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오후에 할방님이 아마르를 찾아갔더니 퍼질러 앉아 졸고 있었다. 할방님은 저 입구에서부터 내는 자신의 휘파람소리에 아마르가 고개를 쏘옥 내밀고 맞아주길 기대했다. 그리곤 녀석에서 뽀뽀를 요구하며 쪽쪽거렸을 게다. 하지만 아마르는 뽀뽀는 커녕 눈은 게슴츠레 비몽사몽이었다.

 

그 모습을 본 할방님 , 손주녀석에 대해 한없이 사랑스러운 기분에 사로잡혀 '어구우우우~ ' 하며 부드럽게 어르는 소리를 낸다. 그 뒤에 이어지는 침묵 ……그 다음엔 '오늘은 졸려서 안되겠구나. 그냥 푹 쉬거라' 하는 멘트가 이어질 것 같다. 그러나 목소리톤까지 살짝 변하며 반전 멘트가 나온다. '근데 … 이 시간이 자는 시간이냐? 시간이 어정쩡한데 ...' 좀 짓궂고 악당스러운 분위기도 묻어난다. 아마르는 얼른 일어나야 하나 개기고 앉아있어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다.

 

할방님이 찾아왔을 때 아마르 마음은 반반일 것 같다. '오늘은 무슨 재미난 일이 있을까'와 '오늘은 날 어디로 끌고다니며 무슨 일을 하자고 할까' 어떤 날은 아마르가 할방님을 보고는 '허걱' 하고 놀라기도 한다.  혹시 동네 논바닥을 돌아다니며 개고생을 하려나 ,아니면 아무도 없는 초보마장가서 혼자 공부를 하게 될런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할방님이 그날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때로는 날씨와 전후사정에 따라 아마르 하루의 일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후로 할방님이 굴레를 들고 아마르 마방에 찾아갔을 때 녀석이 보이는 행동이 하나의 패턴으로 형성됐다. 일단 제 방에 들어온 할방님을 확인하고 황급히 돌아서서 자동급수기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신다. 마치 시간을 끌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염없이 마신다. 어느 날에는 아마르가 물먹기를 기다리다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와 할방님이 동시에 웃어버린 적도 있다.

 

일단 아마르는 밖에 나갈 조짐이 보이면 서둘러서 오줌을 눈다거나 똥을 떨군다든가 한다. 만일 바닥에 건초가 좀 남아있다면 부리나케 먹어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말도 밖에 나가서 활동하다가 겪을 일에 대하여 걱정도 하고 대비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일 밖에서 풀을 뜯기기라도 하면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된다는 것을 알아 입놀림이 분주하고  들어가자고 채근이라도 하면 한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입이 미어진다.

 

아마르의 반응으로 보아 어떤 훈련을 받게 되든지간에 심리적 부담을 가진다고 생각되어 하루 강도높게 기승훈련이나 내츄럴훈련을 한다든가 하면 다음 날은 그저 노닥노닥 놀게 하여 심신을 회복하고 균형을 잡도록 배려한다. 그렇다고 훈련내용이 강압적이지 않은데도 공부는 공부라서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아마르가 밖에 나와 기승운동이나 훈련을 할 때 무척 진지하고 열심히 한다. 매일 반복되는 활동을 지루하고도 힘들게 하는 말이라면 매사에 성의도 없고 자발성도 없을 것이다. 말의 성격과 마음을 많이 알고 있어서 잘 조절해주면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쉽다.

 

아무튼 아마르가 마방에서 나가기 전 하는 행동을 관찰하면 정말 유쾌해져서 안 웃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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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1 - 타르코프스키 영화처럼 카메라를 고정시킨 채 찍은 화면은 느리고 지루하게 흘러갑니다. '말들의 시간, 화창한 5월 평화로움' 을 느끼시길... )

 

 

 

어린이날에 칸타와 아마르에게 이벤트를 해줬다. 그 이벤트란 <칸타 & 아마르 사랑해!> 하고 승마장 건물 외벽에 대형현수막을 건다거나 논바닥에 글자를 만드는 등의 일과는 무관하다. 우리 아이들이 선물받은 이벤트는 바로 '야외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다. 도시락 싸가지고 소풍을 간 셈이다. 풍경은 소풍지로 그럴싸하다. 산 아래로 얕은 개울물이 돌돌돌 흘러가고, 보리밭에선 대형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양팔을 들어 흔들며 떼창을 부르듯이 보리물결이 넘실거린다. 그 순간 지나가던 바람이 우우우~ 하고 노래를 한다.

