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점령한 듯하다. 눈으로 볼 수도 없는 그것이 최고의 존재감을 뽐내더니 성큼 내 코 앞에 다가왔다. 나는 현재 일시 휴업 상태다. 내 주요 일상이 멈추니 잠시 망연자실해진다. 집안을 휘휘 둘러보다가 <일의 기쁨과 슬픔> 이라는 책이 유난히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금의 처지에서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던가 생각해보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보니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있으며 현재의 사태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어떻게 해야 가벼워질 수 있을까만 궁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소설집에는 총 8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겪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인데 그 중에서 <다소 낮음> 이라는 소설에 대하여 말해보고 싶다.

 

 주인공 장우는 홍대앞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이다. 1집 앨범을 하나 내기는 했으나 그닥 팔린 것도 아니다. 그래도 자신의 음악에 반해 열렬한 팬이었던 유미와 함께 살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어느 날 장난으로 아버지가 사준 낡은 냉장고 앞에서 기타를 두들기다가 만든 '냉장고송'을 유미가 유튜브에 올렸는데 대박이 나서 장우에게 성공의 기회가 눈앞에 찾아왔다.

 

  유미는 성공의 확신과 희망으로 들떠있고 곧 어떤 기획사로부터 연락이 와서 '냉장고송'을 음원제작 하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장우의 입장에서는 장난으로 만든 노래 같지 않은 노래를 상품화 시킨다는 것도 께름찍하고 , 현재의 인기를 밑천으로 앨범을 급조하여 낸다는 것도 도저히 음악가의 양심으로 용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거절하고 만다.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찬 장우를 용납할 수 없었던 유미와는 갈등이 커지고 유미는 집을 나간다. 유미가 집을 나간 계기는 장우가 난데없이 비숑프리제 강아지를 사서 안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유미 입장에서는 남자친구의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지금 전기요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형편에 어쩌자고 몸값도 비싼 귀한 개를 들인단 말인가? 그 일이 기획사 제안을 거절한 직후라 유미의 충격은 더더욱 컸을 것이다.

 

장우가 눈꺼풀에 콩깍지가 씌었던 그 순간을 책에서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저 개는 내가 대체 누군 줄 알고 이렇게 반기는 걸까. 말 못하는 짐승의 마음을 들을 수는 없지만 장우는 저 개가 분명히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눈빛이 가능할 리 없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네가 너여서 좋다는 그 눈빛. P.116

 

  입양한 비숑프리제는 보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유미는 집을 나가버렸고 보리를 데리고 다니는 장우가 미쳐버렸다고 사람들은 수군댔다. 그래도 장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우는 새 곡을 쓰기 시작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2집에 수록할 곡들이었다. 곡이 완성되면 보리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보리는 장우의 기타 반주만 들으면 꼬리를 치면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가끔 고개를 쭉 빼고 늑대처럼 울부짖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언제나 장우와 눈을 마주쳤다. 보리가 솜사탕처럼 동그란 얼굴을 하고서는 장우를 쳐다보고 헥헥거릴 때면 장우는 한없이 벅차올랐다. 말 못하는 짐승이 말 대신 보내는 그 신뢰의 눈빛을, 장우는 좋아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 본문 P.118

 

 이 대목을 읽으면서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도 살아온 인생의 나날 어느 때쯤 겪어보았던 감정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가 세상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거부한다고 느낄 때 아무런 조건 따지지 않고 바라봐주는 동물 친구의 눈빛에서 인정과 ,지지, 신뢰, 응원을 발견하게 되면 나도 역시 조건 따지지 않고 동물을 나의 세계로 깊숙이 끌어들이게 된다.

 

  내가 거지이든, 흙수저이든, 못생겼든, 공부를 못하든 아무런 상관없이 바라봐주고 대해준다는 것은 매력적인 것을 넘어 황홀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이 뭔가 무책임해 보이고 막무가내스러운데 입양을 하는 까닭은 돈과 성공이 절대선이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살기 위해 숨쉬고 싶은 갈망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오래 전에 소설에 나오는 보리처럼 나를 바라보는 동물에게 콩깍지가 씌워져 입양을 한적이 있다. 하필이면 그 동물이 말이어서 그후로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동물과 인연을 맺고 만난 세상에서 느낀 수많은 감정과 의미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보리는 얼마 못가 병으로 죽고만다. 그렇다고 해서 장우가 심하게 망가지는 일따윈 없다. 보리의 죽음을 수습하고 돌아와 낡은 냉장고 옆에서 있어야 할 곳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아무래도 장우는 보리를 떠나보낸 상실감을 예술의 에너지로 승화사켜 멋진 음악을 만들어낼 것 같은 예감이다. 그리하여 장우가 자신의 음악세계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나 인정받고 이 정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란듯이 성공하고 떵떵거리며 살기 바란다. 장우는 살면서 자신이 힘들어질 때 한없는 신뢰로 바라보았던 보리의 눈빛을 떠올리면서 다시 추스리고 나아갈 것이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보리와 같은 따뜻한 눈빛을 보내준다면 , 그 역시 장우처럼 자신의 정원에 눈빛의 주인을 초대할 것이며 이 일은 두 존재 모두에게 구원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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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승마 - 굿호스맨쉽 ( 지은 이 : 케이트 박 / 펴낸 곳 : 분홍개구리 )

 

 

 

     저자 케이트 박 님과 장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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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매거진은 오래 전부터 구독하고 있는 잡지이며 이미 블로그에 소개한 적도 있다. 지난 호에 나의 승마에세이집 <우리는 지금 유니콘의 숲을 거닐고 있다>가 신간서적으로 소개되고 이번 호부터 글이 연재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번 호(2014. 3/4 월호. 통권 26호)의 주요 기사를 살펴보면

 

p.20 까발라띠를 활용한 말과 기승자의 훈련법

p.26 DREAM LESSON - The Test

p.34 SCHOOLING - 숄더 인

P.46 COLUMN -말산업의 문화 경영전략 (2)

그 밖에 독일과 뉴질랜드의 말 관련 정보, 각종 대회정보 등이 실렸다.

 

 

나의 글은 승마인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정서함양과 사색에 도움을 주는 대중적인 내용으로 잡지의 말미를 장식했다.

 

 

사진에는 미니어처 망아지 레이와 마티,태풍이와 아마르,몽골말이 등장해서 아기자기한 맛을 더했다.평소 내가 아끼던 말이 글과 함께 지면에서 조화를 이루니 기쁘다.발굽의 주인은 아마르인데 색이 푸르딩딩하게 나와서 글의 제목을 <푸른 발바닥이 왔다>로 해도 손색이 없을 듯 .

 

 

이 자리를 빌어 연재글이 실릴 수 있도록

 

귀한  지면을 할애해주신 승마매거진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글이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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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02 - 6357 - 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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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다음 책을 참고하였습니다.

<모두 다 예쁜 말들> 코맥 매카시 / 김시현 옮김 / 민음사

 

코맥 매카시는 윌리엄 포크너,허먼 멜빌,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비견되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라고 한다.<모두 다 예쁜 말들>(1992)은 국경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전미 도서상과 전미 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꿈을 찾아 용감하게 집을 떠나 온갖 위험 속에서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며 어른이 되어가는 한 소년의 슬프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p.145 옮긴이의 말)

 

좀 더 구체적이며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열여섯 살 카우보이 소년 존 그래디가 친구 롤린스와 각자 자신의 말을 타고 집을 떠나 멕시코로 향한다.도중에 역시 자신의 말을 탄 말썽꾼 소년 블레빈스를 만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국경을 넘어 멕시코의 아름다운 목장에 도착한다.이곳에서 존은 말 다루는 솜씨를 인정받아 조련사로 일하게 되고 목장주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데......

 

카우보이 하면 신출귀몰하게 말을 다루며 타는 명수로 인식되기도 하고 그 때문인지 남자들에게는 멋진 남성성의 로망으로 비쳐지기도 한다.숱한 서부영화에서 말발굽소리와 총소리가 뒤엉켜 뽀얀 먼지를 일으키고 사투가 끝난 후에 주인공이 모자를 고쳐쓰고 말머리를 돌려 황야를 향해 걸어나가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서부영화를 보면서 내가 말과 지내는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에 저 세계에서 살아가는 말은 무슨 생각을 할까 카우보이는 말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이란 책을 발견했을 때 그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다 읽고 나니 약간은 그 세계를 엿본 듯하다.

 

카우보이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라면 '신께서 말을 지상에 만드신 것은 소를 몰기 위해서라는 점과,남자가 가져야 할 가장 좋은 재산은 바로 소라는 점이었다.'(p.179) 라는 문장 안에 구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카우보이가 타는 말은 소몰이에 유능해야 하며 그런 일을 위해 야생마 중에서 싹수가 있는  말을 발굴하여 훈련시켜야 하는 목표가 뚜렷하다.그렇다 보니 말을 고르는 기준에서 '소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고 그런 자질이 있다면 웬만한 결함은 다 용서된다고 한다.

 

전체 4부 중에서 2부에 나오는 멕시코 목장에서 야생마 길들이기가 나오는 대목을 간략하게 추려서 소개한다.

 

목장에서 가까운 산에는 야생마가 400 마리 정도 살고 있는데 모두 목장주의 소유다.아주 오래 전부터 유명한 종마의 후손을 풀어놓고 자연 번식시킨 결과다.품종은 쿼터호스. 존과 롤린스가 목장에 도착하여 허드렛 알바로 낙인 찍고,귀에 인식표 달고,거세하고 ,뿔을 자르고,백신을 접종하며 한 이틀 보내고 나서 사흘째에 일꾼들이 3세 야생 망아지를 잡아다가 우리에 가두는 것을 목격했다.야생마들은 겁에 질려 울부짖고 밟고 일어서고 달리고 우리를 부수려 들었다.말로서는 처음 당하는 충격적인 경험이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3세 야생 망아지를 지켜보던 존은 이들을 길들이기로 마음 먹는다.이곳 일꾼들이 산에서 말들을 몰고내려온 방식을 보니 어떤 방식으로 길들일지 뻔히 보였다.그들은 고리재갈로 말을 고생시킬 게 뻔했다.고리재갈은 잘못 쓰면 말의 턱이 부러질 수 있다고 한다. 존은 나흘만에 야생마들을 다루는데 얌전할 정도로 길들이겠다고 결심한다.

 

준비물 : 용설란 밧줄 12미터 , 보살레아(금속재갈이 달린 조련용 고삐),안장에 깔 담요,삼베자루 2장,등자끈을 미리 줄여놓은 햄리안장

 

길들이기 1단계 :

 

존과 롤린스가 포트레로(망아지용 목초지) 안으로 들어가자 16 마리의 야생 망아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존은 길들일 망아지의 앞다리에 올가미를 걸었다.존은 망아지가 미처 반항하기 전에 순식간에 말목을 움켜쥐고 올라타 주둥이를 옆으로 돌려 자신의 가슴팍으로 곽 잡아 당겼다.그렇게 말 주둥이를 가슴팍에 단단히 붙들어맨 상태에서 존은 한 손으로 말 눈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몸을 어루만지며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계속 속삭였다.말 눈을 가리고 어루만지는 것은 공포를 몰아내기 위해서다.

그때 롤린스가 목에 걸친 밧줄 하나를 빼내 올가미를 만들어 뒷다리 하나에 걸고 앞다리 쪽으로 바짝 당겨 묶었다.그런 다음 먼저 걸어두었던 올가미를 풀어서 내던지고 조련용 고삐를 씌웠다.(금속재갈을 물린 것임)다음 남은 뒷다리에 두 번째 올가미를 걸고 두 올가미 밧줄을 고삐에 연결시킨다.존은 붙잡고 있던 망아지의 주둥이를 풀고 말에서 뛰어내렸다.망아지는 똑바로 서려고 애쓰다가 털썩 쓰러지고 일어났다가 다시 쓰러지기를 세 번 반복했다.그러더니 누워서 곰곰 생각하다가 다시 일어나 서있다가 껑충거리며 뛰다가 사람을 노려보았다.

 

아침부터 시작된 작업은 정오무렵이 되자 16마리의 말이 모두 앞뒤 발이 묶이고 고삐를 쓴 채 각기 다른 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결과를 지어냈다.야생망아지들은 서로 접촉할 수 없었고, 신의 목소리가 깃들기라도 한 듯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조련사의 목소리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저 아이가 장난으로 묶어놓은 짐승 같은 몰골로 마냥 기다렸다.

 

 

 

길들이기 2단계 :

 

야생 망아지 한 마리만을 끌고 포트레 밖으로 나가 조련용 우리로 들어간다.이번에도 조련작업은 존과 롤린스 2인조다.존이 말에게 끊임없이 속삭이는 동안 롤린스가 말의 앞발을 묶고 고삐를 단단히 잡는다.그후 15분 동안 존은 삼베자루를 말의 몸통,머리,얼굴,다리에 문지르고 안아주고 속삭인다.다음 안장을 올릴 차례다.담요를 말 등에 펴고 쓰다듬으며 속삭이며 안장을 얹고 위치를 바로잡았다.여기까지는 말이 미동도 않았으나 뱃대끈을 조이자 말 귀가 젖혀졌다.존은 다시 속삭이며 말에게 기대서서 뱃대끈을 조이며 이것은 위험한 짓도,미친 짓도 아니라는 듯 계속 속삭였다.안장 채우기가 완료됐다.

다음 재갈을 주둥이에 씌운다.조심스럽게 말 다리에 묶은 밧줄을 제거한다.잠시 후 말은 뒷발을 뻗어 휘젓다 멈추더니 몸을 옆으로 틀어 발길질을 해대기도 했다.존이 말 옆구리를 슬쩍 치니 말이 앞으로 나아갔고 고삐를 당겨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다시 말머리를 돌려 제자리로 돌아왔다.존은 저녁때가지 열여섯 마리 중 열한 마리에 올랐다.밤에는 모닥불에 의지하여 나머지 다섯마리도 모두 탔다.

 

일이 모두 끝나자 망아지들은 우리 안에 가만히 서 있거나,걷는다 해도 땅에 늘어진 고삐를 밟아 코가 휙 당겨지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레 걸었다.그런 모습에서 우아함과 품위가 느껴질 정도였다.아침에만 해도 단지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구슬인 양 미친 듯이 빙빙 돌던 야생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망아지들은 자신들 중 누군가를,혹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는 듯이 어둠 속에서 나지막한 울음을 주고 받았다.

 

이상의 과정은 하룻동안 진행되었다.첫날 존이 올라탄 말을 블린스가 다시 탔으며 이튿날에도 동일하게 반복됐고 사흘째에 둘은 말을 타고 밖으로 나가 초원을 질주한다.

 

카우보이의 야생마 길들이기를 문학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접하고 나니 어떤 소감이 떠오른다.

자연속에서 태어난 후 3세가 될 때까지 사람을 전혀 본 적이 없는 말을 카우보이가 길들이는 일의 핵심은 두 가지로 보인다.'사람에 대한 공포심 없애기' '마구를 장착하고 사람을 태우는 생경한 감각에 적응시키기'

 

공포심을 없애주기 위한 방편으로는 '목소리를 들려주며 속삭이기'가 쓰였고 생경한 감각 적응을 위해서 삼베자루로 온몸을 문지르며 쓰다듬기가 동원됐다.두 가지 필살기를 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말의 정신을 재부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자연에서 배부를 때까지 풀뜯어먹고 무리와 어울려 사회을 누리고 적이 나타나면 도망치는 당연한 삶을 벗어나 이후로 인간의 삶에 편입되어 새로운 생존조건을 받아들이려면 이전의 삶과는 결별해야 하고 결별을 통과하여 거듭나는 의식으로서 말은 정신적 죽음을 맛보아야 한다.

