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본문내용과 상관 없이 초겨울 즈음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한 추억의 순간입니다.칸타의 행색을 보니 아빠가 근처에 있는 모양입니다.

 

 

어젯밤에 ktv 방송에 우리 가족이 살짝 출연했던 부분이 나와서 시청했다. 얼마 전에 시니어 기자 두 분이 방문하여 승마장 원장님과의 인터뷰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촬영을 한 일이 있었다. 그날 승마장에서 말을 타고 있었던 우리 가족도 카메라에 잡혀 잠시 촬영에 응하게 되었다. 승마로 여가를 즐기는 가족으로서 나온 거다. ktv 방송은 국민방송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그 옛날 극장에서 본영화 상영 전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대한뉴스 화면을 기억하시는지.바로 그 대한뉴스의 현대판 버전이라 하면 맞다.

 

촬영날은 몹시 추웠다.그 전에 많은 눈이 내린 후에 추위가 찾아들었다.기승을 하려고 나오니 추워서인지 다들 실내마장에서 타고 있길래 '복잡하구먼'하고서 밖으로 나갔다.바닥 모래 상태가 얼다 말았는지 버석버석 한 것 같아 칸타를 타고서 조심스레 마장을 돌아보았다. 전날 바닥에 염화칼슘을 뿌린 상태였다. 그 덕분에 대부분의 땅은 표면이 얼지 않았지만 바닥은 딱딱한 느낌이 전해졌다.아무래도 얼지않은 모래 아래로 얼음층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좋지 않아.그냥 들어가야겠네'하고 돌아서려는데 시니어 기자 두 분이 카메라 셋팅을 마친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준비를 하고 기다리시는데 차마 그냥 들어갈 수 없었다. 한참 평보를 하고 나서 조심스레 속보를 시작했다. 살얼음을 밟고 가듯 사뿐사뿐 나아갈 때 꼭 내가 경기 전에 빙질을 점검하는 김연아 선수라도 된 것 같았다.어느 한곳이라도 안 좋은 곳이 있으면 꽈당 미끄러질 수 있으니 온 신경의 레이다를 돌려서 살펴봐야 하리라. 겨울철 눈이 녹았다 얼어서 형성된 일부 빙판은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복병이기도 하다. 말이 미끄러져 넘어지기라도 하면 미끄러져 나뒹군 말에 다시 사람이 상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요소이다. 칸타를 타고 나아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느 지점에서 모래 아래층의 좀 약한 얼음이 깨지면서 푹 들어갔다. 말 뒷다리 중의 하나가 빠져드는 충격이 말 몸 전체로 전달됐다. 뿐만 아니라 팬스 가장자리는 치워낸 눈의 물기가 스며들어 단단한 얼음 트랙이 되었다. 그 위를 밟고 지나갈 때 마치 지하철 공사장이 된 도로 위 철판을 통과하는 것처럼 쿵쿵쿵 울렸다.

 

혹여 칸타가 미끄러지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니 평소에 하지 않던 긴장으로 갑옷을 해입은 채로 마음은 걱정이 가득했다.그래도 이 추위에 촬영을 나오신 어르신 기자님들이 헛수고를 하지 않도록 구보까지는 연출해야 도리가 아닌가 싶었다.아마 그 상황에서 가장 시끄럽게 정신없는 곳은 내 머릿속 같았다. 어느 순간 내 머릿속에 대고 '제발 그만해.시끄러워서 말을 타겠냐구!' 버럭질을 하고 고요가 잠시 찾아오니 칸타의 상태가 느껴지기 시작했다.칸타는 내 머릿속과 심장의 상태를 HD 화질로 스캔하여 본 것 같았다.얼마나 조심성 있게 새색시 걸음으로 속보를 하든지 그만 내 마음에선 용기가 솟았다.그래 구보를 해도 되겠구나. 가자 칸타! 칸타는 자로 잰 것처럼 정확하게 구보를 시작했고 걸음은 뛰는동 걷는동 작은 보폭으로 가볍게 나아갔다.칸타의 조심스럽고도 적절한 처신 덕분에 무사하고 안전한 승마를 마칠 수 있었다.

 

겨울철 언 땅 위에서의 기승운동은 아니 하느니만 못합니다.

말과 사람이 다치지 않아야 승마가 국민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거지요.

 

우리 가족의 첫 방송출연이다. 국민방송에 나오게되다니 정말 뜻밖이다. 평소 정치나 정책 분야에 그닥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말과 승마로 인하여 나 혼자 행복하고 말 일이 아니라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의식이 있어왔다. 그러므로 우연히 ktv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출연하게 된 일이  필연적 계기가 되기도 할 것 같다.

말산업은 결국 말로 인하여 국민이 잘살고 행복하자는 취지가 아니겠는가. 2014년 청말의 해를 시작으로 말산업에도 질적인 발전과 도약으로 관련된 많은 분들이 웃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해당 방송입니다.클릭하시면 ktv 홈페이지가 나옵니다. 동영상을 플레이 하시고 시청하세요.

 

http://www.ktv.go.kr/program/contents.jsp?cid=47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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