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요 승마매거진 편집부 연락처는 02 - 6357 - 3113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전문 승마잡지인데 두 달에 한 번 나온다.지나간 어떤 호는 내용이 너무나 부실하여 실망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 호는 새해 첫 호여서인지 내용을 알차게 담아내려고 편집부에서 고심한 것 같다. 특히 Horse Training에 관한 내용이 많아 깐돌네의 관심을 더욱 끌었다.주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겠다.

INFORMATION - 승마와 골프의 결합, 폴로 (어느 인터넷 동호회의 폴로 체험기)

한국의 토종 명마, 제주마 살리기

DREAM LESSON - Basic Horse Training 1
                       (말을 편안하게 하라 / 부조에 대한 응답 / 접촉 받아들이기 / 롱 앤 로우(스트레칭) / 하프 홀트(리밸런싱     과 수축) /이행 / 미디엄 걸음걸이 )

DREAM LESSON - Basic Training 2
                       (다양한 훈련장비에 대하여)

SCHOOLING - 말과 포니의 혈통

말에 대한 연구 (말의 행동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참된 가능성을 개발하기 위하여)

DREAM LESSON - What's a Transition

위의 내용 중 <말에 대한 연구>에서 말의 성격을 평가하여 5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열거한 도표가 흥미로웠는데 당연히 칸타와 깐돌의 성격유형이 어디에 해당되는가가 궁금해서였다.5가지 유형이란 지나친 흥분에서 지나친 무기력까지 정도에 따른 성격 특성인데 중간유형이 가장 바람직하다.깐돌은 어린 말의 바람직한 행동유형 표본이었다. <평온><온순><안정><경계함><사교적><건강함>이 그것이다.
반면에 칸타는 예전에 <질주><극도로 민감함><기운이 펄펄함><반항><신경질> 같은 극단적,덜 바람직한 행동유형에 속하는 항목이 많다가 <순조로움><열중><신뢰><수용><평온> 등의 novice horse 해당 바람직한 항목이 많고 아직 훈련마의 <자신만만><용감함>에는 도달하지 않은 것 같다. 칸타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이제 8살 되었으니 10살이면 매사에 바람직해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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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돌은 생후 6개월차다. 실크보다 부드러웠던 밤색털이 두툼하게 자라나 털강아지처럼 한없이 귀여운 시기였다. 마침 옆방에 젤라이모와 인사를 나눈다."이모 안녕?" "아가 안녕?"

"할아버지 갑갑해요~ 나가서 놀고 싶어요~"

"깐도올~ 니 엄마는 바쁘니 수수깡 먹고 재미나게 놀아라~" 그림자에 비친 깐돌의 배가 터질듯 볼록하다. 대마장 옆으로 옥수수밭이 있었는데 추수한 뒤에 수수깡을 베지않아 겨우내내 깐돌의 군것질거리가 되었었다.깐돌은 먹을 걸 입에 물고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다. 시작은 이때부터인 것 같다. 아이들처럼 망아지도 입이 궁금하지 않도록 입에 뭔가를 항시 물려놔야 어른들이 편하다.

엄마는 또 할머니를 태우고 삥삥 돌고 있군..난 하나도 재미없는데 나랑 놀아주지도 않구서 이잉~..

엄마말이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저렇게 타는 걸 좋아한다는데 정말 좋은가? 참 이상도 하지..

마장 울타리 옆으로는 차가 노상 지나다녀 가끔 깐돌을 놀라 질주하게 만들었다.승마장 정문에서 손을 흔들면 시내버스가 서주기도 했다.한때 관리인으로 일하던 김씨 아저씨가 버스기사로 취직했는데 말타고 걸어가다가 시내버스 창문이 열리면서 " 어이~ 안녕허시요? 시방 타고 간 놈이 누구랑가요?" 하며 웃으며 묻곤 했었다.말타고 가다가 버스에서 아는 사람 만나 인사나누던 추억이 다 있었지..

이 겨울에도 칸타는 스태미너가 철철 넘쳐서 사실 나는 절절 매며 타는 중이다. 회원 한 분이 "칸타 스태미너 좋으니 얘 하나 더 낳아도 되겠네!" 이러셔서 그런 무시무시한 소리는 하도 말라며 손사래 쳤다.



나도 크면 할머니를 태워 줄 거야!

