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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2.07 승마,배워 봅시다 4
- 2012.11.21 제주 삼달리 행복한 한라마의 생활 6
- 2012.10.15 승마국토종주 윈디와 말 사위 마루치를 만나다 16
- 2012.10.05 칸타 훈련,떡본 김에 제사 지내랬다고
- 2012.07.19 왜 사료를 안 줘? 2
- 2012.06.05 승마로 명상에 들다 2
- 2012.04.09 마장마술 연습하다가 탈이 났나봐 6
글
승마,배워 봅시다
2012년 11월에 나온 비교적 따근따근한 책이다. 전재식.송상욱.최준상.채준 공저 / 대한미디어
이 책의 부제는 /국가대표와 함께하는 승마 테크닉/ 이다.
CONTENTS
제 1부 송상욱의 승마,제대로 배우기
- 승마 기초,말 훈련 방법 및 응용 기술 -
제 2부 전재식의 마장마술 B클래스
- 규정 종목 체크 포인트
제 3부 최준상의 원포인트 레슨
-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승마 Q & A
승마를 배우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점을 잘 짚어서 정리한 내용이라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 든다.
너무 어렵지 않게 꼭 필요한 내용만 다루고 있어서 군더더기 없이 알차다.
선수들만의 전문용어를 나열하지 않고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서술하고 있어 실용적이다.
승마에 입문하여 구보까지는 할 줄 알지만 뭔가 어설프다고 느낄 때 자신의 자세부터 기본을 하나하나 점검해보고 바로잡는데 요긴할 것이다.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마장마술과 장애물 비월에서 각각 단계별 목표도 알아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 몇 안되는 승마 국가대표 선수들이 전하는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으니 도움이 많이 될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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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주 삼달리 행복한 한라마의 생활
제주 성산읍 삼달리에 c&p리조트에 한라마 무리가 산다.
이들은 사람이 기르는 말이지만 너른 2만평 땅을 자유롭게 오가며 산다.
참으로 이상적인 생활을 누리는 행복한 말이다.
수도권의 승마클럽에서 사는 승용마가 하루의 대부분을 좁은 마방에서 살며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삶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리조트의 말을 타고서 억새외승 나가기 전에 부지를 한 바퀴 돌았었는데 인공적인 시설도 없고 지면도 다듬어놓지 않아 돌무더기,나무,풀뿌리가 제멋대로 놓여 있었다.말들의 생활환경이 이런데도 말들은 하나같이 몸에 긁힌 생채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지난 봄 이곳을 다녀온 후에 일기예보에서 제주에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다는 소릴 들을 때마다 말 친구들이 걱정되었다.따로 이들의 방이 있는 것이 아니니 비바람 맞고 젖은 생쥐꼴을 하고 오돌오돌 떨려나 싶었던 게다.
안주인의 얘길 들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지붕이 있는 대피소가 있으나 뒷간처럼 여기는지 들어가 똥이나 눌 뿐 정작 비가 오면 다른 곳에 간다고 했다.
"바로 저기랍니다!" 말등 위에서 안주인이 가리킨 곳은 빽빽한 소나무 군락이었다.말들은 좁고 아늑한 소나무 둥치 사이사이에 들어가 가만히 서서 비 내리는 시간을 보냈던 거다.
비올 때 큰 나무 아래 들어가 본 사람은 안다.비가 잎을 타고서 옆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비 피하기는 그만이라는 사실을.게다가 솔숲이니 비에 젖은 솔잎이 뿜어내는 솔향은 얼마나 진할 것인가.솔향은 머리를 맑게 한다는데 말 친구들의 정신적 고요함이 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어진다.
숙소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가는데 시야에 확 꽂히는 장면이 보였다.물가에서 암말인 공주가 풀을 뜯고 있었다.
물 언저리에서 백마가 풀을 뜯고 있으니 비현실적인 느낌과 함께 주변에 선 열대수목으로 인하여 이국적인 풍광처럼 비쳐졌다.말이 등장하는 달력그림에 딱 나올 법한 그런 장면이었다.
공주는 임신중이고 내년 4월에 출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망아지의 부마는 리조트의 말 무리에 속한 숫말이다.주인장도 부마가 이놈인가 저놈인가 확신을 못하니 망아지가 나와보면 알 터이다.
기왕이면 공주가 엄마 닮은 예쁜 망아지를 낳았으면 좋겠다.
공주가 풀을 뜯는 바로 옆에서 맨 처음으로 이끌려나온 스콜피오가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말은 쥬피터다.
아침이.
이곳의 한라마들을 보면 "우와! 멋지다!"라는 감탄이 나온다.제주도의 관광 승마장이나 수도권에서 가끔 보는 한라마를 보고서는 감탄을 하기가 힘든 게 보통이다.웜블러드나 중형더러브렛에 비하면 뭔가 오종종하고 왜소하다는 인상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 한라마들은 체고가 150cm에 가깝고 몸통은 튼실하여 중형마 정도의 뱃고래를 보는 듯할 정도이다.그만큼 잘 먹이고 키워서 그렇다.
여기에 지나친 노동으로 혹사시키지 않고 자연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니 모색에도 윤기가 흐르고 표정에 기품이 서려 있었다.
말의 체고가 150cm 정도가 되면 한국사람이 타기에 가장 적합한 승용마 신체조건이라고 보여진다.세계의 유명 승용마 품종도 이 정도 크기가 많다.
다는 아니지만 몇 군데 둘러본 제주 관광승마장의 한라마는 키가 아담하니 작았다.관광용으로는 실용성이 있어 보이지만 속사정은 좀 달랐다.
그러니까 한라마의 품종 자체가 원래 작은 것이 아니라 못 먹어서 덜 자란 상태라고 할까.한국인의 체형이 못살던 시절과 경제발전 이룬 이후에 현격하게 달라진 것과도 같다.
