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오기 전 6월은 신록이 절정을 이룬다. 피부에 닿는 공기의 질감도 비단처럼 매끄럽다. 보송하고도 따뜻한 공기의 속살에  맘껏 부비고 싶은 듯 말 아이들의 동작이 활발하다. 운동장에 모인 멤버 역시 잘 만났다. (왼쪽부터 아마르, 수아, 레이) 레이만 나오면 큰말들이 장난으로 몰이를 하고 추격전을 벌이곤 한다. 그러다 아기(레이)가 힘들어 하거나 구석에 몰리면 잠시 멈추고서, 아기가 숨통을 틔우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놀곤 한다. 어디까지나 레이가 아기라고 큰말들이 여기기 때문이다.

 

 

 

 수아와 레이만 있을 때는 수아가 "이런 놀이 가르쳐 줄게!" 하는 것처럼 운동장을 트랙 삼아 전력질주 한다. 레이와 수아가 벌이는 레이싱, 경마장 놀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 수아와 레이 사이는 사이좋은 누나와 어린 동생 같다.

 

 

 

 어느 순간, 천진난만한 동심의 분위기가 흩어지면서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수아가 급 얌전해지고, 레이는 공기 중에 떠도는 특이한 향을 콧속으로 수집하고 있었다. 아마르는 '이 분위기 대체 뭐야?'

 

 

 

 보이는 장면은 커플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낀 가족처럼도 보이는데, 이상하다.

 

 

 

이 순간

 수아는 암말의 향기를 진하게 풍겼다 할 수 있고, 레이는 그 향기에 어찌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좀 이상하다 ,그치?

 

 

 

 이상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괜히 한 바퀴 달리기를 시도해보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체온만 높아져서 그 수상한 향기를 더 풍부하게 퍼뜨렸을 뿐이다.

 

 

 

 어린말들이 노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 고독한 포즈를 취하고 선 말은 칸타. 이 상황의 정체가 무엇인지 다 꿰고 있는 눈치다. 칸타의 침묵은, 그러나 상황에 대처하는 말의 입장이란 게 얼마나 부질없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암말의 향기에 반응하는

 

 

 

 수말의 '플레멘 반응'

 

 

 

 레이가 독특한 향기의 진원지를 드디어 발견했다.

 

 

 

 아마르에 비하면 귀여운 '미니 플레멘 반응'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 보아도

 

 

 

 어떻게 무슨 매뉴얼을 실행해야 하는지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레이는 아무래도 내가 너무 작거나, 누나가 너무 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 아마르는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는 게 다일 뿐이라고 생각했을까? 가장 답답한 처지에 놓인 말은 당연히 수아겠다.

 

 

 

 거대한 똥과 작은 새가 만났을 때, '이건 대박이야!' 물컹한 섬유질 덩어리가 품고 있는 덜 분해된 곡식알을 쪼아 먹을 때 새가 외칠 법한 말이겠다. 새에겐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를 발견한 거나 마찬가지다.

 

 

 

 춘정이 혼곤하게 흐드러지는 계절을 맞이하는 1세마 미니어처 레이에게 비친 세상은 온통 큰 것들만 수두룩하게 널려서 상대하기조차 뒷목 땡기는 , 뭐 불편한 그런 모습이 아닐까 한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내맘대로 안되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레이가 그런 세상이치를 하나씩 겪어나가는 중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큰 것과 작은 것의 조합으로 뭔가 아름다운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 승마가 그런 게 아닌가?

 

 

 

 말이 그렇게 큰 몸피를 가지지 않았다면 작은 몸피의 사람과 한몸이 되는 승마의 예술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까.

 

 

 

편자는 행운의 상징이면서 ,승마의 대표적 상징도 된다.

뚫린 원처럼 보이는 편자가 양팔로 감싸안는 모양을 연상케 한다.

말할 필요도 없이  작은 사람의 다리로 큰 말의 몸통을  감싸는 행위가 승마가 아니겠는가?  

서로가 정신의 교감으로 연결하고,다리로 몸통을 감싸는 행위로서 승마가 완성된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레이에게로 가보자. 어느 날 나그네가 하나 와서 잠깐 클럽에 들렀다. 클럽 터주라고 위세를 부리려는데 큰 것이 만만찮게 나온다. 이러다 본전도 못찾고 스타일이나 구기겠네.

 

 

 

 담임쌤도 키가 훤칠하게 크다.

 

 

 

                              이런 젠장, 아마르 형이 자기네 할배를 태우고 가니 키가 어마무시하게 크네.

 

 

 

                                  에라 ~ 이럴 땐 그냥 자빠져서 가려운 등이나 긁자. 에이 퉤퉤퉤 ~

 

 

                                 여러분도

                       인생에 어떤 키 큰 것들이

                       끼어들어서 어깃장을 놓는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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