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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13 얼굴닦기 & 다리 스트레칭 & 아로마 맛사지
- 2013.04.01 네 머리를 내 품에 감싸안으면 4
- 2013.03.25 사료수레 찾아가는 재미 4
- 2013.01.03 칸타빌레의 새출발과 해커모어 8
- 2012.12.21 아픈 말도 행복할 수 있다 2
- 2012.12.14 마방에서 일어난 사고 10
- 2012.12.07 영국 승마 교본의 정석 승마교과서 2
글
얼굴닦기 & 다리 스트레칭 & 아로마 맛사지
칸타가 기승운동 끝난 뒤 안장을 풀고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목욕까지 하면 1시간, 안하면 30분 정도 걸린다.
말의 얼굴에서 굴레를 벗겨내고 나면 가죽끈이 머물렀던 자리는 땀에 젖어있다.말은 그곳이 가려워 아무곳에나 얼굴을 문지르기 일쑤다.그런 칸타를 위하여 수건을 갖다가 펼쳐서 얼굴을 감싸주면 칸타가 알아서 얼굴을 위아래,좌우로 움직여 수건에 비빈다.아빠는 스스로 얼굴을 문지르는 칸타보다 더 열심히 손으로 벅벅 문질러준다.
칸타가 지병처럼 갖고 사는 좌후지 순환장애 때문에 늘 조금씩은 부어있는데 오늘 따라 유난히 많이 부었다.아무래도 최근에 살찌우느라 늘린 사료량 후유증인 듯하여 승마장에다가는 급여량 증가 중지를 요쳥해놓았다.다리가 좀 많이 부었을 때는 그만큼 공들여 붓기를 빼주어야 한다.최선의 방법은 운동이고 보조요법으로 맛사지와 오버나잇 밴디지 감아주기를 한다.
기승운동이 끝나니 붓기가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보는 엄마,아빠 마음은 아쉽다.붓기가 좀 더 빠지면 좋을 텐데...
오늘은 특별히 맛사지 전에 스트레칭을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먼저 앞다리를 앞으로 쭈욱 뻗고.돌이는 앞다리가 공중에 수평으로 올라간다.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칸타 얼굴.
ㄱ자로 꺽어 들어서 어깨 연결부위까지 근육을 풀어준다.
뒷다리도 뒤로 원없이 뻗어보고.
말 후지를 사람의 허벅다리에 올려서 자극의 강도를 더해 유지한다.
이런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칸타가 무척 시원해한다.가끔은 칸타가 스트레칭을 간절히 원하는 때도 있다.
말은 가끔 스스로 어디 좀이 쑤시는지 기지개를 펴는 것처럼 몸을 쭉 펴는 때가 있다.
아빠가 스트레칭 해주니 기분이 참 좋아요!
맛사지에 사용하는 제품.
맨소래담 - 소염,진통 효과
아르니카젤 - 식물성분.순환 및 근육통 완화.
아로마에센셜 오일 - 페퍼민트(근육통 완화),라벤더 ( 상처치유,이완),티트리(항염,독소배출)
베이비로숀 - 맨소래담 희석 및,아로마오일의 캐리어오일 역할.
기승운동 많이 한 날은 맨소래담을 많이 섞고 운동 안한 날은 빼기도 한다.일회용장갑 낀 손에 제품을 각각 적당량 덜어 먼저 칸타에게 냄새 맡게 한다.지금부터 맛사지 할거야 하고서 일러둔다.만일 새로운 아로마 오일 등을 사용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말이 탐색하도록 한다.그러면 그 향이 매우 마음에 드는지 거부감이 이는지 알 수 있다.혹여라도 말이 싫어하는 향은 쓰지 않는다.
신체에서 순환을 담당하는 기관은 림프계다.림프관은 심장쪽으로 일방통행을 하므로 순환을 돕는 맛사지는 발굽에서 위쪽으로만 실시한다.
순환을 돕는 맛사지 강도는 경락맛사지처럼 아프게 지압하는 것이 아니라 털결을 반대로 쓸어내려는 것처럼 부드러워야 한다.
맛사지하는 사람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호흡을 가다듬어 사랑의 에너지를 불러모아 손바닥에 모으고 말 다리에 전달하는 느낌으로 동작을 3분 정도 반복한다.이때 칸타도 절 위하여 뭘 해주는지 알고 동상처럼 가만히 서서 다리에 전해지는 느낌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맛사지를 해줄 때 마음 같아선 아주 오래 해주고 싶으나 쭈그리고 앉는 자세가 힘들어서 얼마 못가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오홍근박사의 <향기요법>이란 책을 보면 /'아로마테라피'는 향,즉 나무,뿌리,꽃,잎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해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내는 생활치료법이다./p.14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뇌에 메시지를 전달해 각 기관과 호르몬,림프계,혈관계,면역계 등 생리 대사기관의 활동을 원활하게 한다./p.15
아픈 소가 열 걸음만 걸을 수 있으면 산다는 말이 있다.초식동물인 소는 본능적으로 풀밭에서 자기 몸의 치유에 필요한 식물을 찾아내서 먹을 줄 안다는 얘기다.말도 자연에서 살아간다면 필시 제몸의 병을 치유하는 풀을 찾아서 뜯어먹을 것이다.사람도 시시때때로 몸에서 필요한 음식이 입맛을 당기지 않는가.
마사에서 살아가는 승용마는 스스로 이로운 풀을 찾을 수 없지만 대신 사람이 풀에서 이로운 성분을 추출한 물질을 제공할 수는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아로마에센셜오일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로운 식물을 총칭하여 일컫는 허브에서 뽑아낸 에센셜오일이 말이 스스로 몸을 치유하여 복원하는데 도움을 줄 거라 본다.