 

최초로 야생마에게 다가가 다리를 묶고 넘어뜨리는 과정은 말로 하여금 심리적 죽음을 체험케 한다. 야생에서도 말이 불가항력적으로 쓰러져 있는 상황은 포식자에게 사로잡혀 사지를 뻗고 드러누운 것을 뜻한다. 만일 배앓이를 한다거나 출산을 위해 누워있는 상황도 생존을 위해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그러므로 말은 어떤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는 없어도 자신이 무력해진 사태를 체험하면서 심리적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도리가 없다.존이 실시한 조련과정을 보니 말을 묶어서 넘어뜨리는 과정은 사람과 교감의 끈을 이어 긍정적인 새삶으로 이끌어내는 준비작업으로 읽힌다.

 

과거에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호스 위스퍼러>란 영화를 보았을 때 말미에 말의 정신을 치유하고자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왔는데 당시에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이 책을 읽고나서는 묶어 넘어뜨리는 기술이 말에 대한 물리적 강제를 최소화하면서 사람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쓰였음을 알 듯하다.

 

사람의 삶에 필요한 말의 조달을 교배부터 육성까지 사람의 의도적 개입하에 인위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산에서 데려와 길들이는 특수한 상황에 가장 타당하다고 여겨지던 서부개척시대의 말문화이자 말 조련법이라 볼 수 있겠다. 동양의 몽골이 나오는 다큐를 보면 지금도 말 길들이기를 할 때 날을 잡아서 마을주민이 모두 모여 도망다니는 말을 올가미에 걸어 붙잡아 올라타는 행사를 치르기도 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가축을 기르는 보편적인 문화에 깃든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신대륙을 개척하는 동안 말과 동고동락 했던 아메리칸 후예의 말에 대한 깊은 애정도 엿보인다. 책 내용 중에는 말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 같은 내용도 나온다.그렇기에 세월이 흐르며 그 땅에서 훌륭한 홀스맨십이 발전할 수 있지 않았겠나 짐작해보았다.

 

우리가 현재 타고 즐기는 승용마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의 손길이 타고 함께 생활하는 거나 마찬가지라 책에서처럼 카우보이가 야생마에게 실시하는  강제적 브레이크가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그러나 말에게 속삭이며 목소리를 들려주는 일이나 쓰다듬어주는 일이 말을 릴렉스하게 만드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이후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15세 이상이 독자연령으로 적합하다고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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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발행/양희원,오현미,채준 공저/발행처-한국마사회/제작 plus81 studios출판부

 

p6.에 보니 <말을 보고 말을 걸다>는 한 명의 미술 전문가와 두 명의 말 전문가가 전해주는 그림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총 48점의 그림이 실려 있으며,이 중 13점이 우리나라 작품이다.

평소에 늘 지니고 있던 생각 하나가 있다.나 같은 말 애호가를 위하여 문화예술 장르별로 말 주제만 책으로 모아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회화,음악,시 등이 특히 간절하게 염원했던 장르다.그 중에서 말 주제 회화를 흥미로운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모아놓은 책이 세상에 나와서 기쁘기 그지없다.물론 세상에 있는 모든 말 그림이 다 들어있지는 않다.그렇기는 해도 회화에 담긴 말이 시대적으로 살아온 다양한 모습은 인상깊었다.

 

책이 선뜻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표지에 나온 여인의 기마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본문을 뒤적여 찾아보니  19세기 프랑스 화가 카롤루스 뒤랑의 작품으로 <해변가의 크로짓>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아마 책에 수록된 전체 작품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래도 이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다.말을 탄 여인의 우아한 자태와 편안한 표정 때문이다.그러나 여인의 표정과 대조되게 여인은 상복 차림이다.여인의 안온한 표정 이면에는 어둡고 그늘지거나 힘겨운 현실이 놓여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그녀가 자신의 몸을 의지한 말 역시 맑은 눈망울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와 보이지만은 않다.턱 아래의 체인은 말이 제어하기 힘든 일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고개를 쳐들어 먼 곳을 응시하는 분위기는 사뭇 불안하기도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달관한 듯 체념한 것처럼 편안한 그녀의 표정은 말 등에 실려 나아가는 그 순간에 어떤 기운을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어떤 구체적인 현실이 그녀의 뒤에 버티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흐트러지지 않는 기품과 우아함이 손 매무새에 응축되어 있으므로 삶에 순응하며 온전히 받아들이는 느낌으로 와닿는다.그림의 톤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서 감상하는 이의 마음결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것도 같다.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감상하다가 문득 승마클럽마다 말 그림이 담긴 액자 하나씩 걸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그림이 힘든 현실 살아내느라 스트레스 받은 승마인의 정서를 어루만져 줄 테니까.그러면  말을 대하고 관계를 풀어나가는 자세도 더욱 여유롭고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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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감자마을의 유니콘> 글.임은주 / 그림.윤재혁 / 지코사이언스 출판사

 

책이 뒷표지

 

귀한 그림책이 세상에 태어났다.내가 좋아하는 말과 제주도가 예쁜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다가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재미난 이야기도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제주도 삼달리에 있는 c&p리조트이다. 그곳에는 말 십여 마리가 산다. 그 중에 그림책 주인공인 유니콘도 있다. 나도 몇년 전 제주 여행때 찾았던  C&P리조트에서  유니콘이 망아지 시절일 때 곁에서 남다른 애정으로 지켜보았던 행운의 소유자다. 유니콘의 얼굴에는 기다란 뿔 모양의 마킹이 있어서 이름이 유니콘이 되었다고 한다 . 친숙한 장소와 말을 그림책으로 만나니 무슨 마술이라도 본 것처럼 신기하기만 하다.

 

그림책을 창작한 작가와 화가는 실제 부부인데 제주도 올레 여행길에서 우연히 들르게 된 리조트와 말 친구들이 너무 좋아 애정을 갖고서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그러한 인연의 결과물로 탄생한 그림책은 부부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앞표지를 보니 유니콘이 천진한 표정으로 메롱하는 것처럼 혀를 약간 내밀고 있었다. 우리 아마르가 자라는 동안 내내 보던 표정이라 친근한 정이 느껴지고 미소가 지어졌다 .이러한 느낌은 책을 보는 내내 이어졌다 .화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졌을 동물들의 표정은 모두 정감이 있다. 얼굴을 하나씩 바라보면 캐릭터마다 독자에게 무슨 말을 건네는 것만 같다.

 

그림에서 특히나 좋았던 부분은 색감이다. 제주땅을 무수히 드나들며 보았을 자연의 색감이 그 질감을 고스란히 품은 채 페이지마다 생동하고 있었다. 제주의 돌담이나 곶자왈 숲의 깊고도 신비스런 색감과 마주했을 때는 '우와'하는 감탄마저 나왔다.

 

그림책은 아이 혼자도 보지만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면서 이야기 나누는 매체다. 그럴 때 페이지 곳곳에 등장하는 디테일 잘 차려낸 만찬처럼 느껴진다. 제주에 실제 서식하는 곤충이나 식물이 다양하게 나오니 여행지에서 만났던 친구와 다시 조우하는 기쁨도 느꼈고 아이에게는 자연스럽게 생태공부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야기도 나무랄 데 없다. 어린이가 마음에 꿈의 씨앗을 품는다. 씨앗을 틔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지만 용기를 내어 미지의 세상으로 나아간다. 나아가는 동안 타인의 도움을 받는다. 위험과 역경에 처해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내딛는다. 결국 꿈에 다가간다.

 

유니콘이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의 여정으로 나아갈 때 도와주는 이는 종이 다른 동물이다. 까마귀,노루,소...이 부분이 이 그림책이 가진  또다른 미덕이 아닌가 한다. 어린이가 커나가면서 만나게 되는 세상은 나와는 너무도 다른 존재와 조화를 이루어야만 살아낼 수가 있다. 또 인간이 다른 종의 동물과 관계맺는 우호적인 방식도 가르쳐준다.

 

옛날에는 TV를 비롯한 각종 디지탈 기기가 없었기에 캄캄한 저녁에 화롯불가에 모여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지혜를 배웠다. 옛이야기속에서 꿈꾸며 어른으로 성장했다. 지금에 와서 그런 문화가 사라진 자리에 그림책이 대신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좋은 그림책이 세상에 많이 나오고 많이 읽혀져야 하는 까닭이다.

 

그림책은 아이에게 먼저 사랑받아야 한다. 잠들기 전에 아이가 되어 침대에 앉아 그림책을 넘겼다. 혼자 미소지으며 낄낄거리다 손가락으로 그림에 나오는 고사리며 거미며 문질러보는 사이 나는 어느새 제주도 오름과 억새밭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 그림책은 분명 보는 사람을 꿈꾸게 한다. 참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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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표지 / 오키 토오루 지음 / 김원균 옮김 / 책공장 더불어 출판사

 

책의 뒷표지

 

기린 옆에 보이는 사진은 저자 오키 토오루 , 오른쪽에 본문 사진의 치로리

 

 

온 세상에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울려퍼지는 성탄주간입니다.

<알팔파 앤 티모시>에서는 '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큰 사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올려봅니다.

 

동물매개치료(AAT: Animal Assisted Therapy)라는 분야가 있다.노인이나 장애인,환자와 접촉하여 그들의 허약해진 몸과 마음을 동물이 치료하는 분야이다.매개치료를 할 수 있는 종은 다양하다.그 중에서도 사람과 가장 가까운 종이라 할 만한 개의 역할은 매우 뛰어나다.<치료견 치로리>는 그에 대한 놀라운 사례이다.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손꼽을 만한 감동을 선사한 책이기도 하다.정말 놀랍고도 매력적인 개 치로리 소개를 해보겠다.지은이가 치로리를 처음 만났던 순간에 받은 인상을 책에 이렇게 표현했다.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잡종개' '똥개' '...솔직히 어떤 종이 섞였는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독창적인 모습...' '좋게 말해서 -독특한- ,솔직히 말하면 -볼품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딱 맞는 개.게다가 곧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폐가에 있다보니 왠지 꿈에라도 나타나면 가위눌릴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치로리가 견공 중에서도 가장 남루하고 비천한 모습의 똥개 대표쯤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이런 치로리가 어떻게 혈통과 품성,자질에서 베스트 중의 베스트만이 자격이 주어지는 치료견이 될 수 있었을까?

 

치로리가 발견될 당시 치로리는 갓 출산하여 새끼 다섯 마리를 데리고 있는 어미개였다.출산 직후 비오는 날 쓰레기장에 내다버린 것을 동네 아이들이 주워다가 과거 요양원이었던 폐가에 숨겨두고 돌봐주고 있었다.지은이는 우연히 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어 결국 치로리와 새끼를 구하고 치로리를 치료견의 운명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된다.갓 출산한 어미개와 꼬물이 새끼들을 비오는 날 쓰레기장에 버리다니 주인은 정말 비정한 사람이다.내가 쓰던 물건도 내다버릴 때는 비 맞게 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거늘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치로리는 몽둥이에 심하게 맞아 허리 이하의 한쪽 뒷다리가 불구였다.그 불편한 몸으로도 치로리는 운명을 헤쳐나가며 치열하게 살아나갔다.

 

지은이와 처음 대면한 치로리는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과 새끼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그 강렬한 의지에 이끌려 지은이도 책임지고 싶지 않은 운명에 휘말려들게 되었다.인간세상은 치로리에게 완전한 적이었다.동네에서는 개를 키워서는 안되는 곳이어서 만일 주민 누군가가 신고를 하면 동물센터에 보내지고 그곳에서 5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 상황이 치로리를 기다리는 운명이었다.결국 치로리는 동물센터에 잡혀가서 5일을 머무르게 되었다.5일째 되던 날 지은이가 그곳에 찾아가서 극적으로 치로리를 구해냈다.그때 목격한 유기견 보호소의 광경은 인간에 대한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인간에게  버려져서 이곳에 온 개들은 첫날 상황파악을 못하고 어리둥절하다가 점차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정확히 알게 되어 깊은 절망에 빠진다.그들의 비탄과 슬픔을 치로리도 고스란히 맛보았다.그러나 치로리는 살고 싶어했다.치로리는 구조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유기견들은 끊임없이 버려져서 처분을 당하고 있다.

 

사람이 선사한 불행종합선물세트를 모두 맛본 치로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국적이 일본인 지은이는 거의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치로리를 기를 형편은 아니었다.고심끝에 자신이 운영하는 훈련소에 치로리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하지만 과연 치로리가 그곳에서 적응을 할지 아니면 천덕꾸러기가 되어 사느니만 못한 신세가 될지 그 일은 모험에 찬 주사위던지기와 비슷했다.

 

치료견 훈련소에는 순수혈통의 시베리안 허스키들이 있었다.그들 사이에 낀 치로리는 얼마나 작고 볼품없는지 처음에 웃음꺼리가 될 만했다.그러나 치로리의 승부근성,경쟁심,영민함이 발휘되자 치로리는 시베리안  허스키를 제압하고 대장이 되었고 1년 이상 걸리는 훈련내용도 모두 소화하고 어엿한 치료견이 되었다.이러한 결과의 밑바탕에는 치로리가 길거리에서 새끼를 보호하며 생존의 벼랑끝에 몰려 치열하게 버텨온 힘이 있었다.게다가 치로리는 천성적으로 약자에게 온유하고 너그러운 품성이 있었다.

 

치로리의 치료견 활동 성과는 눈부셨다.골방에 틀어박혔던 소년이 세상으로 걸어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했고,말하기를 잃어버린 노인의 말문을 열었고,노인이 쓰기를 멈추어버린 손을 놀려 치로리를 쓰다듬도록 하고,마비환자를 걷게 만들었다.노인이나 환자는 쇠약해진 몸 때문에 점차 마음도 약해져서 세상과 단절되어간다.그러다보니 감각도 무디어지고 신체기능이 더욱 퇴화되어갈 수밖에 없다.그런 이들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고,만지게 하고,함께 걸음을 걷는 일은 생명력을 활성화시키는 기적을 일으킨다.

 

날이 갈수록 치로리의 명성도 높아지고 고마움을 전하는 목소리도 많아졌다.그 중에 어느 초등학생의 편지 구절을 소개한다.

'......선생님이 해주신 치료견 이야기를 듣고 저는 개가 이렇게 사람에게 해주는 것이 많은데 왜 인간은 개를 못살게 굴까라는 생각을 했어요.그리고 치로리는 사람한테 버림받고 맞았다면서 어떻게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이상해요.나 같으면 다시는 사람들을 믿지 않을 것 같은데요.그래서 치료견들은 모두 너무나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치로리가 모든 상황을 초월한 도인 같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치료견 활동 중에 환자와 함께 걷기는 중요한 기술이다.그런데 환자는 지팡이 사용이 거의 필수라 치로리에게는 처음에 무척 괴로운 일이었다.지팡이가 과거에 자신을 때린 몽둥이로 인식되어서였다.때문에 치로리는 한동안 지팡이 적응하기 훈련이 따라야 했다.