현재 제주도에서 이루어지는 경마에 출주하는 경주마의 체고는 137cm로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그러다보니 제한된 경주마 쿼터에 입적시키기 위하여 말 생산농가는 어쩔 수 없이 망아지에게 일부러 잘 못먹이는 방식으로 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경주마로 판매하고 나면 말은 불과 몇 년의 경주마 생활을 끝내고 나서 기나긴 승용마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어려서 못먹고 경주로 혹사당한 몸 상태가 좋을 리 없다.한라마의 현주소가 그렇다면 그런 말을 타야 하는 승마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조트에서 작년에 태어난 유니콘이 언니 문 차일드와 함께 서 있다.둘은 연년생이다.4명의 일행이 말을 타고서 외승을 나가려할 때 문과 유니콘이 따라나올 수 있는 끝까지 나와 뚫어지게 바라보며 배웅을 했다.
우리 깐돌이도 그랬지만 자라는 한라마 망아지들도 같은 무리의 말들이 사람을 태우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승용마의 삶을 받아들일 것이다.
망아지들이 그렇듯 유나콘도 특유의 무심한 표정을 짓소 있었는데 이젠 망아지의 호기심도 다 가시고 좀 무료하기까지 했다.그러다 서서히 사람을 태우는 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제 소임을 알게 되리라.
스콜피오가 조는듯 고요하다.말들은 안장매는 동안 조는 표정이기 일쑤다.
스콜피오는 공주와 함께 지구력대회 백전노장이다.얼마 전 80km대회에 참가하여 10위 권 안에 들었다.
아침이는 경주마 경험이 없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유망주다.겨우 3살인데 어찌나 온순하고 차분한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온순하면서 강인함을 동시에 갖춘 승용마가 한라마다.
리조트 주인장 내외는 1년에 4~5차례 열리는 지구력대회에 거의 참가하는 분들이신데 얼마나 건강해보이는지 모른다.
이날 15km 정도의 외승을 다녀왔을 때 말들도 멀쩡하고 주인장 부부도 어디 다녀왔나 싶은데 평소 실내마장에서 깔짝거리며 타던 나만 초주검인 것 같고 한달분 승마를 다 한 것 같았다.
제주의 자연이 길러내고 애정이 지극한 사람이 길러낸 말들은 사람에게 건강함을 선물했다.아울러 도시에서 찾아온 승마인에게도 질적으로 높은 승마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런 게 자연,사람,말의 조화로움이 빚어낸 행복함 아닐까?
(*) 용어 정리
* 제주마 : 최근까지 재래마,조랑말,재래종으로 불리다가 1999년 공식명칭을 '제주마'로 결정.
그 이전 1986년 멸종방지를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
제주마라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천연기념물로 인정받는다.
<이상은 유홍준 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p399~401에서 >
*한라마 : 제주마와 더러브렛의 교잡종.
(*)그 밖의 관련 자료
승마매거진 2011.7.8 월호
한라마 전도사 이종형 감독
<우리 한라마의 우수성을 알리고 장려하는 제도적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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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국토종주 윈디와 말 사위 마루치를 만나다 (16) | 2012.10.15 |
글
승마국토종주 윈디와 말 사위 마루치를 만나다
김포골드승마클럽에 방문했다.그곳엔 그리운 말 친구들이 많다.오늘은 특별히 방문해야 할 건수가 생겼다.16일에 승마국토종주 떠나는 윈디를 격려하고 얼마 전 하숙집을 옮겨온 깐돌애비와 만나기 위해서다.사진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녀석이 바로 윈디다.
윈디는 5년도 전에 처음 만났는데 경마장에서 갓 나온 3살배기 숫말이었다.덩치가 좀 컸고 윤기가 자르르르 했는데 어찌나 예민한지 패덕 옆으로 차만 지나가도 놀라기 일쑤였다.윈디의 그런 모습이 나의 애마 바람이에게도 매우 어줍잖게 보였는지 군기를 잡고 텃세를 부리다가도 장난을 치며 잘 놀았었다.그랬던 어린말이 이제 승용마로서 산전수전 다 겪고 늠름하게 자랐다.
이지네 가족의 자마로 지내는 동안 윈디는 한 번도 다리나 굽에 탈이 났었다는 소릴 듣지 못했다.그러니 장장 600키로의 여정을 가야할 말로 신체적 자격은 갖추었다.
함께 뭉쳐다니는 윈디 친구 해피와
위키(좌)다. 이름을 불러주니 와서 아는 척을 하고 인사를 한다.모두들 애마 바람이와 동고동락했던 오래된 친구들이고 모두 자마다.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서 기뻤다.
윈디아빠는 왜 자처하여 고생길에 오르려는 걸까? 오래 전에 조짐은 있었다.몇 년 전에 윈디와 함께 김포에서 여의도까지 다녀온 이력이 있다.복잡한 수도권 안에 승마인과 애마를 위한 좋은 길 같은 환경은 없다.한강을 따라 이어진 아름다운 길도 사람이나 자전거 트래킹이나 가능할 뿐이지 말은 들어갈 수가 없다.그런데도 윈디아빠는 애마와 함께 어디든 가고픈 열정을 실천했다.
그 당시 경찰도 출동했다 하고 윈디도 힘들어해서 그런 일은 다시는 없으려니 했는데 웬걸! 그때 일이 배꼽이라면 이번 일은 배 만한 규모다. 프로젝트명은 바로 승마국토종주!!!
윈디아빠는 자신의 블로그에 밝히기를 승마국토종주는 무모하지만 꼭 이루고픈 도전이라고 한다.대체 얼마나 무모한 일을 저지르려는 걸까 하고서 블로그를 살펴보니 사전계획하에 치밀하게 준비되고 있었다.윈디와 함께 몇 해를 보내면서 말에 대한 이해나 애정이 밑바탕에 깊이 깔려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승마국토종주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10월 16일 김포를 출발하여 18박 19일 동안 하루 40~50 키로를 나아가 부산에 당도할 예정이다.장장 600키로의 여정을 가는 동안 행선지 근방에 있는 승마클럽에서 하룻밤씩 쉬어가게 된다.협조요청은 사전에 공문을 보내 승낙 받았고 승낙이 없는 곳에서는 일부 숙박업소 주차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위한 승마국토종주인가?
