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꽤 추웠다고 한다. 그런데도 나는 그닥 춥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추위에 단련된 세월 탓도 있겠고 다른 이유도 있다.

 

 

추위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몸을 난로처럼  달구는 거다. 이렇게  터득했달까.

간단히 구호화 한다면 '난로로 빙의하자!'

 

 겨울이 되면서 나의 승마장 일과는 이렇게 바뀌었다. 승마장에 도착하자마자 칸타와 아마르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넨 후 다짜고짜 옷을 홀랑 벗겨 던져놓고, 다시 한 번 다짜고짜  실내마장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런 후 잠시 기지개 펼 짬을 준다. 요때 칸타는 부랴부랴 뒹굴기를 하고 아마르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킁킁거리며 돌아다닌다.

 

 

"자 됐지? 이제 시작이다!" 하고는 장채찍을 들고  공중으로 띄우면 기다란 끈이 리듬체조 선수의 리본처럼 허공에서 춤을 춘다. 이것을 신호로 칸타가 앞장서고 아마르가 뒤따르는 식으로 자유조마는 시작된다. 아이들은 서두르지 않고 리드미컬하고 활발한 속보로 마장을 돈다. 나도 안쪽에서 작은 원을 그리며 성큼성큼 걷는다. 그렇게 20분 정도 함께 호흡을 맞추어 걸으며 달린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은 난로가 되어 후끈후끈 열기가 가득하다. 이 열기는 다시 승마장을 나서기까지 3시간 정도는 유지되는 편이다.

 

 

20분 자유조마 후에도 나는 실내마장을 벗어나지 않고 칸타 ,아마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어슬렁거리며 생각도 하고 가끔 아이들이 똥을 떨구면 치우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발견한 사실! 아마르가 자꾸 나를 스토킹한다. 문득 뒤가 캥겨서 뒤돌아보면 집채만한 검은 존재가 나를 향해 뚜벅뚜벅 ~ 그러다 장난으로 확 ! 덮칠 것 같은 불길한 느낌. 예전 같으면 저리 가라며 쫒아냈으련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예절을 지키며 사람과의 최소거리는 지킨다. 문득 나 스무 살 무렵엔 길에서 남자가 따라오는 일이 있었지 하고서 옛생각이 떠오른다. 그 남자도 내가  뭔가 좋다고  꽂혀서 따라왔듯이  , 아마르도 내가 좋아서 따라오는 것이니 기분이 나쁠 리가 없다.

 이럴 때 어울리는 영화가 있다.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아마르가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어쩌다 내 눈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졸졸 따라온다. 다가와서 킁킁 조사도 하고,앞발을 긁으며 요구도 한다. 만일 내가 긁개나 채찍이라도 들고 있으면 "이리 줘봐!" 하는 것처럼 제 입으로 덥석 물고 내게서 물건을 빼앗는다. 어쩌면 아마르는 그 물건을 다시 달라고 내가 잡아당길 때 줄다리기가 오가는 그 다음 상황을 즐기려고  하는 행동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뭘까. 아무튼 사람을 따라다니는 행동은 올해 내내 이루어진 내츄럴홀스맨십 훈련의 기분좋은 후유증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나를 절친으로 여기는 탓도 있다고 본다.

 

 칸타는 적극적으로 따라다니지는 않아도 시선으로는 아마르보다 더 집요하게 스토킹질을 한다. 오래 함게 지내서인가 요즘에 칸타의 눈빛을 보면 꼭 그 안에 사람이 들었나 싶기도 하다.

 

 칸타는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커피도 홀짝거리니까 사람스러운 눈빛을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으니 칸타가 혼자 제적을 따라 워킹을 시작한다. 칸타의 '나홀로 하염없이 워킹'은 과거 칸타가 환자였을 때 재활운동 했던 후로 오랜 습관이 되었다. 덕분에 말 워킹머신이 없어도 스스로 잘한다.

 

 

 올해 나의 목표 중에 하나는 <말에게 집착하지 않기> 였다. 그러니까 말을 하루라도 안 보면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버리자는 거다. 구체적으로는 일주일에 사일만 승마장에 나가고 나머지는 인생의 다른 분야에 몰두하자, 대신 말을 만나러 가서는 최선을 다해 좋은 시간을 갖는다. 라고 행동지침을 정하고 실천했다.

 

 

옛날에는 아마르가 한창 자라고 있어서 늘 들여다보고 보살펴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시절에는 아마르가 최대한 많은 시간에 무리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방목생활에 비중을 두었다. 지금은 날마다 만나지는 않지만 만나는 시간에는 자유시간조차 함께 걸어다니고 접촉을 하려고 한다.그러자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아마르는 올해  내츄럴홀스맨십과 마장마술 기초공부를 했다.

 몸도 더욱 튼튼해졌다.

 기른 사람에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기쁨을 주도록 잘 자라주어서 아마르에게 고맙고, 그냥 무한한 감사의 마음도 샘솟는다.

 

 2014년에는 나의 개인적인 다른 활동이 있어 블로그가 개점휴업한 가게처럼 한가했다.

 2015년에는 다시 알차게 채워나갈 생각이다.

한층 깊어지고 말간 시선으로 말과 사람, 그들의 관계에 대하여 풀어나가볼까 한다.

 

 아마르는 공부중!

 

 실내마장에 어떤 무늬가 새겨져 있어 찍어보았다. 여러 마리의 말이 사람을 태우고 돌아다닌 시간의 흔적이 모래바닥에 응집되었다. 삶은 해마다 한 장씩 새로운 무늬가 새겨지는 그림 만들기가 아닐까?

 

 

알팔파와 티모시를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12월,겨울나무의 자태는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구름낀 하늘을 배경으로 늘어선 나무의 우듬지도 바라보시구요.

올해 어떤 아름다움을 여러분의 삶속에 수놓으셨는지 떠올려보시지요.

크리스마스도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2015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좋은 인연 이어가지요.

 

 

 

<마필관리사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임>

 

칸타는 멋진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초록이 지천인 풀밭이라도 거니는 중일까요.

내게는 사진이 이런 의미로 읽힙니다.

 

"엄마,나는 잘 지내요. 우리 걱정 말고 엄마의 멋진 꿈을 꾸세요."

 

칸타가 간절하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기 때문에 요 사진이 나에게 전달된 것 아닐까요?

꿈보다 해몽이라구요?

그래도 매사에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손해볼 게 없습니다.

 

여러분에게도 말 대표로 칸타가 전하는 메시지를 2014년 <알티>의 공식메시지로  삼겠습니다.

 

자신만의 꿈을 꾸세요!

꿈을 믿고 나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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