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지인들로부터 거기 다녀왔단 소리를 하도 들었던 터라 궁금한 곳이었는데 계획에도 없이 우연하게 들르게 되었다.

조양방직에 도착했으나 주차장이 만차라 근처 공영주차장으로 가라 해서 가보니 널널했다. 덕분에 동네를 좀 걸어서 가야했다. 주변 동네 풍경은 개발과 거리가 먼 시골 읍내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간 순간,,,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날아가 막 도착한 것만 같았다.
와~ 와~
놀랍다 !

엔틱 소품 전시의 끝판왕인가!
현실 세계에서 사라진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봐도봐도 끝이 없다.
그런데 뭐 눈에 뭐만 들어온다고 했던가?
말과 승마에 관련된 물건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말 모형 위의 말 안장은 지금이라도 꺼내다가 사용해도 될 정도이다.


하얀말
청동말

사진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넘쳐나는 말을 보니 아무래도 이곳 주인은 말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마부츠 삼총사
함께간 친구가 부츠 안에 넣은 나무를 무척 탐냈다.
탐낼만 하지
나도 신문지 뭉쳐서 채워두니깐 ㅎㅎ

다음에 다시 오면 제대로 탐색을 해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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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서 있는 입간판에서 말이 환영한다.


커다란 나무 주변이 모두 주차장이다.
넓직하고 나름 구획도 정리해 놓았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흰 컨테이너가 클럽하우스이다.
첫 방문을 했을 때 이곳에서 상담을 받고 승마 이용 규정에 대한 쓸 것을 쓰고 해야 한다.

내부의 모습은 이렇다.
겉보기와 달리 매우 고급지다.

유니콘 승마클럽 대표는 승마 선수란다.
알아볼 사람만 알아보게 상패가 진열되어 있었다.

접수를 하고 오늘 내가 탈 말이 준비되는 동안 승마클럽을 둘러보기로 했다.

어린이 놀이터.
말을 타지 않아도 즐겁고
말을 타고서 이곳에서 놀면 더 즐겁겠다.


야외 대마장 풍경이다.
스포츠로서의 승마 종목 규격을 갖추어서 승마인에겐 꿈의 그라운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바닥의 질도 우수하다. 긋~~!

승마하는 모습을 관람하는 갤러리를 위한 시설 ~!
승마 관람은 타는 것 못지 않게 즐겁다.
차나 음료를 마시며 가족이나 지인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


말들의 주거 환경이 어찌 되는지 궁금해졌다.
늘 말의 복지 시설이 잘된 것이 최고의 승마장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다.

오랜만에 맡아본 건초향에 황홀한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말이 운동한 후에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원적외선 찜질기까지 갖추었네.

나무 울타리 안은 말 운동기구이다.사람이 탈 수 없을 때 운동시킬 수 있는 워킹머신.

사람을 태우기 위하여 출근한 (?) 말 친구들.
이곳에서 안장을 매고 푼다.

실내마장도 회원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넓은 실내 운동장은 날씨에 지장받지 않고 운동할 수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만하면 매우 훌륭하다.

운동 끝나고 샤워, 탈의를 할 수 있는 시설도 최신식이다. 여자들의 로망 다이슨 헤어기기까지~ ㅋㅋ

오늘의 애마는 검동이 !
순둥순둥 편한 말 ^^
실내에서 운동 끝나고 사진 찍으려고 야외마장 데려갔는데 거기서 또 운동하자는 줄 알고 검동이가 싫은 티를 냈다. 달래서 사진 몇 컷 찍고  수장대로 곧 데려가니 검동이 표정이 재미있다.
‘어 정말 더 안 타는 거 맞아? 밎을 수가 있어야지 ~’
반은 안도하면서 반은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이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직원분들도 모두 친절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클럽하우스에 전시된 소품들이 멋지다 .

집에 가기 위해 차 있는 곳으로 오다 보니 훤칠한 플라타너스가 반긴다.
10년도 넘었는데 베어지지 않고 우뚝 서서 잘 자랐구나.
이 나무는 블로그에 언젠가 포스팅 했던 < 바람이 나무는 플라타너스> 의 바로 그 나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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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말이 되자 보리에 이삭이 났다. 이삭이 일제히 돋아나자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줄기의 녹색과 이삭의 연두색이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받아 반짝이고 바람에 넘실거릴 때 바라보고 있으면 무아지경에 빠질 것만 같았다.

 

 

 

보리밭이 이렇게 목가적 낭만의 분위기를 선사할 줄은 몰랐다. 보리밭에서 만난 원장님이 ,보리 심어놓으니까 아주 멋지네요, 하신다.

 

 

 

작년에도 보리를 심기는 했다. 그런데 이삭이 달리기 전에 베어서 말에게 먹였으므로 이런 장관을 감상하지는 못했다.

 

 

 

 

이 보리는 지난 겨울이 오기 전에 심은 것이니 추운 겨울을 견디고 살아서 자란 보리다.

 

 

 

 

한겨울 동안 보리밭은 풀이 누렇게 말라죽은 형상이었다. 누가봐도 추위에 다 얼어죽었구나 했다. 그거라도 아쉬워서 우리 칸타랑 아마르는 종종 누렇게 동사한 보리싹을 뜯어먹곤 했다.

 

 

 

 

그러다 기적이 일어났다. 이런 일에도 기적이란 말을 써도 된다면. 대지가 따뜻해지면서 땅이 꿈틀거리는 듯하더니 초록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보리가 부활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쯤 모습이다. 난 아직도 두꺼운 옷을 껴입었다. 칸타가 엄마가 어서 보리싹 갖다주기를 기다리며 바라본다.

 

 

 

 

칸타가 얻어먹는 녹색잎은 그야말로 어린싹 수준이다. 이런 사이즈 풀은 뜯어다주기도 애매하다. 손에 잘 잡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저 밭에 말을 데리고 가서 뜯기는 것이 좋은데 두 마리를 한꺼번에 풀뜯길 수 없어 아쉽지만 좀 뜯어다주는 것으로 만족하라고 했다.

 

 

 

 

 

                                   칸타의 풀에 대한 갈망은 채워지지 않았다. 엄마 더 줘!

 

 

 

 

                                  에구~ 엄마 힘들단다

 

 

 

 

                                   더 먹었으면 좋겠는데…

 

 

 

 

칸타는 채워지지 못한 헛헛함을 끙끙이로 달래고 아마르는 잇몸의 빈곳에 혀를 밀어넣어 채우는 행동을 하니 ,말의 심리적 공허함이 그렇게 나타나는가 싶어 웃게 된다.

 

 

 

 

내가 보기에도 좀 그렇다. 보리밭이 보이는 곳에 말을 세워놓고 못가게 하니 말이다. 맛난 것을 눈앞에 두고 보고만 있으라니 아쉬운 마음은 나도 말 못지않다.

 

 

 

 

그러다가 이런 날이 왔다. 보리의 키가 내 하반신을 가릴 정도로 풍성하게 자랐다.

 

 

 

 

                   칸타,아마르가 곧 보리만찬을 한다고 기대와 설레임으로 흥분해서 들썩들썩 한다.

 

 

 

 

           맛난 것 앞에서는 어미고 자식이고 다 소용없다.  둘 사이에 신경전이 팽팽하다.

 

 

 

 

새치기 명수 아마르가 보리이삭을 제자리에 놓기도 전에 한입 콱 베어물었다.동작 한 번 참 빠르다.

 

 

 

 

그 정도에 지는 칸타가 아니다. 더 놀라운 필살기가 있다. 양동이를 자기쪽으로 확 쓰러뜨려서 유리한 상황을 만든 후 머리로 방어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혀를 내두르게 된다.

 

 

 

 

                                   아무래도 아마르가 칸타보다 공간점유력에서 밀려 보인다.

 

 

 

 

다른 말 같으면 칸타가 국물도 안 떨궈줬겠지만 그래도 제 속으로 낳은 자식이 아닌가. 결국 아마르가 맘껏 먹도록 하니 어느덧 사이좋게 만찬을 즐긴다.

 

 

 

 

 나는 아이들 뱃속으로 보리이삭이 꾸역구역 들어가는 것을 보며 내 배가 불러오는 듯 흐뭇하다. 넘실거리는 보리의 물결을 바라보며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상태가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랬다. 나이 먹을수록 문화생활과 여행이 인생의 기쁨인 것 같다고.  그랬더니 상대는, 거기다가 맛난 것 먹으러 다니는 것도 추가해요,라고 말했다.

 

 

 

 

 말도 그런 것 같다. 말은 문화생활 대신에 운동 잘하고, 여행은 못가더라도 산이나 들판 등 자연을 원없이 바라보고, 사료나 건초 외에 특별한 먹거리를 맛보는 것이 삶의 낙이 될 것 같다.

 

 

 

 

                                  둘은 오늘 그런 날을 맞았다.

 

 

 

 

보리는 조금만 베면 한 양동이 가득이다. 이날 아이들은 각각 한 양동이씩을 먹었다. 이삭에 곡물이 함유된 먹거리이므로 말에게 줄 때는 많이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또한 입맛이 원하는대로 무한정 먹을 수 없는 다이어트 현대인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칸타야 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그악스럽게 먹어? 좀 예쁘게 먹으면 안되니?

 

 

 

 

 

                                           이렇게요?    그래 참 얌전하구나.

 

 

 

 

                                   아마르는 원래 얌전하게 먹어요,그쵸 할머니?

 

 

 

 

                                                    그래,얌전하면서도 엄청 빠르지

 

 

 

 

보리밭과 말이 나를 힐링하게 한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지난 겨울 얼어죽었다고 생각했던 보리가 부활하듯 살아나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존재감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혹시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

 

그저 지나가버린 것들, 실패했다고 끝나버렸다고 생각한 채 사라져버린 무수한 사건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 중에 어떤 것들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 잠자고 있는 상태로 머물러 있다가 미래의 어느 날에 보리처럼 찬란히 살아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맛나게 먹는 동안에 이 주변에서는 할방님이 잔돌들을 수거한다.

 

 

 

 

                         아이들 밟고 다니는 길에서 하나라도 돌을 치워주려는 마음이다.

 

 

 

 

 

 

 

 

 

 

                                  돌들의  이산가족 상봉의 현장. 다시는 흩어지지 마세요!

 

 

 

 

열린 문으로 마방이 보인다. 요즘 문 근처 마방에서 지내는 말들이 밖을 내다보느라 넋이 나간 모습을 자주 본다. 시선으로나마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모심기 전의 논.

 

 

 

 

아파트 베란다에도 화초를 가꾸며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처럼 승마장에도 식물이 자라는 공간이 있으니 휴식과 즐길거리가 되어 좋다.

 

 

 

 

기승운동 끝나고 마주님과 함께 산책나온 말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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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애호가가 설 연휴에 뒹굴거리며 본 영화 -

 

 

명절 연휴에는 으레 남아도는 시간이 생기는지라 뭐 심심풀이로 볼 영화 없나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번 설에도 그런 상황이 찾아와서 좀 고르다가 본 영화가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사랑게임>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여왕이라고 했던가. 그녀가 출연하는 영화를 보면 언제나 기분좋은 유쾌함에 젖어드는 편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영화 중에는 <노팅힐>이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사랑게임>이라는 영화에서 말은 매우 중요하다.

 

주인공 그레이스(줄리아 로버츠 분)는 전형적인 남부 대목장주의 장녀로 태어나 말과 함께 성장했다. 집안의 사업이란 말을 훌륭한 승용마로 키워 각종 대회에 출전시키고  몸값을 높여 판매하는 것이다. 현재 그레이스는 아버지 목장의 마필관리실장 쯤 된다. 마사 안에 즐비하게 연이어진 마방 끝에 그녀의 사무실이 있다. 그레이스는 결혼하기 전에 수의사를 꿈꾸었으나 갑작스레 찾아든 연애와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절차로 결혼과 임신이란 상황에 맞닥뜨리며 그 후로 내내 일상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 사실을 알게되고서 인생 전체가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만 같은 충격에 빠져든다.

 

 

그레이스가 '내 인생이 대체 뭔가?' 완전히 실패한 인생은 아닌가 하고 회의에 빠져드는데, 사실 공교롭게도 남편이 타이밍을 맞춰 도화선이 되어준 것일 뿐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싯점에서 여자로서 자신을 돌아볼 때가 되긴 되었다. 남편과 별거를 하면서 그레이스는 자신이 꿈을 접고서 평범한 아내와 엄마로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는 데에 자괴감을 느끼고 온통 남편에게 분노를 쏟아붓는다. 그러나 남편은 사건이 터지고 금방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원상태로 돌아가려 애를 쓴다.

 

결혼을 하고서도 부모님과 함께 3대가 거주하는 그레이스의 집안은 가족 개개인도 모두 인상적이다. 아버지는 보수적이고 완고한 가장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노령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랑프리 대회에 나가 우승하겠다는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그 방편으로 남의 몫을 가로채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바람에 빈축을 사기 알맞지만 열정 자체에는 박

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어머니는 온화한 성품이다. 남편이 바람나서 괴로워하는 딸에게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다독이며 응원을 보낸다. 그레이스 여동생은 화끈하다. 용서를 빌러 찾아온 형부 아랫도리를 사정없이 걷어차는 것으로 응징을 하며 언니를 대신하여 언니보다 더 분노하고 안타까워하고 언니에게 기운을 북돋아준다.

 

이 가족들의 면면을 보면서 나름 꽤 괜찮은 가족의 모습이라고 여겨졌는데 이런 긍정적인 가풍은 말에 둘러쌓여 살아온 환경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다고 생각한다. 말을 기르고,교육시키고, 돌보아주고,그들에게 깃든 재능을 이끌어내려면 공동체에 유용한한 의사소통 방식을 일상적으로 사용해야하기 때문이다. 말 못하는 말이 어디가 아픈지, 어떤 상태인지 늘 살펴야 하고 겁 많고 소심한 말에게서 어떤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온갖 소통기술을 발휘해야만 한다. 그런 생활에 익숙하다보면 타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어떤 감정 상태인지 통찰하는 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이 자연스럽게 터득이 된다.

 

 

 

그레이스가 깊은 회의 속에서 방황하다가 꼬여버린 자기 인생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해법으로 발견한 것은 딸 캐롤라인에게서였다. 캐롤라인은 집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탓인지 말을 너무나 좋아하는 소녀다. 이 소녀의 불만은 자기가 좋아하는 백마를 타고 대회에 출전하고픈 소망이 금지됐다는 거다. 할아버지나 엄마는 소녀의 안전을 생각하여 어린이가 무리없이 통제하여 다룰 수 있는 조랑말을 타라고 한다. 더 커야만 큰말을 타게해주겠다는 거였다. 이에 대하여 영화 초반에 캐롤라인이 엄마에게 분통을 터뜨리며 자기주장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마나 당차고 야무진지 말과 더불어 자란 아이답다고 생각했다.

 

 

그레이스가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할 뻔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든 생각은 이랬다. 남부 여자들은 몇 세기에 걸쳐서 기대치를 아주 적게 가지도록 교육되어왔다고. 남자에게 그 말을 뱉은 후 그레이스는 딸 생각이 났다. 자신 역시 딸에게 네 꿈의 그릇은 작은 것이라고 억누른 것이 아닌가 하고. 순간 그레이스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 딸에게 가서 큰 백마를 타도 된다고 허락했다. 딸의 기쁨은 너무 커서 자다 말고 일어나 말 타러 나가겠다고 한다.

 

 

 캐롤라인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그랑프리 대회장에서 증명해보였다. 마지막 고난도 장애물을 넘을 때 캐롤라인의 앙다문 입술과 단호함이 빛나는 눈빛이 인상적이다. 캐롤라인은 엄마 그레이스에게 자신이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커다란 것을 성취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레이스에게 깨달음이 왔다.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인생은 그 누구의 탓이 아닌 자신의 문제였다고.

 

 

 그리고 결혼과 양육으로 자신의 꿈을 접었던 일은 잘못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훌륭하게 자란 캐롤라인이 그 증거였다. 그레이스는 사랑하는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오자 그와 함께 할 인생을 꿈꾸고 선택하였다. 그때  자신의 판단을 믿고 다가온 운명에 충실했던 뿐이고,  수의사가 되고자 했던 자신의 꿈을 배반한 일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또한 과거에 그레이스가 14세 이하 선수가 참가하는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여 빛나는 성취감을 맛보았던 그 시절이 떠오르면서 새로운 자신감도 충전되었을 것이다.

 

 

 비록 3위에 머물렀지만 후회없는 경기를 펼친 아버지.

 

영화에서 자신의 본분을 넘어선 꿈을 추구한 아버지가 현실을 인정하게 되는 상황과 딸 그레이스가 자존감 부족으로 갈등을 겪다가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대비가 눈여겨 보아진다. 결국 여성 자신이 딸과 엄마로 자신을 좁게 가두지 말고 더 큰 꿈을 꾸고 매 순간 성취하며 자신을 발견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영화겠다.

 

 

 그랑프리 대회가 끝나고 사람과 함께 최선을 다한 말 선수에게 샴페인을 맛보게 하는 장면이 영화에 나왔다. 시종일관 축제 분위기로 펼쳐지는 대회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단, 현실에서 따라하는 것은 삼가해야 할 것 같다. 자칫 말 이빨에 유리잔이 깨져 파편이 말 입안에 들어가면 곤란할 테니까. 나라면 말용 실리콘 샴페인잔을 준비할 것 같다. 음료는 달달한 당근주스가 어떨까?

 

대회가 끝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성취해내는 모습을 보여준 딸의 모습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발견한 그레이스는 수의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한다. 그녀가 밝아지면서 불화를 겪던 남편과도 관계가 회복된다.

 

<사랑게임> 영화를 보면서 말이란

 

우리가 자신의 내면에  

 

자존감과 자긍심이란 나무를 심고

 

자라게 하는 인도자이며,

 

성장의 동반자라는 것을 내내 생각해보았다.

 

 

 

 

 


사랑 게임 (1996)

Something To Talk About 
0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줄리아 로버츠, 데니스 퀘이드, 로버트 듀발, 지나 롤랜즈, 뮤즈 왓슨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미국 | 105 분 | 199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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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에서 발견한 말(馬)

 

 

 

 

'참다운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일까?'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인가?'

 

언제부터인가 이런 문제들이 마음을 온통 차지하게 되었다. 내가 온전히 젊었더라면 배낭 하나 짊어지고 운동화끈 질끈 동여매고서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났을 텐데 나이가 들고보니 형편이 허락하지 않는다. 여러모로 현실에 매이다보니 그렇다. 하여 나를 발견하기 위한 탐구의 방법으로 문학여행을 떠나보았다.

