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이름으로 보아 독일이 동화의 배경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릴리가 사는 동네에서는 집에서 작은 말 포니를 키울 수도 있어서 릴리는 자연스럽게 포니와 친근하게 자라난다.그러다가 옆집 포니가 아기를 출산하자  릴리가 돌봐주게 되는데 ...

말과 생활을 하다가 집 밖으로 탈출한 말을 잡으러 다니는 에피소드는 심심찮게 접할 수가 있다. 얼마 전 깐돌하숙집에서도 보라와 태풍이가 탈출하여 - 보라가 뛰쳐나가자 태풍이가 따라간 것임 - 관리인과 원장님이 출동하고 평소 이 말들과 각별했던 지애도 쫒아나가고 한바탕 난리가 빚어졌다.다행히도 말은 귀소본능이 있기 때문에 곧 돌아오고야 만다. 보라,태풍이도 사람이 붙잡았다기 보다는 말들이 스스로 발길을 돌려 돌아오던 중에 데려왔다고 한다. 며칠 있다가는 태풍이 혼자 단독으로 탈출했다가 돌아왔다고도 한다. 나 역시  애마가 문 밖으로 뛰쳐나가 혹여 차에 치이기라도 할까봐 가슴이 콩당콩당 하며 잡으러 간 일이 여러 번이다.

이 동화에서는 어린이가 다른 생명체를 돌보며 배려하고 책임감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려보이고 있다.

릴리는 집안의 막내라서 귀염 받으며 응석받이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을 배우기 전부터 포니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의젓한 큰 언니처럼 자라난 것 같다. 그래서 포니가 생활하는 마굿간도 청소하고 도로로 질주하는 아기 포니도 따라가 잡은 것이다.
어린이가 동물과 생활하면 늘 돌보아지던 약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돌봐야하는 입장에 서보는 일이 가능해져서 정신적으로도 한결 성숙해질 수가 있다.

그래서 난 어린이가 동물과 더불어 자라나가는 일이 무척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구상의 많은 어린이들이 지금도 생존을 위하여 집에서 기르는 가축을 돌보는 생활을 한다.인디언 어린이들도 어려서부터 기르는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하며 그들을 존중하도록 교육되어진다.어떤 책에 나오는 일화이다. 말에 탄 채 그  부족이 기르는 말들을 몰고서 이주행렬을 따라가는 임무를 맡았던 소년이 있었다.아주 어린 소년이었는데 영리했으니까 중요한 임무를 맡았을 것이다. 순조롭게 가던 중에 어쩌다가 말 무리가 일행과 좀 떨어지게 되었는데 그 상황이 견딜 수 없었던 성급한 말이 따라잡으려고 질주를 하자 모든 말들이 일제히 뛰었다. 그 바람에 난생 처음으로 날으는 화살처럼 변한 말위에서 죽을 똥,살 똥 매달려 있어야만 했던 소년은 일행과 합류하여 말들이 멈췄을 때 비로소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 울음이 그치고 난 소년의 가슴엔 무사히 일을 해냈다는 벅찬 자부심과 자신감,희열이 가득차 오르고 정신은 쑤욱 자라났을 것이다.

동물을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던 어린이들이 자라서 이루는 사회는 타인에 대한 존중,배려,책임감에서 비롯된 성숙한 의식이 자리잡게 되고 폭력성도 한결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위의 책은 말을 접하게 된 어린이가 흥미를 갖고서 책읽기에 빠져들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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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7일... 깐돌아~ 혼자 어디 가니?

쳇..왜 아무도 나와서 놀지 않아?

엄마랑 할아버지는 둘이만 놀고 ..난 뭐야?

이 똥은 누구 거지?..

이건 또 뭐야? (부러진 의자가 이동식 디딤대로 새 삶을 시작함)

아무리 똥조사를 하고 이것저것 기웃거려도 같이 놀아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한 깐돌이다.생후 10개월이 다 되어갈 무렵이다.




중마장에서 할아버지를 태우고 운동하는 엄마에게 덤비며 엉덩이를 물기도 하는 태도를 보아하니 깐돌이가 단단히 뿔이 났나보다.



