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어렵사리 대마장에 나온 칸타와 깐돌이가 아빠가 배달한 마른 풀을 함께 먹는다

 

http://blog.naver.com/photokr/20109254952
...이 주소는 이종호 사진작가의 블로그인데 클릭하면 두일목장 방문기가 뜨고 , 목장의 말풍경이 나오는데 망아지란 자고로 그런 데서 자라야 함을 알 수 있다. 사방에 철망이 둘러치고 잔돌이 깔린 맨 땅에서 자란 깐돌이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황량했는지 알 수 있다.그 황량함에 깐돌이가 불운하지 않도록 우리 부부는 온 사랑을 쏟아부어 메꾸어 주었다.

만일 단 한 사람이라도 이 블로그에 방문하고 나서 "망아지를 키우다니 그것 참 재미있겠는

데?"  하며 승마장에서 망아지를 길러보겠다고 나선다면 난 지구 끝까지라도 쫒아가서 말리

고 싶은 심정이다.애초에 승마장이란 곳은 승용마 구실을 하는 마필을 모아놓고서 회원들이

운동하는 공간이기에 망아지나 휴양마 등 다른 용도의 마필이 살아나가기에는 녹록치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깐돌이가 젖 뗄 무렵에는 어디 목장으로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예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위탁사육이라면 깐돌이 만나러 먼 길을

오고가기도 해야 할 것이고 매일 눈앞에 어른거릴 일이 못 견딜 것 같아  백기를 들고서 승마

장에서 기른 것이다.

갓 젖을 뗀 망아지의 본분은 그저 햇빛아래 너른 풀밭에서 자유롭게 놀며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승마장에는 풀밭은 커녕 늘 운동하는 회원들이 있어 깐돌이가 나와 놀

만한 공간이 없었다.그렇다고 하루종일 고시원 쪽방만한 곳에 망아지를 가두어 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회원들이 비교적 없는 12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깐돌이 방목

시키는 일이 나의 큰 소임으로 자리잡았다. 지금 생각하면 승마의 즐거움이나 기량향상을

위한 고민 같은 것은 꿈꾸어보지도 못하고 어쩌다 망아지 기르는 일에 모든 열정을 다 바쳐

야 했는지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다. 난 타고난 귀차니스트에 남일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

성미지만 온전히 나에게 안겨진 과제는 열 일을 제치고 올인하는 기질이 있었다.

깐돌이를 방목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미션이 아니다.기억을 더듬어 그때의 메뉴얼을 열거해

보겠다.
 
자! 승마장에 도착한다. 깐돌이,칸타에게 인사를 하고 잘 있나 확인하고 도우미를 찾아서

부탁한다. 도우미는 꼭 남자여야 한다.도우미를 깐돌방 앞에 세워두고 스패너를 갖다가 출입

문 구실을 하는 쇠파이프의 잠금장치를 느슨하게 푼다. 그러면서 초짜 도우미라면 행동지침

을 설명해둔다. 이미 이때부터 칸타와 깐돌이는 밖에 나간다는 기대감으로 제 방에서 펄쩍

거리고,소리 지르고 난리가 난다.그 다음 칸타방으로 가서 마찬가지로 잠금장치를 푼다.

이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흥분하여 난리치는 칸타의 마방굴레를 한손으로 잡고 좀 진정

시킨다. 칸타가 좀 누그러지면 한손은 여전히 마방굴레를 잡은 채 다른 한손으로 천천히

파이프를 아래로 내린다. 만일 이러는 와중에 말이 튀어나간다면 상황은 수습할 길이 없이

엉망이 되고야 만다. 튀어나가려는 칸타의 마방굴레를 강하게 틀어쥐고서 '워~워~천천히'

진정시키며 마사의 문을 걸어나올 때 도우미더러 깐돌이를 꺼내라고 한다. 깐돌이의 튀어

나감 현상은 동작이 매우 크기에 힘있는 남자가 아니면 제어가 힘들다.마사에서 중마장까지

10여 미터 ,중마장 입구도 미리 열어놓은 상태다.이 10여미터가 무슨 시한폭탄을 운반하는

것처럼 진땀이 나게 한다. 만일 말을 놓친다면 팽팽하게 바람든 풍선을 놓았을 때 방향도

없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사방팔방으로 질주하는 말 모자의 풍선쇼를 망연자실 바라볼 수

밖에 없다.겨우 중마장 입구에 칸타가 발을 들여놓으면 마방굴레를 놓아준다. 그러면서

뒤의 도우미에게 "놓으세요!" 외치면 칸타와 깐돌이가 동시에 앞으로 미친듯이 달려나간다.