 

작년부터 고전문학을 하나씩 찾아서 읽는 중이다. 고전이란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낡지 않고 살아남아 사람들이 계속 찾게 되는 텍스트를 일컫는다. 거기에는 인간 보편성의 뭔가가 있기에 자꾸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전을 읽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초등이나 중등과정 시절에 '간추린 고전'으로 선행독서를 하게끔 만든다. 그러다보니 성인이 되어서 고전에서 다루는 삶의 문제를 현실에서 맞닥뜨리고 진정으로 읽어보아야 할 순간이 도래했을 때, 고전이란 이미 읽은 것이란 착각에 빠져 읽을 생각조차하지 않는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인생에서 뭔가 소중한 보물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휙휙 지나가는 인생의 여러가지 국면을 그저 사진 보관하듯이 현상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현상적으로만 바라보니 해결이나 나아가는 방향도 바람부는 대로 몸을 기우는 갈대 같은 건 아닐까 싶었다. 인생을 깊게 꿰뚫어보는 심미안을 갖고 싶었다.

 

그 옛날 그리이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문학에 대하여 모방충동설로 바라보았다. 문학은 삶의 재현이라는 거다.

'재현'이나 '모방'이라는 개념에 잘 들어맞는 문학의 장르는 소설이다.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소설에 대한 여러 정의 가운데 루카치의 정의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의 문제적 개인이 잃어버린 정신적 고향과 삶의 의미를 찾아 길을 떠나는 동경과 모험에 가득찬 자기 인식의 여정에 대한 형상화'가 소설이다.

 

그러니까 나는 배낭과 운동화 대신 문학책을 도구 삼아 삶을 이해하는 '자기 인식의 여정'에 참여한 거라 볼 수 있다. 소설 안에서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체험할 수 있다. 그 동경과 모험,즐거움과 환희로 가득찬 여정에서 덤으로 얻은 전리품이 있다. 인간의 삶속에서 내가 사랑하는 존재인 말(馬)이 어떤 모습으로 녹아들었는가에 대한 성찰이다.

 

내가 아는 말의 삶이란 고작 마방이나 풀밭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문학 안에서는 말이 등장인물과 구체적인 사건에 개입하여 인간이나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데 기여하고 있었다. 그만큼 말은 사람살이에 긴밀하게 함께 해왔다는 증거이므로 문학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모습이 하나도 이상할 것은 없다.

 

나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보다는 말과 가깝고도 깊은 유대를 맺고 사는 사람이므로 '문학 속의 말'이 드러나는 부분을 추려내어 기록해보고 싶었다. 이 의미있는 새로운 여정의 첫출발을 시작하려고 하니 설레고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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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어릴 적 기억에 봄은 반갑지 않았습니다. 반갑기는 커녕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불쑥 찾아온 손님처럼 밉상이었죠. 손님은 찾아올 때마다 울긋불긋한 꽃들을 잔뜩 가지고 왔습니다. 꽃은 밉상 손님이 가져왔기에 예뻐보일리가 없었지요. 머릿속으로 '왜 꽃은 피고 난리래?' 싶은 퉁명스러운 기분만 가득했답니다. 어린 마음에 인생이 이다지 괴로운데 어쩌자고 화사한 자태를 난분분 뽐내는가 싶었던 겁니다.

 

 

한 해, 두 해 세월이 흘러 소녀가 아가씨가 되고, 그 아가씨가 중년의 여인으로 변해하면서 서서히 봄과도 화해를 했나 봅니다. 어느 순간부터 꽃이 예뻐보이기 시작하더라니까요. 꽃이 예뻐 보이면 나이든 거라더니 딱 그런 모양입니다. 이른 봄에 승마장 사모님이 왔다갔다 하시며 화단을 살펴보시길래 나도 모르게 "올해도 꽃 많이 심어주세요!" 하는 말을 하고야 말았지요. 꽃타령이라니 나도 늙어가는가 보다고 한숨을 쉬고 말았네요.

 

 

 

 

지나온 인생에서 꽃이 예쁘게 보인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더 짧았지요. 이제는 '봄과 화해했다' 선언문이라도 낭독하고 싶었는데 올봄은... 지독하게 슬펐지요. 많은 이들의 기억에,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의 소금짐 같은 그런 봄으로 남게 될 것 같아 , 소금짐에서 배어나온 소금에 절여진  듯 마음이 싸르르 아립니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서 산 정상에 누구보다 빨리 당도했지만 ,뒤늦게 알아차리기를 등에 업고 있던 아이를 어디다 빠뜨려 흘리고서  달려온 거 아닌가요? 아이를 빠뜨린 엄청난 슬픔 뒤에 몰려오는 암울함은 이 세상이 언제라도 다시 그런 슬픔의 무대가 될 수 있으리라는 예감 때문이지요.

 

 

 

 

 

 

 

하여 유난히 따뜻하고 무던했던 겨울의 뒤끝에 일찌감치 앞다투어 피어났던 꽃들이 그만 무색해지고 말았나 봅니다.

 

 

 

 

 

검정색 노트북이 있습니다. 가운데 삼성 로고가 박힌 좀 구닥다리 노트북이지요. 아마르가 태어나기 전 해에 샀으니까 아마르랑은 연년생쯤 됩니다. 인터넷도 되지 않고 아직도 처음에 깔았던 그대로 '한글 2007'이 사용하는 주된 기능이어서 더욱 구닥다리 분위기를 냅니다. 제 소소한 기쁨 한가지는 노트북을 켜면 삼성 로고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나타나는 첫 화면에 있습니다. 가장자리에 아이콘이 떠오르는 첫 화면에는 깐돌이(아마르 아명)가 갖은 인상을 쓰고서  자세 잡고 오줌 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털은 더부룩하고 꾀죄죄 하기까지 합니다. 시골 촌놈의 완전체라고나 할까요? 그 촌티가 풀풀 나는 망아지 녀석이 쉬 하는 모습이 어찌나 정겨운지 볼 때마다 웃음을 참기 어렵습니다.

 

시골 촌놈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데는 녀석의 몰골 뿐만 아니라 배경도 단단히 한몫 합니다. 녀석이 오줌을 누고 선 장소는 얼기설기 끊어지다 이어지다 제멋대로 생겨먹은 철조망 울타리 안의 흙바닥입니다. 바닥에는 잔돌이 굴러다니며 그곳 시민임을 주장하고 있네요. 철조망 너머로는 야산 비탈의 공동묘지가 보입니다. 우리 산하 어딜 가도 야트막한 산자락엔 묘지가 차지하고 있지요. 사진의 배경만 보자면 보신탕용 개 사육장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바로 그곳이 지금의 아마르, 옛 깐돌이가 태어나 망아지 시절을 보낸 암울한 무대입니다. 왜 아마르는 그토록 황량한 장소에서 태어났는지, 왜 말인 아마르와 사람인 우리 부부는 그런 곳에서 운명적인 해후를 해야만 했는지요.

 

사실 이 세상의 시스템으로는 아마르는 태어날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승마장에 흔하디 흔한 말도 태어날 때는 극소수의 확률로 선택받은 종마의 씨를 받아 우수한 씨암말의 몸에서 태어난 존재들이죠. 아마르는 종마의 씨를 받은 것도 아니고 어쩌다 정처없이 팔려와 거세당하기까지 잠시 대기중이던 스텔리온, 지극히 평범한 퇴역경주마가 애비였던 ,우연한 생명이었던 겁니다.

 

 

 

 

 

다가올 7월이면 , 아마르가 6세가 됩니다.

 

 

 

 

아마르가 우리 품에서 자라온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탈도 많았고 우리에게 상상못할 기쁨도 안겨주었죠. 녀석을 키울 적에 가장, 항상 감동스러웠던 순간은 놈이 먹을 때였지요. 그악스럽게 와구와구 하며 흡입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먹구서 살아보겠다고 저 난리를 치는구나 싶어 그만 가슴이 뭉클해지고 뭔가 안에서 힘이 솟구치며 내 주먹이 불끈 쥐어지곤 했죠. 삶에 대한 열정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만.

 

 

 

 

녀석이 지금도 먹는 건 여전히 좋아하지만 , 과거에 더먹머리 머슴이 밭일 하고 와서 개눈 감추듯이 고봉밥 먹는 듯했다면 요즘은 선비가 점잖게 먹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선비님이라 해도 가까이서 구경 좀 할라 치면 귀를 뒤집고 눈을 부라리고 인상을 팍팍 씁니다. ' 내가 맛을 음미하는 거 안 보여? 난 사료를 즐기고 있으니 방해 말라니까!' 뭐 이쯤 되겠습니다. 아마르가 양반되기는 애시당초 글렀나 봅니다.

 

 

 

 

올해 들어 아마르에게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미국에서 날아온 내츄럴 선생님이 찾아와 두 번인가 직접 공부를 시켰습니다. 선생님에게 아마르를 맡기고서 녀석이 어떻게 하나를 지켜보는 제 가슴은 콩닥콩닥 했지요. 마치 집에서 얼싸얼싸 하던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킨 엄마 마음이 이렇겠지요. 아마르를 공부시킨 선생님 말씀이 녀석이 부모 앞에서는 어리광 부리고 떼쓸지언정, 학교와서는 선생님 말씀 잘 따르고 이해 잘하는 그런 학생이라고 하네요. 그 소리에 영락없는 학부모 심정이 되어 아이를 헛키우지는 않았구나 안도감이 들었답니다.

 

그런 후에 드는 생각은 내츄럴 선생님이 그 머나먼 미국에서 우리 아마르 가르치러 날아왔구나 싶은 인연의 필연적 연결고리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뭐 선생님이 우리 아마르 가르치러 일부러 찾아올 까닭은 없겠지만서도 내 입장에서 보면  딱 그리 맞아떨어지니 어쩌겠습니까.

 

 

운동하고,목욕하고,상으로 풀뜯는 아마르

 

 

 

그리저리 아마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홈스쿨을 졸업했나 봅니다.

물론 집에 와서 예습,복습 하는 거야 여전히 봐주긴 하지만요.

 

기왕 홈스쿨을 졸업했으니 마장마술 공부도 시키기로 했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서 조금씩 하는 공부인데 이 분야 역시 놀랍게도 어디선가 때맞춰 선생님이 나타났습니다. 아마르가 복이 많은 아이인가 봅니다.

 

신기하게도 아마르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공부할 준비가 갖추어지자 선생님이 등장했기에 그 타이밍이 절묘하다고 생각됐답니다. 이제 아마르는 다리도 제법 튼튼해졌고, 더이상 질질 울지도 않고, 좀 힘들고 불편해도 참아내며 교육을 받아들이는 그런 학생이 되었습니다.앞으로 어떤 멋진 승용마의 모습으로 자라가게 될지 희망이 피어오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러하니 말도 그렇겠지요. 너른 초원도 ,맘놓고 뜯을 풀도 주어지지 않은 삶입니다. 그래서 마방에서 머리를 내밀고 맑은 눈망울로 바라보는 그들을 보면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저 건초나 한무더기 집어다가 넣어줄 뿐입니다.

 

그런 말에게 매일 배우는 게 있습니다. 묵묵히 살아가기. 세상은 아름답지도 않고 충분히 기쁘지도 않고 오히려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일이 많지만, 말은 좋다 싫다 내색을 하지 않네요. 그저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몫의 건초를 소중히 여기고 간절하게 씹는 것과 요구받은 일에 대하여 덤덤히 받아들이고 해내는 모습을 보일 뿐입니다.

 

 가끔은 아마르가 '끼야호~' 소리를 지릅니다. 사람의 언어로 '끼야호'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끼야호'를 표현한다는 편이 맞겠지요. 화창한 날에 밖으로 나들이 나가면 그런 기분을 표현합니다. 마방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일 뿐인데  소박하게도 햇빛,,바람,공기,새소리,꽃향기 만으로도 그렇게 좋아할 수가 있을까요.

 

 

호수공원에서

 

 

 

견공의 끼야호~   (공중부양 상태임)

 

 

4월 초에 호수공원에 갔습니다. 주인과 개가 한 조가 되어 산책을 즐기고 있어 무척 부러웠지요.나도 칸타나 아마르와 이 좋은 공원을 산책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때는 벚꽃이 난분분 흩날리는 광경이 한창이었고요. 무슨 생각이었는지 땅에 떨어진 꽃잎 하나를 집어들었어요.다섯 장의 꽃잎이 야무지게 손을 맞잡고 있더군요. 꽃잎을 뒤집어도 보았죠. 그랬더니 놀랍게도 다섯 장의 꽃잎을 단단히 고정시킨 꽃판은 오묘한 색깔의 별모양이었어요. 그러니까 꼭지가 다섯 개인 누구나 별이라고 떠올리는 그 형상 말입니다. 그때 별의 언어가 들렸지요.

 

 

 

 

언젠가 우리는 다 제각각 어느 별에서 지구로 살러 온거야. 살고나면 다시 별로 돌아가겠지. 별에서 왔다가 다시 돌아가기까지, 그러니까 사는 동안은 누구나 힘들기 마련이야. 꽃이 왜 피는지 알아? 살다가 힘들어 지쳐 쓰러질까봐 , 기를 쓰고 피어나는 우리를 보고 살아갈 힘을 내라는 의미야.

 

그러고 보면 존재와 존재가 맞부딪힐 때 기운이 생동하는 뭔가가 발생하는 모양입니다.

꽃이든, 말이든 가만히 바라봐주면 기운이 나지요.

 

 

사랑이

 

 

아마르는 할아버지가 오지 않은 날 내가 손이 딸려 저를 꺼내 놀아주지 못하면 귀를 뒤집고 마구 항의하며 화를 낸답니다. 칸타는 브러시로 목덜미 긁어줄 때 살살 하라며 화를 내지요. 칸타의 표현은 '콱 물까부다' 시늉이 바로 그거랍니다. 엉덩이 긁어줄 때는 시원하다고  하면서 목은 왜?  이놈들이 살아서 파닥파닥 거리는 게 참으로 좋네요. 그 파닥거림으로 인하여, 세상사 심란함으로 인해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려는 마음의 병을 이기고 사는 게 아닌가 싶어지네요.

 

 

                                     아마르

 

왜 아마르가 공동묘지와 철조망이 겹겹이 에워싼 황량한 땅으로 우리를 만나러 왔는지 꽃이 별을 보여주며 넌지시 건네는  무언가를 통하여 조금은 알듯도 합니다. 꽃의 아름다움은 얼어붙어 삭막한 겨울을 통과한 자리에서만이 찬란한 거지요. 아마르의 우연한 생명도 묘지에 드리운 죽음의 치맛자락 그림자에서 태어났기에 고귀한 게 아닐까요? 아마르가 하필이면 연중에 가장 무더운 날 질퍽한 진흙에서 태어난 것도 장차 가장 빛나는 희망을 모두에게 보여주려는 신의 뜻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가장 암울해 보이는 시간이 꿈과 희망을 발아하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닌지, 말의 시간에 머물며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제이슨 (존 웨인이 탈 만한 거구의 순둥이 , 아마르가 혼내주겠다고 호시탐탐 벼르고 있음,사진은 소심하게 내다보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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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은 '소멸의 아름다움' ( 필립 시먼스 / 나무심는 사람 )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인류가 살지 않는 별 

그 별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따위는 두렵지 않다 .

그보다는 내마음 속 불모지가

훨씬 더 절실하게 두려움을 안겨준다

 

- 로버트 프루스트 '불모지' 중에서

 

 

 

 

 

 

  ... 우리는 멀리 떨어진 별들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원자.

텅 빈 우주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의 일시적인 결합에 불과하다.

 ... 우리는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중요한 존재인 동시에

 덜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나의 신비주의는

다른 세계에 접근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고

 이 세계를 더욱 깊이 경험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을 뿐이다.

나의 신비주의는 일상 생활의 신비주의.

거기에 필요한 것은 상상력, 평범한 것에 대한 사랑과 관심

신의 은총에 대해 기꺼이 놀라는 마음뿐이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지금 여기

낡은 구두와 장미꽃이 있는 세계에 있으면서

 내가 영원을 찾을 수 있는 곳에서

영원을 찾고 있다는 것 뿐이다.

 

 

 

 

 

 

 

어떻게 하면 이 영원한 현재를 즐길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 우리의 호흡에, 우리 눈앞에 있는 우리 손의 움직임에 정신을 집중하면,

 삶의 빛 속으로, 평범한 것들의 핵심에 있는 신비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아이가 빵에 버터를 바르는 것을 볼 때

 까마귀가 들판에 내려앉는 것을 볼 때 

 나이 든 묘목업자가 신나는 얼굴로 잡종 진달래를 열심히 설명하는 것을 들을 때....

그런 평범한 순간,

갑자기 다른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되고...

 신발을 벗고 깊이 고개숙여 절을 하고 싶어진다

 

 

 

 

 

 

 

 

 

 

현재에 살면

 적어도 처음에는 과거와 미래를 잊고,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기억과

기대감의 회오리를 멈추고

 명상하거나 빵을 굽거나 숲속을 거닐거나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행복하고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수련을 거듭하면...

이번에는 과거와 미래가 불안이나 심란을 가져오지 않는다.

그대신 우리는 지금 이순간이

모든 시간의 흐름속에서 제 자리를 찾은 것을 깨닫고

 우리가 영원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지금 이순간만이 아니라

인생 전체 속에서 살게 된다

 

.

.

.

.

.

 

.

.

   

< 에필로그 >

 

 

 

 

모든 곳이 길이되는 초원  

 

 

 

 

 

 

 

몽골에서는

바람과 풀과 햇빛과 함께 걷는다

달릴 때는 온 초원이 함께 일어난다 

 

 

 

 

 

 

 

그리고

우리에게 잃어버린 원초적 기쁨과 자유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자연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게된다.

 

 

 

 

 

 

 

가다가 힘들면 걷고

걸음을 멈추어서서 아득한 풍경을 가슴에 담아두거나

그 풍경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도 좋다.

 

 

 

 

 

 

 

 

말들은 일사분란하게 나아간다

 

 

 

 

 

 

 자신의 소임을 정확하게 알고  행동한다.

스스로를 보호하지만 어떤 진창과 수렁도 마다하지 않는다  

 

 

 

 

 

 

 

모든 말들이 선두에 나설 수 있고

어떤 말도 뒤쳐졌다고 조급해하거나

 앞선 말을 쫒으려 내달리지 않는다.

 

 

 

 

 

 

 

 무리에서 떨어져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움직이되 개별적으로 자유롭다.

 

 

 

 

 

 

 

때로는 거친 강을 건너고,

 

 

 

 

 

 

 

건널 수 없는 강에 이르면 산을 넘어야 한다.

 

 

 

 

 

 

 

깎아지른 절벽을 끼고

 차마고도를 넘는 짐꾼들처럼 산을 넘는다.

 

 

 

 

 

 

 

 

아래로는 아름다운 강물이 흐르고 있다.

