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지인들로부터 거기 다녀왔단 소리를 하도 들었던 터라 궁금한 곳이었는데 계획에도 없이 우연하게 들르게 되었다.

조양방직에 도착했으나 주차장이 만차라 근처 공영주차장으로 가라 해서 가보니 널널했다. 덕분에 동네를 좀 걸어서 가야했다. 주변 동네 풍경은 개발과 거리가 먼 시골 읍내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간 순간,,,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날아가 막 도착한 것만 같았다.
와~ 와~
놀랍다 !

엔틱 소품 전시의 끝판왕인가!
현실 세계에서 사라진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봐도봐도 끝이 없다.
그런데 뭐 눈에 뭐만 들어온다고 했던가?
말과 승마에 관련된 물건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말 모형 위의 말 안장은 지금이라도 꺼내다가 사용해도 될 정도이다.


하얀말
청동말

사진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넘쳐나는 말을 보니 아무래도 이곳 주인은 말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마부츠 삼총사
함께간 친구가 부츠 안에 넣은 나무를 무척 탐냈다.
탐낼만 하지
나도 신문지 뭉쳐서 채워두니깐 ㅎㅎ

다음에 다시 오면 제대로 탐색을 해보리라 다짐한다.


설정

트랙백

댓글

입구에 서 있는 입간판에서 말이 환영한다.


커다란 나무 주변이 모두 주차장이다.
넓직하고 나름 구획도 정리해 놓았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흰 컨테이너가 클럽하우스이다.
첫 방문을 했을 때 이곳에서 상담을 받고 승마 이용 규정에 대한 쓸 것을 쓰고 해야 한다.

내부의 모습은 이렇다.
겉보기와 달리 매우 고급지다.

유니콘 승마클럽 대표는 승마 선수란다.
알아볼 사람만 알아보게 상패가 진열되어 있었다.

접수를 하고 오늘 내가 탈 말이 준비되는 동안 승마클럽을 둘러보기로 했다.

어린이 놀이터.
말을 타지 않아도 즐겁고
말을 타고서 이곳에서 놀면 더 즐겁겠다.


야외 대마장 풍경이다.
스포츠로서의 승마 종목 규격을 갖추어서 승마인에겐 꿈의 그라운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바닥의 질도 우수하다. 긋~~!

승마하는 모습을 관람하는 갤러리를 위한 시설 ~!
승마 관람은 타는 것 못지 않게 즐겁다.
차나 음료를 마시며 가족이나 지인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


말들의 주거 환경이 어찌 되는지 궁금해졌다.
늘 말의 복지 시설이 잘된 것이 최고의 승마장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다.

오랜만에 맡아본 건초향에 황홀한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말이 운동한 후에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원적외선 찜질기까지 갖추었네.

나무 울타리 안은 말 운동기구이다.사람이 탈 수 없을 때 운동시킬 수 있는 워킹머신.

사람을 태우기 위하여 출근한 (?) 말 친구들.
이곳에서 안장을 매고 푼다.

실내마장도 회원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넓은 실내 운동장은 날씨에 지장받지 않고 운동할 수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만하면 매우 훌륭하다.

운동 끝나고 샤워, 탈의를 할 수 있는 시설도 최신식이다. 여자들의 로망 다이슨 헤어기기까지~ ㅋㅋ

오늘의 애마는 검동이 !
순둥순둥 편한 말 ^^
실내에서 운동 끝나고 사진 찍으려고 야외마장 데려갔는데 거기서 또 운동하자는 줄 알고 검동이가 싫은 티를 냈다. 달래서 사진 몇 컷 찍고  수장대로 곧 데려가니 검동이 표정이 재미있다.
‘어 정말 더 안 타는 거 맞아? 밎을 수가 있어야지 ~’
반은 안도하면서 반은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이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직원분들도 모두 친절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클럽하우스에 전시된 소품들이 멋지다 .

집에 가기 위해 차 있는 곳으로 오다 보니 훤칠한 플라타너스가 반긴다.
10년도 넘었는데 베어지지 않고 우뚝 서서 잘 자랐구나.
이 나무는 블로그에 언젠가 포스팅 했던 < 바람이 나무는 플라타너스> 의 바로 그 나무다 …

설정

트랙백

댓글

5월에 한강승마클럽에 다녀왔다.
5월은 말타기에 너무나 좋은 계절 아닌가!
그러나 말탄지 너무 오래 되어서 엄두가 나지 않아 타지는 못했다. 대신 승마 지인들과 만나 회포를 풀고 지나간 추억도 떠올리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칸타빌레가 떠난 시간이 2018년 6월이다. 그 시간으로부터 만 4년이 흘렀다.
4년이 지나서 가보니 한강승마클럽(이하 한강)이 달라진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 달라진 점을 이전과 비교하는 글을 올려보려고 한다.

전체적으로 전문적인 업그레이드가 되어 환경이 좋아졌다.
시설, 말, 코치, 프로그램 모든 면에서 그렇다.

