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귀한 청말띠다.내가 복이 많다. 책이 출간되자 우연히도 세상은 말띠해를 맞았다고 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이런 분위기 속에 말 관련 책으로 방송에 소개되는 행운이 찾아들었다. MBC 문화사색이라는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낮 2시에 방송한다.문화와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소개하는 품격 있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나는 반려마로 기르는 말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며 살아가는 승마인 작가로 포커스가 맞추어지며 촬영이 진행되었다.4시간 가까이 촬영을 했는데 PD님 포함 두 분의 방송인은 완전한 몰입의 경지로 얼마나 진지하고 열심히 작업을 하시던지 꽤 오랫동안 혼자만의 일에만 익숙해있던 내게 공동작업의 열정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우리 아이들 역시 세상 어느 말보다 카메라에 익숙한 터라 새로운 상황에 완전히 녹아들어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루었다.

 

전체적인 촬영내용은 승마장에서 나의 하루일과를 따라 움직이며 사이사이에 많은 인터뷰가 있었다. 처음 마방에 찾아가 말에게 인사하고 그들을 살피고 데리고 나오기,자유롭게 놀게 하기,마필관리,기승운동 등이 굵직한 내용이다. ( 뛰노는 아이들은 수아 & 마티. 마티가 더 빠르다 ^^)

 

촬영을 마치고 났을 때 나는 녹초가 되었다. 말의 세계에 대하여 글로 표현할 때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 편했다면 인터뷰에 응하느라 카메라 앞에서 말로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꼭 모국어를 쓰다가 갑자기 어줍잖은 외국어로 의사표현을 해야하는 기분이었다. 이리저리 횡설수설한 느낌이었는데 이미 버스는 떠났고 어떻게 편집되어 나올지 모르겠다. ( 사진은 아마르 & 마티 & 레이 )

 

나의 이러한 모습과는 달리 칸타는 카메라 앞에서 경험이 많은 노련한 연기자처럼 자연스러웠다.시종일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한다든지 나의 말을 경청하며 서있는 모습으로 내 이미지의 일부가 되어주었다.나의 부족함을 칸타가 많이 메꾸어주었을 것 같다.

 

 

 

 

아마르는 책과 일관된 호칭을 유지해야 해서 촬영 내내 깐돌이라 불러야 했다.그러나 어느새 아마르가 입에 익었다고 몇 번 아마르가 입에서 튀어나왔다.아마르는 워낙 새로운 상황을 좋아해서 하루가 즐거웠을 것 같다.엘도라도는 조마삭 장면에 등장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남들은 다 노는데 자기만 뭐하는 거냐고 기분이 상해서 비협조적이었다.미안하다 엘도야~

 

 

내가 여러 사람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출연에 응하게 된 것은 이를 계기로 말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고마운 동물이며 사람의 동반자적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친근하게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아마르야 세상 사람들의 가슴에 사랑과 꿈을 나누어주는 말이 되려무나!

 

촬영장소를 제공해주신 한강승마클럽과 협조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개인마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편함 없이 말과의 생활을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해당 촬영분의 방송 시간을 정확히 알게 되면 다시 올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송일정 : 2014.1.13(월) 오후 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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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에 따끈따끈한 새책이 집에 도착했다.숱한 나날 컴퓨터 화면에서 흘러다니며 나를 괴롭히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단장하고 나오니 벅찬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표지의 가운데 박힌 아마르의 얼굴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이 책이 존재하는 한 아마르가 세상 구석구석 돌아다니겠구나 생각하니 평소 신세만 지던 녀석의 잔등에 빛나는 날개를 달아준 것만 같다.어디고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렴.아마르는 책이 만들어지는 동안 아명이었던 깐돌이를 허물처럼 벗어버리고 새로 얻은 이름이다.우리는 말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

 

앞표지 띠지를 장식하는 사진틀 안에는 말 친구 사총사 장군이,아마르,태풍이,칸타빌레(왼쪽부터)가 찬조출연(?)했다.뒷표지 띠지에 나오는 말은 칸타빌레다.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할방님에게 조촐한 축하라도 하게 케잌을 사오라고 했다.케잌을 고르고 나니 점원이 초를 몇 개 드릴까요? 물었다고 했다.누구 생일도 아니어서 할방님은 적당히 달라고 해서 들고 왔는데 과연 케잌에 몇 개 꽂을까 고민하는 일은 내 몫이 되었다.나는 잠시 생각했지만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다섯 개를 꽂았다.그리고 이렇게 말했다."하나는 나,하나는 당신,그리고 칸타빌레,아마르,엘도라도를 위한 초야!" 촛불에 불을 밝히니 가족이 모두 모여 축하를 하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책의 출판담당자들이 보았을때 나는 호락호락한 저자가 아니었다.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떴다 작가님'이 되어 출판사 사무실에 찾아가서 이건 이리 고쳐달라 저건 저리 고쳐달라 까타리나의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그래놓고 살펴보니 글자 위치 하나를 바꾸고 삽화의 선 하나를 수정하는 데도 수십 번의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것을 보고 이 얼마나 고된 노동이냐 싶었다.글자 받침 하나,점 하나의 오류도 잡아내는 교정작업 역시 말할 것이 없다.인쇄소에도 찾아갔다.감리를 보기 위해서다.나의 책은 독일제 하이델베르크라는 기계를 배정받았다.가기 전 나는 작업대 앞에 서기만 하면 쌍심지를 켜고서 뭘 요구해야지 단단히 벼른 상태였다.그러나 야간작업시간 침침한 조명 아래 머리가 석류알처럼 터져버릴 것 같은 독한 잉크 냄새 맡으며 한치의 빈틈도 없이 몰입한 인쇄전문가와 조수작업자들의 노동을 바라보니 그만 숙연해져서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조용히 물러나왔다.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고하신 모든 출판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지금 유니콘의 숲을 거니고 있다> 책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서문 마지막 문장을 빌어 이 글을 맺으려 합니다.

