.

 

말마다 다리가 균일한 상태가 아니므로 쉽게 드는 발과 어렵게 주는 발, 아예 안 주려는 발도 있다. 또 사람이 잡고 있어도 오래 유지하는 발과 얼른 내리고 싶어하는 발이 있기 마련이다. 보통 얼른 내리고 싶은 다리의 반대편 쪽이 불편한 다리다. 두 다리로 부담하던 체중을 아픈 쪽으로 다 부담하려니 힘들어서 그렇겠지.

 

그런 상태를 느끼면 말 다리가 어디가 튼튼한지 약한지를 체크할 수 있어서 기승했을 때 어떤 운동의 모습을 보일지 읽을 수 있다. 만일 평소 잘 주던 다린데 잘 안 준다면 탈이 난 게 분명하다. 이러한 과정을 발굽과 대화하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아마르 발굽은 편자를 신기지 않는 자연발굽으로 매우 건강하다.

 

아마르의 발굽을 파줄 적에 재미있는 점이 있다. 앞다리는 교육을 받아서 '풋!' 하고 외치면 들어준다. 뒷다리는 내가 직접 들어주는 것을 싫어한다. 비절 근처를 만지면 저 스스로 다리를 들어서 들고있으려고 한다. 처음 들어올려서는 허공에 헛발질처럼 잠시 허우적거리다가 균형을 유지하며 들고 있는 거다. 한 마디로 '혼자서도 잘 들어요!' 하고 의지를 보이는 거다. 할머니 팔 아플까봐 그런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 내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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