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르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 보름 되던 날 다른 곳에서 지내던 태풍이가 돌아왔다.

 

 

 

 

 태풍이가  한강에 돌아오던 날 자기가 타고 있던 트레일러가 한강클럽 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길고 높은 말울음 소리를 연거푸 질러댔다고 한다. 태풍이는 과거에 자기가 살던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시각 나는 칸타를 실내마장에 풀어놓고서 태풍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할 시각이 다 되어가는데 칸타가 괜히 꼬리를 치켜들고는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기쁜 감정의 표현이었다. 나중에서야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태풍이 울음소리를 듣고서 기뻐했다는 것을 알았다.

 

 

 

 

실내마장에서 몇년 만에 다시 만난 태풍이와 칸타는 서로 머리를 목에 기대고 인사를 나눈 후 함께 걸어다니며 놀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마주들이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태풍이는 나에게 특별한 말이다. 나의 첫 애마 바람이와 기꺼이 즐겁게 놀아주었으며, 칸타와도 아마르와도 제각각의 방식으로 절친이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태풍이가 아마르도 떠나고 헛헛한 이때에 건강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와 칸타 곁에 서있으니 참으로 든든하다.

 

 

 

 

 든든한 태풍이가 있으니 칸타 걱정일랑 내려놓았다. 덕분에 요즘 나는 마음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태풍이가 건강하기를 …

 

 

 

 

 칸타가 건강하기를……

 

 

 

 

건강한 말들을 보면서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상 모든 말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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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르가 유월 초하루에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월요일 오전에 마방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아마르를 발견하고

 

  수의사에게  연락하니 장이 꼬인 상황으로 보인다며 긴급하게 달려왔습니다.

 

그 사이 병원으로 이송할 상황에 대비  말 트레일러도 요청하였습니다.

 

 마장에 부랴부랴 가니 아마르는 여전히 앞발로 땅을 긁으며 고통을 호소하였습니다.

 

마장에 도착한  수의사가 직장검사 후에  위세척을 실시하여 고통을 경감시키고

 

아마르는 이천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병원에 도착 후 다시 아마르의 상태를 확인하고 개복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마르가 수술실에 들어갈 때까지 제가 곁에서 지켜주었고 수술은 5시 30분 무렵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후로 남편과 한강클럽 원장님 내외분이 속속 동물병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수술진이 최선을 다했으나 아마르는 저녁 8시 무렵  이 세상과의 인연을 놓고 말았습니다.

 

사인은 산통 중에서 소장이 꼬인 소장폐색이었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저희 부부는 지난 7년 동안 극진한 사랑으로 키워온

 

아마르와 갑작스런 이별을 하게 되어 깊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아마르는 우리에게 찾아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기쁨을 안겨주었고

 

 많은 분들로부터 분에 넘친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 세상으로 가는 날에도 여러 사람이 최선을 다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떠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

 

밤새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오열한 우리 부부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절없이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

 

녀석이 건너갈 무지개다리가 뜨기에 좋아보이는 하늘이었습니다

 

크고 푸르른 나무 아래 땅을 깊이 파고 아마르를 묻어주었습니다.

 

 들꽃묶음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물건을 함께 넣어주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남아있는 아마르의 어미 칸타빌레에게  못다한 사랑을 이어가며 슬픔을 이겨낼 것입니다.

 

 

 

 

 

J&C동물병원 의료진과 말 트레일러 조사장님의 노고와 성의, 한강클럽 원장님 내외분의 위로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아마르를 가까이서 지켜보아주신 클럽가족과 회원님들, 박 장제사님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아마르를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께 거듭  감사드리며

 

아마르의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아마르 마방)

 

 

 

 

 

                                                 

                                                   ( 한강클럽 사모님께서 마방에 놓아주신 화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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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어제 승마장에 가니 새로 만든 의자그네가 설치되어 있었다. 포도넝쿨이 매달려 의지하던 쇠봉에 그네를 달았다.


그네에 앉으니 야외마장에서 운동하는 모습도 구경하기 좋았고 옆으로 보면 방목장에서 말이 노는 상황도 잘 보였다.

해가 점점 옅어지고 부드러워지는 늦은 오후에 그네에 몸을 실으니 햇살마저 흔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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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이라도 나타났는가? 나와 조코치가 사진 찍느라 바쁘고 아마르와 칸타도 시선집중이다.

