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9.1 ?⑤룄. ?앹뼇 073.jpg칸타와 돌이가 기웃거리는 곳은 갤러리석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구내매점(?)이다.이곳에서 엄마가 커피를 홀짝거리며 당근을 먹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그 전에 대형냉장고에서 당근을 꺼내다가 도마에 놓고 썰때에 나는 타다당~ 타다당` 소리가 울리면 기대가 만땅인 표정을 하고서 군침을 삼키며 바라본다.

 

13. 9.1 ?⑤룄. ?앹뼇 074.jpg어떤 때는 그냥 서서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대화하는 내용을 경청하기도 한다.아이들이 잘 들어두었다가 한밤중에 마방에서 "낮에 사람들이 하는 소릴 들었는데 말이지~"하고서 전달하는 상상이 떠오른다.아무튼 말들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하여 대단히 깊은 관심을 보인다.

 

13. 9.1 ?⑤룄. ?앹뼇 077.jpg돌이는 문고리가 고장나서 고정되지 않은 문을 입으로 열었다 닫았다 하는 취미생활도 종종 즐긴다.(사진은 2013년으로 정정합니다.)

 

13. 8. 31 ??뿬由? ?꾩씠??.?⑤룄 ?뚯썝 湲곗듅 001.jpg한낮이라 마방에는 사람이 나뿐이고 말들은 조용하다.그 와중에 돌이만이 할머니가 뭐하나 궁금해서 얼굴을 쏙 내밀었다.

 

13. 8. 31 ??뿬由? ?꾩씠??.?⑤룄 ?뚯썝 湲곗듅 004.jpg요즘 돌이 별명이 <애늙은이> <어덜트 키드>이런 종류다.5세가 된 후로 얼굴에 그득했던 장난기는 어디로 다 가버리고 여느 말처럼 포카페이스가 표정의 기본형이다.벌써 이러면 10세 정도엔 무슨 표정을 하려고 그러나.

 

13. 8. 31 ??뿬由? ?꾩씠??.?⑤룄 ?뚯썝 湲곗듅 003.jpg

 

13. 8. 31 ??뿬由? ?꾩씠??.?⑤룄 ?뚯썝 湲곗듅 005.jpg의자와 함께 같은 포즈를 취한 깜주 양.

 

13. 9.1 ?⑤룄. ?앹뼇 007.jpg엘도라도는 표정이 환해져서 명랑,유쾌한 모드를 내내 유지하고 있다.별로 해준 것도 없고 그닥 재미있을 일도 없는데 그저 말 동료랑 함께 있고 사람이 드나들면서 이름 불러주고 쳐다봐주는 것만으로 행복한 모양이다.

 

말 아이들과 소소한 일상을 보내다보면 아이마다 다 다른 개성이 있어서 거기서 비롯되는 특유의 웃음거리가 있다.혼자 웃기에는 좀 아까워서 잠깐 소개해보려고 한다.

 

돌이는 참 맛나게 먹는다.칸타보다는 못하지만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며 다른 말보다 2배속으로 빨리 우물거리며 먹어치운다.가끔 품질이 떨어지는 알팔파나 티모시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 입맛이 까다로운 말은 "이걸 먹으라고 주는 거야? 기가 막혀서 원.내 꿂어죽지 않으려고 먹는다만 쩝!"이런다.하지만 돌이는 건초의 품질 따위에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는다.그저 입안으로 들어가 씹을 수 있으면 만족하는 것 같다.그러다 보니 돌이가 먹는 모습은 어르신들이 보았을 때 아주 탐스럽게 먹어서 보기에 흐뭇한 모양새다.여기까지는 좋았다.먹는 일을 너무 사랑하다보니 좀 오버하는 경우가 생겼다.이 지점이 돌이만의 푼수짓이 나타나는 곳이다.마방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갈 때 돌이는 머리를 바로 옆방 밥그릇에 쑥 디밀어서 조사를 한다.다음엔 복도에 떨어진 몇 안되는 건초오라기를 다 주워먹고 차례로 지나가는 밥그릇도 다 조사를 해야만 한다.때로는 마방에서 재갈 물고 굴레 쓰고서 나오는데 그 차림새로 밥그릇 조사하는 모양새는 웃음이 터져나오게 한다.하루는 그 모양새로 옆방 브릿지 밥그릇에 머리를 쑥 밀어넣고 한참을 있으니 브릿지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멍하니 보고 있었다.돌이에게 내가 콩이며 보리 삶은 것을 줄 때에 돌이가 쩌업쩌ㅓㅂ~ 하며 너무도 맛나게 먹으니 브릿지가 부러운 표정으로 보다가 의아한 표정마저 짓는 것 같았다.브릿지는 마장마술 기능을 보유한 말이므로 나름대로 늘 귀한 대접을 받으며 쭉 살아왔을 것이다.그런데 옆방의 말이 너무도 과분한 대접을 받는 것 같으므로 쳐다보다가 혹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려나.'얘는 뭔데 이렇게 대접을 받아?이 아이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게 분명해.어디서 보도 듣도 못한 신통방통한 기능을 할 줄 아는 아이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대접을 받을 수는 없지.암~'

