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헨릭 시엔키에비츠

 

<간략 소개>

1846년 폴란드 귀족 가문 출신으로 출생.

 

1896년 <쿠오 바디스> (전 3권) 출간.

 

1905년 노벨문학상 수상.

 

<스웨덴 한림원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헨릭 시엔키에비츠는 서사 작가로서 뛰어난 장점을 지녔다. 쿠오 바디스는 교양 있고 자존심 강하지만 타락한 비기독교도와 겸

손하면서도 자부심 강한 기독교도 사이, 에고티즘과 사랑 사이, 황궁의 오만한 사치와 카타콤의 고요한 집중 사이의 대조를 뛰

어나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로마의 대화재와 원형경기장의 피비린내 나는 광경의 묘사는 필적할 이가 없다.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사도 베드로가 그리스도에게 던졌던 이 절박하고 심오한 물음은 시엔키에비츠의 <쿠오 바디스>를 통해 혼돈의 시대를 향해 던지는 영원한 화두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동안 두 번의 밀레니엄이 지났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전쟁과 불신, 대립과 반목이 난무하고 인류는 환멸과 실의 ,고독 속에 함몰되어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단절되고 파편화된 인간관계 속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현대문명의 카오스에 휩쓸려 끊임없이 배회하고 있는 현대인들은 삶의 지표를 제시해 주는 나침반을 갈망한다.

 

<쿠오 바디스>가 탄생한 지 10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작품이 여전히 불멸의 고전으로 손꼽히며,시공과 종교를 초월하여 끊임없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최성은 / 작품해설 중에서 - p.536

 

 

 

 

 

작품의 배경은  폭군 네로황제 시대의 로마제국이다. 로마의 귀족인 비니키우스는 이방의 공주 리기아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그녀와의 사랑은 순탄치 않았지만 우여곡절을 거치며 드디어 결혼식을 올리도록 예정되기에 이르른다. 그 찰라에 로마에서는 대화재가 일어나고 황제를 따라 로마를 떠나왔던 비니키우스는 말을 타고 어둠속으로 폭풍같은 질주를 한다. 사랑하는 리디아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극한의 절박한 심경으로 오로지 말의 속도에 자신를 완전히 내맡기고 로마로 가는 상황은 압권이다. 말의 활약이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이다.

 

작품의 제 42장 전체는 비니키우스가 로마로 가서 리기아를 찾아헤매는 상황의 전개로 할애되었다.

 

제 2권 p83.

 

 비니키우스는 두세 명의 노예들에게 따라오라고 명령하고 곧 말에 올라탔다. 그는 어둠에 싸여 을씨년스러운 안티움의 밤거리를 지나 라우렌툼으로 가는 컴컴한 도로를 전속력으로 달렸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끔찍한 소식에 그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정신을 가누지 못했다. 머릿속이 몽롱해져서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다만 '불행'이 등 뒤에 붙어 앉아 그의 귀에 대고 "로마는 불타고 있다!"고 소리지르면서,자기와 말을 채찍질하여 미친 듯이 불 속에 치닫게 하고 있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비니키우스는 투구도 쓰지 않고 튜닉 바랍으로 말을 몰았다.머리는 말의 목에 찰싹 갖다 붙이고 앞도 보지 않은 채, 가는 길에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이나 장애물은 아랑곳하지 않고,무작정 달렸다. 적막을 가르며 말발굽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밤하늘에는 별이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말도,기수도 달빛을 받아 마치 꿈속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이두메아 산 종마는 귀를 늘어뜨리고 목을 앞으로 길게 뽑은 채, 사이프러스 나무와 그 사이사이에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하얀 별장들을 뒤로 하며 쏜살같이 질주했다. 돌바닥에 부딪히는 말발굽 소리에 놀란 개들이 잠을 깨어 도처에서 짖어대기 시작했다. 비니키우스와 그의 말은 속도가 매우 빨라 순식간에 사라져갔지만 ,그가 지나간 뒤에도 개들은 여전히 머리를 쳐들고 달을 향해 짖어댔다.(중략)

 

