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점령한 듯하다. 눈으로 볼 수도 없는 그것이 최고의 존재감을 뽐내더니 성큼 내 코 앞에 다가왔다. 나는 현재 일시 휴업 상태다. 내 주요 일상이 멈추니 잠시 망연자실해진다. 집안을 휘휘 둘러보다가 <일의 기쁨과 슬픔> 이라는 책이 유난히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금의 처지에서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던가 생각해보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보니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있으며 현재의 사태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어떻게 해야 가벼워질 수 있을까만 궁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소설집에는 총 8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겪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인데 그 중에서 <다소 낮음> 이라는 소설에 대하여 말해보고 싶다.

 

 주인공 장우는 홍대앞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이다. 1집 앨범을 하나 내기는 했으나 그닥 팔린 것도 아니다. 그래도 자신의 음악에 반해 열렬한 팬이었던 유미와 함께 살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어느 날 장난으로 아버지가 사준 낡은 냉장고 앞에서 기타를 두들기다가 만든 '냉장고송'을 유미가 유튜브에 올렸는데 대박이 나서 장우에게 성공의 기회가 눈앞에 찾아왔다.

 

  유미는 성공의 확신과 희망으로 들떠있고 곧 어떤 기획사로부터 연락이 와서 '냉장고송'을 음원제작 하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장우의 입장에서는 장난으로 만든 노래 같지 않은 노래를 상품화 시킨다는 것도 께름찍하고 , 현재의 인기를 밑천으로 앨범을 급조하여 낸다는 것도 도저히 음악가의 양심으로 용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거절하고 만다.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찬 장우를 용납할 수 없었던 유미와는 갈등이 커지고 유미는 집을 나간다. 유미가 집을 나간 계기는 장우가 난데없이 비숑프리제 강아지를 사서 안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유미 입장에서는 남자친구의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지금 전기요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형편에 어쩌자고 몸값도 비싼 귀한 개를 들인단 말인가? 그 일이 기획사 제안을 거절한 직후라 유미의 충격은 더더욱 컸을 것이다.

 

장우가 눈꺼풀에 콩깍지가 씌었던 그 순간을 책에서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저 개는 내가 대체 누군 줄 알고 이렇게 반기는 걸까. 말 못하는 짐승의 마음을 들을 수는 없지만 장우는 저 개가 분명히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눈빛이 가능할 리 없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네가 너여서 좋다는 그 눈빛. P.116

 

  입양한 비숑프리제는 보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유미는 집을 나가버렸고 보리를 데리고 다니는 장우가 미쳐버렸다고 사람들은 수군댔다. 그래도 장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우는 새 곡을 쓰기 시작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2집에 수록할 곡들이었다. 곡이 완성되면 보리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보리는 장우의 기타 반주만 들으면 꼬리를 치면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가끔 고개를 쭉 빼고 늑대처럼 울부짖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언제나 장우와 눈을 마주쳤다. 보리가 솜사탕처럼 동그란 얼굴을 하고서는 장우를 쳐다보고 헥헥거릴 때면 장우는 한없이 벅차올랐다. 말 못하는 짐승이 말 대신 보내는 그 신뢰의 눈빛을, 장우는 좋아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 본문 P.118

 

 이 대목을 읽으면서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도 살아온 인생의 나날 어느 때쯤 겪어보았던 감정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가 세상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거부한다고 느낄 때 아무런 조건 따지지 않고 바라봐주는 동물 친구의 눈빛에서 인정과 ,지지, 신뢰, 응원을 발견하게 되면 나도 역시 조건 따지지 않고 동물을 나의 세계로 깊숙이 끌어들이게 된다.

 

  내가 거지이든, 흙수저이든, 못생겼든, 공부를 못하든 아무런 상관없이 바라봐주고 대해준다는 것은 매력적인 것을 넘어 황홀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이 뭔가 무책임해 보이고 막무가내스러운데 입양을 하는 까닭은 돈과 성공이 절대선이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살기 위해 숨쉬고 싶은 갈망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오래 전에 소설에 나오는 보리처럼 나를 바라보는 동물에게 콩깍지가 씌워져 입양을 한적이 있다. 하필이면 그 동물이 말이어서 그후로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동물과 인연을 맺고 만난 세상에서 느낀 수많은 감정과 의미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보리는 얼마 못가 병으로 죽고만다. 그렇다고 해서 장우가 심하게 망가지는 일따윈 없다. 보리의 죽음을 수습하고 돌아와 낡은 냉장고 옆에서 있어야 할 곳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아무래도 장우는 보리를 떠나보낸 상실감을 예술의 에너지로 승화사켜 멋진 음악을 만들어낼 것 같은 예감이다. 그리하여 장우가 자신의 음악세계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나 인정받고 이 정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란듯이 성공하고 떵떵거리며 살기 바란다. 장우는 살면서 자신이 힘들어질 때 한없는 신뢰로 바라보았던 보리의 눈빛을 떠올리면서 다시 추스리고 나아갈 것이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보리와 같은 따뜻한 눈빛을 보내준다면 , 그 역시 장우처럼 자신의 정원에 눈빛의 주인을 초대할 것이며 이 일은 두 존재 모두에게 구원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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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표지 / 오키 토오루 지음 / 김원균 옮김 / 책공장 더불어 출판사

