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루이스 글 / 폴린 베인즈 그림 / 햇살과 나뭇꾼 옮김

 


의진이에게 빌린 책이다. 비록 어린이책이긴 하지만 나처럼 판타지장르를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다.<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는 일부가 영화화되어 나도 두 편이나 보았다.영화도 흥미진진하게 보았지만 <말과 소년>을 읽으니 이 시리즈는 책으로 읽으며 상상력의 필름을 머릿속에 펼쳐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같은 장르인  <반지의 제왕>은 깨알같은 글씨의 내용이 얼마나 방대한지 읽다 지쳐서 그만 영화 나오면 그냥 편하게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니아 시리즈물은 작가 루이스가 철저히 어린이를 위하여 어린이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다.진실이 사라져버린 위기의 시대에 어린이가 어떤 가치를 깨달으며 살아야 하는지 현실에서 나니아 세계로 들어가 모험에 찬 여정을 겪는 이야기를 통해 그려냈다.
나니아라는 나라는 현실과 병존하는 차원에 속해있다. 이 세계의 1900년이 나니아 1년이다.이 세계의 1949년이 나니아 2555년이니 나니아의 시간개념은 현실과는 좀 다르겠다.주인공인 피터,에드먼드,루시,수잔이 현실과 나니아를 드나들면서 사건이 전개되는데 <말과 소년>에서는 4명의 주인공이 왕과 여왕으로 통치하고 있던 시기를 살아가던 소년소녀와 말들의 이야기쯤 되겠다.
승마인이 단 한 권의 나니아 시리즈를 읽어야 한다면 당연히 <말과 소년>이다.위대한 신 아슬란(사자의 형상)의 땅 나니아는 매우 자유로운 곳이며 인간과 동물이 동등한 자격으로 살아가는데 동물도 모두 말을 한다. 주인공 말인 브레(소년을 태움)와 휜(소녀를 태움)은 나니아에서 태어났는데 망아지 시절에 납치당하여 이방의 땅에서 살아왔다.말을 할 줄 알지만 도망칠 기회를 잃을까봐 그 능력을 숨기고 살다가 나니아로 도망쳐야할 상황에 빠진 소년,소녀를 만나 자기 정체를 드러내고 넷은 친구가 된다.
이야기의 초반 부분이 매우 흥미롭다. 말과 소년이 도망치는데 소년은 승마를 할 줄 모른다.그래서 말의 지도편달을 받아 하룻밤에 열댓 번 떨어지는 곤욕을 치르며 생존형 승마를 배우게 된다. 말이 수장하는 법을 일일이 가르친 후에 뭐라 지도편달 했는고 하니..

" 무릎으로 버티는 거야. 그게 말타기 비법이지.고챙이처럼 꼿꼿이 앉아서 두 무릎을 내 몸에 바싹 붙이고 꽉 조이는 거야.팔꿈치는 몸에 딱 붙이고..." 그러면서도 온갖 비아냥을 서슴치 않는다.

"...사람들이 네가 올라타려고 안간힘을 쓰는 꼴을 보면 내가 무슨 건초더미인 줄 알겠다!...이거야 원 승마경주에서 우승을 하고 기병대의 선두에서 돌격하던 내가 안장 위에 감자 포대 같은 널 태우고 가다니 기가 막힌다,기가 막혀!..."

그 이후로도 소년은 밀가루 포대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한동안 들어야 했다. 말하는 말 브레는 고향을 떠난 이방을 노예생활이라고 표현했다.나니아에서는 말이 고귀한 존재로서 사람이 당연히 올라타야 할 존재라고 대접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면서도 뒹굴기 좋아하는 자기 버릇 때문에 나니아에 갔을 때 천박하다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무척 고민하는 면모도 지니고 있다.
나니아에 가서 자유를 얻고 살고자하는 소년은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었고, 소녀는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고 용기를 낸 것이었다. 여행중에 만나는 사건과 인물들을 통하여 넷은 몰랐던 삶의 가치를 깨달아간다.

이야기 중에 아슬란은 "눈물에는 눈물,고통에는 고통,피에는 피다."라는 말로써 누구나 자기가 한 일에 반드시 보상을 받거나 대가를 치러야 함을 암시한다.이 말에는 지금 세계가 처한 위기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부분 잊혀지고 묻혀버린 인류의 고대에는 현 시대처럼 인간이 이토록 자만에 빠져 동물을 노예처럼 다루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연대표에서 말하길 아슬란이 사악하게 변한 주변땅 사람들을 말 못하는 동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인간도 지나간 시간의 한 때에는 동물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말하는 말 브레를 통해 드러나는 말의 고귀함과 긍지, 지성미가 신선하고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참으로 모순에 차고 문제투성이의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어른도 갑갑할 때가 많은 이 시대에 고대 신화적 상상력의 힘을 빌어 진리와 정의,성장의 고민을 다룬 판타지동화가 어린이에게 어떤 과학이나 이론보다 지혜를 불어넣을 수도 있겠다.

승마인이라면 말하는 말의 관점에서 브레와 휜의 행적을 따라가보는 독서가 큰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