 

 아이들 방목시켜놓고 쉬는데 레이가 나타났다. 꽁무니에 마차를 달고 위풍당당하게 말이다. 마차는 원장님의 DIY 작품이다. 리어커를 개조하여 만들었고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레이도 마차끌기 적응훈련 중이다. 관리사가 모는 마차가 지나가길래 손을 들어 세우고 태워달라 했다. 그래서 마부 옆자리에 올라타게 됐다. 눈앞에 레이의 귀여운 엉덩이가 씰룩쌜룩, 들썩들썩 하는 모양이 보이고 레이가 옆눈질로 힐끔거리는 것도 보였다. 큰 마차도 타보았지만 훨씬 재미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말이 있으며 옆으로 뛰어내려도 될 것 같은 아담한 좌석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아는 말이 끄는 마차에 탔다는 점이 재미를 더했다.

 

 칸타는 왠지 살짝 경직된 표정이다. 왜일까?

 

 

마차도는 트랙이 옥수수,고추,감자,보리 등을 심어놓은 밭 옆이라 그런지 자꾸 시골에서 달구지나 경운기에 올라타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생각이 났다. 폼은 전혀 안 나지만 털털털 하는 게 재미있어 어린이들이 타면 꽤 즐거워할 것 같다. 말산업에서 이야기하는 농촌형 승마체험장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현재 레이 마차 면허증(?) 소지자는 원장,관리사,코치 단 3인이다. 마차말도 출발과 정지,이행,방향전환,속도조절에 능란해야 한다. 그러려면 레이가 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숙달되기까지 레이에게 마차끄는 일이 기분좋은 경험으로 각인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마차제작자 원장님의 마차 드라이브. 마차를 모는 동안 아주 행복해 보이셨다. 이 순간만큼은 승마장 운영의 모든 시름을 잊으신 듯 ㅋㅋ~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레이.

 

 레이를 마차에서 풀어주고

 

 마차는 차고지(?)로 들어갔다. 너희는 누구세요?

 

 마차 돌아다닐 때는 몰랐는데 사진을 보니 칸타 얼굴에 걱정이 서려있다. 요상한 (?) 물체에 탄 엄마가 걱정일까? 아니면 '레이 아가에게 대체 무슨 짓을 시키는 거야?' 하고 레이 걱정을 하는 걸까? 아니면 '혹시 나에게도 저런 거 시키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라도 ㅎㅎ ~

 

 

 

​아마르는  호기심천국이다. 저건 뭥미???

 

 

​한바탕 태워주고 부렸던 마부에게 칭찬듣는 레이.

"야 ~ 너 잘하는구나!"

 

로마 전차부대 소속 말 못지않게 당당하고 기개가 넘치는 레이의 자태.​

​힘이 얼마나 넘치는지 마구 달리려고 할 때는 여자힘으론 감당이 안된단다. 그래서 당분간 여자마부 사절 방침이 내려졌다. 아무렴 나는 마부가 몰아주는 마차 타는 일이 더 좋다. 문학에서만 보던 안타 카레리나나 마담 보바리 부인처럼 마차 타고 어딘가로 가는  상상을 해볼 수 있지 않은가.

 

​'아빠가 좋다고 타고 가네!'

 

​아빠 왈 "아니 이렇게 편하고 재밌는데 마차 타지 말은 왜 타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칸타가 이러지 않았을까. "진심이야 아빠? 내일부터 안 태워줘도 돼?" ㅋㅋ ~

 

앗! 대단민국 국방부에서도 레이 마차훈련을 시찰하고 감독하라고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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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르 마방굴레에 연결된 줄이 쇠사슬이다. 보통 나일론이나 면 등의 소재를 쓰는데 아마르가 매어 있는 동안 껌씹듯 씹어 끊어놓는 통에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씹지 못하도록  전용줄을 만든건데  굴레에 연결되는 부분은 쇠사슬로 하고 벽에 고정되는 부분은 일반 나일론으로 그리고 고리와 쇠사슬은 플라스틱 소재의 고정 끈으로 연결해서 결국  끊어지는 기능에 합당하도록 만들었다. )

 

 

아마르는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두 귓구멍 입구를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면 갑자기 온몸의 맥이 풀리는지 사르르 녹아내려 머리가 점점 내려간다. 녀석의 그런 반응이 참 재미있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다가도 아마르가 머리를 내밀고 있으면 괜히 만지곤 한다.

