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사의 새로운 <신데렐라>가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영화로 개봉했다. <신데렐라>라면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 아닌가, 그런 이야기를 다시 만들었을 때는 뭔가 새로움이 입혀져 있을 것이다, 과연 그 새로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나로 하여금 엄마와 함께 영화보는 여자아이들 틈에 섞여 이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니 대표적인 새로움이라면 주인공 신데렐라가 어디를 갈 때 뚜벅이로 그냥 걸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말을 타고 다닌다

는 점이다. 나는 왕자나 공주가 나오는 영화를 볼 때 그들이 어떤 말을 타고 나오는지 유심히 보는 편이다. 그 말이 보여주는 개성이야말로 그 말을 탄 인물의 캐릭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신데렐라 상대역 왕자는 숲에서 처음 신데렐라를 만났을 때 자신을 견습생이라고 소개한다. 물론 견습일을 하는 직업이 훗날의 왕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지만 . 왕자의 말은 견습생(?)의 말답게 듬직하고 성실해 보인다.

 

 보통 동화에서는 남자주인공이 백마를 타고 나온다. 흔히 '백마 타고 나타난 왕자' 라는 말처럼 백마는 환상성의 이미지다. 뭔가 구질구질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줄 구원자 이미지다. 그러나 이번 <신데렐라>영화에서는 왕자가  백마를 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남자가 아닌 여자주인공 신데렐라가 말타는 것으로 등장한다. 그 점이 새로워서  마음에 든다. 신데렐라의 성격은 디즈니사의 전작 <겨울왕국>의 공주자매처럼 주체적이고 강인하고 운명에 맞서 싸우고 개척하는 여성상이다. 신데렐라는 결코 신분상승을 꿈꾸다 운좋게 꿈을 이룬 여성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신데렐라는 수동적이거나 나약하지 않기 때문에 강인한 성격을 드러내는 서사적 장치로 신데렐라가 마구도 채우지 않은 알말을 타고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 신데렐라가 강인한 면모만 지닌 것은 아니다. 내면에는 따뜻한 마음도 지녔다. 그것은 보잘것 없고 하찮은 동물에 대한 배려에서 잘 나타난다. 극중 신데렐라의 절친은 생쥐가족이다. 영화에서 생쥐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표정이 자주 클로즈업 된다. 신데렐라는 엄마에게서 받은 유언대로 '용기' 와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강함과 부드러움의 균형이야말로 신데렐라 캐릭터의 핵심이다. 그러한 양면을 통합시키는 이미지를 구현한 말로서 흰 바탕에 검은색이 바위빛깔처럼 얼룩덜룩한 모색의 말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신데렐라의 말이 내가 알고 있는 '카포테' 라는 말과 너무 닮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이루 말할 수 없는 친근감을 느꼈다.

 

 

 

 

 

 말은 영혼의 동반자라는 의미에서 볼 때 파트너인 사람을 어떤 운명적인 상황으로 데려다준다. '데려다준다'는 모티브는 수많은 문학이나 영화의 스토리에서 반복된다. 이번 <신데렐라> 이야기에서는 신데렐라를 왕자에게 데려다준다. 신데렐라는 숲에서 사냥하는 왕자일행에게 쫒기는 사슴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런 후 신데렐라의 말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바람에 왕자가 그것을 발견하고 쫒아가 그녀의 말을 멈추게 한다. 신데렐라와 왕자는 그 순간 서로의 눈을 바라보게 되고 이끌리게 된다. 신데렐라와 왕자가 서로의 말 위에 앉아 빙글빙글 돌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로맨틱하고 인상적인  첫만남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영화에서는 훗날 왕비가 되는 신데렐라가 로또 맞은 것처럼 신분상승한 바가 아니고 스스로의 내면의 가치를 고귀하게 간직하고 가꾸어온 결과물로서 그녀가 당연히 누릴 지위를 찾아간 것으로 그려진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나타난 대모요정이나 왕궁의 연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동물은 모두 신데렐라의 댓가를 바라지 않은 친절과 따뜻한 마음 때문에 그녀를 도울 수 있었다.

 

 

 

 

 

 

 

 부모님의 죽음, 새엄마와 언니들의 구박과 훼방 등 신데렐라의 앞길을 가로막는 운명의 장벽은 높았지만 신데렐라가 자신의 고귀함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으며 자기를 넘어서서 타인에게 친절과 배려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다. 따라서 심리학적으로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부정적 의미를 넘어서서 ,신데렐라는 세월이 흘러도 다시 보게 만드는 고전이게 만든다.

 

 또한 우리에게 다가온 새로운 모습의 신데렐라가 말을 타고 나타났다는 것은 ,말이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잘 보여준다.

 

 

 

 


신데렐라 (2015)

Cinderella 
7.4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릴리 제임스, 리처드 매든, 케이트 블란쳇, 헬레나 본햄 카터, 홀리데이 그레인저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13 분 | 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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