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에 따끈따끈한 새책이 집에 도착했다.숱한 나날 컴퓨터 화면에서 흘러다니며 나를 괴롭히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단장하고 나오니 벅찬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표지의 가운데 박힌 아마르의 얼굴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이 책이 존재하는 한 아마르가 세상 구석구석 돌아다니겠구나 생각하니 평소 신세만 지던 녀석의 잔등에 빛나는 날개를 달아준 것만 같다.어디고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렴.아마르는 책이 만들어지는 동안 아명이었던 깐돌이를 허물처럼 벗어버리고 새로 얻은 이름이다.우리는 말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

 

앞표지 띠지를 장식하는 사진틀 안에는 말 친구 사총사 장군이,아마르,태풍이,칸타빌레(왼쪽부터)가 찬조출연(?)했다.뒷표지 띠지에 나오는 말은 칸타빌레다.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할방님에게 조촐한 축하라도 하게 케잌을 사오라고 했다.케잌을 고르고 나니 점원이 초를 몇 개 드릴까요? 물었다고 했다.누구 생일도 아니어서 할방님은 적당히 달라고 해서 들고 왔는데 과연 케잌에 몇 개 꽂을까 고민하는 일은 내 몫이 되었다.나는 잠시 생각했지만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다섯 개를 꽂았다.그리고 이렇게 말했다."하나는 나,하나는 당신,그리고 칸타빌레,아마르,엘도라도를 위한 초야!" 촛불에 불을 밝히니 가족이 모두 모여 축하를 하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책의 출판담당자들이 보았을때 나는 호락호락한 저자가 아니었다.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떴다 작가님'이 되어 출판사 사무실에 찾아가서 이건 이리 고쳐달라 저건 저리 고쳐달라 까타리나의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그래놓고 살펴보니 글자 위치 하나를 바꾸고 삽화의 선 하나를 수정하는 데도 수십 번의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것을 보고 이 얼마나 고된 노동이냐 싶었다.글자 받침 하나,점 하나의 오류도 잡아내는 교정작업 역시 말할 것이 없다.인쇄소에도 찾아갔다.감리를 보기 위해서다.나의 책은 독일제 하이델베르크라는 기계를 배정받았다.가기 전 나는 작업대 앞에 서기만 하면 쌍심지를 켜고서 뭘 요구해야지 단단히 벼른 상태였다.그러나 야간작업시간 침침한 조명 아래 머리가 석류알처럼 터져버릴 것 같은 독한 잉크 냄새 맡으며 한치의 빈틈도 없이 몰입한 인쇄전문가와 조수작업자들의 노동을 바라보니 그만 숙연해져서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조용히 물러나왔다.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고하신 모든 출판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지금 유니콘의 숲을 거니고 있다> 책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서문 마지막 문장을 빌어 이 글을 맺으려 합니다.

 

- 이 책이 나의 곁에 찾아와 머물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모든

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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