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다음 책을 참고하였습니다.

<모두 다 예쁜 말들> 코맥 매카시 / 김시현 옮김 / 민음사

 

코맥 매카시는 윌리엄 포크너,허먼 멜빌,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비견되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라고 한다.<모두 다 예쁜 말들>(1992)은 국경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전미 도서상과 전미 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꿈을 찾아 용감하게 집을 떠나 온갖 위험 속에서 냉혹한 현실과 맞닥뜨리며 어른이 되어가는 한 소년의 슬프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p.145 옮긴이의 말)

 

좀 더 구체적이며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열여섯 살 카우보이 소년 존 그래디가 친구 롤린스와 각자 자신의 말을 타고 집을 떠나 멕시코로 향한다.도중에 역시 자신의 말을 탄 말썽꾼 소년 블레빈스를 만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국경을 넘어 멕시코의 아름다운 목장에 도착한다.이곳에서 존은 말 다루는 솜씨를 인정받아 조련사로 일하게 되고 목장주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데......

 

카우보이 하면 신출귀몰하게 말을 다루며 타는 명수로 인식되기도 하고 그 때문인지 남자들에게는 멋진 남성성의 로망으로 비쳐지기도 한다.숱한 서부영화에서 말발굽소리와 총소리가 뒤엉켜 뽀얀 먼지를 일으키고 사투가 끝난 후에 주인공이 모자를 고쳐쓰고 말머리를 돌려 황야를 향해 걸어나가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서부영화를 보면서 내가 말과 지내는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에 저 세계에서 살아가는 말은 무슨 생각을 할까 카우보이는 말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이란 책을 발견했을 때 그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다 읽고 나니 약간은 그 세계를 엿본 듯하다.

 

카우보이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라면 '신께서 말을 지상에 만드신 것은 소를 몰기 위해서라는 점과,남자가 가져야 할 가장 좋은 재산은 바로 소라는 점이었다.'(p.179) 라는 문장 안에 구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카우보이가 타는 말은 소몰이에 유능해야 하며 그런 일을 위해 야생마 중에서 싹수가 있는  말을 발굴하여 훈련시켜야 하는 목표가 뚜렷하다.그렇다 보니 말을 고르는 기준에서 '소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고 그런 자질이 있다면 웬만한 결함은 다 용서된다고 한다.

 

전체 4부 중에서 2부에 나오는 멕시코 목장에서 야생마 길들이기가 나오는 대목을 간략하게 추려서 소개한다.

 

목장에서 가까운 산에는 야생마가 400 마리 정도 살고 있는데 모두 목장주의 소유다.아주 오래 전부터 유명한 종마의 후손을 풀어놓고 자연 번식시킨 결과다.품종은 쿼터호스. 존과 롤린스가 목장에 도착하여 허드렛 알바로 낙인 찍고,귀에 인식표 달고,거세하고 ,뿔을 자르고,백신을 접종하며 한 이틀 보내고 나서 사흘째에 일꾼들이 3세 야생 망아지를 잡아다가 우리에 가두는 것을 목격했다.야생마들은 겁에 질려 울부짖고 밟고 일어서고 달리고 우리를 부수려 들었다.말로서는 처음 당하는 충격적인 경험이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3세 야생 망아지를 지켜보던 존은 이들을 길들이기로 마음 먹는다.이곳 일꾼들이 산에서 말들을 몰고내려온 방식을 보니 어떤 방식으로 길들일지 뻔히 보였다.그들은 고리재갈로 말을 고생시킬 게 뻔했다.고리재갈은 잘못 쓰면 말의 턱이 부러질 수 있다고 한다. 존은 나흘만에 야생마들을 다루는데 얌전할 정도로 길들이겠다고 결심한다.