 

나 역시 편지를 쓴 초등학생과 같은 의문이었다.철저하게 학대받고 버려졌음에도 그렇게 만든 사람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는가 말이다.그리 되기까지는 치로리의 타고난 강인한 정신력,지은이 오키 토오루가 사람으로서 보여준 친절함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그렇지만 치로리가 가진 가장 큰 본질은 무한한 사랑이었다.

 

치로리가 사람에게 아낌없이 내어준 사랑에서 만날 수 있는 따뜻함은 용서와 화해,배려와 베풂과도 같은 커다란 미덕이다.사람이 누군가에게 가해를 당했을 때 복수의 마음으로 쉽사리 갈등과 폭력으로 내몰려 더 큰 불행을 지어내는 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어서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의 평범한 개들도 치료견 활동을 한다.꼭 프로패셔널 치료견이 아니어도 아이 컨텍트,사람 보폭에 맞추어 걷기,함께 놀기,함께 잠자기 등으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활력을 주는지 모른다.

 

일본에서는 치로리 사례 이후로 꼭 순종견이 아니더라도 유기견 중에서 치료견으로 선발하여 훈련시키는 일이 생겨났다고 한다.또한 치로리의 활약을 보면서 매년 32만 마리가 안락사 당하는 일본 현실에 반려견의 소중함을 알리는계기가 되었다.

 

나는 승마인이기 때문에 말과 함께 하는 동물매개치료에 관심이 많다.이 분야는 재활승마에서 다루며 그 효과에 대해서는 놀랄만치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말은 개,고양이와는 달리 대동물이어서 노약자와 환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반면 초식동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뛰어난 감수성이 갖는 치유력이 분명 존재한다.앞으로 말을 통한 동물매개치료가 더 폭넓고도 체계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말과 사랑에 빠진 누군가가 이 분야에 열정을 갖고 연구해주었으면 좋겠다.

 

2014년 말의 해를 맞이하여 말이 지닌 치유력에 대하여 주목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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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사랑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 -

 

   고려원 시문고 008 <흰바람벽이 있어>,1989년,p52

 

백석 시인은 1912년 출생했고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이며 이후 현대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분이다.

 

위의 시를 처음 보았을 때 단지 당나귀가 시에 등장한다는 것 만으로 유심히 읽어내려갔다.온세상이 설경으로 변해버린 시의 배경과 당나귀울음이 빚어내는 시각과 청각의 울림이 마음에 파도치듯 지나가는 동안 이 시가 마냥 좋아졌다.

 

시인이 살았던 시대가 워낙 동떨어져 있어서 시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는 몰랐지만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시가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나타샤와 흰당나귀는 나만의 심상으로 새롭게 되살아났다.

 

위대한 시인은 갔어도 그가 남긴 훌륭한 시는 살아있는 자들의 가슴속에서 끊임없이 살아가는 모양이다.세상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나타샤가 있으므로.

 

당나귀는 사람도 태우고 짐도 실어나르기에 가장 세속적이지만 초월적인 존재로 등장한다.성서에도 나귀는 영적 감수성*(아래 참고)을 지닌 존재로 등장하곤 한다.그렇기에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으로서 이미지가 나타나는 일이 참으로 자연스러운 것 같다.실제 당나귀도 아주 매력적인 동물이다.당나귀의 쉰 듯한 목소리가 응앙응앙 들릴 때 속세의 더러움이나 불길한 기운이 물러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위의 시를 다시 볼 때마다 좋은 느낌이 마음 속에서 변주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살아가는 동안 내내 사랑할 시임에 틀림없다.설경이 배경이지만 이 가을엔 온통 붉은 낙엽천지를 배경으로 상상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나의 바람은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를 암송하여 말타고 오솔길을 걸으며 소리내어 읊어보는 것이다.음~ 낭만 제대로다.

 

 

* 참고: <그리스도 정신 안에서 본 재활승마 실천 고찰>  - 강안나 -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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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출간.대한미디어 출판사.지은이 박경원은 국제승마연맹 공인수의사이며 96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마사회에 근무하고 있다.

 

CONTENTS    

 

제 1장 ...말과 마문화 이야기

 

제 2장 ...말의 건강과 질병 이야기

제 3장 ...말의 행복과 복지 이야기

 

제 4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

 

책의 앞머리에 토마스 하트비히라는 독일승마협회 홍보 담당이며 승마 저널리스트가 추천사를 썼는데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지난 40여 년간의 경험을 통해 "건강한 말이 의지력을 갖출 수 있고,건강하면서 의지력을 갖춘 말이 보다 긴 시간 동안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또한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말을 윤리적으로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면,우리는 말의 친구가 될 자격이 없으며,말더러 우리에게 협조하도록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저는 한국에서 말을 사랑하고 말과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나아가 자신의 말과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독자인 나는 늘 말 수의사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처지라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누구보다 반가웠다.게다가 이 책은 저자가 말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더 나은 말 복지를 추구하는 관점에서 쓴 글이다.

 

개인적으로는 제 2장 내용이 도움이 많이 됐다.내가 알고 있는 말의 질병과 궁금했던 질병의 사례가 다루어져 있어서 좋았다.홀스맘의 답답했던 속마음을 풀어주었던 것이다.그밖의 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도 말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도움이 될만한 귀중한 말 상식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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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에 나온 책이다. 원제는 HORSE RIDING IN A WEEKEND 이다.제인 홀더니스 로댐 저 / 김수현 옮김 / 보누스 출판사

 

CONTENTS

 

승마를 시작하기 전에

 

1. 말에 대해 알아보기

 

2. 첫째 날 : 시작하기

 

3. 둘째 날 : 진도 나가기

 

4. 장애물 비월 배우기

 

5. 다양한 승마 활동

 

책 뒷표지에 나오는 내용.

 

영국 승마 교본의 정석

종합마술 금메달리스트가 공개하는 최상의 승마훈련법

 

마구를 착용시키는 기본 기술부터 야외에서 혼자 기승하는 고급 기술까지 망라한 최적의 승마 입문서.

풍부한 사진과 설명으로 기본기를 완벽하게 체득할 수 있는 훈련노하우와 기법을 제시하며 누구든 쉽게 승마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갓 승마에 입문한 누군가가 입문서 한 권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내가 초보였을 때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무엇보다 적당히 얇아서 좋다.

 

초보 때는 말과 처음 만나고 타느라 밀려오는 감정의 홍수와 신체가 받아들이는 자극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의문은 많다.

 

그럴 때 너무 많이 중언부언 나열하는 대신 꼭 알아야 할 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책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입문자가 의욕이 앞서 괜히 두꺼운 책 사는 일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 책의 구성은 딱 교과서 스타일이다.교과서는 원유에서 쓸 수 있도록 여과된 정유처럼 내용이 정선된 점이 미덕이다.

 

승마 교과서 한 권을 갖고서 인생에서 배움은 끝이 없구나 새삼 깨달아지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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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에 나온 비교적 따근따근한 책이다. 전재식.송상욱.최준상.채준 공저 / 대한미디어

이 책의 부제는 /국가대표와 함께하는 승마 테크닉/ 이다.

 

CONTENTS

 

제 1부 송상욱의 승마,제대로 배우기

         - 승마 기초,말 훈련 방법 및 응용 기술 -

 

제 2부 전재식의 마장마술 B클래스

         - 규정 종목 체크 포인트

 

제 3부 최준상의 원포인트 레슨

        -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승마 Q & A

 

승마를 배우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점을 잘 짚어서 정리한 내용이라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 든다.

 

너무 어렵지 않게 꼭 필요한 내용만 다루고 있어서 군더더기 없이 알차다.

 

선수들만의 전문용어를 나열하지 않고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서술하고 있어 실용적이다.

 

승마에 입문하여 구보까지는 할 줄 알지만 뭔가 어설프다고 느낄 때 자신의 자세부터 기본을 하나하나 점검해보고 바로잡는데 요긴할 것이다.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마장마술과 장애물 비월에서 각각 단계별 목표도 알아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승마 국가대표 선수들이 전하는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될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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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101 SCHOOLING EXERCISES for horse and rider

 

지은이 : Jaki Bell 옮긴이 : 정성환 출판사 : 대한미디어

 


참 똑똑한 마장마술 책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다.2005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었고  한국에서 번역을 마친 후   지난 8월 8일에   발행된 따근따끈한 출판물이다.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은 유럽승마선진국의 승마지도자들이 필수 지침서로 사용하고 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는 유명 승마선수들 자신이 선호하는 schooling exercises를 두루두루 수집하여 그 가치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배움을 위하여 승마고수들을 찾아다니며 한 수 배워야하는 수고로움을 대신해주는 셈이니 진정 귀한 책일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 <101가지 말 조교법>이란 책이 반가운 까닭은 꼭 필요한 싯점에 나타나주었기 때문이다.햇수로 9년차 승마인으로서 그동안 인생에서 알지 못하던 말의 세계을 알아나가고 승마가 뭔지 어렴풋이나마 감을 잡는데 세월을 보냈다.말과 지내다보니 반려동물로서 말이 주는 즐거움과 말등에서 느끼는 기쁨이 가장 커다란 행복의 원천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어서 앞으로도 승마의 길을 가야만 한다.
한편 칸타와 깐돌이도 제각각 준비가 되었다.칸타는 3살 어린 나이에 자마가 되어  질풍노도의 세월을 거치더니 지금 8살이 되어서는 주인을 무한히 신뢰하고 잔잔한 바다처럼 여유롭고 차분해져서 마장마술을 하나씩 터득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또 깐돌이는 얼마 전 만 3세가 지나 바야흐로 승용마로서의 삶을 시작해나갈 출발선에 서 있는 처지이다.갓 태어난 망아지 시절부터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온 깐돌이가   승용마로서 최대한의 잠재력을 꽃피우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내 승마의 목표가 될 것이다.

내 처지가 아니더라도 오래 전부터 마장마술 공부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절실하게 느꼈었다. 우리나라의 승마환경에 비추어볼 때 그렇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좁은 국토에서 그것도 수도권에서 말을 타는 환경은 밖에 나가 안전하면서도 시원하게 내달릴 공간도 없고 하다보니 좁은 승마장 안에서 승마의 즐거움을 느끼며 나아가려는 동기를 부여받으려면 일상적으로 뭔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해보아야 한다.
미국에서 호쾌한 웨스턴 승마가 발달하고 몽골에서 신출귀몰한 솜씨로 말타고 날아다니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은 드넓고 거칠 것 없는 자연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과거에 만주벌판을 내달리던 고구려인의 기상을 간직한 한국인이 오늘날 그렇게 말을 탈만한 환경은 없다고 보면 딱 맞다. 이런 곳에서 마음만은 고구려 전사처럼 내달린다고 한들 한겨울에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만큼이나 격에 맞지 않아서 사람이나 말이 다치는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땅에서 말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길게 이어나가기를 간절하게 염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마장마술이나 장애물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엘리트승마를 목표로 두지 않는다면 한계는 있겠지만 그 종목 안에서 기수와 말의 기량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하여 진화해 나가는 것은 크나큰 성취감과 매 순간 흥미를 끊임없이 불어넣어 주리라 믿는다.
아직까지 우리 승마문화는 구보 배우기가 승마의 절대목표이고 달리고 나면 다 배웠다는 생각을 하고 승마를 그만두거나 더 무리하게 달리는 일에 매진하다가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는 분위기가 많아 안타깝다.이는 승마장의 분위기가 많이 좌우하기도 한다.
마장 안에서 앞서 배운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내달리면 너도나도 다 달리는 것만 추구하는 분위기가 된다.그러나 대부분의 보법을 속보로 채우고 다양한 파노라마를 연출하며 마장마술 연습을 하는 기수가 돌아다니면 모두들 그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부러워하게 된다.마장마술을 연습하면 일직선으로 똑바로 나아가기만  수십 번을 해도 성에 안 차고 완벽한 원 하나를 그리기 위해서도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그런 연습을 하지 않고 밖에서만 바라보면 거 무슨 답답한 짓이 다 있나 속터지는 심정일 것이다.하지만 마장마술의 의미를 알고 개인의 승마발전과 즐거움의 수단으로 삼아 열정을 기울이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찌 되었든 어느 승마인이든 마장마술이 자신의 취향이 아니더라도  기본을 터득하기 위해 일상적인 연습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기본기를 갖추는 일은 어느 분야에서건 중요하듯 승마에서도 그렇다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금까지 왜 한국에서 승마하려면 마장마술을 해야 하는가 나름의 생각을 좀 짚어보았다.새로 출간된 책은 말에 대한 경험도 어느 정도 풍부한 승마인과 그의 말에게 진정한 도움을 줄 것이다.뭐 길게 승마할 사람이라면 미리 책을 사서 틈틈이 보는 것도 미래를 대비하는 의미에서 나쁘지는 않겠다.

새 책은 공짜로 얻은 것이다.정가가 25,000 원인데 승마매거진 정기구독자에게 그냥 보내준 탓이다.승마매거진 발행인이 새 책의 번역자이기 때문이다.정기구독료가 연 60,000 원이고 연간 6회 받아보는 승마잡지이니 승마애호가라면 이참에  정기구독하고 마장마술 책 한권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승마매거진 편집부 : 02 - 6357 - 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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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루이스 글 / 폴린 베인즈 그림 / 햇살과 나뭇꾼 옮김

 


의진이에게 빌린 책이다. 비록 어린이책이긴 하지만 나처럼 판타지장르를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다.<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는 일부가 영화화되어 나도 두 편이나 보았다.영화도 흥미진진하게 보았지만 <말과 소년>을 읽으니 이 시리즈는 책으로 읽으며 상상력의 필름을 머릿속에 펼쳐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같은 장르인  <반지의 제왕>은 깨알같은 글씨의 내용이 얼마나 방대한지 읽다 지쳐서 그만 영화 나오면 그냥 편하게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니아 시리즈물은 작가 루이스가 철저히 어린이를 위하여 어린이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다.진실이 사라져버린 위기의 시대에 어린이가 어떤 가치를 깨달으며 살아야 하는지 현실에서 나니아 세계로 들어가 모험에 찬 여정을 겪는 이야기를 통해 그려냈다.
나니아라는 나라는 현실과 병존하는 차원에 속해있다. 이 세계의 1900년이 나니아 1년이다.이 세계의 1949년이 나니아 2555년이니 나니아의 시간개념은 현실과는 좀 다르겠다.주인공인 피터,에드먼드,루시,수잔이 현실과 나니아를 드나들면서 사건이 전개되는데 <말과 소년>에서는 4명의 주인공이 왕과 여왕으로 통치하고 있던 시기를 살아가던 소년소녀와 말들의 이야기쯤 되겠다.
승마인이 단 한 권의 나니아 시리즈를 읽어야 한다면 당연히 <말과 소년>이다.위대한 신 아슬란(사자의 형상)의 땅 나니아는 매우 자유로운 곳이며 인간과 동물이 동등한 자격으로 살아가는데 동물도 모두 말을 한다. 주인공 말인 브레(소년을 태움)와 휜(소녀를 태움)은 나니아에서 태어났는데 망아지 시절에 납치당하여 이방의 땅에서 살아왔다.말을 할 줄 알지만 도망칠 기회를 잃을까봐 그 능력을 숨기고 살다가 나니아로 도망쳐야할 상황에 빠진 소년,소녀를 만나 자기 정체를 드러내고 넷은 친구가 된다.
이야기의 초반 부분이 매우 흥미롭다. 말과 소년이 도망치는데 소년은 승마를 할 줄 모른다.그래서 말의 지도편달을 받아 하룻밤에 열댓 번 떨어지는 곤욕을 치르며 생존형 승마를 배우게 된다. 말이 수장하는 법을 일일이 가르친 후에 뭐라 지도편달 했는고 하니..