 

책의 뒷표지

 

기린 옆에 보이는 사진은 저자 오키 토오루 , 오른쪽에 본문 사진의 치로리

 

 

온 세상에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울려퍼지는 성탄주간입니다.

<알팔파 앤 티모시>에서는 '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큰 사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올려봅니다.

 

동물매개치료(AAT: Animal Assisted Therapy)라는 분야가 있다.노인이나 장애인,환자와 접촉하여 그들의 허약해진 몸과 마음을 동물이 치료하는 분야이다.매개치료를 할 수 있는 종은 다양하다.그 중에서도 사람과 가장 가까운 종이라 할 만한 개의 역할은 매우 뛰어나다.<치료견 치로리>는 그에 대한 놀라운 사례이다.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손꼽을 만한 감동을 선사한 책이기도 하다.정말 놀랍고도 매력적인 개 치로리 소개를 해보겠다.지은이가 치로리를 처음 만났던 순간에 받은 인상을 책에 이렇게 표현했다.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잡종개' '똥개' '...솔직히 어떤 종이 섞였는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독창적인 모습...' '좋게 말해서 -독특한- ,솔직히 말하면 -볼품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딱 맞는 개.게다가 곧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폐가에 있다보니 왠지 꿈에라도 나타나면 가위눌릴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치로리가 견공 중에서도 가장 남루하고 비천한 모습의 똥개 대표쯤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이런 치로리가 어떻게 혈통과 품성,자질에서 베스트 중의 베스트만이 자격이 주어지는 치료견이 될 수 있었을까?

 

치로리가 발견될 당시 치로리는 갓 출산하여 새끼 다섯 마리를 데리고 있는 어미개였다.출산 직후 비오는 날 쓰레기장에 내다버린 것을 동네 아이들이 주워다가 과거 요양원이었던 폐가에 숨겨두고 돌봐주고 있었다.지은이는 우연히 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어 결국 치로리와 새끼를 구하고 치로리를 치료견의 운명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된다.갓 출산한 어미개와 꼬물이 새끼들을 비오는 날 쓰레기장에 버리다니 주인은 정말 비정한 사람이다.내가 쓰던 물건도 내다버릴 때는 비 맞게 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거늘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치로리는 몽둥이에 심하게 맞아 허리 이하의 한쪽 뒷다리가 불구였다.그 불편한 몸으로도 치로리는 운명을 헤쳐나가며 치열하게 살아나갔다.

 

지은이와 처음 대면한 치로리는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과 새끼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그 강렬한 의지에 이끌려 지은이도 책임지고 싶지 않은 운명에 휘말려들게 되었다.인간세상은 치로리에게 완전한 적이었다.동네에서는 개를 키워서는 안되는 곳이어서 만일 주민 누군가가 신고를 하면 동물센터에 보내지고 그곳에서 5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 상황이 치로리를 기다리는 운명이었다.결국 치로리는 동물센터에 잡혀가서 5일을 머무르게 되었다.5일째 되던 날 지은이가 그곳에 찾아가서 극적으로 치로리를 구해냈다.그때 목격한 유기견 보호소의 광경은 인간에 대한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인간에게  버려져서 이곳에 온 개들은 첫날 상황파악을 못하고 어리둥절하다가 점차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정확히 알게 되어 깊은 절망에 빠진다.그들의 비탄과 슬픔을 치로리도 고스란히 맛보았다.그러나 치로리는 살고 싶어했다.치로리는 구조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유기견들은 끊임없이 버려져서 처분을 당하고 있다.

 

사람이 선사한 불행종합선물세트를 모두 맛본 치로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국적이 일본인 지은이는 거의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치로리를 기를 형편은 아니었다.고심끝에 자신이 운영하는 훈련소에 치로리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하지만 과연 치로리가 그곳에서 적응을 할지 아니면 천덕꾸러기가 되어 사느니만 못한 신세가 될지 그 일은 모험에 찬 주사위던지기와 비슷했다.