내가 어느 승마클럽에 가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마필의 상태가 어떠한가이다.
영양상태가 좋아서 보기 좋게 살이 올라있고, 윤기가 나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게다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마방 밖으로 머리를 쏘옥 내민 말을 보면 네가 참 편안하구나! 근심과 괴로움이 없구나 싶어 안심이 된다.
심신이 편안한 말은 사람을 잘 태우고 즐겁게 해줄 수가 있으니까.

예전에 비해 마방도 더 늘어났고, 그만큼 말들도 많아졌다. 보니까 웜블러드가 많고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코치님 얘기론 한강이 장애물 전문 승마클럽으로 비전이 있다고 한다.
건너편 마방에는  더러브렛과 포니도 귀여운 자태를 한껏 뿜뿜 했다.

한강은 모두 3개의 마장이 있다.
하나는 야외에 지어진 반실내마장이다. 지붕은 있지만 벽은 뚫려 있는 구조다.
내부에는 원형 트랙이 설치되어 있어 어린이 체험이나, 유소년 승마, 왕초보 교육 시설로 사용되고 있었다.

야외마장은 그야말로 상급자 운동장이라고 할 수 있다.규격마장은 아니다.
앞파벳도 선명하게 마장 구역 표시가 보인다.
운동장 바닥의 모래 상태도 적당하니 괜찮아 보인다.
이곳에서 말을 타면 사방으로 가드닝이 잘 가꾸어진 예쁜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어서 힐링이 된다. 새들도 엄청 지저귀고 주변이 논이어서 바람도 막힘없이 시원하게 지나간다.

실내마장은 가장 실용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공간이다.역시 규격마장은 아니다.
일년을 지내다 보면 비오고 바람부는 궂은 날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날 실내마장은 얼마나 아늑한가?
궂은 날 말을 탈 기분은 아니지만 말 아이들 기분전환 시키고 운동시키려고 이곳에 풀어놓고 차 마시며 구경하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밖에 방문객과 회원을 위한 편의시설이 승마클럽 여기저기에 많이 늘어나 있었다.
그 중에 최고는 야외마장을 갤러리 할 수 있는 통유리 카페다. 더운 날 에어컨 공기 쐬면서 커피 홀짝거리며 바깥에 말타는 거 구경하는 재미가 최고다!


승마를 배우려면 코치진(3명)에게 상담을 거친 후에 말을 배정받아 코치의 레슨이나 감독을 받으며 기승할 수 있다. 들어보니 합리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쉬운 점은 모든 기승은 오후 5시에 종료한다고 한다. 이 마감시간은 겨울엔 맞지만 여름엔 절대 아니다. 여름엔 5시나 되어야 비로소 말탈 수 있는 온도가 된다.

한강에서 나오기 전에 예쁘게 가꾸어져 있는 식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높은 안목과 재능을 지닌 안주인의 손길이 구석구석 미치지 않은 곳은 없다.

승마를 하고 나면 배도 엄청 고프고 지인들과 차 마시고 뒤둘이 할 일도 많다. 그런데 한강 근처에 좋은 카페나 식당도 많이 생겨났다. '왜 내가 떠나고 나니까 이렇게 좋아지냐고요?'
이렇게 투덜대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다시 다니면 되겠네 .
올해는 어려울 거 같고 내년쯤?
꼭 그리 되었으면 좋겠네.ㅎㅎ

설정

트랙백

댓글

- 인간과 동물이 환상적인 호흡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

 

 

 

2014년 겨울에 <카발리아> 한국공연을 보았고, 블로그에 소감도 올렸다. 그런데도 다시 올리게 되었다. 평소 조선일보를 구독하시는 친정아버지가 '말'이 나온 기사라고 따로 챙겨 두었다가 말 키우는  딸에게 뒤늦게 건네주신 덕분이다. 읽어보니 마법과도 같은 무대를 이뤄낼 수 있었던 그들만의 노하우 같은 것이 엿보였다. 그 마법의 노하우란 결국 말과 보낸 수많은 시간과 교감이었다. 또한 그것은 평범하게 말타는 나의 말에 대한 평소 생각과도 많은 부분 일치한다고 느꼈다.

 

<알.티> 블로그 독자라면 말과 사람 사이에 어떤 교감이 이루어지는지, 그러니까 주인장 깐돌할망은 자신의 말 아이들과 어떻게 교감하며 말과 관계를 맺는지에 대하여 궁금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 대단한 비법은 없다. 그저 말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모든 면에서 말과의 관계가 수월해지더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말 세계의 프로페셔널이 아니므로 하루에 고작 세 시간 정도를 말과 시간 보내는 정도이다. 한계는 있지만 말과 있을 때는 진정성을 보여서 말의 신뢰를 얻으려고 한다.  말과 보내는 시간의 총량도 중요하지만 ,태도나 마음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카발리아 공연팀은 하루의 대부분을 말과 시간 보내면서 끈끈한 유대가 더욱 촘촘해지도록 다양한 활동으로 채우고 있었다. 세상에 그저 쉽게 되는 것은 없는 모양이다. 말이 선사하는 기쁨을 제대로 느끼기 위하여 그들과 교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려면 말에게 무조건 이래라 저래라 시키기보다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을 , 야단치기보다는 달래서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래의 인터뷰 기사를 잘 읽어보면 말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마음을 점검하고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