 

흘러가는 개울물이란 사실 모내기 하려고 논에다 물을 댔는데 일부만 보이다보니 마치 하염없이 흐르는 실개천처럼 보인다. 왠지 말들이 밥먹은 후에 안장을 얹고서 물길을 따라 외승이라도 떠날 것만 같다.

 

나는 아직 승마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낮 12시가  말들의 점심시간이다. 할방님은 혼자 어린이들(?) 내다놓고 건초를 날라다 밥그릇 하나에 담아주었다. 밥그릇 두 개를 갖다놓기엔 번거로웠던 모양이다. 친한 말끼리는 한 밥그릇에 함께 머리를 들이밀고 서로 얼굴 비벼가며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물도 길어다 부어주었다. 

 

화면에 보이는 말과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느릿느릿 행동하면서 뭔가 계속 움직인다. 말은 건초 한입 물고 머리를 들어 주변도 살피고 또 물을 먹으러 갔다가 다시 건초를 먹으러 오고 하면서 아마르와 칸타의 위치는 시간에 따라 변한다. 할방님은 말보다 더 분주해보인다. 아마르 훈련시킬 때도 그래 보였는데 아무튼 일관성 있어 보인다. 그는 돌 치우랴 똥 치우랴 흘린 사료 주워 담으랴 끊임없이 움직인다. 움직이며 몰두하는 모습에서 평화로운 여유가 느껴진다. 이런 종류의 분주함은 생활전선에서 겪어야하는 분주함과 차원이 다르다. 이런 일을 좀 재미나게 표현하자면 일하느라 자칫 과로하면 병원에 돈 갖다줄 일이 많아지겠지만 말들과 함께 보내면 반대로 병원비가 줄어든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정신이 건강하면 몸도 아플 일 없는 것 같다.

 

할방님은 몇시간이나 말 돌보기에서 즐거움을 누리느라 정작 본인의 위장이 텅 비어간다는 사실을 대비하지 못했다. 동영상 후반에 할방님이 전화기 만지작거리며 보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나에게 먹을 걸 갖다달라 sos 치는 모습이다. 나는 부랴부랴 가는 길에 초밥집에 들렀다가 승마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방목장 앞에 있는 할방님에게 도시락을 건넸다. 그 무렵은 아이들이 지들 건초를 다 먹고 봉다리(?)를 들고 나타난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뭔가를 부시럭거리며 꺼내어 맛나게 먹는 할방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와 저거 뭔데 저렇게 맛나게 먹지? 나도 먹고싶당' 하는 부러움이 새겨져 있었다. 나중엔 참다못해 고개를 끄덕거리며 저희들에게도 달라 요구했다. 말이 생선을 달라니 참 웃겨 죽겠네 하고서 풀이나 한줌 뜯어 먹였다. 말 먹을 때는 사람이 지켜보고 사람 먹을 때는 말이 지켜보았다.

 

할방님의 소원은 풀밭에 말 풀어놓고 그 옆에다 텐트치고 캠핑하는 것이다. 영화 <브로크백마운틴>에 보면 남자 둘이 그러는 장면이 나온다. 어쩌면 조만간 할방님이 보리밭에다 텐트치고 아마르와 칸타에게 "얘들아! 오늘밤은 밖에서 잘까?" 하면 뭐라 할까 궁금해진다.분명 칸타는 어이없고 황당할 게 뻔한데 ,아마르는 혹 …좋아하려나? ㅋ

 

 

 

 

오후에 칸타와 아마르는 각각 기승운동을 했다. 칸타는 아주 좋은 컨디션으로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아가니 기승감이 좋았다. 아마르도 잘했다고 한다. 결과가 좋은 것을 보니 이날의 이벤트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모양이다.

