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르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 보름 되던 날 다른 곳에서 지내던 태풍이가 돌아왔다.

 

 

 

 

 태풍이가  한강에 돌아오던 날 자기가 타고 있던 트레일러가 한강클럽 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길고 높은 말울음 소리를 연거푸 질러댔다고 한다. 태풍이는 과거에 자기가 살던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시각 나는 칸타를 실내마장에 풀어놓고서 태풍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할 시각이 다 되어가는데 칸타가 괜히 꼬리를 치켜들고는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기쁜 감정의 표현이었다. 나중에서야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태풍이 울음소리를 듣고서 기뻐했다는 것을 알았다.

 

 

 

 

실내마장에서 몇년 만에 다시 만난 태풍이와 칸타는 서로 머리를 목에 기대고 인사를 나눈 후 함께 걸어다니며 놀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마주들이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태풍이는 나에게 특별한 말이다. 나의 첫 애마 바람이와 기꺼이 즐겁게 놀아주었으며, 칸타와도 아마르와도 제각각의 방식으로 절친이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태풍이가 아마르도 떠나고 헛헛한 이때에 건강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와 칸타 곁에 서있으니 참으로 든든하다.

 

 

 

 

 든든한 태풍이가 있으니 칸타 걱정일랑 내려놓았다. 덕분에 요즘 나는 마음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태풍이가 건강하기를 …

 

 

 

 

 칸타가 건강하기를……

 

 

 

 

건강한 말들을 보면서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상 모든 말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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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5.27. 반가운 유예 님과 칸타의 만남. 사진 분위기 봐서는 주인과 애마구나 싶을 정도로 다정하다. 칸타는 왕새침떼기라 아무나하고 다정한 포즈를 취하지 않는 말이다. 말은 귀로 V 를 한다.

 

 

 옛날에 아이가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 라는 말로 울음을 뚝 그치게 했다. 그만큼 호랑이가 무서웠다는 얘기겠다. 그 호랑이에 해당하는 존재가 칸타에게도 있으니 , 그게 뭐냐면 어이없게도 양! 배! 추! 다. 양배추는 칸타에게 어마무시한 공포의 화신이다. 처음부터 양배추가 공포스러웠던 건 아니고 최근에 그렇게 됐다.

 

 양배추는 사람이 즐겨먹는 필수야채다. 샐러드에 빠질 수 없는 감초이며, 갖은 요리에 양배추가 들어가야 풍미가 살아난다. 양배추가 들어가지 않은 닭갈비를 생각해 보라. 주방에서 요리하고 나서 자주 생기는 야채 부스러기가 양배추이기에 칸타나 아마르는 매우 오래 전부터 양배추를 조금씩 시식해왔다. 그렇기에 그 맛에 대해서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즐긴다고 해야 맞다.

 

 얼마 전에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양배추 값이 유난히 쌌다. 남자어른의 머리통 만한 양배추가 대략 천 원 정도. 이럴 때 한 통 사서 아이들에게 맘껏 먹여보자 싶어 말 간식용으로 한 통을 샀다. 문제는 먹이는 방법이었다. 그러니까 양배추를 어떤 모양으로 주느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양배추 짜투리를 줄 때는 딱딱한 꽁지이거나 좀 두꺼운 종잇장 형태였다. 이 경우에 쩝쩝 맛나게 잘 먹었다. 한데 어른 머리통(?)을 주려니 자를 때 1/2, 1/4, 1/8 순서로 분할했다. 양배추가 8분지 1 조각이 났을 때 말이 먹기에 편하겠다 싶어서 그 덩어리를 말 밥그릇에 넣어주었다. 양배추를 넣고 돌아서서 한두 걸음 뗐을까 우당탕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야 ,하고 소리가 난 칸타 방으로 갔다. 양배추에  날개가 달렸는지 최초에 놓아준 밥그릇에서 1미터는 떨어진 문앞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칸타는 좀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는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했다. 그 후로 아마르가 양배추 먹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먹을 때 늘 그렇듯 씩씩하게 입을 벌렸다 앙 다물며 양배추를 베어 물었는데 순간 아삭! 하고 경쾌한 소리가 났다. 냉장고에 신선보관하는 동안 양배추가 밭에서 살 때처럼 싱싱해져서 그만 그런 소리가 났다. 아삭! 소리가 나자 아마르가 흠칫 놀랐다. 아하 그래서 칸타가 놀랐고 놀라는 통에 양배추가 날아갔구나 알게 됐다. 그후로 아마르는 조심해서 양배추를 먹었다. 칸타는 한번 놀랐으니 적응을 했겠지 했다.