 

 

 

흥행주임 / 벤자민 아이요 인터뷰

 

"말은 사람과 같습니다. 말마다 심신의 안정과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특정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식도 말마다 다르죠. 따라서 약간의 기술을 통해서 정신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말들이 우리를 잘 따릅니다. 매번 똑같은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근육을 움직이다 보니 지루해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경험을 서로 공유하면서 관계를 만들어 나갑니다. 하루는 마구를 장착하지 않고 기수 없이 자유롭게 다양한 동작을 했다가 ,다음날에는 작은 점프 동작을 하거나 장대 뛰어넘기를 하는 식입니다. 한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추지 못해도 심신과 삶에 밸런스를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육사들이 말과 매일 다른 활동을 하고 ,말을 신뢰하고, 지루하게 내버려두지 않으면 됩니다. 말에게 선택을 맡겨보면,말의 정신도 건강해져 단단한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공연 초반,아무런 마구 없이 혼자 무대에 등장하여 아무런 제약 없이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어 연기하는 말에 대하여

 

 

 

 

 

"이 친구는 혼자서도 연기가 가능한데다가 표현력이 더 풍부합니다. 또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고 총명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기쁨을 안겨줍니다."

 

기수 / 케이티 콕스 인터뷰

 

 

 

 

-공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말과 유대감을 충분히 쌓지 않으면 공연할 수 없어요. 말들이 자신이 무시당하고 이용당하고 있다고 느끼면 안돼요."

 

-말과 어떻게 교감을 나누나

 

"우리는 하루종일 마굿간 안팎에서 말들과 놀아주고 목욕을 시키고 빗질을 해줘요. 그리고 같이 대화도 해요. 말들은 관심을 가져주면 행복해하고 사랑받는 느낌을 좋아해요. 우리는 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쿠키와 어떤 과일을 제일 좋아하는지,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밖에 나가 누워서 일광욕을 좋아하는지 모조리 꿰고 있어요."

 

-말들도 인간의 감정을 느끼나

 

"말들은 우리가 행복해 하는지,근심에 빠져 있는지 대번에 알아차려요. 말들 앞에서는 숨기지도 연기하지도 못해요. 그래서 공연할 때는 집중해야 말들도 함께 집중합니다."

 

-말과 인간의 차이점은

 

"말들은 절대 연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모두 드러내요. 공연을 보면 말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직접 느낄 수 있어요."

 

연출감독 / 노만 라투렐 인터뷰

 

 

 

"카발리아는 예전에 보던 마술쇼가 아닙니다. 카발리아는 말에 대해 이야기하는 쇼입니다. 출연하는 말들이 이 공연의 주인공이죠. 카발리아는 두 시간 동안 꾸는 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라투렐 감독은 "말과 인간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이 공연의 핵심" 이라고 말한다.

 

"카발리아에는 몇 가지 기본 요건이 있습니다. 먼저 우리는 함께 공연하는 말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말과 함께 무대에 서려면 아티스트가 말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말이 당신이 누군지 알아보고 함께 있는 것이 편안해 위협을 느끼지 않아야 합니다. 말이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껴 우리에게 다가오도록 하는 거죠. 승마의 세계에서 쓰이는 많은 도구들은 말에게 위협을 가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도구들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즉 우리 공연에서는 말에게 채찍질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말은 무대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는 말들이 무대 위를 놀이터로 느끼고 공연시간을 일이 아닌 재미를 위한 시간으로 즐기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연을 통해 말의 자연 서식지를 구현해 내고자 한다. 자연환경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말이 들판이나 야생에서 보여주는 행동특성을 무대 위에서 재현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하고 모든 기수들이 자신과 공연하는 말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위의 사진들은 조선일보 2014.11..24 지면과 공연 카다로그 이미지임을 밝혀둡니다. )

설정

트랙백

댓글

 

 

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보는 경험은 경이롭고 행복하다.

말을 키우며 늘 보는 처지라 말이란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의 부분인데 , 카발리아 공연을 보며 말에 대한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말이란 스포츠 영역 안에서의 말이고, 평소에는 운동파트너로서의 말이 익숙하다. 이러한 영역 안에서도 말이 지닌 아름다움이나 우아함,역동성은 중요한 가치로 인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가 그라운드가 아니라 예술의 장이라 할 무대 위에 나타나니 색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 말이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구나!

하고 경탄에 마지않으며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카발리아 공연에서 만나지 않았나 싶다.

 

 

 

이 공연의 주역은 말이다.

주연배우인 말의 아름다움은 함께 공연에 참가하는 사람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비로소 신비롭고도 환상적으로 실체를 드러낸다.

 

 

 

공연을 보면 말과 사람은 오랜 세월 지구별 곳곳에서 깊은 유대를 맺으며 살아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이러한 실제적인 삶의 배경을 바탕으로, 기존에 보아왔던 영화나 만화에서 등장했던 구불구불한 갈기를 휘날리며 우아한 걸음걸이로 사람에게 다가오는 환타지를 연출한다.