<향기요법>이란 책을 보면 세상엔 허브의 종류가 광범위하고 허브만으로 어지간한 병은 다 치유할 수가 있다.구암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약초와 허브오일의 사용은 본질적인 효능에서 같아 보인다.
허브아로마를 맡았을 때 사람과 말의 차이는 사람은 숨을 깊이 마시며 '음~ 냄새 참 좋네'하고 취하는데 말은 마음에 드는 향일수록 혀를 낼름낼름 하며 '음~ 참 맛나겠네'하고 미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으흠~ 아주 기분 좋아요!
현대인은 자기에게 맡는 아로마오일 몇가지를 찾아서 사용하면 생활에 활력을 얻을 것이다.요즘 허브아로마오일샾은 대형마트에 하나씩은 다 입점해 있어 접하기도 쉽다.
에센셜오일은 원래 이런 모습이었다.
에센셜오일의 사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할망이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화장솜에 떨궈 흡입하기다.
화장솜이나 티슈 한 장을 접어 책상 위나 쇼파,침대 근처에 놓으면 된다.책상 위에는 정신집중을 돕는 로즈마리가 쇼파나 침대 근처엔 긴장을 이완하고 숙면을 돕는 라벤더를 애용한다.승마를 하고 와서 목이나 어깨가 뻐근할 때는 페퍼민트 오일 한두방울을 떨구어 문지르면 시원한 청량감이 피로를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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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네 머리를 내 품에 감싸안으면
칸타의 얼굴
지난 겨울의 칸타.
칸타가 나를 바라본다.칸타는 방목중에도 한번씩 머리를 들고서 제 아빠나 엄마가 어디에 있나 눈으로 확인한다.확인하고서 곧 기승운동을 하게 될지 아니면 더 놀아도 될지 스스로 가늠해보고 그 후의 제 태도를 결정짓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 승마장에 오는 동생이 - 말 아이들 입장에선 이모 - 하루는 수장대에서 칸타에게 그루밍을 하다가 다급하게 언니,언니! 하고서 외쳐 불렀다.좀 떨어진 마구실에 있던 나는 또 무슨 일이야 싶었지만 말에 관해서라면 느긋해야한다는 태도가 몸에 배어 왜? 라고 입으로는 대답했어도 몸은 퍽이나 굼뜨게 동생에게로 갔다.가보니 동생은 상기된 얼굴로 언니,혼자 보기가 얼마나 아까웠는데요 글쎄 칸타가 제 품에 머리를 폭 파묻고 가만 있었지 뭐예요 이런다.그 소릴 듣고 난 픽 웃고 말았다.나의 싱거운 반응과는 달리 동생의 감동은 계속 남아 이어졌다.동생이 높아진 톤으로 늘어놓는 감동 소감을 한참 더 들은 후에 감동할 만하다고 생각됐다.그도 그럴 것이 일 년 전에 동생이 처음 우리 아이들 만나러 왔을 무렵 칸타는 뉴 페이스 이모에 대하여 까칠하기 짝이 없었다.어느 날인가는 칸타가 마방에서 건초 뒤적질을 하다가 슬그머니 제 방에 들어온 제 이모의 허벅지를 콱 문 적이 있었다.칸타 입장에서는 아직 점심식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제 방에 들어와 무슨 볼일을 보려는 이모의 처사가 못마땅하다는 표현이었다.그렇게 당한 동생의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칸타가 저에게 잘해주려는 마음도 몰라주고 물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속상했겠나.그런 과거사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에 이르러 칸타가 동생을 물었던 입을 포함한 얼굴 전체를 동생 품에 고스란히 내어주었다는 상황은 감동 그 자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거다.요즘 동생은 말에서 고양이로 변신하여 얼굴을 맡기는 칸타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다.
나도 어제 칸타의 머리를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끽하는 행운을 얻었다.아마도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은 동물의 머리를 품에 안은 게 무에 그리 감동이라고 그 난리를 피우는가 의아할 수도 있겠다.말의 머리가 작기나 한가 귀여운 맛도 하나도 없을 텐데 말이지 하는 생각도 들 것 같다.그런 분들에게 커다란 나무둥치나 딱딱한 돌덩이 같은 말의 머리를 감싸안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 가능해지는 지점에서 희열이 활화산처럼 터져나오는 거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되려나 모르겠다.
말의 근본은 초식동물이다.하루 종일 초원에서 풀을 뜯으면서도 언제 포식자가 나타나 자기를 낚아챌 지도 모르니 경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입장이다.말 눈이 툭 튀어나온 채 얼굴의 양 옆에 붙어있는 것은 분명 주변을 단단히 살피라는 의도이다.그러니 눈이 달린 얼굴을 어딘가에 내맡기면 생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일이 된다.말에게 얼굴은 타자에게 내어줄 수 없는 절대적 무엇이다.
그래도 말의 입장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사람 입장에서 인감도장을 내어주거나 은행 보안카드에 적인 숫자 전체를 입력하거나 개인신상정보를 노출시키는 위험에 비유하고 싶다.이런 패를 내보일 때는 상대를 절대적으로 신뢰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말이 사람에게 얼굴을 내맡길 때는 당신을 무조건 믿어요,이기 때문에 말에게서 그런 대접을 받는 존재가 된 자신의 존재감이 고양되고 그렇게 만들어준 말이 한없이 예뻐질 수밖엔 없다.
아,어제 일을 말하려다 옆길로 새고 말았다.어제 칸타를 탔다.요즘 칸타는 열 살이 된 기념은 아니지만 드로레인이나 사이드레인을 걸지 않고 운동하는 공부에 들어갔다.보조레인을 걸고서 너무나 잘하는 칸타지만 그걸 제거하면 양상이 달라졌다.보조레인에 너무 의존하게 된 결과다.말이 자신을 속박하는 보조레인에 심리적으로 얽매인 꼴이니 칸타가 그 속박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살리기로 했다.서양에서 근대에 이르러 여성을 살인적으로 졸라매던 코르셋을 집어던지고 치렁치렁하던 치마길이를 싹둑 잘라버린 여성해방운동에 버금가는 혁신이 아닐까 싶다.