 

치료견 훈련소에는 순수혈통의 시베리안 허스키들이 있었다.그들 사이에 낀 치로리는 얼마나 작고 볼품없는지 처음에 웃음꺼리가 될 만했다.그러나 치로리의 승부근성,경쟁심,영민함이 발휘되자 치로리는 시베리안  허스키를 제압하고 대장이 되었고 1년 이상 걸리는 훈련내용도 모두 소화하고 어엿한 치료견이 되었다.이러한 결과의 밑바탕에는 치로리가 길거리에서 새끼를 보호하며 생존의 벼랑끝에 몰려 치열하게 버텨온 힘이 있었다.게다가 치로리는 천성적으로 약자에게 온유하고 너그러운 품성이 있었다.

 

치로리의 치료견 활동 성과는 눈부셨다.골방에 틀어박혔던 소년이 세상으로 걸어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했고,말하기를 잃어버린 노인의 말문을 열었고,노인이 쓰기를 멈추어버린 손을 놀려 치로리를 쓰다듬도록 하고,마비환자를 걷게 만들었다.노인이나 환자는 쇠약해진 몸 때문에 점차 마음도 약해져서 세상과 단절되어간다.그러다보니 감각도 무디어지고 신체기능이 더욱 퇴화되어갈 수밖에 없다.그런 이들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고,만지게 하고,함께 걸음을 걷는 일은 생명력을 활성화시키는 기적을 일으킨다.

 

날이 갈수록 치로리의 명성도 높아지고 고마움을 전하는 목소리도 많아졌다.그 중에 어느 초등학생의 편지 구절을 소개한다.

'......선생님이 해주신 치료견 이야기를 듣고 저는 개가 이렇게 사람에게 해주는 것이 많은데 왜 인간은 개를 못살게 굴까라는 생각을 했어요.그리고 치로리는 사람한테 버림받고 맞았다면서 어떻게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이상해요.나 같으면 다시는 사람들을 믿지 않을 것 같은데요.그래서 치료견들은 모두 너무나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치로리가 모든 상황을 초월한 도인 같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치료견 활동 중에 환자와 함께 걷기는 중요한 기술이다.그런데 환자는 지팡이 사용이 거의 필수라 치로리에게는 처음에 무척 괴로운 일이었다.지팡이가 과거에 자신을 때린 몽둥이로 인식되어서였다.때문에 치로리는 한동안 지팡이 적응하기 훈련이 따라야 했다.

 

나 역시 편지를 쓴 초등학생과 같은 의문이었다.철저하게 학대받고 버려졌음에도 그렇게 만든 사람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는가 말이다.그리 되기까지는 치로리의 타고난 강인한 정신력,지은이 오키 토오루가 사람으로서 보여준 친절함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그렇지만 치로리가 가진 가장 큰 본질은 무한한 사랑이었다.

 

치로리가 사람에게 아낌없이 내어준 사랑에서 만날 수 있는 따뜻함은 용서와 화해,배려와 베풂과도 같은 커다란 미덕이다.사람이 누군가에게 가해를 당했을 때 복수의 마음으로 쉽사리 갈등과 폭력으로 내몰려 더 큰 불행을 지어내는 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어서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의 평범한 개들도 치료견 활동을 한다.꼭 프로패셔널 치료견이 아니어도 아이 컨텍트,사람 보폭에 맞추어 걷기,함께 놀기,함께 잠자기 등으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활력을 주는지 모른다.

 

일본에서는 치로리 사례 이후로 꼭 순종견이 아니더라도 유기견 중에서 치료견으로 선발하여 훈련시키는 일이 생겨났다고 한다.또한 치로리의 활약을 보면서 매년 32만 마리가 안락사 당하는 일본 현실에 반려견의 소중함을 알리는계기가 되었다.

 

나는 승마인이기 때문에 말과 함께 하는 동물매개치료에 관심이 많다.이 분야는 재활승마에서 다루며 그 효과에 대해서는 놀랄만치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말은 개,고양이와는 달리 대동물이어서 노약자와 환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반면 초식동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뛰어난 감수성이 갖는 치유력이 분명 존재한다.앞으로 말을 통한 동물매개치료가 더 폭넓고도 체계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말과 사랑에 빠진 누군가가 이 분야에 열정을 갖고 연구해주었으면 좋겠다.

 

2014년 말의 해를 맞이하여 말이 지닌 치유력에 대하여 주목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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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돌할망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책 3탄이다.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국내도서>자연과 과학
저자 : 리디아 히비(Lydia Hiby) / 김보경역
출판 : 책공장더불어 200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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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히비는 이 책을 통하여 세상 사람들이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웃거나 무시하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다.동물들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만 한다면 누구나 놀랍게도 대화능력이 살아난다는 것이다.즉 동물과의 대화능력은 모든 사람에게 내재해 있지만 사용하지 않아 퇴화한 능력쯤 되겠다.

