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르 마방굴레에 연결된 줄이 쇠사슬이다. 보통 나일론이나 면 등의 소재를 쓰는데 아마르가 매어 있는 동안 껌씹듯 씹어 끊어놓는 통에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씹지 못하도록  전용줄을 만든건데  굴레에 연결되는 부분은 쇠사슬로 하고 벽에 고정되는 부분은 일반 나일론으로 그리고 고리와 쇠사슬은 플라스틱 소재의 고정 끈으로 연결해서 결국  끊어지는 기능에 합당하도록 만들었다. )

 

 

아마르는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두 귓구멍 입구를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면 갑자기 온몸의 맥이 풀리는지 사르르 녹아내려 머리가 점점 내려간다. 녀석의 그런 반응이 참 재미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다가도 아마르가 머리를 내밀고 있으면 괜히 만지곤 한다.

 

 

(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승마장 말들은 모두 마방 복도 가운데 서서 양쪽으로 줄을 달고 하염없이 잘 머문다. )

 

 ​목욕을 끝내고 몸이 거의 마를 무렵 마방 앞에서 마무리 몸단장을 한다. 헝클어진 갈기를 단정하게 빗고, 구절 주위의 물기를 수건으로 문질러 닦고 발굽에 제유를 바르는 일 등이다.  할방님이 브러시로 아마르 귀 주면을 긁어주니 아마르가 눈을 지긋이 감고 입술이 부드러워지다 못해 아랫입술은 축 쳐져내린다. 머리는 무겁다는 듯이 점점 아래로 내려온다.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

 

 

 

​세계 3대 행복론으로 꼽힌다는 <알랭의 행복론>의 프롤로그에 '행복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진 세로토닌은 두뇌화학 물질 중의 하나입니다.' 라는 말이 나온다. 현대인에게 '행복의 추구'는 중요한 화두이기에 세로토닌 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엄마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때도 세로토닌 호르몬이 나온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 그 호르몬이 중요한 까닭은 기르는 동물을 쓰다듬어줄 때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쓰다듬어주는 사람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다. 김정운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라는 책 p. 71에는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피부접촉을 통한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 스킨십이 박탈된 상태에서 자란 원숭이는 면역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불안증세를 보이다 일찍 죽는다. 새끼 쥐를 둘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는 물을 묻힌 붓으로 피부를 계속 자극해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그저 먹을 것만 제공했다. 물 묻힌 붓은 어미 쥐가 혀로 핥아주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보였다. 먹을 것만 제공받은 쥐는 불과 몇 주를 못 버티고 죽은 반면, 붓으로 계속 자극해준 쥐는 건강하게 살아남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만져주며 위로해주는 중환자실의 생존율은 다른 중환자실의 생존율에 비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지난 십여 년 말 세계에서 지내는 동안, 나의 반려마를 비롯하여 다른 자마,클럽마들이 다치거나 병난 사례를 자주 접했다. 참 신기하게도 아무리 심각하게 말이 다치거나 아파도 주인이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는 말은 대부분 회복이 되었다. 그러나 무관심 속에 방치된 말은 상태가 점점 악화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모습이 많았다. 그런 현상을 내 나름으로 해석하자면 사랑받는 말은 '주인이 저렇게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니 어떻게든 살아봐야겠다.' 하는 삶의 의욕이 솟으면서 회복에 필요한 신체적 물질이 잘 분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방치된 말은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는데 살아서 뭐하나, 이 참에 더 망가져서 그냥 죽어야겠다.' 이런 자포자기에 빠지니 면역시스템도 가동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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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할머니나 엄마는 아기가 아프면 '할머니(엄마) 손은 약손 ~' 하고 운율있는 멜로디를 들려주며 아픈 머리나 배를 손으로 살살 문질러주셨다. 그 기분좋은  경험을 많은 사람이 해보았으리라 .

말 그루밍 하는 일은 무척 기분좋은 일이다. 물론 바쁘거나 피곤할 때는 '이거 참 시중들기 힘들어서 원, 몸종이 따로 없네' 싶은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여태 말 그루밍 좋아하는 것은 그 과정이 나와 말에게 행복한 감정을 선사하기 때문이다.아! 아까 김정운 교수의 저서를 잠깐 인용했는데 그 내용의 맥락을 좀 소개한다.  현대인은 서로 만지고 만져지는 자극이 결핍되어 문제라는 거다. 만지는 행위는 상호작용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이를 바탕으로 정서공유가 이루어지며 나아가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갓난아기 이후로 접촉이 부재한 단절의 상태로 대부분 지내기 때문에 '피부자극결핍증후군'으로 인한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가 범람한다는 분석이다.

우리 사회도 점점 나홀로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가족과 단절되어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개인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토록 외로운 세상에서 체온을 나눌 수 있는 반려동물의 존재는 소중하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타적 사랑, 자비의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지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알랭의 행복론

저자
알랭 지음
출판사
빅북 | 2010-09-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2010년 문화 및 지식인들이 선택한 문화 키워드 '행복'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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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저자
김정운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5-04-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의무’만 있고 ‘재미’는 잃어버린 이 시대 모든 남자들을 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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