작년에도 한차례 혁신을 도모했었지만 그만 포기해버렸었다.보조레인을 제거가자 칸타가 멘붕에 빠져 코를 하늘로 향한 채 날아다녔기 때문이다.너무나 감당이 안되어 그냥 편하게 살자는 심정으로 관두었었다.그러다 올해 다시 시도해보니 칸타도 나이가 들었는지 가능성이 보였다.최소한 코가 하늘과 땅의 중간을 가르키고 있었고 제 아빠가 기승할 적엔 제법 굴요가 이루어진 양상을 보였다.칸타의 운동방향이 설정되었으므로 가끔 기승하는 나나 이모도 보조레인 없이 기승을 하게 되었다.
칸타는 제 아빠가 타면 특유의 조용한 엄격함 때문에 원하는 일을 많이 받아들이지만 엄마나 이모에 대해서는 응석을 많이 받아주는 편이라 제 하고싶은 대로 하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지킨다.
어제 내가 넓은 야외마장에서 혼자 칸타를 타고 운동을 시작했을 때 햇빛은 거침없이 신장되고 바람은 활발하게 - 신장? 활발?승마용어 아닌가 - 불고 하니 칸타가 신바람이 났다.코끝으로 하늘을 툭툭 밀어가면서 거침없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굴요의 반대상황에 있는 말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발레리나가 눈빛을 천상으로 향한 채 발끝으로 서서 가볍게 튕겨 날아오르듯 무대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이 떠오른다.발레리나 놀이를 하는 말의 잔등에 붙어있는 일은 장대끝에 매달려 안간힘을 쓰고 매달려야 하는 것처럼 반동이 위태롭고 불안정하다.그렇다고 매번 고삐를 당겨 통제해서는 돌이킬 수 없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니 고삐님께 애원할 수도 없다. 한 30분 이행을 시계추처럼 왕복하다보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그래서 햇빛과 바람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실내마장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칸타도 흥분이 가라앉는 듯 차분해졌다.뛸 거 어지간히 뛰었으니 구보에 대한 욕망도 해소된 상태다.곧이어 평보하는 칸타의 목이 부드러워져서 휘어진 버들가지처럼 낭창 숙여졌다.내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삐 접촉을 단단하게 하니 칸타 머리가 목쪽으로 들어와 다소곳해졌다.자연스러운 굴요가 이루어진 거다.그 다음부터 한 십여분은 구름에 탄 것처럼 황홀했다.
말에서 내려 황홀한 기분 그대로 칸타의 머리를 품에 감싸안으니 칸타가 그대로 안겨왔다.운동으로 덥혀져 따뜻하고도 축축한 말 머리였다.내가 안아주는 대로 안겨오는 말 머리는 흡사 강보에 쌓인 갓난아기처럼 연약하고도 사랑스러운 존재였다.먼저 칸타의 귀에 내 볼을 대보았다.귀 안쪽에는 보드라운 솜털이 잘 조성해놓은 숲처럼 빼곡하게 나 있어서 볼에 비빌 때 감촉이 무척 좋았다.그 다음으로 칸타의 눈썹으로 내 얼굴 피부의 가려운 곳도 쓸어보았다.손바닥으로 말 눈을 만지면 꼭 계란 한 개 정도의 크기로 잡힌다.양 눈을 모두 비빈 후엔 콧잔등 주변의 실크처럼 부드러운 감촉도 느꼈다.그러는 동안 칸타도 기쁨에 충만하여 그 느낌 그 자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순간 오늘 내가 칸타와 기승운동을 하며 도달하고자 했던 목표가 이 일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
말과의 포옹이 끝난 후 함께 실내마장을 걸어나가는 기쁨 또한 크다.수장대에 데려간 칸타의 머리에서 얼른 굴레를 벗겨주고서 수건을 가져왔다.수건놀이도 참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다.사각형의 수건을 펼쳐서 양손으로 잡고 말 얼굴 앞에 대고 들이대,하면 칸타가 얼굴을 수건에 묻는다.그러면 내가 양손을 좌우로 살살살 움직일 때 칸타는 머리를 상하로 움직여서 제 얼굴의 가려운 곳을 스스로 긁기도 했다.한바탕 얼굴을 문지르고 귀 주변이나 목 아래에 난 땀을 세심하게 닦아주면 칸타는 다시 태어난 것처럼 개운한 표정을 짓는데 그때의 내 마음도 참으로 후련하다.
말이 무뚝뚝하다고? 나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사람과 교감을 나누는 말은 마음으로 귀여운 개나 고양이만큼 작아져서 사람의 품 안에 쏘옥 들어올 줄 아는 한없이 애교스럽고 사랑스러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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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료수레 찾아가는 재미
칸타와 사료수레...
칸타가 사료수레를 찾아간 목적이 바로 이거다.
흐음 ~...
칸타가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마방에서 지내다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사료수레 찾아가는 취미생활 한 지가 꽤 되었다.처음엔 우연히 그 곁에 지나다가 사료를 조금 집어먹었는데 그 재미가 좋았던지 중독이 되어서 칸타는 그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칸타의 새로운 취미생활이 시작될 무렵 내가 마방에 가서 칸타에게 마방굴레를 씌울 때부터 미세한 징후가 있었다.칸타는 어서 마방굴레를 씌우라며 친절하게 머리를 조아려 주었고 눈빛이 반짝거렸다.금방 나갈 생각에 마방문을 조금 열어두면 칸타는 성급한 마음에 콧잔등으로 문을 열어젖히기도 했다."아니야.기다려." 소리에 수그러들기는 했어도 눈빛은 이미 밖에 머물러 있었다.
