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김운영 지음 / 김영사


베르아델 승마클럽이라는 곳이 있다. 오픈 당시에 500억을 투자한 승마장이라며 일간지에
 
크게 보도되어서 승마장에서는 대체 어떤 인사길래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렀나

승마인들의 입에 회자되며 화제를 모았었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모두 독일에서 수입해

왔다는 고급 승용마의 자태도 볼겸 지인들과 방문도 했었다.

거대한 돔형 건물 안에는 가운데가 마장이었고 바깥 쪽으로는 홍송으로 내부를 마감한

마방에서 멋진 말들이 서 있었다. 말이 입을 갖다대면 자동으로 물이 나오는 급수기 같은

것이 신기했다. 한마디로 승마 선진국의 시설좋은 마장이란 이런 곳이겠구나 하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승마클럽의 대표가 2009년에 승마책을 출간 했으니

바로 <클래식 승마>이다.

저자가 말하는 클래식 승마란 '예술과 자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길이다.' 라고 하는데 나도
 
절대 동의하는 마음에 꼭 드는 말이다.

서문에 이런 글이 나온다.

'승마는 살아있는 악기라고 일컬어지는 승용마를 아름답게 연주하는 것이고,그와 함께

춤추는 것이며,타인과 환경 그리고 자연에 대한 배려를 할 줄 앎으로써 승마자와 승용마가

서로 즐겁고 행복하게 인마일체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승마인이라면 누구나 같은 말이라도 기승자의 기량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가  명암이
 
달라지는 퍼포먼스를 낳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따라서 더 나은 퍼포먼스를 위한 과정이

승마를 위한 활동이 될 것이다.

또한 ' 클래식 승마는 ,인간과 동물의 하모니라는 예술적 가치를 지닌 채 심리적,신체적,

사회적,환경적,교육적 만족과 함께 생활의 활력소가 됨은 물론 건전하고 진지한 여가

선용의 사례가 되어왔으므로...클래식 승마를 배움에 있어서 승용마와 맺는 관계를 마치

운전자가 자동차를 대하듯 기술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엄밀히 말하면 승용마는 승마자의 요구와 함께 심리적,신체적,환경적 지각과 감정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한마디로 서문의 요지는 승마란 말과 사람의 조화를 추구해야 진정한 가치가 있고

이 가치는 시대를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 고전적 가치이므로 클래식 승마라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 즐거운 만남

2장. 승마를 위한 준비

3장. 클래식 승마의 운동역학

4장. 승용마와의 언어 에이드

5장. 승마의 기본 보법

6장. 승마의 응용 보법

7장. 장애물 점핑과 야외 승마

8장. 올림픽의 승마경기

9장. 클래식 승마의 역사와 가치

10장. 클래식 승마의 리더십과 에티켓

성급하게 겉핥기 식으로 내용을 훑어보면 이 책이 기승술에 대한 책인가 하고 오해할 수도

있으리라.그만큼 기승술에 대한 내용도 심층적이다.레저승마를 즐기는 승마인이라면

4장과 5장만 열심히 읽어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지는 진면목은 9장과 10장에 있다고 본다.

만일 누군가 인생의 어느 길목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폭넓은

시각으로 승마를 바라보고 싶다면 9장과 10장을 먼저 읽어도 좋으리라.

클래식 승마는 2400년 전 그리스인 크세노폰에게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자연적이고

부드러운 말 훈련방법에 입각하여 활력과 자신감이 넘치는 훌륭한 말을 만들려면 그 말의

혈통도 중요하지만 사랑과 교육,좋은 환경을 형성해줌으로써 가능하고 학대받은 말은

모든 면에서 반대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이 크세노폰의 제자가 알렉산더 대왕이다.

<알렉산더>라는 영화에서 그가 왕자일 때 아무도 다루지 못했던 흑마 부케팔로스를

올라타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부케팔로스는 그 후 희대의 명마가 되어 전장터를

누비다가 알렉산더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무수히 꽂은 채 장렬히 전사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알렉산더는 세심한 배려로 인내심을 발휘하여 역량을 발휘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그 후 16세기에 이르러 프랑스 최초의 승마 마스터인 플뤼비넬이 근대승마술을 발전시켰다.

이 당시 유럽각국에서 승마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승마 역사의 흐름은 현대로 올수록 인간의 지배에 말이 복종하도록 하는 강압적

체벌 훈육 방식에서 벗어나 말 스스로 기꺼이 즐겁게 행동하도록 하는  협력접근법의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는 현 시대의 문화적 트렌드와도 일치한다고 본다.

3D 애니메이션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아바타> 나 <드래곤 길들이기>에서도 파괴와

복종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조화와 소통이 인류의 나아갈 길임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승마트랜드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시가 <클래식 승마>에

녹아있다고 여겨진다.

유럽의 왕실교육은 모두 크세노폰의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며 플뤼비넬은 무엇이든

강제성이 발휘되거나 하모니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절대로 아름답지 않다고 했다.

기승자가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 너무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보일 때

가장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승마가 이루어진 것이며 그 기승자는 도의 경지가 높은 마스터로

불리울 수 있다. 누구나 승마 마스터가 될 수 있다. 어떤 말을 타든지 화내지 않고 요구하며

조건없이 사랑하고 단절을 피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노력한다면 훌륭한 승마인이면서도

인생에도 성공한 사람으로 존재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클래식 승마>는 내용도 좋지만 붉은 표지의 하드커버가 고급스러워 꽂아두는 소장용

으로도 더할나위 없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당신이 말등에 앉았을 때 말의 전체 몸을 앞뒤로 살펴보라. 그 몸은 낮고 아름다운 음색을

내는 첼로와 닮아있고 당신은 첼로를 켜는 활이다. 어떤 음악을 연주하게 될지는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연주를 시작하라! 처음엔 음이 엉망이겠지만 차차 음악은

아름다워지고 당신이 누리는 기쁨은 한없이 커져 누군가 말했던 지상 최고의 낙원은

마상에 있다던 그 말을 떠올리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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