대마장에 내려왔는데도 거기까지 쫓아 내려와 엄마 엉덩이를 물고 행패를 부리는 깐돌이...칸타는 그 이유를 다 안다는 듯이 신경질 부리지 않고 참아준다. 깐돌이는 왜 뿔이 났을까?

깐돌이 생후 20일 무렵부터 좀 이르긴 하지만 칸타 기승을 조금씩 했는데 깐돌이가 젖먹이 망아지인지라 한사코 엄마를 졸졸 따라다녔다. 엄마가 평보,속보,구보하는 발걸음을 그대로 따르며 다니는 망아지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이 일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망아지가 점점 꾀를 부리더니 나중엔 먼 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엄마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난리가 났다.

만일 깐돌이가 목장에서 자라났더라면 생후 5개월 무렵에 엄마랑 뚝 떨어져서 동료 망아지들과 어울려 지냈을 것이다. 낮에는 방목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그 중에서도 단짝친구를 사귀어 하루 종일 붙어다니며 놀았을 것이다.그러나 깐돌이는 정상적인 목장에서 망아지 시절을 보내지 못하고 승마장에서 자라다보니 그런 생활을 박탈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깐돌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친구가 엄마이고 할아버지였을 텐데 가장 친한 둘이서 한덩어리가 되어 돌아다니니 어린 마음에 왜 나만 따돌리고 치사하게 둘이만 노는 것인지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그 마음을 헤아려서 칸타 기승훈련을 끝내면 할방이 깐돌과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했지만 3세가 다 되어가는 지금도 혼자 남겨두고 칸타 기승하면 심통이 난다.

오래 전에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호스 위스퍼러>란 영화를 보았다.어떤 여자가 승마 도중 사고가 나서 크게 다치고 정신도 손상된 딸의 말을 치유하기 위하여 먼 곳까지 찾아가 어떤 치유 전문가에게 의뢰하게 된 이야기다. 영화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울함에 빠져있는 여주인공에게 레드포드가 말을 탄 채 말 한마리를 수장 완료하고는 끌고서 찾아온다.그러구서
"함께 말이나 타실까요? 이 녀석이 요즘 자기를 타주지 않는다고 소외감을 느끼고 있거든요.얌전하게 모실 겁니다." 라는 말을 한다.
이 당시에는 내가 말이 사람을 태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안 타줘서 소외감을 느낀다는 말이 참으로 의아했다. 그러나 승마를 본격적으로 한 후로는 그런 예를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었다.

한 때 친하게 지내던 마주 아가씨가 밤색 서러브렛을 타다가 오랜 꿈이었던 백마를 구입해서 두 필이나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야 둘을 공평하게 타리라 마음 먹었지만 지내다 보니 자꾸 백마만 타게 되었다.그런데 그때마다 밤색말이 얼마나 질투를 하는지 몹시 심했다.백마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삐져서 뒤로 돌아서서는 자기가 얼마나 서운하고 속상한지 온몸으로 시위를 했던 것이다. 마주 아가씨는 한동안 밤색말 달래고 백마와 형제애로 맺어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그러나  후로 4년이 지났어도 밤색말과 백마 사이는 그다지 끈끈해지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리며 살아갔다.

나에게 자마가 없던 시절을 생각해 보니 하늘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늘 예뻐해 주면서 타다가 새로운 초보들이 밀려 올라와서 난 다른 말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는데 하늘이가 우울해 보여서 내 마음도 안 좋았었다.말도 자기에게 친절을 베풀고 교감의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을 더 태우고 싶기는 할 테지만 그 선택을 뜻대로 할 수가 없을 때는 우울하기도 할 것이다.

말이 사람과 친교하고자 하는 마음을 헤아려 교감을 쌓는다면  , 말이 이전에 탔던 기수를 그리워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잔등에 모신 사람을 최고의 친구로 여길 것이다. 말에게 최고의 친구로 대접받는 승마를 즐기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모른다.