드디어 칸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방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칸타가 떼는 첫 앞발의 움직임은 힘찬 기운으로 가득했다.말이 흔쾌히 따라나서면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법이다.그러나 순조로운 기분은 잠시 뿐 칸타의 발걸음이 향하는 방향은 수장대가 아니라 사료간이었다.칸타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호흡도 빨라졌다.칸타는 뭔가 숨겨놓은 물건을 찾기라도 할 듯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곡물사료가 담긴 수레로 가서는 '바로 이거야!' 하는 듯이 입을 사료에 푹 파묻었다.그럴 때 나는 무척 당황하며 말을 나무랐고 했고 칸타도 안절부절 못하며 사료를 얼른 한입 먹은 채 재빨리 목적지를 향해 자발적으로 발길을 떼었다.수장대로 가는 동안 안정되지 못한 호흡 때문에 입안에 든 사료가 바닥에 사방팔방 흩뿌려졌다.그럴 때 칸타의 태도는 뭔가 금지된 일을 하는 자의 죄의식에서 비롯된 떳떳하지 못함 때문에 초조함이 강렬했다.아마도 그 순간 칸타의 심장은 벌렁벌렁 강하게 방망이질 치고 있었으리라.그렇다 할지라도 모든 금지된 일에는 강렬한 유혹이 따르는 법.칸타는 매 번 가슴 졸이면서도 그 일을 그만두기는 커녕 강한 집착에 사로잡혀만 갔다.
나의 마음은 어떠했는가? 칸타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칸타의 행동은 규율 위반이며 부적절한 행동이다.마사에서 생활하는 말은 정해진 급식시간에 주는 정해진 사료량 외에 무단으로 취식해서는 안 된다.말에게 사료량이 과다하면 산통도 일으킬 수도 있고 열량 과다로 운동량과의 균형도 깨질 수 있어서다.마주로서 나를 힘으로 강제로 끌고가서 자기가 사료 훔쳐먹는 일에 공범으로 삼는 말을 어이할거나 머리가 아팠다.다만 칸타가 한 입만 딱 먹고서 바로 뒤돌아서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어찌 되었든 난 칸타의 부적절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하여 야단도 치고 요령을 발휘하여 막으려고 애도 써보았다.그래도 효과는 없었고 내가 허탈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을 때 칸타는 기운없이 주눅들어 보였다.그 모습을 보면 얼마나 사료가 먹고싶었으면 그러나 가엾기도 했다.
승마장의 다른 말들은 어떤가? 어떤 말도 사료수레에 찾아가 염치도 없이 먹어치우거나 하지는 않았다.심지어 돌이조차 사료수레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오로지 칸타만의 은밀한 취미생활이자 사생활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한동안 지속되자 내 마음에는 변화가 찾아왔다.'아니 왜 말이 사료수레에 찾아가서 좀 집어먹으면 안 된다는 거지? 한두입 먹는다고 배탈날 것도 아니고 말이지.'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던 거다. 그러자 내가 보인 행동이 좀 지나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내 태도는 마방규율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만 앞서서 말이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유난스러웠다.사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사료수레가 개방된 공간에 그것도 말이 지나다니는 동선위치에 놓여있다는 거였다.그러니 칸타만 야단친다는 건 부당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내가 이토록 바른생활 시민이었나 싶었다.선량한 시민이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민폐가 되지 않는 한 가끔 무단횡단도 하고 불법유턴도 하며 살아가지 않는가.
나의 마음에 변화가 찾아오자 칸타의 태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내가 마방에서 칸타를 데리고 나올 적에 노심초사하지 않으니 칸타가 처음엔 사료수레에 갔을 때 의아한 것 같았다.하지만 눈치 빠른 말은 곧 엄마가 그 문제에 대하여 마음을 내려놓았음을 알고 저도 마음을 내려놓았다.칸타의 죄의식에서 비롯된 모든 긴장된 요소가 태도에서 사라졌다.칸타는 아예 퍼질러 서서 허리띠를 풀어놓고 맘 편하게 먹는 분위기였다.사료수레가 가마솥인데 제 머리가 주걱인 양 휘휘 휘저으며 먹는 장난도 쳤다.사료수레에서 발길을 돌릴 때도 입안에서 흘러내려 떨어지는 사료는 거의 없었다.칸타는 입안에 가득차도록 사료를 취하고는 수장대에 도착해서도 한동안 천천히 그 황홀한 맛을 음미했다.그 모습을 보니 칸타가 처음에 내 눈치를 보며 불편한 마음이었던 게 내 마음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따로 칸타에게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설득하지 않았는데도 그저 나에게서 전해지는 미묘한 기운에서 그 모든 나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모든 사물은 보는 사람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규정된다는 명제가 이 경우에도 적용되었다.내가 마음을 내려놓고 칸타 은밀한 사생활의 공범이 되자 그 일에 함께 참여하는 의식이 매우 유쾌한 쪽으로 바뀌었다.나 역시 찰라에 남들 안하는 일 하는데서 생기는 재미를 즐기게 되었다는 얘기다.이럴 때 속된 말로 '간이 부었다'가 딱 들어맞는 표현인 것 같다.난 칸타에게 "칸타야.맛있니? 왜 이 재밌는 놀이를 아무도 안 할까? 칸타 빼고서 다른 말 다 바보인가봐 그치?"하는 소리를 늘어놓을 지경이 됐다.일이 이 지경쯤 되자 처음엔 무심히 범죄현장(?)을 바라보던 마방의 말들이 교도소의 죄수들이 집단시위하는 것처럼 칸타에게 거칠게 항의하기 시작했다.어떤 식이냐면 말이 머리를 쏘옥 내밀고 위아래로 마구 흔들며 귀를 바짝 뒤집고 노려보는 행동이다. 그때의 모습을 보면 사람이라면 입으로 욕을 한바탕 쏟아붓는 상태일 것 같다.말들이 보자보자 하니 너무 정도가 넘어서자 "정말 해도 너무한다 너무해! 염치가 다 실종됐냐?" 이런 아우성이 아니었나 싶다.칸타 마방 동료들의 심정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어서 난 매일 마방 전체에 볏짚을 한아름씩 돌리며 인심 아니 마심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
근래에 들어서는 칸타와 협정을 맺었다.즐거운 취미생활을 그만둘 수 없다면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때때로 시간이 촉박하거나 사료간 옆에서 장제작업을 하거나 해서 한가로이 사료를 집어먹기 힘든 경우가 있었다.그럴 때 마방에서 마방굴레 채울 때 "칸타 오늘은 사료수레 가서 먹을 수가 없어.네가 곧바로 수장대로 들어간다면 대신 내가 좀 집어다 줄게."하고 미리 언질을 줬다.그리고는 마방문을 열고 나올 때 내가 사료수레 쪽에 있는 팔을 들어 - 교통안내원이 깃발을 들어 통행을 차단하듯 - 칸타를 수장대로 유도하면 신통하게도 칸타가 그대로 따라주었다.이모가 찾아온 날에도 이렇게 하면 칸타가 어김없이 지켰다.