전쟁영화에서 흔히 보는 대장이 "전군 돌격 앞으로~!"하고 외쳤을 때처럼 칸타와 깐돌이는

무엇을 위한 돌격인지도 모른 채 용맹한 돌격대가 되어 뒷발로 모래를 박차 흩부리며 달려

나갔다. 그후엔 얼른 중마장 문을 닫아야 한다.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을 일차 '후우~'내쉬지만

임무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중마장을 거쳐 대마장으로 완전히 내보내야만 상황이 종료된 것

이다. 그런데 중마장 간이마방에는 언제나 말들이 있으므로 칸타와 깐돌은 돌아다니며 인사

하고 장난치고 하는 통에 쉽사리 그곳을 벗어나지 않는다. 얼마쯤 있다가 칸타를 유도하여

대마장으로 보내면 깐돌이가 따라나간다. 헌데 망아지는 공간감각이 없어 엄마를 따라가고

싶은데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 사이렌을 불고서 찾아다닌 후에야 겨우 나가곤

했다. 눈앞에 있는 열린 문을 못찾아 헤매는 동안 칸타가 제 새끼 찾으러 다시 올라왔다가

안 내려가고 돌아다니기라도 하면 혼란은 더욱 커졌다. 어떤 날은 두 모자가 대마장에서

놀다가 허술한 울타리가 무너져 열린 틈새로 탈출하여 바깥 도로를 질주했는데 정말 보고

있기에 너무나 끔찍했다.다행히 질주하다가 승마장 정문으로 다시 들어오긴 했지만 깐돌

이는  어린시절  도로를 질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 것이다. 그 상황에서는 둘 다 몽유병

환자의 몽환의식으로 행동한 꼴이기 때문이다.

오후 3시쯤에는 할방이 승마장에 도착했다.그러면 내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마방에 다시

들어갈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비상사태 대처요령으로 움직였다. 마방에 미리 당근을 흩뿌려

놔야 한다. 엄마와 다시 헤어지기 싫어하는 깐돌이를 방에 넣으려면 주의를 끌만한 게 있어

야 하니까.한 사람이 칸타를 데려가 방에 넣고 그 움직임에 보조를 잘 맞추어 타이밍 놓치

지 말고 깐돌을 방에 넣어야 한다. 처음엔 깐돌이가 안 들어가겠다고 복도에서 몸을 날려

스스로 바닥에 패대기쳐지기도 했다.그러다 나중엔 자동으로 방에 들어가야 하는 줄 알고

냉큼 들어갔다.

이러한 일들이 나날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 마장주의 시선은 고울 리가 없었다.관리소홀로

태어난 말이므로 마주가 키우겠다니 어찌하지는 못하지만 말들이 튀어 날아다니니 신경이

쓰여서 깐돌이를 무슨 똥개 키우듯이 한곳에 붙들어 매두라는 주문도 했다. 하지만 개와

말의 습성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리 키울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입장이었다.

이 당시 칸타의 상태는 늘 초조,불안,흥분이 일상적으로 머물러 있었다. 특별한 사건이 없었

는데도 그러했다는 것은 당시 엄마,아빠의 정신상태도 많이 반영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사람

들끼리도 감정의 전염성이 있는데 말은 상대의 감정전이 속도가 무척 빨라서 거울처럼 반영

하는 것 같기도 하다.그래서 주인의 정신적 상황에 영향도 많이 받는다. 당시 승마장에서

망아지 기르기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우리 부부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었고
 
마장주도 망아지사육에 대한 불편함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어서 이런 사람들과 지내는 칸타

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칸타의 이러한 불안심리는 올봄에 승마장을 옮기면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우리 부부도 승마장 옮김과 동시에 마음이 가벼워졌고 칸타도 이사온
 
지 2~3일 지나자 바로 평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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