"말을 사랑하는 것에서 나아가 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자" 고 누가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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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는 나와 같은 생명체인 말과 더불어 하는 운동이므로 단조롭고도 무료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무척 매력적이다. 같은 말을 타고 1년 내내 운동하더라도 그 느낌은 매 번 틀리다. 어느 날은 내가 가벼운 몸으로 의욕에 차서 여러가지를 시도하고 싶지만 어쩐 일인지 말이 통 집중을 안 한다든가 해서 불만족스러울 때도 있고 반면 어떤 날엔  말은 날아갈 듯 하지만 내 몸이 찌부둥하여 못 맞춰주기도 한다.그래서 사람과 말 모두가 최고로 만족스러운 날의 기분은 천상에 오른 기분이렷다.

지난 일요일에 아는 분이 승마연습을 해야 할 사정이 있어 마장에 칸타를 타러 왔다. 오래 전부터 약속이 되어서 실행한 것인데 하필  비가 주룩주룩 많이도 쏟아졌다. 아는 분은 회원이 많이 몰려드는 오후를 피하여 오전에 방문했다.허나 칸타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비오는 오전에 밖으로 나와 낯선 사람을 태워야하는 상황이 달갑지도 않고 무척 황당했을 것이다.그래도 할방이 잘 달래서 먼저 기승하고 손님을 태웠건만 칸타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결국 손님은 칸타 잔등에 올라본 것에 의미부여를 하고 그만 다른 말로 교체해서 타야만 했다. 칸타가 상황에 비호감을 가지면 마치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땅위에서 의자 쓰러지는 것 같은 모션을 취한다. 이럴 때 단호한 목소리로 야단치며 채찍이나 박차로 가벼운 주의를 주면 사태가 수습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처음 탄 손님이 취할 바도 아니어서 그만 하마했던 것이다.

칸타의 성향은 다른 말도 보이지 않는 바깥에 혼자 나와있는 것을 매우 불안해 한다. 게다가 지난 1년 동안에 오전 운동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비가 쏟아지는 날 운동한 일도 거의 없다.또 낯선 사람을 태운 일도 드물다.이렇게 여러가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칸타가 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위에 열거한 칸타가 비우호적으로 여기는 상황은 대부분의 말이 보이는 습성이기도 하다.따라서 기왕 빠듯한 시간을 쪼개서 하는 승마라면 말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운동에 임할 수 있는 조건 하에 잔등에 올라야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나의 경험상 말이 기분 좋아하는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날씨가 화창할수록 말 기분도 좋다.
 하늘은 푸르고 흰구름이 뭉게뭉게 흘러가도 좋다. 말갈기가 햇빛에 반사되어 검은빛 속에 숨겨진 보랏빛,갈색빛이 네온사인처럼 빛나보일 때 말의 발걸음은 구름을 걷는  것처럼 가볍다. 반면에 구름이 잔뜩 끼어 찌푸린 날은 말도 몸이 무겁다.특히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말도 많이 예민해지니 조심할 일이다.

2. 동료 말들이 많이 나와 함께 운동할수록 더 좋아한다.
말은 무리생활을 기본으로 하므로 남들이 다 마방 들어가면 자기도 들어가고 싶어하며,모두들 운동장에 나와 사람 태우고 다니면 저도 그러고 싶어한다.만일 기수가 북적대는 분위기를 싫어해서 아무도 없을 때 말을 타면 순조롭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물론 몇몇 말은 독립성이 강해서 혼자서도 잘 하지만 대부분 무리의 상황을 따르고 싶어한다.

3. 식사시간에서 먼 시간일수록 운동에 집중을 잘한다.
승마장마다 말의 식사시간이 조금씩 다르니 자신이 다니는 마장의 그 시간을 알아두어야 한다. 주로 오전,오후 운동을 하니 아침과 점심 식사 후 소화시키고 난 2시간 후가 최적의 시간이다.그 뒤로는 다음 식사시간이 임박할수록 말은 집중이 깨지고 초조해지며 짜증이 는다. 어쩌다가 말 식사시간이 꼴딱 넘어섰는데도 계속 운동을 한다면 즐거운 승마를 기대하기는 거의 어려울 것이다.

