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에 2명의 수의사가 방문하여 4필의 말에 대한 치과진료를 하였다. 그 중에 우리 아이들 칸타와 아마르도 껴있다. 지난 겨울부터 칸타가 운동 중에 재갈을 불편해하면서 입을 벌리는 일이 잦고 간혹 머리를 흔들기도 해서 칸타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러 원인을 생각해보다가 칸타가 언제 정치를 받았나 진료기록노트를 찾아보니 아뿔사 2년이 훨씬 지나 있었다. 부랴부랴 마치의 전문 수의사에게 연락했고 덩달아 아마르까지 말끔한 진료를 받았다. 이후 아이들이 운동할 때 입안이 편안하니까 집중력이 높아져서 좋아진 기승감각을 체험하고 있다.

 

 

 

 

​서양의 동화 중에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가 많다. 그 중에 꼭 칸타공주님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곳에 공주가 찾아왔다. 그러나 진짜 공주인지 인증되지 않았다. 그 공주가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잠자리 침대 바닥에 콩알을 놓고 매트리스를 열 장쯤 쌓았다. 그곳에서 자고난 공주님이 등이 배겨 불편했노라고 하소연했다. 그래서 진짜 공주임이 판명났다. 얼마나 예민하면 열 장 매트리스 위에서 자고도 등이 배길까. 그 공주에 버금갈 정도로 예민한 공주를 말 중에서 찾는다면 칸타쯤 될 것 같다.

 

개그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쩍 벌린 칸타의 입안을 위로 올려다 보았다. 어금니들이 일렬종대로 볼살과 맞대고 길게 나 있었다. 수의사가 장갑낀 손으로 볼살을 들쳐올려 이의 상태를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어금니가 사람처럼 가지런하게 둥글둥글 옥수수알처럼 보이지  않았다. 관리받은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어금니의 단면은 바깥으로는 볼살과 이웃하고 안쪽으로는 혀의 측면과 기대었는데 그 부분들이 울퉁불퉁을 넘어서 뾰족하기까지 했다. 그 모양과 유사한 이미지라면 이런 게 떠오른다.

 

요즘은 통조림 뚜껑이 원터치캔이지만 옛날 클래식한 통조림들은 따개를 이용하여 찌걱찌걱 굴려서 뚜껑을 땄다. 따고나면 동그란 뚜껑의 절단면은 뾰족뾰족하여 손이라도 댔다간 베이기 십상이다. 꼭 불규칙하게 마모된 어금니 단면끝이 잘라낸 통조림 뚜껑 절단면처럼 보였다. 처음에 마모될 때는 빨래판의 굴곡 같았다가 더 시간이 흐르면서 뾰족해졌을 것이다. 볼에는 상처가 났다가 아문 흔적도 보였다. 이 지경이었으니 예민한 공주님 칸타가 얼마나 신경쓰이고 불편했을까 싶다.

 

 

 

 

​     아마르의 입안도 사정은 칸타랑 비슷했다. 다만 성격이 무던하니까 별 티를 안냈던 뿐이다.

 

 

 

 

​아마르는 낭치도 하나 뽑았다. 사람의 사랑니처럼 불필요하면서 ,말의 어금니 맨 앞줄에 콩알만하게 나서 재갈을 건드리는 놈이다. 마취주사를 맞고 핀셋으로 낭치를 뽑아냈다. 말에 따라서는 뿌리가 깊어 뽑기 힘든 낭치도 있다고 한다. 아마르의 입안에서 존재감 없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승용마의 전도양양한 앞날을 위하여 그만 치워지고 만 셈이다. 아마르가 진료 받을 때는 태연한 얼굴이었는데 다 끝나고 나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 주루룩 떨어졌다. 나름 힘들었나보다.

 

 

 

 

​아마르를 처치하는 동안 이미 끝난 칸타는 진정제 효과가 남아있어 회복하라고 그냥 세워뒀는데 어느 순간 깊고도 긴 '푸우우우'하는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그 와중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거다.

 

(다른 사례)

 

말 3.

8살이 되도록 한 번도 관리받지 못했다. 어금니의 단면은 통조림 절단면을 넘어 톱날처럼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어금니 맨 앞엣니가 혼자만 마모되지 못해서 갈고리 모양을 형성하고 있었다. 운동할 때 늘 머리를 흔들던 이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진료과정을 보지 못한 마주는 나중에 수의사에게 결과 보고를 듣고는 애마가 그동안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며 마음 깊이 아파했다고 한다.

말 4.

 

18살 정도고 그동안 규칙적인 관리를 받았다. 문제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충치가 있었다. 말 어금니 중에서 충치가 잘 생기는 전형적인 자리라고 한다. 그 자리 충치가 더 진행되면 염증이 상악골로 유입되어 코에서 악취가 심한 콧물이 흐르게 된다고 한다.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겠고 충치가 심해지면 뽑아내야 한다.

 

 

 

 

 

​말의 치아관리를 잘 하면 말이 기승운동을 더 잘하게 되므로 타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말이 기승운동 중에 보이는 많은 문제점이 입안의 치아문제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제 봄이 앞다투어 오고  좋은 날들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그 좋은 날에 말과 더불어 즐기기 위해 말의 치아관리는 필수다. 입안에 통조림날이나 톱날을 문 말에게 무엇을 요구하여 말에게  고문이 되기를 원하는 승마인은 결코 없을 것이다.

 

 

 

​<승마 교감의 예술>(케이트 박 ,저)에 보면 이 문제가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소개한다. (페이지 280 - 281.)

 

이가 탈이 났을 시  운동할 때의 증상들

 

재갈 받기를 싫어한다.

코끈을 매거나 볼을 만지는 것을 꺼린다.

얼굴이 붓는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든다.

구보를 시작하거나 답보변환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거나 한쪽으로 돌리는 것을 어려워한다.

수축운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버킹을 한다.

재갈을 제 위치에 물려 커뮤니케이션 하기가 어렵다.

입을 벌린다.

 

말의 편안함과 안전하고 쾌적한 기승을 위하여 1년에 1회 정도 '묻지마 치과진료'를 무조건 받는다면 좋을 것이다.

 

 

                                           ​어제 낮에 점심 먹는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우물우물 편안하게 잘 먹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마방에서 건초 씹는 모습이 힘들어보이고 , 건초를 겔겔 흘리거나 하는 말 친구도 치아상황이 안 좋을 수 있겠다. 기승전후에 콧잔등 주변에  뽀뽀하고 싶은데 입냄새가  심한 말도 치아로 인한 염증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참고>

아이들 정치는 그린벨 이콰인 동물병원에서 수고해주셨습니다.

http://cafe.naver.com/equine/232

 

 

 

 


승마: 교감의 예술

저자
케이트 박 지음
출판사
느린걸음 | 2010-02-10 출간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책소개
승마레슨, 장구, 말관리 등 승마의 모든 것을 담은 승마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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