 

 

 

 

 

 

여기는 몽골이다.

 

 

 

 

 

 

 

 이곳 몽골인들도 이제는 초원의 삶을 많이 떠난다.

 

 

 

 

 

 

 

 이미 도시화가 심화된 울란바토르 시를 중심으로

초원을 떠난  몽골인들이  모여들고

 

 

 

 

 

 

 

 

유목민의 삶을 상징하며 초원의 삶을 지키던 아름다운 게르

가난한 빈민을 상징하는 주거공간으로 도심 외곽에 흉물스럽게 자리잡았다.

 

게르가 없는 초원은 주인을 잃은 듯 허허롭다

 

 

 

 

 

 

 

 

 

 대도시의 삶에 지친 우리는 초원을 꿈꾸고

초원의 삶을 살던 몽골인은 대도시를  꿈꾼다.

 

 

 

 

 

 

 

 

그래도..

세상의 변화와 격랑에도 불구하고

 여름이 돌아와 풀이 무성해지면  몽골인들은 초원으로 향한다.

 

 

 

 

 

 

 

 

 초원은 돌아가야할 영원한 고향인 것이다

 

 

 

 

 

 

 

 

몽골과의 인연을 위한 징표가 필요했던 것일까

 첫 번째 여행에서는 지갑을 잃어버리고

두 번째 여행에서는 믿기 어렵게도 구두를 두고왔다.

 

 

 

 

 

 

 

   

  가끔, 두고온 물건을 떠올릴때마다  

내가 몽골에 존재하고 있다는 기분이 찾아든다. 

 

 

 

 

 

 

 

초원을 감싸는 신비한 빛 

우주에 홀로 존재하는듯한 게르의 차가운 밤들

생성과 소멸. 순환의 모습을 너른 가슴에 펼쳐놓은  몽골의 초원

 

 

 

 

 

 

 

 말의 다리를 통해 전해지는 

풀의 살결, 물의 소리, 대지의 울림

 낯선 여행자들이 말을 몰아대는 어설픈  츄~ 츄~ 소리들

 

그 속에 여전히 함께 있다는 신비 속에 빠져든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몽골에 가게되면 자신의 무언가를 하나쯤 남겨두고 오는 것도 괜찮으리라.

그것이 무엇이든..

 

 

 

 

 

 

 

 

 

 현재의 삶이 버거울때나, 지루할 때나 ,의기소침해질때면

잠시 몽골에 두고온 것들을 떠올리게되고

 

 

 

 

 

 

그 기억들은 우리를 잊지않고 몽골로 데려다줄 것이다.

 

 

 

 

 

 

 

 

몽골의 초원과 빛속으로...

청아하게 울려퍼지는 초원의 노래소리로...

 말들의 잃어버린 낙원, 영원한 고향 속으로...

 

 

 

 

 

 

 

그러면 우리는

초원의 말들처럼 꿋꿋하고 굳건한 한걸음을

지금 이순간 영원 속에서

함께 내딛고 있을 것이다.

 

 

 

 

 

 

 

 

 

                

 

 

 

 이상 연재를 마칩니다

               사진에 등장하는 분들의 사전 동의없이 사진을 게재하였음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사진을 제공하여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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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아마르가 깐돌이로 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고 난처하고도 신비롭게 서있던 그 새벽으로부터 5년. 깐돌이는 비로소 말horse이 되었고 나는 홀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오랜 도시생활로 야생성을 잃어버린지 오래인 중년의 남자가 20여년만에 홀로 여행을 떠나야하는 상황앞에서는 잠시 안절부절해도 좋으리라. 쉽사리 홀로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겁많은 말처럼... 말에게나 사람에게나 야생의 정신이 필요할 때다.

 

 

 

말이 맺어준 인연의 땅 '몽골' 그리고 '소멸의 아름다움' (필립 시먼스 / 나무심는 사람)

 

 

필립 시먼스 ( 1958 ~ 2003 )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평론과 단편소설을 쓰던 미국의 영문학 교수. 서른다섯의 나이에 '루게릭병'에 걸려 날마다 조금씩 죽어가야했던 저자는 죽음을 앞둔 불완전하고 결함있는 삶이 오히려 어떻게 충만한 삶이 될수 있는지를 깊은 성찰과 지혜속에서 온몸으로 보여준다.

 

 

 

비어있음으로해서 가득한, 완전하면서도 결핍으로 충만한 몽골이야말로 '소멸의 아름다움'을 읽어내기에 적합한 땅이다.

 

 

 

 해질녘 몽골의 초원을 바라보며, 탁탁 영혼을 깨치며 타들어가는 마른 장작불 소리를 들으며 그리고 동이 터오는 새벽녘. 게르의 이슬맺힌 풀밭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여기 아름다운 몽골에서 '합리적 신비주의자'가 전하는 삶에 대한 성찰을 소개해본다.  

 

 

( 아래부터는 '소멸의 아름다움'에서 인용된 글임)

 

 

 

삶은 어차피 죽음을 앞둔 상태다.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우리는 죽음을 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의식한다는 점에서 축복받은 존재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연의 섭리에 속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한 이질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유를 깊이 의식하면서 사는 것이다. 인생에서 참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 명성,물질적 소유,우리의 육신- 들에 대한 집착으로부터의 자유...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자유...끝으로 우리의 고귀한 본성에 따라 행동할 자유.

 

 

 

 

 

아침에 침대에서 나올 수 있는 날은 하루하루가 나에게는 축복이다. 우리가 팔다리를 움직여 세상 일을 할 수 있는 날은 그 하루하루가 우리에게 축복이다. 팔다리가 위축되고 말을 못하게 되어도, 여전히 우리는 축복받은 존재다. 이 심장이 뛰는 한 나는 축복받은 존재다.

 

 

 

 

 

 

우리는 영원히 집을 완성할 수 없고 , 절대로 충분히 행복할 수 없으며, 집은 언젠가 우리를 완전히 떠나버릴 것이다

 

 

 

 

 

사람은 정착하기를 원하지만, 정착하지 않은 동안에만 희망이 있다(에머슨)...진정으로 살아있기위해 영원히 정착하지 말자

 

 

 

 

 

 

모든 종교적 감정은 우리의 진정한 집이 '다른 곳'에 있다는 깨달음으로 시작된다

 

 

 

 

 

 

그 '다른 곳'을 영적인 완전함으로 정의하든...자연계와의 조화로운 관계로 정의하든, 우리의 영혼과 신의 합일로 정의하든...우리는 되도록 멀리가기를 바란다. 이 삶의 고통에서, 미완성된 집에서, 미완성된 우리의 자아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삶속에 남아있는 한, 인간으로 남아있는 한, 우리가 갈망하는 그 '다른 곳'에는 결코 이르지 못한다

 

 

 

 

 

 

더 나은 삶에 대한 환상에 열중하면, 과거의 상처에 대한 기억에 얽매이고 다가오는 불행에 대한 두려움에 쫓기면, 우리가 갖고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을 잃게 된다

 

 

 

 

 

 

그것은 바로 현재의 순간이다...현재의 순간은 우리가 살고있는 미완성된 집이다

 

 

 

 

 

 

하루하루는 미완성이고 불완전하지만, 나는 손상되고 쇠약해지고 있는 이 몸뚱이속에서, 이 호흡속에서, 더듬거리는 이 말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려고 날마다 애쓴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여기, 현재라는 미완성된 집에 머물러있다. 기쁨은 집짓기 자체에 있다.

 

 

 

 

 

 

 

 

 

 

 

*** 돌이할방의 몽골사진과 '소멸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이 글은 몇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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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에 나온 비교적 따근따근한 책이다. 전재식.송상욱.최준상.채준 공저 / 대한미디어

이 책의 부제는 /국가대표와 함께하는 승마 테크닉/ 이다.

 

CONTENTS

 

제 1부 송상욱의 승마,제대로 배우기

         - 승마 기초,말 훈련 방법 및 응용 기술 -

 

제 2부 전재식의 마장마술 B클래스

         - 규정 종목 체크 포인트

 

제 3부 최준상의 원포인트 레슨

        -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승마 Q & A

 

승마를 배우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점을 잘 짚어서 정리한 내용이라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 든다.

 

너무 어렵지 않게 꼭 필요한 내용만 다루고 있어서 군더더기 없이 알차다.

 

선수들만의 전문용어를 나열하지 않고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서술하고 있어 실용적이다.

 

승마에 입문하여 구보까지는 할 줄 알지만 뭔가 어설프다고 느낄 때 자신의 자세부터 기본을 하나하나 점검해보고 바로잡는데 요긴할 것이다.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마장마술과 장애물 비월에서 각각 단계별 목표도 알아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승마 국가대표 선수들이 전하는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될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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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성산읍 삼달리에 c&p리조트에 한라마 무리가 산다.

 

이들은 사람이 기르는 말이지만 너른 2만평 땅을 자유롭게 오가며 산다.

 

참으로 이상적인 생활을 누리는 행복한 말이다.

 

수도권의 승마클럽에서 사는 승용마가 하루의 대부분을 좁은 마방에서 살며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삶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리조트의 말을 타고서 억새외승 나가기 전에 부지를 한 바퀴 돌았었는데 인공적인 시설도 없고 지면도 다듬어놓지 않아 돌무더기,나무,풀뿌리가 제멋대로 놓여 있었다.말들의 생활환경이 이런데도 말들은 하나같이 몸에 긁힌 생채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지난 봄 이곳을 다녀온 후에 일기예보에서 제주에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다는 소릴 들을 때마다 말 친구들이 걱정되었다.따로 이들의 방이 있는 것이 아니니 비바람 맞고 젖은 생쥐꼴을 하고 오돌오돌 떨려나 싶었던 게다.

 

안주인의 얘길 들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지붕이 있는 대피소가 있으나 뒷간처럼 여기는지 들어가 똥이나 눌 뿐 정작 비가 오면 다른 곳에 간다고 했다.

 

"바로 저기랍니다!" 말등 위에서 안주인이 가리킨 곳은 빽빽한 소나무 군락이었다.말들은 좁고 아늑한 소나무 둥치 사이사이에 들어가 가만히 서서 비 내리는 시간을 보냈던 거다.

 

비올 때 큰 나무 아래 들어가 본 사람은 안다.비가 잎을 타고서 옆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비 피하기는 그만이라는 사실을.게다가 솔숲이니 비에 젖은 솔잎이 뿜어내는 솔향은 얼마나 진할 것인가.솔향은 머리를 맑게 한다는데 말 친구들의 정신적 고요함이 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어진다.

 

숙소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가는데 시야에 확 꽂히는 장면이 보였다.물가에서 암말인 공주가 풀을 뜯고 있었다.

 

물 언저리에서 백마가 풀을 뜯고 있으니 비현실적인 느낌과 함께 주변에 선 열대수목으로 인하여 이국적인 풍광처럼 비쳐졌다.말이 등장하는 달력그림에 딱 나올 법한 그런 장면이었다.

 

공주는 임신중이고 내년 4월에 출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망아지의 부마는 리조트의 말 무리에 속한 숫말이다.주인장도 부마가 이놈인가 저놈인가 확신을 못하니 망아지가 나와보면 알 터이다.

 

기왕이면 공주가 엄마 닮은 예쁜 망아지를 낳았으면 좋겠다.

 

 

공주가 풀을 뜯는 바로 옆에서 맨 처음으로 이끌려나온 스콜피오가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말은 쥬피터다.

 

아침이.

 

이곳의 한라마들을 보면 "우와! 멋지다!"라는 감탄이 나온다.제주도의 관광 승마장이나 수도권에서 가끔 보는 한라마를 보고서는 감탄을 하기가 힘든 게 보통이다.웜블러드나 중형더러브렛에 비하면 뭔가 오종종하고 왜소하다는 인상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 한라마들은 체고가 150cm에 가깝고 몸통은 튼실하여 중형마 정도의 뱃고래를 보는 듯할 정도이다.그만큼 잘 먹이고 키워서 그렇다.

 

여기에 지나친 노동으로 혹사시키지 않고 자연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니 모색에도 윤기가 흐르고 표정에 기품이 서려 있었다.

 

말의 체고가 150cm 정도가 되면 한국사람이 타기에 가장 적합한 승용마 신체조건이라고 보여진다.세계의 유명 승용마 품종도 이 정도 크기가 많다.

 

다는 아니지만 몇 군데 둘러본 제주 관광승마장의 한라마는 키가 아담하니 작았다.관광용으로는 실용성이 있어 보이지만 속사정은 좀 달랐다.

 

그러니까 한라마의 품종 자체가 원래 작은 것이 아니라 못 먹어서 덜 자란 상태라고 할까.한국인의 체형이 못살던 시절과 경제발전 이룬 이후에 현격하게 달라진 것과도 같다.

 

현재 제주도에서 이루어지는 경마에 출주하는 경주마의 체고는 137cm로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그러다보니 제한된 경주마 쿼터에 입적시키기 위하여 말 생산농가는 어쩔 수 없이 망아지에게 일부러 잘 못먹이는 방식으로 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경주마로 판매하고 나면 말은 불과 몇 년의 경주마 생활을 끝내고 나서 기나긴 승용마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어려서 못먹고 경주로 혹사당한 몸 상태가 좋을 리 없다.한라마의 현주소가 그렇다면 그런 말을 타야 하는 승마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조트에서 작년에 태어난 유니콘이 언니 문 차일드와 함께 서 있다.둘은 연년생이다.4명의 일행이 말을 타고서 외승을 나가려할 때 문과 유니콘이 따라나올 수 있는 끝까지 나와 뚫어지게 바라보며 배웅을 했다.

 

우리 깐돌이도 그랬지만 자라는 한라마 망아지들도 같은 무리의 말들이 사람을 태우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승용마의 삶을 받아들일 것이다.

 

망아지들이 그렇듯 유나콘도 특유의 무심한 표정을 짓소 있었는데 이젠 망아지의 호기심도 다 가시고 좀 무료하기까지 했다.그러다 서서히 사람을 태우는 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제 소임을 알게 되리라.

 

 

 

 

 

 

스콜피오가 조는듯 고요하다.말들은 안장매는 동안 조는 표정이기 일쑤다.

 

스콜피오는 공주와 함께 지구력대회 백전노장이다.얼마 전 80km대회에 참가하여 10위 권 안에 들었다.

 

아침이는 경주마 경험이 없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유망주다.겨우 3살인데 어찌나 온순하고 차분한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온순하면서 강인함을 동시에 갖춘 승용마가 한라마다.

 

리조트 주인장 내외는 1년에 4~5차례 열리는 지구력대회에 거의 참가하는 분들이신데 얼마나 건강해보이는지 모른다.

 

이날 15km 정도의 외승을 다녀왔을 때 말들도 멀쩡하고 주인장 부부도 어디 다녀왔나 싶은데 평소 실내마장에서 깔짝거리며 타던 나만 초주검인 것 같고 한달분 승마를 다 한 것 같았다.

 

제주의 자연이 길러내고 애정이 지극한 사람이 길러낸 말들은 사람에게 건강함을 선물했다.아울러 도시에서 찾아온 승마인에게도 질적으로 높은 승마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런 게 자연,사람,말의 조화로움이 빚어낸 행복함 아닐까?

 

 

(*) 용어 정리

 

* 제주마 : 최근까지 재래마,조랑말,재래종으로 불리다가 1999년 공식명칭을 '제주마'로 결정.

              그 이전 1986년 멸종방지를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

              제주마라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천연기념물로 인정받는다.

 

                                      <이상은 유홍준 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p399~401에서 >

 

*한라마 : 제주마와 더러브렛의 교잡종.

 

(*)그 밖의 관련 자료

 

승마매거진 2011.7.8 월호

한라마 전도사 이종형 감독

<우리 한라마의 우수성을 알리고 장려하는 제도적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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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수장대에 서 있는 칸타

 

마방 안의 칸타

 

칸타의 눈빛은 무엇을 말하는가?

올여름에 칸타는 곡물사료를 일정 기간 끊어야 했다.승마클럽에 사는 말의 주식은 크게 두 가지다. 조사료라 하는 건초와 농후사료라 하는 가공곡물사료이다.말은 건초보다 곡물사료를 좋아해서 식사가 제공되었을 때 먼저 곡물사료를 허겁지겁 다 먹은 다음에야 느긋하게 건초를 우물거리며 씹는다.곡물사료는 고소한 향이 나고 감칠 맛이 나서 말의 식감을 자극하는 게 틀림없다.

이렇게 맛나는 곡물사료를 칸타에게 주지 않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여름이 되자 원인 모를 두드러기가 칸타의 몸에 돋아난 것이다.보름이 지나도록 올록볼록한 두드러기가 없어지지 않아 지나친 열량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관리인에게 칸타의 곡물사료를 당분간 끊고 대신 건초는 넉넉히 주라 일러두었다.

그로부터 하루,이틀이 지났다.승마클럽에 당도하여 칸타 뭐하니 부르며 마방으로 다가섰다.얼핏 비친 칸타의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엄마가 부르니 얼굴은 내밀었지만 신경이 예민해져서 귀도 뒤로 파들파들 눈매도 번득번득 했다.얘가 왜 이러나? 이러구 있는데 아빠가 나타났다.전날 아이들을 못 보아서 얼굴에는 반가움과 기쁨이 번져 한껏 웃는 표정이었다.아빠가 그러구서 나타났는데 칸타는 마방으로 얼굴을 쏙 내밀더니 기다렸다는듯이 귀를 납작하게 눕히고 입을 실룩실룩 악악 대는 게 아닌가!

그 표정은 과거에도 목격했던 적이 있었다.1년 전 이곳으로 새로 이사왔을 때 우리 아이들은 자동급수장치에 적응해야 했다.그러나 칸타는 하룻밤 동안 물 먹는 법을 알아내지 못해 물을 한 모금도 먹을 수 없었다.다음 날 오후에 아빠가 나타나니 오늘처럼 머리를 내밀고서 머리 끝까지 치민 분통을 터뜨렸던 것이다.물도 안 주다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느냐고 항의를 한 것인데 표정으로 보아 좋은 말로 한 것은 아니었고 욕쟁이 할머니가 즐겨쓰는 상용구를 더빙하면 딱 맞았다.

또 다시 칸타가 머릴 내밀고 한바탕 욕을 퍼부우니  아빠는 좋은 얼굴을 하고 와서 갑자기 찬물벼락을 맞는 처지가 됐다.야가 왜 이라노? 하며 의아해하는 관리인에게 칸타가요 지금 욕을 퍼붓는 거예요 그랬더니 관리인도 그냥 웃을 수 밖에.자세히 보니 칸타가 악악대며 욕을 퍼부은 뒤끝에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쩝쩝 다셨다.오라 이제야 감이 왔다.칸타가 왜 사료를 안 주느냐고 불만을 터뜨린 거구나.