"말산업활성화를 위한 규제 철폐"가 이번 종주의 취지다.
국내 승마장의 80%가 미신고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정부나 마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말산업육성법이니 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법이 제대로 통용되지를 않는다.그러다보니 승마장 운영하시는 분들이 범법자 아닌 범법자가 되어 불법이니 민원이니 하는 현실적 규제나 제약으로 어려움이 많다.그 어려움은 마필관리를 위탁하거나 여가로 즐기려는 승마인에게도 이런저런 애로사항을 겪게 만드는 형편이다.김포지역의 승마장 형편이 어려운 줄로 안다.
윈디아빠는 좀 더 사회적으로 우호적이고 편안한 환경에서 말을 기르고 승마를 즐기고픈 승마인들의 염원을 담아 자신의 오랜 꿈과 함께 승마국토종주에 나선 거다.비록 그 어려운 길에 동행은 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응원하며 윈디아빠와 윈디의 여정이 무사히 마쳐지기를 기원한다.지원차량으로 함께 여정에 따라나선 윈디엄마에게도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전국의 승마장 및 승마인들께서 승마국토종주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윈디아빠 블로그에서 일정 확인해보시고 근처에 지나게 될 때 편의와 협조를 제공해주셨으면 한다.
http://blog.naver.com/reinstate10/130149387960
말들이 매일 바라보는 김포 황금 들판
추수가 끝나고...
억새가 춤추는 가을 한가운데서...
누군가는 먼 길을 떠나고 또 누군가는 여기로 와 머문다.
저 꺼먼 놈이 내 말 사위 마루치렸다! 주변에 계신 분께 여쭈니 내 예상이 맞았다.
어디로 가나 했더니 끙끙이를 하러 가는 거였다.
2년 만에 보는 앞얼굴은 좀 나이들어 보였고
옆얼굴은 돌이와 붕어빵처럼 보였다.신참이라고 터줏대감 말들에게 여기저기 물린 자국이 보였다.신고식 치렀나보다.
이런 표정도 보이니 언제까지 맞고만 살지는 않을 것 같다.말 사위 마루치 화이팅!
구절과 굽 사이 목이 긴 것도 깐돌과 닮았다. 입매도...
꼬리끝이 와인 빛깔인 것도 돌이와 같다.
안녕 마루치? 나 장모야.모르겠니? 인사를 건넸는데 그닥 반가운 티는 안난다.애초에 마서방은 무뚝뚝했다.
어쨌거나 탈없이 이때껏 살아와서 다행이다.앞으로도 이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렴!
온 김에 지인이 최근에 입양한 러시아에서 건너온 가을이와도 인사를 나누었다.생김은 러시아 영화에 나오는 마차끄는 말을 상상하면 된다.
두 살인가 세 살인가 하는 아기라는데 사람에 대한 친근감이 풍부했다.가을이가 오래오래 아빠와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
한참 후에 사돈댁이 도착했다.얼마만의 상봉인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사돈댁과 마루치는 운동준비를 시작했다.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며 김포골드클럽을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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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칸타 훈련,떡본 김에 제사 지내랬다고
칸타가 림프염 앓은 이후 엄마,아빠를 고분고분 잘 다르더란 얘기는 일전에 올린 적이 있다.좌후지 부기가 다 빠지지 않아 날마다 30분씩 원형 패덕에서 운동을 시킨다.순조롭게 잘 시키다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칸타는 긴 로프를 맸든 안맸든 뱅글뱅글 도는 패턴의 말 기본 훈련을 매우 싫어한 까닭이다.
어쩌다 칸타에게 조마훈련이라도 시킬 요량이면 있는 신경질 없는 신경질 다 부리며 도망가기 일쑤였다.차라리 기승운동 하는 편을 더 좋아했다.그러던 말이 나이가 들어선지 아픈 후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는지 달라졌다.
할방은 떡(?)을 보니 자연히 제사지내고픈 마음이 들었다.해서 주섬주섬 페소아 장비를 들고와서 칸타에게 보여줬다.이 물건은 깐돌 교육용으로 쓴 것이지 칸타에겐 한 번도 쓴 적이 없다.칸타가 제 몸에 들이대는 얼기설기 줄에 대하여 일절 군소리가 없었다.이게 웬일이냐!
시종일관 편안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페소아훈련 준비과정을 지켜보며 옛날 칸타는 어디로 가고 새로 오신 다른 분이 칸타 안에 들어앉은 것 같기도 했다.
칸타가 그러고 있을 때 돌풍형제는 수국 꽃나무 근처에 있었다.앞엣말이 깐돌,뒤엣말이 태풍이다.
끙끙이에 여념 없는 깐돌 등 뒤에 숨은 태풍의 존재가 어째 웃음을 좀 자아낸다.얼굴만 가리고서 숨은 척 하는 것 같아 귀여워서 저런 면도 있나 자꾸 쳐다보게 된다.
태풍이 없다~~~
아니 좀 있다~~~ (사실 한눈으로 엿보고 있다.)
그러다 궁금함을 못 참겠는지 얼굴을 절반즘 들어 눈만 '깜박깜박'하다가...
다시 숨어서 한 눈으로 동태를 파악한다.자기를 붙들어다가 무슨 훈련이라도 시킬까봐 몸이라도 사리나?
할방은 칸타와 계속 말을 주고받고 교감하며 무엇을 요구하고 바라는 건지 알리고 알아들었는지 확인했다.
30분 훈련 시간 내내 줄이 말에게 가하는 긴장과 탄력의 정도를 고쳐주었다.
사진을 찍던 나에게 할방이 칸타에게 뭐라 말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많은 말을 했고 몸짓도 풍부하게 보여주었다.말은 사람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잘 알아듣는다.그렇기 때문에 말 앞에서도 할말 안할 말 가리고 말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페소아훈련은 말의 상태에 따라 도모하는 개선목표에 따라 적절한 변화를 적용하는 부분이 중요해 보인다.
