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규 수의사 님이 오셨다. 태풍이는 지난 5월에 오래 방치되어 엉망인 치아를 갈아내서 바로잡았다.'으~ 싫은데..' '넌 오늘 안해도 돼'

오신 김에 돌이 콧잔등에 실밥도 뽑아주시고..훤칠하게 잘 자란 녀석의 자태를 감상하시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신다.

망아지 시절에 또래보다 작다는 둥 하시며 백신을 놔주시고 1년에 두어 번은 상처 봉합하러 오셔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 증인이다.

그래서인가 돌은 비록 귀를 잡혔지만 수의사 선생님을 편안한 눈으로 바라본다.실은 냅둬도 녹지만 그래도 깔끔하라고 제거한 것

황금조끼의 야옹이가 해바라기를 하며 말들을 바라본다.말 친구들의 신상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칸타가 일단 진정제 주사를 맞는다.생애 처음 치과진료에 대비코자 난 지난 주부터 칸타볼 때마다 곧 수의사 님 만날 거라 당부해 두었었다.

'이건 뭘까? 칸타?' 칸타가 안심하도록 기구를 미리 보여주었더니 냄새맡아 보면서 경계를 풀었다.칸타 8세에 첫 치과진료 받는 순간..

진정제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 칸타가 축 늘어진다. 오늘따라 행색이 꾀죄죄하다.뭐 요즘은 춥다고 목욕을 잘 안해 늘 이 모양인 것 같기도..

말의 입을 벌려주는 기구를 끼워넣고...

적당히 입이 벌어진 채 고정되면 준비가 된 것이다.

작년에 검진받았을 때는 그럭저럭 양호한 상태였고 지금은 울퉁불퉁 갈아주어야 할 부분이 형성되었단다.특히 왼쪽으로 재갈이 세지 않냐고..

전동막대 기구가 입에서 소음을 내며 자극을 주자 칸타가 머리를 급하게 치켜들어 고리가 끊어졌다.그 후 그냥 머리를 올리고 했다.

전동막대가 입에 들어가는 것조차 거부하는 말 환자도 많단다.그건 다 말들이 이런 일 경험하기가 드물어서 그럴 것이다.

칸타는 엄마가 옆에서 바라보며 계속 격려했더니 얌전하게 치료를 잘 받았다.어금니를 가린 혀를 좀 들추고서..드르르르르~

사람도 치과진료실에 앉으면 이런 심정일 것이다.칸타~ 네 아빠가 가장 무서워하는 일 중에 하나가 스케일링이래 ㅎㅎ~

만일 칸타의 이가 들쑥날쑥 자라나 불규칙하게 마모되는 상태가 계속되면 치아가 빨래판처럼 될 거라고 한다.

칸타의 안심도우미로 괜히 옆에 세워둔 장군이다.옆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잔뜩 긴장했다.'다음은 내 차롄가?..'

'넌 아니란다 장군아!' 그러나 그말은 거짓말이 되어버렸고 나중에 수의사님이 장군이 이를 만저보더니 후크가 형성되었단다.

다 끝났다. 이를 매끈하게 갈았으니 이제부터 밥도 더 잘 씹고 운동할 때 재갈받이도 편안할 것이다.

아유~ 우리 이쁜이가 고생 많았어요~

얼핏보면 잘린 말머리를 든 엽기사진 같다.과자집을 지어놓고 아이들을 유인해서 가마솥에 끓여먹는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가 떠오른다.

나는 말 잡는 현대판 마녀? 이놈의 상상력은 날개를 달고서 끝간데 없이 날아올라 탈이다.평소엔 하도 푸닥거려 만지기도 쉽지 않은데 어디 실컷 쪼물딱거려야지

'엄마랑 다정하게 사진도 찍자 자 방긋~' '으..엄마는 이 상황이 폼잡고 사진찍을 분위기냐구?' 몽롱하게 늘어진 칸타랑 노느라 신났다.



원래 내 성격이 이게 아닌데 아무래도 '나이를 거꾸로 돌린 놀이의 대가'태풍이나 놀이 바이러스 진원지 깐돌에게 감염당한 것 같다.



장군이 치과 치료 동영상..

말의 이를 정기적으로 갈아주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걸까?

휘리릭~ 책장으로 뛰어가 케이트 박이 쓴 <승마 교감의 예술> 280페이지를 보니 다음과 같다. 내용을 간추리면..

1.잘 먹으려 하지 않거나 먹을 것을 남긴다.

2.먹으면서 흘리거나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며 침을 과도하게 흘리고 침에 피가 섞여나오기도 하고 구취가 있다.
 (침이 고름처럼 끈적하고 냄새가 난다...할망)

3.다 소화되지 못한 음식이 변에 나온다.

4.배앓이를 한다.

5.재갈 받기를 싫어한다.

6.코끈을 매거나 볼 만지는 것을 꺼린다.

7.얼굴이 붓는다.

<기승시>
8. 고개를 이리저리 흔든다.

9.구보를 시작하거나 답보전환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10.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거나 돌리는 것을 어려워한다.

11.수축운동을 하려하지 않는다.

12.버킹(bucking) 을 한다.

13.재갈을 제 위치에 물려 커뮤니케이션 하기가 힘들다.

14.입을 벌린다.

승마인이라면 누구나 위에 열거한 현상을 목격한 경험이 있을 거라 본다. 위의 문제점만 잠잠하다면 승마인들이 얼마나 즐겁고 편안한 운동을 하겠는가! 말도 입안에서 발생하는 고통이 없어 훨씬 승용마로서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말 치과진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말들은 고통을 참으며 사람을 태워야 하고 승마인은 질이 낮은 승마를 즐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동물치료 분야이고 다른 동물과 달리 말이 덩치가 크다보니 수의사의 왕진은 필수다.승마클럽의 마필이 10필이라 해도 연 1회 진료서비스를 받았을 때 비용은 매우 크다. 아직도 많은 승마장이 운영이 영세하여 말사료 비용도 아끼는 현실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새로운 말산업법에 의하면 소규모 형태의 마장도 늘어날 전망이라 걱정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는데 거시적인 관점에서 말산업의 발전에 공익을 실현한다는 입장으로 한국마사회가 이 일을 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개별 승마장에서 한국마사회에 보유 마필을 승용마 등록을 하면 예방백신도 놔주고 1년치 구충제도 준다. 구충제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이 제도 이전에는 승마장의 큰 부담이었던 것이다.
백신접종과 구충제 서비스에 추가하여 연 1회 마치의 파견 출장서비스나 외부 수의사 치과진료 후 청구시 부담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면 우리 승마문화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거라 믿는다.마사회 차원에서 전문 마치의도 양성하면 좋겠다.

제도가 바뀌어 승마환경에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개인 마주나 마장주 등 소유한 마필에 대하여 책임을 지닌 사람이 말의 구강건강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옳소!  (뒷발로 거수)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