할아버지는 더 많~ 이 태워줄 거야! 깐돌이가 이렇게 결심했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이 시절 깐돌의 속마음에 이런 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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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마방은 지난 겨울 깐돌이가 지냈던 방이다. 사면이 막혔지만 지붕이 없어

추울까봐 바닥에 보온덮개를 깔고 정미소에서 퍼 온 쌀겨를 두툼하게 깔아주었었다.

할방은 그 방에 날마다 드나들면서 똥도 치워주고 물도 주고 극진히 보살펴 주었다.

깐돌이는 할아버지가 늘 삽자루를 들고서 자기를 찾아오니 그 삽자루마저 정다운 친구나

장난감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삽자루쇼를 공연했는데 동영상으로 찍어

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거나 말도 어렸을 때는 갖은 놀이를 궁리해서

재롱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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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마가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은 세상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승마를 배우려다가

 포하거나 주저하는 배경에는 우리나라 승마선수인 김형칠 씨의 사망이나 슈퍼맨 크리스

토퍼 리브의 전신마비 같은 사례가 한몫한다.나도 크리스토퍼가 승마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더라는 얘기는 이미 알고 있었으나 자세한 경위는 알지 못했었다. 그러다 최근에 그의 자서전

을 읽으니 사고경위도 알게 되었고,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나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점도

새롭게 깨달았다.

  크리스토퍼는 원래 말 알레르기가 있어 승마 근처에도 안 갔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출연하는

영화에서 말 타고 달리는 연기를 하게 되어 직업적인 이유로 승마를 배우게 되었노라고 한다.

한번 승마의 길에 들어서자 그는 승마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었다.그리하여 훌륭한 코치에

게 승마술도 열심히 배우고 좋은 말들도 사들여 수집하고 각종 대회에도 무수히 참가하였다.

원래 크리스토퍼는 기질상 다이나믹하고 위험도가 높은 운동을 매우 즐겼다. 안 해본게 없는

스포츠맨이지만 특히 경비행기나 요트는 그가 매우 즐기던 분야고 모두 인간한계에 도전

하는 모험에 가득찬 것들이었다.

나도 어렸을 땐가 젊었을 땐가 멀티플렉스관이 없던 시절 동네영화관에서 <슈퍼맨>이란

영화를 봤었는데 훌륭한 종마와도 같은 다부진 근육덩어리 몸매가 어떤 활동으로 다져졌는

지를 책을 읽고서야 소상히 알게 되었다.

190센티나 되는 큰키에 우람한 몸을 한 그가 푸른색 쫄타이즈 복장을 한 채 주먹쥔 팔을

내뻗어 '슈~웅~'하고 날아오르는 모습은 너무나 멋졌고 당시 동네 남자아이들에게는 최고

의 우상이었다. 한마디로 인간에너지의 최고의 극치요 화신이었다. 그러던 그가 스스로는

숨쉬기운동조차 할 수 없는 처지로 추락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크리스토퍼가 사고를 당한 승마종목은 크로스컨츄리이다.말과 함께 지상의 온갖 장애물을

건너와야 하는 위험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종목이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찾아보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물속에서 말과 뒤집어지기도 하고 숲속 덤불로 나뒹굴기도 하고 정말 위험천

만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크리스토퍼가 무턱대고 크로스컨츄리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 사고가 난 대회에

타고나간 말은 오랜 세월 함께 호흡을 맞춘 그 종목 전문마필이었고 대회에 앞서 체계적인

준비도 많이 했다. 대회 전날에는 코스를 꼼꼼하게 답사하기도 해서 만전을 기했기 대문에

그의 사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대회 당일도 아무런 사고의 조짐은 없었고 크리스토퍼는 코스 후반부에 넘어야하는 난이도

높은 장애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난이도도 낮은 1미터 정도의 세번째

장애물 앞에서 말이 급정거했고 크리스토퍼는 전방으로 날아가 장애물대에 머리를 부딪혔

는데 목뼈가 부러지고야 말았다. 그런데 왜 말이 급정거했는지 사실 뚜렷한 원인은 없었고

말만이 자기 행동의 이유를 알 것이다.

그러니 크리스토퍼가 당한 사고는 그가 특별히 안전을 무시한 행위를 했다기보다 운이 나빴

던 탓이 큰 것 같다. 만일 그가 말을 타지 않았어도 다른 상황에서라도 얼마든지 사고를

당했겠다는 얘기다.

