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옆으로 원형마장이 생긴 후 방목장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이곳저곳 마장이 붐벼도 운동공간으로부터 열외지역인 이곳이 칸타와 아마르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아이들도 이곳을 좋아한다.

 

 

 

 

 

새로 조성한 마장엔 아직 잔돌들이 많다.  아마도 당분간은 잔돌 뿐만 아니라 주먹만한 돌들도  밑에서 자꾸 올라올 것이다. 할방님은 아이들 방목시켜놓고 뙤약볕 아래서 돌들을 하염없이 골라낸다. 내친 김에 주변 트랙을 한바퀴 돌며 눈에 띄는 돌들을 또 주워담는다. 그래도 아직은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은 아니어서 아이들을 풀어놓고 어슬렁거리며 돌을 골라내는 모습이 그리 고되 보이지는 않는다. 

 

얼마후면 풀씨들이 날아와 여기는 풀천지가 될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을 타고 산책을 자주 할 터인데 그 전에 밑에 숨어있는 날카로운 돌이나 잔돌들을 골라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한바퀴를 다 돌아 온 할방님이 한숨을 쉬며 혼자 중얼거리듯 말한다 " 짱돌 골라내는 것도 내츄럴호스맨쉽이여~~ " 

 

 

 

 

 

 

 

얼마전에 이곳서 큰돌을 좀 골라냈는데 운이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그만 칸타가 앞발로 돌을 콱 밟았던 모양이다. 지난 수요일 아침 마방청소를 하기 위해 누가 들어갔다가 칸타더러 저리 비켜서라 아무리 지시해도 비키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방에서 데리고 나와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발굽바닥의 타박상으로 원인이 판명되었다. 마침 그날  장제사가 와있어서 길다란 집게처럼 생긴 도구로 발굽을 집어본 결과 어느 부위를 매우 아파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거기가 돌 밟은 자리다.

 

 

 

 

 

내 눈앞에서 칸타의 상태를 확인해 준 장제사는 한 이틀 쉬면 괜찮을거예요,라고 했다. 그말을 듣고 일단 안도한 후에 '그래 잘됐다.이참에 너도 쉬고 나도 쉬자'하고 마음먹었다. 칸타를 다시 마방으로 데려가려면 칸타가 360도 돌아야 했다. 그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칸타는 한걸음 한걸음을 곧 쓰러질 것처럼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엄마, 내가 얼마나 아픈지 몰라잉' 이렇게 응석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원장님이 "쟤는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아까보담 더 못걸어."  아프면 말이고 사람이고 다 아기처럼 구는 것 같다. 이러는 것도  환자의 특권이겠지 뭘.

  

다다음날, 칸타는 건초를 먹고 있었는데 앞발 양쪽으로 번갈아가며 편안하게 무게중심을 옮기길래 많이 나았네 했다. 그러나 실내마장에 데리고 가서 걸어보라 했더니 기운이 없고 다리를 몹시 아껴서 조심스레 디뎠다. 아마르가 장난치자고 덤비자 뒤돌아서서 엉덩이로 막고 ' 나 그런 상태 아니거든!' 하고 거절했다. 다리가 불편해서인지 칸타는  모래목욕도 시도하지 않았다.

 

 

 

 

 

또 하루가 지났다. 실내마장에서 걸어다니는 모양이 한결 나아졌다. 모래목욕도 했다. 시원하게 뒹굴고나서 일어났을 때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였다. 칸타가 나를 바라보며 온몸을 부르르 떨며 모래를 털어냈다. 온몸으로 우쭐하며 눈으로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엄마, 나 아주 많이 좋아졌어.'

 

 

 

 

 

다음날이 되었다. 마방에서 꺼낸 칸타를 원형마장에 방목하러 데리고 나가는데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속에서 용암이 끓는 느낌? 이미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느낌이라 최대한 화산이 터지지 않도록 달래며 데리고나가 원형마장에 풀어놓았다. 그랬더니 웬걸! 부우웅 ~ 슈웅~ 날아오르며 펄쩍거리는데 다리가 멀쩡했다. 그 모습을 보자 다 낫자마자 또 세게 돌 밟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그 후로 이동하는 활화산을 한 시간 가량 지켜보다가 야외마장이 비어서 할방님에게 칸타 조마삭을 부탁했다. 할방님이 조마도구를 가지러 간 사이 칸타가 원형에서는 돌이 많아 구르지 못한 몸을 누이더니 모래목욕을 했다. 그리고 나서 일어나려는데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칸타가 뉘였던 몸을 일단 앉았다가 일어나는 찰라에 사지가 해머인 양 땅을 빵~ 내리치더니 슈웅~! 하고 날듯이 달음박질치며 앞으로 돌진했다. 그 상태로 작은 원을 그리더니 내앞에서 보란듯이 머리를 흔들었다.'나 괜찮아. 멀쩡하다구' 하며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만천하에 선포하는 것 같았다. 칸타가 그러는 모습이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영화에서 마징가제트가 악당을 물리치려고 막강병기가 되어 포효하며 등장할 때 딱 그 광경이었다.

 

 

 

 

 

 

칸타에게 또 '그분'이 오셨다. 칸타의 '그분'은 여러 분이다. 머리에 꽃 꽂은 소녀부터 발레리나, 체조선수, 육상선수, 얼음의 여왕 ,마징가제트 등등. 그중에 마징가제트는 언제 오시는가? 칸타가 운동하지 않고 1주일쯤 쉬면 오신다. 그러니까 조금만 운동을 안 하면 막강한 성능의 엔진을 달고 나타난다는 얘기다. 칸타가 조마삭을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흥분하면서 땅이 흔들릴 정도로 뛰는데 보는 내가 다 어지러웠다. 할방님은 계속 말의 추진의지를 무마시켜서 속도를 늦추려고 하는데 마치 칸타는 자신이 뛰는 능력의 한계치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렴, 아파서 절룩거리는 것보담은 훨 낫지 암 ,그렇구 말구.

 

그 다음에 연이어지며 떠오르는 생각은 이렇다.

'어휴, 다음 주에 저 힘을 조율하려면 고생깨나 하겠는걸!'

 

어느덧 눈앞에서 휙휙 날아다니는 마징가제트의 머리꼭대기 조종석에 도킹하여 한치의 실수 없이 작동시키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려면 홍삼이니 고기니 할 것 없이 기운나는 것들을 잔뜩 섭취해야겠군. 그렇지 맞아. 내가 채식주의자를 할 수 없는 이유는 마징가제트 때문이라구. @#$%^^ ~~~

 

나도 가끔은 칸타 때문에 원더우먼쯤은 돼줘야 한다. 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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