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날씨가 너무도 좋았다. 밖에 나와 아이들 풀어놓고 앉아 온몸으로 날씨를 음미했다. 그러자  그동안 내가 용서치 못했던 모든 일을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화창한 날씨 아래서는 익숙한 사물도 다르게 보인다. 현재 마분간 파티션으로 쓰이는 분홍색 큐브의 축조 모양이 꼭 읍성의 성곽 같다. 고창읍성,해미읍성 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는 봉성읍성이라고 하면 맞겠다.

 

 

 

 

​봉성산의 자태다. 평소 한강 제방도로를 따라오다가 봉성삼거리에서 좌로 꺽어지면 승마장 초입이다. 삼거리에 다다를 무렵 봉성산이 떡 하니 버티고 선 모습이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 산은 저리도 못생겼을까. 아무리 뜯어봐도 참 못생긴 산이야'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원형방목장이 생긴 후로 산의 남쪽에서 바라보니 점점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늘은 눈에 콩깍지라도 씐 것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명산처럼 보였다. 그동안 못났다고 초라한 동네 뒷산취급하던 나의 태도가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아마르에게 묻고 싶다. '같은 티모시라도 밖에서 먹으면 맛이 틀리니?'

 

 

 

 

​칸타는 티모시보다는 심각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아마 초록 보리밭을 바라보며 보리이삭에 대한 상념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어느 순간 아마르가 똥을 누었는데 칸타가 얼른 다가가서 똥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마치 똥모양이 예쁜지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살피려는 엄마 같았다. 마찬가지로 칸타가 똥을 싸니 아마르도 똑같이 했다. 친한 말사이끼리는 서로의 똥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가보다.

 

 

 

똥조사가 끝나고 칸타는 제자리로 복귀.

엄마 뭐 있어? (아마르)

 

 

 

 

 

​칸타의 자세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달밤에 큰칼 옆에 차고 시름에 잠긴 이순신 장군의 기개라도 보는 것 같다. 그런 느낌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는 이상한 망상이 마구마구 자라나 '잭과 콩나무' 이야기에 나오는 콩나무처럼 커져만 갔다. 그 망상은 무엇일까?

 

 

 

​킁킁...

 

 

 

                           .

 ​

봉성산과 마찬가지로 못난이 아카시아 나무도 점점 예뻐져간다. 훗날 방목장의 랜드마크로 우뚝 설 것 같다.

 

 

 

 

​아까부터 물댄 논을 걸어다니는 백로(?)가 우리 일행을 유심히 관찰하며 돌아다녔다. 호기심이 많아 보인다.

걸을 때마다 허공을 쪼는 것처럼 목을 늘렸다 움츠렸다 했는데 리듬감이 있고 동작이 우아했다.

​주변은 아카시아꽃이 만발해서 초록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었다. 백로도 구름 한 점 찍어다 논에다 풍경으로  보탠 것만 같다.

 

 

 

 

​하늘을 보니 점점이 떠가는 구름이 많았다. 선명한 창공을 배경으로 떠서 느리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그 중에 우리 머리 위로 떠가는 거대한 구름이 있었다. 그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니 하얀 형체가 서서히 땅으로 내려앉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럴 때 과거에 보았던 영화 한장면이 상상력에 영향력을 미친다. 어디선가 나타난 ufo가 내앞에 내려앉고 있다.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 걸까? 혹시 납치라도???

 

 

 

그러나 두려움은 일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또 하나의 망상은 칸타가 우주선의 용감한 여선장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팬스 아래에 움츠리듯 쪼그리고 바라보니 원형 방목장이 거대한 우주선이고 투명한 유리 너머에 끝도 없는 우주가 펼쳐진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 뜬 ufo에서 인간에게 포착되지 않은 주파수를 보내어 여선장 칸타님과 교신했을 것 같다. 

음 대략 이런 소릴 했다고 치자!

 

 

은하연합 S333 세라판 호의 메시지입니다. 나는 사령관 사만다입니다. 여러분의 차원에서 이해하도록 미래에서 이 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은하연합은 오랜 시간 지구별에 관여해왔습니다. 연합에서는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많은 정보를 전해왔습니다. 그 상당수는 여러분의 개념으로 인코딩한 것입니다. 나 사만다는 지금, 여기, 시간과 공간에 있으며 성취해야할 연합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하여, 지시된 명령에 따라 마지막 임무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이 메시지는 여러분이 속한 지구별 문명을 분석한 보고서의 일부입니다. !@#$%

우리들이 지구라는 혹성에 관여하고 난 후, 지구의 여러 가지 구조를 나름대로 조사하며 인류가 왜 이런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나름대로 분석을 해왔습니다.여러분은 우리가 볼 때 매우 저급한 3차원의 세계를 살고 있습니다. 3차원의 세계는 여러분이 만들어낸 세계입니다. 물질계가 3차원의 특징입니다. 3차원에서는 제한된 육체에 갇혀 살며 ,능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로 비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을 하며 살아갑니다.은하연합은 기본적으로 4차원 이상의 상태입니다. 여러분이 진화를 거듭하여 4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

 

 

 

ufo에서 이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보내오자 칸타 여선장은 마찬가지 수준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은하연합 H666의 메시지입니다. 나는 사령관 칸타빌레입니다. 지구별 진화를 돕는 임무를 수행하려고 인류가 말이라 부르는 종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은하연합 대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인류의 각성은 더디게 나아져서 아직도 지구별에 전쟁과 분쟁이 많아 유감입니다. 하지만 희망의 에너지와 파장은 강합니다.!@#$%

본디 지구별은 생명체에게 부족할 것 없이 에너지가 완벽하게 제공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에너지가 지구별로 전달되면 생명에너지가 활성화되어 그 모든 것을 취하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 원래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이 식물이라 부르는 생명은 인류에게 정말로 필요하면서 맞춤한 에너지를 제공합니다.처음엔 인류도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고 살았습니다.그러다 어느 순간 인류가 지닌 여러 에너지 중에서 유독 욕망의 에너지만을 과도하게 활성화하여 그 결과 지구와 인류 모두 균형을 잃고 병들게 된 것입니다. 현재 동물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은하연합 대원들이 인류의 삶에 파고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세라판호의 건투를 빕니다! @#$%^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말은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차원이 높은 존재가 아닐까? 사람이 못듣는 주파수대의 소리를 감청하는 것과 같은 뛰어난 감각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능력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화에 말이 고귀한 존재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의문에 대하여 당장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불만은 없다. 늘 보았던 사물이나 말에 대하여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은 새삶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신선하지 않은가? 

 아무튼 사람이 평소 사고시스템에 자발적 오류를 내어 얼토당토 않은 망상에 빠지는 일은 정신건강에 매우 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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