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지인들로부터 거기 다녀왔단 소리를 하도 들었던 터라 궁금한 곳이었는데 계획에도 없이 우연하게 들르게 되었다.

조양방직에 도착했으나 주차장이 만차라 근처 공영주차장으로 가라 해서 가보니 널널했다. 덕분에 동네를 좀 걸어서 가야했다. 주변 동네 풍경은 개발과 거리가 먼 시골 읍내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간 순간,,,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날아가 막 도착한 것만 같았다.
와~ 와~
놀랍다 !

엔틱 소품 전시의 끝판왕인가!
현실 세계에서 사라진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봐도봐도 끝이 없다.
그런데 뭐 눈에 뭐만 들어온다고 했던가?
말과 승마에 관련된 물건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말 모형 위의 말 안장은 지금이라도 꺼내다가 사용해도 될 정도이다.


하얀말
청동말

사진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넘쳐나는 말을 보니 아무래도 이곳 주인은 말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마부츠 삼총사
함께간 친구가 부츠 안에 넣은 나무를 무척 탐냈다.
탐낼만 하지
나도 신문지 뭉쳐서 채워두니깐 ㅎㅎ

다음에 다시 오면 제대로 탐색을 해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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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서 있는 입간판에서 말이 환영한다.


커다란 나무 주변이 모두 주차장이다.
넓직하고 나름 구획도 정리해 놓았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흰 컨테이너가 클럽하우스이다.
첫 방문을 했을 때 이곳에서 상담을 받고 승마 이용 규정에 대한 쓸 것을 쓰고 해야 한다.

내부의 모습은 이렇다.
겉보기와 달리 매우 고급지다.

유니콘 승마클럽 대표는 승마 선수란다.
알아볼 사람만 알아보게 상패가 진열되어 있었다.

접수를 하고 오늘 내가 탈 말이 준비되는 동안 승마클럽을 둘러보기로 했다.

어린이 놀이터.
말을 타지 않아도 즐겁고
말을 타고서 이곳에서 놀면 더 즐겁겠다.


야외 대마장 풍경이다.
스포츠로서의 승마 종목 규격을 갖추어서 승마인에겐 꿈의 그라운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바닥의 질도 우수하다. 긋~~!

승마하는 모습을 관람하는 갤러리를 위한 시설 ~!
승마 관람은 타는 것 못지 않게 즐겁다.
차나 음료를 마시며 가족이나 지인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


말들의 주거 환경이 어찌 되는지 궁금해졌다.
늘 말의 복지 시설이 잘된 것이 최고의 승마장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다.

오랜만에 맡아본 건초향에 황홀한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말이 운동한 후에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원적외선 찜질기까지 갖추었네.

나무 울타리 안은 말 운동기구이다.사람이 탈 수 없을 때 운동시킬 수 있는 워킹머신.

사람을 태우기 위하여 출근한 (?) 말 친구들.
이곳에서 안장을 매고 푼다.

실내마장도 회원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넓은 실내 운동장은 날씨에 지장받지 않고 운동할 수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만하면 매우 훌륭하다.

운동 끝나고 샤워, 탈의를 할 수 있는 시설도 최신식이다. 여자들의 로망 다이슨 헤어기기까지~ ㅋㅋ

오늘의 애마는 검동이 !
순둥순둥 편한 말 ^^
실내에서 운동 끝나고 사진 찍으려고 야외마장 데려갔는데 거기서 또 운동하자는 줄 알고 검동이가 싫은 티를 냈다. 달래서 사진 몇 컷 찍고  수장대로 곧 데려가니 검동이 표정이 재미있다.
‘어 정말 더 안 타는 거 맞아? 밎을 수가 있어야지 ~’
반은 안도하면서 반은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이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직원분들도 모두 친절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클럽하우스에 전시된 소품들이 멋지다 .

집에 가기 위해 차 있는 곳으로 오다 보니 훤칠한 플라타너스가 반긴다.
10년도 넘었는데 베어지지 않고 우뚝 서서 잘 자랐구나.
이 나무는 블로그에 언젠가 포스팅 했던 < 바람이 나무는 플라타너스> 의 바로 그 나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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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한강승마클럽에 다녀왔다.
5월은 말타기에 너무나 좋은 계절 아닌가!
그러나 말탄지 너무 오래 되어서 엄두가 나지 않아 타지는 못했다. 대신 승마 지인들과 만나 회포를 풀고 지나간 추억도 떠올리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칸타빌레가 떠난 시간이 2018년 6월이다. 그 시간으로부터 만 4년이 흘렀다.
4년이 지나서 가보니 한강승마클럽(이하 한강)이 달라진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 달라진 점을 이전과 비교하는 글을 올려보려고 한다.

전체적으로 전문적인 업그레이드가 되어 환경이 좋아졌다.
시설, 말, 코치, 프로그램 모든 면에서 그렇다.

내가 어느 승마클럽에 가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마필의 상태가 어떠한가이다.
영양상태가 좋아서 보기 좋게 살이 올라있고, 윤기가 나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게다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마방 밖으로 머리를 쏘옥 내민 말을 보면 네가 참 편안하구나! 근심과 괴로움이 없구나 싶어 안심이 된다.
심신이 편안한 말은 사람을 잘 태우고 즐겁게 해줄 수가 있으니까.

예전에 비해 마방도 더 늘어났고, 그만큼 말들도 많아졌다. 보니까 웜블러드가 많고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코치님 얘기론 한강이 장애물 전문 승마클럽으로 비전이 있다고 한다.
건너편 마방에는  더러브렛과 포니도 귀여운 자태를 한껏 뿜뿜 했다.

한강은 모두 3개의 마장이 있다.
하나는 야외에 지어진 반실내마장이다. 지붕은 있지만 벽은 뚫려 있는 구조다.
내부에는 원형 트랙이 설치되어 있어 어린이 체험이나, 유소년 승마, 왕초보 교육 시설로 사용되고 있었다.

야외마장은 그야말로 상급자 운동장이라고 할 수 있다.규격마장은 아니다.
앞파벳도 선명하게 마장 구역 표시가 보인다.
운동장 바닥의 모래 상태도 적당하니 괜찮아 보인다.
이곳에서 말을 타면 사방으로 가드닝이 잘 가꾸어진 예쁜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어서 힐링이 된다. 새들도 엄청 지저귀고 주변이 논이어서 바람도 막힘없이 시원하게 지나간다.