 

- 이 책이 나의 곁에 찾아와 머물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모든

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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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유니콘의 숲을 거닐고 있다> 본문 2장 시작면에 나오는 사진 / 모델 : 몽돌이

 

출판하기로 한 책 원고의 이름 격인 제목은 쉽게 정해지지 않았다.쉽게 정할 수가 없었다. 책 제목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책의 팔자가 운명을 달리할 것 같아서 무거운 책임감만 껴안은 채로 오랜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내가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지인이 '책 제목이 뭐죠?" 라고 물어와도 "아직은 글쎄..."라고만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제목이 떠오르지 않고 오리무중이었다. 

 

책의 의도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승용마에 대한 인식을 낯설게 환기시켜 새롭게 바라보고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로 삼고자  함이니 그에 걸맞는 제목이어야 했다.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더더군다나 최상의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맨날 새둥지 머리를 이고서 늘어진 츄리닝 바람으로 소일하는 아내나 남편을 여신이나 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지리한 일상이 끝도 없이 풀려나가는 실타래처럼 이어지다가도 어느 한 순간 그 또는 그녀가 대단히 눈부시게 빛나보이기도 한다. 일생에 그런 일이 몇 번 찾아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런 특별한 순간이 생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우리가 만나는 승용마를 그저 평범하게만 바라보면 세상 천지에 널린 게 말인데 뭐 있어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을 타고 놀라운 열락의 세계를 체험하고 나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존재로 느껴진다.바로 그 순간의 고귀함을 내 삶 안으로 끌어들이는 행위가 승마의 가치가 될 거라 생각하고 그를 표현할 언어로 '유니콘' 이 내 머릿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출판 준비과정 내내 나의 1차 편집자 역할에 충실했던 할방에게 유니콘이 제목에 들어가면 어떠냐고 물었다.'유니콘의 숲' '유니콘의 숲에 들다' 등등.할방은 유니콘이 가지는 기존 이미지 때문에 썩 마음에 들지 않고 정통문학 에세이 제목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니라고 했다.

 

넌지시 던져본 제목 아이디어가 비호감 판정을 받았다.그렇다면 다른 방향으로 찾아보자.이번엔 대중적이면서 친근하고 편안한 제목 없나 궁리를 하다가 이런 제목을 지어냈다.

 

<애마부인은 트로트 하러 승마장에 간다>

 

할방에게 들려주니 그의 반응은 '긔 뭥미???' 이런 정도로 보였다.하지만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서 제목의 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글쓴이가 말을 사랑하는 결혼한 부인이니 애마부인 맞잖아.저자의 정체성도 뚜렷하지.맨날 말 타고서 트로트(속보)운동 하잖아 맞지.쉽고 대중적이지 않아?"

 

나의 침 튀기는 설득에 할방은 "틀린 말은 아닌데...  " 하고서 찜찜한 여운을 남겼다. 찜찜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폭탄급으로 위력을 키워 나에게 덮쳐왔다.출판사의 담당 편집자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이런저런 얘기 끝에 그녀가 조심스럽게 제목 얘기를 꺼냈다.

 

"저어...제목은 ...그냥 ..그대로..가실 거예요?"

"그런데요.제목이 어때서요? 괜찮으니 제목에 대한 소감을 솔직하게 얘기해주세요!"

 

그러자 지금까지 친절함과 상냥함으로 무장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했던 편집자의 목소리가 아주 다른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그러니까요..애마부인이 워낙 이미지가 그렇고...안 좋아서요...트로트도 좀 그렇구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어떤 것을 억지로 입에 올려야하는 불편함과 불편함을 무릅쓰고도 상대가 불쾌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지점에서 애쓰고 있음이 역력했다. 나는 그녀의 우려를 좀 가라앉힐 겸 해서 우리사회에서 승마가 아직은 생소해서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어휘를 골라 배열한 것이며 트로트는 승마전문용어다 라고까지 설명했다.그녀가 그렇군요 라고는 했어도 근본적인 거부감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좀 더 나은 제목을 찾아보자며 통화는 마무리됐다.내가 낸 제목이 그렇게 심각해? 뭐가 심각해? 하는 마음에 진상조사를 철저히 해보자 싶었다.