아이고 가려워라~ 잠시 긁고 가자!
이제 좀 시원하군!
한편 돌풍형제의 관심은 여전히 칸타에게 쏠려 있다.
결국은 자기들끼리 있는 것도 심드렁했는지 다가왔다.언뜻 보면 자기들도 훈련을 받고싶어 안달이 나 줄을 서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깐돌은 칸타 훈련 끝나고 "너도 들어와!" 하면 냉큼 들어가서 자발적으로 돈다고 한다.엄마가 하는 거라면 따라하고픈 마음이 있어서다.
엄마 뭐해?
보면 모르니?
재밌어?
.....
엄마아~
깐돌이가 엄마를 애틋하게 바라보다가 지나가던 엄마에게 머리를 들이댔다.
엄마 냄새도 느끼고...
따스함도 느껴본다.
깐돌이가 몸은 커다래졌어도 엄마에게 다정하게 굴 때는 망아지 때와 다르지가 않다.
평소에 칸타는 깐돌이가 와서 친한 척 굴면 잘 받아주지 않고 쫓아버리지만 한 시간이라도 떨어져있다가 만나면 다정하게 부르는 소리를 낸다.
훈련이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는지 둘은 또다시 저리로 가서 놀았다.
자! 칸타 이리 온! 오늘은 여기까지야!
이제 몸에 씌웠던 것들을 해체하고
굴레만 벗으면 되겠다.
칸타 나가 놀아라!
네 아빠!
자유의 몸이 된 칸타는 돌풍형제에게 다가갔다가...
잠시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했다.
아이 후련해~
그 순간 철새떼가 자유로운 날개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깐돌인 언제 기승운동 준비했남? 돌이는 놀다가 내가 다가가면 스스로 걸어나와 날 따라온다.그러면 태풍이와 칸타는 패덕에 들어가야 하는 줄 안다.깐돌이가 기승운동 하는 동안 태풍이와 칸타는 마주보고 얼싸안고 비비고 갈기도 잘근잘근 물어주고 내내 다정하다.미성년자 깐돌이가 혹처럼 붙어다니다가 떨어져서 이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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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왜 사료를 안 줘?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수장대에 서 있는 칸타
마방 안의 칸타
칸타의 눈빛은 무엇을 말하는가?
올여름에 칸타는 곡물사료를 일정 기간 끊어야 했다.승마클럽에 사는 말의 주식은 크게 두 가지다. 조사료라 하는 건초와 농후사료라 하는 가공곡물사료이다.말은 건초보다 곡물사료를 좋아해서 식사가 제공되었을 때 먼저 곡물사료를 허겁지겁 다 먹은 다음에야 느긋하게 건초를 우물거리며 씹는다.곡물사료는 고소한 향이 나고 감칠 맛이 나서 말의 식감을 자극하는 게 틀림없다.
이렇게 맛나는 곡물사료를 칸타에게 주지 않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여름이 되자 원인 모를 두드러기가 칸타의 몸에 돋아난 것이다.보름이 지나도록 올록볼록한 두드러기가 없어지지 않아 지나친 열량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관리인에게 칸타의 곡물사료를 당분간 끊고 대신 건초는 넉넉히 주라 일러두었다.
그로부터 하루,이틀이 지났다.승마클럽에 당도하여 칸타 뭐하니 부르며 마방으로 다가섰다.얼핏 비친 칸타의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엄마가 부르니 얼굴은 내밀었지만 신경이 예민해져서 귀도 뒤로 파들파들 눈매도 번득번득 했다.얘가 왜 이러나? 이러구 있는데 아빠가 나타났다.전날 아이들을 못 보아서 얼굴에는 반가움과 기쁨이 번져 한껏 웃는 표정이었다.아빠가 그러구서 나타났는데 칸타는 마방으로 얼굴을 쏙 내밀더니 기다렸다는듯이 귀를 납작하게 눕히고 입을 실룩실룩 악악 대는 게 아닌가!
그 표정은 과거에도 목격했던 적이 있었다.1년 전 이곳으로 새로 이사왔을 때 우리 아이들은 자동급수장치에 적응해야 했다.그러나 칸타는 하룻밤 동안 물 먹는 법을 알아내지 못해 물을 한 모금도 먹을 수 없었다.다음 날 오후에 아빠가 나타나니 오늘처럼 머리를 내밀고서 머리 끝까지 치민 분통을 터뜨렸던 것이다.물도 안 주다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느냐고 항의를 한 것인데 표정으로 보아 좋은 말로 한 것은 아니었고 욕쟁이 할머니가 즐겨쓰는 상용구를 더빙하면 딱 맞았다.
또 다시 칸타가 머릴 내밀고 한바탕 욕을 퍼부우니 아빠는 좋은 얼굴을 하고 와서 갑자기 찬물벼락을 맞는 처지가 됐다.야가 왜 이라노? 하며 의아해하는 관리인에게 칸타가요 지금 욕을 퍼붓는 거예요 그랬더니 관리인도 그냥 웃을 수 밖에.자세히 보니 칸타가 악악대며 욕을 퍼부은 뒤끝에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쩝쩝 다셨다.오라 이제야 감이 왔다.칸타가 왜 사료를 안 주느냐고 불만을 터뜨린 거구나.