사실 리디아는 처음부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아니었고 오히려 사기꾼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그녀는 어려서부터 말 목장에서 알바도 했고 자라서는 낮에 수의간호사를 하면서 말 목장 관리자로 일하는 동안 이미 나름의 동물대화를 하고는 있었다.그러나 동물과 말을 트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운명이었는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스승을 만나면서 그녀의 재능을 꽃피워서 그후 20 여년 동안 수많은 동물과 대화를 나누었고 그 내용이 바로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도 승마를 하기 전에는 주변에서 개나 고양이 기르는 사람이 자기 애완동물이 말귀를 다 알아듣는다고 하면 겉으로 내색은 안해도 속으로는 피식 하고 말도 안된다 여겼었다. 그러다 승마를 하며 말과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말이 내 말을 알아듣고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말이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듣는지 리디아 히비의 얘기를 들어보자.

리디아 히비가 다니엘이란 말을 만났을 때 슬픔,불안,분노,공포의 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 말은 "내 인생은 이제 끝났어."라는 말만 하고는 일체의 대화를 거부했다.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떨칠 수 없어 리디아가 주인 로빈에게 저 말에게 무슨 사연이 있느냐고 묻자 그의 말인즉슨 다니엘의 오랜 마주가 만성 심장병을 앓다가 죽음을 예감하고 로빈에게 자기 말을 맡기고는 이틀 전에 죽었다고 했다.신기한 것은 마주의 죽음을 다니엘에게 알린 바는 없었는데 다니엘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러니까 다니엘은 세상의 전부인 주인을 잃은 충격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있던 것이었다. 리디아는 로빈더러 다니엘한테 가서  앞으로에 대한 이야길 해주라고 부탁하는데 로빈은 당연히 황당해 한다. 리디아의 대화 지침은 다음과 같았다.

" 어떻게요? 사람에게 하듯 인간의 말로 얘기하면 돼요.진심을 담아서.그러면 다 알아들어요.앞으로 다니엘은 당신과 함께 살 거란 얘기도 해 주세요.참, 다니엘의 인생이 끝장난 게 아니라는 것도 꼭 얘기하셔야 해요. 그러니까 지금은 실컷 슬퍼해도 된다고도 말해 주세요."

그러구서 리디아가 한바탕 돌며 말들과 상담을 하고 돌아오니 다니엘이 얼굴을 내밀고 질문을 퍼붓고 난리가 났다.

"로빈이 내게 한 말이 사실이야? 로빈이 그러는데 이제 나는 자기의 새 가족이고,지금까지 아빠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면서 살 수 있을 거래. 믿어도 되는 거야? 정말이지?"

위의 에피소드는 말이 사람의 언어를 정확히 알아듣는다고 밝힌 셈인데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 말이 뭘 알아듣기는 해도 감정을 읽고 어렴풋이 느끼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참 놀라웠다. 리디아 히비는 이 책 어디선가 처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되었을 때 동물이 하는 말이 그토록 분명하게 들린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털어놓는다.

말이 말귀 알아듣는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

늘 성적이 지지부진하던 신통잖은 경주마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우승을 하기 시작해서 갑자기 왜 그런 건지 궁금하다며 상담 의뢰가 들어왔다. 리디아가 말과 대화를 해보니 말이 하는 소리가 어느 날 자기랑 기수가 경주 끝나고 산책 나갔는데 때마침 경주마 하나가 심장마비로 죽어 마구간 밖으로 끌려나오고 있더란다. 놀란 말은 걸음을 멈추었는데 기수가 말에게 귓속말로
"너도 좀더 빨리 뛰지 않으면 저렇게 죽게 될 거야!" 하고 속삭이며 장난을 쳤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말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에 경주 때마다 죽어라 뛰어서 우승을 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기수는 거의 뒤로 자빠질 뻔 했다.

"이 녀석이 정말 그렇게 말해요? 세상에..... 내 말을 알아들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정말로 그렇게 말했단 말이에요? 시기적으로 따져보면,음..... 이 녀석이 우승을 하기 시작한 게 그러니까...정말 제가 그 말을 한 시기랑 ...딱 맞네요,세상에!"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나도 말이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다고 작정을 하고서 말에게 많은 말을 들려주는 편이다. 애마 칸타빌레는 세상이 온통 무섭게만 보이는   겁덩어리라 쉽사리 불안과 공포에 따른 흥분에 휩싸이기를 잘한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있을 때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엄마아빠는 왜 그리 하려고 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부탁도 한다. 물론 칸타가 그 말을 알아들었는 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며 더욱 두터운 애정을 보인다는 점은 확실하다.