4. 몸풀기가 막 끝난 말일수록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인다.
하루 이틀이라도 방목장에 나오지 못한 채 처박혀 있다가 안장매고 나온 말위에 바로 올라가는 것은 전혀 유쾌하지 못하고 말의 기질에 따라 끔찍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오전에 방목장에서 2시간 정도 놀고 오후에 안장매고 나왔거나, 마방에서 나와  조마삭으로 30분이라도 돌았거나, 상급기승자가 30분 이상  가볍게 앉은 채 롱 앤 딥 ( 말의 목과 등을 최대한 편 상태의 운동) 으로 워밍업 시킨 말은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기수를 잘 태울 것이다.

공용마는 단 1명의 기수만 태우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쉬엄쉬엄 하더래도 하루종일 이 사람,저 사람 태우기 마련인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몸도 피곤하고,지루하고,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컨디션이 나빠질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균형감각이 좋지 않고 잘못된 부조를 쓰는 기수를 오랜 시간 태웠다면 말의 기분은 최악이 된다. 그래서 기수가  거의 다 저녁 때 조금만 더라는 심정으로 잠깐 올라탄 말에서 낙마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5. 평소에 교감을 나누었던 잘 아는 사람일수록 더 편하게 태워준다.
평소 자기에게 친절함을 베풀었던 사람을 태우는 일은 말에게 즐겁고 재미난 일이다. 때론 우쭐하기도 한다.그러나 정체불명의 낯선 사람이라면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불신 때문에 긴장하고 근육이 딴딴해져서 기수가 느끼는 반동도 부드럽지 못하다.그러다 보면 기수의 마음도 좌불안석이다. 평소 말과 사교를 열심히 해서 친한 말을 타는 것이 최고로 재미있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자기 시간이 많지 않고 말 탈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 승마인일수록 1 ~5 항목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을 많이 만나는 것 같다. 승마를 배우게 되었는데 직장퇴근하고 달려오면 5시 반이다. 승마장 말 밥시간은 6시.승마장 입장에서도 달갑지도 않으나 승마를 간절히 배우고 싶어하는 회원을 마다할 수가 없다.회원이  어찌어찌해서 말 등에 오르니 5시 50분이다. 타게 된 말은 그 날 일을 가장 적게 했다고는 하나 세 번째 초보기수를 태웠다. 탄 지 10 여분 지나자 밥수레가 지나가고 말들의 술렁거림에 아직도 일이 끝나지 않은 말은 마방만 신경을 쓴다.그러나 기수는 말 위에 오르기까지의 공들임이 아까워 말의 처지가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억지로 1시간은 타고서 내리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그후로는 승마를 하는 것인지 씨름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는 채 시간이 흘러간다. 늘 이런 식으로 승마를 한다면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공들인 시간이나 비용에 비하여 만족도는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운동하고 목욕하니 개운해..

오늘 운동 참 즐거웠어요..



말의 스케쥴이나 상황을 바꿀 수가 없다면 승마인의 스케쥴을 리모델링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나 역시 승마가 삶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생활이 승마중심으로 돌아간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열일 제쳐두고 말타러 간다. 대신 악천후에는 아무리 말타고 싶어도 참고 대신 다른 일을 한다. 말타러 가는 시간도 회원들이 가장 많이 모이고 말도 배고프지 않은 때로 한다. 그리고 매번 다른 상황에서도 말이 좋아하는 타이밍을 찾아내려고 치밀한 계산을 한 뒤에야 말 위에 오른다.이것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승마를 즐기고자 하는 깐돌할망의 노하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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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돌할망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책 3탄이다.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국내도서>자연과 과학
저자 : 리디아 히비(Lydia Hiby) / 김보경역
출판 : 책공장더불어 200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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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히비는 이 책을 통하여 세상 사람들이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웃거나 무시하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다.동물들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만 한다면 누구나 놀랍게도 대화능력이 살아난다는 것이다.즉 동물과의 대화능력은 모든 사람에게 내재해 있지만 사용하지 않아 퇴화한 능력쯤 되겠다.

