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7일... 깐돌아~ 혼자 어디 가니?

쳇..왜 아무도 나와서 놀지 않아?

엄마랑 할아버지는 둘이만 놀고 ..난 뭐야?

이 똥은 누구 거지?..

이건 또 뭐야? (부러진 의자가 이동식 디딤대로 새 삶을 시작함)

아무리 똥조사를 하고 이것저것 기웃거려도 같이 놀아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한 깐돌이다.생후 10개월이 다 되어갈 무렵이다.




중마장에서 할아버지를 태우고 운동하는 엄마에게 덤비며 엉덩이를 물기도 하는 태도를 보아하니 깐돌이가 단단히 뿔이 났나보다.



대마장에 내려왔는데도 거기까지 쫓아 내려와 엄마 엉덩이를 물고 행패를 부리는 깐돌이...칸타는 그 이유를 다 안다는 듯이 신경질 부리지 않고 참아준다. 깐돌이는 왜 뿔이 났을까?

깐돌이 생후 20일 무렵부터 좀 이르긴 하지만 칸타 기승을 조금씩 했는데 깐돌이가 젖먹이 망아지인지라 한사코 엄마를 졸졸 따라다녔다. 엄마가 평보,속보,구보하는 발걸음을 그대로 따르며 다니는 망아지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이 일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망아지가 점점 꾀를 부리더니 나중엔 먼 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엄마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난리가 났다.

만일 깐돌이가 목장에서 자라났더라면 생후 5개월 무렵에 엄마랑 뚝 떨어져서 동료 망아지들과 어울려 지냈을 것이다. 낮에는 방목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그 중에서도 단짝친구를 사귀어 하루 종일 붙어다니며 놀았을 것이다.그러나 깐돌이는 정상적인 목장에서 망아지 시절을 보내지 못하고 승마장에서 자라다보니 그런 생활을 박탈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깐돌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친구가 엄마이고 할아버지였을 텐데 가장 친한 둘이서 한덩어리가 되어 돌아다니니 어린 마음에 왜 나만 따돌리고 치사하게 둘이만 노는 것인지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그 마음을 헤아려서 칸타 기승훈련을 끝내면 할방이 깐돌과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했지만 3세가 다 되어가는 지금도 혼자 남겨두고 칸타 기승하면 심통이 난다.

오래 전에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호스 위스퍼러>란 영화를 보았다.어떤 여자가 승마 도중 사고가 나서 크게 다치고 정신도 손상된 딸의 말을 치유하기 위하여 먼 곳까지 찾아가 어떤 치유 전문가에게 의뢰하게 된 이야기다. 영화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울함에 빠져있는 여주인공에게 레드포드가 말을 탄 채 말 한마리를 수장 완료하고는 끌고서 찾아온다.그러구서
"함께 말이나 타실까요? 이 녀석이 요즘 자기를 타주지 않는다고 소외감을 느끼고 있거든요.얌전하게 모실 겁니다." 라는 말을 한다.
이 당시에는 내가 말이 사람을 태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안 타줘서 소외감을 느낀다는 말이 참으로 의아했다. 그러나 승마를 본격적으로 한 후로는 그런 예를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었다.

한 때 친하게 지내던 마주 아가씨가 밤색 서러브렛을 타다가 오랜 꿈이었던 백마를 구입해서 두 필이나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야 둘을 공평하게 타리라 마음 먹었지만 지내다 보니 자꾸 백마만 타게 되었다.그런데 그때마다 밤색말이 얼마나 질투를 하는지 몹시 심했다.백마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삐져서 뒤로 돌아서서는 자기가 얼마나 서운하고 속상한지 온몸으로 시위를 했던 것이다. 마주 아가씨는 한동안 밤색말 달래고 백마와 형제애로 맺어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그러나  후로 4년이 지났어도 밤색말과 백마 사이는 그다지 끈끈해지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리며 살아갔다.

나에게 자마가 없던 시절을 생각해 보니 하늘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늘 예뻐해 주면서 타다가 새로운 초보들이 밀려 올라와서 난 다른 말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는데 하늘이가 우울해 보여서 내 마음도 안 좋았었다.말도 자기에게 친절을 베풀고 교감의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을 더 태우고 싶기는 할 테지만 그 선택을 뜻대로 할 수가 없을 때는 우울하기도 할 것이다.

말이 사람과 친교하고자 하는 마음을 헤아려 교감을 쌓는다면  , 말이 이전에 탔던 기수를 그리워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잔등에 모신 사람을 최고의 친구로 여길 것이다. 말에게 최고의 친구로 대접받는 승마를 즐기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모른다.

"말을 사랑하는 것에서 나아가 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자" 고 누가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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