실내마장은 가장 실용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공간이다.역시 규격마장은 아니다.
일년을 지내다 보면 비오고 바람부는 궂은 날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날 실내마장은 얼마나 아늑한가?
궂은 날 말을 탈 기분은 아니지만 말 아이들 기분전환 시키고 운동시키려고 이곳에 풀어놓고 차 마시며 구경하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밖에 방문객과 회원을 위한 편의시설이 승마클럽 여기저기에 많이 늘어나 있었다.
그 중에 최고는 야외마장을 갤러리 할 수 있는 통유리 카페다. 더운 날 에어컨 공기 쐬면서 커피 홀짝거리며 바깥에 말타는 거 구경하는 재미가 최고다!


승마를 배우려면 코치진(3명)에게 상담을 거친 후에 말을 배정받아 코치의 레슨이나 감독을 받으며 기승할 수 있다. 들어보니 합리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쉬운 점은 모든 기승은 오후 5시에 종료한다고 한다. 이 마감시간은 겨울엔 맞지만 여름엔 절대 아니다. 여름엔 5시나 되어야 비로소 말탈 수 있는 온도가 된다.

한강에서 나오기 전에 예쁘게 가꾸어져 있는 식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높은 안목과 재능을 지닌 안주인의 손길이 구석구석 미치지 않은 곳은 없다.

승마를 하고 나면 배도 엄청 고프고 지인들과 차 마시고 뒤둘이 할 일도 많다. 그런데 한강 근처에 좋은 카페나 식당도 많이 생겨났다. '왜 내가 떠나고 나니까 이렇게 좋아지냐고요?'
이렇게 투덜대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다시 다니면 되겠네 .
올해는 어려울 거 같고 내년쯤?
꼭 그리 되었으면 좋겠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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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정확하게 이틀 남았으니 사실 '2020년에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다'는 제목이 무색하기는 하다. 그래도 굳이 2020년이라고 우기는 심정은 연초에 카카오톡 프로필에 '나를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여정'이라는 거창한 문구를 올리고 12월초까지 그대로 뒀다는 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이 여정을 위하여 블로그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결론에 도달한 것이 올해의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블로그를 시작한 동기가 승마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리모델링한 나의 일상을 기록하자는 거였다. 그렇게 소소하게 출발한 블로그 생활은 당시 내 인생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생활에 생기와 활력을 더했다. 말 세 마리를 키우면서 느꼈던 폭풍과도 같았던 감정과 생각들이 지칠줄 모르고 포스팅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포스팅 올렸던 글을 모아 책도 한 권 냈다. 

 

세월이 지나가면서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의 운명이 그러하듯 나의 말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무지개다리를 건너 나를 덩그러니 남겨둔 채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말들이 떠나고 나자 블로그를 계속해야만 하는 동력을 잃었다. 점점 방치된 블로그는 방문자도 뜸해지면서 폐가처럼 고즈넉하고 황량했다.

 

그러는 동안 내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승마를 하는 동안 중단했던 일도 다시 시작해서 엄청 바빠졌고, 일하는 몸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춤도 추었다. 춤과 글은  내 인생의 두 개의 수레바퀴다. 이 두 개의 바퀴만 있다면 인생에 비바람이 치고 폭풍이 휩쓸어도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가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승마는 나에게 춤이었다. 낯선 존재와 교감하며 빚어내는 몸짓의 향연이라고 할까?

 

나의 인생에 그런 향연이 다시 찾아왔다. 탱고다.

 

하필이면 새털처럼 많은 인생의 나날 중에 팬데믹에 휩싸인 코로나 세상이 도래했을 때 탱고를 시작했단 말인가? 인생의 아이러니다.이 또한 운명이려니 생각한다. 탱고를 시작하고 보니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방치해 두었던 티스토리 블로그가 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한 10년 탱고 이야기를 써볼까

 

결국 블로그는 내 존재의 집이구나 깨닫게 된다.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곳, 떠나기 위하여 채비하는 곳...

그렇게 블로그는 편안하고 안전한 나만의 공간이었던 거다.

언제까지나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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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점령한 듯하다. 눈으로 볼 수도 없는 그것이 최고의 존재감을 뽐내더니 성큼 내 코 앞에 다가왔다. 나는 현재 일시 휴업 상태다. 내 주요 일상이 멈추니 잠시 망연자실해진다. 집안을 휘휘 둘러보다가 <일의 기쁨과 슬픔> 이라는 책이 유난히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금의 처지에서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던가 생각해보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보니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있으며 현재의 사태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어떻게 해야 가벼워질 수 있을까만 궁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소설집에는 총 8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겪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인데 그 중에서 <다소 낮음> 이라는 소설에 대하여 말해보고 싶다.

 

 주인공 장우는 홍대앞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이다. 1집 앨범을 하나 내기는 했으나 그닥 팔린 것도 아니다. 그래도 자신의 음악에 반해 열렬한 팬이었던 유미와 함께 살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어느 날 장난으로 아버지가 사준 낡은 냉장고 앞에서 기타를 두들기다가 만든 '냉장고송'을 유미가 유튜브에 올렸는데 대박이 나서 장우에게 성공의 기회가 눈앞에 찾아왔다.

 

  유미는 성공의 확신과 희망으로 들떠있고 곧 어떤 기획사로부터 연락이 와서 '냉장고송'을 음원제작 하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장우의 입장에서는 장난으로 만든 노래 같지 않은 노래를 상품화 시킨다는 것도 께름찍하고 , 현재의 인기를 밑천으로 앨범을 급조하여 낸다는 것도 도저히 음악가의 양심으로 용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거절하고 만다.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찬 장우를 용납할 수 없었던 유미와는 갈등이 커지고 유미는 집을 나간다. 유미가 집을 나간 계기는 장우가 난데없이 비숑프리제 강아지를 사서 안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유미 입장에서는 남자친구의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다고 느꼈을 것이다. 지금 전기요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형편에 어쩌자고 몸값도 비싼 귀한 개를 들인단 말인가? 그 일이 기획사 제안을 거절한 직후라 유미의 충격은 더더욱 컸을 것이다.