사실 리디아는 처음부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아니었고 오히려 사기꾼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그녀는 어려서부터 말 목장에서 알바도 했고 자라서는 낮에 수의간호사를 하면서 말 목장 관리자로 일하는 동안 이미 나름의 동물대화를 하고는 있었다.그러나 동물과 말을 트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운명이었는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스승을 만나면서 그녀의 재능을 꽃피워서 그후 20 여년 동안 수많은 동물과 대화를 나누었고 그 내용이 바로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도 승마를 하기 전에는 주변에서 개나 고양이 기르는 사람이 자기 애완동물이 말귀를 다 알아듣는다고 하면 겉으로 내색은 안해도 속으로는 피식 하고 말도 안된다 여겼었다. 그러다 승마를 하며 말과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말이 내 말을 알아듣고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말이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듣는지 리디아 히비의 얘기를 들어보자.

리디아 히비가 다니엘이란 말을 만났을 때 슬픔,불안,분노,공포의 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 말은 "내 인생은 이제 끝났어."라는 말만 하고는 일체의 대화를 거부했다.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떨칠 수 없어 리디아가 주인 로빈에게 저 말에게 무슨 사연이 있느냐고 묻자 그의 말인즉슨 다니엘의 오랜 마주가 만성 심장병을 앓다가 죽음을 예감하고 로빈에게 자기 말을 맡기고는 이틀 전에 죽었다고 했다.신기한 것은 마주의 죽음을 다니엘에게 알린 바는 없었는데 다니엘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러니까 다니엘은 세상의 전부인 주인을 잃은 충격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있던 것이었다. 리디아는 로빈더러 다니엘한테 가서  앞으로에 대한 이야길 해주라고 부탁하는데 로빈은 당연히 황당해 한다. 리디아의 대화 지침은 다음과 같았다.

" 어떻게요? 사람에게 하듯 인간의 말로 얘기하면 돼요.진심을 담아서.그러면 다 알아들어요.앞으로 다니엘은 당신과 함께 살 거란 얘기도 해 주세요.참, 다니엘의 인생이 끝장난 게 아니라는 것도 꼭 얘기하셔야 해요. 그러니까 지금은 실컷 슬퍼해도 된다고도 말해 주세요."

그러구서 리디아가 한바탕 돌며 말들과 상담을 하고 돌아오니 다니엘이 얼굴을 내밀고 질문을 퍼붓고 난리가 났다.

"로빈이 내게 한 말이 사실이야? 로빈이 그러는데 이제 나는 자기의 새 가족이고,지금까지 아빠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면서 살 수 있을 거래. 믿어도 되는 거야? 정말이지?"

위의 에피소드는 말이 사람의 언어를 정확히 알아듣는다고 밝힌 셈인데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 말이 뭘 알아듣기는 해도 감정을 읽고 어렴풋이 느끼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참 놀라웠다. 리디아 히비는 이 책 어디선가 처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되었을 때 동물이 하는 말이 그토록 분명하게 들린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털어놓는다.

말이 말귀 알아듣는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

늘 성적이 지지부진하던 신통잖은 경주마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우승을 하기 시작해서 갑자기 왜 그런 건지 궁금하다며 상담 의뢰가 들어왔다. 리디아가 말과 대화를 해보니 말이 하는 소리가 어느 날 자기랑 기수가 경주 끝나고 산책 나갔는데 때마침 경주마 하나가 심장마비로 죽어 마구간 밖으로 끌려나오고 있더란다. 놀란 말은 걸음을 멈추었는데 기수가 말에게 귓속말로
"너도 좀더 빨리 뛰지 않으면 저렇게 죽게 될 거야!" 하고 속삭이며 장난을 쳤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말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에 경주 때마다 죽어라 뛰어서 우승을 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기수는 거의 뒤로 자빠질 뻔 했다.

"이 녀석이 정말 그렇게 말해요? 세상에..... 내 말을 알아들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정말로 그렇게 말했단 말이에요? 시기적으로 따져보면,음..... 이 녀석이 우승을 하기 시작한 게 그러니까...정말 제가 그 말을 한 시기랑 ...딱 맞네요,세상에!"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나도 말이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다고 작정을 하고서 말에게 많은 말을 들려주는 편이다. 애마 칸타빌레는 세상이 온통 무섭게만 보이는   겁덩어리라 쉽사리 불안과 공포에 따른 흥분에 휩싸이기를 잘한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있을 때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엄마아빠는 왜 그리 하려고 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부탁도 한다. 물론 칸타가 그 말을 알아들었는 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며 더욱 두터운 애정을 보인다는 점은 확실하다.