 

 다음 번에 양배추를 주려고 꺼내니  저녁급식 시간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말들은 모두 배가 출출했다. 내가 평소 들고다니던 스텐레스 그릇에 양배추를 담아오니 다들 마방에서 머리를 내밀고 나도 좀 주려나 기대가 귀 꼭대기까지 차올라 쫑긋거렸다. 눈알들은 내가 움직이는 동선을 줄기차게 따라왔다. 이럴 때 아마르나 칸타는 조바심을 친다. 내꺼를 딴얘들한테 나눠주면 안되는데 하는 마음이다. 칸타도 마음이 급했다. 밥통에 양배추를 놓아주는 순간 전에 놀랐다는 생각을 까마득하게 잊고 힘차게 양배추를 와삭! 물었다. 뒤이어 바로 꽈당 ~ 우당탕 소리가 났다. 다음은 내가 놀랄 차례다. 얼른 뛰어가보니 칸타가 총을 맞아서 피 흘리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곧 바닥에 고꾸라질 것 같았다. 정말 심각해보였다. 진짜로 총을 맞지는 않았지만 툭 튀어나온 눈두덩 위가 까져서 피가 배어나왔다. 상황은 뻔했다. 양배추 깨무는 소리에 너무 놀라 머리를 순간적으로 쳐들었고 그 순간 눈위가 창살에 세게 부딪혀 그리 된 거다. 어지간히 아파서는 칸타가 꿈쩍도 않는데 곧 쓰러질 것처럼 멍하니 넋이 나간 걸 보니 정말 아픈 모양이다.

 

 그 후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에 걸맞는 모습을 칸타가 계속 보였다. 지나가다가 뭘 주려고 비닐봉지만 좀 높게 든다 싶어도 머리가 흠칫 들리고 , 끙끙이방지 머리띠를 채우려고 가죽을 이마 위로 두르는데도 머리가 휘익 돌아가곤 했다. 꼭 마방 천장에서 누군가 칸타를 꼭두각시인 양 가는 줄을 붙들어매고 줄을 당겨올려 조종하는 것처럼 보였다. 칸타는 양배추가 와삭! 소리를 냈을 때 머리통 귀신이 둥둥 떠서 ' 내 머리 내놔라! ' 하고 유령놀음 하는 것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 소리가 언젠가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사자가 사슴을 사냥해서 콱! 깨물 적에 뼈 으스러지는 소리처럼 들렸나 싶기도 했다. 칸타가 동물의 왕국을 보았을 리는 없고, 초원에서 동료가 사자에게 죽임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은 더더욱 없을 텐데 도무지 알 수 없다.

 

 칸타는 클럽에서 몇 안되는 '놀라지 않는 말' 군으로 분류되어 있다. 바람이 쌩쌩부는 날 , 혼자 사람을 태우고 기승운동을 한다든지 하는 모습도 종종 보이는데다, 무슨 시끄러운 소리나 물체에 반응하여 놀라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 여장부 스타일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칸타가 겨우 양배추 조각에 기절할 듯 놀란다고 말하면 칸타를 아는 클럽분들이 얼마나 어이없어 할까 싶다.

 

'양배추를 무서워하는 그녀' 혹은 '그'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양배추가 과연 무엇이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아주 오래 전에 어쩌다가 나이트클럽 어장관리하는 조폭 분이 승마클럽에 놀러온 적이 있었다. 깍두기머리에 금줄목걸이를 한 근육질 몸매를 한 남자였다. 옷안에 어쩐지 문신이 잔뜩 그려져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분이 승마클럽에 왜 오셨는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인상도 험해보이고 해서, 나이트클럽이든 승마클럽이든 클럽이니까 그냥 와보고싶지 않았겠나 생각해보고 말았다. 그러다가 말 위에 체험삼아 잠깐 올라가보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말 등에 올라가자 갑자기 험한 인상은 온데간데 없고 ,골목길에서 깡패들에게 몰려 삥 뜯기는 순진한 초등학생이나 지을 법한 쩔쩔매는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상황의 급반전이 놀라워 나도 하던 일을 멈추고 그 모습을 더 바라보았던 거 같다. 잠시 후 말에서 내려온 그 형님(?) 께서 하시는 말씀 " 내가 살면서 세상에 무서운 거라곤 하나 없었는데 말 등에 올라가니까 막 쪼그라드네. 후달려서 혼났네. 휴우  "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게 아닌가. 나이트클럽 형님에게는 말등에 올라가는 일이 '양배추'였던 거다.

 

 주변에서 저마다의 '양배추'에 놀라는 어이없는 일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맷돼지라도 때려잡을 것 같은 튼튼한 여자가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고 패닉에 빠지는 일이랄지 , 헤라클래스처럼 다부진 장정이 키가 150 센티도 되지 않는 와이프가 나타나자 얼어붙었다든지 하는 일 말이다. 물론 와이프가 어떤 상황에서 헤라클래스 남편 앞에 나타났느냐가 문제겠지만.

 

 나 역시 나만의 '양배추'를 내면세계에 소장하고 있다. 밝히면 너무 부끄러워 차마 말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그럴 것이다.

 

 앞으로 칸타에게 양배추를 줄 적에는 그냥 낱장으로만 주려 한다. 와삭! 에 적응하라고 하기엔 좀 고문하는 게 아닌가 싶고 말이 꼭 양배추를 와삭거리며 먹고 살아야 할 필연적 이유도 없어서다. 이 세상에 말 식량이 양배추밖에 없다면 그땐 달리 생각할 것이다. 아무튼 양배추로 인해 흠칫 놀라는 트라우마가 생겼기에 , 칸타아빠에게 내츄럴훈련으로 둔감화를 시켜달라 요청해놓았다. 11살이 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하늘 아래 별반 새로울 것도 없고' 하는 태도로 느긋한 칸타가 오그라들어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이니 귀엽고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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