 

 

(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승마장 말들은 모두 마방 복도 가운데 서서 양쪽으로 줄을 달고 하염없이 잘 머문다. )

 

 ​목욕을 끝내고 몸이 거의 마를 무렵 마방 앞에서 마무리 몸단장을 한다. 헝클어진 갈기를 단정하게 빗고, 구절 주위의 물기를 수건으로 문질러 닦고 발굽에 제유를 바르는 일 등이다.  할방님이 브러시로 아마르 귀 주면을 긁어주니 아마르가 눈을 지긋이 감고 입술이 부드러워지다 못해 아랫입술은 축 쳐져내린다. 머리는 무겁다는 듯이 점점 아래로 내려온다.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

 

 

 

​세계 3대 행복론으로 꼽힌다는 <알랭의 행복론>의 프롤로그에 '행복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진 세로토닌은 두뇌화학 물질 중의 하나입니다.' 라는 말이 나온다. 현대인에게 '행복의 추구'는 중요한 화두이기에 세로토닌 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엄마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때도 세로토닌 호르몬이 나온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 그 호르몬이 중요한 까닭은 기르는 동물을 쓰다듬어줄 때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쓰다듬어주는 사람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다. 김정운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라는 책 p. 71에는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피부접촉을 통한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 스킨십이 박탈된 상태에서 자란 원숭이는 면역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불안증세를 보이다 일찍 죽는다. 새끼 쥐를 둘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는 물을 묻힌 붓으로 피부를 계속 자극해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그저 먹을 것만 제공했다. 물 묻힌 붓은 어미 쥐가 혀로 핥아주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보였다. 먹을 것만 제공받은 쥐는 불과 몇 주를 못 버티고 죽은 반면, 붓으로 계속 자극해준 쥐는 건강하게 살아남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만져주며 위로해주는 중환자실의 생존율은 다른 중환자실의 생존율에 비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지난 십여 년 말 세계에서 지내는 동안, 나의 반려마를 비롯하여 다른 자마,클럽마들이 다치거나 병난 사례를 자주 접했다. 참 신기하게도 아무리 심각하게 말이 다치거나 아파도 주인이 사랑과 관심을 쏟아주는 말은 대부분 회복이 되었다. 그러나 무관심 속에 방치된 말은 상태가 점점 악화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모습이 많았다. 그런 현상을 내 나름으로 해석하자면 사랑받는 말은 '주인이 저렇게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니 어떻게든 살아봐야겠다.' 하는 삶의 의욕이 솟으면서 회복에 필요한 신체적 물질이 잘 분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방치된 말은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는데 살아서 뭐하나, 이 참에 더 망가져서 그냥 죽어야겠다.' 이런 자포자기에 빠지니 면역시스템도 가동되지 않는 것 같다.

 ​

 

 

 

어린 시절에 할머니나 엄마는 아기가 아프면 '할머니(엄마) 손은 약손 ~' 하고 운율있는 멜로디를 들려주며 아픈 머리나 배를 손으로 살살 문질러주셨다. 그 기분좋은  경험을 많은 사람이 해보았으리라 .

말 그루밍 하는 일은 무척 기분좋은 일이다. 물론 바쁘거나 피곤할 때는 '이거 참 시중들기 힘들어서 원, 몸종이 따로 없네' 싶은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여태 말 그루밍 좋아하는 것은 그 과정이 나와 말에게 행복한 감정을 선사하기 때문이다.아! 아까 김정운 교수의 저서를 잠깐 인용했는데 그 내용의 맥락을 좀 소개한다.  현대인은 서로 만지고 만져지는 자극이 결핍되어 문제라는 거다. 만지는 행위는 상호작용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이를 바탕으로 정서공유가 이루어지며 나아가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갓난아기 이후로 접촉이 부재한 단절의 상태로 대부분 지내기 때문에 '피부자극결핍증후군'으로 인한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가 범람한다는 분석이다.

