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뒷걸음질로 이동하는 기술은 매우 유용하다. 주로 트레일러에서 뒤로 내릴 때 요긴하다. 아마르는 아직 트레일러 타고 다닐 일이 없지만 마방복도에서 틈틈이 연습하다 보니 지금은 제법 잘한다. 아마르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뒤로 스윽 미끄러지듯 들어갈 때 말의 시야가 후방까지도 다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내츄럴호스맨십 훈련에서 말의 후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의 부조를  따르는 말의 순종성을 볼 수 있는 중요한 훈련이기도 하다

 

 

 

 

 

 

 

  동영상 촬영 즈음은 내가 칸타 뒷마무리를 마치고 마방에 들여보내려 할 때였다. 할방님이 아마르 후진 연습을 시키기 위해 마방문을 열었는데, 아마르가 때마침 열려있는 바로 옆 칸타 마방으로 미꾸라지처럼 쏙 들어가버린다.

 

   아마르가 그러는 까닭은 궁금함을 못 참아서이다. 운동 끝나고 마방에 돌아와보면 밥그릇에 맛난 간식이 놓여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험으로 보아 말이 입방을 끝낸 후 간식을 갖다주는 것이 좋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가끔은 미리 간식을 놓아두는 경우가 있다. 그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는 아마르는 혹시 할머니가 자기 몰래(?) 엄마인 칸타방 밥그릇에 무슨 대단히 맛난 거라도 놓아두렸으려나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아마르가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리자 나와 함께 제 방에 못들어가고 선 칸타의 반응도 재미나다.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는 '크르를륵' 하는 콧소리를 낸다. 이런 경우 말의 감탄사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오 마이 갓! '  '헐~'  '이런~'  '어머나! '

그러니까 예기치않은 상황에 대한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나타내는 표현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의미의 표현 외에 '푸풋' '크크' '호오' 하는 웃음의 뉘앙스도 있다. 아마르의 돌발행동 때문에 나와 칸타는 어이가 없다.

 

  할방님에게 붙들려나온 아마르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음, 할아버지가 나에게 뭘 시키려는 거지.' 하며 집중한다. 할방님이 양손을 앞뒤로 흔드는 신호에 따라 아마르가 '이건 식은죽 먹기야' 하듯이 뒤로 쭉 들어간다. 아마도 칸타 밥그릇에 당근이라도 몇조각 있었더라면 할아버지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칸타 밥그릇쪽으로 다시 쪼르르 달려갔을 것이다.

 

  아마르가 후진 연습을 몇 번 반복하는 동안 뒤에서 구경하는 말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머리를 쏙 내민 말은 왼편부터 브릿지와 스탠이다. 두 말은 아마르의 행동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유심히 관찰한다. 마치 몸은 자기 마방에 갇혀 있지만 마음만은 아마르와 함께 하는 것 같은 눈치다.

 

  마방복도도 내츄럴 공부하는 아마르에게는 교실이다. 아마르가 복도에서 이런저런 공부를 할 때 관심을 가지는 말과 가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참 재미있게도 평생 '공부'만 해온 가방끈(?) 긴 말들이 관심이 많았다. 브릿지와 스탠도 평생 마장마술 공부만 해왔다. 둘 중에선 브릿지가 연륜이 더 높다. 늘 뭔가를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몸으로 습득하며 살아온 탓인지, 아마르의 행동을 보며 '어? 저거 뭐지? 난 저런 거는 안해봤는데, 음... 마장에서 뒤로 여섯 걸음 가서 정확히 서는 것쯤은 해봤지만 말이지. '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마장마술 기능을 보유한 말들은 어떤 상황을 집중력 있게 관찰하고 저 나름대로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릿지와 스탠이 아마르가 동작하는 동안에 입맛을 쩝쩝 다신다. 보통 입맛을 다시는 행동이 말 긴장이 해소되었을 때 나타나는 건데 마방에 있는 말들이 뭔 긴장을 해소할 게 있단 말인가.  마지막에 아마르가 마방에 쑤욱 들어갔을 때 브릿지와 스탠이 입을 더욱 크게 벌리고 하품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사람이 '와우!' 하고 감탄을 나타내는 입모양과 닮아서 재미있다. 그 순간 브릿지와 스탠도 '와우, 잘했어 꼬마!  제법인데!' 하고 박수쳐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저 내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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