승마인이 말이 말귀를 알아듣는다고 인정했을 때 손해볼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이득이 더 많다.
말이 알아듣는다고 인정했을 때와 아닐 때 승마인의 행동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말이 먹통이라고 생각하면 기승자의 요구를 그저 강제적으로 행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지만 , 말의 소통능력을 전제로 했을 때는 말이 알아듣고 자발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협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보다 어마어마하게 힘이 세서 말을 듣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면 통제할 수도 없고 ,말이 털어버리겠다고 마음 먹으면 사람은 잔등에 붙어있을 수도 없다. 그러니 제압이니 길들이기니 하는 말일랑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착각은 아닌 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차라리 말 스스로 정말 사람을 태워주고 싶어서 그러는 게 행복해서 태워주도록 마음을 얻어내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한다. 상대의 마음을 얻어내려면 대화가 기본이지 않은가?

리디아 히비의 말로 이 글의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인간이 말보다 힘이 세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들보다 현명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으니 길들였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그렇다면 인간은 무슨 복으로 이 크고 멋진 동물과 함께 살 수 있었을까? 정답은 바로 말이 인간을 그들 무리의 한 일원으로 인정해 줬기 때문이다.고맙게도!

말의 시선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감정을 마음으로 느껴보세요...

말 옆에 서서 가만히 다정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세요... 이 멋진 친구는 당신이 얼마나 길게 말을 이어나가도 다 들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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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편에 출연한 공무원 당나귀..' height=426>

제목,지은이,출판사가 아주 잘 보이네요..

결국 이야기를 다 읽고나면 세상에 가족과 함께 하는 삶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결론과 마주치게 된다.



당나귀 캐릭터는 어린이에게 무척 인기다. 토끼에게도 결코 꿀리지 않을 커다란 귀와 순하고 평화로운 얼굴이 자꾸 시선을 잡아끌어 쳐다보고 있노라면 살그머니 웃음이 배어나오고야 만다.우리나라에서야 어린이가 일상적인 공간에서 당나귀와 마주칠 일이 거의 없지만 지구촌 곳곳에서는 당나귀가 여전히 인간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살아가니 어린이들이 느낄 애정도 클 것이다.
어린이 동화에서 흥미로운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스토리에 붙들어두는 힘은 당연히 등장인물의 캐릭터일 것이다.어른조차 어떤 상품을 떠올릴 때 그 상품보다는 광고에 나왔던 스타의 이미지가 더욱 강렬하게 떠오른다. 그러다 보니 호감 만점의 동물이 등장하여 이끌어 나가는 동화라면 어린이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면서도 유익한 사람살이의 덕목을 가르칠 수가 있겠다.
이 동화의 구조는 행운의 만남과 뒤이어 찾아오는 가족과의 이별,아픔,그러나 감동적인 가족과의 재회로 이루어진다. 실베스터가 마법의 조약돌을 줍고서 금방 바위가 되어 버렸을 때 어른이 읽어주다가 잠시 책을 덮고서 그 다음이 어떻게 될 지 한번 상상해 보라며 어린이가  나름의 뒷이야기를 지어보도록 이끌어 간다면 좋을 것이다.
세상엔 조약돌과 같은 욕망의 상징이 많다. 로또 당첨,재벌과의 결혼,유산 상속 등등.. 이 책의 작가는 실베스터가 마법의 조약돌을 주워서 얼마나 행운을 얻었는지가 아니라 오히려 조약돌 때문에 가족과 이별을 하게 되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처지에 놓이도록 설정한다. 이 지독한 상실이 있었기에 다시 가족과 만났을 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맛보았고 마법의 조약돌 따위는 당나귀 가족에게 하잖은 물건 외엔 아무 것도 아니다.

미취학 어린이라면 읽어주기에 알맞고 저학년 어린이라면 다 읽고나서 '나도 어떤 행운을 가졌었는데 그것 때문에 불행한 경험을 한 적 없었나?" 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모아보면 좋겠다.