 

 

막이 오르기 전 무대

 

그러면서도 공연 실제상황에서는 출연하는 말이 아바타가 아니라 실제 존재이므로 간혹 사소한 실수나 말 무리 안에서 멤버간에 호흡을 맞추지 못한 부분도 나타났다. 맨 앞자리에 앉았던 관객의 특권으로 엿볼 수 있었던 부분이었고 이것은 관람의 재미를 더 보탰다. 나도 모르게 '쟤는 몸이 덜 풀렸어!' '쟨 좀 긴장하는군!' 하고 중얼거렸다. 일반 관객이라면 전혀 보일 리가 없는 부분이다.

 

 

 

11월 16일 1시 무렵 카발리아 공연을 보기 위해 잠실종합운동장에 가설한 화이트빅탑씨어터를 찾았다.운동장 주변에 심어진 수령이 오랜 나무들이 아름다운 빛깔의 이파리를 달고 있어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 생전 야구라고는 볼 일이 없는 내가 멋진 말 공연을 보려고 그곳에 간 것이다.

 

 

 

티켓은 한 달 전에 예매한 터라 이래저래 할인을 많이 받았다. 그 당시 티켓 가격을 주욱 살펴보다가 내 평생에 언제 이런 공연을 보겠느냐 싶어 가장 좋은 좌석으로 덜컥 구매했는데 공연을 다 보고 나니 매우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되었다.

참으로 귀한 공연이다. 요즘처럼 손가락 끝의 터치만으로 수많은 접속이 이루어지는 디지털 세상에 극장이 통째로 옮겨오다니 놀랍다. 수많은 인력과 말의 시공간적 이동, 물리적 협동으로 비로소  이루어지는 공연이기에 무대에 막이 올라간다는 자체가 경이로움이 아니겠나 싶다.

 

 

 

극장은 화이트 텐트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무게가 50톤이 넘고,운반하려면7대의 트레일러가 필요하며 공연장 설치작업에 총 12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주인공이라 할 말들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데 그 어려움과 번거로움이 오죽하랴. 말 서너 마리를 싣고 어디 다녀오는데도 신경쓸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50여 마리의 귀한 배우 말이 한꺼번에 이동하여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리라고 본다.

 

공연 전 무대

 

 

공연 시작 10분 전에 미리 좌석을 찾아 앉았는데 뒤이어 밀고 들어오는 관객의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관객들이 좌석을 찾아가는 동안 바닥은 쿵쿵 울려서 가까운 곳에 공사장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진동과 소음이 무대 뒤에서 대기하는 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텐데 이거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았다.

 

 

 

공연장에 들어오기 전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며 화면으로 보이는 말들의 영상을 보고 벽면에 가득한 카발리아의 이미지를 훑다가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아마르 (기르는 애마)도 이런 거 시키면 재미있어 할 것 같아."

 "그러게."

 

망아지가 태어난 순간부터 기른 아마르는 놀이본능이 고성능으로 작동하는 장난꾸러기라 다른 말들과 협동하고,많은 사람을 만나는 상황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연을 다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카발리아 공연팀에 소속한 말의 자격은 외모나 기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겠다고 생각되었다. 말의 본성은 두려움이 많고 예민하다. 그런 말이 자신의 본성을 내려놓고 강렬한 조명빛과 관객의 시선, 우뢰와 같은 박수, 무대 위의 복잡한 상황을 견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을 어디에 비유할 수 있을까? 내게는 말 배우 하나하나가 모두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놀라운 명마로 보였다.

 

 

 

카발리아 공연은 서커스와 홀스의 만남이다.

발레와 힙합의 만남이나 국악과 재즈의 만남처럼 장르가 다른 분야가 서로 만나 새로움을 창출하는 시도는 이미 있어왔다. 서커스는 오랜 세월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공연형식이다. 마상곡예는 서커스와 말이 만나는 접점이 될 것 같다. 공중그네타기와 같은 서커스 전문분야와 말 퍼포먼스가 조화와 협동을 이루어내며 한 무대에서 만나니 1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얼마나 짧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카발리아 공연은 말 애호가나 승마인에게 귀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카발리아 말 배우들은 준수한 용모를 자랑하는 다양한 품종으로 이뤄져 있다.

아라비안, 콤토이스, 호주 스톡마,크리올로, 루시타노, 미니어처, 페인트호스, 페르슈롱, 쿼터호스, 스페인순종마 ,웜블러드 이다.

 

사막,초원, 산맥,숲 등등  인간이 말과 함께 누볐던 대자연을 무대배경으로 등장하는 말은 영화나 순정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구불구불한 갈기를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관객의 찬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무리를 지은 말이 질주하고, 함께 어울려 털을 긁어주기도 하고 , 사람과 교감을 이루는 모습도 보여준다. 고난도의 마장마술 워킹을 하기도 한다. 이런 장면에서는 말의 우아하고도 기품있는 자태에 홀리듯 정신을 빼앗기게 된다. 무대를 가득 채우는 라이브음악은 신비롭고도 몽환적이다. 가끔 안개가 피어오르고 눈,비가 내리기도 하고 자연속으로 들어가 말을 만나고 오는 체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양한 말타기의 진수성찬.

