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 된 미니어처 망아지가 왔다.다 크더라도 겨우 10센티 정도 키가 자랄 뿐이란다.살아있는 인형처럼 귀여운 자태에 보는 사람마다 눈을 떼지 못하고 어쩔줄 모른다.

 

매료된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말들도 사람 못지 않았다.망아지 마방 앞에 온 말마다 놀라고 신기해서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칸타는 보더니 놀라서 순간 숨을 멈추고 한동안 동상이 되어버렸다.그러는 동안 표정을 보니 '아니 이렇게 작고 귀여울 수가! 어리기도 하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그리곤 망아지와 콧등을 맞대고 다정한 인사를 나눴다.

 

돌이는 보더니 낯선 물체를 발견한 듯이 '허걱'놀라며 몸을 뒤로 움찔했다.좀 뻣뻣하게 긴장도 했는데 에상치못한 존재에 할말을 잃은 듯 보였다.

 

돌이 망아지 시절을 떠올리면 나이많은 말들이 깊은 관심을 나타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우연히 옆방에 망아지가 들어와 하루종일 들여다보게 된 말 밍크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망아지를 바라보았다.그러더니 수삼일 지나자 얼굴엔 무료함이 가시고 화색이 돌았다.망아지가 나이든 말에게 어떤 기운을 불어넣은 게 틀림없다.

 

흰색이 많은 망아지 이름은 '레이'고,브라운색 망아지는 '마티'다.짱구 이마,솜털처럼 폴폴 날리는 갈기와 꼬리,조개 만한 발굽,볼록한 배가 망아지의 공통분모인가보다.다만 성격은 아주 다르다.레이는 호기심천국에다가 사람을 무조건 따른다.마티는 경게심을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그래도 둘 다 얼굴 만지는 일을 완전히 허락해서 얼굴 만져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티와 레이는 앞으로 승마장에 찾아오는 어린이의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지인들이 와서 망아지 구경을 하다가 도저히 구경만 할 수 없어 슬그머니 마방으로 들어가더니 안고 쓰다듬고 난리가 났다.나이먹은 어른들이 그렇게까지 좋아하니 말은 꼭 타야 즐거움을 얻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갖은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가 머무는 병원 근처에도 이런 망아지가 있어서 바라볼 수 있다면 병이 금방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카메라를 눌러대며 접근하자 며칠 안면을 튼 사이라고 마티가 그닥 경계는 하지 않고 편안하게 바라보았다.

 

욘석들도 당근을 잘 먹는다. 첫날 마방 전체에 당근을 다 돌리고 돌아서니 아가들이 빤히 쳐다보았다."우리는 왜 안 주는 거예요?" 아차 키가 작아 안 보여서 깜빡 잊었다.좀 실망한 기색으로 천진난만한 눈을 깜박거려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내일은 꼭 주겠다고 약속했다.

 

사람도 그냥 친구라 여기고 접근하는 레이가 나에게 뭐라뭐라 얘길 잔뜩 했다.

 

아가야! 지금은 네가 뭐라 하는지 잘 못알아듣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렴.좋은 친구가 되어 마음을 아는 사이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란다.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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