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에서 발견한 말(馬)

 

 

 

 

'참다운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일까?'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인가?'

 

언제부터인가 이런 문제들이 마음을 온통 차지하게 되었다. 내가 온전히 젊었더라면 배낭 하나 짊어지고 운동화끈 질끈 동여매고서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났을 텐데 나이가 들고보니 형편이 허락하지 않는다. 여러모로 현실에 매이다보니 그렇다. 하여 나를 발견하기 위한 탐구의 방법으로 문학여행을 떠나보았다.

 

작년부터 고전문학을 하나씩 찾아서 읽는 중이다. 고전이란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낡지 않고 살아남아 사람들이 계속 찾게 되는 텍스트를 일컫는다. 거기에는 인간 보편성의 뭔가가 있기에 자꾸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전을 읽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초등이나 중등과정 시절에 '간추린 고전'으로 선행독서를 하게끔 만든다. 그러다보니 성인이 되어서 고전에서 다루는 삶의 문제를 현실에서 맞닥뜨리고 진정으로 읽어보아야 할 순간이 도래했을 때, 고전이란 이미 읽은 것이란 착각에 빠져 읽을 생각조차하지 않는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인생에서 뭔가 소중한 보물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휙휙 지나가는 인생의 여러가지 국면을 그저 사진 보관하듯이 현상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현상적으로만 바라보니 해결이나 나아가는 방향도 바람부는 대로 몸을 기우는 갈대 같은 건 아닐까 싶었다. 인생을 깊게 꿰뚫어보는 심미안을 갖고 싶었다.

 

그 옛날 그리이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문학에 대하여 모방충동설로 바라보았다. 문학은 삶의 재현이라는 거다.

'재현'이나 '모방'이라는 개념에 잘 들어맞는 문학의 장르는 소설이다.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소설에 대한 여러 정의 가운데 루카치의 정의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의 문제적 개인이 잃어버린 정신적 고향과 삶의 의미를 찾아 길을 떠나는 동경과 모험에 가득찬 자기 인식의 여정에 대한 형상화'가 소설이다.

 

그러니까 나는 배낭과 운동화 대신 문학책을 도구 삼아 삶을 이해하는 '자기 인식의 여정'에 참여한 거라 볼 수 있다. 소설 안에서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체험할 수 있다. 그 동경과 모험,즐거움과 환희로 가득찬 여정에서 덤으로 얻은 전리품이 있다. 인간의 삶속에서 내가 사랑하는 존재인 말(馬)이 어떤 모습으로 녹아들었는가에 대한 성찰이다.

 

내가 아는 말의 삶이란 고작 마방이나 풀밭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문학 안에서는 말이 등장인물과 구체적인 사건에 개입하여 인간이나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데 기여하고 있었다. 그만큼 말은 사람살이에 긴밀하게 함께 해왔다는 증거이므로 문학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모습이 하나도 이상할 것은 없다.

 

나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보다는 말과 가깝고도 깊은 유대를 맺고 사는 사람이므로 '문학 속의 말'이 드러나는 부분을 추려내어 기록해보고 싶었다. 이 의미있는 새로운 여정의 첫출발을 시작하려고 하니 설레고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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