보통 승마를 배우면 자세 잡느라 곤욕을 치룬다. 팔,다리, 허리,등,어깨 등 바른 자세 취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 마도란 참으로 범접하기 어려운 무게 잡고 법도를 지켜야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카발리아 공연에서 그런 강박관념을 와장창 깨뜨리는 통쾌한 장면이 있었다. '막 타기 천태만상'이라 부제를 붙이면 좋을 법했다. 2부에서 서부스타일로 질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도대체 어떻게 매달렸는지도 자세히 가늠할 길이 없이 그저 말과 사람이 한덩어리로 총알처럼 휙휙 날아다닌다. 그 모습들을 보면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그만  '평소 우리가 말 타는 것은 타는 것도 아니여!' 하는 심정이 된다.

 

 

 

 

카발리아의 최고 미덕은 '말이 최고의 주연으로 대접받는다'가 아닐까?

공연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은 배우들의 사진으로 담벼락을 길게 이어붙이고 있었다. 사람 배우의 사진이 아니라 말 배우의 사진이었다. 꼭 공연장에 한류스타의 사진이 세워져 있는 것 같았다. 사진 속에서  스타의 영화속 이미지처럼 말의 매력이  깃든 표정이 담겨 있었다.

 

 

 

공연의 내용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말들의 역할은 편해 보이는데 사람의 역할은 매우 고달파보였다. 특히나 인간탑쌓기 같은 장면에선 정말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에 비해 말들은 사람이 힘겹게 곡예를 하는 동안 일정한 속도로 설렁설렁(?) 구보를 한다거나 떼지어 자유롭게(?) 질주를 한다거나 했다. 앞서 썼다시피 이런 무대에 선다는 자체로 말에게 엄청한 요구를 한 것이지만 그런 말보다도 사람이 훨씬 많이 뛰어다니고 애쓰는 모습이 보여서 결코 말을 혹사시킨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세부적으로도 말을 타고 질주하는 장면이 있으면 다음엔 사람이 땅에서 스스로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이 사람을 태우고 점핑을 하면 또한 사람 혼자 점핑하는 모습이 따랐다. 사람과 말의 하모니가 이루어진 어떤 장면의 엔딩은 사람 배우들이 모두 경외하듯 손을 우러러 말을 떠받들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에서 카발리아 공연철학이 말을 존중하는 바탕위에 서 있다고 보여져서 보기에 좋았다.

 

 

 

 

사방이 말 천지로군! 흐뭇~

 

                                                         쾌적한 관람을 위한 공연 팁!

 

1. 맨 앞자리는 공연 말미에 연못으로 변한 무대에서 말들이 질주할 때 물벼락을 맞게 된다. 대형타올을 줘서 가리면 되지만 부담스러우면 앞자리를 피하면 좋다.

 

2. 앞좌석과 뒷좌석 간격은 매우 좁다. 다리를 꼭 뻗어야 한다면 맨 앞자리가 필수다. 좌석은  플라스틱이라 딱딱하고 차가우니 방석이나 미니담요를 가져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3. 말 배우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연기에 임하도록 하고, 말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배우들의 안전을 위하여 공연중 휴대폰을 들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어둠 속의 섬광이 말을 자극할 수 있어 본능적으로 돌발 행동이 나올 수 있다. 공연중 촬영자제는 카발리아 관객의 기본 에티켓이다.

 

 

공연이 끝난 후 vip고객 대상으로 제공된 마구간 투어. 관리사는 모두 여자였고 부드럽게 속삭이며 말에게 다가가 머리(갈기)를 땋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설정

트랙백

댓글

 

2014년 1월 5일 서울 나들이를 했다.소공동 롯데백화점에 있는 롯데갤러리에서 전시하는 말 그림을 보기 위해서다.(사진은 전시된 작품이 담긴 엽서)

 

전시회의 감동을 오래 간직하려고 도록도 샀다.

 

달력과 참여작가 소개지.

 

말띠 해가 되니 참 좋다.세상에 말 이미지가 풍년을 이루었다.여기를 봐도 말,저기를 봐도 말.말 이미지의 으뜸은 예술작품에 구현된 말일 것이다.소공동 롯데갤러리에서 한국,몽골,호주 작가의 말 그림 전시회를 한대서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3국의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그곳에 가기 전에 내가 늘 만나서 함께 생활하는 말이 어떻게 미술작품으로 형상화 되었으려나 너무도 궁금했다.말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동물이어서 미적 대상으로 바라보기에 손색이 없다.여기에 더하여 예술적으로 승화된 형상적 이미지로 만나는 말은 어떤 느낌으로 나에게 전해질까?

 

내가 하늘 만큼 땅 만큼 좋아하는 고 김점선 화가의 작품 앞에 섰다.우리 집에도 파란 말이 그려진 판화작품이 걸려있다.화가의 무수한 붓질이 가득 메워진 작품 앞에 섰다.