칸타가 사료수레 찾아가는 취미생활을 하는 동안 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말이 함께 교감을 나누는 사람의 마음을 자기 내면에 있는 거울에 그대로 비춘다는 사실이 놀랍다.오래전부터 그런 느낌은 있었지만 이번엔 마치 상황을 전과 후로 나누어 실험을 해서 결과를 얻은 기분이다.반려동물은 주인의 감정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 같다.만일 주인의 감정이 긍정적이고 밝다면 동물의 내면도 더욱 밝겠지만 그렇지 않고 심한 스트레스로 터질 듯 하다면 동물 역시 그 에너지를 흡수하여 자신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깨달음은 사람이 말과 생활을 할 때 말의 모든 것을 손아귀에 통제하려고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처음 내가 승마를 시작했을 때 너무도 커다란 동물을 대하는 일에 참으로 막막한 순간이 많았다.말의 소소한 나쁜 행동에도 내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어서 불안하고 두렵기도 했다.이럴 때 승마 선배들은 대부분 말의 버릇을 고치고 의지를 빼앗고 힘조차 빼서 사람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그런 소리를 들으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말이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불안해져서 용납하기가 힘들었다.그 상태에서는 말에 대하여 모든 행동을 통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행동하게 되었다.기승운동에서는 고삐를 세게 틀어쥐어 말 머리의 자유로움도 허용하지 않는 식이었다.말과 지내는 세월이 늘어가면서 말의 습성을 알아가고 이해가 깊어지면서 여유로움은 많이 생겼다.그렇다 할지라도 의식의 한구석에서는 말에 대하여 최후의 보루로 놓아주지 않는 영역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지금은 미련없이 그런 생각을 허공에 날려버리련다.진정한 통제는 양보와 신뢰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살아있는 예가 바로 칸타와 돌이다.
자동모드에 의해 운동하는 칸타도 타기에 편안하고 한편 돌이는 클럽 코치로부터 클럽에서 가장 입이 부드러운 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말에게 친절하고 부드러운 태도로만 대해도 얼마든지 말 잘 듣는 승용마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말 아이들에게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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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빌레의 새출발과 해커모어
칸타가 마방에서 사고를 당해 앞아랫니 세 개가 뽑히다시피 해서 제자리에 다시 박아 와이어로 고정시키는 수술을 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수술후 경과는 좋아서 염증이 없으나 와이어가 살을 좀 파고들어갔다고 했다.이 부분은 다시 한 달이 지나 와이어를 제거하고서 치료를 하면 된다.문제는 칸타 운동시키기다.지금으로부터도 두 달은 입에 재갈을 물릴 수가 없겠고 한파가 계속되는 날씨에 운동장은 꽁꽁 얼어 방목조차 시킬 수 없는 형편이다.실내마장에서 틈나는 대로 조마삭운동을 실시했으나 바깥마장이 얼어버린 관계로 좁은 실내마장이 늘 북새통이어서 그조차도 여의치 못했다.
놀고 먹는 백수신세로 휴양하던 칸타의 마음은 어땠을까? 명분이 생겨 사람을 태우지 않아도 되니 마냥 좋았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대부분의 하루 일과는 엄마나 아빠 둘중 하나나 아니면 둘이 방문하여 칸타와 깐돌을 마방에서 끄집어낸다.깐돌이는 요즘 놀새도 없이 바로 안장 매고서 조마삭 돌고 기승운동한다.그동안 칸타에게는 그루밍을 해주며 쓰다듬고 안아주고 한다.제몸을 돌보라고 맡긴 칸타는 깐돌을 비롯하여 다른 말 운동하는 것 구경이나 하고 있으면 되었다.그러다 기승운동에 신경쓸 일이 있어 종종 칸타를 혼자 수장대에 내버려두고 엄마,아빠가 모두 깐돌에게 가버리는 일이 많았다.승용마라면 혼자 대기상태로 기다리는 일도 필요한 소양이라 생각되어 30분 정도는 그대로 세워두었다.어느 날부터인가 칸타가 마방에서 나가기 싫어했다.내가 마방굴레를 들이대면 한사코 회피했다.마방굴레를 쓴다는 것은 밖에 나가 뭔가 활동을 하게 된다는 약속이다.칸타는 바닥에 건초도 없는데 괜히 뒤적질에 몰두한 척하고 철저히 딴데 신경쓰는 척 하면서 굴레를 받지 않았다.칸타 마음을 헤아려보니 나가봐야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고 괜히 구경꾼 노릇이나 하자니 재미도 없고 소외감도 느껴져 그만 나가는데 대한 의욕을 상실한 것 같았다.
