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만 다녀도 물속에 잠긴 것 같았던 습한 우기가 지나고 나니 연일 화창하고 피부에 닿는 공기가 보송보송하다.햇빛이 따갑기는 하지만 마음을 화창하게 만드는 데는 그만이다.마장에 당도하니 이미 아이들은 밖에 나와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드립백 커피를 한 잔 만들어 손에 들고 "얘들아!" 하고 부르니 칸타와 돌이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졸래졸래 걸어온다.얼굴엔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고서 내가 가진 먹을 거라곤 커피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돌이는 조금 실망,칸타는 기쁜 마음이었을 것이다.커피에 대한 취향차이에서 비롯된 태도랄까?

 

마장에 와서 커피 한 잔 정도를 마실 때 대부분 함께 마실 사람이 없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잔을 들고 말을 찾아가 바라보곤 했는데 그러다가 칸타의 커피 취향이 생겨난 것 같다.실내마장에 아이들 풀어놓고 갤러리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기도 하는데 칸타가 다가와서 저도 달라고 집요하게 보챈다.한여름에도 핫커피만 마신다. 뜨거워서 얼른 줄 수도 없으니 칸타의 보채는 고갯짓을 보면서 마실 수밖에 없다.너무 보챌 때는 사래가 캑 걸릴 것 같은 기분이다.

 

손바닥이 견딜 정도로 커피가 식으면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어 잔에서 커피를 따라낸다.말을 위한 커피잔은 사람손바닥이 제격이다.그게 싫을 때는 그냥 잔에 좀 남겨서 핥아먹으라고 준다.그러는 일이 전혀 께름칙하지는 않다.가족은 그릇도 함께 공유하는 사이니까.그렇다해도 이 사진 본 회원분들은 칸타가 핥았던 잔은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ㄲㄲ

 

돌이는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혀를 낼름 내밀어 잔 깊숙한 곳을 핥는 기술을 터득하지 못했다.입술을 뒤적질 기술로 좌우로 씰룩거리니 혀에 감기는 충분한 보상이 없어 흥미가 없기도 할 것이다.다행이다.돌이까지 보채면 정말 번잡스러운 커피타임이 될 것 같으니까.

 

칸타가 좋아하는 채소 중에는 비타민의 보고 파프리카와 항산화제의 여왕 토마토가 있다.집에서 요리하고 남은 파프리카를 밑동 넉넉하게 잘라서 갖다주면 아주 좋아한다.토마토도 꼭지부터 시식하며 맛을 들였다.올여름 텃밭에 토마토가 한창일 때 종종 근처에서 풀을 베어주곤 했는데 한참 있다보면 칸타의 요구는 풀 뿐만 아니라 토마토에도 미쳤다.칸타가 눈빛과 콧등의 방향지시로 가르키는 곳에는 토마토가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한 방울처럼 대롱대롱 달려있었다.그 순간의 표정은 "엄마 토마토 먹고 싶어.어서 따줘!"였다.그러면 내 손은 토마토배달부가 되어 열심히 따서 칸타 입으로 날랐다.큰 토마토는 텃밭 수돗물에 헹궈 내가 몇입 먹고서 주고 방울토마토는 그냥 똑 따서 주었다.자기 몸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은 방울토마토가 입에 들어갔을 때 눈망울은 만족스러운 기분에 생글거리다 방울토마토의 신선하고 황홀한 맛에 찬탄의 눈빛으로 뒤바뀌는 네온사인이 된다.커다란 말얼굴이 제 눈망울보다 작은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고 오물거릴 때 얼마나 귀여운지 자꾸 넣어주다보면 스무알은 쉽게 없어지곤 한다."오늘은 이만!"하고 손바닥 셔터를 내려도 칸타의 "쫌만 더!" 무언의 외침은 계속된다.등이 따가워도 뒤돌아서서 멀어져가야 그제서야 포기한다.