 

장우가 눈꺼풀에 콩깍지가 씌었던 그 순간을 책에서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저 개는 내가 대체 누군 줄 알고 이렇게 반기는 걸까. 말 못하는 짐승의 마음을 들을 수는 없지만 장우는 저 개가 분명히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눈빛이 가능할 리 없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네가 너여서 좋다는 그 눈빛. P.116

 

  입양한 비숑프리제는 보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유미는 집을 나가버렸고 보리를 데리고 다니는 장우가 미쳐버렸다고 사람들은 수군댔다. 그래도 장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우는 새 곡을 쓰기 시작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2집에 수록할 곡들이었다. 곡이 완성되면 보리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보리는 장우의 기타 반주만 들으면 꼬리를 치면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가끔 고개를 쭉 빼고 늑대처럼 울부짖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언제나 장우와 눈을 마주쳤다. 보리가 솜사탕처럼 동그란 얼굴을 하고서는 장우를 쳐다보고 헥헥거릴 때면 장우는 한없이 벅차올랐다. 말 못하는 짐승이 말 대신 보내는 그 신뢰의 눈빛을, 장우는 좋아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 본문 P.118

 

 이 대목을 읽으면서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도 살아온 인생의 나날 어느 때쯤 겪어보았던 감정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가 세상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거부한다고 느낄 때 아무런 조건 따지지 않고 바라봐주는 동물 친구의 눈빛에서 인정과 ,지지, 신뢰, 응원을 발견하게 되면 나도 역시 조건 따지지 않고 동물을 나의 세계로 깊숙이 끌어들이게 된다.

 

  내가 거지이든, 흙수저이든, 못생겼든, 공부를 못하든 아무런 상관없이 바라봐주고 대해준다는 것은 매력적인 것을 넘어 황홀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이 뭔가 무책임해 보이고 막무가내스러운데 입양을 하는 까닭은 돈과 성공이 절대선이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살기 위해 숨쉬고 싶은 갈망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오래 전에 소설에 나오는 보리처럼 나를 바라보는 동물에게 콩깍지가 씌워져 입양을 한적이 있다. 하필이면 그 동물이 말이어서 그후로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동물과 인연을 맺고 만난 세상에서 느낀 수많은 감정과 의미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보리는 얼마 못가 병으로 죽고만다. 그렇다고 해서 장우가 심하게 망가지는 일따윈 없다. 보리의 죽음을 수습하고 돌아와 낡은 냉장고 옆에서 있어야 할 곳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아무래도 장우는 보리를 떠나보낸 상실감을 예술의 에너지로 승화사켜 멋진 음악을 만들어낼 것 같은 예감이다. 그리하여 장우가 자신의 음악세계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나 인정받고 이 정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란듯이 성공하고 떵떵거리며 살기 바란다. 장우는 살면서 자신이 힘들어질 때 한없는 신뢰로 바라보았던 보리의 눈빛을 떠올리면서 다시 추스리고 나아갈 것이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보리와 같은 따뜻한 눈빛을 보내준다면 , 그 역시 장우처럼 자신의 정원에 눈빛의 주인을 초대할 것이며 이 일은 두 존재 모두에게 구원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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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에 한강에서 장제하고 올해 3월 송암에서 처음 장제를 했다. 송암 담당 장제사가 장제하려다 칸타가 무시무시하게 발길질을 해대서 삭제만 겨우 하고 포기했다.
결국 박건영 장제사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장제를 했다는 거다.
칸타가 자기를 막 다루는 사람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아 기쁘다. 박장제사에게는 말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장제사라고 치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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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사진은 1월 5일에 부었다고 연락 왔을 때 사진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지나 오늘인 1 월 12일에는 예전처럼 좋아졌다고 한다. 패덕에서 건초 먹는 칸타가 여유로워 보이고 다리도 날씬하니 부기가 쪼옥 빠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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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알팔파 앤 티모시>를 사랑해주신 독자님께 알립니다.

 

2015년 8월 5일부터 블로그가 비공개로 전환되어 운영됩니다.

 

2010년 5월 19일 <깐돌의 탄생>이라는 글로 시작하여

 

2015년 7월 2일 <안녕 아마르> 라는 글로 마칩니다.

 

이후로는 주인장의  삶의 통찰과 사유를 기록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렵니다.

 

지금까지 블로그를 하면서 저의 사랑하는 말들과 경험했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와 사진을

 

독자와 공유하는 일은 즐겁고도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늘 방문하시어 열심히 읽어주신 독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마지막 인사를 대신합니다.

 

앞으로 저는  애마 칸타빌레를 돌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나갈 겁니다.

 

방명록은 열려 있으니 언제라도 안부글은 남길 수 있습니다.

 

독자님이 어디에 계시든 곁에 있는 말과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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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것은 별들이 아니리라

 

먼저 세상을 떠난 우리의 사랑하는 이들이

 

우리를 내려다보면서

 

자신들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우리에게 빛을 내려보내는

 

천국의 입구이리라

 

 

 

- 이누이트 족 전설

 

('아마르' 라는 이름을 발견했던 시집을 다시 뒤적이는데 이 구절이 내안으로 들어왔다.)

 

 

 

 

아마르 고마워!

 

하고많은 사람 중에 우리에게 찾아와

 

수많은 기쁨을 선사했지

 

네가 아니었으면 결코 몰랐을 감정들이야

 

 

원래 너는 우리 소유물이 아니었다

 

그저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나타났다가

 

왔을 때처럼 홀연히 떠나가버린

 

 

7년 동안의 사랑

 

 

신의 선물이었다

 

 

세상 사람에게는

 

말도 아낌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었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너를 기억하면서

 

영원한 사랑을 잊지 않을 거야

 

 

잘가라 아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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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르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 보름 되던 날 다른 곳에서 지내던 태풍이가 돌아왔다.

 

 

 

 

 태풍이가  한강에 돌아오던 날 자기가 타고 있던 트레일러가 한강클럽 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길고 높은 말울음 소리를 연거푸 질러댔다고 한다. 태풍이는 과거에 자기가 살던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시각 나는 칸타를 실내마장에 풀어놓고서 태풍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할 시각이 다 되어가는데 칸타가 괜히 꼬리를 치켜들고는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기쁜 감정의 표현이었다. 나중에서야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태풍이 울음소리를 듣고서 기뻐했다는 것을 알았다.

 

 

 

 

실내마장에서 몇년 만에 다시 만난 태풍이와 칸타는 서로 머리를 목에 기대고 인사를 나눈 후 함께 걸어다니며 놀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마주들이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태풍이는 나에게 특별한 말이다. 나의 첫 애마 바람이와 기꺼이 즐겁게 놀아주었으며, 칸타와도 아마르와도 제각각의 방식으로 절친이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태풍이가 아마르도 떠나고 헛헛한 이때에 건강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와 칸타 곁에 서있으니 참으로 든든하다.

