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0일의 기록이다.밥을 잔뜩 먹고서 올챙이처럼 볼록 튀어나온 배를 주체 못하고 이리 뒹굴,저리 뒹굴 모양새가 천하태평이다.

드러누워 뒹구는 것도 힘들어지자 반쯤 몸을 일으켜 쭈그린 자세로 꾸벅꾸벅 조는 깐돌 주니어..이 당시 깐돌은 정오에 낮밥을 먹고는 3시 무렵까지 늘어지게 낮잠자는 일이 정해진 일과였다.옆에서 운동하는 말들이 모래를 튀기며 구보로 달리든 말든 참 잘도 잤다.

마방을 지나가다 보면 성마도 이런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말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졸립고 몸이 늘어지니 머리가 무거워져서 땅에 세워놓았다. 그 다음엔 꾸벅꾸벅 조는 리듬에 맞춰서 머리가 이리 기우뚱,저리 기우뚱 할 것이다.

음냐음냐~ 맛있는 걸 먹는 꿈이라도 꾸는걸까? 옆방에서 칸타가 제 새끼 잘 있나 쳐다본다..

그.그런데..어떤 신호가...

아무래도 일어나야겠다.. 말이 일어설 때는 먼저 앞발로 버티어선다.


아직 비봉사몽이라 깐돌은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비실거리며 안간힘을 쓴다.

휴우~ 일어났으니 자세를 잡아야지..

자세를 낮추어 뒷발굽은 발레리나처럼 발굽끝으로 간신히 서고 꼬리는 최대한 들어올린 후에 ..발사~

쉬가 다 나왔나?

어~ 시워언~ 허다!!!


깐돌의 유년시절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방은 얼기설기 끊어졌다 이어진 철망 울타리가 둘러쳐진 돌투성이 흙바닥이었다.
사냥활동을 하기에 적합하도록 유연한 몸을 가진 개와 고양이에 비해서  말은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동작이 꽤 어색하고 불편
해 보인다.

그러다보니 맨땅에서 생활하면 앞겨드랑이나 뒷꿈치 같은 곳이 늘 까지기 일쑤였다.내가 후시딘 연고 같은 것을 늘 상비하고
다녔던 이유이기도 하다.오늘은 여기가 까졌는데 내일은 거기가 아물고 다른 곳에 상처가 나고 해서 꼭 상처와 숨박꼭질 하는
것만 같았다.

말을 사육하기에 너무 열악했던 이 시설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면 깐돌이가 야생에서처럼 자연과 호흡하며 지냈다는 거다.
비오면 비맞고,바람불면 바람맞고,눈오면 눈맞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새들과 벗하며 떠오르는 태양과 달을 바라보며 자란 것
이다.

그런 걸 보면  어떤 비극적인 상황일지라도 한줄기 빛과 같은 축복은 꼭 깃들어 있으니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누추한 환경에서나마 잘 먹고 무럭무럭 몸집을 불려 미래의 승용마로 적합하도록 자라주었던 깐돌이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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