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게 재갈을 입에 넣고 한 시간쯤 견디는 일이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말할까?

 

만족스러운 기승을 하고 나서 하마하고 칸타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하마한 자리에서 칸타 몸에 씌웠던 마구를 분리시키는 일이 선물이다.그런 일이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은 내내 지속되던 갑갑증을 한 순간에 해소시켜 해방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안장이며 굴레며 보호대며 말 몸에 붙어있을 때는 간단했지만 막상 벗겨내면 산더미 같은 짐이다.짐을 제자리로 갖다두려면 마구실까지 동선이 멀어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그런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은 내가 감당할 힘겨움보다 돌아올 이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승마에 이득이 무엇이겠나 승용마가 흔쾌히 나를 잘 태워주는 일일 뿐.

 

말이 마구를 벗는데서 맛보는 쾌감은 역설적이게도 마구를 착용한 결과에 따른다.사람도 갑갑한 옷을 입고 있다가 훌훌 벗어던졌을 때 후련함이 무엇인지 잘 안다.그러니 말의 입장에서 마구를 착용하는 것은 좀 괴롭기도 하지만 나중에 벗어던지는 쾌감이 주어질 것이므로 기꺼이 마구를 받아들이도록 해준다.

 

내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려는 의도는 말과 사람의 관계를 언제까지나 지속가능한 긍정적인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로 유지하기 위해서다.그래서 하마 후 말에게 최선의 쾌감을 선사하여 말이 승용마의 본분을 사랑하도록 하려는 거다.

 

대부분의 말은 굴레를 들고 다가가면 도망치거나 반가워하지 않는 기색이다.그 외에도 재갈을 물지 않으려고 회피하거나 안장을 얹지 않으려고 등을 피하기도 한다.그런 말에게서 행복한 기승감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말이 굴레와 안장을 즐거워하며 받아들이는 일은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칸타와 돌이는 장안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편이다.말이 힘들어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만 기승하고 기승후 기분좋은 뒷마무리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그 점은 매우 흐뭇한 부분이다.

 

얼마 전 내가 칸타에게 굴레를 씌우려고 굴레의 매무새를 가지런하게 하는 동안 칸타가 얌전히 기다리는 태도로 있었다.왼손으로 굴레를 감싸쥐고 오른손으로 칸타 콧잔등에 얹으니 재갈을 물기 쉽도록 머리가 다소곳하게 내려왔다.그때 곁에서 구경하시던 어떤 분이 "칸타가 머리를 내려주는군요"하며 기특해 하셨다.

 

칸타가 재갈을 문 후에 머리끈을 양쪽귀에 차례로 걸적에 칸타는 잠시 머리를 내품에 폭 파묻는다.파묻는 시간이 길어지라고 난 아주 천천히 귀 뒤로 머리끈을 넘긴다.그 다음으로 턱끈과 코끈을 채우는 순서가 아직 남아있지만 난 그보다 먼저 귀 뒤로 머리끈을 넘겼던 양손을 칸타 목으로 가져가 몇 번이고 쓰다듬으며 "아이 착해! 참 이뻐 ! 재갈을 물어줘서 고마워요!"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준다.

 

내가 굴레를 씌우는 일에서 이토록 많은 교감을 나누게 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그럴만한 계기가 있었다.지난 겨울 칸타가 마방에 턱이 걸려 매달린 사고를 당하고 아랫니 몇개가 뽑혀나가 - 이는 다시 박아서 지금은 고정됐다- 한동안 운동을 쉬었다.그러다 재갈없는 굴레인 해커모어를 씌워 운동을 하다가 상처가 회복되어 다시 예전처럼 운동을 하게 됐다.

 

그런데 칸타에게 어떤 심리적 문제가 생겼다.입안에 상처를 당했던 후유증으로 입안에 재갈 받아들이기를 매우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칸타는 잔뜩 긴장한 채로 재갈을 물지 않으려고 입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이럴 때 말입은 천정처럼 높아서 도저히 손이 닿지 않는다.칸타가 왜 그러는지를 알기에 부드럽게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동시에 키가 큰 남자를 불러다가 살살 칸타 콧잔등을 내려 조심스레 재갈을 물렸다.한동안은 이런 일이 반복됐고 운동하는 내내 칸타는 온통 제 입안에만 집중하는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던가.칸타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얼마쯤 지나 치켜든 콧잔등이 내 손에 닿을 정도로 내려왔다.가까스로 재갈을 물리고 났을 때 콩당거리던 마음은 처음 말에게 재갈을 물렸던 마음과도 비슷했다.재갈을 물고 난 칸타의 눈을 보니 촉촉했다.순간 사고가 났을 때 칸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가 떠올랐고 한없이 가여워졌다.머리끈만 귀뒤로 넘겨놓고 칸타의 목을 끌어안고 "어유 가엾은 것,어유 불쌍해라.그렇게 아팠던 거니?" 하며 한참을 울먹울먹했다.

 

한동안은 재갈 물려놓고 목을 안고 울었던 거 같다.그러자 말이 재갈을 물려고 입을 내어주는 일이 어찌나 고맙게 느껴졌는지 돌이에게도 재갈을 물고난 후 칭찬을 많이 해주게 됐다.그후부터 칸타는 재갈에 대해서라면 얼마든지 순순히 받아들이겠어요 하는 태도다.재갈이 말 입술 사이로 미끄러져들어가는 순간 벌린 입 틈새로 빠진 걸 다시 박아서 삐뚤한 이빨을 보면 그날의 상처가 다시 떠올라 조금은 마음이 아프다.

 

나의 마음이 아릴수록 칸타는 더욱 다소곳하고 부드러워졌다.'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 내 모두 드려요~'하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노랫말이 칸타의 마음일 것 같다.

 

 

 

여리디여린 분홍빛 잇몸 속살에 차가운 금속을 비비는 일은 승용마가 사람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이다.

 

그래서인가 나를 위해 내어준 말 입에 맛난 것을 자꾸 밀어주고 싶기도 해서 승마장에 가는 내 보따리는 해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이다.또한 기승이 끝나고 침과 건초 찌꺼기 같은 게 잔뜩 묻어있는 재갈을 흐르는 물에 세척하여 마른 수건으로 반짝반짝 하도록 닦는 일에 열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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