 

 

 

 

 든든한 태풍이가 있으니 칸타 걱정일랑 내려놓았다. 덕분에 요즘 나는 마음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태풍이가 건강하기를 …

 

 

 

 

 칸타가 건강하기를……

 

 

 

 

건강한 말들을 보면서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상 모든 말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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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르가 유월 초하루에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월요일 오전에 마방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아마르를 발견하고

 

  수의사에게  연락하니 장이 꼬인 상황으로 보인다며 긴급하게 달려왔습니다.

 

그 사이 병원으로 이송할 상황에 대비  말 트레일러도 요청하였습니다.

 

 마장에 부랴부랴 가니 아마르는 여전히 앞발로 땅을 긁으며 고통을 호소하였습니다.

 

마장에 도착한  수의사가 직장검사 후에  위세척을 실시하여 고통을 경감시키고

 

아마르는 이천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병원에 도착 후 다시 아마르의 상태를 확인하고 개복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마르가 수술실에 들어갈 때까지 제가 곁에서 지켜주었고 수술은 5시 30분 무렵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후로 남편과 한강클럽 원장님 내외분이 속속 동물병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수술진이 최선을 다했으나 아마르는 저녁 8시 무렵  이 세상과의 인연을 놓고 말았습니다.

 

사인은 산통 중에서 소장이 꼬인 소장폐색이었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저희 부부는 지난 7년 동안 극진한 사랑으로 키워온

 

아마르와 갑작스런 이별을 하게 되어 깊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아마르는 우리에게 찾아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기쁨을 안겨주었고

 

 많은 분들로부터 분에 넘친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 세상으로 가는 날에도 여러 사람이 최선을 다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떠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

 

밤새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오열한 우리 부부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절없이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

 

녀석이 건너갈 무지개다리가 뜨기에 좋아보이는 하늘이었습니다

 

크고 푸르른 나무 아래 땅을 깊이 파고 아마르를 묻어주었습니다.

 

 들꽃묶음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물건을 함께 넣어주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남아있는 아마르의 어미 칸타빌레에게  못다한 사랑을 이어가며 슬픔을 이겨낼 것입니다.

 

 

 

 

 

J&C동물병원 의료진과 말 트레일러 조사장님의 노고와 성의, 한강클럽 원장님 내외분의 위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아마르를 가까이서 지켜보아주신 클럽가족과 회원님들, 박 장제사님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아마르를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께 거듭  감사드리며

 

아마르의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아마르 마방)

 

 

 

 

 

                                                 

                                                   ( 한강클럽 사모님께서 마방에 놓아주신 화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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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어제 승마장에 가니 새로 만든 의자그네가 설치되어 있었다. 포도넝쿨이 매달려 의지하던 쇠봉에 그네를 달았다.


그네에 앉으니 야외마장에서 운동하는 모습도 구경하기 좋았고 옆으로 보면 방목장에서 말이 노는 상황도 잘 보였다.

해가 점점 옅어지고 부드러워지는 늦은 오후에 그네에 몸을 실으니 햇살마저 흔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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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이라도 나타났는가? 나와 조코치가 사진 찍느라 바쁘고 아마르와 칸타도 시선집중이다.

 

 아이들 방목시켜놓고 쉬는데 레이가 나타났다. 꽁무니에 마차를 달고 위풍당당하게 말이다. 마차는 원장님의 DIY 작품이다. 리어커를 개조하여 만들었고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레이도 마차끌기 적응훈련 중이다. 관리사가 모는 마차가 지나가길래 손을 들어 세우고 태워달라 했다. 그래서 마부 옆자리에 올라타게 됐다. 눈앞에 레이의 귀여운 엉덩이가 씰룩쌜룩, 들썩들썩 하는 모양이 보이고 레이가 옆눈질로 힐끔거리는 것도 보였다. 큰 마차도 타보았지만 훨씬 재미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말이 있으며 옆으로 뛰어내려도 될 것 같은 아담한 좌석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아는 말이 끄는 마차에 탔다는 점이 재미를 더했다.

 

 칸타는 왠지 살짝 경직된 표정이다. 왜일까?

 

 

마차도는 트랙이 옥수수,고추,감자,보리 등을 심어놓은 밭 옆이라 그런지 자꾸 시골에서 달구지나 경운기에 올라타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생각이 났다. 폼은 전혀 안 나지만 털털털 하는 게 재미있어 어린이들이 타면 꽤 즐거워할 것 같다. 말산업에서 이야기하는 농촌형 승마체험장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현재 레이 마차 면허증(?) 소지자는 원장,관리사,코치 단 3인이다. 마차말도 출발과 정지,이행,방향전환,속도조절에 능란해야 한다. 그러려면 레이가 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숙달되기까지 레이에게 마차끄는 일이 기분좋은 경험으로 각인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마차제작자 원장님의 마차 드라이브. 마차를 모는 동안 아주 행복해 보이셨다. 이 순간만큼은 승마장 운영의 모든 시름을 잊으신 듯 ㅋㅋ~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레이.

 

 레이를 마차에서 풀어주고

 

 마차는 차고지(?)로 들어갔다. 너희는 누구세요?

 

 마차 돌아다닐 때는 몰랐는데 사진을 보니 칸타 얼굴에 걱정이 서려있다. 요상한 (?) 물체에 탄 엄마가 걱정일까? 아니면 '레이 아가에게 대체 무슨 짓을 시키는 거야?' 하고 레이 걱정을 하는 걸까? 아니면 '혹시 나에게도 저런 거 시키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라도 ㅎㅎ ~

 

 

 

​아마르는  호기심천국이다. 저건 뭥미???

 

 

​한바탕 태워주고 부렸던 마부에게 칭찬듣는 레이.

"야 ~ 너 잘하는구나!"

 

로마 전차부대 소속 말 못지않게 당당하고 기개가 넘치는 레이의 자태.​

​힘이 얼마나 넘치는지 마구 달리려고 할 때는 여자힘으론 감당이 안된단다. 그래서 당분간 여자마부 사절 방침이 내려졌다. 아무렴 나는 마부가 몰아주는 마차 타는 일이 더 좋다. 문학에서만 보던 안타 카레리나나 마담 보바리 부인처럼 마차 타고 어딘가로 가는  상상을 해볼 수 있지 않은가.

 

​'아빠가 좋다고 타고 가네!'