인생의 전성기인 42세에 그런 사고를 당해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절망을 맛본 셈이지만 그의

사고 후의 삶이 그를 더욱 슈퍼맨스럽게 만들었다. 비록 몸은 못쓰게 되었지만 사고를 냈던

말을 원망하지도 않고 낙천성과 긍정성을 내세워 초토화된 삶을 일궈나갔다. 제기능을 상실

한 거구의 몸이 죽어가지 않도록 재활하는 과정은 그가 이전에 도전했던 어떤 분야보다

힘겹고도 난이도가 높았다.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선물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전세계 척수장애인들을 위한 노력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그는 평생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더욱더 크나큰 도전과 모험에 기꺼이 열정을 바친 사람이다.

책을 다 읽어보니 그는 줄리어드에서 로빈 윌리엄스와 연기를 함께 수학했던 치열한 배우

이기도 했다.책을 다 읽고나니 난 그가 참 좋아졌다.

그렇다면 승마인으로서 크리스토퍼 리브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소설가 공지영은 자신의 소설 어딘가에서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빗대어 난 승마란 낙마하는 것을 허락하는 행위라고 말하고 싶다. 말 위에 오른다는

자체가 이미 물리적으로 낙마의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그러니 승마의 즐거움을 위해

서 치르는 댓가라고 할 수밖에는 없겠다.어차피 탄생은 죽음을 내포하고 산다는 것은 조금

씩 죽어간다는 것과 같은 얘기니 승마에서도 오른다는 것은 동시에 추락할 수 있다는 이치

가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크리스토퍼 리브와 같은 사고를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상식에 맞게끔

안전한 시설이 갖추어지고 ,안전하게 태우게끔 훈련된 말위에 올라 무리하지 않게 기승한

다면 혹여 소소한 낙마를 하더라도 큰 손해입을 일은 없다.그리고 낙마를 하지않도록 늘

연구하면서 기량을 닦아간다면 낙마는 저만치 물러서고야 만다.

다만 말위에 오르는 일을 마치 자연을 정복하고 제압한 우월한 존재만이 할 수 있는 행위로
 
바라보지 않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서  말과 조화로움 속에 하나되려는 행위로 여긴다면

좋겠다.그러한 겸손한 마음가짐이야말로 불운한 사고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슈퍼맨조차 고작 1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육체를 상실할 수 있다고

자신의 몸을 제물로 바쳐 우리에게 경고해주고 겸손함을 가르쳐준 진정한 슈퍼맨이다.

 

 

 

 우리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는 별이 된 크리스토퍼 리브도

 저 먼 우주에서 출간을 도와주었을거라 믿는 책. 

 

 <우리는 지금 유니콘의 숲을 거닐고 있다> ( 김인선 저 / 좋은땅 출판사)

마의 여정에서 만난 말과 사람, 사랑과 우정 , 이별과 아픔 , 희망과 치유의 이야기가 담

긴 승마에세이입니다.

말과 함께 삶의 보물을 찾아나가는 여행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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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어렵사리 대마장에 나온 칸타와 깐돌이가 아빠가 배달한 마른 풀을 함께 먹는다

 

http://blog.naver.com/photokr/20109254952
...이 주소는 이종호 사진작가의 블로그인데 클릭하면 두일목장 방문기가 뜨고 , 목장의 말풍경이 나오는데 망아지란 자고로 그런 데서 자라야 함을 알 수 있다. 사방에 철망이 둘러치고 잔돌이 깔린 맨 땅에서 자란 깐돌이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황량했는지 알 수 있다.그 황량함에 깐돌이가 불운하지 않도록 우리 부부는 온 사랑을 쏟아부어 메꾸어 주었다.

만일 단 한 사람이라도 이 블로그에 방문하고 나서 "망아지를 키우다니 그것 참 재미있겠는

데?"  하며 승마장에서 망아지를 길러보겠다고 나선다면 난 지구 끝까지라도 쫒아가서 말리

고 싶은 심정이다.애초에 승마장이란 곳은 승용마 구실을 하는 마필을 모아놓고서 회원들이

운동하는 공간이기에 망아지나 휴양마 등 다른 용도의 마필이 살아나가기에는 녹록치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깐돌이가 젖 뗄 무렵에는 어디 목장으로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예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위탁사육이라면 깐돌이 만나러 먼 길을

오고가기도 해야 할 것이고 매일 눈앞에 어른거릴 일이 못 견딜 것 같아  백기를 들고서 승마

장에서 기른 것이다.