 

 

 

                                   (방목이 끝나고 칸타는 먼저 들어갔다. 홀로 남은 아마르)

 

 

 

 

 

 

 

 

(보리밭의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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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는 발굽쿠키가 나온다.  빵집에서 파는 쿠키 이야기를 꺼내려는 것이 아니다. 이 쿠키는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니다. 그렇지만 누구라도 보면 아이 손바닥 크기의 쿠키라고 생각할 것이다. 만일 이 쿠키를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서 홍차와 함께 내놓는다면 성미 급한 손님이 집어서 덥석 베어물지도 모른다. 물론 덥석과 동시에 '에페페'하고 뱉어내겠지만 말이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발굽쿠키는 이름 그대로 말의 발굽이 찍어낸 것이다. 말발굽 바닥은 오목하다. 식당에 갔을 때 나오는 개인용 나눔접시 정도의 깊이랄까? 그렇게 오목하다 보니 마방 바닥에 깔았던 톱밥이 발굽 안에 갇혀서 단단하게 다져진다. 서로 뭉친 채 답답한 어둠의 세월을 보내다가 말이 마방 밖으로 나왔을 때 발굽의 탄력에 의해 톱밥은 광복을 맞이하여 환한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

 

발굽쿠키란 이름으로!

 

물론 나만의 명명이고 세상 사람들이 이 사물에 대하여 주의깊은 눈길을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발굽쿠키를 발견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발견한 갯수만큼 더 많은 행운이 나에게 찾아올 것 같은 주술에 사로잡힌다.

 

화요일에는 발굽쿠키가 나온다. 왜 화요일이야? 누가 묻는다. 승용마가 마방에서 지내다가 운동이라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발굽을 파낸다. 발굽에 낀 톱밥을 제거하지 않고 내보내서 운동이나 방목을 했을 때 습기를 머금은 톱밥은 서로 뭉쳐서 '공구리'라도 친 것처럼 단단해진다. 그러면 발굽이 불편해져서 기능에 제약을 받을 것이다.

 

보통 말이 하루에 한 번은 밖에 나오므로 발굽청소를 하게 되어 평상시에는 바닥에 가루나 조금 떨어질 정도다. 그러나 화요일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을 꼬박 지내고 화요일까지 말이 마방에 머물렀기 때문에 발굽바닥엔 톱밥이 잔뜩 껴서 다져지고 또 다져진다. 쿠키반죽의 숙성시간 정도라고 할까. 그러다 짜잔~ 밖으로 나오면 발굽 톱밥의 대부분은 으스러져서 뭉개지지만 용케 형체를 갖춘 채 형상을 남기면 발굽쿠키가 된다.

 

가끔 어떤  쿠키는 두툼하니 모양도 참으로 예쁘다. 그런 쿠키를 보면 들어서 앞뒤로 살펴보며 감탄을 하기도 한다. '음 정말 잘 생겼군!' 그 쿠키가 그렇게 특별한 까닭은 쿠키틀이 너무 소중한 존재라서 그럴 것이다. 말에게 발굽이란 생명이다. 말을 하나의 아이콘으로 나타낸다면 발굽일 것이다.

 

오래 만나지 못한 지인에게 슬픈 이야기를 들었다. 준수하게 생기고 앞날이 창창한 젊은 말이 있었는데 그만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이었다. 사람이 끌고 어딜 가다가 난데없이 지나가는 오토바이에 놀라 말이 화들짝 놀랐는데 운이 없었는지 발목을 접질러 부위의 뼈가 산산조각 났다고 했다.  지인이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한 대목은 그 다음 상황이다. 수의사의 진단 후에 말이 앞으로 승용마로서 살아갈 수 없는 지경이라면 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겠다. 관계자들은 무슨 결정이 그리 어려웠는지 일주일 이상 말을 방치했다. 그러는 동안 말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극심했고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지인의 심정도 참담했다고 한다. 관계자가 말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생각해보았다면 차마 그러지는 않았으리라.

 

(못난이 발굽쿠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어린말들이 다치거나 부상으로 죽음에 이르는 일은 흔한 모양이다. 뿐만 아니라 산통으로 세상을 하직하는 말의 소식도 여전히 들려온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말이 살아가는 세상이 힘들기 때문에 마방복도에서 만나는 발굽쿠키가 '오늘도 무탈하군요. 좋은 하루!' 하고 사인을 보내오는 것 같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말이 그 증표로 발굽쿠키를 보여줌으로써, 마찬가지로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내라며 행운의 부적을 보내주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있는데 커피맛도 좋을 뿐더러 사이드메뉴로 당근쿠키를 맛볼 수 있다. 그날 바로 구워낸 쿠키인데 한입 베어물고 커피를 홀짝거리면 말생각도 나면서 금세 기분이 달달해진다. 만일 내가 카페 주인장이 될 날이 온다면 꼭 발굽쿠키를 구워서 팔 것이다. 아몬드를 채썰어 넣고 통밀을 거칠게 빻아 반죽해서 구워내면 오리지날 발굽쿠키 느낌이 날 것 같다. 발굽쿠키를 먹으면 행운이 찾아온대요! 하고 메뉴판에 써붙이면 날개 돋힌 듯 팔리지 않을까? 아 ~ 오늘도 나의 상상은 날개를 달고 구만리를 날아간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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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말이 되자 보리에 이삭이 났다. 이삭이 일제히 돋아나자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줄기의 녹색과 이삭의 연두색이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받아 반짝이고 바람에 넘실거릴 때 바라보고 있으면 무아지경에 빠질 것만 같았다.

