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발행/양희원,오현미,채준 공저/발행처-한국마사회/제작 plus81 studios출판부

 

p6.에 보니 <말을 보고 말을 걸다>는 한 명의 미술 전문가와 두 명의 말 전문가가 전해주는 그림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총 48점의 그림이 실려 있으며,이 중 13점이 우리나라 작품이다.

평소에 늘 지니고 있던 생각 하나가 있다.나 같은 말 애호가를 위하여 문화예술 장르별로 말 주제만 책으로 모아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회화,음악,시 등이 특히 간절하게 염원했던 장르다.그 중에서 말 주제 회화를 흥미로운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모아놓은 책이 세상에 나와서 기쁘기 그지없다.물론 세상에 있는 모든 말 그림이 다 들어있지는 않다.그렇기는 해도 회화에 담긴 말이 시대적으로 살아온 다양한 모습은 인상깊었다.

 

책이 선뜻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표지에 나온 여인의 기마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본문을 뒤적여 찾아보니  19세기 프랑스 화가 카롤루스 뒤랑의 작품으로 <해변가의 크로짓>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아마 책에 수록된 전체 작품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래도 이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다.말을 탄 여인의 우아한 자태와 편안한 표정 때문이다.그러나 여인의 표정과 대조되게 여인은 상복 차림이다.여인의 안온한 표정 이면에는 어둡고 그늘지거나 힘겨운 현실이 놓여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그녀가 자신의 몸을 의지한 말 역시 맑은 눈망울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와 보이지만은 않다.턱 아래의 체인은 말이 제어하기 힘든 일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고개를 쳐들어 먼 곳을 응시하는 분위기는 사뭇 불안하기도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달관한 듯 체념한 것처럼 편안한 그녀의 표정은 말 등에 실려 나아가는 그 순간에 어떤 기운을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어떤 구체적인 현실이 그녀의 뒤에 버티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흐트러지지 않는 기품과 우아함이 손 매무새에 응축되어 있으므로 삶에 순응하며 온전히 받아들이는 느낌으로 와닿는다.그림의 톤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서 감상하는 이의 마음결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것도 같다.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감상하다가 문득 승마클럽마다 말 그림이 담긴 액자 하나씩 걸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그림이 힘든 현실 살아내느라 스트레스 받은 승마인의 정서를 어루만져 줄 테니까.그러면  말을 대하고 관계를 풀어나가는 자세도 더욱 여유롭고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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