 

​아빠 왈 "아니 이렇게 편하고 재밌는데 마차 타지 말은 왜 타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칸타가 이러지 않았을까. "진심이야 아빠? 내일부터 안 태워줘도 돼?" ㅋㅋ ~

 

앗! 대단민국 국방부에서도 레이 마차훈련을 시찰하고 감독하라고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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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르 마방굴레에 연결된 줄이 쇠사슬이다. 보통 나일론이나 면 등의 소재를 쓰는데 아마르가 매어 있는 동안 껌씹듯 씹어 끊어놓는 통에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씹지 못하도록  전용줄을 만든건데  굴레에 연결되는 부분은 쇠사슬로 하고 벽에 고정되는 부분은 일반 나일론으로 그리고 고리와 쇠사슬은 플라스틱 소재의 고정 끈으로 연결해서 결국  끊어지는 기능에 합당하도록 만들었다. )

 

 

아마르는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두 귓구멍 입구를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면 갑자기 온몸의 맥이 풀리는지 사르르 녹아내려 머리가 점점 내려간다. 녀석의 그런 반응이 참 재미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다가도 아마르가 머리를 내밀고 있으면 괜히 만지곤 한다.

 

 

(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승마장 말들은 모두 마방 복도 가운데 서서 양쪽으로 줄을 달고 하염없이 잘 머문다. )

 

 ​목욕을 끝내고 몸이 거의 마를 무렵 마방 앞에서 마무리 몸단장을 한다. 헝클어진 갈기를 단정하게 빗고, 구절 주위의 물기를 수건으로 문질러 닦고 발굽에 제유를 바르는 일 등이다.  할방님이 브러시로 아마르 귀 주면을 긁어주니 아마르가 눈을 지긋이 감고 입술이 부드러워지다 못해 아랫입술은 축 쳐져내린다. 머리는 무겁다는 듯이 점점 아래로 내려온다.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

 

 

 

​세계 3대 행복론으로 꼽힌다는 <알랭의 행복론>의 프롤로그에 '행복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진 세로토닌은 두뇌화학 물질 중의 하나입니다.' 라는 말이 나온다. 현대인에게 '행복의 추구'는 중요한 화두이기에 세로토닌 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엄마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때도 세로토닌 호르몬이 나온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 그 호르몬이 중요한 까닭은 기르는 동물을 쓰다듬어줄 때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쓰다듬어주는 사람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다. 김정운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라는 책 p. 71에는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피부접촉을 통한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 스킨십이 박탈된 상태에서 자란 원숭이는 면역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불안증세를 보이다 일찍 죽는다. 새끼 쥐를 둘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는 물을 묻힌 붓으로 피부를 계속 자극해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그저 먹을 것만 제공했다. 물 묻힌 붓은 어미 쥐가 혀로 핥아주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보였다. 먹을 것만 제공받은 쥐는 불과 몇 주를 못 버티고 죽은 반면, 붓으로 계속 자극해준 쥐는 건강하게 살아남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만져주며 위로해주는 중환자실의 생존율은 다른 중환자실의 생존율에 비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지난 십여 년 말 세계에서 지내는 동안, 나의 반려마를 비롯하여 다른 자마,클럽마들이 다치거나 병난 사례를 자주 접했다. 참 신기하게도 아무리 심각하게 말이 다치거나 아파도 주인이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는 말은 대부분 회복이 되었다. 그러나 무관심 속에 방치된 말은 상태가 점점 악화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모습이 많았다. 그런 현상을 내 나름으로 해석하자면 사랑받는 말은 '주인이 저렇게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니 어떻게든 살아봐야겠다.' 하는 삶의 의욕이 솟으면서 회복에 필요한 신체적 물질이 잘 분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방치된 말은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는데 살아서 뭐하나, 이 참에 더 망가져서 그냥 죽어야겠다.' 이런 자포자기에 빠지니 면역시스템도 가동되지 않는 것 같다.

 ​

 

 

 

어린 시절에 할머니나 엄마는 아기가 아프면 '할머니(엄마) 손은 약손 ~' 하고 운율있는 멜로디를 들려주며 아픈 머리나 배를 손으로 살살 문질러주셨다. 그 기분좋은  경험을 많은 사람이 해보았으리라 .

말 그루밍 하는 일은 무척 기분좋은 일이다. 물론 바쁘거나 피곤할 때는 '이거 참 시중들기 힘들어서 원, 몸종이 따로 없네' 싶은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여태 말 그루밍 좋아하는 것은 그 과정이 나와 말에게 행복한 감정을 선사하기 때문이다.아! 아까 김정운 교수의 저서를 잠깐 인용했는데 그 내용의 맥락을 좀 소개한다.  현대인은 서로 만지고 만져지는 자극이 결핍되어 문제라는 거다. 만지는 행위는 상호작용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이를 바탕으로 정서공유가 이루어지며 나아가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갓난아기 이후로 접촉이 부재한 단절의 상태로 대부분 지내기 때문에 '피부자극결핍증후군'으로 인한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가 범람한다는 분석이다.

우리 사회도 점점 나홀로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가족과 단절되어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개인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토록 외로운 세상에서 체온을 나눌 수 있는 반려동물의 존재는 소중하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타적 사랑, 자비의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지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알랭의 행복론

저자
알랭 지음
출판사
빅북 | 2010-09-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2010년 문화 및 지식인들이 선택한 문화 키워드 '행복'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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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저자
김정운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5-04-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의무’만 있고 ‘재미’는 잃어버린 이 시대 모든 남자들을 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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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날씨가 너무도 좋았다. 밖에 나와 아이들 풀어놓고 앉아 온몸으로 날씨를 음미했다. 그러자  그동안 내가 용서치 못했던 모든 일을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화창한 날씨 아래서는 익숙한 사물도 다르게 보인다. 현재 마분간 파티션으로 쓰이는 분홍색 큐브의 축조 모양이 꼭 읍성의 성곽 같다. 고창읍성,해미읍성 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는 봉성읍성이라고 하면 맞겠다.

 

 

 

 

​봉성산의 자태다. 평소 한강 제방도로를 따라오다가 봉성삼거리에서 좌로 꺽어지면 승마장 초입이다. 삼거리에 다다를 무렵 봉성산이 떡 하니 버티고 선 모습이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 산은 저리도 못생겼을까. 아무리 뜯어봐도 참 못생긴 산이야'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원형방목장이 생긴 후로 산의 남쪽에서 바라보니 점점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늘은 눈에 콩깍지라도 씐 것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명산처럼 보였다. 그동안 못났다고 초라한 동네 뒷산취급하던 나의 태도가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아마르에게 묻고 싶다. '같은 티모시라도 밖에서 먹으면 맛이 틀리니?'