 

 

 

보리밭이 이렇게 목가적 낭만의 분위기를 선사할 줄은 몰랐다. 보리밭에서 만난 원장님이 ,보리 심어놓으니까 아주 멋지네요, 하신다.

 

 

 

작년에도 보리를 심기는 했다. 그런데 이삭이 달리기 전에 베어서 말에게 먹였으므로 이런 장관을 감상하지는 못했다.

 

 

 

 

이 보리는 지난 겨울이 오기 전에 심은 것이니 추운 겨울을 견디고 살아서 자란 보리다.

 

 

 

 

한겨울 동안 보리밭은 풀이 누렇게 말라죽은 형상이었다. 누가봐도 추위에 다 얼어죽었구나 했다. 그거라도 아쉬워서 우리 칸타랑 아마르는 종종 누렇게 동사한 보리싹을 뜯어먹곤 했다.

 

 

 

 

그러다 기적이 일어났다. 이런 일에도 기적이란 말을 써도 된다면. 대지가 따뜻해지면서 땅이 꿈틀거리는 듯하더니 초록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보리가 부활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쯤 모습이다. 난 아직도 두꺼운 옷을 껴입었다. 칸타가 엄마가 어서 보리싹 갖다주기를 기다리며 바라본다.

 

 

 

 

칸타가 얻어먹는 녹색잎은 그야말로 어린싹 수준이다. 이런 사이즈 풀은 뜯어다주기도 애매하다. 손에 잘 잡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저 밭에 말을 데리고 가서 뜯기는 것이 좋은데 두 마리를 한꺼번에 풀뜯길 수 없어 아쉽지만 좀 뜯어다주는 것으로 만족하라고 했다.

 

 

 

 

 

                                   칸타의 풀에 대한 갈망은 채워지지 않았다. 엄마 더 줘!

 

 

 

 

                                  에구~ 엄마 힘들단다

 

 

 

 

                                   더 먹었으면 좋겠는데…

 

 

 

 

칸타는 채워지지 못한 헛헛함을 끙끙이로 달래고 아마르는 잇몸의 빈곳에 혀를 밀어넣어 채우는 행동을 하니 ,말의 심리적 공허함이 그렇게 나타나는가 싶어 웃게 된다.

 

 

 

 

내가 보기에도 좀 그렇다. 보리밭이 보이는 곳에 말을 세워놓고 못가게 하니 말이다. 맛난 것을 눈앞에 두고 보고만 있으라니 아쉬운 마음은 나도 말 못지않다.

 

 

 

 

그러다가 이런 날이 왔다. 보리의 키가 내 하반신을 가릴 정도로 풍성하게 자랐다.

 

 

 

 

                   칸타,아마르가 곧 보리만찬을 한다고 기대와 설레임으로 흥분해서 들썩들썩 한다.

 

 

 

 

           맛난 것 앞에서는 어미고 자식이고 다 소용없다.  둘 사이에 신경전이 팽팽하다.

 

 

 

 

새치기 명수 아마르가 보리이삭을 제자리에 놓기도 전에 한입 콱 베어물었다.동작 한 번 참 빠르다.

 

 

 

 

그 정도에 지는 칸타가 아니다. 더 놀라운 필살기가 있다. 양동이를 자기쪽으로 확 쓰러뜨려서 유리한 상황을 만든 후 머리로 방어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혀를 내두르게 된다.

 

 

 

 

                                   아무래도 아마르가 칸타보다 공간점유력에서 밀려 보인다.

 

 

 

 

다른 말 같으면 칸타가 국물도 안 떨궈줬겠지만 그래도 제 속으로 낳은 자식이 아닌가. 결국 아마르가 맘껏 먹도록 하니 어느덧 사이좋게 만찬을 즐긴다.