"로마는 온통 불바다입니다!"라고 외치던 레카니우스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 리기아를 구출하기는 커녕, 온 도시가 잿더미로 변하기 전에 도착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하니 눈이 뒤집히고,미칠 것만 같았다. 비니키우스의 초조한 마음은 어느새 질주하는 말보다 빠르게,마치 불길한 새떼처럼 그 자신보다 훨씬 앞서 날아가고 있었다.(중략)

 

…… 아아, 이 얼마나 무서운 재앙인가! 대화재와 노예들의 반란,살육! 그로 인해 시민들은 격분할 테고,어쩌면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바로 그 혼란의 도가니 속에 리기아가 있다. 비니키우스의 탄식과 신음소리는 폭풍처럼 콧김을 내뿜으며 헐떡이는 말의 가쁜 숨소리에 뒤섞였다. 말도 사람도 모두 아르데아에서 아리키아까지 숨이 턱에 차도록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화염에 휩싸인 저 도시에서 대체 누가 리기아를 구출할 수 있단 말인가? 비니키우스는 달리는 말 등에 엎드려 갈기를 움켜쥐고,괴로운 마음을 참을 길 없어 말의 목을 물어뜯으려 했다.그때 반대편에서 안티움을 향해 말을 타고 바람처럼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그는 '로마는 멸망하고 있소!"라고 소리를 지르며 비니키우스의 옆을 스쳐 순식간에 멀리 사라졌다.순간 비니키우스의 귀에 "신들이여……."라는 외침이 들려왔으나,다음 말들은 말발굽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비니키우스는 그 낯선 사내가 던진 '신'이라는 말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고개를 든 채 별이 총총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중략)

 

 

 

 

연인을 구출하려는 청년은 캄캄한 밤중에 말 등에 올타타고 미친듯이 로마로 간다. 청년 비니키우스 눈에는 뵈는 게 없다. 밤중이어서도 그렇고 절박한 상황에 주변이 눈에 들어올리 없으니 장님이나 마찬가지다. 눈뜬 장님 신세의 주인 명령에 따라 달리는 말은 무슨 생각을 할 겨를이 있을 리 없지만 찰라에라도 자기 생각이 떠올랐다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주인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말은 말일 뿐이라서 주인이 가자는 곳으로 무작정 제 네발로 달려나간다. 그곳이 전쟁터이든 재난터이든 가리지 않는다. 비니키우스를 태운 말은 불바다 로마를 향해 달려갔다. 로마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극한의 절망 그 자체였다. 비니키우스와 말은 지옥을 보았을 것이다. 비니키우스가 터질 듯한 심장으로 절망으로 몸부림친 자리는 바로 말 등이었다. 미친듯한 질주의 끝에서 도달한 곳은 낭떠러지나 마찬가지 아니었겠나!  그러나 말발굽 소리 속에서 비니키우스는 "신"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그의 내면에서는 신의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비니키우스는 새로 태어났다. 그는 처음으로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를 올린다.  그 순간 나의 상상 속에서는 절벽에서 천마를 타고 날아오르는 비니키우스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말은 주인을 불바다 지옥을 통과하여 천상에 이르러 신에게 데려다주었던 셈이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신을 받아들이는 장면 이후로 작품의 전개방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타락에 가까운 로마귀족이었던 비니키우스가 기독교도 연인 리디아와 진정한 연결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신의 가르침 '사랑'이라는 주제에 더욱 다가가게 된다.

 

 

 


쿠오 바디스

저자
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5-12-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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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바디스 도미네 (2004)

Quo Vadis? 
8.8
감독
예르지 카발레로비치
출연
파웰 델라흐, 막달레나 미엘카르츠, 보거슬라브 린다, 미칼 바요르, 예지 트렐라
정보
드라마 | 폴란드, 미국 | 144 분 | 2004-12-10

 

 

 

 

 

영화에서는 방대한 문학작품이 생략되어 있어 소설을 다 읽은 후 보았더니 싱겁기 짝이 없었다. 대화재 현장 로마로 말 달리는 장면은 소설과 다르게 대낮으로 설정되었다. 영문도 모르고 미친듯이 달려야했던 말의 괴로움이 연기가 아니라 실제 (real)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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