" 무릎으로 버티는 거야. 그게 말타기 비법이지.고챙이처럼 꼿꼿이 앉아서 두 무릎을 내 몸에 바싹 붙이고 꽉 조이는 거야.팔꿈치는 몸에 딱 붙이고..." 그러면서도 온갖 비아냥을 서슴치 않는다.

"...사람들이 네가 올라타려고 안간힘을 쓰는 꼴을 보면 내가 무슨 건초더미인 줄 알겠다!...이거야 원 승마경주에서 우승을 하고 기병대의 선두에서 돌격하던 내가 안장 위에 감자 포대 같은 널 태우고 가다니 기가 막힌다,기가 막혀!..."

그 이후로도 소년은 밀가루 포대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한동안 들어야 했다. 말하는 말 브레는 고향을 떠난 이방을 노예생활이라고 표현했다.나니아에서는 말이 고귀한 존재로서 사람이 당연히 올라타야 할 존재라고 대접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면서도 뒹굴기 좋아하는 자기 버릇 때문에 나니아에 갔을 때 천박하다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무척 고민하는 면모도 지니고 있다.
나니아에 가서 자유를 얻고 살고자하는 소년은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었고, 소녀는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고 용기를 낸 것이었다. 여행중에 만나는 사건과 인물들을 통하여 넷은 몰랐던 삶의 가치를 깨달아간다.

이야기 중에 아슬란은 "눈물에는 눈물,고통에는 고통,피에는 피다."라는 말로써 누구나 자기가 한 일에 반드시 보상을 받거나 대가를 치러야 함을 암시한다.이 말에는 지금 세계가 처한 위기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부분 잊혀지고 묻혀버린 인류의 고대에는 현 시대처럼 인간이 이토록 자만에 빠져 동물을 노예처럼 다루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연대표에서 말하길 아슬란이 사악하게 변한 주변땅 사람들을 말 못하는 동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인간도 지나간 시간의 한 때에는 동물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말하는 말 브레를 통해 드러나는 말의 고귀함과 긍지, 지성미가 신선하고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참으로 모순에 차고 문제투성이의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어른도 갑갑할 때가 많은 이 시대에 고대 신화적 상상력의 힘을 빌어 진리와 정의,성장의 고민을 다룬 판타지동화가 어린이에게 어떤 과학이나 이론보다 지혜를 불어넣을 수도 있겠다.

승마인이라면 말하는 말의 관점에서 브레와 휜의 행적을 따라가보는 독서가 큰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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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르쇼프 원작 / 문정욱 그림 / 조원규 글 / 웅진 책좋아 시리즈

 

주인공의 자태..

 

해피 엔딩...

 


이 동화는 러시아 시인 예르쇼프가 1834년에 러시아의 구전 옛이야기를 장편 시 형식으로 쓴 <곱사등이 망아지>가 원작이다.발표 당시에 큰 인기를 끈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이야기의 주제가 행복에 관한 보편적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시대가 달라져도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얻기 원하는 행복을 불러들이려면 서로서로 도와야 하고 내가 먼저 베풀어야 한다는 이치가 <곱사등이 망아지> 전체에 걸쳐서 깃들어 있다.
주인공 이반이 망아지를 얻은 것은 한밤중에 밖에 나가보기 귀찮은 형들을 대신해서 나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 친구가 된 것도 이반이 망아지를 밀도둑으로 몰지 않고 얼마나 배고프면 그럴까 이해해주어서 가능했다.또한 망아지 덕분에 공주도 만나게 되었는데 공주의 반지를 찾아주는 과정에서 고래의 고충을 해결해주니 고래가 반지도 찾아다 준다.이 모습을 모두 지켜본 공주는 이반을 좋아하게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어린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행복을 만드는 주체는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세상과 타인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잘 표현하고 있으니 참 훌륭한 책이다.

승마인의 행복이라면 말이 기수의 마음을 알고 잘 태워주는 일일 것이다.말이 그리 되도록 사람이 먼저 말에게 다가가 말의 마음을 알아주고 생활의 고충이 무엇인지 헤아려 해결해 주었을 때 말이 가장 바람직하게 봉사하더라는 게 나의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이니 이 동화의 교훈과도 의미가 일치한다.

그림책을 보는 재미는 그린 이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통하여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겠다.이 책에서도 달빛 환한 들판과 별이 비치는 들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이반이 말타고 달리는 장면이 표현되어서 잠시 아름다운 환타지에 빠져들게 된다. 어른인 내가 봐도 상상력에 취하는데 어린이라면 더 자유로운 상상를 펼칠 것이다.상상력을 자극하여 활성화시키는 힘으로 인해 한 권의 그림책은 아이의 인생에 핵폭탄과도 같은 위력을 발휘하리라 믿는다.

그럼 상상력이 고갈된 어른은 어쩌냐고요? 현대 사회에서는 잃어버린 문명인의 꿈을 영화가 대신 꾸어 준다. 광활한 들판에서 야생 버팔로와 함께 무한 질주하는 인디언들의 말타는 장면이 나오는 <늑대와 춤을>의 사냥씬은 언제 봐도 압권이다.현실은 이런 저런 구획으로 레이아웃 된 마장에서 대부분 뺑뺑이 도는 운동을 해야 하지만 마음만은 안장도 굴레도 없이 말등에 달라붙어 화살의 속도로 말달리는 인디언 <주먹쥐고 일어서>이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ㄲㄲ~정말 멋져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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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카 유우조 글/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몽골의 전통악기 '마두금'의 생김새

 

수호라는 소년이 들판에서 갓 태어난 망아지를 데려다 애지중지 길렀다.

 

나쁜 관리가 말을 빼앗았지만 하얀말은 도망쳐온다.

 

수호와 다시 만나지만 상처의 출혈이 심해 말은 그만 숨을 거둔다.

 


이 책은 악기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소년과 말의 만남과 이별,사랑과 죽음에 대한 내용이다.

수호가 초원에서 홀로 남은 망아지를 데려온다.정황으로 보아 망아지 어미는 출산 후 맹수에게 먹히지 않았나 싶다.수호는 망아지를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서 망아지는 어엿한 하얀말로 컸고,수호를 태우고서 어디든 달렸다. 몽골에 가면 아침부터 밤까지 말을 타고 달려도 초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데 그 광활한 곳에서 언제나 함께 다니던 둘의 교감과 애정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처럼 심원한 것이었으리라.

어느 날 초원에서 말타기 대회가 열렸다.우승자에게 개최자인 원님의 딸과 결혼시켜준다는 큰 상이 걸려있었다. 수호와 하얀말은 어렵지 않게 우승을 했지만 가난한 수호의 처지를 업신여긴 원님은 상은 커녕 말을 빼앗고 수호를 쫒아버린다.재산이나 지위로 상대를 판단하는 원님은 말도 한낱 물건으로 취급한 것이다.그러나 하얀말은 불의에 복종하지 않고 자기를 헌신적인 사랑으로 길러준 수호에게 돌아가고야 만다. 도망치는 과정에서 하얀말은 온몸에 무수한 화살을 맞고 결국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죽게되지만 사랑하는 존재의 품에 안길 수 있어 행복했을 것이다.

슬픔에 빠진 수호의 꿈에  어느 날 하얀말이 나타났다.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슬퍼하지 마. 내 뼈와 가죽과 심줄과 털로 악기를 만들면 난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 수 있잖아.
 언제나 너를 위로해 줄게."
마두금은 이런 사연으로 만들어졌다. 수호는 어디든 마두금을 지니고 다녔고 연주하고 있으면 하얀말이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작가가 여기까지만 썼더라도 훌륭한 결말이겠지만 그 뒤로 몇 문장이 더 있어서 이 책의 감동이 더욱 큰 것 같다.

해질 무렵이 되면 양치기들은 한자리에 모여 그 아름다운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풀렸습니다.

소년과 말의 사랑은 비극적이지만 그 아픔이  승화되어 탄생한 마두금 악기는 고단하고 힘든 세상사람을 어루만져 주었다.마두금 연주가 어떨지 참으로 궁금하다.악기의 생김새로 보아 우리네 악기인 아쟁이나 해금처럼 애잔하고 심금을 울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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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자기 색깔을 지닌 동물 친구들..


 

작가는 어린이에게 자기 개성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어린이에게 일깨워주기 위하여 친근한 당나귀를 내세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가만 생각해 보니 당나귀처럼 호감형에 개성만점인 동물이 있을까 싶은데 유명한 캐릭터 상품 중에 당나귀가 없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혹시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걸까?

어린이가 자라면서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을 가지며 자아가 형성될 무렵에 주변 어른들은  본보기가 되기도 하고 형제나 친구는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그럴 때 개별 존재들은 모두 개성을 갖고 있으며 거기서 비롯된 각각의 다른 빛깔들이 어울려 이 세상을 아름답게 구성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주인공 덩키덩키는 자신의 커다란 귀가 못마땅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주변 동물들에게 물어봤더니 모두 자기 스타일 귀가 최고라며 조언을 하는 통에 덩키덩키는 따라해 보지만 그때마다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혀 결국 제 귀가 가장 아름답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어린이가 책을 읽고나서 자기만의 개성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 개성 때문에 나타나는 장점이 어떤 것일까 알아본다면,점차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가득해져서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어린이로 자라날 것이다.한마디로 자존감이 충만한 아이다.성인이 되어서도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지위가 높고 부유하더라도 참으로 내면이 빈곤하다.사람이 자존감을 갖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열등감 때문에 권력이나 부, 기타 등등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허황된 자만심에 빠지기도 하며 ,내면의 나약함과 빈곤을 감추기 위하여 타인에 대해서도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인 경향도 보인다.그러면 자신도 힘들고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이밖에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 연관된  부정적 요소는 얼마든지 많다. 그러므로 어린이가 자신을 충분히 긍정적으로 믿도록 자라나게 하는 일은 개인들이 모여 만드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적 효과면에서 어린이가 <덩키덩키> 같은 동화책을 많이 읽고 자란다면 걱정할 일이 없겠다. 요즘은 구나 동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이 많아 어린이가 좋은 그림책을 접할 기회가 많다. 어른들이 할 일은  도서관 나들이를 마트 놀러가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일이 되도록 어린이의 손을 잡고 이끌어주는 것이다.

덩키덩키와 똑같이 생긴 노틀담 재활승마장의 당나귀 장금이..

재활승마 수업 도중 잠시 휴식중..

장금이가 특별히 주는 것 없는 데도 어린이들은 호감을 느낀다.동화주인공으로는 딱이다.

 


승마계에서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말 중에는 '승마하는 사람들 참으로 말 많다.' '승마하는 사람들 참 개성 강하다' 는 말들이 있다. 두 가지 모두 서로 일맥상통하는 말이다.열 가지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열 가지 안경을 통해서 승마를 바라보니 열 가지 견해가 쏟아져 그 모든 말들을 귀담아 들어보면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그래서 한 번이라도 머리 아파본 사람들이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아직까지  승마인  대부분은  사회 각 부분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여 뭔가를 이루고 그에 따르는 경제력도 누리는 분들이다.한편으로 운동 파트너인 말도 규격화된 공산품이 아니라 제각각 유기적 생명체라 개성과 능력 다 다르다.이런 사람과 말이 모여 함께 운동하는 승마장은 개성과 개성이 만나 어울어지는 향연장이나 마찬가지다.그런 고로 승마장에서 가장 필요한 미덕은 '조화'라고 생각한다. 나의 잘난 개성을 티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튀지 않게 나를 절제하면서 다른 빛깔도 제 빛을 내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조화를 이루려면 나를 둘러싼 주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수적이며 이러한 덕목은 승마가 가르쳐주는 도리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자기 목소리가 너무 높지 않았나 성찰해보고 주변도 살펴보아야 한다. 승마의 길을 여전히 걷고 있는 나 자신에게 되뇌어 본다.조화의 미덕을 실천하는 길은 쉽지가 않지만 늘 놓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베어 하트의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 에 나오는 말..

어렸을 때 나는 이렇게 가르침을 받았다. <아들아,인생에서 아름다움을 얻는 길은 조화를 통한 것이다.주위의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어라.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자신과 조화를 이루어라.앞으로 네 인생에서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그중에서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나쁠 것이다. 사람들이 비난을 하고,어떤 사람은 네 인생을 통제하려 들 것이다.하지만 '조화'라는 그 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네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윗 구절은 <아름답게 걷자>라는 요지의 연설문 일부라고 한다.
 
기왕 말 타고서 걷는 걸음이라면 조화라는 의미를 아로새겨 아름답게 걸으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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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으로 보아 독일이 동화의 배경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릴리가 사는 동네에서는 집에서 작은 말 포니를 키울 수도 있어서 릴리는 자연스럽게 포니와 친근하게 자라난다.그러다가 옆집 포니가 아기를 출산하자  릴리가 돌봐주게 되는데 ...

말과 생활을 하다가 집 밖으로 탈출한 말을 잡으러 다니는 에피소드는 심심찮게 접할 수가 있다. 얼마 전 깐돌하숙집에서도 보라와 태풍이가 탈출하여 - 보라가 뛰쳐나가자 태풍이가 따라간 것임 - 관리인과 원장님이 출동하고 평소 이 말들과 각별했던 지애도 쫒아나가고 한바탕 난리가 빚어졌다.다행히도 말은 귀소본능이 있기 때문에 곧 돌아오고야 만다. 보라,태풍이도 사람이 붙잡았다기 보다는 말들이 스스로 발길을 돌려 돌아오던 중에 데려왔다고 한다. 며칠 있다가는 태풍이 혼자 단독으로 탈출했다가 돌아왔다고도 한다. 나 역시  애마가 문 밖으로 뛰쳐나가 혹여 차에 치이기라도 할까봐 가슴이 콩당콩당 하며 잡으러 간 일이 여러 번이다.

이 동화에서는 어린이가 다른 생명체를 돌보며 배려하고 책임감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려보이고 있다.

릴리는 집안의 막내라서 귀염 받으며 응석받이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을 배우기 전부터 포니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의젓한 큰 언니처럼 자라난 것 같다. 그래서 포니가 생활하는 마굿간도 청소하고 도로로 질주하는 아기 포니도 따라가 잡은 것이다.
어린이가 동물과 생활하면 늘 돌보아지던 약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돌봐야하는 입장에 서보는 일이 가능해져서 정신적으로도 한결 성숙해질 수가 있다.

그래서 난 어린이가 동물과 더불어 자라나가는 일이 무척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구상의 많은 어린이들이 지금도 생존을 위하여 집에서 기르는 가축을 돌보는 생활을 한다.인디언 어린이들도 어려서부터 기르는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하며 그들을 존중하도록 교육되어진다.어떤 책에 나오는 일화이다. 말에 탄 채 그  부족이 기르는 말들을 몰고서 이주행렬을 따라가는 임무를 맡았던 소년이 있었다.아주 어린 소년이었는데 영리했으니까 중요한 임무를 맡았을 것이다. 순조롭게 가던 중에 어쩌다가 말 무리가 일행과 좀 떨어지게 되었는데 그 상황이 견딜 수 없었던 성급한 말이 따라잡으려고 질주를 하자 모든 말들이 일제히 뛰었다. 그 바람에 난생 처음으로 날으는 화살처럼 변한 말위에서 죽을 똥,살 똥 매달려 있어야만 했던 소년은 일행과 합류하여 말들이 멈췄을 때 비로소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 울음이 그치고 난 소년의 가슴엔 무사히 일을 해냈다는 벅찬 자부심과 자신감,희열이 가득차 오르고 정신은 쑤욱 자라났을 것이다.