나의 상상이기는 하지만 돌이가 기능은 커녕 여태 변변한 선생님조차 만나본 적 없는 오리지날 홈스쿨 어린이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면 브릿지가 다시 한번 깜짝 놀랄 것 같다.

 

엘도라도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의젓하다.승용마의 본분을 다하는 모습 말고는 없다.그러나 일상으로 돌아가보면 그렇지 않은 모습일 때가 많다.가장 큰 개성은 칸타바라기이다.칸타가 마방에서 나가기만 하면 간헐적으로 길게 구슬픈 울음을 뽑는다.누가 들어도 간절하고 애닯은 곡조이다.칸타가 다시 방으로 돌아오면 기뻐서 꺽임과 떨림이 많은 소리를 질러댄다.한 석 달 가까이 엘도라도가 뽑아내는 가락을 감상하다보니 그 소리가 여느 말처럼 단조롭지 않고 애간장이 끓어서 판소리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점점 받게 되었다.판소리란 인간의 희노애락이 녹아들어가고  한을 승화시킨 정서가 아닌가. 춘향이가 이몽룡을 그리워하며 토해내는 '쑥대머리'도 가슴을 할퀴며 지나가기도 한다.엘도라도가 말 판소리 명창이다.궁금하다면 언제고 오셔서 감상해보시라.

말 판소리 명창 노릇 외에 엘도라도는 마방에서 부대서비스로 '알리미 서비스'도 한다.누가 나갔다가 들어오면 길게 울음을 뽑으며 환영하는데 "태풍이 들어옵니다~" "돌이 들어옵니다"이런 소리로 들린다.엘도라도가 알리미서비스를 자청한 데에는 오랜 세월 종족과 격리되어 고독하게 살아왔던 후유증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 외에 엘도라도는 점잖지 못하게도 게걸스럽게 먹는다.삶은 콩이나 수박 등 물기가 줄줄 흐르는 간식을 주었을 때 사람이 후루룩쩝쩝 하고 요란하게 국수를 먹는 것처럼 얼마나 소란스러운지 모른다.온 건물에 울려퍼지는 엘도라도의 먹는 소리에 그만 내가 민망해질 정도다.그럴 때는 털털한 아저씨를 보는 듯하다.

 

칸타는 우아하고 새침떠는 암말이어서 그닥 푼수짓은 하지 않을 것 같고 오히려 거리가 멀지않을까 오해하기 딱 좋다.하지만 칸타도 그런 푼수짓 하지 않으면 너무 정 떨어지지 않을까요? 항의하며 적극적으로 푼수짓 대열에 동참하려는 듯이 보유한 부분이 있다.이미 널리 알려진 바대로 체면과 예의를 벗어던지고 곡물사료수레를 찾아가 허겁지겁 먹어지우는 행동이 대표적이다.고상한 공주님이 갑자기 식신으로 변해 양푼에 갖은 재료를 담아 비벼 온 얼굴에 묻히며 퍼먹는 분위기쯤 될 거라고 본다.

또 다른 푼수짓 하나는 뒹굴기 할 때 나타난다.일단 벌러덩 눕는다.그 순간 칸타는 말이 아니라 뒤집어진 거북이로 변신한다.배를 하늘로 향한 채 앞다리 둘을 하늘로 뻗쳐 위아래로 올렸다내렸다 하면서 모래에 등짝 비비는 쾌감을 즐긴다.이때 거북이 말고도 떠오르는 모습이 있는데 아이가 드러누워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떼쓰는 모양이다.거북이든 떼쓰는 아이든 품위유지와는 거리가 매우 먼 모습일 것이다.

 

아이들이 푼수짓 떠는 모습이 나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사람도 저마다 공개적으로 알리기 민망한 습관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그런 모습은 자신과 가족 정도나 알고 있는 은밀한 부분일 터.이 은밀함으로 인하여 가족이라는 연대의식이 돈독해지기도 한다.말은 사적인 취향이라고 해서 일부러 감추려고 하지는 않으니 그저 대놓고 웃다보면 가족의 일원으로서 말이란 사람에게 웃음을 많이 선사하는 존재로구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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