 

준비물 : 용설란 밧줄 12미터 , 보살레아(금속재갈이 달린 조련용 고삐),안장에 깔 담요,삼베자루 2장,등자끈을 미리 줄여놓은 햄리안장

 

길들이기 1단계 :

 

존과 롤린스가 포트레로(망아지용 목초지) 안으로 들어가자 16 마리의 야생 망아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존은 길들일 망아지의 앞다리에 올가미를 걸었다.존은 망아지가 미처 반항하기 전에 순식간에 말목을 움켜쥐고 올라타 주둥이를 옆으로 돌려 자신의 가슴팍으로 곽 잡아 당겼다.그렇게 말 주둥이를 가슴팍에 단단히 붙들어맨 상태에서 존은 한 손으로 말 눈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몸을 어루만지며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계속 속삭였다.말 눈을 가리고 어루만지는 것은 공포를 몰아내기 위해서다.

그때 롤린스가 목에 걸친 밧줄 하나를 빼내 올가미를 만들어 뒷다리 하나에 걸고 앞다리 쪽으로 바짝 당겨 묶었다.그런 다음 먼저 걸어두었던 올가미를 풀어서 내던지고 조련용 고삐를 씌웠다.(금속재갈을 물린 것임)다음 남은 뒷다리에 두 번째 올가미를 걸고 두 올가미 밧줄을 고삐에 연결시킨다.존은 붙잡고 있던 망아지의 주둥이를 풀고 말에서 뛰어내렸다.망아지는 똑바로 서려고 애쓰다가 털썩 쓰러지고 일어났다가 다시 쓰러지기를 세 번 반복했다.그러더니 누워서 곰곰 생각하다가 다시 일어나 서있다가 껑충거리며 뛰다가 사람을 노려보았다.

 

아침부터 시작된 작업은 정오무렵이 되자 16마리의 말이 모두 앞뒤 발이 묶이고 고삐를 쓴 채 각기 다른 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결과를 지어냈다.야생망아지들은 서로 접촉할 수 없었고, 신의 목소리가 깃들기라도 한 듯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조련사의 목소리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저 아이가 장난으로 묶어놓은 짐승 같은 몰골로 마냥 기다렸다.

 

 

 

길들이기 2단계 :

 

야생 망아지 한 마리만을 끌고 포트레 밖으로 나가 조련용 우리로 들어간다.이번에도 조련작업은 존과 롤린스 2인조다.존이 말에게 끊임없이 속삭이는 동안 롤린스가 말의 앞발을 묶고 고삐를 단단히 잡는다.그후 15분 동안 존은 삼베자루를 말의 몸통,머리,얼굴,다리에 문지르고 안아주고 속삭인다.다음 안장을 올릴 차례다.담요를 말 등에 펴고 쓰다듬으며 속삭이며 안장을 얹고 위치를 바로잡았다.여기까지는 말이 미동도 않았으나 뱃대끈을 조이자 말 귀가 젖혀졌다.존은 다시 속삭이며 말에게 기대서서 뱃대끈을 조이며 이것은 위험한 짓도,미친 짓도 아니라는 듯 계속 속삭였다.안장 채우기가 완료됐다.

다음 재갈을 주둥이에 씌운다.조심스럽게 말 다리에 묶은 밧줄을 제거한다.잠시 후 말은 뒷발을 뻗어 휘젓다 멈추더니 몸을 옆으로 틀어 발길질을 해대기도 했다.존이 말 옆구리를 슬쩍 치니 말이 앞으로 나아갔고 고삐를 당겨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다시 말머리를 돌려 제자리로 돌아왔다.존은 저녁때가지 열여섯 마리 중 열한 마리에 올랐다.밤에는 모닥불에 의지하여 나머지 다섯마리도 모두 탔다.

 

일이 모두 끝나자 망아지들은 우리 안에 가만히 서 있거나,걷는다 해도 땅에 늘어진 고삐를 밟아 코가 휙 당겨지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레 걸었다.그런 모습에서 우아함과 품위가 느껴질 정도였다.아침에만 해도 단지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구슬인 양 미친 듯이 빙빙 돌던 야생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망아지들은 자신들 중 누군가를,혹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는 듯이 어둠 속에서 나지막한 울음을 주고 받았다.