우리 사회도 점점 나홀로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가족과 단절되어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개인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토록 외로운 세상에서 체온을 나눌 수 있는 반려동물의 존재는 소중하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타적 사랑, 자비의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지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알랭의 행복론

저자
알랭 지음
출판사
빅북 | 2010-09-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2010년 문화 및 지식인들이 선택한 문화 키워드 '행복'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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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저자
김정운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5-04-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의무’만 있고 ‘재미’는 잃어버린 이 시대 모든 남자들을 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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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날씨가 너무도 좋았다. 밖에 나와 아이들 풀어놓고 앉아 온몸으로 날씨를 음미했다. 그러자  그동안 내가 용서치 못했던 모든 일을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화창한 날씨 아래서는 익숙한 사물도 다르게 보인다. 현재 마분간 파티션으로 쓰이는 분홍색 큐브의 축조 모양이 꼭 읍성의 성곽 같다. 고창읍성,해미읍성 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는 봉성읍성이라고 하면 맞겠다.

 

 

 

 

​봉성산의 자태다. 평소 한강 제방도로를 따라오다가 봉성삼거리에서 좌로 꺽어지면 승마장 초입이다. 삼거리에 다다를 무렵 봉성산이 떡 하니 버티고 선 모습이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 산은 저리도 못생겼을까. 아무리 뜯어봐도 참 못생긴 산이야'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원형방목장이 생긴 후로 산의 남쪽에서 바라보니 점점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늘은 눈에 콩깍지라도 씐 것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명산처럼 보였다. 그동안 못났다고 초라한 동네 뒷산취급하던 나의 태도가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아마르에게 묻고 싶다. '같은 티모시라도 밖에서 먹으면 맛이 틀리니?'

 

 

 

 

​칸타는 티모시보다는 심각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아마 초록 보리밭을 바라보며 보리이삭에 대한 상념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어느 순간 아마르가 똥을 누었는데 칸타가 얼른 다가가서 똥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마치 똥모양이 예쁜지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살피려는 엄마 같았다. 마찬가지로 칸타가 똥을 싸니 아마르도 똑같이 했다. 친한 말사이끼리는 서로의 똥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가보다.

 

 

 

똥조사가 끝나고 칸타는 제자리로 복귀.

엄마 뭐 있어? (아마르)

 

 

 

 

 

​칸타의 자세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달밤에 큰칼 옆에 차고 시름에 잠긴 이순신 장군의 기개라도 보는 것 같다. 그런 느낌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는 이상한 망상이 마구마구 자라나 '잭과 콩나무' 이야기에 나오는 콩나무처럼 커져만 갔다. 그 망상은 무엇일까?

 

 

 

​킁킁...

 

 

 

                           .

 ​

봉성산과 마찬가지로 못난이 아카시아 나무도 점점 예뻐져간다. 훗날 방목장의 랜드마크로 우뚝 설 것 같다.

 

 

 

 

​아까부터 물댄 논을 걸어다니는 백로(?)가 우리 일행을 유심히 관찰하며 돌아다녔다. 호기심이 많아 보인다.

걸을 때마다 허공을 쪼는 것처럼 목을 늘렸다 움츠렸다 했는데 리듬감이 있고 동작이 우아했다.

​주변은 아카시아꽃이 만발해서 초록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었다. 백로도 구름 한 점 찍어다 논에다 풍경으로  보탠 것만 같다.

 

 

 

 

​하늘을 보니 점점이 떠가는 구름이 많았다. 선명한 창공을 배경으로 떠서 느리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그 중에 우리 머리 위로 떠가는 거대한 구름이 있었다. 그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니 하얀 형체가 서서히 땅으로 내려앉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럴 때 과거에 보았던 영화 한장면이 상상력에 영향력을 미친다. 어디선가 나타난 ufo가 내앞에 내려앉고 있다.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 걸까? 혹시 납치라도???

 

 

 

그러나 두려움은 일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또 하나의 망상은 칸타가 우주선의 용감한 여선장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팬스 아래에 움츠리듯 쪼그리고 바라보니 원형 방목장이 거대한 우주선이고 투명한 유리 너머에 끝도 없는 우주가 펼쳐진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 뜬 ufo에서 인간에게 포착되지 않은 주파수를 보내어 여선장 칸타님과 교신했을 것 같다. 

