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은 티베트의 라마승과 아일랜드계 혼혈소년 킴이 인도의 북서부 지역을 여행하는 모험소설이다. 이 작품은 인도를 소재로 한 현대 영국 소설의 선구적 역할을 했으며 ,20세기의 대표적인 영문학 작품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작품 안에 주인공 킴과 라마승 외에 말장수 마부브가 등장한다. 마부브는 말 판매업 대규모 상단의 대표다. 그의 활동무대나 거래규모는 국제적이어서 마부브는 정치적인 문제에도 개입하고 있다.  마부브는 자기의 직업상 사람이나 인생에 대하여 꼭 말로 빗대어 발언한다. 그가 던진 말 발언만 작품 속에서 긁어모아도 한 권의 어록이 될 듯하다. 그 중 일부의 내용을 소개할까 한다.

 

 

 

 

 

 킴을 학교에 보내는 문제에 대하여

 

마부브가 말했다.

"어떤 망아지는 아예 폴로 경기용 말로 태어나지요. 가르치지 않아도 공을 쫒는 겁니다. 감각적으로 게임을 알고 있는 그런 말을 무거운 짐을 끄는 말로 만드는 건 큰 잘못이란 겁니다, 나리!"

 

 

 

 

 

 

 킴이 학교에서 무단가출을 하자

 

"인간도 말과 비슷하죠. 염분이 필요할 때 여물통에 소금이 없으면 땅바닥을 핥아대지요. 그 아인 잠깐 동안 길을 떠났을 겁니다.…… 폴로를 하던 말이 혼자서 폴로를 배워보겠다고 밖으로 뛰쳐나간 셈입니다."

 

"각하! 그앤 삼 개월 동안 학교에 있었습니다. 조랑말이 게임을 익힌 겁니다.? "

 

  

 

 

 

 

현대의 자동차광 남자들이 과거에 살았더라면 말에 눈이 멀었을 것이다.

 

 

마부브의 말에 따르면 ,백인 청년들은 하나같이 말에 관한 한 전문가로 자처하면서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돈을 꿔서라도 말을 살 것처럼 덤빈다고 했다. 마차역을 따라가는 도중에 만나는 백인들이 저마다 길을 막고는 얘기를 하자고 덤비는 것은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자기네들이 타고 가던 마차나 말에서 뛰어내리더니 마부브의 말들에게로 와서 다리를 만져보기도 했다.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거나 힌디어를 전혀 모르는 탓에 그게 얼마나 상스러운지 알지 못하면서 이 태연자약한 말장수에게 욕을 하기도 했다.

 

 

 

 

 

 마부브와 크레이튼 대령과의 정치적 계약을 이행하는 게임에 킴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발언.

 

"게임을 하는데 어린 망아지를 묶어두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스스로 택한 여행을 제재한다 해도 ,그 아이는 우리의 제재를 간단히 무시해버릴 겁니다. 그러면 누가 그 아이를 잡을 수 있을까요. 대령 나리. 천 년에 한 번 나올 법한 말이 태어난 겁니다. 이 망아지야말로 우리들 게임에 가장 적합한 놈입니다.더구나 우리에겐 지금 요원들이 필요합니다."

 

 

 

      

 

 

"그 망아지는 이제 조련이 끝나서 재갈에도 익숙해졌고,능란하게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나리. 매일 이대로 가둬두고 재주나 부리게 한다면 그앤 결국 재능을 잃고 말 겁니다. 고삐를 풀어주고 내달리도록 해야 합니다. 우린 그 아이가 필요합니다.

 

 

 

       

 

 

    

  말 판매 노하우?

 

"오,부크타누의 신들이시여! 아주 잘생긴 녀석이군."

"잘생긴 녀석 타령은 말을 팔 때 써먹는 거잖아."

마부브의 말에 킴이 웃음을 터뜨렸다. 

 

 

 

 

 

<킴>이라는 작품은 모험소설,성장소설이자 구도소설이다. 작가의 관점인 영국의 인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정당성이 드러나는 정치소설이기도 하다. <킴>은 독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 읽을 수 있겠다. 나는 성장소설의 관점으로 <킴>을 보았다. 킴이라는 고아소년이 세상 풍파를 헤쳐나가며 커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이때 주변 인물을 통해서 소년의 성장은 말의 성장과 자신의 가치실현으로 비교된다. 사람이든 말이든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이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에 이 블로그에 연재했던 이태리 홀스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주로 소몰이 용도로 쓰이는 말 품종 쿼터호스가 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쿼터호스 망아지 중에서 본능적으로 소몰이 감각이 탁월한 녀석들이 있다고 한다. 그 감각을 '카우센스'라 부른다. 그런 말의 혈통은 매우 귀하게 대접받는다.

 

 

 

 

 <킴>에서도 뛰어난 말의 족보가 중요한 기밀문서로 취급되는 내용이 나온다. 승마를 하는 사람은 말마다 재능과 개성이 다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말에게 어떤 재능이 있다면, 그 재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이 주어졌을  때 그 말은 팔자가 좋은 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지 않다면 보도블럭에 떨어진 씨앗처럼 자신의 잠재된  가능성을 실현할 수 없다.

 

 

 

 

 

 

 

 

말장수 마부브가 말한 '천 년에 한 번 나올 법한 말'이란 어떤 말일까?

 

과연 그런 말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가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 잘 맞고 소중한 말이라면,

 

그 말은 나를 만나러 천 년을 기다렸다가 태어났고 , 내 앞에 나타나서 내 곁에 머무르는 것이다.

 

 

 

 

 

 

 

 

 

 

러디어드 키플링 (1865 - 1936)

인도 출생. 1907년 영어권 작가 최초, 역대 최연소 노벨 문학상 수상.

대표작으로 소설 <정글북> <킴>, 시집 <막사의 담시>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5-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문학동네가 정선해 선보이는 세계문학의 위대한 성과 시대를 뛰어넘...
가격비교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