동물을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던 어린이들이 자라서 이루는 사회는 타인에 대한 존중,배려,책임감에서 비롯된 성숙한 의식이 자리잡게 되고 폭력성도 한결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위의 책은 말을 접하게 된 어린이가 흥미를 갖고서 책읽기에 빠져들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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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돌할망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책 3탄이다.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국내도서>자연과 과학
저자 : 리디아 히비(Lydia Hiby) / 김보경역
출판 : 책공장더불어 200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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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히비는 이 책을 통하여 세상 사람들이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웃거나 무시하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다.동물들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만 한다면 누구나 놀랍게도 대화능력이 살아난다는 것이다.즉 동물과의 대화능력은 모든 사람에게 내재해 있지만 사용하지 않아 퇴화한 능력쯤 되겠다.

사실 리디아는 처음부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아니었고 오히려 사기꾼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그녀는 어려서부터 말 목장에서 알바도 했고 자라서는 낮에 수의간호사를 하면서 말 목장 관리자로 일하는 동안 이미 나름의 동물대화를 하고는 있었다.그러나 동물과 말을 트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운명이었는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스승을 만나면서 그녀의 재능을 꽃피워서 그후 20 여년 동안 수많은 동물과 대화를 나누었고 그 내용이 바로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도 승마를 하기 전에는 주변에서 개나 고양이 기르는 사람이 자기 애완동물이 말귀를 다 알아듣는다고 하면 겉으로 내색은 안해도 속으로는 피식 하고 말도 안된다 여겼었다. 그러다 승마를 하며 말과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말이 내 말을 알아듣고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말이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듣는지 리디아 히비의 얘기를 들어보자.

리디아 히비가 다니엘이란 말을 만났을 때 슬픔,불안,분노,공포의 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 말은 "내 인생은 이제 끝났어."라는 말만 하고는 일체의 대화를 거부했다.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떨칠 수 없어 리디아가 주인 로빈에게 저 말에게 무슨 사연이 있느냐고 묻자 그의 말인즉슨 다니엘의 오랜 마주가 만성 심장병을 앓다가 죽음을 예감하고 로빈에게 자기 말을 맡기고는 이틀 전에 죽었다고 했다.신기한 것은 마주의 죽음을 다니엘에게 알린 바는 없었는데 다니엘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러니까 다니엘은 세상의 전부인 주인을 잃은 충격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있던 것이었다. 리디아는 로빈더러 다니엘한테 가서  앞으로에 대한 이야길 해주라고 부탁하는데 로빈은 당연히 황당해 한다. 리디아의 대화 지침은 다음과 같았다.

" 어떻게요? 사람에게 하듯 인간의 말로 얘기하면 돼요.진심을 담아서.그러면 다 알아들어요.앞으로 다니엘은 당신과 함께 살 거란 얘기도 해 주세요.참, 다니엘의 인생이 끝장난 게 아니라는 것도 꼭 얘기하셔야 해요. 그러니까 지금은 실컷 슬퍼해도 된다고도 말해 주세요."

그러구서 리디아가 한바탕 돌며 말들과 상담을 하고 돌아오니 다니엘이 얼굴을 내밀고 질문을 퍼붓고 난리가 났다.

"로빈이 내게 한 말이 사실이야? 로빈이 그러는데 이제 나는 자기의 새 가족이고,지금까지 아빠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면서 살 수 있을 거래. 믿어도 되는 거야? 정말이지?"

위의 에피소드는 말이 사람의 언어를 정확히 알아듣는다고 밝힌 셈인데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 말이 뭘 알아듣기는 해도 감정을 읽고 어렴풋이 느끼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참 놀라웠다. 리디아 히비는 이 책 어디선가 처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되었을 때 동물이 하는 말이 그토록 분명하게 들린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털어놓는다.

말이 말귀 알아듣는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

늘 성적이 지지부진하던 신통잖은 경주마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우승을 하기 시작해서 갑자기 왜 그런 건지 궁금하다며 상담 의뢰가 들어왔다. 리디아가 말과 대화를 해보니 말이 하는 소리가 어느 날 자기랑 기수가 경주 끝나고 산책 나갔는데 때마침 경주마 하나가 심장마비로 죽어 마구간 밖으로 끌려나오고 있더란다. 놀란 말은 걸음을 멈추었는데 기수가 말에게 귓속말로
"너도 좀더 빨리 뛰지 않으면 저렇게 죽게 될 거야!" 하고 속삭이며 장난을 쳤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말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에 경주 때마다 죽어라 뛰어서 우승을 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기수는 거의 뒤로 자빠질 뻔 했다.

"이 녀석이 정말 그렇게 말해요? 세상에..... 내 말을 알아들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정말로 그렇게 말했단 말이에요? 시기적으로 따져보면,음..... 이 녀석이 우승을 하기 시작한 게 그러니까...정말 제가 그 말을 한 시기랑 ...딱 맞네요,세상에!"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나도 말이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다고 작정을 하고서 말에게 많은 말을 들려주는 편이다. 애마 칸타빌레는 세상이 온통 무섭게만 보이는   겁덩어리라 쉽사리 불안과 공포에 따른 흥분에 휩싸이기를 잘한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있을 때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엄마아빠는 왜 그리 하려고 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부탁도 한다. 물론 칸타가 그 말을 알아들었는 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며 더욱 두터운 애정을 보인다는 점은 확실하다.

승마인이 말이 말귀를 알아듣는다고 인정했을 때 손해볼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이득이 더 많다.
말이 알아듣는다고 인정했을 때와 아닐 때 승마인의 행동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말이 먹통이라고 생각하면 기승자의 요구를 그저 강제적으로 행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지만 , 말의 소통능력을 전제로 했을 때는 말이 알아듣고 자발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협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보다 어마어마하게 힘이 세서 말을 듣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면 통제할 수도 없고 ,말이 털어버리겠다고 마음 먹으면 사람은 잔등에 붙어있을 수도 없다. 그러니 제압이니 길들이기니 하는 말일랑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착각은 아닌 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차라리 말 스스로 정말 사람을 태워주고 싶어서 그러는 게 행복해서 태워주도록 마음을 얻어내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한다. 상대의 마음을 얻어내려면 대화가 기본이지 않은가?

리디아 히비의 말로 이 글의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인간이 말보다 힘이 세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들보다 현명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으니 길들였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그렇다면 인간은 무슨 복으로 이 크고 멋진 동물과 함께 살 수 있었을까? 정답은 바로 말이 인간을 그들 무리의 한 일원으로 인정해 줬기 때문이다.고맙게도!

말의 시선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감정을 마음으로 느껴보세요...

말 옆에 서서 가만히 다정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세요... 이 멋진 친구는 당신이 얼마나 길게 말을 이어나가도 다 들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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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편에 출연한 공무원 당나귀..' height=426>

제목,지은이,출판사가 아주 잘 보이네요..

결국 이야기를 다 읽고나면 세상에 가족과 함께 하는 삶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결론과 마주치게 된다.



당나귀 캐릭터는 어린이에게 무척 인기다. 토끼에게도 결코 꿀리지 않을 커다란 귀와 순하고 평화로운 얼굴이 자꾸 시선을 잡아끌어 쳐다보고 있노라면 살그머니 웃음이 배어나오고야 만다.우리나라에서야 어린이가 일상적인 공간에서 당나귀와 마주칠 일이 거의 없지만 지구촌 곳곳에서는 당나귀가 여전히 인간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살아가니 어린이들이 느낄 애정도 클 것이다.
어린이 동화에서 흥미로운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스토리에 붙들어두는 힘은 당연히 등장인물의 캐릭터일 것이다.어른조차 어떤 상품을 떠올릴 때 그 상품보다는 광고에 나왔던 스타의 이미지가 더욱 강렬하게 떠오른다. 그러다 보니 호감 만점의 동물이 등장하여 이끌어 나가는 동화라면 어린이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면서도 유익한 사람살이의 덕목을 가르칠 수가 있겠다.
이 동화의 구조는 행운의 만남과 뒤이어 찾아오는 가족과의 이별,아픔,그러나 감동적인 가족과의 재회로 이루어진다. 실베스터가 마법의 조약돌을 줍고서 금방 바위가 되어 버렸을 때 어른이 읽어주다가 잠시 책을 덮고서 그 다음이 어떻게 될 지 한번 상상해 보라며 어린이가  나름의 뒷이야기를 지어보도록 이끌어 간다면 좋을 것이다.
세상엔 조약돌과 같은 욕망의 상징이 많다. 로또 당첨,재벌과의 결혼,유산 상속 등등.. 이 책의 작가는 실베스터가 마법의 조약돌을 주워서 얼마나 행운을 얻었는지가 아니라 오히려 조약돌 때문에 가족과 이별을 하게 되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처지에 놓이도록 설정한다. 이 지독한 상실이 있었기에 다시 가족과 만났을 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맛보았고 마법의 조약돌 따위는 당나귀 가족에게 하잖은 물건 외엔 아무 것도 아니다.

미취학 어린이라면 읽어주기에 알맞고 저학년 어린이라면 다 읽고나서 '나도 어떤 행운을 가졌었는데 그것 때문에 불행한 경험을 한 적 없었나?" 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모아보면 좋겠다.

2011년 2월21일 방영편.' height=426>

터키의 어느 시에 소속되어 환경미화원과 다니며 하루종일 쓰레기를 주워담아 하치장에 쏟아부어야 일과가 끝난다. 정말 사회를 위하여 너무나 중요한 일을 묵묵히 해내니 착하고 기특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나귀 한마리당 감당하는 운송량은 100 ~ 200kg이라고 하니 놀랍다. 게다가 동물운송 방식이므로 연간 지구적으로 절감되는 탄소량은 얼마나 클 것인가? 당나귀는 지구온난화를 낮추는 효자노릇까지 하고 있다.

나로써는 이 공무원 당나귀의 복리후생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4대보험이나 연금,또는 퇴직금의 혜택은 있는지 ..하는 일 때문에 스타일이 폼나지 않아 그렇지 배도 빵빵하고 표정도 찌들어보이지는 않아 다행이다.

환경미화 공무원 이전에는 마트(?)에서 주문받은 생필품 배달 당나귀가 나왔었다. 높은 계단과 골목을 오르내리며 사람 일을 대신해주니 터키 사람들은 당나귀를 없어서는 안될 귀한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와 같은 책을 더 많이 읽게 되고 출판사에서도 당나귀 나오는 책 뭐 없나? 알아볼 것이다.' height=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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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애너 스웰 /글쓴이 : 로빈 맥킨리 / 그린이 : 수잔 제퍼즈 / 옮긴이 : 정회성 / 출판사 : 동쪽나라


도서관에서 블랙뷰티를 만났다. 어린이열람실에 뭐 없나? 하고서 눈으로 훑어가다가 어느 곳에서 말 눈동자가 강결하게 응시하며 '날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죠' 불러세우는 바람에 꼼짝없이 사로잡히고야 말았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이 1877년에 처음 출간되었다는 것이다.지금으로부터 134년 전의 이야기다.원작자는 어려서 다리를 다쳤기 때문에 평생 말을 타고 다녔다.죽기 한 해 전에 달랑 이 작품 하나만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원작자가 평생을 함께 친구로 살았던 말 친구의 이야기를 세상에 던지고 간 것은 이후에 태어날 모든 말들을 위해 크나큰 선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블랙뷰티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다 아름다운 시절이 다 가고 일을 시작한다. 그 시절에는 자동차가 해야 할 일을 모두 말이 맡아 해서 하나의 일꾼으로서 사람도 태우고 짐도 실어나르며 노동력을 제공해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말의 처지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말팔자가 달라진다는 것이다.블랙뷰티도 평생에 걸쳐 수도 없이 많은 주인을 만났는데 결국은 두 부류이다. 친절맨과 악독맨.블랙뷰티는 좋은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품성이 좋아서 자기 앞에 어떤 시련이 와도 참으며 최선을 다하는 말이다. 반면에 친구인 진저라는 암말은 어려서부터 황량하고 삭막한 환경에서 자라 성격도 포악해졌다. 블랙뷰티나 진저나 결국엔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거의 폐품이 되어간다.막바지에 이르러 진저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블랙뷰티는 친절했던 옛주인을 다시 만나 나머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낸다는 이야기다.
애너 스웰은 인간이 말에게 대하는 태도와 행위에 따라 말이 얼마나 고통스럽고도 불행해질 수 있는지 말입장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재갈이나 굴레 등의 마구 일체가 주는 불편함에서부터 사람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가하는 수많은 물리적 압력이 기름을 짜내듯 말의 생명력으로부터 끝모를 고통을 짜낸다. 고통을 견디다못해 죽음을 바라던 진저가 드디어 눈을 감고 수레에 실려갈 적에 블랙뷰티는 진심으로 진저가 죽었기를 바란다.그래야 비로소 쉴 수 있게 되므로... 스토리가 진행되어가는 대목대목엔 이렇듯 말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응시하는 작가의 연민과 애정이 배어있다.
이 책이 처음 나왔던 시대는 흑인조차도 가축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던 시대여서 인권이란 개념조차 없었을 텐데 사람이 기르는 동물에 대하여 이만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가히 혁명적인 수준이었겠다.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아직도 동물에 대한 야만적인 행위는 멈춰지지 않았다. 오히려 동물실험과도 같이 은폐된 채로 교묘하게 숨겨져서 자본주의의 논리에 충실하게 봉사한다. 어쩌다 <동물자유연대> 사이트에 들러보면 눈뜨고 볼 수 없는 동물의 고통들이 넘쳐난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말은 길거리에서 운임을 받고 손님을 태워야 하는 생활 따윈 없지만 사람의 의식수준이 진보하지 않는 한 불행하기는 매한가지다.난 이 순간에도 블랙뷰티나 진저와 같은 말을 승마장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산전수전 다 겪고 나이가 든 말의 얼굴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모르긴 몰라도 살아오면서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을 더 많이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너 스웰의 간절한 바람이 100년도 훨씬 넘어 나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듯 나 한 사람의 태도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이런저런 인연으로 말과 연루된 행복하고 선택받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말에 대한 윤리의식에 대하여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블랙뷰티>는 어린이에게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가르치려는 의도로 출간되었지만 모든 승마인이 승마에 입문하면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있다면 전국의 모든 승마장마다 연필 세밀화가 아름다운 이 책이  한 켠에 비치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블랙뷰티의 행복한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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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요 승마매거진 편집부 연락처는 02 - 6357 - 3113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전문 승마잡지인데 두 달에 한 번 나온다.지나간 어떤 호는 내용이 너무나 부실하여 실망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 호는 새해 첫 호여서인지 내용을 알차게 담아내려고 편집부에서 고심한 것 같다. 특히 Horse Training에 관한 내용이 많아 깐돌네의 관심을 더욱 끌었다.주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겠다.

