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의 왼쪽 앞다리에 탈이 났다.

 

열흘이 넘도록 운동을 쉬는 칸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칸타의 앞다리에 탈이 난지가 열흘이다.느리게 회복되는 중이라 아직 다 낫지 않았다.다리가 붓고 열이 나기 며칠 전부터 칸타의 신경질이 늘고 컨디션이 나빴는데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니 진작부터 다리가 아팠나 싶었다.살펴보니 앞다리 중수부의 안쪽으로 계인대가 늘어난 고무줄처럼 부풀고 약간 딱딱해져 있었다.책을 찾아보니 계인대는 다리에 체중이 실릴 때 구절이 과도하게 굴절되는 것을 억제한다고 한다.그러므로 칸타는 뭔가 무리한 장력을 받아 손상을 입었다 할 수 있겠다.칸타를 타는 우리 부부가 늘 말을 아끼며 타건만 말이 부상을 입고 보니 아끼고 안 아끼고를 떠나 사람이 탄다는 조건 자체로 승용마는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칸타가 왜 발병하게 되었나 그간의 운동양상을 되짚어 생각해 보았다.가장 큰 변화는 마장마술 렛슨을 시작한 것이다.두어 달 된 것 같은데 요근래에는 조마레인 없이 굴요하는 연습과 이런저런 동작의 바탕을 만들기 위한 수축운동,후구를 강화하기 위한 원운동 등을 했었다.그렇다고 이러한 프로그램이 특별히 칸타의 앞다리에 부담을 준 것은 아니다.다만 그러는 동안 평소 안 하던 뭔가를 칸타가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어떤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발생해서 신체적 손상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칸타 다리가  병나기 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내가 칸타를 탔는데 초반부터 마장상황이 우측방향 운동으로 진행되어 워밍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평소와 달리 우구보를 여러 바퀴 했다.칸타는 우측운동이 좌측보다 덜 수월하다.그러고 난 후 평보를 하다가 칸타가 돌연 뒷발질을 해서 난 붕 하고 날랐다.그 순간 말의 앞다리가 디딘 땅이 꺼져내리며 말 머리가 주저앉는 것 같았다.말 등에서 분리되어 허공을 가른 나는 어이없게도 칸타의 목덜미에 걸터앉았다.앉는 순간에 나의 체중은 오른쪽으로 쏟아져 내렸고 난 본능적으로 말 목을 감싸고 버텼다.그러자 칸타의 목이 견고하게 정지했다.그 다음 순서로 땅으로 미끄러져 쏟아질 상황을 예감하고 있을 때 말 목이 가만히 있으니 난 정신을 수습하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앉아 안장의 앞머리를 타고 넘어서 다시 안장의 한가운데 내 엉덩이를 갖다놓을 수 있었다.다시 칸타가 평보로 걸음을 떼니 얼굴이 사색이 된 할방이 눈 앞에 서 있었다.구경하다가 적나라한 목격을 하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정작 당사자인 나는 무덤덤했다.칸타를 5년 넘게 탄 후로 칸타가 기승 중에 그런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뭔가 참을 수 없는 불편함으로 본능적인 행동을 했는데 엄마가 자기 목에 올라탈 줄은 몰랐을 것이다.그리고 엄마가 땅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았나 보다.말의 습성으로 보아 갑자기 자기 목을 압박하는 물리적 힘이 닥쳤다면  회피하여 달아나는 게 자연스러운데 끝까지 목을 받쳐주었으니 말이다.미끄럼틀처럼 경사진 말 목의 한가운데서 안장 가운데까지 거슬러 돌아오는 일은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오르는 것만큼 부자연스럽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내가 꾸물떡거리며 제 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가만히 있어준 칸타에게서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던 마음이 느껴졌다.그렇기에 말의 뒷발질이 원인이 된 상황이었지만 난 칸타가 한없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후유증이 있었다.한동안 나의 오른 무릎이 시큰거려 계단 오를 적에 통증을 느껴야 했다.통증이 느껴질 때마다.말의 차는 힘으로 떠오른 체중을 받아내며 충격을 완화한 최전선 무릎이 감당했을 부담이 상상이 됐다.그 상상은 그때 할방의 사색이 되었던 표정과 비례할 것이다.

칸타의 왼쪽 앞다리 안쪽 인대가 부풀고 나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내 체중이  40kg대이므로  날아가던 속력에 의해 몇 배로 증폭된 하중을 받아낸 것은 나의 오른쪽 무릎만은 아니었다고.칸타도 그 상황에서 난데없는 등짐(?)을 떠받든 채 자기 체중을 지지하려면 딱 왼쪽 앞다리 인대가 작용했어야 한다.