음 대략 이런 소릴 했다고 치자!

 

 

은하연합 S333 세라판 호의 메시지입니다. 나는 사령관 사만다입니다. 여러분의 차원에서 이해하도록 미래에서 이 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은하연합은 오랜 시간 지구별에 관여해왔습니다. 연합에서는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많은 정보를 전해왔습니다. 그 상당수는 여러분의 개념으로 인코딩한 것입니다. 나 사만다는 지금, 여기, 시간과 공간에 있으며 성취해야할 연합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하여, 지시된 명령에 따라 마지막 임무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이 메시지는 여러분이 속한 지구별 문명을 분석한 보고서의 일부입니다. !@#$%

우리들이 지구라는 혹성에 관여하고 난 후, 지구의 여러 가지 구조를 나름대로 조사하며 인류가 왜 이런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나름대로 분석을 해왔습니다.여러분은 우리가 볼 때 매우 저급한 3차원의 세계를 살고 있습니다. 3차원의 세계는 여러분이 만들어낸 세계입니다. 물질계가 3차원의 특징입니다. 3차원에서는 제한된 육체에 갇혀 살며 ,능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로 비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을 하며 살아갑니다.은하연합은 기본적으로 4차원 이상의 상태입니다. 여러분이 진화를 거듭하여 4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

 

 

 

ufo에서 이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보내오자 칸타 여선장은 마찬가지 수준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은하연합 H666의 메시지입니다. 나는 사령관 칸타빌레입니다. 지구별 진화를 돕는 임무를 수행하려고 인류가 말이라 부르는 종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은하연합 대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인류의 각성은 더디게 나아져서 아직도 지구별에 전쟁과 분쟁이 많아 유감입니다. 하지만 희망의 에너지와 파장은 강합니다.!@#$%

본디 지구별은 생명체에게 부족할 것 없이 에너지가 완벽하게 제공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에너지가 지구별로 전달되면 생명에너지가 활성화되어 그 모든 것을 취하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 원래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이 식물이라 부르는 생명은 인류에게 정말로 필요하면서 맞춤한 에너지를 제공합니다.처음엔 인류도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고 살았습니다.그러다 어느 순간 인류가 지닌 여러 에너지 중에서 유독 욕망의 에너지만을 과도하게 활성화하여 그 결과 지구와 인류 모두 균형을 잃고 병들게 된 것입니다. 현재 동물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은하연합 대원들이 인류의 삶에 파고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세라판호의 건투를 빕니다! @#$%^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말은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차원이 높은 존재가 아닐까? 사람이 못듣는 주파수대의 소리를 감청하는 것과 같은 뛰어난 감각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능력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화에 말이 고귀한 존재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의문에 대하여 당장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불만은 없다. 늘 보았던 사물이나 말에 대하여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은 새삶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신선하지 않은가? 

 아무튼 사람이 평소 사고시스템에 자발적 오류를 내어 얼토당토 않은 망상에 빠지는 일은 정신건강에 매우 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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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에 당근씨를 뿌렸으니 50일이 지났다. 당근은 잎을 제외하고서 크기가 어른 손가락 2개 길이 정도 된다. 30일이 지날 무렵부터 촘촘하게 몸을 부비며 올라오는 당근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그 무렵 당근 크기는 이쑤시개만 했다.  어린 놈부터 솎기 시작하여 한 뿌리당 간격 10센티 정도를 목표로 계속 뽑아내고 한편으로 풀 뽑아주기도 병행했다. 그러니 앞으로 팔뚝만하게 자라날 당근은 수많은 형제 당근과 풀의 생명을 보태어 길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건초뭉치에 올려놓은 당근 한 뿌리)

 

솎아낸 당근을 본 회원들이 모두 신기해하며 한 번씩은 시식해보는데 그 진한 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환상적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어떤 분은 집에 가져가 샐러드를 만들어 드셨다고 한다. 말이 먹었을 때도 그 환상적인 맛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근 바구니를 들고 우리 아이들 방으로 가려는데 말 머리 둘이 나와 있다. 당근 향기가 진동하여 향기의 진원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편의상 1번방, 2번방 말 친구라 부르겠다. 우리 아이들은 3,4번 방이다.