그날 이후로 칸타에게 새로운 악벽 하나가 생겼다.사료를 훔쳐 먹는 일이다.물론 말이니만큼 제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가 몰래 훔쳐먹고 들어오는 상황은 아니다.칸타는 하루에 2~4회 정도 마방에서 바깥으로 연결된 통로를 왕래한다.그 통로 중간쯤에 사료간이 있어 곡물사료가 담긴 손수레가 놓여 있었다.누군가 칸타의 마방굴레 끝에 달린 리드줄을 잡고 이동을 할 때 칸타가 이때다 하고서 막무가내로 수레로 재빨리 걸어갔다.당황한 사람이 안돼! 소리치며 줄을 끌고 손바닥으로 때려도 보지만 말의 의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사료간에 당도한 칸타는 킁킁 냄새로 사료수레를 찾아내고는 파리가 덤비지 못하게 덮어놓은 사료푸대를 들추고는 덥석 하고 사료를 입에 우겨넣었다.두 세번 입질을 한 후에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가고자 하는 곳으로 걸어갔다.이런 일을 아빠,엄마,이모 모두가 당했다.칸타와 함께 차분하게 마방이나 수장대로 향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칸타에게 매달려서 끌려가는 꼴은 사람이 힘 앞에서는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여실히 증명했다.

말에게 끌려갈 때 반쯤은 걷고 반쯤은 날아가는 모호한 상황이어서 마치 사람이 말 목에 매달린 길다란 머플러처럼 나풀대는 것 같기도 했다.체면과 품위를 한참 구기고서 말에게 딸려간 후에 나도 첫번에는 무조건 야단을 쳤지만 생각해보니 이일이 마주의 지시로 말의 권리를 일정 부분 박탈한 데 따르는 결과물이어서 나나 할방이나 야단의 기세는 우유부단했다.

몇 번 그런 일이 반복되니 파블로프의 개처럼 학습이 되어 또 그러겠군 싶으면 또 그런 일이 벌어져서 나중엔 아예 그러는 칸타의 얼굴이나 살펴보자고 마음 먹었다.칸타는 사람과의 계약(?)을 위반하고 무턱대고 사료간으로 향하는 행동이 해서는 안되는 짓임을 분명히 알았다.제 의지로 걸음을 떼는 순간부터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는 자의 초조함에 점령당해서 걸음도 빠르고 맥박도 빨라져서 매사에 차분하지 못하고 허둥댔다.사료에 입을 쳐박고 와구와구 씹을 때 사료가 반은 입에서 쏟아졌다.눈빛을 비롯한 얼굴표정 전체는 떳떳하지 못한 일을 치루느라 긴장돼 있었다.사실 칸타의 성격이 겁도 많고 소심해서 이런 일 함부로 할 성격은 못되었다.그런데도 범죄(?)를 자행했으니 사료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크길래 그 지경이 되었나 싶어서 칸타가 안됐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해소되지 못한 욕망이 충족되면 - 사료를 두세번 입에 쑤셔넣고 - 칸타는 군말 없이 제가 갈 곳으로 갔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말에게 사람 잣대의 도덕성이나 양심을 적용할 수는 없겠으나 말도 제가 해서는 되는 일과 안되는 일을 구분할 줄 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기수를 낙마시킨 말이 좋다고 기뻐하는 경우는 없다.

며칠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클럽에 당도하니 운동장에 깐돌과 태풍이가 있었다.반가워서 깐돌아 하고 부르니 저끝에 있던 깐돌이가 에상과 달리 전혀 반응이 없었다.평소엔 바로 쳐다보고 구보나 신장속보로 달려오던 녀석이었다.여러 번 불러도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나중에 날 쳐다보았지만 밍그적대며 오지를 않았다.나중에야 깐돌의 속마음을 알았다.내가 오기 전 운동장에서 칸타 깐돌이가 놀다가 곧 들어가 기승운동을 할 예정이었다.그러다 뒤늦게 태풍이가 운동장에 나왔다.칸타는 부름에 응하여 나갔지만 깐돌은 태풍이를 보니 훈련받는 게 싫었고 태풍이랑 실컷 놀고 싶어졌다.그래서 할아버지가 나가자는데 뚝 서서 버티고 한사코 놀겠다고 자기 의지를 세웠다.할방은 깐돌이가 어제 하루종일 갇혀있기도 했으니 오늘 잘 놀면 내일은 공부를 잘 하겠다 싶어서 그냥 네멋대로 놀라고 내버려뒀다.잠시후 할머니가 나타났다.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깐돌은 할머니가 자길 데려다가 타려나 생각했나보다.그래서 속으로 아무리 할머니가 불러도 모른 척 해야지 하고서 모르쇠,밍그적 모드로 일관했던 것이다.내가 봤을 때 깐돌에게서 나타난 태도에서는 떳떳함이라고는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제 욕망은 채워야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이러면 안되는데 싶은 그늘이 드리워져서 활발한 기운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그래 저 녀석도 다 커가지고 속이 멀쩡하구나 싶었다.

다시 우리의 새침녀 칸타에게로 돌아가보자면 대략 보름 지나서 사료금지령이 한 이틀 전에 풀렸다.어제 칸타를 타고서 씻겨 방으로 돌아갈 때였다.저녁식사 시간도 임박했고 운동도 잘 했으니 칸타가 몹시 출출했을 것이다.통로 중간쯤 걸어가니 나와 칸타의 눈에 사료수레가 보였다.여기서 말 걸음으로 서너걸음만 떼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순간 나나 칸타의 머릿속에는 사료가 떠올랐을 것이다.너와 나는 같은 것을 보고 있어 ! 그 다음 순간엔 칸타가 수레로 가겠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그간에 형성된 습관이 관성처럼 작용할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칸타는 눈꺼풀을 내리깔고는 그냥 천천히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이제 사료 주는데 뭐 하는 표정 같았다.

나도 어떤 이유로 빵이나 미숫가루로 끼니를 모두 떼워야 한다면 열흘 후에는 반쯤 미쳐서 쌀밥을 먹기 위해서라면 법이 금지하는 어떤 행위라도 하게 될 것 같다.

 

 

라라이모가 놀러왔던 날 칸타가 이모를 태워주고...

 

이모는 칸타를 목욕시켜주고...

 

풀뜯기 산책도 시켜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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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의 왼쪽 앞다리에 탈이 났다.

 

열흘이 넘도록 운동을 쉬는 칸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칸타의 앞다리에 탈이 난지가 열흘이다.느리게 회복되는 중이라 아직 다 낫지 않았다.다리가 붓고 열이 나기 며칠 전부터 칸타의 신경질이 늘고 컨디션이 나빴는데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니 진작부터 다리가 아팠나 싶었다.살펴보니 앞다리 중수부의 안쪽으로 계인대가 늘어난 고무줄처럼 부풀고 약간 딱딱해져 있었다.책을 찾아보니 계인대는 다리에 체중이 실릴 때 구절이 과도하게 굴절되는 것을 억제한다고 한다.그러므로 칸타는 뭔가 무리한 장력을 받아 손상을 입었다 할 수 있겠다.칸타를 타는 우리 부부가 늘 말을 아끼며 타건만 말이 부상을 입고 보니 아끼고 안 아끼고를 떠나 사람이 탄다는 조건 자체로 승용마는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칸타가 왜 발병하게 되었나 그간의 운동양상을 되짚어 생각해 보았다.가장 큰 변화는 마장마술 렛슨을 시작한 것이다.두어 달 된 것 같은데 요근래에는 조마레인 없이 굴요하는 연습과 이런저런 동작의 바탕을 만들기 위한 수축운동,후구를 강화하기 위한 원운동 등을 했었다.그렇다고 이러한 프로그램이 특별히 칸타의 앞다리에 부담을 준 것은 아니다.다만 그러는 동안 평소 안 하던 뭔가를 칸타가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어떤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발생해서 신체적 손상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칸타 다리가  병나기 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내가 칸타를 탔는데 초반부터 마장상황이 우측방향 운동으로 진행되어 워밍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평소와 달리 우구보를 여러 바퀴 했다.칸타는 우측운동이 좌측보다 덜 수월하다.그러고 난 후 평보를 하다가 칸타가 돌연 뒷발질을 해서 난 붕 하고 날랐다.그 순간 말의 앞다리가 디딘 땅이 꺼져내리며 말 머리가 주저앉는 것 같았다.말 등에서 분리되어 허공을 가른 나는 어이없게도 칸타의 목덜미에 걸터앉았다.앉는 순간에 나의 체중은 오른쪽으로 쏟아져 내렸고 난 본능적으로 말 목을 감싸고 버텼다.그러자 칸타의 목이 견고하게 정지했다.그 다음 순서로 땅으로 미끄러져 쏟아질 상황을 예감하고 있을 때 말 목이 가만히 있으니 난 정신을 수습하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앉아 안장의 앞머리를 타고 넘어서 다시 안장의 한가운데 내 엉덩이를 갖다놓을 수 있었다.다시 칸타가 평보로 걸음을 떼니 얼굴이 사색이 된 할방이 눈 앞에 서 있었다.구경하다가 적나라한 목격을 하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정작 당사자인 나는 무덤덤했다.칸타를 5년 넘게 탄 후로 칸타가 기승 중에 그런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뭔가 참을 수 없는 불편함으로 본능적인 행동을 했는데 엄마가 자기 목에 올라탈 줄은 몰랐을 것이다.그리고 엄마가 땅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았나 보다.말의 습성으로 보아 갑자기 자기 목을 압박하는 물리적 힘이 닥쳤다면  회피하여 달아나는 게 자연스러운데 끝까지 목을 받쳐주었으니 말이다.미끄럼틀처럼 경사진 말 목의 한가운데서 안장 가운데까지 거슬러 돌아오는 일은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오르는 것만큼 부자연스럽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내가 꾸물떡거리며 제 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가만히 있어준 칸타에게서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던 마음이 느껴졌다.그렇기에 말의 뒷발질이 원인이 된 상황이었지만 난 칸타가 한없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후유증이 있었다.한동안 나의 오른 무릎이 시큰거려 계단 오를 적에 통증을 느껴야 했다.통증이 느껴질 때마다.말의 차는 힘으로 떠오른 체중을 받아내며 충격을 완화한 최전선 무릎이 감당했을 부담이 상상이 됐다.그 상상은 그때 할방의 사색이 되었던 표정과 비례할 것이다.

칸타의 왼쪽 앞다리 안쪽 인대가 부풀고 나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내 체중이  40kg대이므로  날아가던 속력에 의해 몇 배로 증폭된 하중을 받아낸 것은 나의 오른쪽 무릎만은 아니었다고.칸타도 그 상황에서 난데없는 등짐(?)을 떠받든 채 자기 체중을 지지하려면 딱 왼쪽 앞다리 인대가 작용했어야 한다.

그런 후로 며칠이 지나 마장마술 렛슨 시간에 '렉 일딩'이란 동작을 연습했었다.측면으로 움직이는 마장마술의 가장 기본이 되기도 하는 leg yielding은 아껴서 신중하게 할 동작이어서 하다가 부상이 잘 발생할 수도 있다 한다.렉 일딩 뿐 아니라 말에게 주어지는 마장마술 일련의 훈련은 쉬운 일이 아니다.실제로 마장마술을 전문으로 하는 말이 소소하게 잘 아프기도 한단다.말의 신체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는데 무리한 욕심으로 시도하려고 하면 탈이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머릿속으로 칸타가 왜 다리병이 났는지 온갖 생각을 끄집어내 보니 이런저런 일이 종합적으로 작용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어쨌거나 지금은 칸타가 하루 빨리 낫도록 돌봐주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칸타의 다리가 붓고 열이 나서 다음과 같은 치료를 해 주었다.일단 붓기와  열감이 사그러질 때까지 소염제 주사를 맞았다. 또 매일 샤워기 호스의 수압 노즐을 약간 센 것으로 맞추고 네 다리에 골고루 쏘았다.열이 내리도록 냉찜질도 되고 혈액순환도 잘 되어 붓기가 내리라는 의도다.그런 후 물기를 산뜻하게 말려서 소염젤로 맛사지를 해준다.소염젤은 안티푸라민이나 파스냄새가 나는 투명젤이다.한번 개봉하면 공기가 닿아 변질될까 싶어 쉽사리 사게 되지 않아 몇 번은 클럽에서 쓰는 걸 발랐다.그러다 매일 발라주다보니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 조제를 하게 됐다.일반 로숀에 맨소래담을 5:1 정도로 섞어 티트리나 라벤다 오일을 한방울 섞고 때로 알로에즙도 첨가하여 섞어 발라주는 것이다.일회용 장갑에 버무린 약용크림을 칸타의 코에 맡게 하니 저도 썩 싫은 눈치가 아니었다.아빠가 맛사지 해 줄 적에 보니 칸타가 고맙다는 듯이 등을 핥기도 하고 아빠의 얼굴에 다정하게 입을 갖다대기도 했다.내가 맛사지 할 때도 칸타는 수장대의 양쪽 고리가 허용하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내 얼굴에 부비부비 애교를 부렸다.

칸타 치료의 마무리는 밴디지 감아주는 일이다.손상 조직을 압박하여 얼른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지지하는 역할이다.하루에 한 번 감고풀고를 반복하다보니 밴디지 감는 일이 손에 익어서 재빠르고도 솜씨있게 되었다.칸타가 다 낫더라도 기승운동할 때는 자주 밴디지를 감아주어야겠다.습관이 되면 뭐든 번거로움이 익숙함으로 전환되는 게 세상사 이치다.

칸타의 치료가 시작되어 일상으로 자리잡은 동안 칸타는 한결 누그러지고 깊어진 느낌을 풍겼다.제가 아파서 보살핌을 받으면 어리광도 늘고 할 것 같은데 정반대였다.맛사지를 하고 밴디지를 감는 동안 칸타의 표정은 수심도 언뜻 스치고 지나가고 미안한 느낌마저 품은 것 같았다.

5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엄마,아빠를 태워준 칸타다.심지어 깐돌이 낳고도 20일 만에 아빠를 태우기도 했다.칸타에게 참 너무하기도 했다.그러니 칸타가 아프다고 유세를 부리고 떵떵거려도 그럴 만 하다고 다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칸타는 엄마,아빠를 태워주지 못해 의기소침해 보이니 칸타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칸타를 타지 못하는 마음의 빈 자리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사람은 할방이다.그만큼 칸타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누군가 아플 때 그와 나와 맺어진 관계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엊그제 칸타와 깐돌이를 수장대에 매어두고 잠시 태풍이를 탔다.타면서 보니 둘이서 내내 뚫어져라 날 쳐다보고 있었다.내가 다 알지 못하지만  말 마음에 엿보이는  의미 중에는 엄마를 태우는 말이 나여야 하는데 라는 마음이 한 조각 있으리라 짐작한다.그렇게 짐작하니 뒤이어 내 마음도 내가 타는 말이 칸타나 깐돌이어야 하는데 싶어진다.어서 건강한 칸타나 깐돌이 등에 타고 싶지만 그 시간이 주어지도록 기다리는 지금도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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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손님이라곤 둘 뿐이다.'>

아빠에게 갈기를 내맡긴 칸타의 편안한 표정 변화가 감상 포인트다.

말도 제각각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이 있다. 모발의 특징도 다 다르다.

칸타는 굵고 푸석한 직모,깐돌은 찰랑찰랑 생머리,태풍은 부스스한 곱슬,장군이는 생머리 웨이브다.

칸타는 갈기가 길어도 붕 떠있는 느낌이라 예쁘지 않다. 어여쁜 암말이건만 긴 갈기가 안 어울린다.

아예 스포츠로 잘라야 다이나믹 칸타의 기질에 잘 맞고 목도 굵어 보인다.사실 칸타는 숫말스러운 암말이다.

심미적인 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아빠가 혼을 사르는 가위질에 몰두했다.세상 어느 미용사도 이보다 열정적이지 않으리.

칸타는 솔질이나 목욕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갈기 자르는 일은 아주 좋은가 보다.

아이 간지러워

마구와 마필관리 친구들.검정 바구니 안에는 보호대,수건,장갑이 칼라바구니엔 그루밍과 세마도구가 담겼다.

깐돌이는 어떤 스타일로 해 줄까?

먼저 꼬리 끝을 다듬자

깐돌은 찰랑찰랑 긴머리로 가기로 했다.삐져나온 끝부분만 다듬으면 되겠다.

어떤 마주는 이런 갈기에 염색과 파마를 시도하기도 한다.마장마술 말처럼 갈래갈래 땋은 후 말아서 콩알머리를 할 수도 있다.

가르마를 5:5로 유지하는 일도 어렵다.돌이는 저절로 5:5 상태지만 말마다 좌편향,우편향,무정부 스타일 제각각이다.

봄 환절기에는 갈기에 비듬이 촘촘하여 밀가루 부어놓은 것 같다.빗질로 긁어내다가 어느 날 샴푸 한번 해주면 되리라.

말 잔등에서 바람에 날리는 갈기를 감상할 때 기분이 좋다.

태풍이가 보인다.왕년에 갈기가 목을 덮었을 때는 별명이 테리우스였다.

다 옛날 얘기고 지금 태풍은 스파를 좋아하고 엄마는 발굽관리가 더 신경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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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함께 모인 삼총사.깐돌은 다리에 무리가 갈까봐 너무 뛰지 말라고 안에 가두었다.

태풍이와 칸타는 둘만 자유롭게 되자 더욱 깨소금 맛이었는지 신나게 날아다녔다.

태풍의 꼬리는 전날 땋았다.그 까닭은 곧 알게 될 것이다.

칸타도 기분이 좋으면 꼬리가 점점 치켜올라가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달리다가 괜히 뒷발질을 날리는 것도 기쁨의 표현이다.

아휴~ 후련해~

어디선가 새들이 날아와...

지나가고...

새떼를 배경으로 암숫말이 나 잡아봐라 놀이를 하는 듯하다.

'나 잡아봐라~'

한참을 뛰고나니 점점 고요해진다.칸타는 정적인 에너지 상태에 머무른다.

태풍이가 나오지 않은 날에 깐돌은

심심하다.

칸타는 제 아들과 단둘이 있으면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한다. 서로가 못 미더운 셈이다.

그럴 때 깐돌은 붙들려가서 30분 미만으로 조마삭운동을 한다.다리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운동도 시키고

순종성도 가르칠 수 있어서 요즘 깐돌 공부의 거의 대부분이다.

좋은 장난꺼리를 발견했다.엄마가 뒹구를 때 훼방 놓는거다.

엄마 부아 치민다.깐돌아 어서 도망가라!

깐돌이 살려어~

그러는 와중에도 신나서 꼬리가 섰다.

..

그 모습을 뒤에서 보면 이렇고..