 

칸타와 인연을 맺고 지내온 세월이 7년이다.이 소리는 여러 번 쓴 것 같다.그래도 내 인생 전체에서 7년은 어떤 무게인가를 가늠해보기 위해 읊지 않을 수가 없다.7년 동안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스킨십을 나누고 거의 매일같이 함께 운동을 했다.만일 대화 마일리지,스킨십 마일리지를 수치로 적립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양은 굉장하다.내가 결혼전까지 거의 30년 가까이 살았던 부모님과는 대화나 스킨십이 없이 참으로 삭막하게 살았다.30년 부모님과 나눈 것보다 칸타와 나눈 게 더 많다.딸이 자라서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엄마 친구로 함께 늙어간다는데 칸타랑은 그런 사이가 되었다.칸타와 나눈 정이 차고도 넘치니 그 정이 유년시절 나를 충분히 안아주지 못한 부모님에게도 흘러간다.칸타가 없었더라면 어찌 내가 편안하게 부모님과 말을 나누고 부축해드리는 딸이 될 수 있었을까?

 

 

 

사진에 나온 말 목의 가죽끈은 최근에 교체한 끙끙이 방지끈이랍니다.원래는 마방에서만 하는데 마장 팬스에 흰페인트칠을 새로 한지라 아이들이 이빨자국 내서 흠집낼까봐 방지끈을 풀어주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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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깐돌할방 님이 몽골에서 보았던 하늘에 걸린 무지개입니다.

 

무더운 여름은 잘들 보내셨나요?

요즘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니 여름도 저무는 길에 들어섰구나 싶어지네요.

제가 한 20일 블로그활동을 쉬었습니다.

그동안 여기 들르셨다가 돌이 마방앞 사진전시회만 3회 이상 보시고 그냥 나가신 분들이라면 정말 송구합니다.

그분들이야말로 제 블로그를 아주 좋아하시는 분들일 겁니다.

 

우리 아이들 소식을 먼저 전합니다.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어디 아프거나 다친데 없이 얌전하고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칸타,돌이,엘도라도 모두 제 생활에 만족하고 승용마의 본분에도 충실합니다.

이런 상태일 때 저도 행복하고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제 깐돌할망의 소식을 전하지요.제 소식을 전하려니 조금 쑥스럽기도 합니다.

전 올여름 원고와의 씨름으로 세월 다 보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승마에세이집 출간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전력투구해야할 상황이 닥친거지요.

그동안 제 블로그에 올렸던 글 중에서도 가장 저다운 느낌이 살아있는 글로만 엄선하여 추리고,다듬고,또 다듬고 그러는 과정에서 안타깝지만 출판원고에서 탈락시킨 글도 많고 뒤늦게 채택된 글도 많고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처음엔 블로그에 글을 쌓아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책으로 묶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닥쳐보니 블로그와 책은 또한 별개여서 책작업을 시작하자 황무지를 새로 개간해서 도시 하나를 건설하는 것처럼 진행되었습니다.

그래도 작업을 해야만 하는 까닭은 이제 쌓아둔 글도 양적으로 너무 많아져 저 자신조차 과거에 쓴 어떤 글을 찾아 읽으려면 정말이지 찾기도 힘든 실정이어서 한 번 정리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요.

뜨거운 여름이지나가는 동안 원고더미에 파묻혀 있었는데 힘들면서도 행복한 기분이었습니다.

어차피 여름엔 말도 힘든 법이니 우리 아이들 거의 기승은 하지 않고 편히 쉬면서 놀게 해주었는데요.

그 덕에 저도 보람된 시간을 가졌고 아이들도 힘든 여름을 잘 난 것 같습니다.

 

제가 원고작업 하는 동안 남편 깐돌할방 님은 홀로 몽골승마여행 다녀오셨습니다.

그닥 기대는 안하고 다녀왔는데 다녀온 소감이 한마디로 '환타스틱'이었답니다.

몽골폐인이 되어 돌아온 할방님은 날마다 몽골 이야기를 저에게 합니다.

내년엔 저도 몽골에 안 갈 수 없을 것 같네요.

할방님이 몽골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려주신댔는데 언제 올리시려나 저도 기대가 큽니다.

 

승마에세이 원고는 8.15 광복절에 대략 작업이 마쳐져 저도 원고로부터 해방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출판사에서 작업 들어가면 10월 중순 전에는 책이 세상에 태어나리라 예상합니다.

 

저의 정황 때문에 한동안 블로그 내용도 명맥만 이어지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부터 신경도 더 써서

참신하고 알찬 글 올려보고 싶습니다.

 

아직 낮에는 뜨거워서 조금 더 기다려야 승마하기에 쾌적해지겠지요.

