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오후에 할방님이 아마르를 찾아갔더니 퍼질러 앉아 졸고 있었다. 할방님은 저 입구에서부터 내는 자신의 휘파람소리에 아마르가 고개를 쏘옥 내밀고 맞아주길 기대했다. 그리곤 녀석에서 뽀뽀를 요구하며 쪽쪽거렸을 게다. 하지만 아마르는 뽀뽀는 커녕 눈은 게슴츠레 비몽사몽이었다.

 

그 모습을 본 할방님 , 손주녀석에 대해 한없이 사랑스러운 기분에 사로잡혀 '어구우우우~ ' 하며 부드럽게 어르는 소리를 낸다. 그 뒤에 이어지는 침묵 ……그 다음엔 '오늘은 졸려서 안되겠구나. 그냥 푹 쉬거라' 하는 멘트가 이어질 것 같다. 그러나 목소리톤까지 살짝 변하며 반전 멘트가 나온다. '근데 … 이 시간이 자는 시간이냐? 시간이 어정쩡한데 ...' 좀 짓궂고 악당스러운 분위기도 묻어난다. 아마르는 얼른 일어나야 하나 개기고 앉아있어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다.

 

할방님이 찾아왔을 때 아마르 마음은 반반일 것 같다. '오늘은 무슨 재미난 일이 있을까'와 '오늘은 날 어디로 끌고다니며 무슨 일을 하자고 할까' 어떤 날은 아마르가 할방님을 보고는 '허걱' 하고 놀라기도 한다.  혹시 동네 논바닥을 돌아다니며 개고생을 하려나 ,아니면 아무도 없는 초보마장가서 혼자 공부를 하게 될런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할방님이 그날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때로는 날씨와 전후사정에 따라 아마르 하루의 일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후로 할방님이 굴레를 들고 아마르 마방에 찾아갔을 때 녀석이 보이는 행동이 하나의 패턴으로 형성됐다. 일단 제 방에 들어온 할방님을 확인하고 황급히 돌아서서 자동급수기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신다. 마치 시간을 끌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염없이 마신다. 어느 날에는 아마르가 물먹기를 기다리다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와 할방님이 동시에 웃어버린 적도 있다.

 

일단 아마르는 밖에 나갈 조짐이 보이면 서둘러서 오줌을 눈다거나 똥을 떨군다든가 한다. 만일 바닥에 건초가 좀 남아있다면 부리나케 먹어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말도 밖에 나가서 활동하다가 겪을 일에 대하여 걱정도 하고 대비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일 밖에서 풀을 뜯기기라도 하면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된다는 것을 알아 입놀림이 분주하고  들어가자고 채근이라도 하면 한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입이 미어진다.

 

아마르의 반응으로 보아 어떤 훈련을 받게 되든지간에 심리적 부담을 가진다고 생각되어 하루 강도높게 기승훈련이나 내츄럴훈련을 한다든가 하면 다음 날은 그저 노닥노닥 놀게 하여 심신을 회복하고 균형을 잡도록 배려한다. 그렇다고 훈련내용이 강압적이지 않은데도 공부는 공부라서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아마르가 밖에 나와 기승운동이나 훈련을 할 때 무척 진지하고 열심히 한다. 매일 반복되는 활동을 지루하고도 힘들게 하는 말이라면 매사에 성의도 없고 자발성도 없을 것이다. 말의 성격과 마음을 많이 알고 있어서 잘 조절해주면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쉽다.

 

아무튼 아마르가 마방에서 나가기 전 하는 행동을 관찰하면 정말 유쾌해져서 안 웃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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