앞에서 보면 이렇다.손가락으로 꼬랑지 집어올린 쥐새끼 모양새랄까?

한바탕 뛰고나니 말이 고요해졌다.이때가 공부할 때다.

칸타는 요즘 마장마술 공부를 시작했다.칸타도 자기가 뭔 공부를 하는 줄 아는 것 같다.

하룻동안 땋았던 꼬리를 풀면 순정만화에서 갓 나온듯한 곱슬이 된다.

같은 말이래도 훨씬 멋져 보인다.

너희들 언제 까불고 뛰어다녔니? 태풍이도 살아온 세월 그 어느 때보다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받고있을 것이다.

태풍이가 이러구 있을 때 장난칠 적의 장면을 오버랩시키면 너무나 웃음이 터져나온다.

칸타가 승용마로서 당면한 과제는 유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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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부터 진영씨가 승마장에 와서 우리 말 아이들을 돌보고 타고 그런다.나나 할방이 바쁠 때에 우리를 대신할 사람으로 그녀는 적임자였다.동물에 대한 감수성도 뛰어난 데다 말과 지내는 일이 그녀의 오랜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맡아줄 동물이 개,고양이도 아니고 하필 덩치도 커다란 말이어서 쉽지는 않았다.자칫 어설프게 말을 다루다가는 말이나 사람이나 모두 다칠 수가 있었다.그런 연유로 난 그녀에게 말 다루는 법 일반과 특히 까탈스러운 우리 아이들 다루는 법에 대하여 세심하게 가르쳐야 했다.그녀는 열심히 경청하고 스스로도 연구를 많이 해서 석 달이 경과한 지금은 아이들과도 친해지고 마필관리와 기승 모두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처음에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은 칸타를 다루는 일이었다. 칸타는 예민하고 겁 많고 드세고 난폭하기까지 해서 쉽지 않은 성격의 암말이다.내가  진영씨에게 강조한 것은 "말을 다루는 행위를 할 때는 사전에 무엇을 할지 말에게 설명하라!"였다.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칸타 ~ 이모가 네 방에 들어간다"
(솔을 보여주며) "이제부터 솔질 할거야"
(발굽파개를 보여주며) "자 발굽파자 (아랫다리를 만지며) 이 발부터 하자"
(굴레를 보여주며) " 굴레 쓰자"
매사를 이런 방식으로 하다보니 처음엔 굴레 씌워서 안장 채우기까지 한 시간씩은 걸렸다.
처음엔 칸타가
"누군데 날 만지고 이런 걸 마구 채우는 거야?"
하듯이 마구 신경질을 부렸는데 지금은 얌전하다.진영씨가 자기에게 해꼬지를 하지 않는 믿을만한 사람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물론 칸타가 모든 일에 대하여 사전 설명을 했다고 다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몸에 솔질하고 땀 닦아내기도 한참 후에나 가능했고 발굽도 뒷발굽은 요즘에서야 파주게 되었다.
내가 말에 대하여 이런 태도를 취한 것은 오래 되었다. 말은 겁이 많고 덩치가 커서 그냥 무작정 작업에 들어가면 놀라고 튀고 반발해서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특히 수의사 치료나 트레일러 오르기 등  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작업을 말에게 지시할 때 사전 설명이 있고 없고가 말의 협조가 따르느냐 마느냐를 좌우했다.
말은 마방굴레,안장,조마삭채찍 이런 물건만 보여줘도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지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진영씨 말이 내가 아이들에게 늘 보여주고 설명해주고 하다보니  칸타가 다른 말에 비해 언어감응력이 매우 뛰어난 것 같다고 한다.그래서 기승할 때 "구보"나 "천천히"등의 말을 잘 알아듣고 눈치가 빠르다고 하니 듣는 내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요사이 어떤 책을 읽다가 나의 말 길들이기가 프랑스 엄마들의 육아법과 일맥상통 하다는 대목을 읽고 무릎을 쳤다.<권지예의 빠리,빠리,빠리>라는 책인데 저자가 프랑스 유학시절 겪은 소소한 일상을 재미나게 풀어나간 에세이다.

어느 날 저자의 둘째가 갓 돌이 지났는데 서혜부탈장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그때 프랑스 의사는 아이에게 수술로 인한 심리적 불안을 덜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수술의 전 과정과 수술의 불가피성에 대하여 하루에도 몇번씩 규칙적으로 설명해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고작 돌 지난 아이에게 말이다.
이는 프랑스인의 굉장한 인격존중과 엄마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한 데서 비롯된 자세라고 저자는 말한다.아기도 인간이니까 알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로마법을 따르는 심정으로 아들에게 상황설명을 충분히 했고 드디어 수술실로 향하게 되었다.그 순간 돌 지난 아이는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각오가 선 초연한 얼굴이었고 수술실에서도 전혀 울지 않았다고 했다.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아기가 상황을 아주 잘 이해한다는 거였다.수술 후 퇴원하고 나서도 회복이 끝날 때까지 설명과 안심을 시켜주어야 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매사에 '설명'를 처방했던 것이다.그 결과 저자는 아이의 부모로서 아이를 완전한 인격체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크레슈 원장님의 말씀...

"...늘 상황을 진실된 마음으로 잘 설명해 주는 것이야말로 아이를 가장 사랑해 주는 겁니다.그러면 아이는 점차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창조할 줄 알게 되는 거예요..."

난 이 말이 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말도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해주면 그 결과 존중해준 사람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따라주게 된다는 게 나의 경험에서 건져올린 지혜다.칸타가 살아있는 증거이다.

칸타가 그 다음엔 엄마가 뭘 할 건가 궁금하여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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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칸타...

3살에 나의 딸이 되었고...

5살에 깐돌이를 낳았다.

칸타와 깐돌의 즐거운 한 때

밖에 나와도 늘 어슬렁거리기나 하고 우아하게 서 있기나 하던 칸타가

이날은 어인 일인지 신바람 날리며 뛰어다녔다.

칸타의 존재감은 '다이나믹 칸타'일 때 가장 잘 드러난다.

..

..

내가 아는 한 어느 말도...

칸타의 펄펄 끓는 뜨거움을 따라오지 못한다.

..

이렇듯 나와는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먼 곳에 있는 것 같고...

자기들의 무리에 속한 존재인 것 같은데

가끔..

기승운동을 하면서 내가 말이 되고 말이 내가 되는 듯한 축복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기도 한다.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근처의 승마클럽에 방문했었다.날씨가 너무 추워서 모두들 실내에서 통유리 너머로 승마하는 모습을 구경했다.그러던 중 누군가가 "저기 켄타우로스 있어요!" 라고 소리쳤다.모두들 "어디 어디?'하고 궁금해 했는데 정말 켄타우로스가 윗마장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켄타우로스의 정체는 윗마장의 말 매는 곳 지붕에 천막이 씌워져 있어 딱 기승운동자의 상체와 말 머리를 가리고 있어서 생긴 착시효과로 밝혀졌다.사람들의 눈엔 기수의 머리와 말의 몸통과 다리만 보일 뿐이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가 지상에 출연한 격이었다.그 정체를 알고나서도 모두들 깔깔거리며 한동안 켄타우로스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가 있었다.이 일은 내게 닥칠 현실의 예고편 쯤 되고 말았다.
내가 크리스마스에 켄타우로스 체험을 하고만 것이다.이 신비로운 체험에 대하여 난 말의 정령들이 보내온 크리스마스 선물쯤으로 여기기로 했다.
아시다시피 이번 크리스마스는 무척 추웠다.그런데도 나를 포함하여 가장 기쁜 날 이 기쁨을 말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주변의 못말리는 승마폐인들과 더불어 승마장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승마클럽의 모든 말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당근을 돌리고 우리끼리 케잌도 먹고 나름대로 한껏 기분을 내다가 드디어 클럽의 하이라이트 기승시간이 되었다.
어찌어찌 말에 안장도 매고 준비를 마쳤는데 어디서 탈 것인가가 문제였다.실내마장에 들어가면 찬바람도 피하고 따뜻하련만 그 안에는 이미 여러 승마폐인들이 우글우글 돌아다니고 있었다.그래서 처음엔 야외마장에서 기승을 하면서 칸타와 깐돌이 몸도 풀릴 겸 한바탕 뛰어다녔다.아이들도 좋은 날이라는 것을 아는지 컨디션이 좋았다.하지만 살을 에는 추위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백기를 들고 실내마장의 콩나물시루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실내마장의 운동규칙은 대략 이렇다. 가장 외곽의 벽면을 따라 도는 라인은 속보 전용라인이다.대부분 초보자가 방향지시 없이 하염없이 돌게 되는 구역이다. 안쪽의 공간에서는 평보나 구보,승마와 하마가 이루어지므로 전체적인 공간사용에 대한 질서가 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는 어지간하면 구보를 자제하고 속보 위주의 운동을 하게 되는데 뛰기 좋아하는 칸타도 좁은 곳에 오면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한다는 듯이 조근조근 좌속보를 해주었다.
이날도 칸타는 이미 밖에서 뛸만큼 뛰었으므로 더 뛰겠다는 의욕을 부리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콩나물시루에서 뛰겠다고 앙탈을 부리면 식은 땀이 절로 흐를 만큼 곤란하다.말 제어가 미숙한 초보 승마인이 곤경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칸타나 깐돌 모두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고서 열심히 운동을 하는 모습이었다. 깐돌이도 무리없이 진영이를 잘 태우고 나아가고 있어 안심이 되었다.그 후로는 난 칸타와의 기승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그러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말이 자동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분명 내가 뭘 하지 않아도 내가 하는 것처럼 나아가는 그런 상태였다.칸타와 나는 가장 외곽 라인에서 속보를 하다가 앞에 더디게 가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안쪽으로 빠졌다가 다시 공간이 비는 외곽라인을 사용하는 식의 패턴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언제 어디에서 장애물이 나타날 지 모르므로 장애물과 한 마신 정도의 거리를 두기 위해선 끊임없이 내가 지시를 하고 칸타가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문득 '이거 말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 아니야? 난 뭘 하라구!'이런 생각도 잠깐 들었다.그러나 이런 생각이 무용지물인 것이 칸타는 100% 기수의 의지에 충실하며 기수 자신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말이 죽죽 선을 그으며 나아가는 발걸음은 내가 원하는 바와 완전히 일치했다.난 놀라움에 사로잡혀 한동안 새로운 즐거움에 빠져들었다.이것도 인마일치의 경지일까?
기억력이 너무나 좋은 말은 가끔 운동내용을 외우기도 한다.마장마술 하는 말이 한동안 D클래스 코스를 연습했다고 하자.그러면 어느 순간에 선수가 시키지 않아도 코스를 외워서 B포인트에서 구보 들어간다거나 K에서 평보로 이행해야 하는 과제를 자동으로 실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칸타와 나에게 주어진 상황은 연속적인 변수가 발생하여 그때마다 대응해야 하는 과제였었다.보통의 말들의 경우 트랙을 따라 돌다가 다시 벗어나고 복귀하는 상황을 만났을 때 기수의 의도를 알더라도 좀 덜 빠져나오고 덜 제자리로 가는 식으로 지름길이나 단축동선을 선호한다.그럼에도 칸타는 내가 시키기 전에 한박자 먼저 스스로 하니 나중엔 뭘 시킬 게 없어져버렸다.
나의 정신을 대신하여 나아가는 칸타와 한몸이 되어 나아가는 동안 점점 내가 칸타의 몸 안으로 녹아드는 게 아닌가 싶었다.정신을 백지로 비우니까 마치 칸타의 몸이 내몸인 것 같아서 칸타와 내 몸 사이에는 어떤 구분이 녹아 없어져버린 것 같았다.그 순간엔 칸타도 엄마와의 합일을 느꼈으려나 모르겠다.숲의 정령과 함께 거니는 켄타우로스가 된다면 이런 기분이리라.
나와 칸타가 올 크리스마스에 멋진 켄타우로스 체험을 한 것은 느닷없이 찾아온 천둥 벼락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햇수로 6년을 함께 동거동락하며 희노애락을 나눈 사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난 칸타 내면의 가장 어두운 면을 알고 칸타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가장 가까이에 있었다.가끔 칸타가 엄마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볼 때 그 눈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누군가가 그렇게 아름다운 눈으로 나란 존재를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어쨌거나 켄타우로스 체험을 하느라 너무 무리했었나 보다.다음 날부터 며칠 삭신이 어찌나 수시고 아픈지 푸느라 애먹었다.이글을 쓰는 즈음에야 겨우 회복이 된 것 같다.모든 신화나 설화에서는 마법의 세계를 엿보는데 톡톡한 댓가를 치루는 것으로 나타난다.인어공주도 다리를 얻는 댓가로 목소리를 잃고 걸을 때마다 고통을 느껴야 했다지.잠시 켄타우로스가 된 값으로 삭신이 두들겨맞은 듯 하니 그만한 값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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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규 수의사 님이 오셨다. 태풍이는 지난 5월에 오래 방치되어 엉망인 치아를 갈아내서 바로잡았다.'으~ 싫은데..' '넌 오늘 안해도 돼'

오신 김에 돌이 콧잔등에 실밥도 뽑아주시고..훤칠하게 잘 자란 녀석의 자태를 감상하시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신다.

망아지 시절에 또래보다 작다는 둥 하시며 백신을 놔주시고 1년에 두어 번은 상처 봉합하러 오셔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 증인이다.

그래서인가 돌은 비록 귀를 잡혔지만 수의사 선생님을 편안한 눈으로 바라본다.실은 냅둬도 녹지만 그래도 깔끔하라고 제거한 것

황금조끼의 야옹이가 해바라기를 하며 말들을 바라본다.말 친구들의 신상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칸타가 일단 진정제 주사를 맞는다.생애 처음 치과진료에 대비코자 난 지난 주부터 칸타볼 때마다 곧 수의사 님 만날 거라 당부해 두었었다.

'이건 뭘까? 칸타?' 칸타가 안심하도록 기구를 미리 보여주었더니 냄새맡아 보면서 경계를 풀었다.칸타 8세에 첫 치과진료 받는 순간..

진정제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 칸타가 축 늘어진다. 오늘따라 행색이 꾀죄죄하다.뭐 요즘은 춥다고 목욕을 잘 안해 늘 이 모양인 것 같기도..

말의 입을 벌려주는 기구를 끼워넣고...

적당히 입이 벌어진 채 고정되면 준비가 된 것이다.

작년에 검진받았을 때는 그럭저럭 양호한 상태였고 지금은 울퉁불퉁 갈아주어야 할 부분이 형성되었단다.특히 왼쪽으로 재갈이 세지 않냐고..

전동막대 기구가 입에서 소음을 내며 자극을 주자 칸타가 머리를 급하게 치켜들어 고리가 끊어졌다.그 후 그냥 머리를 올리고 했다.

전동막대가 입에 들어가는 것조차 거부하는 말 환자도 많단다.그건 다 말들이 이런 일 경험하기가 드물어서 그럴 것이다.

칸타는 엄마가 옆에서 바라보며 계속 격려했더니 얌전하게 치료를 잘 받았다.어금니를 가린 혀를 좀 들추고서..드르르르르~

사람도 치과진료실에 앉으면 이런 심정일 것이다.칸타~ 네 아빠가 가장 무서워하는 일 중에 하나가 스케일링이래 ㅎㅎ~

만일 칸타의 이가 들쑥날쑥 자라나 불규칙하게 마모되는 상태가 계속되면 치아가 빨래판처럼 될 거라고 한다.

칸타의 안심도우미로 괜히 옆에 세워둔 장군이다.옆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잔뜩 긴장했다.'다음은 내 차롄가?..'

'넌 아니란다 장군아!' 그러나 그말은 거짓말이 되어버렸고 나중에 수의사님이 장군이 이를 만저보더니 후크가 형성되었단다.

다 끝났다. 이를 매끈하게 갈았으니 이제부터 밥도 더 잘 씹고 운동할 때 재갈받이도 편안할 것이다.

아유~ 우리 이쁜이가 고생 많았어요~

얼핏보면 잘린 말머리를 든 엽기사진 같다.과자집을 지어놓고 아이들을 유인해서 가마솥에 끓여먹는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가 떠오른다.

나는 말 잡는 현대판 마녀? 이놈의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서 끝간데 없이 날아올라 탈이다.평소엔 하도 푸닥거려 만지기도 쉽지 않은데 어디 실컷 쪼물딱거려야지

'엄마랑 다정하게 사진도 찍자 자 방긋~' '으..엄마는 이 상황이 폼잡고 사진찍을 분위기냐구?' 몽롱하게 늘어진 칸타랑 노느라 신났다.



원래 내 성격이 이게 아닌데 아무래도 '나이를 거꾸로 돌린 놀이의 대가'태풍이나 놀이 바이러스 진원지 깐돌에게 감염당한 것 같다.



장군이 치과 치료 동영상..

말의 이를 정기적으로 갈아주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걸까?

휘리릭~ 책장으로 뛰어가 케이트 박이 쓴 <승마 교감의 예술> 280페이지를 보니 다음과 같다. 내용을 간추리면..

1.잘 먹으려 하지 않거나 먹을 것을 남긴다.

2.먹으면서 흘리거나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며 침을 과도하게 흘리고 침에 피가 섞여나오기도 하고 구취가 있다.
 (침이 고름처럼 끈적하고 냄새가 난다...할망)

3.다 소화되지 못한 음식이 변에 나온다.

4.배앓이를 한다.

5.재갈 받기를 싫어한다.

6.코끈을 매거나 볼 만지는 것을 꺼린다.

7.얼굴이 붓는다.

<기승시>
8. 고개를 이리저리 흔든다.

9.구보를 시작하거나 답보전환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10.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거나 돌리는 것을 어려워한다.

11.수축운동을 하려하지 않는다.

12.버킹(bucking) 을 한다.

13.재갈을 제 위치에 물려 커뮤니케이션 하기가 힘들다.

14.입을 벌린다.

승마인이라면 누구나 위에 열거한 현상을 목격한 경험이 있을 거라 본다. 위의 문제점만 잠잠하다면 승마인들이 얼마나 즐겁고 편안한 운동을 하겠는가! 말도 입안에서 발생하는 고통이 없어 훨씬 승용마로서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말 치과진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말들은 고통을 참으며 사람을 태워야 하고 승마인은 질이 낮은 승마를 즐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동물치료 분야이고 다른 동물과 달리 말이 덩치가 크다보니 수의사의 왕진은 필수다.승마클럽의 마필이 10필이라 해도 연 1회 진료서비스를 받았을 때 비용은 매우 크다. 아직도 많은 승마장이 운영이 영세하여 말사료 비용도 아끼는 현실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새로운 말산업법에 의하면 소규모 형태의 마장도 늘어날 전망이라 걱정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는데 거시적인 관점에서 말산업의 발전에 공익을 실현한다는 입장으로 한국마사회가 이 일을 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개별 승마장에서 한국마사회에 보유 마필을 승용마 등록을 하면 예방백신도 놔주고 1년치 구충제도 준다. 구충제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이 제도 이전에는 승마장의 큰 부담이었던 것이다.
백신접종과 구충제 서비스에 추가하여 연 1회 마치의 파견 출장서비스나 외부 수의사 치과진료 후 청구시 부담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면 우리 승마문화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거라 믿는다.마사회 차원에서 전문 마치의도 양성하면 좋겠다.

