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가 림프염 앓은 이후 엄마,아빠를 고분고분 잘 다르더란 얘기는 일전에 올린 적이 있다.좌후지 부기가 다 빠지지 않아 날마다 30분씩 원형 패덕에서 운동을 시킨다.순조롭게 잘 시키다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칸타는 긴 로프를 맸든 안맸든 뱅글뱅글 도는 패턴의 말 기본 훈련을 매우 싫어한 까닭이다.

 

어쩌다 칸타에게 조마훈련이라도 시킬 요량이면 있는 신경질 없는 신경질 다 부리며 도망가기 일쑤였다.차라리 기승운동 하는 편을 더 좋아했다.그러던 말이 나이가 들어선지 아픈 후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는지 달라졌다.

 

할방은 떡(?)을 보니 자연히 제사지내고픈 마음이 들었다.해서 주섬주섬 페소아 장비를 들고와서 칸타에게 보여줬다.이 물건은 깐돌 교육용으로 쓴 것이지 칸타에겐 한 번도 쓴 적이 없다.칸타가 제 몸에 들이대는 얼기설기 줄에 대하여 일절 군소리가 없었다.이게 웬일이냐!

 

시종일관 편안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페소아훈련 준비과정을 지켜보며 옛날 칸타는 어디로 가고 새로 오신 다른 분이 칸타 안에 들어앉은 것 같기도 했다.

 

칸타가 그러고 있을 때 돌풍형제는 수국 꽃나무 근처에 있었다.앞엣말이 깐돌,뒤엣말이 태풍이다.

 

끙끙이에 여념 없는 깐돌 등 뒤에 숨은 태풍의 존재가 어째 웃음을 좀 자아낸다.얼굴만 가리고서 숨은 척 하는 것 같아 귀여워서 저런 면도 있나 자꾸 쳐다보게 된다.

 

태풍이 없다~~~

 

아니 좀 있다~~~ (사실 한눈으로 엿보고 있다.)

 

그러다 궁금함을 못 참겠는지 얼굴을 절반즘 들어 눈만 '깜박깜박'하다가...

 

다시 숨어서 한 눈으로 동태를 파악한다.자기를 붙들어다가 무슨 훈련이라도 시킬까봐 몸이라도 사리나?

 

할방은 칸타와 계속 말을 주고받고 교감하며 무엇을 요구하고 바라는 건지 알리고 알아들었는지 확인했다.

 

30분 훈련 시간 내내 줄이 말에게 가하는 긴장과 탄력의 정도를 고쳐주었다.

 

 

 

사진을 찍던 나에게 할방이 칸타에게 뭐라 말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많은 말을 했고 몸짓도 풍부하게 보여주었다.말은 사람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잘 알아듣는다.그렇기 때문에 말 앞에서도 할말 안할 말 가리고 말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페소아훈련은 말의 상태에 따라 도모하는 개선목표에 따라 적절한 변화를 적용하는 부분이 중요해 보인다.

 

아이고 가려워라~ 잠시 긁고 가자!

 

이제 좀 시원하군!

 

한편 돌풍형제의 관심은 여전히 칸타에게 쏠려 있다.

 

 

 

결국은 자기들끼리 있는 것도 심드렁했는지 다가왔다.언뜻 보면 자기들도 훈련을 받고싶어 안달이 나 줄을 서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깐돌은 칸타 훈련 끝나고 "너도 들어와!" 하면 냉큼 들어가서 자발적으로 돈다고 한다.엄마가 하는 거라면 따라하고픈 마음이 있어서다.

 

엄마 뭐해?

 

보면 모르니?

 

재밌어?

 

.....

 

 

 

 

엄마아~

 

깐돌이가 엄마를 애틋하게 바라보다가 지나가던 엄마에게 머리를 들이댔다.

 

 

 

엄마 냄새도 느끼고...

 

따스함도 느껴본다.

 

깐돌이가 몸은 커다래졌어도 엄마에게 다정하게 굴 때는 망아지 때와 다르지가 않다.

 

평소에 칸타는 깐돌이가 와서 친한 척 굴면 잘 받아주지 않고 쫓아버리지만 한 시간이라도 떨어져있다가 만나면 다정하게 부르는 소리를 낸다.

 

 

 

 

 

 

훈련이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는지 둘은 또다시 저리로 가서 놀았다.

 

 

 

 

 

 

 

자! 칸타 이리 온! 오늘은 여기까지야!

 

 

 

이제 몸에 씌웠던 것들을 해체하고

 

 

굴레만 벗으면 되겠다.

 

칸타 나가 놀아라!

 

네 아빠!

 

 

자유의 몸이 된 칸타는 돌풍형제에게 다가갔다가...

 

잠시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했다.

 

아이 후련해~

 

그 순간 철새떼가 자유로운 날개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깐돌인 언제 기승운동 준비했남? 돌이는 놀다가 내가 다가가면 스스로 걸어나와 날 따라온다.그러면 태풍이와 칸타는 패덕에 들어가야 하는 줄 안다.깐돌이가 기승운동 하는 동안 태풍이와 칸타는 마주보고 얼싸안고 비비고 갈기도 잘근잘근 물어주고 내내 다정하다.미성년자 깐돌이가 혹처럼 붙어다니다가 떨어져서 이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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