갓 젖을 뗀 망아지의 본분은 그저 햇빛아래 너른 풀밭에서 자유롭게 놀며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승마장에는 풀밭은 커녕 늘 운동하는 회원들이 있어 깐돌이가 나와 놀

만한 공간이 없었다.그렇다고 하루종일 고시원 쪽방만한 곳에 망아지를 가두어 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회원들이 비교적 없는 12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깐돌이 방목

시키는 일이 나의 큰 소임으로 자리잡았다. 지금 생각하면 승마의 즐거움이나 기량향상을

위한 고민 같은 것은 꿈꾸어보지도 못하고 어쩌다 망아지 기르는 일에 모든 열정을 다 바쳐

야 했는지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다. 난 타고난 귀차니스트에 남일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

성미지만 온전히 나에게 안겨진 과제는 열 일을 제치고 올인하는 기질이 있었다.

깐돌이를 방목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미션이 아니다.기억을 더듬어 그때의 메뉴얼을 열거해

보겠다.
 
자! 승마장에 도착한다. 깐돌이,칸타에게 인사를 하고 잘 있나 확인하고 도우미를 찾아서

부탁한다. 도우미는 꼭 남자여야 한다.도우미를 깐돌방 앞에 세워두고 스패너를 갖다가 출입

문 구실을 하는 쇠파이프의 잠금장치를 느슨하게 푼다. 그러면서 초짜 도우미라면 행동지침

을 설명해둔다. 이미 이때부터 칸타와 깐돌이는 밖에 나간다는 기대감으로 제 방에서 펄쩍

거리고,소리 지르고 난리가 난다.그 다음 칸타방으로 가서 마찬가지로 잠금장치를 푼다.

이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흥분하여 난리치는 칸타의 마방굴레를 한손으로 잡고 좀 진정

시킨다. 칸타가 좀 누그러지면 한손은 여전히 마방굴레를 잡은 채 다른 한손으로 천천히

파이프를 아래로 내린다. 만일 이러는 와중에 말이 튀어나간다면 상황은 수습할 길이 없이

엉망이 되고야 만다. 튀어나가려는 칸타의 마방굴레를 강하게 틀어쥐고서 '워~워~천천히'

진정시키며 마사의 문을 걸어나올 때 도우미더러 깐돌이를 꺼내라고 한다. 깐돌이의 튀어

나감 현상은 동작이 매우 크기에 힘있는 남자가 아니면 제어가 힘들다.마사에서 중마장까지

10여 미터 ,중마장 입구도 미리 열어놓은 상태다.이 10여미터가 무슨 시한폭탄을 운반하는

것처럼 진땀이 나게 한다. 만일 말을 놓친다면 팽팽하게 바람든 풍선을 놓았을 때 방향도

없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사방팔방으로 질주하는 말 모자의 풍선쇼를 망연자실 바라볼 수

밖에 없다.겨우 중마장 입구에 칸타가 발을 들여놓으면 마방굴레를 놓아준다. 그러면서

뒤의 도우미에게 "놓으세요!" 외치면 칸타와 깐돌이가 동시에 앞으로 미친듯이 달려나간다.

전쟁영화에서 흔히 보는 대장이 "전군 돌격 앞으로~!"하고 외쳤을 때처럼 칸타와 깐돌이는

무엇을 위한 돌격인지도 모른 채 용맹한 돌격대가 되어 뒷발로 모래를 박차 흩부리며 달려

나갔다. 그후엔 얼른 중마장 문을 닫아야 한다.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을 일차 '후우~'내쉬지만

임무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중마장을 거쳐 대마장으로 완전히 내보내야만 상황이 종료된 것

이다. 그런데 중마장 간이마방에는 언제나 말들이 있으므로 칸타와 깐돌은 돌아다니며 인사

하고 장난치고 하는 통에 쉽사리 그곳을 벗어나지 않는다. 얼마쯤 있다가 칸타를 유도하여

대마장으로 보내면 깐돌이가 따라나간다. 헌데 망아지는 공간감각이 없어 엄마를 따라가고

싶은데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 사이렌을 불고서 찾아다닌 후에야 겨우 나가곤