어디선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가을을 기다리면서 마지막 남은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깐돌할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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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에 돌 생일축하를 당겨서 치루었답니다.말은 5세가 되면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거라지요.돌이가 어른이 되다니 감회가 벅찹니다.

 

돌아! 태어나줘서 고맙고 잘 자라줘서 더 고맙구나!

 

태어나던 날 엉성하게 버티며 서있다가 주저앉아 쉬고는 또 일어나 어설픈 걸음을 떼던 네 모습이 떠오르는구나.

 

이마가 훤했던 왕짱구,커다란 눈망울,귀여운 입,솜털처럼 날리던 갈기와 꼬리가 사랑스러웠지.

 

또래친구는 하나도 없었지만 대부분의 어른말이 돌이를 예뻐하고 잘 돌봐주었죠.

 

돌이가 태어난지 20일 되던 날 망아지 젖먹이느라 힘든 칸타를 타고야 말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꽤 미안한 일이지요.돌이는 영문도 모르고 엄마를 하염없이 졸졸 따라오고요.

 

돌이 백일잔치.생후 90일 무렵 돌이가 크게 아파서 생사의 기로에 섰다가 살아나니 백일 축하를 안할 수가 없었답니다.돌이가 입은 옷은 DIY.

 

갓 2세가 되었을 때 돌이는 어떤 거부나 두려움도 없이 의젓하게 할머니를 등에 태워줬어요.그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5세가 된 돌이는 의젓하고 늠름합니다.

 

5세 생일파티 패션.사람은 생일파티 때 반짝이가 잔뜩 달린 고깔모자를 쓰는데 말에게 씌우는 건 그렇고 해서 나비넥타이를 매줄까 망토를 씌울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간단하게 마스크로 멋내기를 하기로 했답니다.니트마스크에 할머니 악세사리를 대롱대롱 다니 근사하네요.돌이가 멋져보여요.

 

한데 문제가 좀 있더군요.원래 마스크 위에 굴레를 씌우게 되므로 고정이 잘 되는데 마스크만 씌우니 말의 머릿짓에 오래 못버티고 훌렁 벗겨지더군요.

 

어쨌거나 마방 앞에 사진전시회를 하고 돌이 머리에 마스크를 씌우니 생일 맞은 분위기는 한껏 납니다.

 

파티에 초대한 손님을 기다리는 동안 돌이는 선물로 여자친구 수아랑 단둘이 실내마장에서 데이트하는 행운을 누렸답니다.물론 여자친구도 멋을 냈지요.

 

어째 마스크 색이 순백인데다 꽃장식,망사까지 드리워진 스타일이다 보니 보는 사람마다 신부의 면사포를 떠돌리네요.에라 그래 돌이 장가나 가라.난데없는 결혼식 선포가 이루어지고 주례선생은 누구냐 부케는 누가 받냐 하는 소리로 시끄럽고 승마회원들은 모두 결혼식 하객이 돼버렸네요.

 

아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요? 앙드레김 패션쇼의 신랑신부 같지 않나요? 신랑 마스크는 벌써 훌러덩 벗겨지고 없네요.

 

생일에 여자친구와 결혼식놀이도 하다니 비록 즉흥적이었지만 5세 성마기념식에 걸맞는 이벤트였던 것 같네요.

 

신랑 어머니는 이렇게 꾸미셨군요.

 

내가 5년 전에 아들을 낳은 에미라우.

 

마스크가 벗겨져 옆으로 늘어지니 마당쇠 혹은 인디언소년이 떠오릅니다.

 

마방에 들른 사람마다 자연스럽게 사진을 들여다보고 돌이 어린시절에 눈을 떼지 못합니다.그리곤 저마다 돌이 커가는 모습에 대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니 사진전시회가 아주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자친구 수아가 아주 좋은 모양입니다.멋지게 꾸민데다가 좋아하는 남자친구와 단둘이 놀 수 있으니까요.혹시 이 모습을 본 돌이 다른 여자친구 안개가 속상하지는 않았을지 조금은 걱정이 되네요.

