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다시 산다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이번 인생보다 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

 

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더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보라, 나는 시간 시간을, 하루 하루를

 

의미있고 분별있게 살아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

 

아, 나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러한 순간들 외에는 다른 의미없는

 

시간들을 갖지 않도록 애쓰리라

.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이 순간만을 맞으면서 살아가리라.

 

 

 

 

                  나는 지금까지 체온계와 보온물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는 그런 무리 중의 하나였다

 

이제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보다

 

장비를 간편하게 갖추고 여행길에 나서리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초봄부터 신발을 벗어던지고

 

늦가을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그리고 데이지 꽃도 더 많이 꺾으리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1899년 8월 24일 -1986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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