 

미술 전시회에 가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작품을 골라본다.이 전시회에서 만난 '나에게는 최고!' 작품은 여인을 등에 태운 말이 서있는 그림이다.말의 표정엔 슬픔,연민의 감정이 차오름에도 타인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담겨 있는 것 같다.사람을 태우는 행위의 내면에 깔린 말의 마음이 엿보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말이 사람에게 주는 수많은 즐거움 중에서 예술작품으로 다가오는 것도 커다란 부분이다.화가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영감의 원천이고 미술애호가에게는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기쁨에 취하게 하니까.

 

한국화가의 작품에서는 김점선 화가의 따뜻한 추상화가 참 마음에 든다.몽골화가의 세계에서는 말이 우리네 스마트폰 만큼이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이 공존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호주화가의 작품은 내 개인적인 취향과 아주 맞았다.그곳의 말은 사람의 친구로 인격화되어 동반자이자 내면의 벗이기도 했다.언젠가 호주여행을 했을 때 광활한 땅에 비해 매우 적은 인구가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어서 인상적이었다.사람과 부대끼기는 커녕 사람 구경하기조차 힘들게 살아갈 때 말이 좋은 벗이 되어주었으리라.나의 애마 칸타빌레도 호주가 고향이다.머나먼 고향을 떠나와 나의 곁에서 살아가는 칸타빌레는 현재 더할 나위 없는 내 벗이다.

 

새해가 시작하는 달 , 말 그림 보러 가실래요?

설정

트랙백

댓글

 

제주 성산읍 삼달리에 c&p리조트에 한라마 무리가 산다.

 

이들은 사람이 기르는 말이지만 너른 2만평 땅을 자유롭게 오가며 산다.

 

참으로 이상적인 생활을 누리는 행복한 말이다.

 

수도권의 승마클럽에서 사는 승용마가 하루의 대부분을 좁은 마방에서 살며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삶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리조트의 말을 타고서 억새외승 나가기 전에 부지를 한 바퀴 돌았었는데 인공적인 시설도 없고 지면도 다듬어놓지 않아 돌무더기,나무,풀뿌리가 제멋대로 놓여 있었다.말들의 생활환경이 이런데도 말들은 하나같이 몸에 긁힌 생채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지난 봄 이곳을 다녀온 후에 일기예보에서 제주에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다는 소릴 들을 때마다 말 친구들이 걱정되었다.따로 이들의 방이 있는 것이 아니니 비바람 맞고 젖은 생쥐꼴을 하고 오돌오돌 떨려나 싶었던 게다.

 

안주인의 얘길 들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지붕이 있는 대피소가 있으나 뒷간처럼 여기는지 들어가 똥이나 눌 뿐 정작 비가 오면 다른 곳에 간다고 했다.

 

"바로 저기랍니다!" 말등 위에서 안주인이 가리킨 곳은 빽빽한 소나무 군락이었다.말들은 좁고 아늑한 소나무 둥치 사이사이에 들어가 가만히 서서 비 내리는 시간을 보냈던 거다.

 

비올 때 큰 나무 아래 들어가 본 사람은 안다.비가 잎을 타고서 옆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비 피하기는 그만이라는 사실을.게다가 솔숲이니 비에 젖은 솔잎이 뿜어내는 솔향은 얼마나 진할 것인가.솔향은 머리를 맑게 한다는데 말 친구들의 정신적 고요함이 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어진다.

 

숙소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가는데 시야에 확 꽂히는 장면이 보였다.물가에서 암말인 공주가 풀을 뜯고 있었다.

 

물 언저리에서 백마가 풀을 뜯고 있으니 비현실적인 느낌과 함께 주변에 선 열대수목으로 인하여 이국적인 풍광처럼 비쳐졌다.말이 등장하는 달력그림에 딱 나올 법한 그런 장면이었다.

 

공주는 임신중이고 내년 4월에 출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망아지의 부마는 리조트의 말 무리에 속한 숫말이다.주인장도 부마가 이놈인가 저놈인가 확신을 못하니 망아지가 나와보면 알 터이다.

 

기왕이면 공주가 엄마 닮은 예쁜 망아지를 낳았으면 좋겠다.

 

 

공주가 풀을 뜯는 바로 옆에서 맨 처음으로 이끌려나온 스콜피오가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말은 쥬피터다.

 

아침이.

 

이곳의 한라마들을 보면 "우와! 멋지다!"라는 감탄이 나온다.제주도의 관광 승마장이나 수도권에서 가끔 보는 한라마를 보고서는 감탄을 하기가 힘든 게 보통이다.웜블러드나 중형더러브렛에 비하면 뭔가 오종종하고 왜소하다는 인상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 한라마들은 체고가 150cm에 가깝고 몸통은 튼실하여 중형마 정도의 뱃고래를 보는 듯할 정도이다.그만큼 잘 먹이고 키워서 그렇다.

 

여기에 지나친 노동으로 혹사시키지 않고 자연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니 모색에도 윤기가 흐르고 표정에 기품이 서려 있었다.