승마인이 말이 말귀를 알아듣는다고 인정했을 때 손해볼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이득이 더 많다.
말이 알아듣는다고 인정했을 때와 아닐 때 승마인의 행동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말이 먹통이라고 생각하면 기승자의 요구를 그저 강제적으로 행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지만 , 말의 소통능력을 전제로 했을 때는 말이 알아듣고 자발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협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보다 어마어마하게 힘이 세서 말을 듣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면 통제할 수도 없고 ,말이 털어버리겠다고 마음 먹으면 사람은 잔등에 붙어있을 수도 없다. 그러니 제압이니 길들이기니 하는 말일랑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착각은 아닌 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차라리 말 스스로 정말 사람을 태워주고 싶어서 그러는 게 행복해서 태워주도록 마음을 얻어내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한다. 상대의 마음을 얻어내려면 대화가 기본이지 않은가?

리디아 히비의 말로 이 글의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인간이 말보다 힘이 세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들보다 현명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으니 길들였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그렇다면 인간은 무슨 복으로 이 크고 멋진 동물과 함께 살 수 있었을까? 정답은 바로 말이 인간을 그들 무리의 한 일원으로 인정해 줬기 때문이다.고맙게도!

말의 시선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감정을 마음으로 느껴보세요...

말 옆에 서서 가만히 다정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세요... 이 멋진 친구는 당신이 얼마나 길게 말을 이어나가도 다 들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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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병욱 지음 / 국일미디어 출

시대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대한민국에는 승마장이 매우 많이 생겨날 것이다.

승마인으로서 너무나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되고 지금까지 건립되었던 승마장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넘어서는 훌륭한 승마장들이 많이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삼성전자의 모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아사히야마 동물원 같은 삼성전자가 되겠다는

발표도 했다. 세계적 브랜드를 자랑하는 굴지의 기업에서 배우겠다는 이 동물원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일본에서도 변방인 아사히카와 지역에서 1967년 개원하여 4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곳이다. 개원 첫 해에는 45만 명까지 찾았지만 20년이 지나서는 관람

객이 반토막으로 줄었다. 급기야 동물원에서는 경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하여 놀이

시설을 들여놓고 잠시 유원지로 성공하는가 싶었는데 신흥 대형 놀이동산에 밀려 운영이

악화되다가 문을 닫아야 할 위기까지 가고야 말았다.

그러나 그 지역 출신으로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오래 일해온 고스케 마사오 원장이 취임

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기적과 신화를 낳았다. 그 결과는 일본 수도에 있는 최고 동물원보다

관람객 숫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례에 대하여 기업들은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연구하여 경영에 긍정적인

접목을 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경영자의 마인드 같은 것은 찾기가 힘든 인물

이므로 그저 승마인으로서 사람과 동물이 만나는 장소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만

을 제시하고자 한다.

나의 동물원 방문 경험은 어려서 학교도 안 다닐 시절에 부모님 손잡고 나들이 갔던 일과

20대에 친구들과 갔던 두 번 정도이다. 어려서 일은 생각도 안나고 커서 간 것은 하필

겨울이어서 밖에 나와있는 동물들은 몇 안 되었고 그나마 볼 수 있었던 동물들도 어찌나

활기가 없던지  한 바퀴 돌고난 이후엔 그만 너무나 우울해져서 다시는 동물원에 오고싶지

않았다. 결국 그후로 동물원에는 다시는 가지 않았다. 그러나 승마에 입문하고 말 등에

올라본 후로는 말 보러 승마장에 꿀 발라 놓은 듯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쇠락의 길을 걷고있던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방문한 관람객들은 청춘의 나처럼 동물원의

동물에게서 생명력이나 재미를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동물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놀이동산을 만들었으니 그게 어디 동물원이겠나 문 닫을 지경까지

간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달라진 것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육사들의 열정과 노하우가 크다.

그들은 2~30년 전부터 자신이 돌보는 동물들의 습성과 문제를 기록하고 모임에서 함께

공유하는 학습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동물이 건강하게 지내도록 하려면 고유한

습성들을 잘 발휘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동물원 안이지만 펭귄은 물속을

굉장한 스피드로 헤엄치고,북극곰은 역동적인 점프를 하고 오랑우탄은 17m 높이에 매달려

놀 수 있도록 시설을 디자인하고 이러한 모습을 관람객들이 보도록 했다.그러니 동물들은

평소 야생에서 살아가듯이 생명력 넘치는 행동을 하고 이 모습들은 관랍객에게 살아있는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여 동물원에 와 본 사람이 오고 또 오고 하는 일조차 차차 많아졌다.

동물들이 주는 무한한 감성에너지와 사람이 느끼는 감동의 만남 이것이 바로 아사히야마

동물원 경영의 열쇠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승마장 경영에서도 이 열쇠를 접목할 수가 있지 않을까? 승마장은 단순히 말을

타는 곳만은 아니다. 오며가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말을 보고서 잠시 들러서 바람을

쐬기도 하고 놀다 가기도 하지만 그러다 승마에 입문하기도 하고 그런다.만일 이들의

눈에 비친 말들의 모습이 활기차고 행복해 보인다면 승마인구도 더욱 늘 것이다.