 

 

 

 

 나는 아이들 뱃속으로 보리이삭이 꾸역구역 들어가는 것을 보며 내 배가 불러오는 듯 흐뭇하다. 넘실거리는 보리의 물결을 바라보며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상태가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랬다. 나이 먹을수록 문화생활과 여행이 인생의 기쁨인 것 같다고.  그랬더니 상대는, 거기다가 맛난 것 먹으러 다니는 것도 추가해요,라고 말했다.

 

 

 

 

 말도 그런 것 같다. 말은 문화생활 대신에 운동 잘하고, 여행은 못가더라도 산이나 들판 등 자연을 원없이 바라보고, 사료나 건초 외에 특별한 먹거리를 맛보는 것이 삶의 낙이 될 것 같다.

 

 

 

 

                                  둘은 오늘 그런 날을 맞았다.

 

 

 

 

보리는 조금만 베면 한 양동이 가득이다. 이날 아이들은 각각 한 양동이씩을 먹었다. 이삭에 곡물이 함유된 먹거리이므로 말에게 줄 때는 많이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 또한 입맛이 원하는대로 무한정 먹을 수 없는 다이어트 현대인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칸타야 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그악스럽게 먹어? 좀 예쁘게 먹으면 안되니?

 

 

 

 

 

                                           이렇게요?    그래 참 얌전하구나.

 

 

 

 

                                   아마르는 원래 얌전하게 먹어요,그쵸 할머니?

 

 

 

 

                                                    그래,얌전하면서도 엄청 빠르지

 

 

 

 

보리밭과 말이 나를 힐링하게 한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지난 겨울 얼어죽었다고 생각했던 보리가 부활하듯 살아나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존재감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혹시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

 

그저 지나가버린 것들, 실패했다고 끝나버렸다고 생각한 채 사라져버린 무수한 사건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 중에 어떤 것들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 잠자고 있는 상태로 머물러 있다가 미래의 어느 날에 보리처럼 찬란히 살아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맛나게 먹는 동안에 이 주변에서는 할방님이 잔돌들을 수거한다.

 

 

 

 

                         아이들 밟고 다니는 길에서 하나라도 돌을 치워주려는 마음이다.

 

 

 

 

 

 

 

 

 

 

                                  돌들의  이산가족 상봉의 현장. 다시는 흩어지지 마세요!

 

 

 

 

열린 문으로 마방이 보인다. 요즘 문 근처 마방에서 지내는 말들이 밖을 내다보느라 넋이 나간 모습을 자주 본다. 시선으로나마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모심기 전의 논.

 

 

 

 

아파트 베란다에도 화초를 가꾸며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처럼 승마장에도 식물이 자라는 공간이 있으니 휴식과 즐길거리가 되어 좋다.

 

 

 

 

기승운동 끝나고 마주님과 함께 산책나온 말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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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옆으로 원형마장이 생긴 후 방목장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이곳저곳 마장이 붐벼도 운동공간으로부터 열외지역인 이곳이 칸타와 아마르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아이들도 이곳을 좋아한다.

 

 

 

 

 

새로 조성한 마장엔 아직 잔돌들이 많다.  아마도 당분간은 잔돌 뿐만 아니라 주먹만한 돌들도  밑에서 자꾸 올라올 것이다. 할방님은 아이들 방목시켜놓고 뙤약볕 아래서 돌들을 하염없이 골라낸다. 내친 김에 주변 트랙을 한바퀴 돌며 눈에 띄는 돌들을 또 주워담는다. 그래도 아직은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은 아니어서 아이들을 풀어놓고 어슬렁거리며 돌을 골라내는 모습이 그리 고되 보이지는 않는다. 

 

얼마후면 풀씨들이 날아와 여기는 풀천지가 될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을 타고 산책을 자주 할 터인데 그 전에 밑에 숨어있는 날카로운 돌이나 잔돌들을 골라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한바퀴를 다 돌아 온 할방님이 한숨을 쉬며 혼자 중얼거리듯 말한다 " 짱돌 골라내는 것도 내츄럴호스맨쉽이여~~ " 

 

 

 

 

 

 

 

얼마전에 이곳서 큰돌을 좀 골라냈는데 운이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그만 칸타가 앞발로 돌을 콱 밟았던 모양이다. 지난 수요일 아침 마방청소를 하기 위해 누가 들어갔다가 칸타더러 저리 비켜서라 아무리 지시해도 비키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방에서 데리고 나와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발굽바닥의 타박상으로 원인이 판명되었다. 마침 그날  장제사가 와있어서 길다란 집게처럼 생긴 도구로 발굽을 집어본 결과 어느 부위를 매우 아파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거기가 돌 밟은 자리다.