 

말의 체고가 150cm 정도가 되면 한국사람이 타기에 가장 적합한 승용마 신체조건이라고 보여진다.세계의 유명 승용마 품종도 이 정도 크기가 많다.

 

다는 아니지만 몇 군데 둘러본 제주 관광승마장의 한라마는 키가 아담하니 작았다.관광용으로는 실용성이 있어 보이지만 속사정은 좀 달랐다.

 

그러니까 한라마의 품종 자체가 원래 작은 것이 아니라 못 먹어서 덜 자란 상태라고 할까.한국인의 체형이 못살던 시절과 경제발전 이룬 이후에 현격하게 달라진 것과도 같다.

 

현재 제주도에서 이루어지는 경마에 출주하는 경주마의 체고는 137cm로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그러다보니 제한된 경주마 쿼터에 입적시키기 위하여 말 생산농가는 어쩔 수 없이 망아지에게 일부러 잘 못먹이는 방식으로 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경주마로 판매하고 나면 말은 불과 몇 년의 경주마 생활을 끝내고 나서 기나긴 승용마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어려서 못먹고 경주로 혹사당한 몸 상태가 좋을 리 없다.한라마의 현주소가 그렇다면 그런 말을 타야 하는 승마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조트에서 작년에 태어난 유니콘이 언니 문 차일드와 함께 서 있다.둘은 연년생이다.4명의 일행이 말을 타고서 외승을 나가려할 때 문과 유니콘이 따라나올 수 있는 끝까지 나와 뚫어지게 바라보며 배웅을 했다.

 

우리 깐돌이도 그랬지만 자라는 한라마 망아지들도 같은 무리의 말들이 사람을 태우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승용마의 삶을 받아들일 것이다.

 

망아지들이 그렇듯 유나콘도 특유의 무심한 표정을 짓소 있었는데 이젠 망아지의 호기심도 다 가시고 좀 무료하기까지 했다.그러다 서서히 사람을 태우는 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제 소임을 알게 되리라.

 

 

 

 

 

 

스콜피오가 조는듯 고요하다.말들은 안장매는 동안 조는 표정이기 일쑤다.

 

스콜피오는 공주와 함께 지구력대회 백전노장이다.얼마 전 80km대회에 참가하여 10위 권 안에 들었다.

 

아침이는 경주마 경험이 없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유망주다.겨우 3살인데 어찌나 온순하고 차분한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온순하면서 강인함을 동시에 갖춘 승용마가 한라마다.

 

리조트 주인장 내외는 1년에 4~5차례 열리는 지구력대회에 거의 참가하는 분들이신데 얼마나 건강해보이는지 모른다.

 

이날 15km 정도의 외승을 다녀왔을 때 말들도 멀쩡하고 주인장 부부도 어디 다녀왔나 싶은데 평소 실내마장에서 깔짝거리며 타던 나만 초주검인 것 같고 한달분 승마를 다 한 것 같았다.

 

제주의 자연이 길러내고 애정이 지극한 사람이 길러낸 말들은 사람에게 건강함을 선물했다.아울러 도시에서 찾아온 승마인에게도 질적으로 높은 승마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런 게 자연,사람,말의 조화로움이 빚어낸 행복함 아닐까?

 

 

(*) 용어 정리

 

* 제주마 : 최근까지 재래마,조랑말,재래종으로 불리다가 1999년 공식명칭을 '제주마'로 결정.

              그 이전 1986년 멸종방지를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

              제주마라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천연기념물로 인정받는다.

 

                                      <이상은 유홍준 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p399~401에서 >

 

*한라마 : 제주마와 더러브렛의 교잡종.

 

(*)그 밖의 관련 자료

 

승마매거진 2011.7.8 월호

한라마 전도사 이종형 감독

<우리 한라마의 우수성을 알리고 장려하는 제도적 정책이 시급하다.>

설정

트랙백

댓글

 

김포골드승마클럽에 방문했다.그곳엔 그리운 말 친구들이 많다.오늘은 특별히 방문해야 할 건수가 생겼다.16일에 승마국토종주 떠나는 윈디를 격려하고 얼마 전 하숙집을 옮겨온 깐돌애비와 만나기 위해서다.사진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녀석이 바로 윈디다.

 

윈디는 5년도 전에 처음 만났는데 경마장에서 갓 나온 3살배기 숫말이었다.덩치가 좀 컸고 윤기가 자르르르 했는데 어찌나 예민한지 패덕 옆으로 차만 지나가도 놀라기 일쑤였다.윈디의 그런 모습이 나의 애마 바람이에게도 매우 어줍잖게 보였는지 군기를 잡고 텃세를 부리다가도 장난을 치며 잘 놀았었다.그랬던 어린말이 이제 승용마로서 산전수전 다 겪고 늠름하게 자랐다.

 

이지네 가족의 자마로 지내는 동안 윈디는 한 번도 다리나 굽에 탈이 났었다는 소릴 듣지 못했다.그러니 장장 600키로의 여정을 가야할 말로 신체적 자격은 갖추었다.