 

 

 

 

​칸타는 티모시보다는 심각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아마 초록 보리밭을 바라보며 보리이삭에 대한 상념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어느 순간 아마르가 똥을 누었는데 칸타가 얼른 다가가서 똥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마치 똥모양이 예쁜지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살피려는 엄마 같았다. 마찬가지로 칸타가 똥을 싸니 아마르도 똑같이 했다. 친한 말사이끼리는 서로의 똥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가보다.

 

 

 

똥조사가 끝나고 칸타는 제자리로 복귀.

엄마 뭐 있어? (아마르)

 

 

 

 

 

​칸타의 자세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달밤에 큰칼 옆에 차고 시름에 잠긴 이순신 장군의 기개라도 보는 것 같다. 그런 느낌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는 이상한 망상이 마구마구 자라나 '잭과 콩나무' 이야기에 나오는 콩나무처럼 커져만 갔다. 그 망상은 무엇일까?

 

 

 

​킁킁...

 

 

 

                           .

 ​

봉성산과 마찬가지로 못난이 아카시아 나무도 점점 예뻐져간다. 훗날 방목장의 랜드마크로 우뚝 설 것 같다.

 

 

 

 

​아까부터 물댄 논을 걸어다니는 백로(?)가 우리 일행을 유심히 관찰하며 돌아다녔다. 호기심이 많아 보인다.

걸을 때마다 허공을 쪼는 것처럼 목을 늘렸다 움츠렸다 했는데 리듬감이 있고 동작이 우아했다.

​주변은 아카시아꽃이 만발해서 초록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었다. 백로도 구름 한 점 찍어다 논에다 풍경으로  보탠 것만 같다.

 

 

 

 

​하늘을 보니 점점이 떠가는 구름이 많았다. 선명한 창공을 배경으로 떠서 느리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그 중에 우리 머리 위로 떠가는 거대한 구름이 있었다. 그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니 하얀 형체가 서서히 땅으로 내려앉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럴 때 과거에 보았던 영화 한장면이 상상력에 영향력을 미친다. 어디선가 나타난 ufo가 내앞에 내려앉고 있다.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 걸까? 혹시 납치라도???

 

 

 

그러나 두려움은 일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또 하나의 망상은 칸타가 우주선의 용감한 여선장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팬스 아래에 움츠리듯 쪼그리고 바라보니 원형 방목장이 거대한 우주선이고 투명한 유리 너머에 끝도 없는 우주가 펼쳐진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 뜬 ufo에서 인간에게 포착되지 않은 주파수를 보내어 여선장 칸타님과 교신했을 것 같다. 

음 대략 이런 소릴 했다고 치자!

 

 

은하연합 S333 세라판 호의 메시지입니다. 나는 사령관 사만다입니다. 여러분의 차원에서 이해하도록 미래에서 이 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은하연합은 오랜 시간 지구별에 관여해왔습니다. 연합에서는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많은 정보를 전해왔습니다. 그 상당수는 여러분의 개념으로 인코딩한 것입니다. 나 사만다는 지금, 여기, 시간과 공간에 있으며 성취해야할 연합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하여, 지시된 명령에 따라 마지막 임무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이 메시지는 여러분이 속한 지구별 문명을 분석한 보고서의 일부입니다. !@#$%

우리들이 지구라는 혹성에 관여하고 난 후, 지구의 여러 가지 구조를 나름대로 조사하며 인류가 왜 이런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나름대로 분석을 해왔습니다.여러분은 우리가 볼 때 매우 저급한 3차원의 세계를 살고 있습니다. 3차원의 세계는 여러분이 만들어낸 세계입니다. 물질계가 3차원의 특징입니다. 3차원에서는 제한된 육체에 갇혀 살며 ,능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로 비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을 하며 살아갑니다.은하연합은 기본적으로 4차원 이상의 상태입니다. 여러분이 진화를 거듭하여 4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

 

 

 

ufo에서 이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보내오자 칸타 여선장은 마찬가지 수준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은하연합 H666의 메시지입니다. 나는 사령관 칸타빌레입니다. 지구별 진화를 돕는 임무를 수행하려고 인류가 말이라 부르는 종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은하연합 대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인류의 각성은 더디게 나아져서 아직도 지구별에 전쟁과 분쟁이 많아 유감입니다. 하지만 희망의 에너지와 파장은 강합니다.!@#$%

본디 지구별은 생명체에게 부족할 것 없이 에너지가 완벽하게 제공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에너지가 지구별로 전달되면 생명에너지가 활성화되어 그 모든 것을 취하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 원래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이 식물이라 부르는 생명은 인류에게 정말로 필요하면서 맞춤한 에너지를 제공합니다.처음엔 인류도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고 살았습니다.그러다 어느 순간 인류가 지닌 여러 에너지 중에서 유독 욕망의 에너지만을 과도하게 활성화하여 그 결과 지구와 인류 모두 균형을 잃고 병들게 된 것입니다. 현재 동물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은하연합 대원들이 인류의 삶에 파고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세라판호의 건투를 빕니다! @#$%^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말은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차원이 높은 존재가 아닐까? 사람이 못듣는 주파수대의 소리를 감청하는 것과 같은 뛰어난 감각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능력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화에 말이 고귀한 존재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의문에 대하여 당장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불만은 없다. 늘 보았던 사물이나 말에 대하여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은 새삶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신선하지 않은가? 

 아무튼 사람이 평소 사고시스템에 자발적 오류를 내어 얼토당토 않은 망상에 빠지는 일은 정신건강에 매우 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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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에 당근씨를 뿌렸으니 50일이 지났다. 당근은 잎을 제외하고서 크기가 어른 손가락 2개 길이 정도 된다. 30일이 지날 무렵부터 촘촘하게 몸을 부비며 올라오는 당근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그 무렵 당근 크기는 이쑤시개만 했다.  어린 놈부터 솎기 시작하여 한 뿌리당 간격 10센티 정도를 목표로 계속 뽑아내고 한편으로 풀 뽑아주기도 병행했다. 그러니 앞으로 팔뚝만하게 자라날 당근은 수많은 형제 당근과 풀의 생명을 보태어 길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건초뭉치에 올려놓은 당근 한 뿌리)

 

솎아낸 당근을 본 회원들이 모두 신기해하며 한 번씩은 시식해보는데 그 진한 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환상적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어떤 분은 집에 가져가 샐러드를 만들어 드셨다고 한다. 말이 먹었을 때도 그 환상적인 맛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근 바구니를 들고 우리 아이들 방으로 가려는데 말 머리 둘이 나와 있다. 당근 향기가 진동하여 향기의 진원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편의상 1번방, 2번방 말 친구라 부르겠다. 우리 아이들은 3,4번 방이다.