그날 이후로 칸타에게 새로운 악벽 하나가 생겼다.사료를 훔쳐 먹는 일이다.물론 말이니만큼 제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가 몰래 훔쳐먹고 들어오는 상황은 아니다.칸타는 하루에 2~4회 정도 마방에서 바깥으로 연결된 통로를 왕래한다.그 통로 중간쯤에 사료간이 있어 곡물사료가 담긴 손수레가 놓여 있었다.누군가 칸타의 마방굴레 끝에 달린 리드줄을 잡고 이동을 할 때 칸타가 이때다 하고서 막무가내로 수레로 재빨리 걸어갔다.당황한 사람이 안돼! 소리치며 줄을 끌고 손바닥으로 때려도 보지만 말의 의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사료간에 당도한 칸타는 킁킁 냄새로 사료수레를 찾아내고는 파리가 덤비지 못하게 덮어놓은 사료푸대를 들추고는 덥석 하고 사료를 입에 우겨넣었다.두 세번 입질을 한 후에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가고자 하는 곳으로 걸어갔다.이런 일을 아빠,엄마,이모 모두가 당했다.칸타와 함께 차분하게 마방이나 수장대로 향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칸타에게 매달려서 끌려가는 꼴은 사람이 힘 앞에서는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여실히 증명했다.
말에게 끌려갈 때 반쯤은 걷고 반쯤은 날아가는 모호한 상황이어서 마치 사람이 말 목에 매달린 길다란 머플러처럼 나풀대는 것 같기도 했다.체면과 품위를 한참 구기고서 말에게 딸려간 후에 나도 첫번에는 무조건 야단을 쳤지만 생각해보니 이일이 마주의 지시로 말의 권리를 일정 부분 박탈한 데 따르는 결과물이어서 나나 할방이나 야단의 기세는 우유부단했다.
몇 번 그런 일이 반복되니 파블로프의 개처럼 학습이 되어 또 그러겠군 싶으면 또 그런 일이 벌어져서 나중엔 아예 그러는 칸타의 얼굴이나 살펴보자고 마음 먹었다.칸타는 사람과의 계약(?)을 위반하고 무턱대고 사료간으로 향하는 행동이 해서는 안되는 짓임을 분명히 알았다.제 의지로 걸음을 떼는 순간부터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는 자의 초조함에 점령당해서 걸음도 빠르고 맥박도 빨라져서 매사에 차분하지 못하고 허둥댔다.사료에 입을 쳐박고 와구와구 씹을 때 사료가 반은 입에서 쏟아졌다.눈빛을 비롯한 얼굴표정 전체는 떳떳하지 못한 일을 치루느라 긴장돼 있었다.사실 칸타의 성격이 겁도 많고 소심해서 이런 일 함부로 할 성격은 못되었다.그런데도 범죄(?)를 자행했으니 사료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크길래 그 지경이 되었나 싶어서 칸타가 안됐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해소되지 못한 욕망이 충족되면 - 사료를 두세번 입에 쑤셔넣고 - 칸타는 군말 없이 제가 갈 곳으로 갔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말에게 사람 잣대의 도덕성이나 양심을 적용할 수는 없겠으나 말도 제가 해서는 되는 일과 안되는 일을 구분할 줄 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기수를 낙마시킨 말이 좋다고 기뻐하는 경우는 없다.
며칠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클럽에 당도하니 운동장에 깐돌과 태풍이가 있었다.반가워서 깐돌아 하고 부르니 저끝에 있던 깐돌이가 에상과 달리 전혀 반응이 없었다.평소엔 바로 쳐다보고 구보나 신장속보로 달려오던 녀석이었다.여러 번 불러도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나중에 날 쳐다보았지만 밍그적대며 오지를 않았다.나중에야 깐돌의 속마음을 알았다.내가 오기 전 운동장에서 칸타 깐돌이가 놀다가 곧 들어가 기승운동을 할 예정이었다.그러다 뒤늦게 태풍이가 운동장에 나왔다.칸타는 부름에 응하여 나갔지만 깐돌은 태풍이를 보니 훈련받는 게 싫었고 태풍이랑 실컷 놀고 싶어졌다.그래서 할아버지가 나가자는데 뚝 서서 버티고 한사코 놀겠다고 자기 의지를 세웠다.할방은 깐돌이가 어제 하루종일 갇혀있기도 했으니 오늘 잘 놀면 내일은 공부를 잘 하겠다 싶어서 그냥 네멋대로 놀라고 내버려뒀다.잠시후 할머니가 나타났다.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깐돌은 할머니가 자길 데려다가 타려나 생각했나보다.그래서 속으로 아무리 할머니가 불러도 모른 척 해야지 하고서 모르쇠,밍그적 모드로 일관했던 것이다.내가 봤을 때 깐돌에게서 나타난 태도에서는 떳떳함이라고는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제 욕망은 채워야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이러면 안되는데 싶은 그늘이 드리워져서 활발한 기운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그래 저 녀석도 다 커가지고 속이 멀쩡하구나 싶었다.
다시 우리의 새침녀 칸타에게로 돌아가보자면 대략 보름 지나서 사료금지령이 한 이틀 전에 풀렸다.어제 칸타를 타고서 씻겨 방으로 돌아갈 때였다.저녁식사 시간도 임박했고 운동도 잘 했으니 칸타가 몹시 출출했을 것이다.통로 중간쯤 걸어가니 나와 칸타의 눈에 사료수레가 보였다.여기서 말 걸음으로 서너걸음만 떼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순간 나나 칸타의 머릿속에는 사료가 떠올랐을 것이다.너와 나는 같은 것을 보고 있어 ! 그 다음 순간엔 칸타가 수레로 가겠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그간에 형성된 습관이 관성처럼 작용할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칸타는 눈꺼풀을 내리깔고는 그냥 천천히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이제 사료 주는데 뭐 하는 표정 같았다.
나도 어떤 이유로 빵이나 미숫가루로 끼니를 모두 떼워야 한다면 열흘 후에는 반쯤 미쳐서 쌀밥을 먹기 위해서라면 법이 금지하는 어떤 행위라도 하게 될 것 같다.
라라이모가 놀러왔던 날 칸타가 이모를 태워주고...
이모는 칸타를 목욕시켜주고...
풀뜯기 산책도 시켜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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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로 명상에 들다
슬픔...
경청...
공감...
이완...
씻김...
웃음...
기쁨...
승마와 명상...칸타빌레와 나
그때 난 울고 있었다.운동장 주변 논은 지난 겨울 깐돌이가 돌아다니며 놀던 놀이터였다.지금은 모를 심으려고 물을 그득하게 대서 호숫가처럼 변해버렸다.사방에 물이 넘쳐나서인가 내 안에서도 물기가 솟아났다.