그런 후로 며칠이 지나 마장마술 렛슨 시간에 '렉 일딩'이란 동작을 연습했었다.측면으로 움직이는 마장마술의 가장 기본이 되기도 하는 leg yielding은 아껴서 신중하게 할 동작이어서 하다가 부상이 잘 발생할 수도 있다 한다.렉 일딩 뿐 아니라 말에게 주어지는 마장마술 일련의 훈련은 쉬운 일이 아니다.실제로 마장마술을 전문으로 하는 말이 소소하게 잘 아프기도 한단다.말의 신체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는데 무리한 욕심으로 시도하려고 하면 탈이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머릿속으로 칸타가 왜 다리병이 났는지 온갖 생각을 끄집어내 보니 이런저런 일이 종합적으로 작용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어쨌거나 지금은 칸타가 하루 빨리 낫도록 돌봐주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칸타의 다리가 붓고 열이 나서 다음과 같은 치료를 해 주었다.일단 붓기와  열감이 사그러질 때까지 소염제 주사를 맞았다. 또 매일 샤워기 호스의 수압 노즐을 약간 센 것으로 맞추고 네 다리에 골고루 쏘았다.열이 내리도록 냉찜질도 되고 혈액순환도 잘 되어 붓기가 내리라는 의도다.그런 후 물기를 산뜻하게 말려서 소염젤로 맛사지를 해준다.소염젤은 안티푸라민이나 파스냄새가 나는 투명젤이다.한번 개봉하면 공기가 닿아 변질될까 싶어 쉽사리 사게 되지 않아 몇 번은 클럽에서 쓰는 걸 발랐다.그러다 매일 발라주다보니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 조제를 하게 됐다.일반 로숀에 맨소래담을 5:1 정도로 섞어 티트리나 라벤다 오일을 한방울 섞고 때로 알로에즙도 첨가하여 섞어 발라주는 것이다.일회용 장갑에 버무린 약용크림을 칸타의 코에 맡게 하니 저도 썩 싫은 눈치가 아니었다.아빠가 맛사지 해 줄 적에 보니 칸타가 고맙다는 듯이 등을 핥기도 하고 아빠의 얼굴에 다정하게 입을 갖다대기도 했다.내가 맛사지 할 때도 칸타는 수장대의 양쪽 고리가 허용하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내 얼굴에 부비부비 애교를 부렸다.

칸타 치료의 마무리는 밴디지 감아주는 일이다.손상 조직을 압박하여 얼른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지지하는 역할이다.하루에 한 번 감고풀고를 반복하다보니 밴디지 감는 일이 손에 익어서 재빠르고도 솜씨있게 되었다.칸타가 다 낫더라도 기승운동할 때는 자주 밴디지를 감아주어야겠다.습관이 되면 뭐든 번거로움이 익숙함으로 전환되는 게 세상사 이치다.

칸타의 치료가 시작되어 일상으로 자리잡은 동안 칸타는 한결 누그러지고 깊어진 느낌을 풍겼다.제가 아파서 보살핌을 받으면 어리광도 늘고 할 것 같은데 정반대였다.맛사지를 하고 밴디지를 감는 동안 칸타의 표정은 수심도 언뜻 스치고 지나가고 미안한 느낌마저 품은 것 같았다.

5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엄마,아빠를 태워준 칸타다.심지어 깐돌이 낳고도 20일 만에 아빠를 태우기도 했다.칸타에게 참 너무하기도 했다.그러니 칸타가 아프다고 유세를 부리고 떵떵거려도 그럴 만 하다고 다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칸타는 엄마,아빠를 태워주지 못해 의기소침해 보이니 칸타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칸타를 타지 못하는 마음의 빈 자리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사람은 할방이다.그만큼 칸타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누군가 아플 때 그와 나와 맺어진 관계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엊그제 칸타와 깐돌이를 수장대에 매어두고 잠시 태풍이를 탔다.타면서 보니 둘이서 내내 뚫어져라 날 쳐다보고 있었다.내가 다 알지 못하지만  말 마음에 엿보이는  의미 중에는 엄마를 태우는 말이 나여야 하는데 라는 마음이 한 조각 있으리라 짐작한다.그렇게 짐작하니 뒤이어 내 마음도 내가 타는 말이 칸타나 깐돌이어야 하는데 싶어진다.어서 건강한 칸타나 깐돌이 등에 타고 싶지만 그 시간이 주어지도록 기다리는 지금도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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