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끙이의 부활

칸타빌레 2013. 6. 12. 10:56

 

세상엔 불행을 가장한 행운이 있는 법이다.지난 겨울 칸타가 아랫니가 뽑히는 마방사고를 당하고 나서 끙끙이를 안하게 되었다.아 칸타 끙끙이 고치려고 그런 일을 당한게지 하며 내심 위안도 삼았다.집에 갈 때 끙끙이방지대를 돌이 목에만 채우면 되니 번거로움도 한결 가벼워졌다.수의사님도 칸타가 끙끙이 고쳤다는 말을 듣고 신기해하셨다.아마 속으로 '끙끙이 고친 말 본 적이 없는데'생각하지 않았을까. 어느날 번개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나는 일이 생겼다.어디서 '끄응~'하고 우렁찬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돌아보니 칸타가 끙끙이를 하느라 낸 소리였다.특유의 끙끙이 소리가 있다.기승 도중에 말이 걸음을 멈추고 똥을 눌 적에는 갸날픈 '끄응'소리가 난다.이에 비해 끙끙이를 하면 우렁찬 굵은 '끄응'에다가 트름 할 때 내는 '꺼억'을 합친 지극히 점잖지 못한 소리가 난다.그래서인지 말이 그럴 때 보는 사람마다 "하지 마라!'하며 나무란다.

 

날이 더워지면서 등장한 티브이 광고가 있다.에어컨 사러 어디로 오라는 광고인데 내용은 이렇다.누군가 찾아와 문을 열어보니 불청객이 "무더위옵니다"한다.가족은 일치단결 전투태세로 불청객을 물리치니 무더위가 "오메~"하며 회오리바람에 날려 사라져버린다.나에겐 그 광고가 계속 끙끙이버전으로 오버랩됐다.지난 겨울 "오메~"하고 북풍한설에 실려 사라졌던 끙끙이 망령이 여름이 되자 불사신처럼 살아나 "끙끙이옵니다~"하며 나타난 것이다.

 

어여쁘고 우아한 칸타가 '끄어어~'하는 점잖지 못한 소리를 낼 때 내 다리는 힘이 풀리는 듯 휘청거렸지만 한 팔로는 난간에 기대고 한 손은 가슴에 얹고서 마음 다스리기에 들어갔다.'끙끙이를 하니 필시 입안이 완벽하게 나은 거야 암 그렇그말구' 부활한 끙끙이를 보니 불행을 가장한 행운은 또 이렇게도 오는구나!

 

 

 

화단 옆으로 조각 빨래들이 바람에 춤춘다.끙끙이방지대 싸개다.금속이 말 목에 닿아 피부가 짓무르는 일을 방지하는 임무를 띤 요원들이다.

 

작열하는 햇볕에 살균소독 당하는 끙끙이 방지대.

 

손수 만든 헝겁싸개는 이 부분을 커버한다.

 

실내라지만 더운 공기에 나른해져서 무료하게 놀던 칸타가 바에 들렀다.엄마가 늘 당근이며 수박이며 맛난 것을 내다 주는 장소라 뭐 없나 하고서 부르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들렀다.

 

뭐 없어요?

 

엄마 어디 갔어?

 

칸타 앞에는 고양이 태평이가 세상 어떻게 돌아가든지 말든지 태평하게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늘어졌다.

 

머리만 겨우 들고는 "무슨 일이세요?"한다.

 

저한테 볼일이 없는 걸 알고 다시 제 팔을 베고서 낮잠에 빠진다.오후 4시 정도가 되면 말을 타려는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므로 그때까지 고양이의 평화는 침범당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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