INFORMATION - 승마와 골프의 결합, 폴로 (어느 인터넷 동호회의 폴로 체험기)

한국의 토종 명마, 제주마 살리기

DREAM LESSON - Basic Horse Training 1
                       (말을 편안하게 하라 / 부조에 대한 응답 / 접촉 받아들이기 / 롱 앤 로우(스트레칭) / 하프 홀트(리밸런싱     과 수축) /이행 / 미디엄 걸음걸이 )

DREAM LESSON - Basic Training 2
                       (다양한 훈련장비에 대하여)

SCHOOLING - 말과 포니의 혈통

말에 대한 연구 (말의 행동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참된 가능성을 개발하기 위하여)

DREAM LESSON - What's a Transition

위의 내용 중 <말에 대한 연구>에서 말의 성격을 평가하여 5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열거한 도표가 흥미로웠는데 당연히 칸타와 깐돌의 성격유형이 어디에 해당되는가가 궁금해서였다.5가지 유형이란 지나친 흥분에서 지나친 무기력까지 정도에 따른 성격 특성인데 중간유형이 가장 바람직하다.깐돌은 어린 말의 바람직한 행동유형 표본이었다. <평온><온순><안정><경계함><사교적><건강함>이 그것이다.
반면에 칸타는 예전에 <질주><극도로 민감함><기운이 펄펄함><반항><신경질> 같은 극단적,덜 바람직한 행동유형에 속하는 항목이 많다가 <순조로움><열중><신뢰><수용><평온> 등의 novice horse 해당 바람직한 항목이 많고 아직 훈련마의 <자신만만><용감함>에는 도달하지 않은 것 같다. 칸타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이제 8살 되었으니 10살이면 매사에 바람직해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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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마가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은 세상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승마를 배우려다가

 포하거나 주저하는 배경에는 우리나라 승마선수인 김형칠 씨의 사망이나 슈퍼맨 크리스

토퍼 리브의 전신마비 같은 사례가 한몫한다.나도 크리스토퍼가 승마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더라는 얘기는 이미 알고 있었으나 자세한 경위는 알지 못했었다. 그러다 최근에 그의 자서전

을 읽으니 사고경위도 알게 되었고,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나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점도

새롭게 깨달았다.

  크리스토퍼는 원래 말 알레르기가 있어 승마 근처에도 안 갔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출연하는

영화에서 말 타고 달리는 연기를 하게 되어 직업적인 이유로 승마를 배우게 되었노라고 한다.

한번 승마의 길에 들어서자 그는 승마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었다.그리하여 훌륭한 코치에

게 승마술도 열심히 배우고 좋은 말들도 사들여 수집하고 각종 대회에도 무수히 참가하였다.

원래 크리스토퍼는 기질상 다이나믹하고 위험도가 높은 운동을 매우 즐겼다. 안 해본게 없는

스포츠맨이지만 특히 경비행기나 요트는 그가 매우 즐기던 분야고 모두 인간한계에 도전

하는 모험에 가득찬 것들이었다.

나도 어렸을 땐가 젊었을 땐가 멀티플렉스관이 없던 시절 동네영화관에서 <슈퍼맨>이란

영화를 봤었는데 훌륭한 종마와도 같은 다부진 근육덩어리 몸매가 어떤 활동으로 다져졌는

지를 책을 읽고서야 소상히 알게 되었다.

190센티나 되는 큰키에 우람한 몸을 한 그가 푸른색 쫄타이즈 복장을 한 채 주먹쥔 팔을

내뻗어 '슈~웅~'하고 날아오르는 모습은 너무나 멋졌고 당시 동네 남자아이들에게는 최고

의 우상이었다. 한마디로 인간에너지의 최고의 극치요 화신이었다. 그러던 그가 스스로는

숨쉬기운동조차 할 수 없는 처지로 추락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크리스토퍼가 사고를 당한 승마종목은 크로스컨츄리이다.말과 함께 지상의 온갖 장애물을

건너와야 하는 위험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종목이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찾아보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물속에서 말과 뒤집어지기도 하고 숲속 덤불로 나뒹굴기도 하고 정말 위험천

만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크리스토퍼가 무턱대고 크로스컨츄리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 사고가 난 대회에

타고나간 말은 오랜 세월 함께 호흡을 맞춘 그 종목 전문마필이었고 대회에 앞서 체계적인

준비도 많이 했다. 대회 전날에는 코스를 꼼꼼하게 답사하기도 해서 만전을 기했기 대문에

그의 사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대회 당일도 아무런 사고의 조짐은 없었고 크리스토퍼는 코스 후반부에 넘어야하는 난이도

높은 장애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난이도도 낮은 1미터 정도의 세번째

장애물 앞에서 말이 급정거했고 크리스토퍼는 전방으로 날아가 장애물대에 머리를 부딪혔

는데 목뼈가 부러지고야 말았다. 그런데 왜 말이 급정거했는지 사실 뚜렷한 원인은 없었고

말만이 자기 행동의 이유를 알 것이다.

그러니 크리스토퍼가 당한 사고는 그가 특별히 안전을 무시한 행위를 했다기보다 운이 나빴

던 탓이 큰 것 같다. 만일 그가 말을 타지 않았어도 다른 상황에서라도 얼마든지 사고를

당했겠다는 얘기다.

인생의 전성기인 42세에 그런 사고를 당해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절망을 맛본 셈이지만 그의

사고 후의 삶이 그를 더욱 슈퍼맨스럽게 만들었다. 비록 몸은 못쓰게 되었지만 사고를 냈던

말을 원망하지도 않고 낙천성과 긍정성을 내세워 초토화된 삶을 일궈나갔다. 제기능을 상실

한 거구의 몸이 죽어가지 않도록 재활하는 과정은 그가 이전에 도전했던 어떤 분야보다

힘겹고도 난이도가 높았다.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선물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전세계 척수장애인들을 위한 노력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그는 평생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더욱더 크나큰 도전과 모험에 기꺼이 열정을 바친 사람이다.

책을 다 읽어보니 그는 줄리어드에서 로빈 윌리엄스와 연기를 함께 수학했던 치열한 배우

이기도 했다.책을 다 읽고나니 난 그가 참 좋아졌다.

그렇다면 승마인으로서 크리스토퍼 리브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소설가 공지영은 자신의 소설 어딘가에서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빗대어 난 승마란 낙마하는 것을 허락하는 행위라고 말하고 싶다. 말 위에 오른다는

자체가 이미 물리적으로 낙마의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그러니 승마의 즐거움을 위해

서 치르는 댓가라고 할 수밖에는 없겠다.어차피 탄생은 죽음을 내포하고 산다는 것은 조금

씩 죽어간다는 것과 같은 얘기니 승마에서도 오른다는 것은 동시에 추락할 수 있다는 이치

가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크리스토퍼 리브와 같은 사고를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상식에 맞게끔

안전한 시설이 갖추어지고 ,안전하게 태우게끔 훈련된 말위에 올라 무리하지 않게 기승한

다면 혹여 소소한 낙마를 하더라도 큰 손해입을 일은 없다.그리고 낙마를 하지않도록 늘

연구하면서 기량을 닦아간다면 낙마는 저만치 물러서고야 만다.

다만 말위에 오르는 일을 마치 자연을 정복하고 제압한 우월한 존재만이 할 수 있는 행위로
 
바라보지 않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서  말과 조화로움 속에 하나되려는 행위로 여긴다면

좋겠다.그러한 겸손한 마음가짐이야말로 불운한 사고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슈퍼맨조차 고작 1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육체를 상실할 수 있다고

자신의 몸을 제물로 바쳐 우리에게 경고해주고 겸손함을 가르쳐준 진정한 슈퍼맨이다.

 

 

 

 우리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는 별이 된 크리스토퍼 리브도

 저 먼 우주에서 출간을 도와주었을거라 믿는 책. 

 

 <우리는 지금 유니콘의 숲을 거닐고 있다> ( 김인선 저 / 좋은땅 출판사)

마의 여정에서 만난 말과 사람, 사랑과 우정 , 이별과 아픔 , 희망과 치유의 이야기가 담

긴 승마에세이입니다.

말과 함께 삶의 보물을 찾아나가는 여행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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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원제 : CENTERED RIDING 저자 :Sally Swift 이 책은 www.horseholic.com (이은정 교관의 사이트입니다) 에서만 판매합니다.부록으로 DVD 두장이 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책에 나오는 인체 해부학적 그림과 설명 중의 하나인데 승마원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금은 돌아가신 저자 sally swift 선생님.은발이 성성한 서양 할머니가 쩡쩡 울리는 목소리로 렛슨하는 모습은 너무나 인상깊었다.몇십년 후 마장의 말들 사이로 거니는 내 모습을 보는듯 ㅎㅎ


이 책은 어떻게 나에게 왔던가?  <중심으로 타는 승마>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소개된 지
 
오래 지나지는 않았을 때  승마장 새내기 진영씨가 나에게 불쑥 내밀며 읽어보라던 책이다.

20대의 발랄하고 의욕많은 아가씨답게 인터넷 뒤져 한 권 구입하기는 했는데 펼쳐본즉슨

인체 엑스레이 사진이 즐비한데다가 뭐라뭐라 분석한 설명들을 들여다보니 그만 머리가

혼미해져 차라리 고참(?) 선배인 나더러 읽고 자기에게 알려달라는 취지였다.그래서 읽게

된 셈인데 아직 말에 기승한 경험이 부족한 초보자에게는 말만 타면 정신이 하나도 없으니

구체적인 연결점을 찾기 어려워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책의 원래 취지는 자상한 승마 선생님 같은 의미로 승마인에게 다가가자는 것이다.

사실 몸을 사용하는 분야에 대해 배운다는 것은 몸으로 배울 수밖에 없다.운전,춤,스포츠

등을 배울 때 지도자가 다리를 놓아주기는 하지만 배우는 사람의 몸이 이런저런 감각의

접촉으로 터득해가야 한다. 그럴 때에 올바른 감각을 쉽게 찾도록 지평을 열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심으로 타는 승마>는 teaching을 해야하는 입장에 놓인 승마인에게도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내가 벨리댄스 배울 적에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춤이 몸에 밴 프로였

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성인이 되어 입문했기에 몸근육의 대부분은 굳어있었다.

선생님은 몇 번 안무를 보여주고는 '이렇게 하시면 되지요'할 뿐이었다.그러니까 선생님은

몸근육이 자동화시스템이 되어 있어서 ,수동화시스템을 가진 학생들에게 춤동작이라는 결과

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경로와 방법으로 근육을 써야 하는지 전혀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승마에서도 초보자는 어떻게 하라는 교관의 주문에 대해 따르고는 싶지만 몸이 협조를 안하

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지 깜깜하다.이러한 깜깜함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오는 책이 <중심으로 타는 승마>이다.

승마에서 사용하는 인체의 골격,근육,관절의 구조와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상상과 예시의

방법으로 승마기법을 가르쳐주니 원리의 이해가 더해져 그동안 말위에서 답답했던 머리와

가슴이 명쾌해질 것이다.

사실 저자가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어려서부터 신체가 불완전했던 자신을 승마로 교정

해나갔던 경험 때문에 ,신체움직임과 기능을 최적화하는 분야에 훤했던 까닭이다.

이 책에 나오는 개념의 핵심은 '스스로 균형을 잡으라' 이다.처음 보는 사람이 말을 타는 모습

만 봐도 스스로 중심을 잡는 수준에서 승마의 내공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삐나 등자,안장

손잡이 등에 직접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의지할 때에 말에게 민폐승마가 되며 그 수

준에서는 기승자가 아직 자유롭지 못하니 즐거운 승마를 구사할 단계는 아니다.

<중심> 개념은 sally여사만의 고유한 이론은 아니고 이미 다른 스포츠 분야에서도 스스로

몸의 중심을 잡아 통제하는 바의 중요성이 제기되어 왔는데 이는 이미 동양에서 2천년 전에

확립된 것이라고 한다.

승마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저 사람이 말위에 앉아만 있으면 말이 다 알아서 해주는 것

이라고들 여긴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스스로 걸음을 떼듯 기수는 스스로 중심을 잡는 일련의

세부적이고도 풍부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비로소 승마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의 감수자인 이은정교관은 <중심으로 타는 승마>를 통해 많은 이들이 승마의 매력에 빠지

기를 바란다고 한다. '승마의 매력은 사람이 아닌 말을 운동친구로 갖게 된다는 점 아닐까요.

말을 탄다는 표현보다는 말과 단짝 친구가 되어 함께 운동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겁니

다.'이러한 그녀의 말에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우리에게 즐거움,재미,치유,자아성장 등등 종합선물세트를 제공하는 말 친구들에게 괴로움을 안겨주지 않으려면 스스로 중심잡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책의 구성 Contents

제 1장 - centered riding 소개
제 2장 - 말인 척 해보기
제 3장 - 네 가지 기초 : 시선,호흡,중심잡기,블록 쌓기
제 4장 - 학습과 뇌의 활동
제 5장 - 승마와 인체구조
제 6장 - 균형과 몸의 자유
제 7장 - 평보와 기좌
제 8장 - 경속보
제 9장 - 손
제10장 - 이행
제11장 - 좌속보
제12장 - 원운동과 회전
제13장 - 반정지와 셀프케리지
제14장 - 구보
제15장 - 힘의 추진
제16장 - 보폭 넓히기
제17장 - 이제적 운동
제18장 - 장애물
제19장 - 유연한 말 만들기
제 20장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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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호주문학 / 콜린 티엘 글 / 이의경 그림 / 홍인기 옮김 / 다림출판사

 

<조디의 여행>은 지애가 감동깊게 읽었다고 해서 빌려본 책이다. 지애는 이 책을 이미

초4에 읽었으나 그때는 승마를 하지 않았을 때라 지금에 비교하면 감흥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누구나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하여 다룬 책은 흥미있게 읽기 마련이다.

주인공과 자신의 경험을 견주어 보고 그 분야를 더 넓고 깊게 알아나가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이 책은 승마를 배우고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그러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호주의 시골에 사는 소녀 조디는 자신의 말 모나크를 집에서 기른다. 모나크는 장애물을

넘는 말인데 조디는 스스로 말을 운동시키고 훈련하고 돌봐주는 허드렛일까지를 다 할

줄 알고 여러 장애물대회에 나가 모나크와 한몸이 되어 우승도 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조디에게 류머티스 관절염이란 지독한 병이 찾아와 조디의 몸은 가눌 수도 없는

힘겨운 지경에 이르러 더 이상 승마를 할 수 없게 된다. 조디는 관절염과 힘겹게 투병

하면서도 모나크를 떠나보내지 않는다. 그러던 중에 실제로 호주를 덮쳤던 거대한 산불이

마을에 들이닥쳐 모든 것을 불살라버릴 위기에 자신의 성치않은 몸을 무릅쓰는 필사적인

안간힘으로 모나크를 물가로 대피시키킨다. 그 과정에서 도망쳐 질주하는 말떼를 만나

그들을 따라간 모나크가 심한 부상을 입고 살아남지만 더 이상 장애물을 넘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조디는 모나크를 평생의 반려동물로 삼아 돌보며 살아간다. 조디는

자라서 몸은 정상적으로 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승마와 관련한 활동도 이어

나간다.

사실 이 책은 승마보다는 관절염과 싸우는 인간의 의지에 더 많은 비중이 할애되어 있다.