칸타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아무래도 기승운동을 해야 말이 행복하겠구나 싶었다.그러던 차에 해커모어가 떠올랐다.입안에 문제가 있어 재갈을 물지 못하는 말에게 사용하는 도구라는데 칸타가 바로 이 경우다.용품샵에 주문을 해서 어제 상자가 도착했다.해커모어 셋트는 양쪽으로 볼에 대는 휘어진 십자가모양 쇠 바와 코둘레 가죽 밴드였다.그외에 일반 굴레 한 셋트를 별도 주문했다.깐돌할방은 처음 사용하게 된 해커모어를 집에 가져가 연구해서 조립하는 즐거움을 독차지하려 했었지만 기대와는 어긋나게 되었다.클럽에서 내가 상자를 개봉한 시간에는 무려 7인이 그닥 바쁘지 않은 상태로 배회하고 있어 한순간에 해커모어 주변에 모여들고 말았다.그때부터 어수선하게 떠들어 가면서 실수를 거듭하며 부분부분을 맞춰나갔다.가장 큰 문제는 십자가모양 쇠 각각의 네 구멍에 어떤 굴레끈을 연결시킬 건가와 코밴드의 적당한 위치였다.처음엔 십자가를 정상위치에서 좌로 한 칸씩 회전시킨 상태로 장착을 했다가 겨우 바로 잡았다.이 과제에서 한 명이 정답을 알았는데 다수가 오답을 정답이라고 우기며 확신했던 웃긴 상황도 있었더랬다.아무튼 할방이 하나도 재미없게 해커모어 셋팅이 공동작업으로 완료됐다.그 다음 문제는 칸타가 새로운 물건을 어떻게 받아들일건가였다.
내가 보기에 칸타는 사고당한 후에 새가슴이 됐다.원래 겁많은 소심한 성격인데 더 심한 정도가 됐다.당근 주다가 소음에 적응하라고 일부러 의자끄는 소리라도 내면 멀찌감치 달아나서 그 좋아하는 당근도 포기하니 깐돌이만 수지 맞아서 좋아라 먹기도 했다.할방이 마방에 찾아가 칸타에게 보여주고 마방굴레 위로 해커모어 굴레를 씌워주니 기품있는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야 멋진데?" "그거 하니까 칸타 아랍 왕비같다!"이러면서 칭찬해주니 좋은 모양이었다.차분하게 새 물건 적응하라고 한 20분 그대로 두었는데 마방에서 굴레를 씌워둔 상태라 안심할 수 없어 난 계속 칸타를 지켜보았다.칸타는 분명 새물건이 싫지 않았다.해커모어를 느끼고 있는 칸타의 내면에는 새로운 뭔가가 차오르는 것 같았다.그것을 할방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표현했다.
말은 정확히 안다.마방굴레를 쓰면 무슨 일을 하고 고삐가 달린 가죽굴레를 쓰면 기승운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해커모어가 달린 굴레를 쓴 칸타는 속으로 '내가 사람을 태우는구나.'하고서 기대에 찬 셀레임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을 느꼈을 거라고 본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칸타를 마방밖 복도에 세워두고 안장을 올려서 모든 기승준비가 끝났을 때 그곳엔 다른말이 서있었다.의연하고 씩씩하며 한점 흐트러짐 없이 자신감에 찬 말이었다.그럴 때 칸타는 암말이라기보다 숫말스러운 중성 느낌이 난다.그 분위기라면 전쟁터에 선봉을 세워도 능히 감당할 것 같았다.복도에서 한 20분 부동자세로 서 있다가 드디어 실내마장에 입성했다.개선나팔소리라도 우렁차게 울려야할 듯하다.
그 시각 깐돌은 엄마의 희망찬 새출발을 보지 못한채 마방에 처박혀 있었다.두어시간 전에 내가 깐돌을 마방에서 데려나가는데 마지못해 따라나와 수장대 어귀에서 절대 가지 않겠다고 동상놀이를 시작했다.동상처럼 뚝 서서 움직이지 않는 녀석의 눈빛을 보니 '내가 며칠 동안 놀지도 못하고 나가자마자 안장매고 운동하느라 넌덜머리가 난다고요.오늘 안하면 안되나요?'하는 것 같았다.내가 아무리 달리고 꾸짖어도 요지부동이었다.말이 자기의 거부의사를 밝힐 때는 미안하거나 주눅든 표정이 묻어있게 마련이다.허나 돌이는 너무도 당당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나대로 "할머니말을 잘 들어야지 이러면 되겠어?" 하고서 리드로프를 움켜쥐고 눈에서 레이저광선을 뿜어 말눈에 쏘았다.이 정도면 대부분 말은 눈알을 내리깔고 깨갱하는데 녀석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동상이 된 말과 눈빛을 맞부딪히는 여자의 정지동작이 몇분 흘러가고 때마침 원장님이 지나가시다 말 뒤에서 손짓으로 가라가라 흔드니 깐돌의 발이 마지못해 떨어져 수장대로 들어갔다.'난 절대로 들어갈 마음 없지만 뒤에서 하두 그러니 들어주는 거예요'하는 투였다.돌이가 예전같지는 않다.녀석이 머리 한번만 툭 올리면 난 로프를 잡을 재간이 없다.그리고 튀어버리면 속수무책일 텐데 녀석은 할머니인 날 존중하면서 제 의사표현을 분명히 했다.난 칸타를 마저 데리고 나와 오늘은 널 안 탈 테니 좀 놀아라 하고서 칸타와 깐돌을 실내마장에 밀어넣었다.그랬더니 둘은 좋아라 놀았었다.사람들이 해커모어를 들고 수선을 떨때부터 깐돌은 관심이 많았다.'사람들이 왜 난리들이야? 뭐야?'이러고 내다보다가 결국 엄마인 칸타 운동시키자는 상황인줄 알고서 벌쭘하니 기운이 빠졌다.