승마장에서는 사람을 태우는 말만이 다가 아니다. 다쳐서 휴양하는 말,운동 전후로

자유롭게 노는 말, 주인과 산책하는 말,훈련을 받는 말들이 나와있다. 이들의 생동감있는
 
모습은 승마장 전체에 살아있는 에너지를 불어넣으니 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배치와

활용이 필요하겠다.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생기가 넘치고 활력으로 가득한 말들의 모습이 많아지고

그 모습을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까  연구하여  시설의 배치나 프로그램의 구성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예전에는 평범한 유원지였던 남이섬이 <나미나라공화국>으로 탄생한 것도 디자인경영의

사례라 할 수 있다.자연과 사람의 만남을 그토록 창의적으로 설계한 섬의 리모델링이

경기도 끝자락까지 사람을 끌어들여 인산인해를 이루게 한다. 남이섬 안에 펜션들이 있다.

그 펜션들은 똑같은 동이 하나도 없고 모두 테마가 있는 동화속 집이어서 그곳의 1박은

그냥 숙박이 아니라 차별화된 문화체험을 안겨준다. 숙박료도 더 비싸지도 않아 같은

값이면 영화속에 들어앉은 숲과 강을 체험할 수 있는 그곳에 묵을 것이다.

스타벅스 커피점의 성공도 단순한 커피가게가 아닌 문화적 경험을 브랜드화한 성공사례로

꼽는다.

모두 문화콘텐츠를 강조한 창의적 발상의 성공사례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행동전시나 나미나라공화국의 자연과 문화콘텐츠의 접목,스타벅스의

감성마케팅은 모두 소비자이며 고객인 현대인이 무엇을 원하고 추구하는지를 정확히 읽어

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금까지 많은 승마장들이 주먹구구로 지어져 운영된 것은 물론 관련 법령의 미비와 규제

등의 이유도 있지만 날 것의 말 만으로도 그들이 주는 무한한 에너지와 즐거움,신비로움에

의지한 탓이 크다. 속된 말로 '말뽕'맞으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니 운영자 입장에선 그냥

말 위에 고객을 얹어놓으면 만사 오케이다. 그러나 더 이상 그리 되어서는 안된다.

말과 사람의 안전을 위하여 시설도 말의 생태와 습성에 따른 것이어야 하고 복잡한 일상을

탈출하여 활력을 충전해야지, 말타러 왔다가 되려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고객 중심의

서비스가 어떠해야 할지도 다른 분야처럼 시장원리에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그 중심에

말이 있어야 하고,말에서부터 출발한  창의적 발상을 입혀낸다면 아사히야마 동물원처럼

대박나는 승마장이 나오고야 말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나미나라 공화국>의 문화콘텐츠 활용 사례. 숲길을 거닐다가 세계 각국의 어린이책에 나오는 그림을 전시했는데 ㅜ자연과 출판,동화,미술의 접목으로 새로운 경험가치를 창조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제목 그대로 승마장을 지을 계획이 있는 관계자가 실무적 차원에서 알아야 할 가이드를 제시한다. 1장; 인간과 말/2장:말의 습성과 행동/3장:승마장 계획의 환경요소/4장:보조시설/5장:승마장배치계획의 실례. <DSK말사랑호스타운> 지음,ESSAY 출

사용자 삽입 이미지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주제여서 미취학 어린이의 즐기는 책부터 고등학생의 토론용 자료로도 손색이 없겠다. 내용은 일가족이 동물원에 간 시시콜콜한 이야기인데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모두 사는 게 재미없는 갇힌 존재이고 결국 화자인 어린이 자신이 갇힌 존재더라는 주제다.이 주제를 스스로 도출하도록 대상과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거쳐야 지은이의 의도를 알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가토 요시코 지음 / 바다출판사. 궁금함이 많은 어린이에게 주변 어른들이 대답해주지 못하는 동물 이야기를 전문가가 쉽고 편안하게 알려주는데 사진과 그림도 많아 이해가 쉽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어른이라면 잡지 읽을 만한 상황에서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상식을 전달하지만 관점도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예를 들어 동물원 동물들이 행복할까?라는 항목에서 이 질문은 자체가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의미를 내포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행복하도록 추구한다는 가장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그래서 책의 내용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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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아멜리아 킨케이드 지음 /원제 : straight from the horse's mouth / 루비박스 출판사


원 제목을 의역하자면 <말들에게 직접 듣기>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국내에서 horse

운운하는 제목이 대중적으로 다가가기는 힘들다고 판단하여 <엄마 내 맘 알지?>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은데  아주 쏙 잘 뽑았다고 생각된다.