 

 

 

 

 

내 눈앞에서 칸타의 상태를 확인해 준 장제사는 한 이틀 쉬면 괜찮을거예요,라고 했다. 그말을 듣고 일단 안도한 후에 '그래 잘됐다.이참에 너도 쉬고 나도 쉬자'하고 마음먹었다. 칸타를 다시 마방으로 데려가려면 칸타가 360도 돌아야 했다. 그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칸타는 한걸음 한걸음을 곧 쓰러질 것처럼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엄마, 내가 얼마나 아픈지 몰라잉' 이렇게 응석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원장님이 "쟤는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아까보담 더 못걸어."  아프면 말이고 사람이고 다 아기처럼 구는 것 같다. 이러는 것도  환자의 특권이겠지 뭘.

  

다다음날, 칸타는 건초를 먹고 있었는데 앞발 양쪽으로 번갈아가며 편안하게 무게중심을 옮기길래 많이 나았네 했다. 그러나 실내마장에 데리고 가서 걸어보라 했더니 기운이 없고 다리를 몹시 아껴서 조심스레 디뎠다. 아마르가 장난치자고 덤비자 뒤돌아서서 엉덩이로 막고 ' 나 그런 상태 아니거든!' 하고 거절했다. 다리가 불편해서인지 칸타는  모래목욕도 시도하지 않았다.

 

 

 

 

 

또 하루가 지났다. 실내마장에서 걸어다니는 모양이 한결 나아졌다. 모래목욕도 했다. 시원하게 뒹굴고나서 일어났을 때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였다. 칸타가 나를 바라보며 온몸을 부르르 떨며 모래를 털어냈다. 온몸으로 우쭐하며 눈으로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엄마, 나 아주 많이 좋아졌어.'

 

 

 

 

 

다음날이 되었다. 마방에서 꺼낸 칸타를 원형마장에 방목하러 데리고 나가는데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속에서 용암이 끓는 느낌? 이미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느낌이라 최대한 화산이 터지지 않도록 달래며 데리고나가 원형마장에 풀어놓았다. 그랬더니 웬걸! 부우웅 ~ 슈웅~ 날아오르며 펄쩍거리는데 다리가 멀쩡했다. 그 모습을 보자 다 낫자마자 또 세게 돌 밟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그 후로 이동하는 활화산을 한 시간 가량 지켜보다가 야외마장이 비어서 할방님에게 칸타 조마삭을 부탁했다. 할방님이 조마도구를 가지러 간 사이 칸타가 원형에서는 돌이 많아 구르지 못한 몸을 누이더니 모래목욕을 했다. 그리고 나서 일어나려는데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칸타가 뉘였던 몸을 일단 앉았다가 일어나는 찰라에 사지가 해머인 양 땅을 빵~ 내리치더니 슈웅~! 하고 날듯이 달음박질치며 앞으로 돌진했다. 그 상태로 작은 원을 그리더니 내앞에서 보란듯이 머리를 흔들었다.'나 괜찮아. 멀쩡하다구' 하며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만천하에 선포하는 것 같았다. 칸타가 그러는 모습이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영화에서 마징가제트가 악당을 물리치려고 막강병기가 되어 포효하며 등장할 때 딱 그 광경이었다.

 

 

 

 

 

 

칸타에게 또 '그분'이 오셨다. 칸타의 '그분'은 여러 분이다. 머리에 꽃 꽂은 소녀부터 발레리나, 체조선수, 육상선수, 얼음의 여왕 ,마징가제트 등등. 그중에 마징가제트는 언제 오시는가? 칸타가 운동하지 않고 1주일쯤 쉬면 오신다. 그러니까 조금만 운동을 안 하면 막강한 성능의 엔진을 달고 나타난다는 얘기다. 칸타가 조마삭을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흥분하면서 땅이 흔들릴 정도로 뛰는데 보는 내가 다 어지러웠다. 할방님은 계속 말의 추진의지를 무마시켜서 속도를 늦추려고 하는데 마치 칸타는 자신이 뛰는 능력의 한계치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렴, 아파서 절룩거리는 것보담은 훨 낫지 암 ,그렇구 말구.

 

그 다음에 연이어지며 떠오르는 생각은 이렇다.