 

 

 

 

​아이들 간식을 들고 지나가는데 이렇게 고개를 내민 말과 눈을 마주치면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좀 덜어서 주고가야 한다. 그럴 땐 꼭 통행세를 내는 기분이다. 1번방 친구는 제 주인에게 금지옥엽처럼 사랑을 받아선지 얼굴을 내미는 경우가 별로 없고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방관자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2번방 친구는 제 주인이 찾아오는 일이 드물어서 통행세 받는 일에 적극적이다.주로 얼굴을 있는 대로 내밀고 눈으로 간절한 레이저빔 쏘아대기 수법을 쓴다. 그 전에는 좀 신사적이지 못한 방법을 썼다. 편자쇠로 바닥을 쾅쾅 치면서 시위하듯 조르는 거였다. 그럴 때 시끄럽다고 얼른 먹을 거 갖다주면 버릇이 더 나빠지게 된다.

 

내 나름의 '말 버릇없는 행동 퇴치방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내 개인용 수레(사진에서 2번방 말입 아래에 보임) 에는 각종 스프레이가 있다. 포비돈,목초액 등등이다. 어떤 말이 쾅쾅 소리를 내며 버릇없이 소란을 떨면 얼른 목초액 스프레이를 들어서 정면으로 바라본다. 정면으로 말을 보는 것만으로 압박효과가 있다. 그때 말이 부적절한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스프레이를 분사한다. 쏘는 거리가 최소 1미터는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말은 스프레이를 무서워해서 너무 가까이서 쏘면 급하게 물러나다가 다칠 수 있어서다. 보안관이 총 쏘는 것처럼 말을 겨냥하여 스프레이를 두 세번 분사하면 - 이때 총소리는 '피식' 피식' 난다 - 말도 영화에서 익숙하게 본 장면처럼 총 맞은 듯이 뒤로 움찔움찔하며 물러선다. 스프레이 효과는 정말 대단하다.(맹물 스프레이도 좋아요)  아무리 극성을 피워도 스프레이 몇 번만 쏘아주면 얌전해진다. 그때 먹을 것을 갖다준다. 나중엔 손가락으로 시늉만 해도 갑자기 바른생활 어린이처럼 단정하게 선다.

 

 

 

이 마사동에는 12번 방까지 있다. 이곳에 사는 말을 나만의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주인이 자주 찾아주는 말과 가끔 찾아주는 말, 뜸하게 찾아주는 말로 나눌 수 있다. 그래서 무슨 간식을 나누어줄 때 우리 아이들을 가장 많이 주고, 그 다음으로는 주인의 발길이 뜸한 말에게 많이 주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배분한다. 주인이 잘 오지 않는 말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2번방 친구처럼 주인이 잘 오지 않는 10번방 친구가 있다. 둘을 비교하면 말도 성격이 다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10번방 친구는 간식 나눠주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말들이 난리를 피워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이 뒤돌아서서 침묵을 지킨다. 그렇지만 어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겠는가. 그저 티 안나도록 하는 것 뿐이다. 10번방 친구가 '나 졸고 있어요'하는 척할 때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툭툭 건드리며 이름을 부른다. 한참 그러면 마지못해 그러는 것처럼 천천히 몸을 돌리고 주는 간식을 송구스러워 하는 것처럼 겸손하게 받아먹는다. 참 신사적인 예절이 몸에 배었다. 그러나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서있는 말은 아무래도 덜 얻어먹기 마련이다. 다른 회원들이 간식을 한바탕 돌리고 나서 '어 누구 모르고 안줬네'하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그래서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생겼나보다.

 

아무튼 2번방 친구는 방 하나는 자리를 잘 잡았다. 우연한 일이지만 2번방 친구는 아마르가 태어났던 옛날 다니던 승마장에서 살다 왔다. 한밤중에 둘이서 '꼬마야. 너 거기 생각 나냐? 백사슴 알아? 이러면 '내 친구였는데…   ' 이러면서 대화를 나눴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얼마나 마방 이웃으로 지내게 될지 모르지만 2번방 친구는 어디 가서 살아도 굶어죽지는 않겠다고 안심이 된다.

 

오늘은 당근 솎는 얘기로 시작하여 참 두서없는 내용을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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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오후에 할방님이 아마르를 찾아갔더니 퍼질러 앉아 졸고 있었다. 할방님은 저 입구에서부터 내는 자신의 휘파람소리에 아마르가 고개를 쏘옥 내밀고 맞아주길 기대했다. 그리곤 녀석에서 뽀뽀를 요구하며 쪽쪽거렸을 게다. 하지만 아마르는 뽀뽀는 커녕 눈은 게슴츠레 비몽사몽이었다.

 

그 모습을 본 할방님 , 손주녀석에 대해 한없이 사랑스러운 기분에 사로잡혀 '어구우우우~ ' 하며 부드럽게 어르는 소리를 낸다. 그 뒤에 이어지는 침묵 ……그 다음엔 '오늘은 졸려서 안되겠구나. 그냥 푹 쉬거라' 하는 멘트가 이어질 것 같다. 그러나 목소리톤까지 살짝 변하며 반전 멘트가 나온다. '근데 … 이 시간이 자는 시간이냐? 시간이 어정쩡한데 ...' 좀 짓궂고 악당스러운 분위기도 묻어난다. 아마르는 얼른 일어나야 하나 개기고 앉아있어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다.

 

할방님이 찾아왔을 때 아마르 마음은 반반일 것 같다. '오늘은 무슨 재미난 일이 있을까'와 '오늘은 날 어디로 끌고다니며 무슨 일을 하자고 할까' 어떤 날은 아마르가 할방님을 보고는 '허걱' 하고 놀라기도 한다.  혹시 동네 논바닥을 돌아다니며 개고생을 하려나 ,아니면 아무도 없는 초보마장가서 혼자 공부를 하게 될런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할방님이 그날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때로는 날씨와 전후사정에 따라 아마르 하루의 일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후로 할방님이 굴레를 들고 아마르 마방에 찾아갔을 때 녀석이 보이는 행동이 하나의 패턴으로 형성됐다. 일단 제 방에 들어온 할방님을 확인하고 황급히 돌아서서 자동급수기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신다. 마치 시간을 끌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염없이 마신다. 어느 날에는 아마르가 물먹기를 기다리다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와 할방님이 동시에 웃어버린 적도 있다.