 

잔치음식 1.옥수숫대 자른 것.요즘 옥수수를 계속 수확하고 있어서 매일 옥수수 쪄먹고 말에게도 푸짐하게 주는데 옥수숫대를 한뼘 길이로 잘라놓으니 꼭 놀이공원에서 파는 핫바나 소시지처럼 보여요.원장님 말씀이 "오늘 아침에 내가 돌이한테 생일선물 줬어요.옥수수 잘생긴 놈 몇 개 골라 까서 주니까 잘 먹어요 하하"

 

잔치음식2. 당근.이곳에 사는 모든 말들이 돌이 귀 빠진 덕에 당근을푸짐하게 얻어먹었지요.결혼식놀이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면 피로연음식쯤 되겠네요.

 

이모가 준비한 이번 5세 생일케익은 두부케익이었답니다.마트에서 판으로 산 두부에 딸기잼으로 글씨를 썼지 뭡니까.어찌 이리도 신통방통한 생각을 떠올렸을까요? 몇 판이나 사와서 말 한 마리당 두 모 정도씩 먹었다나 그러더라구요.

 

드디어 모든 사람이 다 모여서 태풍이네가 사온 케익에 5개의 초를 꽂아 불 밝히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어요.이 자리에 나타난 남자분들 손에 꽃다발처럼 초록 씀바귀가 들려 있었지요.즉석에서 준비한 생일선물이라나.그걸 보고 깐돌할망 빵 터지고 말았네요.

 

이날 아침에 돌이 옆방에 말 하나가 새로 들어왔어요.마장마술 고급 기능을 보유한 마필인데 이름이 ' 브릿지'라네요.기왕 케익이 있으니 써먹자 해서 입방 축하식도 덩달아했지요.브릿지는 낯선 곳에 왔는데 하루종일 사람들이 찾아오고 분주하고 자기에게도 말걸고 하니 호기심이 잔뜩 서린 얼굴을 하고서 혹 '여기서는 날 무척 환영하는구나.내 평생 이렇게 성대한 환영은 처음이야.이곳이 마음에 드는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모두들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줄 때 브릿지 귀에는 "브릿지 환영해~ 브릿지 환영해~" 뭐 이런 식으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렴 어떤가.오늘은 살아있는 모든 말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하루이니... 마방복도가 연회장이 되었어요.아저씨들의 불만 "아니 두부는 있는데 왜 막걸리는 없는거야? 말 먹을 건 있는데 사람 먹을 건 없어?" 없다니오? 케익,갓 삶은 옥수수,수박이 있잖아요.

 

장군이도 신났다.오늘은 먹을 게 너무 많아서 좋아요.

 

아빠가 손수 두부를 먹여줘서 행복한 축복이.

 

두부와 잼이 만났을 때.유쾌하고도 흐뭇했던 한나절을 보내는 동안 우리에게 말은 무엇인지,어째서 말과 함께 살아가는지 좀 색다르게 느껴보았던 것 같네요.승마인마다 말과 지내는 모습은 다르지만 우리 곁에 있는 말은 소중하므로 아끼며 사랑해야 할 존재로 다가간다는 면에선 누구에게나 같으리라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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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일요일 아침에 칸타는 자는 모습을 아빠에게 딱 걸렸어요.그 시간 대한민국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달콤한 휴일 아침잠에 빠져 있겠지요.칸타는 어디 직장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비몽사몽입니다.처음엔 우아하게 앉아서 자다가 그만 머리가 넘어가더니 마방 문턱을 베고서 자고 맙니다.문밖으로 내민 머리가 걱정도 안되나 봅니다.나 같으면 누가 지나가다 툭 차거나 뚝 떼갈 것 같아 불안해서 그리 못할 것 같은데요.그만큼 마음이 편하니까 그럴 테지요.

저는 잠도 우아하게 잔다구요...

 

그러나...

 

잠이 마구 쏟아지면 우아하기도 힘들어...

 

 

칸타가 공룡만한 몸을 내려놓고 자는 동안 등에 따가운 시선이 내리꽂힙니다.시선의 주인공은 엘도라도.이 숫말은 누가 칸타 데려가면 가만 안두겠다는 듯 여왕마마 경호원 못지 않은 단호함으로 무장하고 부동자세로 지키고 있어요.이럴 때 접근하면 엘도라도 귀를 뒤집고 인상 한번 팍 씁니다.우리 칸타는 참 좋겠네.

 

 

칸타 경호원은 엘도라도만이 아닙니다.돌이도 경계근무 중이네요.