말 등에 오르면 금새 미소가 번지곤 했는데 이날은 뭔가 가슴이 먹먹하였다.그 상태로 물가를 바라보며 평보로 좀 걷다가 칸타야 엄마가 오늘은 좀 속상하구나 하고 말을 토해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속에서 감정이 밀고 올라왔다.어 이러고 싶지는 않은데 싶어 당황스러웠지만 다시 빗장을 걸기에는 이미 늦었다.결국은 한 줄기 눈물이 주루루 흘러내리고 말았다.
엄마가 그러는 동안 칸타는 다소곳했다.결국은 이미 쏟아진 거 더 쏟아보자 싶었다.말 위에서 한숨을 한번 쉬고는 중얼중얼거리며 이러구저러구 푸념을 늘어놓았나보다.칸타의 목은 둥글게 구부러져서 조아리고 있어 차분했다.참 신기한 것은 승마할 때 사진을 찍어보면 그 순간의 내 감정과 말의 표정이 호응한다는 점이다.기수와 말 사이에 비밀스러움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등자에 한 발을 딛고서 최초로 말 등에 엉덩이를 내려놓으면 먼저 제대로 앉았는지 몸을 먼저 추스리게 된다.말 등에 제대로 잘 앉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처음 수초 동안 몸둘 바를 찾아 헤매는 동안 내 호흡을 의식하면 숨을 안 쉬고 있는 경우도 많다.말이 네 발을 순서대로 땅에 놓는 것을 느끼며 들숨과 날숨을 고르게 해야 비로소 호흡도 편안해진다.
기수가 앉아서 호흡을 찾고 말의 움직임에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집중하는 동안이 참으로 중요하다.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번잡스럽게 날아다니던 잡생각들이 잠재워지는 까닭이다.잠드는 순간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떼쓰는 아이가 잠들었을 때 불현듯 찾아오는 평화가 얼마나 달콤할 것인가!
말의 평보는 참으로 명상에 들기 좋다.말 머리가 꺼덕꺼덕 하면서 나아갈 때 나의 골반으로는 말 몸통의 사각형 모서리 아래에서 말 다리가 출렁거리는 느낌이 차례로 느껴지니 골반과 허리가 시원해진다.말의 다리와 내몸에 집중하게 되니 어느새 의식은 내면으로 향한다.
평보하는 동안에는 헉헉거릴 일이 없어 말과 대화하기에도 좋다.말은 평소 땅에서 만났을 때 감각이 사방으로 열려 있어서 사람에게 온전히 머물지 않지만 사람을 태운 후에는 고삐로 인한 접촉으로 인하여 감각이 사람에게로 모아진다.
여러 말 중에서도 칸타는 집중력이 매우 빼어난 말이다.까탈스러운 예민함의 반대편 얼굴이기도 한데 운동할 때 크나큰 장점이 된다.
칸타의 잔등에 머무르는 동안 칸타의 귀가 내게로 쫑긋할 때 저절로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심정이 된다.어느 누가 내 얘기를 진심으로 오래 들어줄까? 아무리 가족이나 친구라도 가릴 부분이 있고 불편하지 않도록 털어놓는 수위도 조절해야 한다.그러나 말은 니편 내편도 없고 입장에 서지 않았으므로 고해성사를 듣는 신부님의 존재와도 유사하다.
말은 경청하는 존재다.경청과 거짓 듣기의 차이점이라면 말하는 상대방의 내면 상태에 함께 머무르느냐 아니냐 하는 차이라고 본다.말하는 이가 슬프든,화나든,억울하든 그 감정의 맛과 농도를 함께 느껴주는 것이다.우리는 흔히 상대의 말을 잘 들어준다고 하지만 자신의 기준틀로 걸러서 듣다가 쉽게 훈계,비판,동정,위로를 하려든다.그 지점에서 상처는 더 커져버리고 마음은 닫혀져 소통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비폭력 대화법>에서 저자는 '서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연민으로 다른 사람들과 유대맺을 것'을 강조한다.우리가 비난,판단,지배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상황을 더욱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말의 신비로움 중에 하나는 생명체 간의 감정전이가 뛰어나다는 거다.내가 어떤 감정상태에 있든지 금새 알아채서 감정의 거울인 것만 같다. 또 말 위에서는 말의 감정이 내게 쉽게 전달되기도 한다.칸타에게 이런저런 속내를 털어놓았을 때 그 상태 그대로 머물러주니 내게 공감하는구나 싶어진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애호가들이 그들에게 쉽게 위로받는 것도 초롱한 눈으로 주인을 빤히 바라보며 언제까지라도 무슨 얘기든 들어주는 미덕 때문이겠다.
어렸을 때 속상한 일을 겪고는 울먹거리며 집에가 엄마를 보고는 으앙 울음을 터뜨렸을 때 얼마나 정서적으로 만족스러웠는가!성인이 되어 정서적 엄마를 잃어버린 우리는 얼마나 불행한가!
평보가 지나간 후엔 속보로 나아간다.절도 있는 스타카토로 흔들리며 나아가는 동안엔 굳어버린 근육의 나사를 풀어 흐물흐물해져야 한다.그러면서도 적당한 근육의 긴장도는 가져야 한다.숨이 가빠오면서 신체가 전체적으로 이완되면 처음에 찾아온 부정적인 감정이 사그러들고 기쁨이 찾아든다.승마가 아니더라도 운동을 해서 몸을 움직여주면 나쁜 감정은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법이다.그래서 드라마에서도 격한 감정에 휩쌓인 인물들이 격한 스포츠에 미친듯이 몰두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 것이리라.