제도가 바뀌어 승마환경에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개인 마주나 마장주 등 소유한 마필에 대하여 책임을 지닌 사람이 말의 구강건강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옳소!  (뒷발로 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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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옆방 사는 3살 동갑 친구는 건초를 한입 물고 깐돌에게 가까이 오곤 한다.녀석에게 돌은 갖은 신경질을 부린다.

밥 먹는데 누가 들이대는 꼴을 유난히 못참는 깐돌인데 대개의 말들도 조용히 혼자 식사하고 싶어한다.

어린말이라 그런지 똑같이 먹여도 참기름 바른 김 마냥 반질반질한데 요샌 앉았다 낙상할 파리가 없다.

먹는 속도도 무척 빨라서 남들 절반 먹었을 때 이놈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싹 먹어치우고 없다.

요놈의 입에 먹을 게 마구 빨려들어가는 동안 할머니의 행복지수는 마구마구 올라가 금새 만땅이 된다.

우울한 사람은 항우울제를 복용할 게 아니라 동물과 만나는 일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알팔파의 고소한 내음과 티모시의 허브향도 좋다.

깐돌이 옆방 장군이는 점잖게 먹는다. 성격이 좀 FM이어서 바른생활을 하는 편이다.

밥그릇에 머리를 조아리고 먹는데 어째 밥그릇이 작아보인다. 특히나 스텐레스 물그릇이 유난히 작아보이는 유일한 말일 것이다.

꼬리 뒤 물그릇이 간장종지만하게 보인다 ㅋㅋ~ 장군이 옷은 목도 덮을 수 있는 버버리코트(?)다.그런데 옷이 작아서 엉덩이가 나왔다.

요즘 여러 사람이 타보고 칭송이 자자해서 승마클럽에서 장군이의 인기지수가 급상승하고 있다.원장님의 총애가 대단하시다.

태풍이가 아마도 생애 최고의 호사스런 마의를 입었을 것 같다.

십 몇 년 살면서 내내 먹어온 건초가 지겨운지 천천히 먹고 많이 남기기도 한다.대신 과일이나 당근 등의 신선식품은 무제한 먹고싶어한다.

원래는 밥그릇에 배식받았던 건초가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사람은 사람식으로 차려줬는데 말은 저 좋도록 밥상을 새로 차린 것이다.

'이래야 풀밭에서 풀 뜯어먹는 기분이라니깐~'

우리 이쁜 딸 칸타..꽃분홍색 옷을 입혀놓으니 처음으로 여자애 같은 분위기가 난다. 운동할 땐 정말 선머슴애 그 자체다.

바로 옆방 태풍이의 건초가 아직 수북한데 칸타는 디저트 단계에 들어간 것 같다.

어찌나 성급하게 먹어대는지 모른다.


금방 배식하고 나서 칸타가 먹는 모양을 보면 배꼽을 잡고 웃게된다. 먼저 말에게 곡물사료를 주고나서 금새 먹어치우고 나면 사각형 건초를 준다.그러면 칸타는 귀를 뒤집고서 밥그릇 위로 머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절굿공이가 된다.귀를 뒤집는다는 건 심기가 불편하다는 건데 칸타는 밥먹을 때마다 신경질이 팡팡 난다.왜 그런고 하니 건초가 주어진 순간 배도 고프고해서 씹지 않고도 위장으로 훌떡 넘길 수 있는 부스러기를 먼저 먹고 싶기 때문이다.하지만 부스러기들은 몸이 가벼워 거의 바닥에 있다.빨리 먹긴 먹어야겠는데 그놈의 부스러기들이 숨바꼭질을 하자는거야 뭐야 밑에 숨어가지고 말이야 하는 심정이 칸타의 속내다.칸타는 '아이 신경질나!' 하면서 주둥이로 건초를 핑핑 아무데나 날려버린다.그게 머리로 절굿공이질하는 정체다.숨어있던 건초부스러기는 결국 막다른 골목에서 야수에게 먹히듯 칸타의 입안으로 빨려들어가고 날아간 건초들은 공포에 떨며 몸을 사리고 숨죽일 것이다.그러나 칸타의 신경질은 여기까지다.금새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온 칸타는 자기가 날려버린 건초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죄하고 기도하듯이 건초 한 올 한 올 정성스레 먹어치운다. 마방은 평화로운 공간이 된다.
먹이가 부족하여 배곯아본 칸타는 한 올의 건초가 얼마나 신성한가를 잘 안다.온 방을 돌아다니며 건초 주워먹기 삼매경에 빠진 칸타의 모습은 행복해 보인다. 칸타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말 종족의 무의식이 알라딘의 램프에 갇혀있다가 어느 순간 램프뚜껑이 열리더니  탁트인 초원과 산들바람,싱그런 향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칸타의 방은 초원이 되었고 칸타는 행복하다.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하여 초원의 삶을 잃어버린 말이 현실을 견디기 위하여 하루에 잠깐씩은 마법의 주문을 불러내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보니 나조차 행복해지는 것만 같다.
아무튼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우리의 말 친구들은 자기몫으로 주어진 건초를 방에 퍼뜨려서 작은 풀밭을 만들어 식사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도 아파트에 사는 편안함에 길들었지만 뭔가 부족한 2%를 채우려고 베란다에 화단을 만들어 작은 숲을 조성하고는 이런저런 곤충들도 살게끔 생태환경을 조성해서 가끔 들여다보고 행복해한다. 여름철에 가끔씩 불청객 파리가 승마장에서부터 따라와 내집에 찾아들어 어리둥절해하면 난 단호하게 생활수칙을 일러준다.
"파선생! 딱 한 가지만 지키라구! 똥은 화단에 가서 싸는 거야!"

동동이의 모던한 세련미가 돋보이는 마의..동동이도 먹을 때 누가 들이대는 것을 싫어한다나

칸타옷과 같은 디자인의 다른 색깔.이 옷도 실물은 참 예쁘다.

태풍이의 모던 스트라이프 디자인...

옆트임이 넓어 앞에서 보면 치마입은 것 같은 깐돌옷 .볼때마다 깔깔 웃게된다. 옛날 유럽 귀족 남자아이들은 치마 입혀서 키웠다고 누가 그런다

말이 삐지면 이 모양으로 얼굴 대신 엉덩이를 들이대고 방문객을 안본다.

요즘 칸타가 신경질도 부쩍 늘고 좀 삐져있기도 한 것 같다.

칸타 왜 그래? 엄마한테 털어놔봐!


며칠 전에는 운동 마치고 시간이 없어서 칸타가 당근 먹는 동안 부랴부랴 마의를 입혔는데 칸타가 귀를 뒤집고 눈을 부라리며 입모양을 구겼다폈다 욕을 한바탕 퍼붓길래 앞여밈을 다 채워주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칸타가 입을 마구 일그러뜨릴 때 성우가 욕지거리로 더빙하면 표정과 입모양이 완벽하게 일치할 것이다.
칸타의 신경질을 가장 많이 당하는 사람은 당연히 아빠다.매 번 복대조를 때마다 칸타의 신경질과 대면해야 한다.태풍네도 당근 줄 적에 자기 먼저 안준다 등등으로 푸닥푸닥 하니 칸타의 신경질에 대해서는 알만큼 알게 되버렸다.
모르는 사람들은 칸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차분하고 든든한 모범생일 것이다.그러나 사람이든 말이든 겪어봐야 제대로 알게 된다.
요사이 장군이의 출연과 칸타의 두드러기 등으로 칸타의 기승운동이 부족한 가운데 장군이,깐돌이의 급부상으로 칸타는 자기에게 와야할 관심이 좀 시들해졌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다시 본격적인 칸타 훈련에 들어간 아빠가 이제는 조마레인의 도움 없이 굴요하고 수축운동을 할 때가 되었다며 그리 하고 있는데 수월하지는 않아서 집요한 밀당 끝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곤 했다.그때 칸타의 표정을 살펴보니 분함이 깃들어 있었다.엄마가 아니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이리라. 나중에 마방에 찾아가니 눈빛에 서러움마저 배어 있었다. 이것도 엄마만이 알아챌 뉘앙스였다.
그날 저녁에 할방과 칸타에 대하여  훈련의 성격이  말이 정신적으로 감당하기에 좀 벅차지 않았겠나 하는 얘기를 나눴고 다음 날엔 아빠가 칸타를 많이 예쁘다고 해줬는지 칸타의 표정이 밝아보였다.
칸타는 무척 예민한 말이지만 예민함에 비례해서 운동할 때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예민함과 집중력이 모두 정신력일 테니 동전의 양면처럼 단점과 장점이 서로의 다른 면을 이룬다.이는 예민함의 연료를 태워서 집중력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할까?
그러므로 칸타 예민함의 외향적 표출인 신경질도 '이쁘다 이쁘다' 사랑하기로 했다. 만일 '칸타 널 사랑하지만 신경질은 용납하기가 힘들구나!'하는 태도로 대한다면 칸타는 생명체의 본능으로 자기 안의 무언가를 엄마 아빠가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예민함이 저 혼자 더 나쁜 뭔가로 바뀌어 '나 여기 있다구!' 하면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을 요구할 것이다.
칸타의 예민함에 대하여 깊이 분석하지 않더라도 칸타가 신경질낼 적에 한번도 미운 적은 없다. 누군가 나와 관계지어진 사람이 그랬다면 분노했을 것 같은데 동물에 대해서는 그런 방어기제가 무용지물이라 소용이 없어진다.이런 점이 동물과 생활하며 배우는 부분이다.말,개,고양이가 아무리 신경질내도 화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그러구 나와도 화내지 않는 법이 몸에 배어 너그러워지고 평정심을 갖고 상대의 입장에 서보게 되는 것 같다.
나나 할방의 인생에 칸타 같은 왕신경질쟁이가 끼어들 줄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다.그런 일이 막상 현실이 되고보니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다.할방과 할망은  칸타 신경질 패키지의 하나인 욕을 한바탕 뒤집어쓴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이런 대화로 마무리 짓는다.
" 우리 칸타랑 앞으로 한 20년은 살겠지!"
" 으.. 그 신경질쟁이랑 그렇게 오래 살아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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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검정 니트 마스크에 장식을 달았다.

큐빅이 박힌 줄과 꽃문양 장식이다.

마스크의 뒷면..

칸타는 마스크를 쓰고 운동중..

옆모습..

장식하기 전의 마스크

마무리운동 끝나고 등자 걸쳐놓고 스트레칭을..이때 다리가 무척 시원하다. 단아한 마스크..


말의 얼굴에 씌우는 마스크는 운동중에 술이 이리저리 흔들려서 파리를 쫒기도 하고 멋내기소품으로도 활용하는 아이템이다. 작년부터 종종 사용하고 있는데 너무 밋밋한 게 마음에 들지않아 나중에 장식해야지 하고서 미루다가 결국 숙제를 마친 셈이다.
큐빅이 달린 줄은 무대의상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재료인데 예전에 동대문에서 비즈,크리스탈 등 별별 장식재료를 사다두었던 것 중에 하나이다.가운데 박힌 꽃은 커텐장식인데 술을 떼어내고 달았다.
장식마스크를 말에게 씌워 밖에서 운동하면 장식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니 갤러리들의 시선을 끈다. 말 또한 훨씬 생동감있게 보인다.
나이든 할머니들의 의상이나 신발에 반짝이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는 입는 사람의 기운을 생동감있게 만들어주어서 활씬 활기차게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가수나 무용수들에게도 반짝이 의상은 에너지를 끓어올려 폭발하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승마를 할 때에도 멋진 굴레나,가슴걸이 등의 장식이나 돋보이는 색깔의 안장깔개 등이 기수의 마음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서 없던 기운도 더욱 북돋아줄 것이다.
한참 운동을 하고 있는데 카우보이 원장님이 다가와 "마스크 참 멋있는데 우리 자연이도 대명항 데리고 갈 때 씌워줘야겠네~"이러신다. 가끔 혼자서도 잘 따라나서는 말 자연이를 타고서 사람들이 모이는 저잣거리에 마실 다니는 취미가 있으신데 기왕 나들이하는 거 말도 좀 치장하고 나가면 말탄 사람이나 구경하는 사람들이나 훨씬 즐거울 것 같다.
말 장식용 마스크는 외승을 자주 다니거나 특별한 날 특별한 기분을 내고싶은 승마인들이 하나쯤 준비해둔다면 간편하게 멋내기용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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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르쇼프 원작 / 문정욱 그림 / 조원규 글 / 웅진 책좋아 시리즈

 

주인공의 자태..

 

해피 엔딩...

 


이 동화는 러시아 시인 예르쇼프가 1834년에 러시아의 구전 옛이야기를 장편 시 형식으로 쓴 <곱사등이 망아지>가 원작이다.발표 당시에 큰 인기를 끈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이야기의 주제가 행복에 관한 보편적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시대가 달라져도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얻기 원하는 행복을 불러들이려면 서로서로 도와야 하고 내가 먼저 베풀어야 한다는 이치가 <곱사등이 망아지> 전체에 걸쳐서 깃들어 있다.
주인공 이반이 망아지를 얻은 것은 한밤중에 밖에 나가보기 귀찮은 형들을 대신해서 나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 친구가 된 것도 이반이 망아지를 밀도둑으로 몰지 않고 얼마나 배고프면 그럴까 이해해주어서 가능했다.또한 망아지 덕분에 공주도 만나게 되었는데 공주의 반지를 찾아주는 과정에서 고래의 고충을 해결해주니 고래가 반지도 찾아다 준다.이 모습을 모두 지켜본 공주는 이반을 좋아하게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어린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행복을 만드는 주체는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세상과 타인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잘 표현하고 있으니 참 훌륭한 책이다.

승마인의 행복이라면 말이 기수의 마음을 알고 잘 태워주는 일일 것이다.말이 그리 되도록 사람이 먼저 말에게 다가가 말의 마음을 알아주고 생활의 고충이 무엇인지 헤아려 해결해 주었을 때 말이 가장 바람직하게 봉사하더라는 게 나의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이니 이 동화의 교훈과도 의미가 일치한다.

그림책을 보는 재미는 그린 이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통하여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겠다.이 책에서도 달빛 환한 들판과 별이 비치는 들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이반이 말타고 달리는 장면이 표현되어서 잠시 아름다운 환타지에 빠져들게 된다. 어른인 내가 봐도 상상력에 취하는데 어린이라면 더 자유로운 상상를 펼칠 것이다.상상력을 자극하여 활성화시키는 힘으로 인해 한 권의 그림책은 아이의 인생에 핵폭탄과도 같은 위력을 발휘하리라 믿는다.

그럼 상상력이 고갈된 어른은 어쩌냐고요? 현대 사회에서는 잃어버린 문명인의 꿈을 영화가 대신 꾸어 준다. 광활한 들판에서 야생 버팔로와 함께 무한 질주하는 인디언들의 말타는 장면이 나오는 <늑대와 춤을>의 사냥씬은 언제 봐도 압권이다.현실은 이런 저런 구획으로 레이아웃 된 마장에서 대부분 뺑뺑이 도는 운동을 해야 하지만 마음만은 안장도 굴레도 없이 말등에 달라붙어 화살의 속도로 말달리는 인디언 <주먹쥐고 일어서>이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ㄲㄲ~정말 멋져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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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카 유우조 글/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몽골의 전통악기 '마두금'의 생김새

 

수호라는 소년이 들판에서 갓 태어난 망아지를 데려다 애지중지 길렀다.

 

나쁜 관리가 말을 빼앗았지만 하얀말은 도망쳐온다.

 

수호와 다시 만나지만 상처의 출혈이 심해 말은 그만 숨을 거둔다.

 


이 책은 악기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소년과 말의 만남과 이별,사랑과 죽음에 대한 내용이다.

수호가 초원에서 홀로 남은 망아지를 데려온다.정황으로 보아 망아지 어미는 출산 후 맹수에게 먹히지 않았나 싶다.수호는 망아지를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서 망아지는 어엿한 하얀말로 컸고,수호를 태우고서 어디든 달렸다. 몽골에 가면 아침부터 밤까지 말을 타고 달려도 초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데 그 광활한 곳에서 언제나 함께 다니던 둘의 교감과 애정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처럼 심원한 것이었으리라.

어느 날 초원에서 말타기 대회가 열렸다.우승자에게 개최자인 원님의 딸과 결혼시켜준다는 큰 상이 걸려있었다. 수호와 하얀말은 어렵지 않게 우승을 했지만 가난한 수호의 처지를 업신여긴 원님은 상은 커녕 말을 빼앗고 수호를 쫒아버린다.재산이나 지위로 상대를 판단하는 원님은 말도 한낱 물건으로 취급한 것이다.그러나 하얀말은 불의에 복종하지 않고 자기를 헌신적인 사랑으로 길러준 수호에게 돌아가고야 만다. 도망치는 과정에서 하얀말은 온몸에 무수한 화살을 맞고 결국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죽게되지만 사랑하는 존재의 품에 안길 수 있어 행복했을 것이다.

슬픔에 빠진 수호의 꿈에  어느 날 하얀말이 나타났다.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슬퍼하지 마. 내 뼈와 가죽과 심줄과 털로 악기를 만들면 난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 수 있잖아.
 언제나 너를 위로해 줄게."
마두금은 이런 사연으로 만들어졌다. 수호는 어디든 마두금을 지니고 다녔고 연주하고 있으면 하얀말이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작가가 여기까지만 썼더라도 훌륭한 결말이겠지만 그 뒤로 몇 문장이 더 있어서 이 책의 감동이 더욱 큰 것 같다.

해질 무렵이 되면 양치기들은 한자리에 모여 그 아름다운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풀렸습니다.

소년과 말의 사랑은 비극적이지만 그 아픔이  승화되어 탄생한 마두금 악기는 고단하고 힘든 세상사람을 어루만져 주었다.마두금 연주가 어떨지 참으로 궁금하다.악기의 생김새로 보아 우리네 악기인 아쟁이나 해금처럼 애잔하고 심금을 울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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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으로 보아 독일이 동화의 배경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릴리가 사는 동네에서는 집에서 작은 말 포니를 키울 수도 있어서 릴리는 자연스럽게 포니와 친근하게 자라난다.그러다가 옆집 포니가 아기를 출산하자  릴리가 돌봐주게 되는데 ...