'어휴, 다음 주에 저 힘을 조율하려면 고생깨나 하겠는걸!'

 

어느덧 눈앞에서 휙휙 날아다니는 마징가제트의 머리꼭대기 조종석에 도킹하여 한치의 실수 없이 작동시키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려면 홍삼이니 고기니 할 것 없이 기운나는 것들을 잔뜩 섭취해야겠군. 그렇지 맞아. 내가 채식주의자를 할 수 없는 이유는 마징가제트 때문이라구. @#$%^^ ~~~

 

나도 가끔은 칸타 때문에 원더우먼쯤은 돼줘야 한다. 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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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이 바람에 사르르르 날리며 꽃비가 내린지 한 주일이나 지났을까. 꽃비의 축제가 끝나는 것을 신호로 계절은 완연한 봄으로 바뀌었다. 세상은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겨울에서 봄 사이, 승마를 하기에 참으로 어려운 시기이다. 말은 겨우내 시달린 추위와 운동부족으로 근육이 뻣뻣하여 긴장되어 있고, 대기엔 옷깃을 여미게 하는 미세먼지 섞인 바람이 자주 몰아쳤다.

 

2월에서 4월 사이 부는 바람은 땅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흔들리게 한다. 그 중에서도 존재감이 가장 두드러지는 사물이 바로 비닐이다. 심하게 바람이 부는 날, 비닐들이 사방에서 펄럭거리면 '음 세상엔 비닐이 참 많아.' 하고 의식하게 된다. 그렇다. 세상은 비닐 없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듯이 비닐 천지다. 한 주일을 생활하고 나서 모아놓은 분리수거 쓰레기 중에서 부피 탓이긴 하지만 비닐의 양이 가장 많이 나온다. 대부분 상품의 포장지이다. 모든 것이 상품화되어 있는 요즘 세상에는 널린 게 비닐이다. 그런데 왜 자꾸 비닐 타령을 하는 것일까 하고 승마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하겠다. 승마를 조금 해본 사람이라면 비닐에 대한 언급이 빙그레 웃음을 자아내게 할 것이다. 그것은 말이 비닐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말을 타고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난데없는 비닐 펄럭이는 소리나 광경에 말이 펄쩍 놀라기라도 하면 기분좋은 경험은 못된다. 비닐 때문에 놀라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사람도 긴장되어서 운동 내내 또 어디서 비닐이 펄럭이려나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그리되면 말도 사람의 감정에 전염되어 더 긴장하고 악순환으로 빠져든다. 승마를 하기에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내가 다니는 승마장은 김포평야 한가운데 자리잡았기 때문에 농경문화와 함께 숨쉬며 생활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농사를 지으려면 비닐 없이는 못한다. 비닐하우스가 대표적이고,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일정 기간 밭에 비닐을 덮어두는 일, 가을에 추수하고 볏짚을 돌돌 말아 마지막에 비닐로 칭칭 감아 갈무리 하는 일이 그렇다. 요즘 승마장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비닐하우스 천지다. 승마장 또한 시설의 일부분이 비닐로 되어 있다. 날이 따뜻해지기 전까지 초보마장의 한쪽 벽면을 비닐로 막아두었는데 바람에 부르르 떨며 기괴한 굉음을 내면 마님들이 그 옆을 지나가며 온몸의 털이 쭈삣 서는 것처럼 긴장하곤 했었다. 

 

비닐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는 둔감화 훈련을 여러 번 받은 아마르는 그놈이 무서운 놈은 아니라는 것까지는 인식을 한 것 같은데 끝내 그놈은 어쩔 수 없이 기분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할방님의 내츄럴 훈련의 둔감화 프로그램 외에 나는 나대로 방목할 때마다 아이들 보는 앞에서 비닐을 막대기로 반복해서 두들겨주며 적응시키는 놀이를 자주 했다. 덕분에 바람부는 날에도 그닥 긴장하지 않고 밖에서 순조롭게 말을 탈 수 있었다.

 

말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려면 비닐이 날아다니고 펄럭거려도 심장이 놀라지 말아야 한다. 그리 되도록 가르치고 도와주는 일은 순전히 사람 몫이다.