했다. 눈앞에 있는 열린 문을 못찾아 헤매는 동안 칸타가 제 새끼 찾으러 다시 올라왔다가

안 내려가고 돌아다니기라도 하면 혼란은 더욱 커졌다. 어떤 날은 두 모자가 대마장에서

놀다가 허술한 울타리가 무너져 열린 틈새로 탈출하여 바깥 도로를 질주했는데 정말 보고

있기에 너무나 끔찍했다.다행히 질주하다가 승마장 정문으로 다시 들어오긴 했지만 깐돌

이는  어린시절  도로를 질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 것이다. 그 상황에서는 둘 다 몽유병

환자의 몽환의식으로 행동한 꼴이기 때문이다.

오후 3시쯤에는 할방이 승마장에 도착했다.그러면 내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마방에 다시

들어갈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비상사태 대처요령으로 움직였다. 마방에 미리 당근을 흩뿌려

놔야 한다. 엄마와 다시 헤어지기 싫어하는 깐돌이를 방에 넣으려면 주의를 끌만한 게 있어

야 하니까.한 사람이 칸타를 데려가 방에 넣고 그 움직임에 보조를 잘 맞추어 타이밍 놓치

지 말고 깐돌을 방에 넣어야 한다. 처음엔 깐돌이가 안 들어가겠다고 복도에서 몸을 날려

스스로 바닥에 패대기쳐지기도 했다.그러다 나중엔 자동으로 방에 들어가야 하는 줄 알고

냉큼 들어갔다.

이러한 일들이 나날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 마장주의 시선은 고울 리가 없었다.관리소홀로

태어난 말이므로 마주가 키우겠다니 어찌하지는 못하지만 말들이 튀어 날아다니니 신경이

쓰여서 깐돌이를 무슨 똥개 키우듯이 한곳에 붙들어 매두라는 주문도 했다. 하지만 개와

말의 습성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리 키울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입장이었다.

이 당시 칸타의 상태는 늘 초조,불안,흥분이 일상적으로 머물러 있었다. 특별한 사건이 없었

는데도 그러했다는 것은 당시 엄마,아빠의 정신상태도 많이 반영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사람

들끼리도 감정의 전염성이 있는데 말은 상대의 감정전이 속도가 무척 빨라서 거울처럼 반영

하는 것 같기도 하다.그래서 주인의 정신적 상황에 영향도 많이 받는다. 당시 승마장에서

망아지 기르기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우리 부부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었고
 
마장주도 망아지사육에 대한 불편함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어서 이런 사람들과 지내는 칸타

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칸타의 이러한 불안심리는 올봄에 승마장을 옮기면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우리 부부도 승마장 옮김과 동시에 마음이 가벼워졌고 칸타도 이사온
 
지 2~3일 지나자 바로 평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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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가 5~6개월 정도 크면 엄마젖은 먹을 만큼 먹었고 점차 사료의존도가 많아지는 시기

이므로 엄마곁에서 떠나야 하는 통과의례를 치뤄야 한다.망아지로서는 생애 최초로 겪는

크나큰 정신적 아픔이다. 이런 아픔도 다 말이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사육환경 조건 때문

에 필요한 일이다.

야생 상태라면 우두머리 숫말이 이끄는 말무리 안에서 서열도 짓고 관계의 교통정리를 하고

살기 때문에 억지로 모마와 자마가 분리의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사람이 기르는

말들은 모두 주어진 직분이 있기 때문에 어미말에 딸린 망아지가 늘 따라다닌다면 어미말은

자기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그래서 어느 날을 잡아 어미와 자식은 서로 이별해야 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

일반 목장에서 망아지 분리순치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5~6개월 정도 자란 망아지는 어미

와 떨어져서 다른 방에 머물게 된다. 망아지는 2~3일 정도 애타는 적응기간을 거쳐서 2주

정도는 마방에서 지내야 한다. 이때 사람이 끌기,만져주기 등을 실시하며 어미에게만 향했던

의존도를 사람에게로 모아들인다. 그 후 2세가 될 때까지는 방목을 한다.