승마인은 물론이거니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식용 가축을 사육하는 사람이라 할지

라도 아멜리아 킨케이드는 꼭 알아야 할 인물이라고 본다. 그녀가 유명한 애니멀 커뮤

니케이터라는 지명도 때문이 아니라 이미 시대와 문명의 흐름은 동물은 인간과 동등한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들과 조화롭게 살아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

하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은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고 기르지도

않으니 아무 상관없다고는 발뺌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의 대다수

에서 동물실험을 하기 때문에 동물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았다고 볼 수가 없고 채식주의

자가 아니라면 식탁에 오른 고기가 고통스럽게 사육되고 도살되었을지도 모르는 현실

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식으로 말하면 동물에게 부당한 처우를

한 사람도 업보를 쌓는 것이지만 그러한 상품을 사서 쓰고 섭취하는 것도 간접적으로나마

업보를 쌓는 일이라고 한다. 이 책의 부록에 동물실험을 한 기업명이 소상하게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라.

아멜리아 킨케이드는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을 상실한 우리들에게 동물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의 말에 귀기울여 보는 일은 누구라 할지라도 이로울 것이라

여겨진다.

내가 이 책을 만난 것은 친구 라라의 소개 때문이다.바람이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슬픔에 잠겨있을 때 자기도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한 번 읽어 보라고 했는데 읽다보니

동물도 영혼을 가진 존재이고 영혼의 속성은 이 세상에서의 삶이 끝나더라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차원에 머물다가 언젠가는 사랑하는 이의 곁에 돌아와 다시 만나게

된다는 사례와 메시지가 있었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누구든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이라면 나와 똑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이 책의 내용은 아멜리아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 입문하게 된 계기부터 의뢰인의 동물

들과 대화를 나눴던 수많은 사례들이 나온다. 그녀는 시종일관 동물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애정으로 작업한다. 그 사례속에서 동물과 대화하는 방법에는 투시,투감,투청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사람들 안에는 누구나 이러한 능력이 깃들어 있지만 일깨워지지

않은 것 뿐이라고 한다.이 책 안에는 동물과 대화하는 방법도 상세히 나와 있지만 우리가

이론을 듣는다고 갑자기 마장마술을 하거나 장애물을 넘게 되는 것이 아니듯이 갑자기

동물과 말을 트게 되지는 않는다. 동물의 말을 들으려면 제일 먼저 내 안에 외부로부터

연결된 모든 코드를 뽑아버리고 텅빈 상태로 만들라는 것이다. 하지만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눈감고 1분만 침묵해도 먼지처럼 날아다니는

사념의 어지러움에 백기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동물과의 채널을 개설한다는

것은 명상의 기본부터 일상적으로 꾸준히 수련해야 조금씩 도가 높아지면서 가능하게

될 것이다. 물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날 난파당한 배안에서 어떤 주파수가

잡혀 스피커가 터지는 것 같은 기적을 맛볼 수도 있겠다. 안타깝게도 나 역시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아직 말들과 말을 트는 사이는 못된다.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좀 통찰력이

생겨서 말의 감정이나 요구사항을 조금 더 아는 정도이다.

책 중간에 나오는 승마인과 직접 관련된 내용을 한 대목 소개하겠다. 아멜리아가 말하길

말과 기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그들의 두려움을 들어주고 이해하는 것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 되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일을 꺼려해서 말들이 불평을 꽁하고 참았다가

털어놓는다고 한다.

"뭘 원하는지 알려주면 들어줄 텐데.주인이 뭘 원하는지 통 모르겠어요."

말들은 자기에게 향하길 바라는 장소,해주기 바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듣게 명령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는 승마에서 쓰는 공통적인 신호와 함께 영상으로 보내면

말이 바로 답한다고 한다. 또 성급하게 발로 뻥뻥 차면서 게으르니,고집을 부리느니

하고 불평하기 보다 말의 내면에 귀기울이고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이 책 전체에서 말이 등장하는 사례들만 골라 읽고서 내려지는 판단은 무뚝뚝한 그들

표정의 이면은 결코 먹통이 아니라 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윤리의식이나 미래 예지능력

같은 면에선 인간보다 한 수 위의 면모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끔 어떤 말들은

거만하고 사람을 얕잡아보기도 하는데 말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한심할 때도 많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말의 세계에 대하여 많은 이해를 얻게 되는 유용한 책이다.

책의 말미에 보석과도 같은 팁이 있으니 바로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생명존중에

대하여>라는 글이다. 근대철학의 아버지 뻘인 데카르트가 동물은 영혼이 없고 고통을

느끼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규정하여 현대철학의 주류가 이 입장에 서는 바람에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게 저지른 수많은 죄악을 정당화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하지만

이제 그만 종지부를 찍고 생명존중의 흐름으로 나아가야 인간성도 바로 선다는 성찰

이다. 말을 가까이 하고 그 잔등 위에 올라갔을 때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동물에
 
대한 철학과 세계관을 다시 한번 성찰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고  아멜리아 킨케이드의

저서는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즐거움과 의미를 더해줄 것이다.