2011년 2월21일 방영편.' height=426>

터키의 어느 시에 소속되어 환경미화원과 다니며 하루종일 쓰레기를 주워담아 하치장에 쏟아부어야 일과가 끝난다. 정말 사회를 위하여 너무나 중요한 일을 묵묵히 해내니 착하고 기특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나귀 한마리당 감당하는 운송량은 100 ~ 200kg이라고 하니 놀랍다. 게다가 동물운송 방식이므로 연간 지구적으로 절감되는 탄소량은 얼마나 클 것인가? 당나귀는 지구온난화를 낮추는 효자노릇까지 하고 있다.

나로써는 이 공무원 당나귀의 복리후생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4대보험이나 연금,또는 퇴직금의 혜택은 있는지 ..하는 일 때문에 스타일이 폼나지 않아 그렇지 배도 빵빵하고 표정도 찌들어보이지는 않아 다행이다.

환경미화 공무원 이전에는 마트(?)에서 주문받은 생필품 배달 당나귀가 나왔었다. 높은 계단과 골목을 오르내리며 사람 일을 대신해주니 터키 사람들은 당나귀를 없어서는 안될 귀한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와 같은 책을 더 많이 읽게 되고 출판사에서도 당나귀 나오는 책 뭐 없나? 알아볼 것이다.' height=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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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 애너 스웰 /글쓴이 : 로빈 맥킨리 / 그린이 : 수잔 제퍼즈 / 옮긴이 : 정회성 / 출판사 : 동쪽나라


도서관에서 블랙뷰티를 만났다. 어린이열람실에 뭐 없나? 하고서 눈으로 훑어가다가 어느 곳에서 말 눈동자가 강결하게 응시하며 '날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죠' 불러세우는 바람에 꼼짝없이 사로잡히고야 말았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이 1877년에 처음 출간되었다는 것이다.지금으로부터 134년 전의 이야기다.원작자는 어려서 다리를 다쳤기 때문에 평생 말을 타고 다녔다.죽기 한 해 전에 달랑 이 작품 하나만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원작자가 평생을 함께 친구로 살았던 말 친구의 이야기를 세상에 던지고 간 것은 이후에 태어날 모든 말들을 위해 크나큰 선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블랙뷰티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다 아름다운 시절이 다 가고 일을 시작한다. 그 시절에는 자동차가 해야 할 일을 모두 말이 맡아 해서 하나의 일꾼으로서 사람도 태우고 짐도 실어나르며 노동력을 제공해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말의 처지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말팔자가 달라진다는 것이다.블랙뷰티도 평생에 걸쳐 수도 없이 많은 주인을 만났는데 결국은 두 부류이다. 친절맨과 악독맨.블랙뷰티는 좋은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품성이 좋아서 자기 앞에 어떤 시련이 와도 참으며 최선을 다하는 말이다. 반면에 친구인 진저라는 암말은 어려서부터 황량하고 삭막한 환경에서 자라 성격도 포악해졌다. 블랙뷰티나 진저나 결국엔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거의 폐품이 되어간다.막바지에 이르러 진저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블랙뷰티는 친절했던 옛주인을 다시 만나 나머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낸다는 이야기다.
애너 스웰은 인간이 말에게 대하는 태도와 행위에 따라 말이 얼마나 고통스럽고도 불행해질 수 있는지 말입장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재갈이나 굴레 등의 마구 일체가 주는 불편함에서부터 사람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가하는 수많은 물리적 압력이 기름을 짜내듯 말의 생명력으로부터 끝모를 고통을 짜낸다. 고통을 견디다못해 죽음을 바라던 진저가 드디어 눈을 감고 수레에 실려갈 적에 블랙뷰티는 진심으로 진저가 죽었기를 바란다.그래야 비로소 쉴 수 있게 되므로... 스토리가 진행되어가는 대목대목엔 이렇듯 말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응시하는 작가의 연민과 애정이 배어있다.
이 책이 처음 나왔던 시대는 흑인조차도 가축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던 시대여서 인권이란 개념조차 없었을 텐데 사람이 기르는 동물에 대하여 이만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가히 혁명적인 수준이었겠다.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아직도 동물에 대한 야만적인 행위는 멈춰지지 않았다. 오히려 동물실험과도 같이 은폐된 채로 교묘하게 숨겨져서 자본주의의 논리에 충실하게 봉사한다. 어쩌다 <동물자유연대> 사이트에 들러보면 눈뜨고 볼 수 없는 동물의 고통들이 넘쳐난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말은 길거리에서 운임을 받고 손님을 태워야 하는 생활 따윈 없지만 사람의 의식수준이 진보하지 않는 한 불행하기는 매한가지다.난 이 순간에도 블랙뷰티나 진저와 같은 말을 승마장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산전수전 다 겪고 나이가 든 말의 얼굴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모르긴 몰라도 살아오면서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을 더 많이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너 스웰의 간절한 바람이 100년도 훨씬 넘어 나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듯 나 한 사람의 태도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이런저런 인연으로 말과 연루된 행복하고 선택받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말에 대한 윤리의식에 대하여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블랙뷰티>는 어린이에게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가르치려는 의도로 출간되었지만 모든 승마인이 승마에 입문하면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있다면 전국의 모든 승마장마다 연필 세밀화가 아름다운 이 책이  한 켠에 비치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블랙뷰티의 행복한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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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0일의 기록이다.밥을 잔뜩 먹고서 올챙이처럼 볼록 튀어나온 배를 주체 못하고 이리 뒹굴,저리 뒹굴 모양새가 천하태평이다.