망아지 분리 메뉴얼은 간단하게 그러한데 언젠가 <여성시대>라는 작은 잡지에 평창의 두일

목장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거기에 분리순치에 대한 내용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망아지를 어미와 떨어뜨리면 한 이틀 정도는 밤새 서로를 불러대는 소리에 목장이 떠나갈

정도라고 한다.그러다 2~3일 지나면 잠잠해지는데 방목하면 망아지는 단짝친구를 사귀어서

하루종일 딱 붙어다니며 엄마를 잊고 잘 살아나가게 된다는 것이다.어미와 자식이 떨어지는

것은 대단한 스트레스지만 결국 각자의 삶을 찾아나가는 게 자연의 순리이므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처음 분리되어 서로를 찾는 시기가 매우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사로잡힌 말이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여 자칫 다칠 수도 있는 행동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도저히 뛰어오를 엄두를 못낼 팬스를 뛰어넘다가 부수고 말도

다칠 수가 있다.그러므로 안정되기까지 다치지 않도록 잘 막혀있고 위험요소가 없는 방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분리를 한 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엔 서로가

눈에 보이는 옆방에 있다가 서서히 거리가 먼 방으로 이동하면 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깐돌이는 형편상 분리를 할 때 위의 기본적인 절차를 잘 따를 수가 없어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처음에 깐돌이와 칸타는  마방 복도를 사이에 두고 각 방에서 지냈다.그러다

가 생후 1년이 지나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먼 방에서 각자 생활했다. 하지만 같은 주인을 둔

관계로 놀이나 운동할 때는 다시 만나서 지냈다. 그 후 1년 9개월 무렵 승마장을 옮기면서

둘은 다시 옆방에 붙어지내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그러니 결국 깐돌이는 엄마와 떼어지지

못하고 계속 살게 된 것이다.상황에 밀려 깐돌이의 처지가 여느 망아지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인데 칸타든 깐돌이든 하나씩 따로 나와 기승을 해도 서로 난리를 친다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 생활에 아무런 불편은 없다.

이러한 과정을 미루어 보건데 깐돌이가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되고 편안한 것은 생물학적

엄마가 늘 곁에 머물러 있었던 덕도 한몫 했겠다는 생각이다.

예전에 깐돌이가 태어난 승마장에서는 과거에도 망아지가 태어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생후 3개월이 갓 지나자마자 강제로 붙잡혀 제주도에 보내지고야 말았다.그들은

어미와 떨어지는 강력한 스트레스에다가 먼 여정을 혼자 실려가야 하는 낯선 스트레스가

더해져 정서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되지 않았으려나 걱정된다. 그들을 추적해서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 어린 망아지들이 감당했을  아픔의 무게를 가늠하면 가슴이 미어지듯

가엾다.

우리들이 승마를 즐기기 위해 타는 모든 말들은 사람을 태우는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렸

을 때 어미와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성인이 된 사람이라면 이별의

아픔을 한 번이라도 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소중한 존재와의 사별,친했던 친구나 연인과의 이별 등 떠나보내고 멀어짐은 우리네 인생의

한 부분을 이룬다.바로 우리들 마음 깊은 곳에 머물러 있을 이별의 아픈 기억을 승용마들도

똑같이 간직하고 있다.말의 눈을 깊게 바라보고 내면에 다가가면 어렵지 않게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공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말도 사람에게 깊게 다가와

기꺼운 마음으로 사람을 태워주는데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르는 승마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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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원제 : CENTERED RIDING 저자 :Sally Swift 이 책은 www.horseholic.com (이은정 교관의 사이트입니다) 에서만 판매합니다.부록으로 DVD 두장이 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책에 나오는 인체 해부학적 그림과 설명 중의 하나인데 승마원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금은 돌아가신 저자 sally swift 선생님.은발이 성성한 서양 할머니가 쩡쩡 울리는 목소리로 렛슨하는 모습은 너무나 인상깊었다.몇십년 후 마장의 말들 사이로 거니는 내 모습을 보는듯 ㅎㅎ


이 책은 어떻게 나에게 왔던가?  <중심으로 타는 승마>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소개된 지
 
오래 지나지는 않았을 때  승마장 새내기 진영씨가 나에게 불쑥 내밀며 읽어보라던 책이다.