법정스님이 남긴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멜리아 킨케이드도 작가가 아닌

어려움을 극복하고 심혈을 기울여 이 책을 쓴 이유일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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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마타 윌리암스 지음 / 황근하 옮김 / 샨티 출판사


SBS<동물농장>이란 프로그램에 나왔던 하이디를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방송에서 그녀가 만난 문제성 동물과의 의사소통으로 주인과의 관계를 화해와 회복으로

이끄는 과정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이디처럼 이 세상에는 동물의사소통가라는

직업이 있다. 의뢰를 해오는 고객에게 동물의 사진을 받아 지구 반대편에서도 상담을

해준다. 또 만나는 동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도 들리고 보내오는 영상도 받고 심지어

보디스캔이라고  동물 몸속에 영혼이 직접 들어가 아픈 곳을 감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동물의사소통가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쓰지 않아서 잘 작동이

안되고 녹슬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나 이 능력을 계발하려고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는 동물과 의사소통 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적성분야가 틀리듯이 직관이 매우 발달한 사람이라면 훨씬 수월할 것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똘똘 뭉치고 늘 tv같은 영상물에 빠져서 사는 사람이라면 좀 힘들

것이다. 동물을 기르거나 다루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동물과의 의사소통 가능성에

대하여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할 것이다. 나 역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책 몇 권을

읽으며 늘 말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아직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내가 말과 생활하면서 중요했던 몇몇 순간에 직관적 의사소통의 덕을 보았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대인관계의 소통능력이나 삶에 대한 통찰력 같은 것도 덩달아 나아진

것 같다.

동물과 자연에 이 책을 바칩니다.
동물과 자연은 자기 존재의 근원을 잊어버리고
다른 생명들을 저버린 우리 인간에게
너무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 책이 작은 변화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은이 마타 윌리암스가 이 책을 바치는 헌사이다. 사람과 동물이 소통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의 많은 고통과 괴로움이 사라질 거라는 바람에서 쓴 글로 보인다.

처음 승마에 입문한 많은 분들이 말에 대한 궁금증의 하나로 말의 사고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온다. 그러면 대개 지능이 70 정도이며 이해력은 떨어지지만 기억력은

뛰어나다는 대답을 듣는다. 그러나 IQ라는 잣대가 얼마나 편협한 잣대인지 사람에 대해

적용해도 드러나지 않은가?  대개 말들은 사람보다 대단히 저능하여 한참 떨어지는

존재로 여기기 쉬워서  인간 우월감과 오만에 도취하기가 쉽다. 하지만 동물의사소통가가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나 많은 사고를 하고 풍부한 희노애락의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 까무러칠 정도다.그래서 이미 인디언들은 말을 매우 영적인 동물로 존중

해왔고 정통승마의 세계에서도 말을 '그'와 '그녀'의 인칭대명사로 부르는 것을 합당한

것으로 여겼다.그러니 말을 하찮은 짐승으로 여기는 사고는 우물안 개구리의 안목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마크가 떡하니 붙어있는 만큼 내용이 그리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타 윌리암스가 그간 만났던 동물주인과 동물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개,고양이,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말 이야기가 우선 궁금하여 말 에피소드만 미리 찾아읽고 다시 천천히 순서대로

읽었다. 동물이 이런 이야길 하다니 하고 신기해 하면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만나는

모든 동물마다 텔레파시로 말을 걸어보는 습관이 생긴다. 또 못 알아듣겠지 하고서 말

앞에서 그 말을 흉보거나 불평을 늘어놓는 말을 삼가하게 된다. 그리고 승마하면서
 
나의 요구사항을 생각으로 먼저 전달하고 응답에 귀 기울여보는 쌍방 의사소통 채널이

가동된다.

뉴에이지 계열의 책을 보면 먼 미래에는 사람의 텔레파시 능력이 회복될 거라는 견해

가 심심찮게 나온다.그리 된다면 사람과 동물이 수다를 트고 외국어를 공부할 일이

없어지며 언어장애가 있는 이들이 더 이상 장애자가 아니게 된다.

그럼 어떻게 동물과 의사소통 하느냐고? 책을 직접 읽어보시고 깨달으시기를 권한다.

이 책은 방법에 대한 제시는 좀 미흡하다. 애니멀커뮤니케이터인 아멜리아 킨케이드의

<straight from the horse's mouth> 라는 책에서 방법론을 자세히 거론하므로 나중에

다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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