새로운 마구를 장착한 칸타가 어찌 받아들이는지도 확인할 겸 자유롭게 실내마장을 돌도록 시켜보았다.평보부터 구보까지 돌려봤는데 칸타는 기분이 고양되어서 꼬리를 깃발처럼 치켜들고서 구름 위를 날듯이 휙휙 나아갔다.굴레와 안장을 쓰고서 희열에 찬 말이라니 좀 어울리지는 않지만 실제는 그랬다.칸타는 좀 어색하기는 했으나 입도 편안하고 해서 적응한 것 같았다.
드디어 할방이 칸타의 등에 올랐다.그 역시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칸타의 등에 올라서 감격스러웠을 것이다.애초에는 오늘이 처음이니 설렁설렁 맛이나 보고 내려와야지 했는데 칸타가 잘해주니 구보까지 신나게 하고서 내렸다.구보를 너무 좋아하는 칸타도 달리는 내내 기분좋은 '푸르륵~'을 연거푸 해댔다.정황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칸타가 재갈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그만큼 자연스러웠다.
나중에 할방의 해커모어 기승 후기를 들어보니 콧잔등을 눌러 제어하는 방식의 해커모어는 말힘을 제압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만일 무진장 힘자랑을 하며 내리쏘는 말을 탔다면 그 힘을 감당할 수는 없겠다고 했다.괜히 기수도 덩달아 고삐를 잡아당겨 힘자랑을 했다간 말 코뼈나 부러뜨리겠다 싶어진다.해커모어 코밴드는 말 코뼈가 점점 좁아지다가 양쪽으로 함몰되는 바로 윗부분에 걸쳐지므로 말 신체의 약한 부분에 작용하는 거라 볼 수 있어서다.칸타는 입이 부드럽고 스스로 사람을 태우려는 의지가 있어서 해커모어가 무리를 주지 않았다.
칸타의 트레이드마크인 '달려라 하니'처럼 구보하는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감동으로 가득했다.아픈말이 털고 일어나 복귀하여 보이는 모습에서 생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발견하기 때문이다.광축구팬이 열광하던 축구스타가 오랜 부상을 딛고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모습을 볼 때와 비슷한 마음일 것 같다.
새해 새아침에 칸타가 불의의 사고를 털고서 아빠를 태우는 모습은 내 가슴에도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뭔가 의욕을 불러일으켜 열심히 살아야할 것 같은 힘이 솟아난다.밤에 칸타를 탄 날은 늘 그렇듯이 후즐근하게 피곤한 몸을 누인 할방이 그런다."우리 아이들은 사람 태우는 일을 좋아할까? 참 신기하지!" 그 말을 한 후에 생각에 잠긴 듯하던 할방은 오랫만에 쉽게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칸타는 천상 승용마인 것 같고 깐돌은 종종 땡깡을 부리지만 사람을 태운 후에는 어김없이 다소곳하고 자부심을 느끼는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서 의젓했다.이 순간들이 홀스맨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마구라는 것들이 사실 말 괴롭혀서 말 부려먹자는 의도에서 고안된 물건이기도 하지만 좋은 마음을 가진 말과 사람에게는 고마운 오작교가 되어준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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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아픈 말도 행복할 수 있다
2012년 11월 출간.대한미디어 출판사.지은이 박경원은 국제승마연맹 공인수의사이며 96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마사회에 근무하고 있다.
CONTENTS
제 1장 ...말과 마문화 이야기
제 2장 ...말의 건강과 질병 이야기
제 3장 ...말의 행복과 복지 이야기
제 4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
책의 앞머리에 토마스 하트비히라는 독일승마협회 홍보 담당이며 승마 저널리스트가 추천사를 썼는데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지난 40여 년간의 경험을 통해 "건강한 말이 의지력을 갖출 수 있고,건강하면서 의지력을 갖춘 말이 보다 긴 시간 동안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또한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말을 윤리적으로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면,우리는 말의 친구가 될 자격이 없으며,말더러 우리에게 협조하도록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저는 한국에서 말을 사랑하고 말과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나아가 자신의 말과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독자인 나는 늘 말 수의사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처지라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누구보다 반가웠다.게다가 이 책은 저자가 말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더 나은 말 복지를 추구하는 관점에서 쓴 글이다.
개인적으로는 제 2장 내용이 도움이 많이 됐다.내가 알고 있는 말의 질병과 궁금했던 질병의 사례가 다루어져 있어서 좋았다.홀스맘의 답답했던 속마음을 풀어주었던 것이다.그밖의 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도 말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도움이 될만한 귀중한 말 상식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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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마방에서 일어난 사고
올린 세 장의 사진은 모두 지난 여름에 찍은 것이다.우리 아이들이 지내는 마방 구조는 이렇게 생겼다는 자료의 의미다.