말과 생활을 하다가 집 밖으로 탈출한 말을 잡으러 다니는 에피소드는 심심찮게 접할 수가 있다. 얼마 전 깐돌하숙집에서도 보라와 태풍이가 탈출하여 - 보라가 뛰쳐나가자 태풍이가 따라간 것임 - 관리인과 원장님이 출동하고 평소 이 말들과 각별했던 지애도 쫒아나가고 한바탕 난리가 빚어졌다.다행히도 말은 귀소본능이 있기 때문에 곧 돌아오고야 만다. 보라,태풍이도 사람이 붙잡았다기 보다는 말들이 스스로 발길을 돌려 돌아오던 중에 데려왔다고 한다. 며칠 있다가는 태풍이 혼자 단독으로 탈출했다가 돌아왔다고도 한다. 나 역시  애마가 문 밖으로 뛰쳐나가 혹여 차에 치이기라도 할까봐 가슴이 콩당콩당 하며 잡으러 간 일이 여러 번이다.

이 동화에서는 어린이가 다른 생명체를 돌보며 배려하고 책임감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려보이고 있다.

릴리는 집안의 막내라서 귀염 받으며 응석받이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을 배우기 전부터 포니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의젓한 큰 언니처럼 자라난 것 같다. 그래서 포니가 생활하는 마굿간도 청소하고 도로로 질주하는 아기 포니도 따라가 잡은 것이다.
어린이가 동물과 생활하면 늘 돌보아지던 약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돌봐야하는 입장에 서보는 일이 가능해져서 정신적으로도 한결 성숙해질 수가 있다.

그래서 난 어린이가 동물과 더불어 자라나가는 일이 무척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구상의 많은 어린이들이 지금도 생존을 위하여 집에서 기르는 가축을 돌보는 생활을 한다.인디언 어린이들도 어려서부터 기르는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하며 그들을 존중하도록 교육되어진다.어떤 책에 나오는 일화이다. 말에 탄 채 그  부족이 기르는 말들을 몰고서 이주행렬을 따라가는 임무를 맡았던 소년이 있었다.아주 어린 소년이었는데 영리했으니까 중요한 임무를 맡았을 것이다. 순조롭게 가던 중에 어쩌다가 말 무리가 일행과 좀 떨어지게 되었는데 그 상황이 견딜 수 없었던 성급한 말이 따라잡으려고 질주를 하자 모든 말들이 일제히 뛰었다. 그 바람에 난생 처음으로 날으는 화살처럼 변한 말위에서 죽을 똥,살 똥 매달려 있어야만 했던 소년은 일행과 합류하여 말들이 멈췄을 때 비로소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 울음이 그치고 난 소년의 가슴엔 무사히 일을 해냈다는 벅찬 자부심과 자신감,희열이 가득차 오르고 정신은 쑤욱 자라났을 것이다.

동물을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던 어린이들이 자라서 이루는 사회는 타인에 대한 존중,배려,책임감에서 비롯된 성숙한 의식이 자리잡게 되고 폭력성도 한결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위의 책은 말을 접하게 된 어린이가 흥미를 갖고서 책읽기에 빠져들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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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7일... 깐돌아~ 혼자 어디 가니?

쳇..왜 아무도 나와서 놀지 않아?

엄마랑 할아버지는 둘이만 놀고 ..난 뭐야?

이 똥은 누구 거지?..

이건 또 뭐야? (부러진 의자가 이동식 디딤대로 새 삶을 시작함)

아무리 똥조사를 하고 이것저것 기웃거려도 같이 놀아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한 깐돌이다.생후 10개월이 다 되어갈 무렵이다.




중마장에서 할아버지를 태우고 운동하는 엄마에게 덤비며 엉덩이를 물기도 하는 태도를 보아하니 깐돌이가 단단히 뿔이 났나보다.



대마장에 내려왔는데도 거기까지 쫓아 내려와 엄마 엉덩이를 물고 행패를 부리는 깐돌이...칸타는 그 이유를 다 안다는 듯이 신경질 부리지 않고 참아준다. 깐돌이는 왜 뿔이 났을까?

깐돌이 생후 20일 무렵부터 좀 이르긴 하지만 칸타 기승을 조금씩 했는데 깐돌이가 젖먹이 망아지인지라 한사코 엄마를 졸졸 따라다녔다. 엄마가 평보,속보,구보하는 발걸음을 그대로 따르며 다니는 망아지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이 일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망아지가 점점 꾀를 부리더니 나중엔 먼 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엄마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난리가 났다.

만일 깐돌이가 목장에서 자라났더라면 생후 5개월 무렵에 엄마랑 뚝 떨어져서 동료 망아지들과 어울려 지냈을 것이다. 낮에는 방목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그 중에서도 단짝친구를 사귀어 하루 종일 붙어다니며 놀았을 것이다.그러나 깐돌이는 정상적인 목장에서 망아지 시절을 보내지 못하고 승마장에서 자라다보니 그런 생활을 박탈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깐돌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친구가 엄마이고 할아버지였을 텐데 가장 친한 둘이서 한덩어리가 되어 돌아다니니 어린 마음에 왜 나만 따돌리고 치사하게 둘이만 노는 것인지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그 마음을 헤아려서 칸타 기승훈련을 끝내면 할방이 깐돌과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했지만 3세가 다 되어가는 지금도 혼자 남겨두고 칸타 기승하면 심통이 난다.

오래 전에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호스 위스퍼러>란 영화를 보았다.어떤 여자가 승마 도중 사고가 나서 크게 다치고 정신도 손상된 딸의 말을 치유하기 위하여 먼 곳까지 찾아가 어떤 치유 전문가에게 의뢰하게 된 이야기다. 영화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울함에 빠져있는 여주인공에게 레드포드가 말을 탄 채 말 한마리를 수장 완료하고는 끌고서 찾아온다.그러구서
"함께 말이나 타실까요? 이 녀석이 요즘 자기를 타주지 않는다고 소외감을 느끼고 있거든요.얌전하게 모실 겁니다." 라는 말을 한다.
이 당시에는 내가 말이 사람을 태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안 타줘서 소외감을 느낀다는 말이 참으로 의아했다. 그러나 승마를 본격적으로 한 후로는 그런 예를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었다.

한 때 친하게 지내던 마주 아가씨가 밤색 서러브렛을 타다가 오랜 꿈이었던 백마를 구입해서 두 필이나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야 둘을 공평하게 타리라 마음 먹었지만 지내다 보니 자꾸 백마만 타게 되었다.그런데 그때마다 밤색말이 얼마나 질투를 하는지 몹시 심했다.백마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삐져서 뒤로 돌아서서는 자기가 얼마나 서운하고 속상한지 온몸으로 시위를 했던 것이다. 마주 아가씨는 한동안 밤색말 달래고 백마와 형제애로 맺어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그러나  후로 4년이 지났어도 밤색말과 백마 사이는 그다지 끈끈해지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리며 살아갔다.

나에게 자마가 없던 시절을 생각해 보니 하늘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늘 예뻐해 주면서 타다가 새로운 초보들이 밀려 올라와서 난 다른 말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는데 하늘이가 우울해 보여서 내 마음도 안 좋았었다.말도 자기에게 친절을 베풀고 교감의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을 더 태우고 싶기는 할 테지만 그 선택을 뜻대로 할 수가 없을 때는 우울하기도 할 것이다.

말이 사람과 친교하고자 하는 마음을 헤아려 교감을 쌓는다면  , 말이 이전에 탔던 기수를 그리워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잔등에 모신 사람을 최고의 친구로 여길 것이다. 말에게 최고의 친구로 대접받는 승마를 즐기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모른다.

"말을 사랑하는 것에서 나아가 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자" 고 누가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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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는 나와 같은 생명체인 말과 더불어 하는 운동이므로 단조롭고도 무료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무척 매력적이다. 같은 말을 타고 1년 내내 운동하더라도 그 느낌은 매 번 틀리다. 어느 날은 내가 가벼운 몸으로 의욕에 차서 여러가지를 시도하고 싶지만 어쩐 일인지 말이 통 집중을 안 한다든가 해서 불만족스러울 때도 있고 반면 어떤 날엔  말은 날아갈 듯 하지만 내 몸이 찌부둥하여 못 맞춰주기도 한다.그래서 사람과 말 모두가 최고로 만족스러운 날의 기분은 천상에 오른 기분이렷다.

지난 일요일에 아는 분이 승마연습을 해야 할 사정이 있어 마장에 칸타를 타러 왔다. 오래 전부터 약속이 되어서 실행한 것인데 하필  비가 주룩주룩 많이도 쏟아졌다. 아는 분은 회원이 많이 몰려드는 오후를 피하여 오전에 방문했다.허나 칸타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비오는 오전에 밖으로 나와 낯선 사람을 태워야하는 상황이 달갑지도 않고 무척 황당했을 것이다.그래도 할방이 잘 달래서 먼저 기승하고 손님을 태웠건만 칸타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결국 손님은 칸타 잔등에 올라본 것에 의미부여를 하고 그만 다른 말로 교체해서 타야만 했다. 칸타가 상황에 비호감을 가지면 마치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땅위에서 의자 쓰러지는 것 같은 모션을 취한다. 이럴 때 단호한 목소리로 야단치며 채찍이나 박차로 가벼운 주의를 주면 사태가 수습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처음 탄 손님이 취할 바도 아니어서 그만 하마했던 것이다.

칸타의 성향은 다른 말도 보이지 않는 바깥에 혼자 나와있는 것을 매우 불안해 한다. 게다가 지난 1년 동안에 오전 운동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비가 쏟아지는 날 운동한 일도 거의 없다.또 낯선 사람을 태운 일도 드물다.이렇게 여러가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칸타가 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위에 열거한 칸타가 비우호적으로 여기는 상황은 대부분의 말이 보이는 습성이기도 하다.따라서 기왕 빠듯한 시간을 쪼개서 하는 승마라면 말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운동에 임할 수 있는 조건 하에 잔등에 올라야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나의 경험상 말이 기분 좋아하는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날씨가 화창할수록 말 기분도 좋다.
 하늘은 푸르고 흰구름이 뭉게뭉게 흘러가도 좋다. 말갈기가 햇빛에 반사되어 검은빛 속에 숨겨진 보랏빛,갈색빛이 네온사인처럼 빛나보일 때 말의 발걸음은 구름을 걷는  것처럼 가볍다. 반면에 구름이 잔뜩 끼어 찌푸린 날은 말도 몸이 무겁다.특히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말도 많이 예민해지니 조심할 일이다.

2. 동료 말들이 많이 나와 함께 운동할수록 더 좋아한다.
말은 무리생활을 기본으로 하므로 남들이 다 마방 들어가면 자기도 들어가고 싶어하며,모두들 운동장에 나와 사람 태우고 다니면 저도 그러고 싶어한다.만일 기수가 북적대는 분위기를 싫어해서 아무도 없을 때 말을 타면 순조롭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물론 몇몇 말은 독립성이 강해서 혼자서도 잘 하지만 대부분 무리의 상황을 따르고 싶어한다.

3. 식사시간에서 먼 시간일수록 운동에 집중을 잘한다.
승마장마다 말의 식사시간이 조금씩 다르니 자신이 다니는 마장의 그 시간을 알아두어야 한다. 주로 오전,오후 운동을 하니 아침과 점심 식사 후 소화시키고 난 2시간 후가 최적의 시간이다.그 뒤로는 다음 식사시간이 임박할수록 말은 집중이 깨지고 초조해지며 짜증이 는다. 어쩌다가 말 식사시간이 꼴딱 넘어섰는데도 계속 운동을 한다면 즐거운 승마를 기대하기는 거의 어려울 것이다.

4. 몸풀기가 막 끝난 말일수록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인다.
하루 이틀이라도 방목장에 나오지 못한 채 처박혀 있다가 안장매고 나온 말위에 바로 올라가는 것은 전혀 유쾌하지 못하고 말의 기질에 따라 끔찍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오전에 방목장에서 2시간 정도 놀고 오후에 안장매고 나왔거나, 마방에서 나와  조마삭으로 30분이라도 돌았거나, 상급기승자가 30분 이상  가볍게 앉은 채 롱 앤 딥 ( 말의 목과 등을 최대한 편 상태의 운동) 으로 워밍업 시킨 말은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기수를 잘 태울 것이다.

공용마는 단 1명의 기수만 태우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쉬엄쉬엄 하더래도 하루종일 이 사람,저 사람 태우기 마련인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몸도 피곤하고,지루하고,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컨디션이 나빠질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균형감각이 좋지 않고 잘못된 부조를 쓰는 기수를 오랜 시간 태웠다면 말의 기분은 최악이 된다. 그래서 기수가  거의 다 저녁 때 조금만 더라는 심정으로 잠깐 올라탄 말에서 낙마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5. 평소에 교감을 나누었던 잘 아는 사람일수록 더 편하게 태워준다.
평소 자기에게 친절함을 베풀었던 사람을 태우는 일은 말에게 즐겁고 재미난 일이다. 때론 우쭐하기도 한다.그러나 정체불명의 낯선 사람이라면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불신 때문에 긴장하고 근육이 딴딴해져서 기수가 느끼는 반동도 부드럽지 못하다.그러다 보면 기수의 마음도 좌불안석이다. 평소 말과 사교를 열심히 해서 친한 말을 타는 것이 최고로 재미있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자기 시간이 많지 않고 말 탈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 승마인일수록 1 ~5 항목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을 많이 만나는 것 같다. 승마를 배우게 되었는데 직장퇴근하고 달려오면 5시 반이다. 승마장 말 밥시간은 6시.승마장 입장에서도 달갑지도 않으나 승마를 간절히 배우고 싶어하는 회원을 마다할 수가 없다.회원이  어찌어찌해서 말 등에 오르니 5시 50분이다. 타게 된 말은 그 날 일을 가장 적게 했다고는 하나 세 번째 초보기수를 태웠다. 탄 지 10 여분 지나자 밥수레가 지나가고 말들의 술렁거림에 아직도 일이 끝나지 않은 말은 마방만 신경을 쓴다.그러나 기수는 말 위에 오르기까지의 공들임이 아까워 말의 처지가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억지로 1시간은 타고서 내리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그후로는 승마를 하는 것인지 씨름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는 채 시간이 흘러간다. 늘 이런 식으로 승마를 한다면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공들인 시간이나 비용에 비하여 만족도는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운동하고 목욕하니 개운해..

오늘 운동 참 즐거웠어요..



말의 스케쥴이나 상황을 바꿀 수가 없다면 승마인의 스케쥴을 리모델링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나 역시 승마가 삶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생활이 승마중심으로 돌아간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열일 제쳐두고 말타러 간다. 대신 악천후에는 아무리 말타고 싶어도 참고 대신 다른 일을 한다. 말타러 가는 시간도 회원들이 가장 많이 모이고 말도 배고프지 않은 때로 한다. 그리고 매번 다른 상황에서도 말이 좋아하는 타이밍을 찾아내려고 치밀한 계산을 한 뒤에야 말 위에 오른다.이것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승마를 즐기고자 하는 깐돌할망의 노하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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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돌할망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책 3탄이다.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국내도서>자연과 과학
저자 : 리디아 히비(Lydia Hiby) / 김보경역
출판 : 책공장더불어 200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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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히비는 이 책을 통하여 세상 사람들이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웃거나 무시하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다.동물들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만 한다면 누구나 놀랍게도 대화능력이 살아난다는 것이다.즉 동물과의 대화능력은 모든 사람에게 내재해 있지만 사용하지 않아 퇴화한 능력쯤 되겠다.

사실 리디아는 처음부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아니었고 오히려 사기꾼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그녀는 어려서부터 말 목장에서 알바도 했고 자라서는 낮에 수의간호사를 하면서 말 목장 관리자로 일하는 동안 이미 나름의 동물대화를 하고는 있었다.그러나 동물과 말을 트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운명이었는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스승을 만나면서 그녀의 재능을 꽃피워서 그후 20 여년 동안 수많은 동물과 대화를 나누었고 그 내용이 바로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도 승마를 하기 전에는 주변에서 개나 고양이 기르는 사람이 자기 애완동물이 말귀를 다 알아듣는다고 하면 겉으로 내색은 안해도 속으로는 피식 하고 말도 안된다 여겼었다. 그러다 승마를 하며 말과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말이 내 말을 알아듣고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말이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듣는지 리디아 히비의 얘기를 들어보자.

리디아 히비가 다니엘이란 말을 만났을 때 슬픔,불안,분노,공포의 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 말은 "내 인생은 이제 끝났어."라는 말만 하고는 일체의 대화를 거부했다.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떨칠 수 없어 리디아가 주인 로빈에게 저 말에게 무슨 사연이 있느냐고 묻자 그의 말인즉슨 다니엘의 오랜 마주가 만성 심장병을 앓다가 죽음을 예감하고 로빈에게 자기 말을 맡기고는 이틀 전에 죽었다고 했다.신기한 것은 마주의 죽음을 다니엘에게 알린 바는 없었는데 다니엘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러니까 다니엘은 세상의 전부인 주인을 잃은 충격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있던 것이었다. 리디아는 로빈더러 다니엘한테 가서  앞으로에 대한 이야길 해주라고 부탁하는데 로빈은 당연히 황당해 한다. 리디아의 대화 지침은 다음과 같았다.

" 어떻게요? 사람에게 하듯 인간의 말로 얘기하면 돼요.진심을 담아서.그러면 다 알아들어요.앞으로 다니엘은 당신과 함께 살 거란 얘기도 해 주세요.참, 다니엘의 인생이 끝장난 게 아니라는 것도 꼭 얘기하셔야 해요. 그러니까 지금은 실컷 슬퍼해도 된다고도 말해 주세요."

그러구서 리디아가 한바탕 돌며 말들과 상담을 하고 돌아오니 다니엘이 얼굴을 내밀고 질문을 퍼붓고 난리가 났다.

"로빈이 내게 한 말이 사실이야? 로빈이 그러는데 이제 나는 자기의 새 가족이고,지금까지 아빠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면서 살 수 있을 거래. 믿어도 되는 거야? 정말이지?"

위의 에피소드는 말이 사람의 언어를 정확히 알아듣는다고 밝힌 셈인데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 말이 뭘 알아듣기는 해도 감정을 읽고 어렴풋이 느끼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참 놀라웠다. 리디아 히비는 이 책 어디선가 처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되었을 때 동물이 하는 말이 그토록 분명하게 들린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털어놓는다.