속보로 몸이 거의 풀어졌다 싶을 때 칸타가 구보를 가고 싶어한다.어떤 때는 구보할 때가 되었는데 왜 신호를 안 주느냐고 보채기도 한다.그래 가자꾸나 하고 허락하면 칸타는 신나게 달린다.따그닥 따그닥 하는 경쾌한 굽소리가 울리고 기분 좋다는 듯이 푸르륵 기침소리를 내고 푸륵푸륵 하고 코푸는 소리가 들린다.그러는 동안 바람이 제 할일이라는 듯이 찾아와 말과 나를 씻어내릴 때 평보 때부터 밀려 올라온 부정적 감정은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진다.바람이 씻김을 했다.어느새 마음이 맑아졌다.
승마할 때 얼굴에 웃음을 거는 일은 중요하다.웃으면 근육의 이완이 쉽게 되어서 긴장을 떨치게 되니 말이 편안하게 나아가도록 돕기 때문이다.웃는 기수에게는 즐거움이나 기쁨,만족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찾아든다.승마하는 분들 중에 평소엔 온화하다가 말 위에서는 무섭고 화난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 보기에도 불편해 보이니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기수가 그러면 말 역시 좋을 리가 없다.그분들이 그러는 까닭은 내 경험에 비추어보건데 승마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 과도한 긴장에 휩싸여 그리 되기도 하고 말을 타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지만 실없어 보일까봐 표정관리 하느라 그리 되기도 한다.그러나 자연스런 에너지의 흐름은 흐르도록 터주는 편이 낫다.그리하면 승마도 더 순조롭게 될 터이니.
6년이라는 세월 엄마와 지낸 칸타는 이제 엄마의 속내를 많이 안다.그래서 가장 편안하게도 생각한다.말과의 일과를 시작하는 맨 처음 작업은 마방에 가서 마방굴레를 씌우고 벗기는 일이다.그럴 때 칸타는 이때다 싶어서 엄마품에 얼굴을 폭 들이밀어 안기고 가만히 있는다.칸타가 애교스럽게 구니 더욱 사랑스러워져서 굴레 고리를 다 채우고 볼과 눈을 쓰다듬어주고 가끔 뽀뽀도 해준다.
지난 토요일에 마장에 못 가고 일요일에 갔더니 칸타가 삐져서는 출입문 반대편 벽에 딱 붙어서 흘겨보고 있었다.남들 다 나오는 날에 왜 안 왔냐는 항의다.이미 그럴 줄을 훤히 알고서 '짜잔'하고 봉지를 보여주고 먹이통에 수박껍질이며 달콤한 향내 풍기는 먹거리를 쏟아주니 언제 삐졌냐는 듯이 냉큼 달려와 냠냠 먹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 하는 듯이.나도 이제 칸타 속을 훤히 안다.
대인관계 뿐만 아니라 말과의 의사소통에서도 어떤 대화법으로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많은 영감을 준 책입니다.
비폭력 대화
- 저자
- 마셜 B. 로젠버그 지음
- 출판사
- 한국NVC센터 | 2011-01-24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복종만 강요하던 권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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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마장마술 연습하다가 탈이 났나봐
칸타의 왼쪽 앞다리에 탈이 났다.
열흘이 넘도록 운동을 쉬는 칸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칸타의 앞다리에 탈이 난지가 열흘이다.느리게 회복되는 중이라 아직 다 낫지 않았다.다리가 붓고 열이 나기 며칠 전부터 칸타의 신경질이 늘고 컨디션이 나빴는데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니 진작부터 다리가 아팠나 싶었다.살펴보니 앞다리 중수부의 안쪽으로 계인대가 늘어난 고무줄처럼 부풀고 약간 딱딱해져 있었다.책을 찾아보니 계인대는 다리에 체중이 실릴 때 구절이 과도하게 굴절되는 것을 억제한다고 한다.그러므로 칸타는 뭔가 무리한 장력을 받아 손상을 입었다 할 수 있겠다.칸타를 타는 우리 부부가 늘 말을 아끼며 타건만 말이 부상을 입고 보니 아끼고 안 아끼고를 떠나 사람이 탄다는 조건 자체로 승용마는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칸타가 왜 발병하게 되었나 그간의 운동양상을 되짚어 생각해 보았다.가장 큰 변화는 마장마술 렛슨을 시작한 것이다.두어 달 된 것 같은데 요근래에는 조마레인 없이 굴요하는 연습과 이런저런 동작의 바탕을 만들기 위한 수축운동,후구를 강화하기 위한 원운동 등을 했었다.그렇다고 이러한 프로그램이 특별히 칸타의 앞다리에 부담을 준 것은 아니다.다만 그러는 동안 평소 안 하던 뭔가를 칸타가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어떤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발생해서 신체적 손상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칸타 다리가 병나기 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내가 칸타를 탔는데 초반부터 마장상황이 우측방향 운동으로 진행되어 워밍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평소와 달리 우구보를 여러 바퀴 했다.칸타는 우측운동이 좌측보다 덜 수월하다.그러고 난 후 평보를 하다가 칸타가 돌연 뒷발질을 해서 난 붕 하고 날랐다.그 순간 말의 앞다리가 디딘 땅이 꺼져내리며 말 머리가 주저앉는 것 같았다.말 등에서 분리되어 허공을 가른 나는 어이없게도 칸타의 목덜미에 걸터앉았다.앉는 순간에 나의 체중은 오른쪽으로 쏟아져 내렸고 난 본능적으로 말 목을 감싸고 버텼다.그러자 칸타의 목이 견고하게 정지했다.그 다음 순서로 땅으로 미끄러져 쏟아질 상황을 예감하고 있을 때 말 목이 가만히 있으니 난 정신을 수습하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앉아 안장의 앞머리를 타고 넘어서 다시 안장의 한가운데 내 엉덩이를 갖다놓을 수 있었다.다시 칸타가 평보로 걸음을 떼니 얼굴이 사색이 된 할방이 눈 앞에 서 있었다.구경하다가 적나라한 목격을 하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정작 당사자인 나는 무덤덤했다.칸타를 5년 넘게 탄 후로 칸타가 기승 중에 그런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뭔가 참을 수 없는 불편함으로 본능적인 행동을 했는데 엄마가 자기 목에 올라탈 줄은 몰랐을 것이다.그리고 엄마가 땅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았나 보다.말의 습성으로 보아 갑자기 자기 목을 압박하는 물리적 힘이 닥쳤다면 회피하여 달아나는 게 자연스러운데 끝까지 목을 받쳐주었으니 말이다.미끄럼틀처럼 경사진 말 목의 한가운데서 안장 가운데까지 거슬러 돌아오는 일은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오르는 것만큼 부자연스럽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내가 꾸물떡거리며 제 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가만히 있어준 칸타에게서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던 마음이 느껴졌다.그렇기에 말의 뒷발질이 원인이 된 상황이었지만 난 칸타가 한없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후유증이 있었다.한동안 나의 오른 무릎이 시큰거려 계단 오를 적에 통증을 느껴야 했다.통증이 느껴질 때마다.말의 차는 힘으로 떠오른 체중을 받아내며 충격을 완화한 최전선 무릎이 감당했을 부담이 상상이 됐다.그 상상은 그때 할방의 사색이 되었던 표정과 비례할 것이다.