 

 

 

오른쪽 벽이 비닐인 겨울의 초보마장 상태. 겨울에 아마르 훈련장소로 요긴하게 활용됐다. 이날 막대에 비닐을 매달아 민감화훈련을 하는 도중 아마르가 돌발적으로 깜짝 놀라 할방님도 퍼뜩 놀란다. 아마르는 놀란 자기 자신에 대하여 당황했을 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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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뒷걸음질로 이동하는 기술은 매우 유용하다. 주로 트레일러에서 뒤로 내릴 때 요긴하다. 아마르는 아직 트레일러 타고 다닐 일이 없지만 마방복도에서 틈틈이 연습하다 보니 지금은 제법 잘한다. 아마르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뒤로 스윽 미끄러지듯 들어갈 때 말의 시야가 후방까지도 다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내츄럴호스맨십 훈련에서 말의 후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의 부조를  따르는 말의 순종성을 볼 수 있는 중요한 훈련이기도 하다

 

 

 

 

 

 

 

  동영상 촬영 즈음은 내가 칸타 뒷마무리를 마치고 마방에 들여보내려 할 때였다. 할방님이 아마르 후진 연습을 시키기 위해 마방문을 열었는데, 아마르가 때마침 열려있는 바로 옆 칸타 마방으로 미꾸라지처럼 쏙 들어가버린다.

 

   아마르가 그러는 까닭은 궁금함을 못 참아서이다. 운동 끝나고 마방에 돌아와보면 밥그릇에 맛난 간식이 놓여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험으로 보아 말이 입방을 끝낸 후 간식을 갖다주는 것이 좋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가끔은 미리 간식을 놓아두는 경우가 있다. 그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는 아마르는 혹시 할머니가 자기 몰래(?) 엄마인 칸타방 밥그릇에 무슨 대단히 맛난 거라도 놓아두렸으려나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아마르가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리자 나와 함께 제 방에 못들어가고 선 칸타의 반응도 재미나다.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는 '크르를륵' 하는 콧소리를 낸다. 이런 경우 말의 감탄사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오 마이 갓! '  '헐~'  '이런~'  '어머나! '

그러니까 예기치않은 상황에 대한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나타내는 표현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의미의 표현 외에 '푸풋' '크크' '호오' 하는 웃음의 뉘앙스도 있다. 아마르의 돌발행동 때문에 나와 칸타는 어이가 없다.

 

  할방님에게 붙들려나온 아마르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음, 할아버지가 나에게 뭘 시키려는 거지.' 하며 집중한다. 할방님이 양손을 앞뒤로 흔드는 신호에 따라 아마르가 '이건 식은죽 먹기야' 하듯이 뒤로 쭉 들어간다. 아마도 칸타 밥그릇에 당근이라도 몇조각 있었더라면 할아버지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칸타 밥그릇쪽으로 다시 쪼르르 달려갔을 것이다.

 

  아마르가 후진 연습을 몇 번 반복하는 동안 뒤에서 구경하는 말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머리를 쏙 내민 말은 왼편부터 브릿지와 스탠이다. 두 말은 아마르의 행동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유심히 관찰한다. 마치 몸은 자기 마방에 갇혀 있지만 마음만은 아마르와 함께 하는 것 같은 눈치다.

 

  마방복도도 내츄럴 공부하는 아마르에게는 교실이다. 아마르가 복도에서 이런저런 공부를 할 때 관심을 가지는 말과 가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참 재미있게도 평생 '공부'만 해온 가방끈(?) 긴 말들이 관심이 많았다. 브릿지와 스탠도 평생 마장마술 공부만 해왔다. 둘 중에선 브릿지가 연륜이 더 높다. 늘 뭔가를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몸으로 습득하며 살아온 탓인지, 아마르의 행동을 보며 '어? 저거 뭐지? 난 저런 거는 안해봤는데, 음... 마장에서 뒤로 여섯 걸음 가서 정확히 서는 것쯤은 해봤지만 말이지. '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마장마술 기능을 보유한 말들은 어떤 상황을 집중력 있게 관찰하고 저 나름대로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릿지와 스탠이 아마르가 동작하는 동안에 입맛을 쩝쩝 다신다. 보통 입맛을 다시는 행동이 말 긴장이 해소되었을 때 나타나는 건데 마방에 있는 말들이 뭔 긴장을 해소할 게 있단 말인가.  마지막에 아마르가 마방에 쑤욱 들어갔을 때 브릿지와 스탠이 입을 더욱 크게 벌리고 하품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사람이 '와우!' 하고 감탄을 나타내는 입모양과 닮아서 재미있다. 그 순간 브릿지와 스탠도 '와우, 잘했어 꼬마!  제법인데!' 하고 박수쳐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저 내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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