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린 세 장의 사진은 모두 지난 여름에 찍은 것이다.우리 아이들이 지내는 마방 구조는 이렇게 생겼다는 자료의 의미다.

 

지난 8일 토요일 저녁 무렵 대형사고가 일어났다.칸타는 기승운동을 마친 후 뒷정리를 하고 마방에서 쉬는 모드로 들어갔다.할방은 옷 갈아입으러 갔다가 누군가 황급히 불러 마방으로 부랴부랴 뛰어갔다.갔더니 칸타가 목을 내민 채 아랫턱이 쇠기둥에 걸려 발버둥을 치다가 후구가 문밖 복도로 밀려나와 기진하여 늘어져 있었다.그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이었다고 한다.다행히 그 자리에 회원 여럿이 있어서 도구를 가져다가 쇠기둥을 벌리고 칸타의 턱이 빠지도록 구조활동을 벌였다.널부러졌던 칸타가 가까스로 일어나 마체를 살펴보니 입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턱이 주저앉아 있었다고 한다.할방은 즉시 사진을 찍어 수의사님께 전송하였는데 수술을 하면 괜찮을 거란 답변이 돌아와서 불행중 다행이었다.마침 주치의 수의사님은 해외에서 막 귀국한 참이었다고 한다.

 

수술은 다음날 아침에 시작했다.올들어 가장 추운 영하 13도를 기록했던 날이다.날씨 못지 않게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분들의 마음이 얼어있었을 거다.칸타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앞아랫니 3개가 자리를 이탈하여 뿌리가 드러났다고 했다.난 끔찍할 게 뻔한 수술광경을 차마 볼 수 없어 집에 남았다.나중에 들은 얘기로 치아를 제자리에 조립하듯 맞추고 구멍을 뚫어서 와이어를 끼우고 조이는 과정을 거쳐 조직을 원상복구시켰다.그러는데 2시간이 걸렸다.나중에 내가 사후방문했을 때는 표면상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감쪽 같았고 다만 얼굴에 몇줄 긁힌 자국이 있어 그날의 참상을 짐작케 할뿐이었다.수의사님의 지시사항은 회복기간에 와이어 끼운 곳에 음식물이 끼어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구강세척을 잘 해주라는 거였다.그리고 보름 후에 재방문 할 것이며 2달 정도의 회복기간이 걸릴 거라고 했다.

참으로 황망한 사고가 일어났다.마방에서 그런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난 할방에게 사고소식을 들었지만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그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나중에 마방에 찾아가 목격자의 진술을 듣고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칸타가 목을 비틀어 쇠기둥에  턱을 걸치는 어려운 요가자세를 한 것은 밖의 동향에 대하여 뭔가 신경을 쓴 까닭인 것 같은데 구체적인 원인은 알지 못한다.사고가 나고 보니 마방 쇠기둥의 간격은 더욱 촘촘하게 좁아야 안전하다고 생각되었다.말의 턱뿐만 아니라 뒹구르기를 하다가 뻗어올린 발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여야 안심을 할 수 있겠다.일단 칸타 방은 칸타가 다시는 얼굴을 내밀지 못하도록 뚫린 곳을 철망으로 폐쇄했다.

 

또 말은 턱이 걸려 옴짝달짝 못하고 사로잡힌 상황에 처했을 때 순간적으로 극도의 공포심에 쌓이게 된다.하물며 칸타는 지독하게 예민한 말이니 제몸이 부서지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죽을 힘을 다해 발버둥쳤다.또 힘은 얼마나 센지 모른다.그 자리에 마주가 있었더라면 곧바로 진정시키기를 하고 시간을 벌어 구조활동을 벌였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말이 곤경에 처하면 사람이 더욱 침착함을 유지하도록 해야 말을 구하기가 더 쉽다.

남들은 말 다칠까봐 밖에도 안내놓고 애지중지 마방에 모셔둔다는데 칸타는 마방에서 그 지경으로 다치니 맥이 풀려서 말이 안 나온다.

 

사실 어린이나 노인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집안에서 일어난다고 한다.미끄러운 바닥,뾰족한 가구 모서리 등등.인지능력이나 감각이 떨어진 이들을 보호하려면 최대한 사고 원인제공 요인을 제거하는 수밖에는 없다.마찬가지로 말도 깨지기 쉬운 유리 같아서 아무리 사소한 요인이라도 조금이라도 위험이 예상된다면 제거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칸타가 다친 부위만 회복되면 앞으로 승용마로서 삶을 영위하는데 지장은 없다.만일 다리나 골반 부위에 손상을 입었다면 안 좋았을 터인데 천만다행이다.게다가 한밤중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을 때 다치지 않아서 고마울 뿐이다.

 

칸타의 사고를 목격했던 분들은 모두 정신적 충격을 받은 채로 말을 구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수고하신 그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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