20대의 발랄하고 의욕많은 아가씨답게 인터넷 뒤져 한 권 구입하기는 했는데 펼쳐본즉슨

인체 엑스레이 사진이 즐비한데다가 뭐라뭐라 분석한 설명들을 들여다보니 그만 머리가

혼미해져 차라리 고참(?) 선배인 나더러 읽고 자기에게 알려달라는 취지였다.그래서 읽게

된 셈인데 아직 말에 기승한 경험이 부족한 초보자에게는 말만 타면 정신이 하나도 없으니

구체적인 연결점을 찾기 어려워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책의 원래 취지는 자상한 승마 선생님 같은 의미로 승마인에게 다가가자는 것이다.

사실 몸을 사용하는 분야에 대해 배운다는 것은 몸으로 배울 수밖에 없다.운전,춤,스포츠

등을 배울 때 지도자가 다리를 놓아주기는 하지만 배우는 사람의 몸이 이런저런 감각의

접촉으로 터득해가야 한다. 그럴 때에 올바른 감각을 쉽게 찾도록 지평을 열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심으로 타는 승마>는 teaching을 해야하는 입장에 놓인 승마인에게도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내가 벨리댄스 배울 적에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춤이 몸에 밴 프로였

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성인이 되어 입문했기에 몸근육의 대부분은 굳어있었다.

선생님은 몇 번 안무를 보여주고는 '이렇게 하시면 되지요'할 뿐이었다.그러니까 선생님은

몸근육이 자동화시스템이 되어 있어서 ,수동화시스템을 가진 학생들에게 춤동작이라는 결과

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경로와 방법으로 근육을 써야 하는지 전혀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승마에서도 초보자는 어떻게 하라는 교관의 주문에 대해 따르고는 싶지만 몸이 협조를 안하

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지 깜깜하다.이러한 깜깜함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오는 책이 <중심으로 타는 승마>이다.

승마에서 사용하는 인체의 골격,근육,관절의 구조와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상상과 예시의

방법으로 승마기법을 가르쳐주니 원리의 이해가 더해져 그동안 말위에서 답답했던 머리와

가슴이 명쾌해질 것이다.

사실 저자가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어려서부터 신체가 불완전했던 자신을 승마로 교정

해나갔던 경험 때문에 ,신체움직임과 기능을 최적화하는 분야에 훤했던 까닭이다.

이 책에 나오는 개념의 핵심은 '스스로 균형을 잡으라' 이다.처음 보는 사람이 말을 타는 모습

만 봐도 스스로 중심을 잡는 수준에서 승마의 내공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삐나 등자,안장

손잡이 등에 직접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의지할 때에 말에게 민폐승마가 되며 그 수

준에서는 기승자가 아직 자유롭지 못하니 즐거운 승마를 구사할 단계는 아니다.

<중심> 개념은 sally여사만의 고유한 이론은 아니고 이미 다른 스포츠 분야에서도 스스로

몸의 중심을 잡아 통제하는 바의 중요성이 제기되어 왔는데 이는 이미 동양에서 2천년 전에

확립된 것이라고 한다.

승마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저 사람이 말위에 앉아만 있으면 말이 다 알아서 해주는 것

이라고들 여긴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스스로 걸음을 떼듯 기수는 스스로 중심을 잡는 일련의

세부적이고도 풍부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비로소 승마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의 감수자인 이은정교관은 <중심으로 타는 승마>를 통해 많은 이들이 승마의 매력에 빠지

기를 바란다고 한다. '승마의 매력은 사람이 아닌 말을 운동친구로 갖게 된다는 점 아닐까요.

말을 탄다는 표현보다는 말과 단짝 친구가 되어 함께 운동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겁니

다.'이러한 그녀의 말에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우리에게 즐거움,재미,치유,자아성장 등등 종합선물세트를 제공하는 말 친구들에게 괴로움을 안겨주지 않으려면 스스로 중심잡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책의 구성 Contents

제 1장 - centered riding 소개
제 2장 - 말인 척 해보기
제 3장 - 네 가지 기초 : 시선,호흡,중심잡기,블록 쌓기
제 4장 - 학습과 뇌의 활동
제 5장 - 승마와 인체구조
제 6장 - 균형과 몸의 자유
제 7장 - 평보와 기좌
제 8장 - 경속보
제 9장 - 손
제10장 - 이행
제11장 - 좌속보
제12장 - 원운동과 회전
제13장 - 반정지와 셀프케리지
제14장 - 구보
제15장 - 힘의 추진
제16장 - 보폭 넓히기
제17장 - 이제적 운동
제18장 - 장애물
제19장 - 유연한 말 만들기
제 20장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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