 

함께 뭉쳐다니는 윈디 친구 해피와

 

위키(좌)다. 이름을 불러주니 와서 아는 척을 하고 인사를 한다.모두들 애마 바람이와 동고동락했던 오래된 친구들이고 모두 자마다.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서 기뻤다.

 

윈디아빠는 왜 자처하여 고생길에 오르려는 걸까? 오래 전에 조짐은 있었다.몇 년 전에 윈디와 함께 김포에서 여의도까지 다녀온 이력이 있다.복잡한 수도권 안에 승마인과 애마를 위한 좋은 길 같은 환경은 없다.한강을 따라 이어진 아름다운 길도 사람이나 자전거 트래킹이나 가능할 뿐이지 말은 들어갈 수가 없다.그런데도 윈디아빠는 애마와 함께 어디든 가고픈 열정을 실천했다.

그 당시 경찰도 출동했다 하고 윈디도 힘들어해서 그런 일은 다시는 없으려니 했는데 웬걸! 그때 일이 배꼽이라면 이번 일은 배 만한 규모다. 프로젝트명은 바로 승마국토종주!!!

 

윈디아빠는 자신의 블로그에 밝히기를 승마국토종주는 무모하지만 꼭 이루고픈 도전이라고 한다.대체 얼마나 무모한 일을 저지르려는 걸까 하고서 블로그를 살펴보니 사전계획하에 치밀하게 준비되고 있었다.윈디와 함께 몇 해를 보내면서 말에 대한 이해나 애정이 밑바탕에 깊이 깔려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승마국토종주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10월 16일 김포를 출발하여 18박 19일 동안 하루 40~50 키로를 나아가 부산에 당도할 예정이다.장장 600키로의 여정을 가는 동안 행선지 근방에 있는 승마클럽에서 하룻밤씩 쉬어가게 된다.협조요청은 사전에 공문을 보내 승낙 받았고 승낙이 없는 곳에서는 일부 숙박업소 주차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위한 승마국토종주인가?

 

"말산업활성화를 위한 규제 철폐"가 이번 종주의 취지다.

 

국내 승마장의 80%가 미신고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정부나 마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말산업육성법이니 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법이 제대로 통용되지를 않는다.그러다보니 승마장 운영하시는 분들이 범법자 아닌 범법자가 되어 불법이니 민원이니 하는 현실적 규제나 제약으로 어려움이 많다.그 어려움은 마필관리를 위탁하거나 여가로 즐기려는 승마인에게도 이런저런 애로사항을 겪게 만드는 형편이다.김포지역의 승마장 형편이 어려운 줄로 안다.

 

윈디아빠는 좀 더 사회적으로 우호적이고 편안한 환경에서 말을 기르고 승마를 즐기고픈 승마인들의 염원을 담아 자신의 오랜 꿈과 함께 승마국토종주에 나선 거다.비록 그 어려운 길에 동행은 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응원하며 윈디아빠와 윈디의 여정이 무사히 마쳐지기를 기원한다.지원차량으로 함께 여정에 따라나선 윈디엄마에게도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전국의 승마장 및 승마인들께서 승마국토종주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윈디아빠 블로그에서 일정 확인해보시고 근처에 지나게 될 때 편의와 협조를 제공해주셨으면 한다.

http://blog.naver.com/reinstate10/130149387960  

 

 

 

 

말들이 매일 바라보는 김포 황금 들판

 

추수가 끝나고...

 

억새가 춤추는 가을 한가운데서...

 

누군가는 먼 길을 떠나고 또 누군가는 여기로 와 머문다.

 

저 꺼먼 놈이 내 말 사위 마루치렸다! 주변에 계신 분께 여쭈니 내 예상이 맞았다.

 

어디로 가나 했더니 끙끙이를 하러 가는 거였다.

 

2년 만에 보는 앞얼굴은 좀 나이들어 보였고

 

옆얼굴은 돌이와 붕어빵처럼 보였다.신참이라고 터줏대감 말들에게 여기저기 물린 자국이 보였다.신고식 치렀나보다.

 

이런 표정도 보이니 언제까지 맞고만 살지는 않을 것 같다.말 사위 마루치 화이팅!

 

구절과 굽 사이 목이 긴 것도 깐돌과 닮았다. 입매도...

 

꼬리끝이 와인 빛깔인 것도 돌이와 같다.

 

안녕 마루치? 나 장모야.모르겠니? 인사를 건넸는데 그닥 반가운 티는 안난다.애초에 마서방은 무뚝뚝했다.

 

어쨌거나 탈없이 이때껏 살아와서 다행이다.앞으로도 이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렴!

 

온 김에 지인이 최근에 입양한 러시아에서 건너온 가을이와도 인사를 나누었다.생김은 러시아 영화에 나오는 마차끄는 말을 상상하면 된다.

 

두 살인가 세 살인가 하는 아기라는데 사람에 대한 친근감이 풍부했다.가을이가 오래오래 아빠와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

 

한참 후에 사돈댁이 도착했다.얼마만의 상봉인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사돈댁과 마루치는 운동준비를 시작했다.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며 김포골드클럽을 떠나왔다.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