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5 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 와일드

                                      ( 셰릴 스트레이드 저 / 나무의 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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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 돈도 빠듯했지만 엄마는 말을 사야만 했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엄마의 인생을 구원해 준 건 바로 레이디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레이디덕분에 엄마는 아버지를 떠날 수 있었을 뿐아니라 완전히 독립 핳 수 있었던 것이다.

 

말은 엄마의 종교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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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이프가 칼을 꺼내들고 붉은 색과 금색이 섞인 레이디의 갈기털을 잘라내는 것을 보았다

" 엄마도 이제 편히 저 세상으로 가실 수 있겠지"

레이프는 그렇게 말하며 마치 이 세상에 우리 남매밖에 없다는 듯 내 눈을 바라보았다

" 인디언들은 그렇게 믿는대. 위대한 전사가 죽으면 타던 말을 죽이고 그렇게 해야 ( 주 : 갈기털을 잘라내야) 저승으로 가는 강을 편하게 건너갈 수 있다고. 그게 존경의 표시라고 했어. 엄마는 이제 저 세상에서도 레이디를 타고 함께 할 수 있을거야"

 나는 엄마가 레이디의 단단한 등에 올라타고 거대한 강을 건너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엄마는 거의 3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우리 곁을 완전히 떠난 것이었다. 나는 레이프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랬다. 내게 빌고싶은 소원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리라. 내가 바라는 건 엄마가 다시 말을 타고 살아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레이디와 함께 저 멀리 떠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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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 때문에 놀라워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세상에는 그보다 놀라운 일이 훨씬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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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고 또 울었다. 행복해서 우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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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었던 이유는 내 마음이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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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들어왔고 나는 떠났다. 내 뒤로는 캘리포니아가 마치 기다란 비단 장막처럼 그렇게 흘러갔다. 

나는 더이상 내가 멍청한 바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대단한 여전사도 아니었다.

내 안의 나는 이제 강하면서도 겸손하며 마음이 하나로 합쳐졌다. 나는 그 사슴처럼 이 세상에서 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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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더 이상 텅 빈 손을 휘저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고

저 수면 아래를 헤엄치는 물고기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른 모든 사람의 인생처럼 나의 삶도 신비로우면서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고귀한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내 곁에 있는 바로 그것.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 불허의 것인가. 그러니 흘러가는대로, 그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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