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정확하게 이틀 남았으니 사실 '2020년에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다'는 제목이 무색하기는 하다. 그래도 굳이 2020년이라고 우기는 심정은 연초에 카카오톡 프로필에 '나를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여정'이라는 거창한 문구를 올리고 12월초까지 그대로 뒀다는 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이 여정을 위하여 블로그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결론에 도달한 것이 올해의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블로그를 시작한 동기가 승마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리모델링한 나의 일상을 기록하자는 거였다. 그렇게 소소하게 출발한 블로그 생활은 당시 내 인생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생활에 생기와 활력을 더했다. 말 세 마리를 키우면서 느꼈던 폭풍과도 같았던 감정과 생각들이 지칠줄 모르고 포스팅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포스팅 올렸던 글을 모아 책도 한 권 냈다. 

 

세월이 지나가면서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의 운명이 그러하듯 나의 말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무지개다리를 건너 나를 덩그러니 남겨둔 채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말들이 떠나고 나자 블로그를 계속해야만 하는 동력을 잃었다. 점점 방치된 블로그는 방문자도 뜸해지면서 폐가처럼 고즈넉하고 황량했다.

 

그러는 동안 내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승마를 하는 동안 중단했던 일도 다시 시작해서 엄청 바빠졌고, 일하는 몸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춤도 추었다. 춤과 글은  내 인생의 두 개의 수레바퀴다. 이 두 개의 바퀴만 있다면 인생에 비바람이 치고 폭풍이 휩쓸어도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가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승마는 나에게 춤이었다. 낯선 존재와 교감하며 빚어내는 몸짓의 향연이라고 할까?

 

나의 인생에 그런 향연이 다시 찾아왔다. 탱고다.

 

하필이면 새털처럼 많은 인생의 나날 중에 팬데믹에 휩싸인 코로나 세상이 도래했을 때 탱고를 시작했단 말인가? 인생의 아이러니다.이 또한 운명이려니 생각한다. 탱고를 시작하고 보니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방치해 두었던 티스토리 블로그가 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한 10년 탱고 이야기를 써볼까

 

결국 블로그는 내 존재의 집이구나 깨닫게 된다.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곳, 떠나기 위하여 채비하는 곳...

그렇게 블로그는 편안하고 안전한 나만의 공간이었던 거다.

언제까지나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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