 

먼저 인터넷서점에서 '애마부인'이 들어간 책 제목이 있나 찾아보았다.그랬더니 책은 없었고 애마부인 DVD가 몇 개 올라와 있었다.서점에서 나와 검색으로 다시 애마부인을 찾아보았다. 눈 한 번 깜빡할 순간에 바뀐 화면에는 영화 애마부인에 대한 정보만 가득했다.나의 순수한 - 아니 순진함이겠지 - 인식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애마부인'이란 말은 에로영화의 대표적 상징이었다.영화 '애마부인'은 한국영화에서 최다시리즈 영화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1982년 1편이 제작된 이래로 1996년 13편까지 이어졌으니 가히 한 시대를 풍미한 거대한 문화적 공룡이었다.멜로와 에로를 결합한 장르에서.할방에게 나만 몰랐던 기막힌 현실을 들려주니 그보다 더한 정보도 보태주었다.시리즈 13편 뿐만 아니라 집시애마,파리애마 등등 애마부인 아류시리즈가 엄청나대나.그런 건 그렇게 잘 알아.하기야 15년 전만 해도 동네마다 비디오가게가 성업을 했고 늘 바지런히 드나들던 할방이니 실상을 모를 리가 없겠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이미지를 보니 전형적인 에로영상 이미지 절반에 말이 등장하는 승마관련 이미지 절반이었다. 내 눈에는 그 장면이 꼭 컴퓨터 시스템 고장으로 에로와 승마 키워드에 해당하는 이미지가 뒤죽박죽 섞여있는 것처럼 보였다.

 

10년 전 처음 승마를 시작했을 때 함께 말타던 여자 선배가 있었다.그녀가 주변 사람들에게 승마 한다고 말하면 대뜸 상대방 입에서는 '애마부인'? '경마장 다녀?' 이런 소리가 튀어나와 짜증나고 속상해 죽겠다며 하소연 하던 일이 생각났다. 그러니까 8~90년 대에는 말이나 승마 이미지가 애마부인으로 단순하게 통합이 되어 대중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증명인 셈이다.

 

나의 담당 편집자는 20대 신세대 아가씨인데 '애마부인'의 전형적 에로물 이미지를 떠올렸으니 애마부인은 8,90년대만 휩쓸고 세월의 저편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어슬렁거리며 존재의 영향력을 막강하게 과시하고 있었다.이러한 현실은 '애마부인'의 탓이 아니다.첫 '애마부인' 영화 이후로 30년이 흘렀어도 아직 승마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미미하여 애마부인을 밀어낼 만큼 대중적 인식의 확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힘이 세기론 '애마부인'뿐만이 아니었다.'트로트'는 더 만만치 않았다.트로트는 온 국민이 사랑하는 대중가요 장르로서 트로트는 곧 음악이었다.여기엔 네 발 달린 동물의 걸음걸이를 일컫는 보편적 어휘로 통용되기를 기대하며 끼어들 여지는 가히 없었다. 만일 <애마부인은 트로트 하러 승마장에 간다>로 책을 냈다가는 뽕짝 얘긴줄 알고 샀는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이거 가요 아니잖아? 하고서 항의 환불 사태로 출판사가 초토화 되고 나 역시 곤욕을 치루게 될 미래가 훤히 보였다.

 

결국 애마부인과 트로트의 권세에 밀려 깨갱 하고서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뭐 제목으로 안 쓰는 거야 마음을 접으면 그만이지만 다른 억울함은 남았다.승마인으로서 내가 알고 있는 진정한 애마부인이 얼마나 많은가? 애마아저씨도 말할 것도 없다. 말을 사랑하여 매일 엎으려 말 발굽을 파주고 털 손질을 하고 똥삽질도 '사삭' 마다 않는 건전한 애마인이 그 이름도 당당한 애마부인,애마아저씨 라는 제이름값을 찾지 못하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우여곡절을 겪고 나니 구관이 명관이라고 처음 떠올렸던 제목의 장점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할방이 1차 편집자의 책임감을 다 하는 것처럼 제목을 수정해서 완성해주었다. 유니콘이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나서면 너무 두드러지니까 '우리는 지금'과 '~거닐고 있다.'라고 배열된 사이에 '유니콘의 숲'을 넣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의미는 살아나면서 더욱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가 배어나와 내 마음에도 들었다. 오늘에 이르러 승마에세이 제목을 <우리는 지금 유니콘의 숲을 거닐고 있다> 라는 현재진행형 문장으로 걸게 된 사연이다. 세상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곳이 된다. 에로,호러,멜로,환타지,액션...당신은 어떤 장르를 좋아하시는지.

 

말도 마찬가지겠죠.기왕이면 고귀한 신성을 지닌 천상의 동물로 바라볼 때 우리는 천복을 누릴 준비가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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