칸타의 왼쪽 앞다리 안쪽 인대가 부풀고 나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내 체중이 40kg대이므로 날아가던 속력에 의해 몇 배로 증폭된 하중을 받아낸 것은 나의 오른쪽 무릎만은 아니었다고.칸타도 그 상황에서 난데없는 등짐(?)을 떠받든 채 자기 체중을 지지하려면 딱 왼쪽 앞다리 인대가 작용했어야 한다.
그런 후로 며칠이 지나 마장마술 렛슨 시간에 '렉 일딩'이란 동작을 연습했었다.측면으로 움직이는 마장마술의 가장 기본이 되기도 하는 leg yielding은 아껴서 신중하게 할 동작이어서 하다가 부상이 잘 발생할 수도 있다 한다.렉 일딩 뿐 아니라 말에게 주어지는 마장마술 일련의 훈련은 쉬운 일이 아니다.실제로 마장마술을 전문으로 하는 말이 소소하게 잘 아프기도 한단다.말의 신체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는데 무리한 욕심으로 시도하려고 하면 탈이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머릿속으로 칸타가 왜 다리병이 났는지 온갖 생각을 끄집어내 보니 이런저런 일이 종합적으로 작용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어쨌거나 지금은 칸타가 하루 빨리 낫도록 돌봐주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칸타의 다리가 붓고 열이 나서 다음과 같은 치료를 해 주었다.일단 붓기와 열감이 사그러질 때까지 소염제 주사를 맞았다. 또 매일 샤워기 호스의 수압 노즐을 약간 센 것으로 맞추고 네 다리에 골고루 쏘았다.열이 내리도록 냉찜질도 되고 혈액순환도 잘 되어 붓기가 내리라는 의도다.그런 후 물기를 산뜻하게 말려서 소염젤로 맛사지를 해준다.소염젤은 안티푸라민이나 파스냄새가 나는 투명젤이다.한번 개봉하면 공기가 닿아 변질될까 싶어 쉽사리 사게 되지 않아 몇 번은 클럽에서 쓰는 걸 발랐다.그러다 매일 발라주다보니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 조제를 하게 됐다.일반 로숀에 맨소래담을 5:1 정도로 섞어 티트리나 라벤다 오일을 한방울 섞고 때로 알로에즙도 첨가하여 섞어 발라주는 것이다.일회용 장갑에 버무린 약용크림을 칸타의 코에 맡게 하니 저도 썩 싫은 눈치가 아니었다.아빠가 맛사지 해 줄 적에 보니 칸타가 고맙다는 듯이 등을 핥기도 하고 아빠의 얼굴에 다정하게 입을 갖다대기도 했다.내가 맛사지 할 때도 칸타는 수장대의 양쪽 고리가 허용하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내 얼굴에 부비부비 애교를 부렸다.
칸타 치료의 마무리는 밴디지 감아주는 일이다.손상 조직을 압박하여 얼른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지지하는 역할이다.하루에 한 번 감고풀고를 반복하다보니 밴디지 감는 일이 손에 익어서 재빠르고도 솜씨있게 되었다.칸타가 다 낫더라도 기승운동할 때는 자주 밴디지를 감아주어야겠다.습관이 되면 뭐든 번거로움이 익숙함으로 전환되는 게 세상사 이치다.
칸타의 치료가 시작되어 일상으로 자리잡은 동안 칸타는 한결 누그러지고 깊어진 느낌을 풍겼다.제가 아파서 보살핌을 받으면 어리광도 늘고 할 것 같은데 정반대였다.맛사지를 하고 밴디지를 감는 동안 칸타의 표정은 수심도 언뜻 스치고 지나가고 미안한 느낌마저 품은 것 같았다.
5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엄마,아빠를 태워준 칸타다.심지어 깐돌이 낳고도 20일 만에 아빠를 태우기도 했다.칸타에게 참 너무하기도 했다.그러니 칸타가 아프다고 유세를 부리고 떵떵거려도 그럴 만 하다고 다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칸타는 엄마,아빠를 태워주지 못해 의기소침해 보이니 칸타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칸타를 타지 못하는 마음의 빈 자리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사람은 할방이다.그만큼 칸타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누군가 아플 때 그와 나와 맺어진 관계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엊그제 칸타와 깐돌이를 수장대에 매어두고 잠시 태풍이를 탔다.타면서 보니 둘이서 내내 뚫어져라 날 쳐다보고 있었다.내가 다 알지 못하지만 말 마음에 엿보이는 의미 중에는 엄마를 태우는 말이 나여야 하는데 라는 마음이 한 조각 있으리라 짐작한다.그렇게 짐작하니 뒤이어 내 마음도 내가 타는 말이 칸타나 깐돌이어야 하는데 싶어진다.어서 건강한 칸타나 깐돌이 등에 타고 싶지만 그 시간이 주어지도록 기다리는 지금도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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