 

어쩌면 엘도라도가 경호를 잘 하는지 감독하는 건지도 몰라요.

 

돌이는 늘 엄마는 내가 지켜야하는데 하는 마음이니까요.

 

죄없는 문을 물어뜯는 표정에는 엄마 옆에 서있지 못하는 아쉬움과 엘도라도 아저씨에게 잘 하라며 시위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만 같군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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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이의 부활

칸타빌레 2013. 6. 12. 10:56

 

세상엔 불행을 가장한 행운이 있는 법이다.지난 겨울 칸타가 아랫니가 뽑히는 마방사고를 당하고 나서 끙끙이를 안하게 되었다.아 칸타 끙끙이 고치려고 그런 일을 당한게지 하며 내심 위안도 삼았다.집에 갈 때 끙끙이방지대를 돌이 목에만 채우면 되니 번거로움도 한결 가벼워졌다.수의사님도 칸타가 끙끙이 고쳤다는 말을 듣고 신기해하셨다.아마 속으로 '끙끙이 고친 말 본 적이 없는데'생각하지 않았을까. 어느날 번개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나는 일이 생겼다.어디서 '끄응~'하고 우렁찬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돌아보니 칸타가 끙끙이를 하느라 낸 소리였다.특유의 끙끙이 소리가 있다.기승 도중에 말이 걸음을 멈추고 똥을 눌 적에는 갸날픈 '끄응'소리가 난다.이에 비해 끙끙이를 하면 우렁찬 굵은 '끄응'에다가 트름 할 때 내는 '꺼억'을 합친 지극히 점잖지 못한 소리가 난다.그래서인지 말이 그럴 때 보는 사람마다 "하지 마라!'하며 나무란다.

 

날이 더워지면서 등장한 티브이 광고가 있다.에어컨 사러 어디로 오라는 광고인데 내용은 이렇다.누군가 찾아와 문을 열어보니 불청객이 "무더위옵니다"한다.가족은 일치단결 전투태세로 불청객을 물리치니 무더위가 "오메~"하며 회오리바람에 날려 사라져버린다.나에겐 그 광고가 계속 끙끙이버전으로 오버랩됐다.지난 겨울 "오메~"하고 북풍한설에 실려 사라졌던 끙끙이 망령이 여름이 되자 불사신처럼 살아나 "끙끙이옵니다~"하며 나타난 것이다.

 

어여쁘고 우아한 칸타가 '끄어어~'하는 점잖지 못한 소리를 낼 때 내 다리는 힘이 풀리는 듯 휘청거렸지만 한 팔로는 난간에 기대고 한 손은 가슴에 얹고서 마음 다스리기에 들어갔다.'끙끙이를 하니 필시 입안이 완벽하게 나은 거야 암 그렇그말구' 부활한 끙끙이를 보니 불행을 가장한 행운은 또 이렇게도 오는구나!

 

 

 

화단 옆으로 조각 빨래들이 바람에 춤춘다.끙끙이방지대 싸개다.금속이 말 목에 닿아 피부가 짓무르는 일을 방지하는 임무를 띤 요원들이다.

 

작열하는 햇볕에 살균소독 당하는 끙끙이 방지대.

 

손수 만든 헝겁싸개는 이 부분을 커버한다.

 

실내라지만 더운 공기에 나른해져서 무료하게 놀던 칸타가 바에 들렀다.엄마가 늘 당근이며 수박이며 맛난 것을 내다 주는 장소라 뭐 없나 하고서 부르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들렀다.

 

뭐 없어요?

 

엄마 어디 갔어?

 

칸타 앞에는 고양이 태평이가 세상 어떻게 돌아가든지 말든지 태평하게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늘어졌다.

 

머리만 겨우 들고는 "무슨 일이세요?"한다.

 

저한테 볼일이 없는 걸 알고 다시 제 팔을 베고서 낮잠에 빠진다.오후 4시 정도가 되면 말을 타려는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므로 그때까지 고양이의 평화는 침범당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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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게 재갈을 입에 넣고 한 시간쯤 견디는 일이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말할까?

