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아멜리아 킨케이드 지음 /원제 : straight from the horse's mouth / 루비박스 출판사


원 제목을 의역하자면 <말들에게 직접 듣기>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국내에서 horse

운운하는 제목이 대중적으로 다가가기는 힘들다고 판단하여 <엄마 내 맘 알지?>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은데  아주 쏙 잘 뽑았다고 생각된다.

승마인은 물론이거니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식용 가축을 사육하는 사람이라 할지

라도 아멜리아 킨케이드는 꼭 알아야 할 인물이라고 본다. 그녀가 유명한 애니멀 커뮤

니케이터라는 지명도 때문이 아니라 이미 시대와 문명의 흐름은 동물은 인간과 동등한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들과 조화롭게 살아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

하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은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고 기르지도

않으니 아무 상관없다고는 발뺌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의 대다수

에서 동물실험을 하기 때문에 동물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았다고 볼 수가 없고 채식주의

자가 아니라면 식탁에 오른 고기가 고통스럽게 사육되고 도살되었을지도 모르는 현실

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식으로 말하면 동물에게 부당한 처우를

한 사람도 업보를 쌓는 것이지만 그러한 상품을 사서 쓰고 섭취하는 것도 간접적으로나마

업보를 쌓는 일이라고 한다. 이 책의 부록에 동물실험을 한 기업명이 소상하게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라.

아멜리아 킨케이드는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을 상실한 우리들에게 동물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의 말에 귀기울여 보는 일은 누구라 할지라도 이로울 것이라

여겨진다.

내가 이 책을 만난 것은 친구 라라의 소개 때문이다.바람이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슬픔에 잠겨있을 때 자기도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한 번 읽어 보라고 했는데 읽다보니

동물도 영혼을 가진 존재이고 영혼의 속성은 이 세상에서의 삶이 끝나더라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차원에 머물다가 언젠가는 사랑하는 이의 곁에 돌아와 다시 만나게

된다는 사례와 메시지가 있었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누구든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이라면 나와 똑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이 책의 내용은 아멜리아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 입문하게 된 계기부터 의뢰인의 동물

들과 대화를 나눴던 수많은 사례들이 나온다. 그녀는 시종일관 동물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애정으로 작업한다. 그 사례속에서 동물과 대화하는 방법에는 투시,투감,투청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사람들 안에는 누구나 이러한 능력이 깃들어 있지만 일깨워지지

않은 것 뿐이라고 한다.이 책 안에는 동물과 대화하는 방법도 상세히 나와 있지만 우리가

이론을 듣는다고 갑자기 마장마술을 하거나 장애물을 넘게 되는 것이 아니듯이 갑자기

동물과 말을 트게 되지는 않는다. 동물의 말을 들으려면 제일 먼저 내 안에 외부로부터

연결된 모든 코드를 뽑아버리고 텅빈 상태로 만들라는 것이다. 하지만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눈감고 1분만 침묵해도 먼지처럼 날아다니는

사념의 어지러움에 백기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동물과의 채널을 개설한다는

것은 명상의 기본부터 일상적으로 꾸준히 수련해야 조금씩 도가 높아지면서 가능하게

될 것이다. 물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날 난파당한 배안에서 어떤 주파수가

잡혀 스피커가 터지는 것 같은 기적을 맛볼 수도 있겠다. 안타깝게도 나 역시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아직 말들과 말을 트는 사이는 못된다.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좀 통찰력이

생겨서 말의 감정이나 요구사항을 조금 더 아는 정도이다.

책 중간에 나오는 승마인과 직접 관련된 내용을 한 대목 소개하겠다. 아멜리아가 말하길

말과 기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그들의 두려움을 들어주고 이해하는 것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 되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일을 꺼려해서 말들이 불평을 꽁하고 참았다가

털어놓는다고 한다.

"뭘 원하는지 알려주면 들어줄 텐데.주인이 뭘 원하는지 통 모르겠어요."

말들은 자기에게 향하길 바라는 장소,해주기 바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듣게 명령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는 승마에서 쓰는 공통적인 신호와 함께 영상으로 보내면

말이 바로 답한다고 한다. 또 성급하게 발로 뻥뻥 차면서 게으르니,고집을 부리느니

하고 불평하기 보다 말의 내면에 귀기울이고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이 책 전체에서 말이 등장하는 사례들만 골라 읽고서 내려지는 판단은 무뚝뚝한 그들

표정의 이면은 결코 먹통이 아니라 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윤리의식이나 미래 예지능력

같은 면에선 인간보다 한 수 위의 면모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끔 어떤 말들은

거만하고 사람을 얕잡아보기도 하는데 말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한심할 때도 많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말의 세계에 대하여 많은 이해를 얻게 되는 유용한 책이다.

책의 말미에 보석과도 같은 팁이 있으니 바로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생명존중에

대하여>라는 글이다. 근대철학의 아버지 뻘인 데카르트가 동물은 영혼이 없고 고통을

느끼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규정하여 현대철학의 주류가 이 입장에 서는 바람에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게 저지른 수많은 죄악을 정당화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하지만

이제 그만 종지부를 찍고 생명존중의 흐름으로 나아가야 인간성도 바로 선다는 성찰

이다. 말을 가까이 하고 그 잔등 위에 올라갔을 때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동물에
 
대한 철학과 세계관을 다시 한번 성찰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고  아멜리아 킨케이드의

저서는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즐거움과 의미를 더해줄 것이다.

법정스님이 남긴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멜리아 킨케이드도 작가가 아닌

어려움을 극복하고 심혈을 기울여 이 책을 쓴 이유일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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