 

 

 

 

​아이들 간식을 들고 지나가는데 이렇게 고개를 내민 말과 눈을 마주치면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좀 덜어서 주고가야 한다. 그럴 땐 꼭 통행세를 내는 기분이다. 1번방 친구는 제 주인에게 금지옥엽처럼 사랑을 받아선지 얼굴을 내미는 경우가 별로 없고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방관자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2번방 친구는 제 주인이 찾아오는 일이 드물어서 통행세 받는 일에 적극적이다.주로 얼굴을 있는 대로 내밀고 눈으로 간절한 레이저빔 쏘아대기 수법을 쓴다. 그 전에는 좀 신사적이지 못한 방법을 썼다. 편자쇠로 바닥을 쾅쾅 치면서 시위하듯 조르는 거였다. 그럴 때 시끄럽다고 얼른 먹을 거 갖다주면 버릇이 더 나빠지게 된다.

 

내 나름의 '말 버릇없는 행동 퇴치방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내 개인용 수레(사진에서 2번방 말입 아래에 보임) 에는 각종 스프레이가 있다. 포비돈,목초액 등등이다. 어떤 말이 쾅쾅 소리를 내며 버릇없이 소란을 떨면 얼른 목초액 스프레이를 들어서 정면으로 바라본다. 정면으로 말을 보는 것만으로 압박효과가 있다. 그때 말이 부적절한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스프레이를 분사한다. 쏘는 거리가 최소 1미터는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말은 스프레이를 무서워해서 너무 가까이서 쏘면 급하게 물러나다가 다칠 수 있어서다. 보안관이 총 쏘는 것처럼 말을 겨냥하여 스프레이를 두 세번 분사하면 - 이때 총소리는 '피식' 피식' 난다 - 말도 영화에서 익숙하게 본 장면처럼 총 맞은 듯이 뒤로 움찔움찔하며 물러선다. 스프레이 효과는 정말 대단하다.(맹물 스프레이도 좋아요)  아무리 극성을 피워도 스프레이 몇 번만 쏘아주면 얌전해진다. 그때 먹을 것을 갖다준다. 나중엔 손가락으로 시늉만 해도 갑자기 바른생활 어린이처럼 단정하게 선다.

 

 

 

이 마사동에는 12번 방까지 있다. 이곳에 사는 말을 나만의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주인이 자주 찾아주는 말과 가끔 찾아주는 말, 뜸하게 찾아주는 말로 나눌 수 있다. 그래서 무슨 간식을 나누어줄 때 우리 아이들을 가장 많이 주고, 그 다음으로는 주인의 발길이 뜸한 말에게 많이 주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배분한다. 주인이 잘 오지 않는 말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2번방 친구처럼 주인이 잘 오지 않는 10번방 친구가 있다. 둘을 비교하면 말도 성격이 다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10번방 친구는 간식 나눠주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말들이 난리를 피워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이 뒤돌아서서 침묵을 지킨다. 그렇지만 어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겠는가. 그저 티 안나도록 하는 것 뿐이다. 10번방 친구가 '나 졸고 있어요'하는 척할 때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툭툭 건드리며 이름을 부른다. 한참 그러면 마지못해 그러는 것처럼 천천히 몸을 돌리고 주는 간식을 송구스러워 하는 것처럼 겸손하게 받아먹는다. 참 신사적인 예절이 몸에 배었다. 그러나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서있는 말은 아무래도 덜 얻어먹기 마련이다. 다른 회원들이 간식을 한바탕 돌리고 나서 '어 누구 모르고 안줬네'하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그래서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생겼나보다.

 

아무튼 2번방 친구는 방 하나는 자리를 잘 잡았다. 우연한 일이지만 2번방 친구는 아마르가 태어났던 옛날 다니던 승마장에서 살다 왔다. 한밤중에 둘이서 '꼬마야. 너 거기 생각 나냐? 백사슴 알아? 이러면 '내 친구였는데…   ' 이러면서 대화를 나눴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얼마나 마방 이웃으로 지내게 될지 모르지만 2번방 친구는 어디 가서 살아도 굶어죽지는 않겠다고 안심이 된다.

 

오늘은 당근 솎는 얘기로 시작하여 참 두서없는 내용을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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