 

만족스러운 기승을 하고 나서 하마하고 칸타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하마한 자리에서 칸타 몸에 씌웠던 마구를 분리시키는 일이 선물이다.그런 일이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은 내내 지속되던 갑갑증을 한 순간에 해소시켜 해방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안장이며 굴레며 보호대며 말 몸에 붙어있을 때는 간단했지만 막상 벗겨내면 산더미 같은 짐이다.짐을 제자리로 갖다두려면 마구실까지 동선이 멀어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그런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은 내가 감당할 힘겨움보다 돌아올 이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승마에 이득이 무엇이겠나 승용마가 흔쾌히 나를 잘 태워주는 일일 뿐.

 

말이 마구를 벗는데서 맛보는 쾌감은 역설적이게도 마구를 착용한 결과에 따른다.사람도 갑갑한 옷을 입고 있다가 훌훌 벗어던졌을 때 후련함이 무엇인지 잘 안다.그러니 말의 입장에서 마구를 착용하는 것은 좀 괴롭기도 하지만 나중에 벗어던지는 쾌감이 주어질 것이므로 기꺼이 마구를 받아들이도록 해준다.

 

내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려는 의도는 말과 사람의 관계를 언제까지나 지속가능한 긍정적인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로 유지하기 위해서다.그래서 하마 후 말에게 최선의 쾌감을 선사하여 말이 승용마의 본분을 사랑하도록 하려는 거다.

 

대부분의 말은 굴레를 들고 다가가면 도망치거나 반가워하지 않는 기색이다.그 외에도 재갈을 물지 않으려고 회피하거나 안장을 얹지 않으려고 등을 피하기도 한다.그런 말에게서 행복한 기승감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말이 굴레와 안장을 즐거워하며 받아들이는 일은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칸타와 돌이는 장안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편이다.말이 힘들어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만 기승하고 기승후 기분좋은 뒷마무리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그 점은 매우 흐뭇한 부분이다.

 

얼마 전 내가 칸타에게 굴레를 씌우려고 굴레의 매무새를 가지런하게 하는 동안 칸타가 얌전히 기다리는 태도로 있었다.왼손으로 굴레를 감싸쥐고 오른손으로 칸타 콧잔등에 얹으니 재갈을 물기 쉽도록 머리가 다소곳하게 내려왔다.그때 곁에서 구경하시던 어떤 분이 "칸타가 머리를 내려주는군요"하며 기특해 하셨다.

 

칸타가 재갈을 문 후에 머리끈을 양쪽귀에 차례로 걸적에 칸타는 잠시 머리를 내품에 폭 파묻는다.파묻는 시간이 길어지라고 난 아주 천천히 귀 뒤로 머리끈을 넘긴다.그 다음으로 턱끈과 코끈을 채우는 순서가 아직 남아있지만 난 그보다 먼저 귀 뒤로 머리끈을 넘겼던 양손을 칸타 목으로 가져가 몇 번이고 쓰다듬으며 "아이 착해! 참 이뻐 ! 재갈을 물어줘서 고마워요!"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준다.

 

내가 굴레를 씌우는 일에서 이토록 많은 교감을 나누게 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그럴만한 계기가 있었다.지난 겨울 칸타가 마방에 턱이 걸려 매달린 사고를 당하고 아랫니 몇개가 뽑혀나가 - 이는 다시 박아서 지금은 고정됐다- 한동안 운동을 쉬었다.그러다 재갈없는 굴레인 해커모어를 씌워 운동을 하다가 상처가 회복되어 다시 예전처럼 운동을 하게 됐다.

 

그런데 칸타에게 어떤 심리적 문제가 생겼다.입안에 상처를 당했던 후유증으로 입안에 재갈 받아들이기를 매우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칸타는 잔뜩 긴장한 채로 재갈을 물지 않으려고 입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이럴 때 말입은 천정처럼 높아서 도저히 손이 닿지 않는다.칸타가 왜 그러는지를 알기에 부드럽게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동시에 키가 큰 남자를 불러다가 살살 칸타 콧잔등을 내려 조심스레 재갈을 물렸다.한동안은 이런 일이 반복됐고 운동하는 내내 칸타는 온통 제 입안에만 집중하는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던가.칸타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얼마쯤 지나 치켜든 콧잔등이 내 손에 닿을 정도로 내려왔다.가까스로 재갈을 물리고 났을 때 콩당거리던 마음은 처음 말에게 재갈을 물렸던 마음과도 비슷했다.재갈을 물고 난 칸타의 눈을 보니 촉촉했다.순간 사고가 났을 때 칸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가 떠올랐고 한없이 가여워졌다.머리끈만 귀뒤로 넘겨놓고 칸타의 목을 끌어안고 "어유 가엾은 것,어유 불쌍해라.그렇게 아팠던 거니?" 하며 한참을 울먹울먹했다.