이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승마인 독자의 시각으로 볼 때

조디가 모나크를 만나고 아끼고 사랑하고 승마의 기량을 꽃피워가는 과정이 나오지 않아

무척 궁금하고 아쉽다. 책에서는 조디가 장애물대회에서 우승하는 긴박한 상황부터 출발

하고 있다. 만일 그 이전 상황이 좀 다루어졌더라면 나중에 집이 불타버릴 위기에서

마굿간의 모나크를 대피시키려고 심한 관절염 환자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기승을 시도하고 그것에 실패하자 결국 휠체어를 타고 견마하여 대피처

로 향하는 조디의 마음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호주는 워낙 땅이 넓고 해서 집집마다 소뿐만 아니라 말 키우는 집도 대다수다. 그래서

조디의 학교에도 말을 타는 아이도 많아 서로 대회의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우리 사회와는

다르게 승마문화가 생활저변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화에서 조디의 승마

선생은 지역 소방관으로 나오기도 한다.

조디의 품성은 병을 견디는 의지력도 강하고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강도 강하다.관절염

때문에 더 이상 승마를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조디의 부모는 모나크를 팔아버릴 생각도

하지만 조디는 한사코 반대하고 부모는 딸의 의지대로 따라주기로 한다.조디가 평소 말을

제 분신처럼 돌보고 아끼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또한 가장

행복한 활동이었던 승마에 열중하면서 의지나 책임감이 더욱 강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일전에 프랑스의 어린이 승마문화를 다룬 영상물을 보았는데 저학년 정도의 어린이가

포니클럽에 일찌감치 와서 마구를 닦고 손질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 어린이는 말을 타고

내린 후에도 말이나 마구가 깨끗하기를 원해서 스스로 그 일을 자처한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에 눈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승마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생긴다. 말을

타다가 말이 어디가 불편하지는 않은지 살피고, 타고 나서도 태워주었기 때문에 고마워서

당근도 주면서 남을 돌보는 즐거움에도 눈을 뜨게 된다.이러한 책임감과 배려가 쌓이고

 응축 되어서 산불이라는 자연재해 앞에 조디가 모나크를 구하려는 감동적인 상황이

빚어졌다고 보면 틀림없다.

조디는 관절염을 앓는 순간부터 승마는 못하게 되었지만 나중에 커서 포니클럽 간사로

일하며 계속 자신만의 승마의 길을 간다. 그리고 조디의 곁에는 언제나 절름발이지만

사랑하는 모나크가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그 결말이 참으로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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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병욱 지음 / 국일미디어 출

시대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대한민국에는 승마장이 매우 많이 생겨날 것이다.

승마인으로서 너무나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되고 지금까지 건립되었던 승마장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넘어서는 훌륭한 승마장들이 많이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삼성전자의 모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아사히야마 동물원 같은 삼성전자가 되겠다는

발표도 했다. 세계적 브랜드를 자랑하는 굴지의 기업에서 배우겠다는 이 동물원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일본에서도 변방인 아사히카와 지역에서 1967년 개원하여 4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곳이다. 개원 첫 해에는 45만 명까지 찾았지만 20년이 지나서는 관람

객이 반토막으로 줄었다. 급기야 동물원에서는 경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하여 놀이

시설을 들여놓고 잠시 유원지로 성공하는가 싶었는데 신흥 대형 놀이동산에 밀려 운영이

악화되다가 문을 닫아야 할 위기까지 가고야 말았다.

그러나 그 지역 출신으로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오래 일해온 고스케 마사오 원장이 취임

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기적과 신화를 낳았다. 그 결과는 일본 수도에 있는 최고 동물원보다

관람객 숫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례에 대하여 기업들은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연구하여 경영에 긍정적인

접목을 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경영자의 마인드 같은 것은 찾기가 힘든 인물

이므로 그저 승마인으로서 사람과 동물이 만나는 장소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만

을 제시하고자 한다.

나의 동물원 방문 경험은 어려서 학교도 안 다닐 시절에 부모님 손잡고 나들이 갔던 일과

20대에 친구들과 갔던 두 번 정도이다. 어려서 일은 생각도 안나고 커서 간 것은 하필

겨울이어서 밖에 나와있는 동물들은 몇 안 되었고 그나마 볼 수 있었던 동물들도 어찌나

활기가 없던지  한 바퀴 돌고난 이후엔 그만 너무나 우울해져서 다시는 동물원에 오고싶지

않았다. 결국 그후로 동물원에는 다시는 가지 않았다. 그러나 승마에 입문하고 말 등에

올라본 후로는 말 보러 승마장에 꿀 발라 놓은 듯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쇠락의 길을 걷고있던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방문한 관람객들은 청춘의 나처럼 동물원의

동물에게서 생명력이나 재미를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동물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놀이동산을 만들었으니 그게 어디 동물원이겠나 문 닫을 지경까지

간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달라진 것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육사들의 열정과 노하우가 크다.

그들은 2~30년 전부터 자신이 돌보는 동물들의 습성과 문제를 기록하고 모임에서 함께

공유하는 학습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동물이 건강하게 지내도록 하려면 고유한

습성들을 잘 발휘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동물원 안이지만 펭귄은 물속을

굉장한 스피드로 헤엄치고,북극곰은 역동적인 점프를 하고 오랑우탄은 17m 높이에 매달려

놀 수 있도록 시설을 디자인하고 이러한 모습을 관람객들이 보도록 했다.그러니 동물들은

평소 야생에서 살아가듯이 생명력 넘치는 행동을 하고 이 모습들은 관랍객에게 살아있는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여 동물원에 와 본 사람이 오고 또 오고 하는 일조차 차차 많아졌다.

동물들이 주는 무한한 감성에너지와 사람이 느끼는 감동의 만남 이것이 바로 아사히야마

동물원 경영의 열쇠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승마장 경영에서도 이 열쇠를 접목할 수가 있지 않을까? 승마장은 단순히 말을

타는 곳만은 아니다. 오며가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말을 보고서 잠시 들러서 바람을

쐬기도 하고 놀다 가기도 하지만 그러다 승마에 입문하기도 하고 그런다.만일 이들의

눈에 비친 말들의 모습이 활기차고 행복해 보인다면 승마인구도 더욱 늘 것이다.

승마장에서는 사람을 태우는 말만이 다가 아니다. 다쳐서 휴양하는 말,운동 전후로

자유롭게 노는 말, 주인과 산책하는 말,훈련을 받는 말들이 나와있다. 이들의 생동감있는
 
모습은 승마장 전체에 살아있는 에너지를 불어넣으니 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배치와

활용이 필요하겠다.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생기가 넘치고 활력으로 가득한 말들의 모습이 많아지고

그 모습을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까  연구하여  시설의 배치나 프로그램의 구성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예전에는 평범한 유원지였던 남이섬이 <나미나라공화국>으로 탄생한 것도 디자인경영의

사례라 할 수 있다.자연과 사람의 만남을 그토록 창의적으로 설계한 섬의 리모델링이

경기도 끝자락까지 사람을 끌어들여 인산인해를 이루게 한다. 남이섬 안에 펜션들이 있다.

그 펜션들은 똑같은 동이 하나도 없고 모두 테마가 있는 동화속 집이어서 그곳의 1박은

그냥 숙박이 아니라 차별화된 문화체험을 안겨준다. 숙박료도 더 비싸지도 않아 같은

값이면 영화속에 들어앉은 숲과 강을 체험할 수 있는 그곳에 묵을 것이다.

스타벅스 커피점의 성공도 단순한 커피가게가 아닌 문화적 경험을 브랜드화한 성공사례로

꼽는다.

모두 문화콘텐츠를 강조한 창의적 발상의 성공사례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행동전시나 나미나라공화국의 자연과 문화콘텐츠의 접목,스타벅스의

감성마케팅은 모두 소비자이며 고객인 현대인이 무엇을 원하고 추구하는지를 정확히 읽어

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금까지 많은 승마장들이 주먹구구로 지어져 운영된 것은 물론 관련 법령의 미비와 규제

등의 이유도 있지만 날 것의 말 만으로도 그들이 주는 무한한 에너지와 즐거움,신비로움에

의지한 탓이 크다. 속된 말로 '말뽕'맞으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니 운영자 입장에선 그냥

말 위에 고객을 얹어놓으면 만사 오케이다. 그러나 더 이상 그리 되어서는 안된다.

말과 사람의 안전을 위하여 시설도 말의 생태와 습성에 따른 것이어야 하고 복잡한 일상을

탈출하여 활력을 충전해야지, 말타러 왔다가 되려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고객 중심의

서비스가 어떠해야 할지도 다른 분야처럼 시장원리에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그 중심에

말이 있어야 하고,말에서부터 출발한  창의적 발상을 입혀낸다면 아사히야마 동물원처럼

대박나는 승마장이 나오고야 말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나미나라 공화국>의 문화콘텐츠 활용 사례. 숲길을 거닐다가 세계 각국의 어린이책에 나오는 그림을 전시했는데 ㅜ자연과 출판,동화,미술의 접목으로 새로운 경험가치를 창조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제목 그대로 승마장을 지을 계획이 있는 관계자가 실무적 차원에서 알아야 할 가이드를 제시한다. 1장; 인간과 말/2장:말의 습성과 행동/3장:승마장 계획의 환경요소/4장:보조시설/5장:승마장배치계획의 실례. <DSK말사랑호스타운> 지음,ESSAY 출

사용자 삽입 이미지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주제여서 미취학 어린이의 즐기는 책부터 고등학생의 토론용 자료로도 손색이 없겠다. 내용은 일가족이 동물원에 간 시시콜콜한 이야기인데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모두 사는 게 재미없는 갇힌 존재이고 결국 화자인 어린이 자신이 갇힌 존재더라는 주제다.이 주제를 스스로 도출하도록 대상과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거쳐야 지은이의 의도를 알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가토 요시코 지음 / 바다출판사. 궁금함이 많은 어린이에게 주변 어른들이 대답해주지 못하는 동물 이야기를 전문가가 쉽고 편안하게 알려주는데 사진과 그림도 많아 이해가 쉽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어른이라면 잡지 읽을 만한 상황에서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상식을 전달하지만 관점도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예를 들어 동물원 동물들이 행복할까?라는 항목에서 이 질문은 자체가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의미를 내포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행복하도록 추구한다는 가장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그래서 책의 내용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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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아멜리아 킨케이드 지음 /원제 : straight from the horse's mouth / 루비박스 출판사


원 제목을 의역하자면 <말들에게 직접 듣기>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국내에서 horse

운운하는 제목이 대중적으로 다가가기는 힘들다고 판단하여 <엄마 내 맘 알지?>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은데  아주 쏙 잘 뽑았다고 생각된다.

승마인은 물론이거니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식용 가축을 사육하는 사람이라 할지

라도 아멜리아 킨케이드는 꼭 알아야 할 인물이라고 본다. 그녀가 유명한 애니멀 커뮤

니케이터라는 지명도 때문이 아니라 이미 시대와 문명의 흐름은 동물은 인간과 동등한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들과 조화롭게 살아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

하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은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고 기르지도

않으니 아무 상관없다고는 발뺌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의 대다수

에서 동물실험을 하기 때문에 동물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았다고 볼 수가 없고 채식주의

자가 아니라면 식탁에 오른 고기가 고통스럽게 사육되고 도살되었을지도 모르는 현실

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식으로 말하면 동물에게 부당한 처우를

한 사람도 업보를 쌓는 것이지만 그러한 상품을 사서 쓰고 섭취하는 것도 간접적으로나마

업보를 쌓는 일이라고 한다. 이 책의 부록에 동물실험을 한 기업명이 소상하게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라.

아멜리아 킨케이드는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을 상실한 우리들에게 동물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의 말에 귀기울여 보는 일은 누구라 할지라도 이로울 것이라

여겨진다.

내가 이 책을 만난 것은 친구 라라의 소개 때문이다.바람이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슬픔에 잠겨있을 때 자기도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한 번 읽어 보라고 했는데 읽다보니

동물도 영혼을 가진 존재이고 영혼의 속성은 이 세상에서의 삶이 끝나더라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차원에 머물다가 언젠가는 사랑하는 이의 곁에 돌아와 다시 만나게

된다는 사례와 메시지가 있었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누구든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이라면 나와 똑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이 책의 내용은 아멜리아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 입문하게 된 계기부터 의뢰인의 동물

들과 대화를 나눴던 수많은 사례들이 나온다. 그녀는 시종일관 동물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애정으로 작업한다. 그 사례속에서 동물과 대화하는 방법에는 투시,투감,투청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사람들 안에는 누구나 이러한 능력이 깃들어 있지만 일깨워지지

않은 것 뿐이라고 한다.이 책 안에는 동물과 대화하는 방법도 상세히 나와 있지만 우리가

이론을 듣는다고 갑자기 마장마술을 하거나 장애물을 넘게 되는 것이 아니듯이 갑자기

동물과 말을 트게 되지는 않는다. 동물의 말을 들으려면 제일 먼저 내 안에 외부로부터

연결된 모든 코드를 뽑아버리고 텅빈 상태로 만들라는 것이다. 하지만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눈감고 1분만 침묵해도 먼지처럼 날아다니는

사념의 어지러움에 백기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동물과의 채널을 개설한다는

것은 명상의 기본부터 일상적으로 꾸준히 수련해야 조금씩 도가 높아지면서 가능하게

될 것이다. 물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날 난파당한 배안에서 어떤 주파수가

잡혀 스피커가 터지는 것 같은 기적을 맛볼 수도 있겠다. 안타깝게도 나 역시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아직 말들과 말을 트는 사이는 못된다.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좀 통찰력이

생겨서 말의 감정이나 요구사항을 조금 더 아는 정도이다.

책 중간에 나오는 승마인과 직접 관련된 내용을 한 대목 소개하겠다. 아멜리아가 말하길

말과 기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그들의 두려움을 들어주고 이해하는 것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 되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일을 꺼려해서 말들이 불평을 꽁하고 참았다가

털어놓는다고 한다.

"뭘 원하는지 알려주면 들어줄 텐데.주인이 뭘 원하는지 통 모르겠어요."

말들은 자기에게 향하길 바라는 장소,해주기 바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듣게 명령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는 승마에서 쓰는 공통적인 신호와 함께 영상으로 보내면

말이 바로 답한다고 한다. 또 성급하게 발로 뻥뻥 차면서 게으르니,고집을 부리느니

하고 불평하기 보다 말의 내면에 귀기울이고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이 책 전체에서 말이 등장하는 사례들만 골라 읽고서 내려지는 판단은 무뚝뚝한 그들

표정의 이면은 결코 먹통이 아니라 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윤리의식이나 미래 예지능력

같은 면에선 인간보다 한 수 위의 면모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끔 어떤 말들은

거만하고 사람을 얕잡아보기도 하는데 말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한심할 때도 많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말의 세계에 대하여 많은 이해를 얻게 되는 유용한 책이다.

책의 말미에 보석과도 같은 팁이 있으니 바로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생명존중에

대하여>라는 글이다. 근대철학의 아버지 뻘인 데카르트가 동물은 영혼이 없고 고통을

느끼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규정하여 현대철학의 주류가 이 입장에 서는 바람에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게 저지른 수많은 죄악을 정당화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하지만

이제 그만 종지부를 찍고 생명존중의 흐름으로 나아가야 인간성도 바로 선다는 성찰

이다. 말을 가까이 하고 그 잔등 위에 올라갔을 때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동물에
 
대한 철학과 세계관을 다시 한번 성찰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고  아멜리아 킨케이드의

저서는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즐거움과 의미를 더해줄 것이다.