 

일단 아마르는 밖에 나갈 조짐이 보이면 서둘러서 오줌을 눈다거나 똥을 떨군다든가 한다. 만일 바닥에 건초가 좀 남아있다면 부리나케 먹어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말도 밖에 나가서 활동하다가 겪을 일에 대하여 걱정도 하고 대비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일 밖에서 풀을 뜯기기라도 하면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된다는 것을 알아 입놀림이 분주하고  들어가자고 채근이라도 하면 한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입이 미어진다.

 

아마르의 반응으로 보아 어떤 훈련을 받게 되든지간에 심리적 부담을 가진다고 생각되어 하루 강도높게 기승훈련이나 내츄럴훈련을 한다든가 하면 다음 날은 그저 노닥노닥 놀게 하여 심신을 회복하고 균형을 잡도록 배려한다. 그렇다고 훈련내용이 강압적이지 않은데도 공부는 공부라서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아마르가 밖에 나와 기승운동이나 훈련을 할 때 무척 진지하고 열심히 한다. 매일 반복되는 활동을 지루하고도 힘들게 하는 말이라면 매사에 성의도 없고 자발성도 없을 것이다. 말의 성격과 마음을 많이 알고 있어서 잘 조절해주면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쉽다.

 

아무튼 아마르가 마방에서 나가기 전 하는 행동을 관찰하면 정말 유쾌해져서 안 웃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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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1 - 타르코프스키 영화처럼 카메라를 고정시킨 채 찍은 화면은 느리고 지루하게 흘러갑니다. '말들의 시간, 화창한 5월 평화로움' 을 느끼시길... )

 

 

 

어린이날에 칸타와 아마르에게 이벤트를 해줬다. 그 이벤트란 <칸타 & 아마르 사랑해!> 하고 승마장 건물 외벽에 대형현수막을 건다거나 논바닥에 글자를 만드는 등의 일과는 무관하다. 우리 아이들이 선물받은 이벤트는 바로 '야외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다. 도시락 싸가지고 소풍을 간 셈이다. 풍경은 소풍지로 그럴싸하다. 산 아래로 얕은 개울물이 돌돌돌 흘러가고, 보리밭에선 대형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양팔을 들어 흔들며 떼창을 부르듯이 보리물결이 넘실거린다. 그 순간 지나가던 바람이 우우우~ 하고 노래를 한다.

 

흘러가는 개울물이란 사실 모내기 하려고 논에다 물을 댔는데 일부만 보이다보니 마치 하염없이 흐르는 실개천처럼 보인다. 왠지 말들이 밥먹은 후에 안장을 얹고서 물길을 따라 외승이라도 떠날 것만 같다.

 

나는 아직 승마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낮 12시가  말들의 점심시간이다. 할방님은 혼자 어린이들(?) 내다놓고 건초를 날라다 밥그릇 하나에 담아주었다. 밥그릇 두 개를 갖다놓기엔 번거로웠던 모양이다. 친한 말끼리는 한 밥그릇에 함께 머리를 들이밀고 서로 얼굴 비벼가며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물도 길어다 부어주었다. 

 

화면에 보이는 말과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느릿느릿 행동하면서 뭔가 계속 움직인다. 말은 건초 한입 물고 머리를 들어 주변도 살피고 또 물을 먹으러 갔다가 다시 건초를 먹으러 오고 하면서 아마르와 칸타의 위치는 시간에 따라 변한다. 할방님은 말보다 더 분주해보인다. 아마르 훈련시킬 때도 그래 보였는데 아무튼 일관성 있어 보인다. 그는 돌 치우랴 똥 치우랴 흘린 사료 주워 담으랴 끊임없이 움직인다. 움직이며 몰두하는 모습에서 평화로운 여유가 느껴진다. 이런 종류의 분주함은 생활전선에서 겪어야하는 분주함과 차원이 다르다. 이런 일을 좀 재미나게 표현하자면 일하느라 자칫 과로하면 병원에 돈 갖다줄 일이 많아지겠지만 말들과 함께 보내면 반대로 병원비가 줄어든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정신이 건강하면 몸도 아플 일 없는 것 같다.

 

할방님은 몇시간이나 말 돌보기에서 즐거움을 누리느라 정작 본인의 위장이 텅 비어간다는 사실을 대비하지 못했다. 동영상 후반에 할방님이 전화기 만지작거리며 보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나에게 먹을 걸 갖다달라 sos 치는 모습이다. 나는 부랴부랴 가는 길에 초밥집에 들렀다가 승마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방목장 앞에 있는 할방님에게 도시락을 건넸다. 그 무렵은 아이들이 지들 건초를 다 먹고 봉다리(?)를 들고 나타난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뭔가를 부시럭거리며 꺼내어 맛나게 먹는 할방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와 저거 뭔데 저렇게 맛나게 먹지? 나도 먹고싶당' 하는 부러움이 새겨져 있었다. 나중엔 참다못해 고개를 끄덕거리며 저희들에게도 달라 요구했다. 말이 생선을 달라니 참 웃겨 죽겠네 하고서 풀이나 한줌 뜯어 먹였다. 말 먹을 때는 사람이 지켜보고 사람 먹을 때는 말이 지켜보았다.

 

할방님의 소원은 풀밭에 말 풀어놓고 그 옆에다 텐트치고 캠핑하는 것이다. 영화 <브로크백마운틴>에 보면 남자 둘이 그러는 장면이 나온다. 어쩌면 조만간 할방님이 보리밭에다 텐트치고 아마르와 칸타에게 "얘들아! 오늘밤은 밖에서 잘까?" 하면 뭐라 할까 궁금해진다.분명 칸타는 어이없고 황당할 게 뻔한데 ,아마르는 혹 …좋아하려나? ㅋ

 

 

 

 

오후에 칸타와 아마르는 각각 기승운동을 했다. 칸타는 아주 좋은 컨디션으로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아가니 기승감이 좋았다. 아마르도 잘했다고 한다. 결과가 좋은 것을 보니 이날의 이벤트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모양이다.

 

 

 

                                   (방목이 끝나고 칸타는 먼저 들어갔다. 홀로 남은 아마르)

 

 

 

 

 

 

 

 

(보리밭의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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