 

한동안은 재갈 물려놓고 목을 안고 울었던 거 같다.그러자 말이 재갈을 물려고 입을 내어주는 일이 어찌나 고맙게 느껴졌는지 돌이에게도 재갈을 물고난 후 칭찬을 많이 해주게 됐다.그후부터 칸타는 재갈에 대해서라면 얼마든지 순순히 받아들이겠어요 하는 태도다.재갈이 말 입술 사이로 미끄러져들어가는 순간 벌린 입 틈새로 빠진 걸 다시 박아서 삐뚤한 이빨을 보면 그날의 상처가 다시 떠올라 조금은 마음이 아프다.

 

나의 마음이 아릴수록 칸타는 더욱 다소곳하고 부드러워졌다.'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 내 모두 드려요~'하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노랫말이 칸타의 마음일 것 같다.

 

 

 

여리디여린 분홍빛 잇몸 속살에 차가운 금속을 비비는 일은 승용마가 사람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이다.

 

그래서인가 나를 위해 내어준 말 입에 맛난 것을 자꾸 밀어주고 싶기도 해서 승마장에 가는 내 보따리는 해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이다.또한 기승이 끝나고 침과 건초 찌꺼기 같은 게 잔뜩 묻어있는 재갈을 흐르는 물에 세척하여 마른 수건으로 반짝반짝 하도록 닦는 일에 열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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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다.이런 날은 말도 기분이 좋기 마련이어서 반은 먹고들어가는 운동이 된다.

 

장애물을 설치해놨네 칸타 보이지?

 

언제 칸타를 타고 저걸 폴짝폴짝 넘을까?

 

글쎄 말이에요.아빠는 언제 나에게 저걸 훈련시킬 건지 ...

 

승마장 주변 논에 모를 심으려고 물을 대니 호수나 수변 생태공원처럼 풍경이 바뀌었다.팬스 너머로 찰랑찰랑하는 물결을 보니 어디 다른 곳에서 말 타는 기분이 든다.

 

 

 

바닥에 늘어놓은 횡목 넘어다니기는 일상이 됐다.

 

이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칸타 걸음걸이가 더욱 아름다워졌다.

 

자고로 승용마는 걸음미인이어야 한다.

 

 

 

 

한 40분 지나 고삐를 다 주고 평보를 하고 있는데 칸타가 은근슬쩍 x자 장애물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말의 의도를 알아채고 나는 황급히 고삐를 거둬들이고 말머리를 돌렸다."칸타야 네 마음은 알겠지만 뭐든 순리가 있으니 사람 태우지 않은 지상훈련으로 먼저 충분히 연습한 후에 해야돼!"라고 말해주었다.하마한 후에 할방에게 칸타를 조금 더 타게 하고 나는 돌이를 데리고 마사로 들어갔는데 나중에 들으니 칸타는 아빠가 어쩌나 보자고 허용하자 처음엔 속보로 나중엔 구보로 여러 번 x자를 폴짝 넘어버렸다고 한다.구경하던 관리인이 처음 넘는 말치곤 아주 잘한다고 칭찬했다고 한다.그 소식을 들으니 '인내심'이 떠올랐다.보통은 말훈련에서 말이 받아들이도록 사람이 성급함을 버리고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인내심'이란 말이 쓰인다.그런데 오늘은 반대로 시켜주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다 못해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말이 자발적으로 어떤 과제를 해냈다.

칸타가 기승운동하는 동안 돌이는 뒤돌아서서 애꿎은 쇠파이프만 희롱하고 있었다.

 

사는 재미도 없고 ...고뇌하는 청춘이여! 돌이가 사람이라면 이렇게 절규했을 것 같다.

 

이랬는데 며칠 후 할아버지가 데려다 안장 얹고 굴레 씌우고 하니까 얼굴에 화색이 돌고 설레임마저 풍기고 있었다.요즘엔 말이 자기 일을 사랑하고 잘해보려는 자발성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고 승마의 또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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