법정스님이 남긴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멜리아 킨케이드도 작가가 아닌

어려움을 극복하고 심혈을 기울여 이 책을 쓴 이유일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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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원제: THE COMPLETE HORSE CARE MANUAL / 지은이 : colin vogel / 펴낸곳 : KRA


이 책은 수의사가 쓴 마필관리를 위한 실무적인 안내서이다. 말관리에 대한 모든 항목을
 
두루두루 망라하고 있는 친절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애시당초 학문적인 접근을 시도하지

않고 철저하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가치가 있다.
 
읽다보면 말을 관리해본 사람만이 알고있는 그런 내용을 맞닥뜨리고는 깊이 공감하며

다음 내용에 대하여도 더욱 신뢰하게 된다.

책의 세부적인 내용을 이 자리에서 모두 소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은이의 관점과

시각이 드러나는 머리말 몇 줄을 인용해 보겠다.

"말은 당신을 겁내서가 아니라, 당신이 시키는 것을 기꺼이 하고 싶어서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말이 보금자리에서건 일터에서건 행복해 하면, 말은 사람이 요구하는 것을 더욱 기꺼이

그리고 잘 수행할 것이고,말과 사람 모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요약하면 행복한 말은 자기 능력의 범위내에서 사람이 원하는 일을 훌륭하게 해낼

것이므로 말을 먹이고,재우고,손질하고, 질병예방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면 최선이라는

것이다.
 
이 책 안에는 600장이 넘는 사진이 실려 있어 마필관리에 대한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그러니 승마장 관계자는 물론이요 개인적으로 마필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할 책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은 판매용으로 출판된 서적이 아니다. 대한민국에 마필을 소유한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실용서를 출판하겠는가? 나는 우연히도 승마장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여 며칠 빌려다 읽어보았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꼭 한 권 소장해야

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어디 알아나보자 하고는 책 뒤에 인쇄된 펴낸곳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다. 그리고는 이차저차 책을 알게되어 꼭 필요한 책이니 한 권 얻을 수 없겠냐고

요청하였더니 현재 말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인지 묻고 무단복사배포 금지에 대한 약조를

받고는 흔쾌히 보내주었다. 그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승마책 식구

하나가 늘어서 책장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다.

만일 자신이 말을 소유하고 있는 입장이라면 펴낸곳에 전화를 걸어 정중히 책을 요청해

보라고 권하는 바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 말들이 더욱 행복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행복해야 하지 않겠는가!

발행처 : 한국마사회
편집    : 경마처 핸디캡 전문위원
발행일 : 2009년 8월 (3쇄)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685
전화    : 02 - 509 - 1723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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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호스보이> 루퍼드 아이잭슨 지음 / 왕은철 옮김 / 이미지박스 출판사


이번 여름휴가의 여정에서 잠시 서점에 들렀다가 발견한 책이다. 난 우연하게 책과

조우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어느 날 문득 서점에 가고싶은 생각이 들면 큰 서점엘 간다.

그리곤 매우 천천히 어슬렁거리며 다니는데 어느 순간에 주변 사물은 모두 흐려지고

그 책만 선명하게 내눈앞에 나타난다. <호스보이>도 이렇게 내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본 순간 느낌이 확 다가왔다. 그럴 때의 짜릿한 전율이란 찰라의 희열에 가깝다.

이 책은 여행다큐멘터리 형식의 실화소설이다. 한 부부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점차

자폐임이 드러나고 그들 가족에게 절망과 고통의 나날이 시작된다.그러던 어느 날 아들

로완이 우연히 말과 만났는데 그가 말과 교감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아버지가

발견하고는 아들과 함께 말을 타기 시작한다.아버지 역시  어려서부터 말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말애호가였다. 말을 타는 동안에는 로완이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아버지는 운명적인 이끌임에 따라 몽골로 치유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치료사들과 샤먼의 이야기들이 신비롭고 그들의 여행은 험난하기만 하다.

결국 그 여정의 끝에 로완은 치유되고 가족은 새로운 희망의 길에 들어선다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 자폐라는 증상이 어떤 것인지 실감을 하게 된다. 자폐아를 둔 부모의

고통에 대하여 말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잘 알기는 어렵다. 나 역시

<말아톤>에 나오는 내용이나 지인의 아이가 그렇다는 얘기 정도로 알고 있었을 뿐이다.

또 재활승마 자원봉사 가서 만나는 자폐아동에게서도 이렇다 할 시련과 역경을 그다지

못 느꼈었다. 그런데 <호스보이>에 나오는 자폐아 로완은 참으로 힘겹고도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읽고싶었던 것은 말이 어떻게 사람을 치유하는가였다.

그래서 말이야기가 최대한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기대심리가 있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장황하게 이어지는 여행의 이야기가 다큐 영화를 보듯 흘러가기 때문에 그 모든

상황을 일일이 읽어야하는 지루함이 좀 따랐다. 이런 이야기는 그냥 한편의 영화로 보는

것이 훨씬 좋다는 생각이다.<호스보이>는  이미 책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영화를 염두에

둔 것 같고 이미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언제 영화가 국내에 소개될지 모르지만 본다면

몽골의 대평원을 시원하게 바라보는 재미가 있겠다.

승마인 입장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말과 자폐이야기를 다룬 내용에 관심이 있다면

그냥 영화 한편 보듯이 읽을 만한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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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마타 윌리암스 지음 / 황근하 옮김 / 샨티 출판사


SBS<동물농장>이란 프로그램에 나왔던 하이디를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방송에서 그녀가 만난 문제성 동물과의 의사소통으로 주인과의 관계를 화해와 회복으로

이끄는 과정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이디처럼 이 세상에는 동물의사소통가라는

직업이 있다. 의뢰를 해오는 고객에게 동물의 사진을 받아 지구 반대편에서도 상담을

해준다. 또 만나는 동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도 들리고 보내오는 영상도 받고 심지어

보디스캔이라고  동물 몸속에 영혼이 직접 들어가 아픈 곳을 감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동물의사소통가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쓰지 않아서 잘 작동이

안되고 녹슬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나 이 능력을 계발하려고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는 동물과 의사소통 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적성분야가 틀리듯이 직관이 매우 발달한 사람이라면 훨씬 수월할 것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똘똘 뭉치고 늘 tv같은 영상물에 빠져서 사는 사람이라면 좀 힘들

것이다. 동물을 기르거나 다루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동물과의 의사소통 가능성에

대하여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할 것이다. 나 역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책 몇 권을

읽으며 늘 말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아직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내가 말과 생활하면서 중요했던 몇몇 순간에 직관적 의사소통의 덕을 보았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대인관계의 소통능력이나 삶에 대한 통찰력 같은 것도 덩달아 나아진

것 같다.

동물과 자연에 이 책을 바칩니다.
동물과 자연은 자기 존재의 근원을 잊어버리고
다른 생명들을 저버린 우리 인간에게
너무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 책이 작은 변화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은이 마타 윌리암스가 이 책을 바치는 헌사이다. 사람과 동물이 소통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많은 고통과 괴로움이 사라질 거라는 바람에서 쓴 글로 보인다.

처음 승마에 입문한 많은 분들이 말에 대한 궁금증의 하나로 말의 사고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온다. 그러면 대개 지능이 70 정도이며 이해력은 떨어지지만 기억력은

뛰어나다는 대답을 듣는다. 그러나 IQ라는 잣대가 얼마나 편협한 잣대인지 사람에 대해

적용해도 드러나지 않은가?  대개 말들은 사람보다 대단히 저능하여 한참 떨어지는

존재로 여기기 쉬워서  인간 우월감과 오만에 도취하기가 쉽다. 하지만 동물의사소통가가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나 많은 사고를 하고 풍부한 희노애락의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 까무러칠 정도다.그래서 이미 인디언들은 말을 매우 영적인 동물로 존중

해왔고 정통승마의 세계에서도 말을 '그'와 '그녀'의 인칭대명사로 부르는 것을 합당한

것으로 여겼다.그러니 말을 하찮은 짐승으로 여기는 사고는 우물안 개구리의 안목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마크가 떡하니 붙어있는 만큼 내용이 그리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타 윌리암스가 그간 만났던 동물주인과 동물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개,고양이,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말 이야기가 우선 궁금하여 말 에피소드만 미리 찾아읽고 다시 천천히 순서대로

읽었다. 동물이 이런 이야길 하다니 하고 신기해 하면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만나는

모든 동물마다 텔레파시로 말을 걸어보는 습관이 생긴다. 또 못 알아듣겠지 하고서 말

앞에서 그 말을 흉보거나 불평을 늘어놓는 말을 삼가하게 된다. 그리고 승마하면서
 
나의 요구사항을 생각으로 먼저 전달하고 응답에 귀 기울여보는 쌍방 의사소통 채널이

가동된다.

뉴에이지 계열의 책을 보면 먼 미래에는 사람의 텔레파시 능력이 회복될 거라는 견해

가 심심찮게 나온다.그리 된다면 사람과 동물이 수다를 트고 외국어를 공부할 일이

없어지며 언어장애가 있는 이들이 더 이상 장애자가 아니게 된다.

그럼 어떻게 동물과 의사소통 하느냐고? 책을 직접 읽어보시고 깨달으시기를 권한다.

이 책은 방법에 대한 제시는 좀 미흡하다. 애니멀커뮤니케이터인 아멜리아 킨케이드의

<straight from the horse's mouth> 라는 책에서 방법론을 자세히 거론하므로 나중에

다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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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김운영 지음 / 김영사


베르아델 승마클럽이라는 곳이 있다. 오픈 당시에 500억을 투자한 승마장이라며 일간지에
 
크게 보도되어서 승마장에서는 대체 어떤 인사길래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렀나

승마인들의 입에 회자되며 화제를 모았었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모두 독일에서 수입해

왔다는 고급 승용마의 자태도 볼겸 지인들과 방문도 했었다.

거대한 돔형 건물 안에는 가운데가 마장이었고 바깥 쪽으로는 홍송으로 내부를 마감한

마방에서 멋진 말들이 서 있었다. 말이 입을 갖다대면 자동으로 물이 나오는 급수기 같은

것이 신기했다. 한마디로 승마 선진국의 시설좋은 마장이란 이런 곳이겠구나 하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승마클럽의 대표가 2009년에 승마책을 출간 했으니

바로 <클래식 승마>이다.

저자가 말하는 클래식 승마란 '예술과 자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길이다.' 라고 하는데 나도
 
절대 동의하는 마음에 꼭 드는 말이다.

서문에 이런 글이 나온다.

'승마는 살아있는 악기라고 일컬어지는 승용마를 아름답게 연주하는 것이고,그와 함께

춤추는 것이며,타인과 환경 그리고 자연에 대한 배려를 할 줄 앎으로써 승마자와 승용마가

서로 즐겁고 행복하게 인마일체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승마인이라면 누구나 같은 말이라도 기승자의 기량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가  명암이
 
달라지는 퍼포먼스를 낳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따라서 더 나은 퍼포먼스를 위한 과정이

승마를 위한 활동이 될 것이다.

또한 ' 클래식 승마는 ,인간과 동물의 하모니라는 예술적 가치를 지닌 채 심리적,신체적,

사회적,환경적,교육적 만족과 함께 생활의 활력소가 됨은 물론 건전하고 진지한 여가

선용의 사례가 되어왔으므로...클래식 승마를 배움에 있어서 승용마와 맺는 관계를 마치

운전자가 자동차를 대하듯 기술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엄밀히 말하면 승용마는 승마자의 요구와 함께 심리적,신체적,환경적 지각과 감정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한마디로 서문의 요지는 승마란 말과 사람의 조화를 추구해야 진정한 가치가 있고

이 가치는 시대를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 고전적 가치이므로 클래식 승마라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 즐거운 만남

2장. 승마를 위한 준비

3장. 클래식 승마의 운동역학

4장. 승용마와의 언어 에이드

5장. 승마의 기본 보법

6장. 승마의 응용 보법

7장. 장애물 점핑과 야외 승마

8장. 올림픽의 승마경기

9장. 클래식 승마의 역사와 가치

10장. 클래식 승마의 리더십과 에티켓

성급하게 겉핥기 식으로 내용을 훑어보면 이 책이 기승술에 대한 책인가 하고 오해할 수도

있으리라.그만큼 기승술에 대한 내용도 심층적이다.레저승마를 즐기는 승마인이라면

4장과 5장만 열심히 읽어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지는 진면목은 9장과 10장에 있다고 본다.

만일 누군가 인생의 어느 길목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폭넓은

시각으로 승마를 바라보고 싶다면 9장과 10장을 먼저 읽어도 좋으리라.

클래식 승마는 2400년 전 그리스인 크세노폰에게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자연적이고

부드러운 말 훈련방법에 입각하여 활력과 자신감이 넘치는 훌륭한 말을 만들려면 그 말의

혈통도 중요하지만 사랑과 교육,좋은 환경을 형성해줌으로써 가능하고 학대받은 말은

모든 면에서 반대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이 크세노폰의 제자가 알렉산더 대왕이다.

<알렉산더>라는 영화에서 그가 왕자일 때 아무도 다루지 못했던 흑마 부케팔로스를

올라타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부케팔로스는 그 후 희대의 명마가 되어 전장터를

누비다가 알렉산더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무수히 꽂은 채 장렬히 전사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알렉산더는 세심한 배려로 인내심을 발휘하여 역량을 발휘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그 후 16세기에 이르러 프랑스 최초의 승마 마스터인 플뤼비넬이 근대승마술을 발전시켰다.

이 당시 유럽각국에서 승마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승마 역사의 흐름은 현대로 올수록 인간의 지배에 말이 복종하도록 하는 강압적

체벌 훈육 방식에서 벗어나 말 스스로 기꺼이 즐겁게 행동하도록 하는  협력접근법의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는 현 시대의 문화적 트렌드와도 일치한다고 본다.

3D 애니메이션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아바타> 나 <드래곤 길들이기>에서도 파괴와

복종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조화와 소통이 인류의 나아갈 길임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승마트랜드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시가 <클래식 승마>에

녹아있다고 여겨진다.

유럽의 왕실교육은 모두 크세노폰의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며 플뤼비넬은 무엇이든

강제성이 발휘되거나 하모니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절대로 아름답지 않다고 했다.

기승자가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 너무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보일 때

가장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승마가 이루어진 것이며 그 기승자는 도의 경지가 높은 마스터로

불리울 수 있다. 누구나 승마 마스터가 될 수 있다. 어떤 말을 타든지 화내지 않고 요구하며

조건없이 사랑하고 단절을 피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노력한다면 훌륭한 승마인이면서도

인생에도 성공한 사람으로 존재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클래식 승마>는 내용도 좋지만 붉은 표지의 하드커버가 고급스러워 꽂아두는 소장용

으로도 더할나위 없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당신이 말등에 앉았을 때 말의 전체 몸을 앞뒤로 살펴보라. 그 몸은 낮고 아름다운 음색을

내는 첼로와 닮아있고 당신은 첼로를 켜는 활이다. 어떤 음악을 연주하게 될지는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연주를 시작하라! 처음엔 음이 엉망이겠지만 차차 음악은

아름다워지고 당신이 누리는 기쁨은 한없이 커져 누군가 말했던 지상 최고의 낙원은

마상에 있다던 그 말을 떠올리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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