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의 돌이 (왼쪽)와 태풍이(오른쪽)

 

2012년 6월의 태풍이

 

2011년 8월 돌이(왼)와 태풍이(오)

 

2013년 9월 9일에 타지에 나갔던 태풍이가 7개월만에 돌아왔다.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태풍이가 클럽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 아이들을 운동장에 풀어놓고 트레일러에서 내리는 태풍이 환영을 대대적으로 하려 했는데 내가 갔을 때는 이미 태풍이가 도착한 후였다.

운동장에 혼자 서있는 태풍이는 아직도 돌아왔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 듯 벙벙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예전에 지냈던 곳이긴 하지만 새 건물도 들어서고 나무도 심어놔서 낯설은 점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태풍모친의 말을 들으니 태풍이는 이미 마방을 한바퀴 돌며 우리 아이들과도 인사를 했다고 한다.그때의 아이들 표정을 봤어야 하는데 참으로 아쉽게 됐다.

아직 해가 뜨겁기도 해서 태풍이를 실내마장으로 데려다놓고 칸타를 데리고 왔다.실내마장 출입문을 향해 걸어오는 칸타를 발견한 태풍이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칸타가 실내마장 문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다음에 펼쳐진 재회장면은 애틋하고 아름다웠다.태풍이와 칸타는 서로의 엉덩이에 얼굴을 기대고서 오래도록 가만히 있었다.익숙했던 서로의 체취와 체온을 흠뻑 느끼며 그 옛날 그 느낌과 같다는 것을 확인하는 절차였을 것 같다.충분히 그러고나서야 둘은 천천히 걸음을 떼어 앞서거니 뒷서거니 둘이 한방향으로 산책이라도 하듯이 반원을 그리며 나아갔다.7개월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워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 재회의 축하순서는 당근파티였다.사람엄마 둘이서 당근을 푸짐하게 썰어서 갤러리석에 앉자 칸타와 태풍이가 다가왔다.둘은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다정하게 당근을 받아먹었다.평소 칸타와 돌이가 나란히 당근 받아먹을 때는 은근히 시샘하는 경쟁을 하면서 허겁지겁 받아먹는 분위기가 감도는데 태풍이와 칸타는 연인 사이라 그런지 여유롭고 평화로웠다.이 완벽한 분위기를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간헐적으로 들리는 엘도라도의 애타는 절규가 건물 안에 메아리쳤다."오~ 나의 칸타 어디로 간 거니! 엘도에게 돌아와주오 어서~"

당근을 받아먹는 동안 태풍이 얼굴을 가까이에서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첫눈에 보기에도 태풍이는 그간에 잘 지내왔음을 느끼게 했다.좀 더 오래 바라보니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 눈에 띄었다.태풍이 얼굴에 그늘과 구김이 완전히 날아가버리고 온데간데 없다는 사실이었다.말로서 산전수전 다 겪은 말의 얼굴에서 읽히는 세월의 더께가 남긴 흔적은 말끔히 지워지고 동안스럽기조차 했다.얼핏 돌이의 얼굴이 떠올랐는데 얼굴에 흉터자국이 많은 돌이가 더 늙은이 같다고 느껴졌다.태풍이의 회춘동안은  다 마주가 빚어낸 예술작품이다.

좋아진 모습으로 돌아온 태풍이 바라보는 일이 유쾌하고 한세상 함께 살다갈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지워주는 존재가 되어준다면 삶에서 향기가 나지 않겠나 얼굴에 미소를 거는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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