 

이상의 과정은 하룻동안 진행되었다.첫날 존이 올라탄 말을 블린스가 다시 탔으며 이튿날에도 동일하게 반복됐고 사흘째에 둘은 말을 타고 밖으로 나가 초원을 질주한다.

 

카우보이의 야생마 길들이기를 문학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접하고 나니 어떤 소감이 떠오른다.

자연속에서 태어난 후 3세가 될 때까지 사람을 전혀 본 적이 없는 말을 카우보이가 길들이는 일의 핵심은 두 가지로 보인다.'사람에 대한 공포심 없애기' '마구를 장착하고 사람을 태우는 생경한 감각에 적응시키기'

 

공포심을 없애주기 위한 방편으로는 '목소리를 들려주며 속삭이기'가 쓰였고 생경한 감각 적응을 위해서 삼베자루로 온몸을 문지르며 쓰다듬기가 동원됐다.두 가지 필살기를 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말의 정신을 재부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자연에서 배부를 때까지 풀뜯어먹고 무리와 어울려 사회을 누리고 적이 나타나면 도망치는 당연한 삶을 벗어나 이후로 인간의 삶에 편입되어 새로운 생존조건을 받아들이려면 이전의 삶과는 결별해야 하고 결별을 통과하여 거듭나는 의식으로서 말은 정신적 죽음을 맛보아야 한다.

 

최초로 야생마에게 다가가 다리를 묶고 넘어뜨리는 과정은 말로 하여금 심리적 죽음을 체험케 한다. 야생에서도 말이 불가항력적으로 쓰러져 있는 상황은 포식자에게 사로잡혀 사지를 뻗고 드러누운 것을 뜻한다. 만일 배앓이를 한다거나 출산을 위해 누워있는 상황도 생존을 위해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그러므로 말은 어떤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는 없어도 자신이 무력해진 사태를 체험하면서 심리적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도리가 없다.존이 실시한 조련과정을 보니 말을 묶어서 넘어뜨리는 과정은 사람과 교감의 끈을 이어 긍정적인 새삶으로 이끌어내는 준비작업으로 읽힌다.

 

과거에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호스 위스퍼러>란 영화를 보았을 때 말미에 말의 정신을 치유하고자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왔는데 당시에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이 책을 읽고나서는 묶어 넘어뜨리는 기술이 말에 대한 물리적 강제를 최소화하면서 사람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쓰였음을 알 듯하다.

 

사람의 삶에 필요한 말의 조달을 교배부터 육성까지 사람의 의도적 개입하에 인위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산에서 데려와 길들이는 특수한 상황에 가장 타당하다고 여겨지던 서부개척시대의 말문화이자 말 조련법이라 볼 수 있겠다. 동양의 몽골이 나오는 다큐를 보면 지금도 말 길들이기를 할 때 날을 잡아서 마을주민이 모두 모여 도망다니는 말을 올가미에 걸어 붙잡아 올라타는 행사를 치르기도 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가축을 기르는 보편적인 문화에 깃든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신대륙을 개척하는 동안 말과 동고동락 했던 아메리칸 후예의 말에 대한 깊은 애정도 엿보인다. 책 내용 중에는 말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 같은 내용도 나온다.그렇기에 세월이 흐르며 그 땅에서 훌륭한 홀스맨십이 발전할 수 있지 않았겠나 짐작해보았다.

 

우리가 현재 타고 즐기는 승용마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의 손길이 타고 함께 생활하는 거나 마찬가지라 책에서처럼 카우보이가 야생마에게 실시하는  강제적 브레이크가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그러나 말에게 속삭이며 목소리를 들려주는 일이나 쓰다듬어주는 일이 말을 릴렉스하게 만드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이후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15세 이상이 독자연령으로 적합하다고 생각됩니다 .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