말이 말귀 알아듣는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

늘 성적이 지지부진하던 신통잖은 경주마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우승을 하기 시작해서 갑자기 왜 그런 건지 궁금하다며 상담 의뢰가 들어왔다. 리디아가 말과 대화를 해보니 말이 하는 소리가 어느 날 자기랑 기수가 경주 끝나고 산책 나갔는데 때마침 경주마 하나가 심장마비로 죽어 마구간 밖으로 끌려나오고 있더란다. 놀란 말은 걸음을 멈추었는데 기수가 말에게 귓속말로
"너도 좀더 빨리 뛰지 않으면 저렇게 죽게 될 거야!" 하고 속삭이며 장난을 쳤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말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에 경주 때마다 죽어라 뛰어서 우승을 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기수는 거의 뒤로 자빠질 뻔 했다.

"이 녀석이 정말 그렇게 말해요? 세상에..... 내 말을 알아들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정말로 그렇게 말했단 말이에요? 시기적으로 따져보면,음..... 이 녀석이 우승을 하기 시작한 게 그러니까...정말 제가 그 말을 한 시기랑 ...딱 맞네요,세상에!"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나도 말이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다고 작정을 하고서 말에게 많은 말을 들려주는 편이다. 애마 칸타빌레는 세상이 온통 무섭게만 보이는   겁덩어리라 쉽사리 불안과 공포에 따른 흥분에 휩싸이기를 잘한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있을 때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엄마아빠는 왜 그리 하려고 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부탁도 한다. 물론 칸타가 그 말을 알아들었는 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며 더욱 두터운 애정을 보인다는 점은 확실하다.

승마인이 말이 말귀를 알아듣는다고 인정했을 때 손해볼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이득이 더 많다.
말이 알아듣는다고 인정했을 때와 아닐 때 승마인의 행동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말이 먹통이라고 생각하면 기승자의 요구를 그저 강제적으로 행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지만 , 말의 소통능력을 전제로 했을 때는 말이 알아듣고 자발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협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보다 어마어마하게 힘이 세서 말을 듣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면 통제할 수도 없고 ,말이 털어버리겠다고 마음 먹으면 사람은 잔등에 붙어있을 수도 없다. 그러니 제압이니 길들이기니 하는 말일랑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착각은 아닌 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차라리 말 스스로 정말 사람을 태워주고 싶어서 그러는 게 행복해서 태워주도록 마음을 얻어내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한다. 상대의 마음을 얻어내려면 대화가 기본이지 않은가?

리디아 히비의 말로 이 글의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인간이 말보다 힘이 세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들보다 현명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으니 길들였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그렇다면 인간은 무슨 복으로 이 크고 멋진 동물과 함께 살 수 있었을까? 정답은 바로 말이 인간을 그들 무리의 한 일원으로 인정해 줬기 때문이다.고맙게도!

말의 시선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감정을 마음으로 느껴보세요...

말 옆에 서서 가만히 다정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세요... 이 멋진 친구는 당신이 얼마나 길게 말을 이어나가도 다 들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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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애너 스웰 /글쓴이 : 로빈 맥킨리 / 그린이 : 수잔 제퍼즈 / 옮긴이 : 정회성 / 출판사 : 동쪽나라


도서관에서 블랙뷰티를 만났다. 어린이열람실에 뭐 없나? 하고서 눈으로 훑어가다가 어느 곳에서 말 눈동자가 강결하게 응시하며 '날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죠' 불러세우는 바람에 꼼짝없이 사로잡히고야 말았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이 1877년에 처음 출간되었다는 것이다.지금으로부터 134년 전의 이야기다.원작자는 어려서 다리를 다쳤기 때문에 평생 말을 타고 다녔다.죽기 한 해 전에 달랑 이 작품 하나만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원작자가 평생을 함께 친구로 살았던 말 친구의 이야기를 세상에 던지고 간 것은 이후에 태어날 모든 말들을 위해 크나큰 선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블랙뷰티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다 아름다운 시절이 다 가고 일을 시작한다. 그 시절에는 자동차가 해야 할 일을 모두 말이 맡아 해서 하나의 일꾼으로서 사람도 태우고 짐도 실어나르며 노동력을 제공해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말의 처지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말팔자가 달라진다는 것이다.블랙뷰티도 평생에 걸쳐 수도 없이 많은 주인을 만났는데 결국은 두 부류이다. 친절맨과 악독맨.블랙뷰티는 좋은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품성이 좋아서 자기 앞에 어떤 시련이 와도 참으며 최선을 다하는 말이다. 반면에 친구인 진저라는 암말은 어려서부터 황량하고 삭막한 환경에서 자라 성격도 포악해졌다. 블랙뷰티나 진저나 결국엔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거의 폐품이 되어간다.막바지에 이르러 진저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블랙뷰티는 친절했던 옛주인을 다시 만나 나머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낸다는 이야기다.
애너 스웰은 인간이 말에게 대하는 태도와 행위에 따라 말이 얼마나 고통스럽고도 불행해질 수 있는지 말입장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재갈이나 굴레 등의 마구 일체가 주는 불편함에서부터 사람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가하는 수많은 물리적 압력이 기름을 짜내듯 말의 생명력으로부터 끝모를 고통을 짜낸다. 고통을 견디다못해 죽음을 바라던 진저가 드디어 눈을 감고 수레에 실려갈 적에 블랙뷰티는 진심으로 진저가 죽었기를 바란다.그래야 비로소 쉴 수 있게 되므로... 스토리가 진행되어가는 대목대목엔 이렇듯 말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응시하는 작가의 연민과 애정이 배어있다.
이 책이 처음 나왔던 시대는 흑인조차도 가축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던 시대여서 인권이란 개념조차 없었을 텐데 사람이 기르는 동물에 대하여 이만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가히 혁명적인 수준이었겠다.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아직도 동물에 대한 야만적인 행위는 멈춰지지 않았다. 오히려 동물실험과도 같이 은폐된 채로 교묘하게 숨겨져서 자본주의의 논리에 충실하게 봉사한다. 어쩌다 <동물자유연대> 사이트에 들러보면 눈뜨고 볼 수 없는 동물의 고통들이 넘쳐난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말은 길거리에서 운임을 받고 손님을 태워야 하는 생활 따윈 없지만 사람의 의식수준이 진보하지 않는 한 불행하기는 매한가지다.난 이 순간에도 블랙뷰티나 진저와 같은 말을 승마장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산전수전 다 겪고 나이가 든 말의 얼굴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모르긴 몰라도 살아오면서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을 더 많이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너 스웰의 간절한 바람이 100년도 훨씬 넘어 나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듯 나 한 사람의 태도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이런저런 인연으로 말과 연루된 행복하고 선택받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말에 대한 윤리의식에 대하여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블랙뷰티>는 어린이에게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가르치려는 의도로 출간되었지만 모든 승마인이 승마에 입문하면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있다면 전국의 모든 승마장마다 연필 세밀화가 아름다운 이 책이  한 켠에 비치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블랙뷰티의 행복한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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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0일의 기록이다.밥을 잔뜩 먹고서 올챙이처럼 볼록 튀어나온 배를 주체 못하고 이리 뒹굴,저리 뒹굴 모양새가 천하태평이다.

드러누워 뒹구는 것도 힘들어지자 반쯤 몸을 일으켜 쭈그린 자세로 꾸벅꾸벅 조는 깐돌 주니어..이 당시 깐돌은 정오에 낮밥을 먹고는 3시 무렵까지 늘어지게 낮잠자는 일이 정해진 일과였다.옆에서 운동하는 말들이 모래를 튀기며 구보로 달리든 말든 참 잘도 잤다.

마방을 지나가다 보면 성마도 이런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말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졸립고 몸이 늘어지니 머리가 무거워져서 땅에 세워놓았다. 그 다음엔 꾸벅꾸벅 조는 리듬에 맞춰서 머리가 이리 기우뚱,저리 기우뚱 할 것이다.

음냐음냐~ 맛있는 걸 먹는 꿈이라도 꾸는걸까? 옆방에서 칸타가 제 새끼 잘 있나 쳐다본다..

그.그런데..어떤 신호가...

아무래도 일어나야겠다.. 말이 일어설 때는 먼저 앞발로 버티어선다.


아직 비봉사몽이라 깐돌은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비실거리며 안간힘을 쓴다.

휴우~ 일어났으니 자세를 잡아야지..

자세를 낮추어 뒷발굽은 발레리나처럼 발굽끝으로 간신히 서고 꼬리는 최대한 들어올린 후에 ..발사~

쉬가 다 나왔나?

어~ 시워언~ 허다!!!


깐돌의 유년시절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방은 얼기설기 끊어졌다 이어진 철망 울타리가 둘러쳐진 돌투성이 흙바닥이었다.
사냥활동을 하기에 적합하도록 유연한 몸을 가진 개와 고양이에 비해서  말은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동작이 꽤 어색하고 불편
해 보인다.

그러다보니 맨땅에서 생활하면 앞겨드랑이나 뒷꿈치 같은 곳이 늘 까지기 일쑤였다.내가 후시딘 연고 같은 것을 늘 상비하고
다녔던 이유이기도 하다.오늘은 여기가 까졌는데 내일은 거기가 아물고 다른 곳에 상처가 나고 해서 꼭 상처와 숨박꼭질 하는
것만 같았다.

말을 사육하기에 너무 열악했던 이 시설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면 깐돌이가 야생에서처럼 자연과 호흡하며 지냈다는 거다.
비오면 비맞고,바람불면 바람맞고,눈오면 눈맞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새들과 벗하며 떠오르는 태양과 달을 바라보며 자란 것
이다.

그런 걸 보면  어떤 비극적인 상황일지라도 한줄기 빛과 같은 축복은 꼭 깃들어 있으니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누추한 환경에서나마 잘 먹고 무럭무럭 몸집을 불려 미래의 승용마로 적합하도록 자라주었던 깐돌이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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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돌은 생후 6개월차다. 실크보다 부드러웠던 밤색털이 두툼하게 자라나 털강아지처럼 한없이 귀여운 시기였다. 마침 옆방에 젤라이모와 인사를 나눈다."이모 안녕?" "아가 안녕?"

"할아버지 갑갑해요~ 나가서 놀고 싶어요~"

"깐도올~ 니 엄마는 바쁘니 수수깡 먹고 재미나게 놀아라~" 그림자에 비친 깐돌의 배가 터질듯 볼록하다. 대마장 옆으로 옥수수밭이 있었는데 추수한 뒤에 수수깡을 베지않아 겨우내내 깐돌의 군것질거리가 되었었다.깐돌은 먹을 걸 입에 물고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다. 시작은 이때부터인 것 같다. 아이들처럼 망아지도 입이 궁금하지 않도록 입에 뭔가를 항시 물려놔야 어른들이 편하다.

엄마는 또 할머니를 태우고 삥삥 돌고 있군..난 하나도 재미없는데 나랑 놀아주지도 않구서 이잉~..

엄마말이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저렇게 타는 걸 좋아한다는데 정말 좋은가? 참 이상도 하지..

마장 울타리 옆으로는 차가 노상 지나다녀 가끔 깐돌을 놀라 질주하게 만들었다.승마장 정문에서 손을 흔들면 시내버스가 서주기도 했다.한때 관리인으로 일하던 김씨 아저씨가 버스기사로 취직했는데 말타고 걸어가다가 시내버스 창문이 열리면서 " 어이~ 안녕허시요? 시방 타고 간 놈이 누구랑가요?" 하며 웃으며 묻곤 했었다.말타고 가다가 버스에서 아는 사람 만나 인사나누던 추억이 다 있었지..

이 겨울에도 칸타는 스태미너가 철철 넘쳐서 사실 나는 절절 매며 타는 중이다. 회원 한 분이 "칸타 스태미너 좋으니 얘 하나 더 낳아도 되겠네!" 이러셔서 그런 무시무시한 소리는 하도 말라며 손사래 쳤다.



나도 크면 할머니를 태워 줄 거야!

할아버지는 더 많~ 이 태워줄 거야! 깐돌이가 이렇게 결심했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이 시절 깐돌의 속마음에 이런 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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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마방은 지난 겨울 깐돌이가 지냈던 방이다. 사면이 막혔지만 지붕이 없어

추울까봐 바닥에 보온덮개를 깔고 정미소에서 퍼 온 쌀겨를 두툼하게 깔아주었었다.

할방은 그 방에 날마다 드나들면서 똥도 치워주고 물도 주고 극진히 보살펴 주었다.

깐돌이는 할아버지가 늘 삽자루를 들고서 자기를 찾아오니 그 삽자루마저 정다운 친구나

장난감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삽자루쇼를 공연했는데 동영상으로 찍어

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거나 말도 어렸을 때는 갖은 놀이를 궁리해서

재롱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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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마가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은 세상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승마를 배우려다가

 포하거나 주저하는 배경에는 우리나라 승마선수인 김형칠 씨의 사망이나 슈퍼맨 크리스

토퍼 리브의 전신마비 같은 사례가 한몫한다.나도 크리스토퍼가 승마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더라는 얘기는 이미 알고 있었으나 자세한 경위는 알지 못했었다. 그러다 최근에 그의 자서전

을 읽으니 사고경위도 알게 되었고,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나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점도

새롭게 깨달았다.

  크리스토퍼는 원래 말 알레르기가 있어 승마 근처에도 안 갔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출연하는

영화에서 말 타고 달리는 연기를 하게 되어 직업적인 이유로 승마를 배우게 되었노라고 한다.

한번 승마의 길에 들어서자 그는 승마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었다.그리하여 훌륭한 코치에

게 승마술도 열심히 배우고 좋은 말들도 사들여 수집하고 각종 대회에도 무수히 참가하였다.

원래 크리스토퍼는 기질상 다이나믹하고 위험도가 높은 운동을 매우 즐겼다. 안 해본게 없는

스포츠맨이지만 특히 경비행기나 요트는 그가 매우 즐기던 분야고 모두 인간한계에 도전

하는 모험에 가득찬 것들이었다.

나도 어렸을 땐가 젊었을 땐가 멀티플렉스관이 없던 시절 동네영화관에서 <슈퍼맨>이란

영화를 봤었는데 훌륭한 종마와도 같은 다부진 근육덩어리 몸매가 어떤 활동으로 다져졌는

지를 책을 읽고서야 소상히 알게 되었다.

190센티나 되는 큰키에 우람한 몸을 한 그가 푸른색 쫄타이즈 복장을 한 채 주먹쥔 팔을

내뻗어 '슈~웅~'하고 날아오르는 모습은 너무나 멋졌고 당시 동네 남자아이들에게는 최고

의 우상이었다. 한마디로 인간에너지의 최고의 극치요 화신이었다. 그러던 그가 스스로는

숨쉬기운동조차 할 수 없는 처지로 추락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크리스토퍼가 사고를 당한 승마종목은 크로스컨츄리이다.말과 함께 지상의 온갖 장애물을

건너와야 하는 위험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종목이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찾아보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물속에서 말과 뒤집어지기도 하고 숲속 덤불로 나뒹굴기도 하고 정말 위험천

만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크리스토퍼가 무턱대고 크로스컨츄리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 사고가 난 대회에

타고나간 말은 오랜 세월 함께 호흡을 맞춘 그 종목 전문마필이었고 대회에 앞서 체계적인

준비도 많이 했다. 대회 전날에는 코스를 꼼꼼하게 답사하기도 해서 만전을 기했기 대문에

그의 사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대회 당일도 아무런 사고의 조짐은 없었고 크리스토퍼는 코스 후반부에 넘어야하는 난이도

높은 장애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난이도도 낮은 1미터 정도의 세번째

장애물 앞에서 말이 급정거했고 크리스토퍼는 전방으로 날아가 장애물대에 머리를 부딪혔

는데 목뼈가 부러지고야 말았다. 그런데 왜 말이 급정거했는지 사실 뚜렷한 원인은 없었고

말만이 자기 행동의 이유를 알 것이다.

그러니 크리스토퍼가 당한 사고는 그가 특별히 안전을 무시한 행위를 했다기보다 운이 나빴

던 탓이 큰 것 같다. 만일 그가 말을 타지 않았어도 다른 상황에서라도 얼마든지 사고를

당했겠다는 얘기다.

인생의 전성기인 42세에 그런 사고를 당해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절망을 맛본 셈이지만 그의

사고 후의 삶이 그를 더욱 슈퍼맨스럽게 만들었다. 비록 몸은 못쓰게 되었지만 사고를 냈던

말을 원망하지도 않고 낙천성과 긍정성을 내세워 초토화된 삶을 일궈나갔다. 제기능을 상실

한 거구의 몸이 죽어가지 않도록 재활하는 과정은 그가 이전에 도전했던 어떤 분야보다

힘겹고도 난이도가 높았다.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선물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전세계 척수장애인들을 위한 노력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그는 평생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더욱더 크나큰 도전과 모험에 기꺼이 열정을 바친 사람이다.

책을 다 읽어보니 그는 줄리어드에서 로빈 윌리엄스와 연기를 함께 수학했던 치열한 배우

이기도 했다.책을 다 읽고나니 난 그가 참 좋아졌다.

그렇다면 승마인으로서 크리스토퍼 리브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소설가 공지영은 자신의 소설 어딘가에서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빗대어 난 승마란 낙마하는 것을 허락하는 행위라고 말하고 싶다. 말 위에 오른다는

자체가 이미 물리적으로 낙마의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그러니 승마의 즐거움을 위해

서 치르는 댓가라고 할 수밖에는 없겠다.어차피 탄생은 죽음을 내포하고 산다는 것은 조금

씩 죽어간다는 것과 같은 얘기니 승마에서도 오른다는 것은 동시에 추락할 수 있다는 이치

가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크리스토퍼 리브와 같은 사고를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상식에 맞게끔

안전한 시설이 갖추어지고 ,안전하게 태우게끔 훈련된 말위에 올라 무리하지 않게 기승한

다면 혹여 소소한 낙마를 하더라도 큰 손해입을 일은 없다.그리고 낙마를 하지않도록 늘

연구하면서 기량을 닦아간다면 낙마는 저만치 물러서고야 만다.

다만 말위에 오르는 일을 마치 자연을 정복하고 제압한 우월한 존재만이 할 수 있는 행위로
 
바라보지 않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서  말과 조화로움 속에 하나되려는 행위로 여긴다면

좋겠다.그러한 겸손한 마음가짐이야말로 불운한 사고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슈퍼맨조차 고작 1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육체를 상실할 수 있다고

자신의 몸을 제물로 바쳐 우리에게 경고해주고 겸손함을 가르쳐준 진정한 슈퍼맨이다.

 

 

 

 우리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는 별이 된 크리스토퍼 리브도

 저 먼 우주에서 출간을 도와주었을거라 믿는 책. 

 

 <우리는 지금 유니콘의 숲을 거닐고 있다> ( 김인선 저 / 좋은땅 출판사)

마의 여정에서 만난 말과 사람, 사랑과 우정 , 이별과 아픔 , 희망과 치유의 이야기가 담

긴 승마에세이입니다.

말과 함께 삶의 보물을 찾아나가는 여행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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