지난 8일 토요일 저녁 무렵 대형사고가 일어났다.칸타는 기승운동을 마친 후 뒷정리를 하고 마방에서 쉬는 모드로 들어갔다.할방은 옷 갈아입으러 갔다가 누군가 황급히 불러 마방으로 부랴부랴 뛰어갔다.갔더니 칸타가 목을 내민 채 아랫턱이 쇠기둥에 걸려 발버둥을 치다가 후구가 문밖 복도로 밀려나와 기진하여 늘어져 있었다.그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이었다고 한다.다행히 그 자리에 회원 여럿이 있어서 도구를 가져다가 쇠기둥을 벌리고 칸타의 턱이 빠지도록 구조활동을 벌였다.널부러졌던 칸타가 가까스로 일어나 마체를 살펴보니 입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턱이 주저앉아 있었다고 한다.할방은 즉시 사진을 찍어 수의사님께 전송하였는데 수술을 하면 괜찮을 거란 답변이 돌아와서 불행중 다행이었다.마침 주치의 수의사님은 해외에서 막 귀국한 참이었다고 한다.
수술은 다음날 아침에 시작했다.올들어 가장 추운 영하 13도를 기록했던 날이다.날씨 못지 않게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분들의 마음이 얼어있었을 거다.칸타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앞아랫니 3개가 자리를 이탈하여 뿌리가 드러났다고 했다.난 끔찍할 게 뻔한 수술광경을 차마 볼 수 없어 집에 남았다.나중에 들은 얘기로 치아를 제자리에 조립하듯 맞추고 구멍을 뚫어서 와이어를 끼우고 조이는 과정을 거쳐 조직을 원상복구시켰다.그러는데 2시간이 걸렸다.나중에 내가 사후방문했을 때는 표면상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감쪽 같았고 다만 얼굴에 몇줄 긁힌 자국이 있어 그날의 참상을 짐작케 할뿐이었다.수의사님의 지시사항은 회복기간에 와이어 끼운 곳에 음식물이 끼어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구강세척을 잘 해주라는 거였다.그리고 보름 후에 재방문 할 것이며 2달 정도의 회복기간이 걸릴 거라고 했다.
참으로 황망한 사고가 일어났다.마방에서 그런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난 할방에게 사고소식을 들었지만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그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나중에 마방에 찾아가 목격자의 진술을 듣고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칸타가 목을 비틀어 쇠기둥에 턱을 걸치는 어려운 요가자세를 한 것은 밖의 동향에 대하여 뭔가 신경을 쓴 까닭인 것 같은데 구체적인 원인은 알지 못한다.사고가 나고 보니 마방 쇠기둥의 간격은 더욱 촘촘하게 좁아야 안전하다고 생각되었다.말의 턱뿐만 아니라 뒹구르기를 하다가 뻗어올린 발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여야 안심을 할 수 있겠다.일단 칸타 방은 칸타가 다시는 얼굴을 내밀지 못하도록 뚫린 곳을 철망으로 폐쇄했다.
또 말은 턱이 걸려 옴짝달짝 못하고 사로잡힌 상황에 처했을 때 순간적으로 극도의 공포심에 쌓이게 된다.하물며 칸타는 지독하게 예민한 말이니 제몸이 부서지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죽을 힘을 다해 발버둥쳤다.또 힘은 얼마나 센지 모른다.그 자리에 마주가 있었더라면 곧바로 진정시키기를 하고 시간을 벌어 구조활동을 벌였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말이 곤경에 처하면 사람이 더욱 침착함을 유지하도록 해야 말을 구하기가 더 쉽다.
남들은 말 다칠까봐 밖에도 안내놓고 애지중지 마방에 모셔둔다는데 칸타는 마방에서 그 지경으로 다치니 맥이 풀려서 말이 안 나온다.
사실 어린이나 노인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집안에서 일어난다고 한다.미끄러운 바닥,뾰족한 가구 모서리 등등.인지능력이나 감각이 떨어진 이들을 보호하려면 최대한 사고 원인제공 요인을 제거하는 수밖에는 없다.마찬가지로 말도 깨지기 쉬운 유리 같아서 아무리 사소한 요인이라도 조금이라도 위험이 예상된다면 제거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칸타가 다친 부위만 회복되면 앞으로 승용마로서 삶을 영위하는데 지장은 없다.만일 다리나 골반 부위에 손상을 입었다면 안 좋았을 터인데 천만다행이다.게다가 한밤중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을 때 다치지 않아서 고마울 뿐이다.
칸타의 사고를 목격했던 분들은 모두 정신적 충격을 받은 채로 말을 구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수고하신 그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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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영국 승마 교본의 정석 승마교과서
2012년 9월에 나온 책이다. 원제는 HORSE RIDING IN A WEEKEND 이다.제인 홀더니스 로댐 저 / 김수현 옮김 / 보누스 출판사
CONTENTS
승마를 시작하기 전에
1. 말에 대해 알아보기
2. 첫째 날 : 시작하기
3. 둘째 날 : 진도 나가기
4. 장애물 비월 배우기
5. 다양한 승마 활동
책 뒷표지에 나오는 내용.
영국 승마 교본의 정석
종합마술 금메달리스트가 공개하는 최상의 승마훈련법
마구를 착용시키는 기본 기술부터 야외에서 혼자 기승하는 고급 기술까지 망라한 최적의 승마 입문서.
풍부한 사진과 설명으로 기본기를 완벽하게 체득할 수 있는 훈련노하우와 기법을 제시하며 누구든 쉽게 승마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갓 승마에 입문한 누군가가 입문서 한 권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내가 초보였을 때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무엇보다 적당히 얇아서 좋다.
초보 때는 말과 처음 만나고 타느라 밀려오는 감정의 홍수와 신체가 받아들이는 자극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의문은 많다.
그럴 때 너무 많이 중언부언 나열하는 대신 꼭 알아야 할 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책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입문자가 의욕이 앞서 괜히 두꺼운 책 사는 일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 책의 구성은 딱 교과서 스타일이다.교과서는 원유에서 쓸 수 있도록 여과된 정유처럼 내용이 정선된 점이 미덕이다.
승마 교과서 한 권을 갖고서 인생에서 배움은 끝이 없구나 새삼 깨달아지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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