드러누워 뒹구는 것도 힘들어지자 반쯤 몸을 일으켜 쭈그린 자세로 꾸벅꾸벅 조는 깐돌 주니어..이 당시 깐돌은 정오에 낮밥을 먹고는 3시 무렵까지 늘어지게 낮잠자는 일이 정해진 일과였다.옆에서 운동하는 말들이 모래를 튀기며 구보로 달리든 말든 참 잘도 잤다.

마방을 지나가다 보면 성마도 이런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말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졸립고 몸이 늘어지니 머리가 무거워져서 땅에 세워놓았다. 그 다음엔 꾸벅꾸벅 조는 리듬에 맞춰서 머리가 이리 기우뚱,저리 기우뚱 할 것이다.

음냐음냐~ 맛있는 걸 먹는 꿈이라도 꾸는걸까? 옆방에서 칸타가 제 새끼 잘 있나 쳐다본다..

그.그런데..어떤 신호가...

아무래도 일어나야겠다.. 말이 일어설 때는 먼저 앞발로 버티어선다.


아직 비봉사몽이라 깐돌은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비실거리며 안간힘을 쓴다.

휴우~ 일어났으니 자세를 잡아야지..

자세를 낮추어 뒷발굽은 발레리나처럼 발굽끝으로 간신히 서고 꼬리는 최대한 들어올린 후에 ..발사~

쉬가 다 나왔나?

어~ 시워언~ 허다!!!


깐돌의 유년시절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방은 얼기설기 끊어졌다 이어진 철망 울타리가 둘러쳐진 돌투성이 흙바닥이었다.
사냥활동을 하기에 적합하도록 유연한 몸을 가진 개와 고양이에 비해서  말은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동작이 꽤 어색하고 불편
해 보인다.

그러다보니 맨땅에서 생활하면 앞겨드랑이나 뒷꿈치 같은 곳이 늘 까지기 일쑤였다.내가 후시딘 연고 같은 것을 늘 상비하고
다녔던 이유이기도 하다.오늘은 여기가 까졌는데 내일은 거기가 아물고 다른 곳에 상처가 나고 해서 꼭 상처와 숨박꼭질 하는
것만 같았다.

말을 사육하기에 너무 열악했던 이 시설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면 깐돌이가 야생에서처럼 자연과 호흡하며 지냈다는 거다.
비오면 비맞고,바람불면 바람맞고,눈오면 눈맞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새들과 벗하며 떠오르는 태양과 달을 바라보며 자란 것
이다.

그런 걸 보면  어떤 비극적인 상황일지라도 한줄기 빛과 같은 축복은 꼭 깃들어 있으니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누추한 환경에서나마 잘 먹고 무럭무럭 몸집을 불려 미래의 승용마로 적합하도록 자라주었던 깐돌이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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